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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밀대 사이비들의 세상

기자명

  •  전덕용 사월혁명회 전 상임의장
  •  
  •  승인 2024.10.29 09:30
  •  
  •  댓글 0
 

밀정 밀대들의 역사는 오래다.

인간 세상에 권력이 생기고 그 권력에 맞서거나 반항하는 세력이 생기면서 밀정 밀대 가 필요했을 것이다.

상대 세력을 교란하고 파괴하여 망하게 하기 위한 필요 수단이었을 것이다.

물론 왕권을 지키기 위한 교활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특히 제국주의자들의 식민 통치를 위해선 없어서는 안 될 필요 불가결한 특수 요소가 아닐 수 없었다.

서구 제국주의가 창궐하던 15세기 말 16세기 이후, 초기 승승장구하던 스페인, 포르투갈이 쇠퇴하고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가 식민지배 역사의 주역이 되면서 근대적 의미의 스파이(SPY - 間諜), 밀정 밀대도 본격적으로 등장을 한다.

이중 영국은 거대한 인도대륙을 식민지화하고 침략, 강점, 약탈 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구개발, 그들 나름대로 근대화 선진화했다.

또한 식민지 침략, 강점, 약탈 정책의 원활화를 위한 현지인의 회유, 협박, 특혜를 무기화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비밀 특수 정책기구, 즉 첩보 정보기관이 필요했다.

영국은 식민지 여러 나라의 민족(부족) 특성, 사회 환경 등을 분석 평가하고, 현지인의 부족(종족) 갈등, 종교 분파 쟁투, 지역갈등 신분 차별 등을 조장 충동질 선동하며, 식민지 여러 나라의 단결을 저해 현지인들의 국민적 민족적 응집력을 약화 분산하였다.

세계 제2차 대전 후 영국은 그들의 국력이 쇠퇴하자, 이를 직접 식민 통치의 방법을 바꾸어, 간접통치, 대리 통치 수법을 동원하였다.

이것이 영연방(英聯邦)하의 독립 또는 종주국에 협조적인 왕초 밀정인 현지의 왕 왕족들에게 통치권을 넘겨주는 형식을 취했다.

이것이 호주, 인도의 독립, 동파키스탄(방글라데시), 서파키스탄의 설립,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의 정략 독립이었다.

중동의 영토 종교 갈등, 아프리카의 수많은 부족(종족) 분쟁 등이 영국의 식민 정책이 뿌려 놓은 씨앗이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오늘날의 아랍 세계와 이스라엘의 분쟁이다.

2천 년 동안 아랍인들이 조상 대대로 살았던 팔레스타인 땅, 영국과 미국의 국제전략 술수에 의해 유대인을 긁어모아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세웠다.

우리 조선 반도를 분할, 생살을 찢어 남북을 갈라 놓은 것과 경우가 똑같다.

조선반도는 강제 분할이고 이스라엘은 강제 건국이다.

총칼을 들고 무력에 의한 강제 점령과 강제 침략, 식민지 침략 강점 약탈 범죄자, 영국의 술책 나쁜 행태를 그대로 계승, 본받고 더 과학적으로 고도화 발전시킨 게 미 제국주의자들이다.

미제국주의자들은 그들의 간악하고 흉포한 특성대로 세계제일주의를 주창하고, 세계지배 야욕을 채우기 위해 밀정 밀대 정책을 최우선시, 극초기밀기구, 거대조직기구, 최첨단 기능 기구화하여 은밀화 음지화했다.

비인간적이고 반지구적, 인류 멸망과 생태환경 파괴, 우주의 황폐화가 예약된 정치이념, 자본제국주의의 기수가 곧 아메리카합중국이다.

이들은 압도적인 폭력에 의해 세계를 지배하고, 상품 생산 판매망을 전 지구적으로 확산 구축하고, 끝없는 상업 이윤 추구로 자본 확대를 위한 무한 경쟁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상품화, 인간 가치의 평가절하, 인간의 기계 종속으로 반인륜 패륜적 노동착취가 자행된다.

미국은 조선반도를 분할하고 남쪽을 강점하여, 허수아비들을 내세워 허수아비 정권을 수립하고, 영원한 전초기지화 계획을 조선점령 초기부터 실행 치밀하게 실천했다.

전범국 일본 대신 조선 분할 음모, 남조선 단정 수립 공작, 조선전쟁 유발 책동 등, 하나같이 미국은 그들의 정보기관이 짜내는 국제전략 계획에 의한 정보 공작적 술책의 실행 실천이었다.

지금도 그들은 대한민국을 정보 공작적 차원에서 관리 조종한다.

순리, 정정당당한 인류정의, 국제관례에 의해 대한민국을 상대 교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촘촘한 정보, 첨보 그물망 속에 갇혀 있다.

더 앞선 것은 그만두고라도 4·19이후의 것만 우선 간단하게 살펴보자.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만 보아도 뻔한 일이 아닌가.

탄약고의 탄알 하나 꺼내는데도 미 군사고문의 허락이 있어야 하고, 무장 부대가 영(營) 밖으로 이동하는데 미8군사령관 명령 없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탱크부대가 이동 서울 시내 요소요소를 점령했다.

간물 김종필 일당과 만주군 출신 일본 밀대 장교들이 미국군 밀정으로 옷을 갈아입은 결과물이었다.

 

미국무성을 하늘처럼 믿었던 윤보선류들은 모두 물을 먹었다.

박정희 패거리는 미국 정보정치를 그대로 배우고 익혀서, 4·19세력 야당과 재야 세력을 와해 학생세력의 무력화를 위한, 정보 공작 밀정 밀대 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가 독립운동단체와 4·19 관련 단체 수많은 사회단체들의 한일 굴욕 외교 기본 협정지지, 삼선개헌 유신지지 성명이었다.

박정희 정권 18년 동안 밀정 밀대 공작 정치의 성과는 실로 눈부신바가 있다.

이 말을 바꾸어 보면, 더럽고 추잡하고 낯 뜨거운 변질 훼절이 많았고, 총칼 휘두르는 군대 권력에 겁을 먹은 단체, 개인, 돈 몇 푼에 매수된 단체 개인, 일신의 명예와 영달을 위해 민족혼 조상의 얼 자신의 신념과 지조를 파는 사이비 부류들이 많았다.

박정희 때 2선 3선 밀정 밀대들이 전두환 노태우 일당 시절 모두 휩쓸려 나와 국보위(國保倭)에 이름을 올리거나 나중 벼슬자리 하나씩을 꿰차고 앉았다.

이때까지도 마각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밀정들은, 이명박근혜 때 거의 4선 5선에 숨어 있던 그 추악하고 흉측스러운 몰골들을 드러냈다.

물론 밀정 밀대들의 선(線)과 임무는 항상 가변적이다.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식민종주국과 그 앞잡이 권력자들은 시대와 때를 달리해서 계속 끊임없이 1선 2선 3선 4선 5선의 비밀 첩자들을 심는다.

그래서 오열(五列)이란 말이 예부터 전해온다.

어쩜 박정희 전두환 때 심은 3, 4, 5선이 요즘 많이 나타나는지 모른다.

얼마 전에 이른바 재야(在野)를 팔고 민주화를 파는 어떤 사람의 장례식이 있었다.

별로 입에 올리기도 싫지만, 양심을 속일 수는 없고, 역사는 바로 적어야 한다.

단군 이래 우리 역사는 청소가 제대로 된 적이 없다.

민족사의 정통이었던 고구려가 거꾸러지고, 외세와 결탁한 사이비 야합세력이 주인으로 둔갑, 역사의 주류를 형성 오늘에 이르렀다.

그 결과, 그 영향의 폐단으로 민족의 얼 넋, 민족 전래의 기상 의기(義氣), 애국 애족 역사 정의가 사라졌다.

고구려의 웅혼한 국가이상(國家理想), 상무 정신(尙武精神), 외세를 불용하는 독립투혼 주체 자주정신이 사라져 버렸다.

원통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눈 똑바로 뜨고 밀정 밀대 사이비들의 농간에 속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이 잡종 역사쓰레기들의 등 뒤에는 강대국, 이들을 조종 관리하는 식민종주국이 있다.

우리는 지금 아메리카자본제국주의와 일본식민군국주의와 맞서 싸워야 한다.

매우 엄중한 시기이다.

지난번, 재야와 민주화운동을 팔아서, 수십 년 동안 순수한 민중세력 통일투쟁세력을 속이고 오도해 온, 반민족반민주 반통일세력들의 어용 장례식을 잘 보았다.

수십 년 동안 민주화운동의 가면을 쓰고 뻔뻔스런 얼굴로 민중 앞에 섰던, 밀정 밀대 사이비들의 모습이 공개되었다.

각계각층에서 그럴듯하고도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던 인물들이다.

식민종주국의 검은 손은 아직도 밀정 밀대 사이비들을 더 많이 숨겨 놓고 있다.

어느 게 암까마귀이고 어느 게 숫까마귀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밀정 밀대 사이비들이 준동하던 이른바 운동의 시대는 가고, 바야흐로 정의로운 힘에 의한 판가리 투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가증스런 밀정 밀대 사이비들의 머리통 위에 역사 심판의 불벼락이 예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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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러시아 파병'설' 더욱 신중하게 다뤄져야..."

진보당 토론회...한설 전 소장·이해영 교수, "한국군 파병은 치명적 피해줄 것"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10.29 23:41
  •  
  •  수정 2024.10.29 23:45
  •  
  •  댓글 0
 
29일 진보당이 주최한 ''우리가 전쟁에 참여할 이유가 있는가?' 주제의 긴급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9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며 전투병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김영배 의원이 이날 대표발의한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철군 및 한반도 평화안정 촉구 결의안'에서 민주당은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은 국제법을 위한한 것'이라며, 파병 즉각 철수와 추가 이송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또 파병 북한군의 움직임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4일 언급에 대해서는 '살상무기 지원 및 우리 군 파병 등의 직접적인 전쟁 참여 행위는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실질적인 우리 국민의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이같은 '철군 촉구 결의안' 채택 흐름이 무색하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자체를 하나의 '설'로 치부하며 신중한 판단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전날(28일) 국회에서 이재강(더불어민주당)·김준형(조국혁신당)·정혜경(진보당) 의원 주최로 '북한군 파병설에 대한 한국 정부 및 정치권 반응 문제점과 대응 방향' 주제의 긴급좌담회가 열린데 이어 이날 오전 국회에서는 '우리가 전쟁에 참여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주제로 진보당 긴급토론회가 열려 '북한군 파병설과 윤석열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의 문제점'에 대한 집중적인 점검이 진행됐다.

긴급토론회에서는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와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장이 각각 '러우 전쟁의 대리전 성격과 북한군 파병설 확산 과정 분석', '북한군 파병설 신뢰성 문제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의 위험성'에 대해 발제하고 현장 토론이 이어졌다.

두 발제 모두 '북한군 파병설'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부터 출발했다.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사진-진보당 제공]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사진-진보당 제공]

먼저 이해영 교수는 △북한군 파병 관련 푸틴의 답변 △북한의 대러 군사지원(파병, 무기 등) 가능성 △미국의 첫 '확인불가' 입장의 의미 △북한 파병설의 '대안적 해석' △대러 노동인력 파견 가능성 △최초 파병설 발신자인 우크라이나 군정보국에 대한 불신 등을 소제목으로 나누어 꼼꼼하게 분석하고는 "정부나 언론은 '합리적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런 반박불가능하게 '검증'된 파병의 증거를 제시하는데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정원이 제시한 위성사진 일부를 제외하곤 거의 전부가 우크라이나 당국이나 첩보조직의 생산물이었으며, 어디에서도 '원본'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총 1만2천여명 파병을 러시아와 합의하고 이중 선발대 1,500여명이 이미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발표한 뒤에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실'이라고 불리는 것이 제작되었다"며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사자인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10월 24일 브릭스정상회담 기자회견 석상에서 처음으로 밝힌 공식입장을 '북한군 파병 부인 안해...'로 해석한 언론 보도는 '의혹에 대한 조롱 또는 비웃음'을 오독한 것이라고 했다.

설사 북한군 파병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른바 '상호작전운용성'이 만들어지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려야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별도로 2년 10개월 이상 진행되고 있는 러·우전쟁에서 가장 절박한 당사자인 젤렌스키는 기존 나토 용병이 아니라 나토의 파병을 원하고 있을터인데 왜 한국군이 첫번째 파병 주체가 되어야 하느냐는 반문이 뒤따랐다.

이날 한국 공군 제19비행단 소속 16명의 조종사가 루마니아 미하일 코겔니차누 지역 인근 나토공군기지에 도착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신속한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설 전 소장은 '국정원의 북한군 특수부대 파병정보는 사실인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발표를 시작했다.

△파병인가, 용병인가 △국정원은 특수부대원으로 평가하고, 국방정보본부는 초짜 신병으로 다르게 평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정원이 포탄 800만발을 지원했다고 평가한 합리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김용현 국방장관이 언급한 포탄 1,000만발 지원 정부의 근거는 무엇이며, 국정원 평가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북한군의 파병은 북러 상호방위조약이 비준된 이후 가능한데, 앞서 24일 러시아 두마 하원 비준이 이뤄졌고, 11월 중 상원 비준 이후 푸틴이 재가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 북한의 조약 비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러시아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11월 이후에야 전투병 파병절차가 가능하다.

또 파병을 위해서는 주둔군지위협정(SOFA)과 지휘체계 정리, 책임지역 할당, 각종 전투근무지원을 위한 협조체제 구축 등 세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작전지역 배치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은 '북한군 파병'을 이유로 무기와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려고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도 부족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소란'에 대한 충분한 근거도 없이 쫓기듯이 만들어 낸 판단이라면 매우 잘못되고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대에서 작전계획을 수립하거나 군사력을 행사할 때는 정보작전(Information Operation)을 통해 올바른 국민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렇게 하자면 사실에 기초한 정보를 토대로 판단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한 전 소장의 설명이다.

우리의 이익에 맞고 또 그것이 합리적 판단의 결과라면 우크라이나 파병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거꾸로 대중의 눈을 현혹시키고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면 '정보공작'이 된다.

국정원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국가급 정보를 생산, 유통하는 기관인데, 그 정보는 오로지 최종소비자인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 정보는 정확하고 권위있어야 하며, 결정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국정원에서 나온 정보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왜곡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더군다나 완전한 오판이거나 고의적 왜곡, 또는 국민의 판단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그런 국정원은 많은 예산을 들여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국정원에서 발표하는 정보가 조금은 틀려도 되는 것 처럼 생각하지만 그래서는 잘못된 정책이 나오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책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 발표대로 북한이 1만 2,000명의 특수부대를 보낸다면 국제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용병자격으로 보내는 것이 불가능한데, 김용현 장관은 24일 북한군이 '지휘권없는 용병자격으로 러시아군에 개발적으로 소속'된다고 발언을 한 것도 의문사항으로 제기했다.

국정원은 특수부대원 파병, 포탄 800만발 지원으로 발표했는데, 국방정보본부는 '입대한지 얼마안되는 10~20대 신병'이라고 했고 김 장관은 포탄 1,000만발 지원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간극이라고 지적했다.

나토 평가기준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155mm 포탄 1발 가격은 2,000달러(약 270만원), 전쟁 이후에는 8,500달러(약 1,140만원). 

포탄 1발당 1,000달러로 계산해도 800만발이면 80억달러, 1,000만발이면 100억달러 수준인데, 북한의 2023년 국가교역액이 27.7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포탄 지원 규모는 과장이거나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어지는 한 전 소장의 문제제기는 △국정원이 정보를 공개발표함으로써 휴민트 노출의 문제는 없는가 △북한군이 전투현장에 배치되기도 전에 정보를 발표하고 살상무기 제공 및 파병까지 언급한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한국의 안보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할 때 예상되는 러시아의 보복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는가? 등이다.

윤 정권이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전에 먼저 무기를 지원한다고 성급하게 발표한 것은 '살상무기 지원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몰아치려는 시도로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했기 때문에 국제평화가 훼손된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국제평화가 훼손된 것"이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달성하고 있어 북한군이 투입된다고 해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파병 대가로 핵과 ICBM 기술 이전 가능성이 있다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언급에 대해서는 "이미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모든 투발수단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핵 미사일을 더 고도화한다는 것이 한국의 안전보장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병력을 보냈을 때 교전국가 관계로 바뀌게 되는 러시아로부터 가해질 제재나 위협, 나아가 직접적인 군사개입은 치명적인 피해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긴급토론회 참가자들은 지난 18일 국정원 발표 당일 민주당 안보상황점검위원회에서 윤 대통령보다 먼저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이후 여야 공동으로 '북한 전투병 철군 결의안'을 채택하려다 파병설에 의문을 제기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발에 무산됐다는 국회 내 진행경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29일 오후 민주당은 결국 북한군 철군 결의안을 채택했고, 조태용 국정원장은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국회동의가 필요하지 여부를 놓고 국회에서 논란이 벌어진 소규모 개별 참관단 파견은 '한마디로 군사정보와 관련된 절호의 기회'라며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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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방 예산 뺏어 '세수펑크' 메우는 정부...선 넘은 '돌려막기'에 여야 질타

국무회의서 "지방시대 정부" 공언한 윤 대통령...야당, "예산 현실 알고 있나" 한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29. ⓒ뉴시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을 초래한 정부가 각종 기금의 자금을 끌어다 쓰는 등 '빚 떠넘기기 방식'으로 사태에 대응하는 데 대해 여야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거론했는데,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지방 재원을 삭감하는 마당에 '상황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전날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보고한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두고 날 선 반응이 나왔다. 대응 방안, 즉 30조 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구상한 해결책은 외국환평형기금, 주택도시기금, 공공자금관리기금 등 본래 용처가 있는 각종 기금에서 돈을 빼 와 돌려막는 것이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외환시장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할 외국환평형기금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동원하겠다고 한다. 국민의 청약 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도 뺏어 쓰겠다고 한다"며 "또다시 땜질 처방"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쓸 돈이 없는데 빚 안 내고 쓸 돈을 찾겠다더니 고작 찾은 방법이 기금에 손대는 것인가"라며 "이 순간만 모면하자는 하루살이 대책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질타했다.

정부는 세수 결손 대응을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보내야 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집행도 일부 보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확정된 지방교부세를 세수 결손을 이유로 교부하지 않아 지방정부 살림에 치명타를 입혔는데, 이를 또다시 반복하겠다는 것이다.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국채 발행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로 빚 부담을 떠넘기며 사실상 '지방채 발행'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설상가상 "우리 정부는 지방시대 정부", "과거처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분배해 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권한과 책임의 무게 중심을 더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옮겨야 한다" 등 윤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재원 삭감에 울상인 지자체의 한숨을 더 깊어지게 했다.

제주를 지역구로 둔 김한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 예산인 보통교부세를 당초 예산액보다 12%, 7조 원 넘게 깎아놓고 무슨 수로 지방시대를 열라는 건가. 더 많은 권한은 더 많은 예산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며 "세수 부족으로 더 적은 예산을 써야 하는 현실을 알고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아니면 예산은 모르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회 기재위 위원인 김태년 의원은 "이 모든 책임은 윤 대통령이 져야 한다. 경제에 무능한 대통령 한 사람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한순간에 선도형 경제에서 후진형 경제로 추락 중"이라며 "지금 기재부가 해야 할 일은 국가 재정 위기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채 발행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진보당 이미선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 "부자에게 덜 걷은 세금을 왜 지방재정과 서민 예산으로 막으려는 건가"라며 "이제라도 부자 감세 철회하고, 세입을 확충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윤 대통령은 남은 절반의 임기 동안 국가 재정과 감세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때다. 기금 돌려막기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며 "이대로면 나라 곳간이 거덜 나 건전재정도 지킬 수 없다"고 짚었다. 유 전 의원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무책임하고 위태로운 재정 운용"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연거푸 결손을 초래한 정부의 세수 정책을 짚을 '재정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정부·여당 역시 재정 파탄을 초래한 정부 세수 정책에 대한 재정 청문회 개최에 동참해 세수 정책 실패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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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이나마 훨훨 날아 고향 땅으로 가시길”···박희성 선생 추도식 거행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10/29 [23:34]

 

▲ 비전향 장기수 박희성 선생 빈소. © 김영란 기자

 

“우리가 선생님이 만들고 싶은 세상 만들어가는 데 같이하자. 선생님이 고향 땅의 가족을 못 보고 먼저 가신 것은 슬프지만 우리가 (선생님) 유해 송환이라도 꼭 이루어내도록 같이 노력하자.”

 

29일 오후 7시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 비전향 장기수 박희성 선생 추도식에서 이정태 양심수후원회 부회장이 호상 인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박희성 선생과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 김영식, 양희철, 양원진 선생을 비롯해 통일운동의 원로들, 양심수후원회 회원, 진보당 관악구위원회 당원들을 비롯해 100여 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했다.

 

© 김영란 기자

 

추도식은 약력 소개, 추도사, 추모시 낭송, 박희성 선생께 드리는 편지, 추모 공연 그리고 헌화 등으로 진행됐다.

 

상임 장례위원장인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추모사에서 “선생님 살아생전 평생 염원이던 비전향 장기수 2차 송환을 이뤄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박희성 선생님의 구십 평생 고난의 시간을 무어라 위로할 수 있겠는가. 분단의 형극이 온몸에 실려 참으로 고통스러우셨다”라며 “이제 고통과 아픔 다 잊으시고 그리운 북녘 고향 땅으로 훨훨 날으시라. 사모님과 아들 동철 씨, 손자 손녀들 다 함께 만날 수 있으시길”이라면서 “선생님이 우리 곁에 오셔서, 양심수후원회 회원이 되셔서 참 행복했다. 그 추억 오래오래 기억하겠다”라고 마음을 밝혔다.

 

▲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추도사에서 “혁명은 신념과 의리로 실현된다고 하는데 평생을 흔들림 없이 살아오신 선생님의 한생은 우리 모두에게 귀감으로 우러러보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혁명가 박희성 선생님 영전에서 다짐한다. 선생님께서 목숨 바쳐 지켜내신 그 자리에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싸워 당신이 못다 이룬 꿈, 우리가 쟁취해 내겠다”라며 “자주통일과 진보 민중의 새로운 시대를 실현해서 북녘땅에 계신 ‘동철’ 아드님께 아버님의 당당하고 고귀했던 한생을 온전히 전하겠다”라고 다짐을 밝혔다.

 

박희성 선생은 갓 돌을 넘긴 아들을 북에 두고 왔다. 고향으로 돌아가 아들을 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소식하며 술은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고 매일 운동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 시간은 60여 년이 넘는다. 박희성 선생이 두고 온 아들 박동철 씨는 2021년 환갑이었다.

 

평양시민 김련희 씨는 “박희성 선생님의 한결같은 소원은 ‘나에겐 시간이 없다. 고향 땅에 묻히고 싶다’라는 것”이라면서 “2차 송환을 희망했던 비전향 장기수 선생님 33명 중에 이제 5명이 남으셨다. 남녘 형제 여러분, 선생님들 고향으로 보내주면 안 되는가”라고 호소했다.

 

추도식에서는 세 편의 추모시 낭송이 있었다.

 

박희성 선생과 함께 생활했던 양희철 선생의 추모시 「참 좋으신 사람」을 이경원 양심수후원회 이사가 대독했으며, 김태철 씨는 박희성 선생의 삶을 기록한 추모시 「고향으로 가리라」를 낭송했다.

 

황선 평화이음 이사는 박희성 선생의 아들에 대한 사랑을 담은 추모시 「사랑」을 낭송했다. (기사 하단에 전문 게재)

 

▲ 박희성 선생의 약력과 생의 삶을 기록한 추모시「고향으로 가리라」. © 김영란 기자

 

박희성 선생과 인연이 있었던 이수경 씨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수경 씨는 편지에서 “선생님을 처음 뵌 게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선생님과의 인사는 항상 기억에 남았다. 힘 있게 두 손을 맞잡은 악수가 인상적이었다”라며 “조용조용 말씀하시고 많은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조국통일에 대한 의지는 누구보다 강고했다. 늘 말보다는 실천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라고 선생을 떠올렸다.

 

이어 “살아생전 조국 땅을 밟아 가족의 품으로 가시길 간절히 바랐다. 이제는 넋이나마 훨훨 날아 고향 땅으로 가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노래극단 ‘희망새’는 노래 「심장 속에 남는 사람」과 박희성 선생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노래 「머나먼 고향」을 부르며 선생의 영면을 기원했다.

 

참가자들이 박희성 선생 영전에 헌화한 뒤에 추도식을 마쳤다.

 

발인은 30일 오전 8시 20분이며, 장지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금선사이다.

 

© 김영란 기자

 

▲ 추도사를 하는 한충목 상임공동대표와 평양시민 김련희 씨. © 김영란 기자

 

▲ 추모시를 낭송하는 김태철 씨와 황선 이사. © 김영란 기자

 

▲ 노래극단 ‘희망새’의 추모 공연.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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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희철 선생이 생전 박희성 선생이 좋아했던 노래 「머나먼 고향」을 부르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추모시] 사랑

-황선

 

첫 돌을 갓 지났을 때였다.

보고 돌아서도 또 보고픈 것이

부모의 마음이란 걸

아비는 너를 낳고야 알았다.

그렇게 강보에 쌓인 너를 두고

바다로 나설 때에 내 심장은

높뛰었다.

 

열 살 나이에 철모르게 뛰던 날에도

나라를 찾은 것이 그렇게 좋더라.

너에게도 그런 행복을 주고 싶었다.

분단된 나라가 아니라

외세에 신음하는 나라가 아니라

전쟁으로 고통받는 나라가 아니라

 

30년 감옥을 견디게 한 것은

아버지의 이름만으로는 줄 수 없는

참된 행복을 주고픈 그 마음이었다.

 

그 길이 이렇게 긴 이별일 줄 몰랐지만,

그 길이 영영 이별하는 길인 줄 알았어도

나는 떠났을 것이다.

그것이 너와 네 어머니를 사랑하고

고향을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우리의 방법이었다.

 

십대에 문을 나서 80년

아직도 돌아가지 못한 집

하루하루 그리워

사향가를 부른 나날

그러나 그리움은 사랑이다.

사랑은 책임이다.

 

죽는 날까지 진심으로 사랑했으니

아들아,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지금,

고마운 조국 고향하늘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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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노벨상 열풍과는 다른 현실, 역사의 반전은 '읽기' 에서 시작된다

[장석준 칼럼] 오늘날 사회운동은 '읽기' 운동이 되어야 한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4.10.30. 05:03:21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뒤에 온라인-오프라인 서점에서 그 작품들이 며칠 새 수십만 부씩 팔리고 있다. 동네 서점에서도 책을 구하기 어렵고, 대형 서점을 가도 '매진' 표시판만 마주하곤 한다. 한강의 작품은 물론이고 평소 다른 소설도 별로 읽지 않는 이들까지 느닷없는 이 '책 읽기' 열풍에 기꺼이 뛰어든다. 더불어 한강 작가 자신이 작은 서점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뉴스거리가 된다.

이런 열기는 현재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요즘 한국 대학들은 도서관 장서를 내다 버리느라 바쁘다. 책을 쌓아두기에는 공간이 아깝다면서 애써 모아놓은 책들을 희귀도서들까지 모두 폐기 처분하고 있다. 보다 못한 대학 구성원들이 나서서 1인 시위도 하고 서명운동도 벌이고 나서야 겨우 선별 작업이라도 허락받는 형편이다. 한국 도서관 문화의 현실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서 대학제도가 도달한 슬픈 종착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더 슬픈 것은 이게 대학 도서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삭감으로 점점 더 제 구실을 못하게 되거나 아니면 아예 폐쇄되는 공립 도서관들이 많다. 도서관뿐만 아니라 서점도, 굿즈샵에 더 가깝게 변해가는 대형서점을 제외하면, 줄지어 폐점하는 처지다.

이 모두가 다 그만큼 책을 찾는 이들이 적은 탓이다. 이것은 정말 엄청난 간극이다. 세계인의 인정을 받은 동네 서점 주인의 저작을 읽으려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수십 만 명이 줄 지어 선 광경과, 평소 도서관과 서점에, 그러니까 책 읽기에 쏟는 관심과 열정이 너무도 부족한 현실은 전혀 다른 두 나라의 모습만 같다. 그리고 바로 이 심대한 간극 속에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의식적인 집단적 노력의 무대가 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들을 고르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작품들을 읽으려는 독자들이 몰리면서 한강의 책들은 엿새 만에 누적 기준으로 100만부 넘게 팔렸다. 16일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에 따르면 한강의 책은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종이책만 103만2천부가 판매됐다. 온라인 기준으로 이들 3사의 시장점유율은 90% 가까이 된다. 전자책은 최소 7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치면 110만부가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책 읽기'를 둘러싼 우리 시대의 정세

'책 읽기'의 위기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독 새로운 물결에 대한 적응이 빠른 한국 사회가 좀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전 지구적인 현상이다. 정보화 혁명을 통해 사람들이 시각 매체와 온라인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질수록 책을 읽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줄어든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정보화와 독서 문화가 반드시 제로섬 관계일 이유는 없다. 전자책이 등장하고 온라인 아카이브가 늘어나며 휴대용 단말기가 널리 보급됨으로써 책을 읽는 행위가 오히려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마침 21세기 초는 대중의 교육 수준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시기이기도 했다. 전 세계 청소년 문해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졌고, 한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중심부 국가들에서는 대학 등 고등교육 이수자가 해당 연령의 2/3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독서 문화가 인류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꽃 피웠어야 맞았다. 하지만 교육 수준이 상승하는 만큼 책 읽는 문화가 그에 비례해 성장하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분명 정보화 혁명의 예기치 않은 결과가 개입돼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분명한 사실은 이런 사태 전개가 최근 극우 포퓰리즘의 창궐과 포스트 파시즘의 부상 등 민주주의 정치의 전반적 쇠퇴, 부패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전에 없이 높은 지적 역량을 갖춘 시민들이 전에 없던 기술적 수단을 활용해 민주주의를 놀랍도록 발전시킬 것이라던 많은 선의의 전망은 여지없이 깨졌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시민들은 소셜 네트워크가 허용하는 것보다 더 길고 무거운 글은 기피하기 시작했고, 온라인 네트워크에서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 혐오와 적의로 무장한 지나치게 깔끔한 서사들이 창궐했다. 극우 선동이 위력을 발휘하고 사회운동이 워키즘(wokism)과 캔슬 컬처(cancel culture)로 왜소화되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시기에 젠더-탈핵-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에 대한 백래시에 바탕을 둔 극우 선동이 대두했고, 진영 대결과 팬덤 정치가 득세했다. 비록 외양은 유럽이나 남북미 국가들과 다른 점이 있지만, 이 역시 온라인 소통이 활발해질수록 기존 정보 유통 경로가 쇠퇴하는 보편적 양상의 한 표현이다. 그리하여, '읽기'(책이든 신문이든 비합법 유인물이든)에서 출발했던 1980년대의 저항운동과는 달리 오늘날의 집단행동에서는 온라인 방송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한국 역사상 가장 두터운 독서인 층을 이뤘던 40여 년 전의 20대 역시 지금은 철저히 이 시대의 논리를 따른다. 그러니 책 읽는 행위 자체가 희귀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 이 시대의 지극한 어려움이 있다. 지금 한꺼번에 닥쳐오는 기후위기, 돌봄위기, 미-중 충돌, 인공지능 개발 광풍 등등은 하나같이 다 낯설고 복잡한 난제들이다. 소셜 서비스 네트워크를 떠다니는 짧은 글과 이미지로는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기 힘들며, 이런 단편적 정보와 견해에 의존하는 선동 정치나 진영 대결로는 해결의 어렴풋한 방향조차 잡을 수 없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모순들, 위기들은 새롭게 읽고 학습하고 토론하는 대중이 출현함으로써만 어찌어찌 대응이라도 해볼 수 있는 문제들이다.

한데 이러한 때에 세계 곳곳에서 책 읽는 문화 자체가 위기에 빠져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문명의 종말은 피할 수 없다거나 초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인간의 노력 따위는 쓸모없다는 막연한 생각에 따라 다들 더욱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 공간에 권태와 분노의 언어를 쏟아내는 데 열중한다. 그리고 그럴수록 기후위기에 맞서거나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할 시간은 줄어들고, 크나큰 위험에 맞설 인간들의 잠재력 또한 소모되어간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작품들을 고르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작품들을 읽으려는 독자들이 몰리면서 한강의 책들은 엿새 만에 누적 기준으로 100만부 넘게 팔렸다. 16일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에 따르면 한강의 책은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종이책만 103만2천부가 판매됐다. 온라인 기준으로 이들 3사의 시장점유율은 90% 가까이 된다. 전자책은 최소 7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치면 110만부가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역사의 반전은 '읽기' 운동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책을 읽는다는 행위나 습관, 문화가 늘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실이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엘리트층이야 문자문화가 자리 잡은 이후 줄곧 책을 읽어왔다. 그러나 대중은 사정이 달랐다. 이른바 계몽의 시대가 시작되고 근대의 여명이 밝아온 뒤에도 대중이 책을 찾아 읽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토대나 자원, 여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다음에도 대중이, 과거보다 더 많은 대중이 책 읽기에 몰두하려면 상당한 의식적 기획과 집단적 시도가 개입되어야 했다.

말하자면 '읽기' 운동이 있어야 했다. 한국사만 놓고 봐도 그렇다. 19세기 말, 한반도가 언제 열강의 식민지가 될지 알 수 없던 무렵, 왕조는 더 이상 민중의 삶을 책임지지 못하고 그럴 의지 역시 없었던 때에 '읽기' 운동이 벌어졌다. <독립신문>이니 애국계몽운동이니 하는 것들이 결국은 다 '읽기' 운동이었다. 처음으로 한문이 아닌 한글로 신문과 책자를 내기 시작했고, 근대 문어로 막 체계가 잡히기 시작한 한글을 처음 학습한 대중이 이런 텍스트들의 독자가 되었다. 이런 일이 국내에서 10년 넘게 지속되고 난 뒤에 국권이 넘어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서는 3.1운동이 그토록 일찍, 거대하게 터져 나온 까닭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일제 치하에서도 치열한 '읽기' 운동이 있었다. 3.1운동의 세례를 받은 젊은 세대들은 다시 신문을 만들고 잡지를 냈다. 소설을 쓰고 번역에 나섰다. 한 세대 전에 지역마다 '학회'를 결성하고 개신교 교회나 천도교 교당을 활용했듯이, 이번에는 학교마다 독서회를 조직하고 이를 공장 노동자 모임이나 농촌 청년 모임으로 넓히려 했다. 이때 책 읽던 이들의 눈길이 주로 '좌파' 성향(사회주의든 아나키즘이든)의 민족해방운동에 쏠려 있었기에 역사책에서 이런 움직임은 대개 이 표제 아래 소개된다. 하지만 그 또 다른 이름은 '읽기' 운동이었다. 이러한 대중적 읽기의 성과만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새 나라가 만들어질 수 있었고, 그 한계만큼 하나의,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우는 데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가까운 과거인 1980년대에도 '읽기' 운동이 있었다. 군부독재가 절정을 구가할 무렵, 체제가 용인하는 범위를 넘어 낯선 텍스트들을 찾아 읽으려는 젊은 세대의 치열한 노력이 펼쳐졌다. 이들은 한글 교육을 제대로 받은 첫 세대 교사, 교수에게 교육을 받은 첫 세대였다. 드디어 온전한 근대적 언어-문자 역량을 갖춘 이 세대는 당대 세계의 보편적 이념과 지식체계 가운데 분단-전쟁 이후 국내에 금지돼온 '반쪽'을 빠르게 (재)흡수하기 위해 '읽기'에 열중했다.

이로 인해 이들의 읽을거리가 한 쪽(현실사회주의권 저작물)에 너무 쏠리기는 했지만, 이런 집단적인 '읽기' 체험이 이후 한 세대 동안 한국 사회를 떠받치는 중요한 동력 중 하나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어정쩡한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력이 뒷받침되었기에 한국 시민사회는 적어도 결정적 퇴행만은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렇듯 근대가 시작된 이후 줄곧, 이 땅에 사는 이들은 가장 절망적인 난국을 다름 아닌 대중적인 '읽기'를 통해 돌파해왔다. '읽기' 운동을 시작으로 역사의 반전을 성사시켰고, '읽기' 운동을 발판으로 미지의 다음 시대를 살아낼 힘을 미리 다졌다. 이런 대중적 운동은 대학과 같은 제도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졌고, 심지어는 한국 사회에서 대학제도가 전성기를 향해 나아가던 1980년대에도 공식 고등교육 내용이나 통로와는 상관없이(대학의 공식 개설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의 모임을 통해) 자생적으로 전개됐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2024년의 세계를 살고 있다. 우리는 또 다른, 아니 전례 없는 난국의 한 가운데에 있고, 다른 어느 때보다 이런 시기에 제 역할을 해야 할 대학이나 언론, 종교기관이나 출판계조차 그들 자신 위기에 휩쓸리고 있다.

이런 때야말로 필요한 것은 다시 한 번, '읽기' 운동이다. 우리 시대의 대중적인 '읽기' 열풍을 불러일으키려는 기획과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17일 서울도서관 외벽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한강 작가님 덕분에 책 읽는 시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글판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오늘날 사회운동은 '읽기' 운동이 되어야 한다

지금 난마처럼 얽힌 한국 사회 상황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내보자고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등의 제안이나 결의가 곳곳에서 올라온다. 민주노총이나 진보정당들도 이런 흐름에 앞장서려 한다. 그러나 2016~2017년 촛불항쟁에서 경험했듯이, 이런 동원은 이제 온라인 네트워크 여론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권 퇴진 투쟁 같은, 제6공화국에서 이미 관성화된 집단행동은 때가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올 것이다.

민중운동, 사회운동에 아직 기력이 남아 있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렇게 온라인 여론의 변죽을 울리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남은 기력을 '읽기' 운동에 쏟아 부어야 한다. 기후위기든 돌봄위기든 인공지능 열풍이든 우리에게 닥친 모든 위기들, 모순들에 대한 책 읽기에 나서야 한다. 책을 읽고 학습하며 토론하는 모임들을 조직해야 하고, 이런 모임들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게 지원해야 하며, 독서 모임들을 뒷받침할 모든 제도(도서관이든 대학이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실존의 위기에 빠져 허우적대던 아우구스티누스가 놀이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들었다고 생각한 신비로운 음성, 그래서 그 삶의 나머지 여정을 송두리째 바꾼 그 음성(고백록)을 지금 우리 역시 들어야 한다.

"Tolle lege". "[책을] 집어 들고, 읽어라".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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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외무상, 북러관계·국제정치 협의 위해 러시아로 향해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10/29 [09:32]

   

▲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8일 러시아로 향했다. © 노동신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북러관계와 국제 정치 문제에 대한 협의를 위해 28일 러시아로 향했다.

 

김정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최선희 외무상을 배웅했다고 한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29일 이 소식을 전하며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은 2024년 6월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지도자들이 합의한 강화된 전략적 대화의 틀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체결된 새로운 기본 조약의 정신과 형식에 맞게 양국은 고위급 외교 수준에서뿐 아니라 외무부 담당 차관들과 산하 단위 책임자들 간에도 양국 관계 및 국제정치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협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체고라 대사는 최선희 동지가 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좋은 인상으로 돌아올 것을 축원했다”라고 덧붙였다.

 

▲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오른쪽)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최선희 외무상을 배웅하고 있다. © 주북 러시아 대사관

 

한편, 북러정보기술제품전시회 러시아 대표단이 28일 방북했다.

 

안드레이 자레닌 러시아 디지털개발·통신·대중매체부 차관이 이끈 대표단은 ‘북러정보기술제품전시회-2024’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한 정보산업성 일꾼들과 마체고라 대사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이들을 맞이했다.

 

▲ 북러정보기술제품전시회 러시아 대표단이 28일 방북했다. ©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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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참패로 한미일 공조 흔들릴 수도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4.10.29 07:32

  • 수정 2024.10.29 09:20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으며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중심에 있는 명태균씨는 연일 언론의 화두에 오르내리고 있다. 급기야 일본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15년 만에 과반을 놓치며 한미일 공조를 중심으로 하는 외교정책마저 흔들릴 수 있게 됐다.

이에 “선거 패배와 직결된 사안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불통과 연관됐다”(세계일보), “문제는 영부인 개입을 받아들이고 의존하는 대통령”(한국일보) 등 언론의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정치적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전쟁 위험 등을 감수할까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10월29일 동아일보 6면 갈무리

총선백서에서 찾기 힘든 윤석열·김건희… 정부여당은 갈등

국민의힘은 지난 28일 22대 총선백서를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 패배 원인에 ‘불안정한 당정관계’가 있다고 자평했다. 동아일보는 6면 <與, 276쪽 총선백서… ‘참패 원인’ 尹 직접 언급 없고 金여사 1회 거론> 보도에서 “(총선백서는) 대통령실발 총선 악재에 대해 당정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으로 서술한 것”이라며 “8가지 원인을 지적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친윤계와 친한계는 당정관계 문제를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은 총선백서를 놓고도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또 동아일보는 “김 여사 이름은 총선백서특위 설문조사 결과를 다룬 부분에만 1번 등장한다. 김 여사 디올백 문제에 대해 백서는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라고만 한 차례 언급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직접적으로 명기되지 않은 총선백서를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는 갈등을 벌였다. 한겨레는 5면 <총선 백서도 충돌… 친한 “용산 책임 적시” 친윤 “한 전략 부재”>에서 “백서 내용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가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면서 당내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며 “친한계는 ‘패배 원인이 용산에 있다는 게 백서의 전반적인 내용’이라고 했지만, 친윤계는 ‘상수였던 낮은 국정지지율을 반전할 당 지휘부의 전략이 없어졌다는 것’이라고 맞섰다”고 설명했다.

▲10월29일 세계일보 사설 갈무리

세계일보는 사설 <‘두루뭉술’ 與 총선백서, 200일 지나 ‘뒷북’으로 내놓다니>에서 “처절한 반성 없이 두루뭉술한 나열에 그쳐 실망스럽다”며 “선거 패배와 직결된 사안의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불통과 연관돼 있다. 그런데도 ‘당정 엇박자’ 문제로 묶은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당정 간 공약 엇박자, 이조심판론 전략 실패 등의 책임은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인 한동훈 대표에 있지만, 이 역시 당정의 책임으로 뭉뚱그렸다. 결국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굳이 백서가 아니더라도 여당이 선거에 패한 이유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도 고작 이런 백서를 내려고 7개월 가까이 1000여명이 참여하고 5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벌였다는 게 민망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해결 기미 안 보이는 김건희 리스크 “문제는 김건희 아닌 윤석열”

김건희 여사 문제 역시 윤석열 대통령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법으로 특별감찰관 선임을 제안했지만 난관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특별감찰관과 직접적 관련 없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했기 때문이다.

▲10월29일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이정은 동아일보 부국장은 칼럼 <北인권 문제까지 金 여사와 엮이게 해서야>에서 “대통령실이 최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과 연계시킨 것 또한 그다지 진정성 있는 조치로 보이지 않는다”며 “용산이 이를(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북한인권재단 이사 문제로 받아친 것은 이렇게라도 재단을 굴러가게 하겠다는 절박함이라기보다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다루게 될 특별감찰관 선임을 어렵게 만들려는 계산법이 앞섰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에 ‘김정은 금고지기’로 불린 북한 고위 관리 출신 이정호씨의 딸 이서현씨가 단수 추천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서현씨는 지난해 김건희 여사 방미 기간 중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인연을 맺었다. 이정은 부국장은 “수십 년간 활동해온 북한인권 전문가들을 밀어내고 30대 초반의 탈북민이 유력 후보로 검토된다니 ‘여사 라인’이 배경이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법도 하다”고 했다.

▲10월29일 한국일보 칼럼 갈무리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은 칼럼 <문제는 김 여사 아닌 윤 대통령이다>에서 “문제의 핵심은 선 넘는 영부인이 아니라, 그의 개입을 받아들이고 의존하는 대통령”이라며 “김 여사 혼자 사고를 쳤고 윤 대통령은 아내를 보호하는 순정남인 듯 말하는 건 우스운 왜곡이다. 배우자 처벌을 피하려 검찰, 감사원, 국민권익위, 방심위 등 국가기관을 흔들고 비튼 것이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이 정치적 궁지에서 벗어나려 다른 선택, 진짜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며 “대통령 주위를 둘러싼 군사모험주의와 정권의 위기를 외부로 돌리려는 오판이 결합해 전쟁 위험이 현실이 될까 공포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양권모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민심과 싸우려는 ‘김건희 남편’ 대통령>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이 민심을 격동시키고 있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0%에 턱걸이했다”며 “‘보수의 대주주’라고 하는 대구·경북에서도 30% 선이 무너졌다. 보수층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은) ‘김건희 의혹’에 대해 죄다 정치 공세, 왜곡된 여론으로 치부하고 거부권에 의지해 계속 덮고 가겠다는 심산”이라며 “실효성이 제한적인 특별감찰관이라도 없다면 비선 권력의 비위와 전횡을 사전에 제어할 길이 없어진다. 국정 개입을 넘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녕이 달린 문제까지 비선의 촉수가 번질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자민당 과반 확보 실패 “윤석열, 자민당 패배 성찰 계기 삼아라”

윤석열 대통령 외교정책의 한 축인 일본마저 대격변을 맞이했다. 자민당이 지난 27일 중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다. 자민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했는데, 이는 2009년 이래 15년 만의 일이다. 한국일보는 5면 <‘벼랑 끝’ 이시바, 과거사 결단 난망… 한일관계 ‘먹구름’>에서 “다음 달 개최 예정인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부터, 애초 기대했던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물론 12월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10월29일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자민당 패배를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파벌·부패와 경제로 심판받은 일본의 집권 자민당>에서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일본 자민당의 선거 참패를 성찰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며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이야 의회 해산을 통해 정국의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 추진만이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앙일보는 “친한파인 이시바 총리의 위기가 한·일 관계 악화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윤석열 정부의 과제”라며 “한국과 악연이 있는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이끄는 입헌민주당이나 지난달 자민당 경선에서 이시바에게 밀렸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약진할 경우 내년 수교 60주년인 한·일 관계가 녹록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日 선거 여당 참패 이후 대외 리스크에 적극 대응해야> 사설을 통해 “일본 여당의 선거 패배에 이어 내달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일) 3국 협력 관계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국민 통합이 중요한데 정부와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걱정이다. 내수는 바닥인데 여사 스캔들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는 최악이고 거대 야당은 대표 방탄에만 골몰한다”고 비판했다.

▲10월29일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이태원 참사 2주기 다가왔지만… “윤석열, 유가족에 사과 거부”

이태원 참사 2주기가 다가왔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있지만, 유가족이 만족할만한 진실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2주기에 성찰해야 할 것>에서 “이태원 참사는 국가재난안전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만나 사과하고 위로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의 면담 요구를 한사코 거부했고,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는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불참했다… 윤 대통령이 참사 뒤 보인 불통·무공감·무책임은 실패한 국정운영의 열쇳말이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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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소통·공감·책임은 바람직한 정치적 태도이기에 앞서 인간적 도리”라며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윤 대통령이 국민 정서에 얼마나 공감하고 소통했는지 통렬하게 성찰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태원 참사’ 2년 넘게 방치하는 감사원의 직무유기> 사설에서 “감사원의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가 착수한 지 1년이 다 됐는데도 아무런 진척이 없다고 한다”며 “감사원이 현 정권에 불리한 감사는 어떻게 해서든지 피하려고 애쓰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태원 참사가 현 정부에 부담을 주는 사건이기에 감사원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면서 “국민과 공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공직자가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한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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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세수 펑크에 또, 기금·교부세로 돌려막기 한다는 정부

기금 축소 여파로 외환시장 대응·공공주택 지원 축소 우려…지방정부 책임 전가 논란 반복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28. ⓒ최상목
정부가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와 같이 기금을 헐어 결손분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기금 고유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교부세를 삭감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부가 2년 연속 교부세를 깎아, 지방정부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9월 세수 결손을 공식화했다.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 7천억원으로, 당초 예산 367조 3천억보다 29조 6천억원(8.1%)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에는 56조 4천억원의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정부는 올해 각종 기금에서 돈을 끌어와 세수 결손을 메우는 데 쓸 계획이다. 지방정부와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깎는다. 당초 잡은 예산을 일부 불용 처리해 세수 결손을 충당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외평기금·주택기금 헐어 결손 충당금 마련…기금 고유 목적 훼손 지적

기금에서는 14조~16조원을 끌어다 쓴다.

외국환평형기금이 4조~6조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외평기금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이고, 환율이 내리면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인다.

정부는 지난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외평기금 20조원을 투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세수 결손 대응 방안으로 외평기금 활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으나, 한 달 만에 뒤집었다.

정부는 외환시장 대응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외평기금을 축소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결산 기준 외평기금 자산 규모는 272조원이다.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외평기금을 헐어 쓰면 외환 시장 대응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많이 올랐다”며 “미국 대선도 있고 한국 경제 지표도 안 좋기 때문에 오히려 외평기금을 여유 있게 확보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여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은 만큼 그간 상대적으로 많은 외평기금을 확보해 위험 대비하고 있었다”며 “갑자기 외평기금이 너무 크다며 헐겠다는 건 정부 재정 운영 실패를 가리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평기금 유동자산 규모는 2022년 111조원에서 지난해 94조 7천억원으로 급감했다. 세수 결손 대응을 위해 외평기금을 헐어 쓴 영향이다. 올해도 외평기금을 축소하면, 유동자산 규모는 64조원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소는 “외평기금 자금 출입은 외환 정책 차원에서 수행돼야 할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가 외환 정책과 상관없이 세수 결손을 메우고자 외평기금 자산이 감소한다는 시그널을 준다면 이는 외환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외평기금뿐 아니라 주택도시기금에서도 2조~3조원을 끌어올 계획이다. 주택기금은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대출이자 수입 등으로 자금을 조성해, 임대·분양주택 건설과 주택 구입·전세 지원에 활용한다.

주택기금 축소로, 서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주택 건설·금융 지원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기재위의 종합감사에서 최 부총리를 향해 “올해 2조~3조원의 주택도시기금을 (세수 결손 대응에) 활용하겠다는 건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축소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전문가들도 주택기금 활용 방안에 비판적이다.

우 교수는 “시기에 따라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여건이 좋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럴 때는 자금을 잘 운용해서 차후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이상이 없도록 적립해 놓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금에 돈이 남는다고 세수 결손 충당하는 데 쓸 거면 기금을 운용하지 않고 예산 사업만 해야 한다”며 “후진적인 정책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중계주공1단지. ⓒ민중의소리
반복되는 지방정부 책임 전가에 지자체 재정 위축 우려

세수 결손을 지방정부에 전가하는 행태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각각 2조 2천억원, 4조 3천억원, 총 6조 5천억원을 삭감할 계획이다. 당초 교부세와 교부금 예산은 총 9조 7천억원이었다.

교부세와 교부금은 국세수입을 재원으로 한다. 정부는 세수가 줄었으니, 교부세와 교부금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임의적인 교부세 삭감은 위헌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교부세를 약 7조 2천억원 삭감했는데, 이에 반발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지방정부 자치권·재정권과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교부세를 삭감하려면 추가경정예산을 제출해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연속 교부세 삭감으로 지방정부 재정 여력은 더욱 위축될 우려가 크다.

김현동 교수는 “지자체는 정부가 주기로 한 교부세를 고려해 예산을 짜는데, 갑자기 정부가 예정된 금액을 보내지 않으면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교부세 삭감을 강행하면 지자체로서는 대응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세수 결손을 해소할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수 결손의 원인이 된 감세 정책을 손봐야 하는데, 정부는 편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통상적인 오차 범위 내에서의 변동이라면 기금을 활용해도 큰 무리가 없겠지만, 지난해와 올해처럼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상황에서 기금을 끌어 쓰는 건 적절치 않다”며 “비정상적인 규모의 세수 결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세 정책을 되돌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역대급 세수 결손이 났을 때 전문가들이 증세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나, 정부는 이를 무시하면서 올해 다시 예측가능한 세수 결손을 야기했다”며 “증세라는 정공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기금 돌려막기 등 편법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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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송환 기다리던 장기수 박희성 선생 별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10/29 09:54
  • 수정일
    2024/10/29 09:5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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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  편집국
  •  
  •  승인 2024.10.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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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송환을 기다리던 장기수 박희성 선생이 27일 향년 90세의 일기로 끝내 운명했다. 오후 6시경 낙성대 소재 ‘만남의 집’에서 같이 생활하시던 장기수 양희철 선생이 저녁식사로 죽을 끓여 고인의 침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가 숨을 거둔 고인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고, 서울에 있는 (양)딸과 양심수 후원회 성원들이 도착해 임종을 확인했다. 사인은 백혈병 합병증으로 인한 부정맥.

전날 딸이 해준 밥으로 점심과 저녁을 기분 좋게 드셨고 같이 손잡고 북녘 구경 간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고인의 일대기는 민병래 작가의 도움으로 2020년 11월 본지에 게재했다.

☞기사 보기 ‘2016년 여름 어느 날, 길고 길었던 박희성의 하루’

1935년 평안북도 박천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시 16세의 나이로 인민군에 자원입대해 양구전투와 원산전투에 투입됐으며, 1952년(당시 18세) 조선로동당에 화선(火線) 입당했다.

1953년 최현 군단장 산하 원산 재상륙방어전에 투입됐으며, 7월 27일 정전협정 후 흥남군관학교 입교했다가 1957년 제대 후 귀향했다. 이후 당선전부에서 영화 이동영사기사로 일했다.

1962년 6월 1일 공작선 기관사로 대남침투공작 중 화성에서 체포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7년 간 복역했다. 1988년 12월 21일 장기수 양원진, 강담 선생 등과 함께 광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이후 생계를 위해 막노동을 전전했다.

 

2000년 9월 2일 63명의 장기수 1차 송환 후 2001년에 2차 송환을 신청해 북송을 기다려 왔다.

고인은 스물여덟 살에 남파됐을 때 갓 돌을 넘긴 아들이 있었다. 북에 가서 아들을 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소식하며 술은 입에 대지 않았고, 매일 운동했다. 특히 86살까지 6.15산악회와 함께 산행 하며 건강을 다졌다.

고인은 최근 급격히 기력이 떨어지고 외출 후에는 입술이 타는 등 식사를 제대로 못해왔다.

빈소는 서울 을지로 소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특실 207호에 마련됐다. 29일 오후 고인을 기리는 추모의 밤이 예정돼 있으며, 발인은 30일이다.

박희성 선생의 운명으로 한때 33명이었던 2차 송환 희망자는 현재 낙성대에 기거하는 양원진(96), 김영식(92), 양희철(91), 그리고 부산에 박수분(95), 대전에 이광근(80) 등 5명만 남았다.

아래는 기사 발췌본이다.

2016년 여름 어느 날, 길고 길었던 박희성의 하루

2000년 10월, 비전향장기수 1차 송환에서 제외된 그는 2차 송환을 손꼽아 기다렸다. 2016년 여름이 되었으니 벌써 15년이 넘게 기다린 세월이다.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귀환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팔십이 넘고 2차 송환은 기약이 없으니 죽기 전에 가족들 얼굴이라도 한 번 보는 게 소원이 되었다. 그래서 개별 상봉을 신청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광주교도소에서 출소, 교도소가 본적지가 되었다

박희성의 본적지는 광주시 북구 문흥동 88-1번지, 지금은 이전했지만 과거 광주교도소가 있던 자리다. 박희성은 이곳에서 만 27년을 복역하고 88년 12월 22일, 강담(2020년 8월 21일 작고)과 같이 출소했다. 그래서 광주교도소가 본적지가 되었고 출소하는 날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다음 일곱 자리 중 여섯 자리가 특별한 번호를 부여받았다.

 

잊을 수 없는 남양만에서의 전투

평양과는 오전 8시, 10시, 오후 2시 30분, 4시 30분, 6시 30분. 이렇게 다섯 차례 무전을 주고 받았다. 마지막 교신이었던 오후 6시 30분, 그대로 작전을 진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박희성이 탄 배는 국화도에서 서서히 움직였다. 멀리 행담도 쪽에서 민가의 불빛이 별빛처럼 가물거렸다. 남양만 깊이 들어가 평택방면으로 안내원을 내려주는 것이 그날의 임무였다. 전조등 없이 항해를 하려니 까막눈 신세였다. 평소 같으면 고깃배들이 한참 조업 중일 텐데 이날은 거의 볼 수가 없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한발 한발 들어갔다.

 

최현 2군단, 원산 배치

박희성은 52년 말 최현이 군단장인 2군단으로 옮겨져 13사단에 배속되었다. 그리고 원산방어작전에 투입되었다. 당시 원산이나 남포에 ‘인천상륙’같은 작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첩보가 있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2사단은 안변, 27사단은 마식령, 13사단은 원산을 바라보는 내륙 안쪽에 배치되었다. 박희성은 낮에는 깊은 토굴 속에서 은신했다. 찐쌀을 보급 받아 이를 물에 불려서 먹었다. 우려했던 상륙작전은 없었고 이렇게 대치상태를 보내다가 휴전을 맞았다.

 

화선 입당, 당원번호 0466171

박희성은 화선 입당을 했다. 전선에서 불꽃이 튀는 가운데 입당했다는 말이다. 51년 양구군에서 공방전을 벌일 때 군공메달을 받았고 52년 원산방어작전 때 전사영예훈장 2급을 받은 게 높이 평가되어 군대정치부 중대장(세포위원장)의 보증으로 입당했다. 52년 5월 24일 생일을 두 달 넘겨 가입했고 당원 번호는 0466171였다. 사단에 가서 당원증을 받았는데 물에 젖을까봐 기름종이에 싸서 품에 보관했다.

 

영화감독이 꿈이었습니다

57년에 제대한 그는 다시 구성으로 돌아갔다. 군당에서는 두 가지 직업을 권했다. 하나는 군의 경력을 살려 트럭운전수를 하는 일과, 다른 한 가지는 극장의 상영기사였다. 박희성은 운전이 군에서 오랫동안 해온 일이어서 내키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그는 선뜻 촬영기사를 택했다.

고 박희성 선생 약력

-1935년 3월 24일 평안북도 박천군 출생

-1948년 구성군 관서국민학교 졸업, 관서중학교 입학

-1950년 조선인민군 자원입대, 길림에서 훈련, 양구/원산 전투 투입

-1952년 군공메달과 전사영예훈장, 화선입당

-1953년 최현 2군단장 산하 원산 재상륙방어전 투입, 정전 이후 흥남군관학교 입교

-1957년 제대 후 귀향, 트럭 운전, 선전부 영화 이동영사기사

-1959년 당 연락사업 소환, 해주 해상공작임무, 결혼 후 1961년 득남(동철)

-1962년 6월 1일 공작선 기관사로 대남침투공작 중 화성에서 피체

-1988년 12월 21일 양원진, 강담 선생 등과 광주교도소 출소, 막노동 전전

-2000년 9월 63명 장기수 1차 송환 후 2001년 2차 송환 신청(33명)

-2024년 10월 27일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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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지 못한 용산 이전...이태원 재판 2년, 밝힌 것과 밝혀야 할 것

[참사 2주기 기획] 관련자 무죄에도 '국가 책임' 언급한 판결문... 그날의 재구성과 책임자들

24.10.29 07:06l최종 업데이트 24.10.29 07:06l
 
이태원 참사 관련 모든 형사재판을 꼼꼼히 기록한 <오마이뉴스>가 참사 2주기를 맞아 그 동안 밝혀진 것, 재판의 한계, 그리고 앞으로 밝혀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말]
눈물 보이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자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무려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가 2주기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시민들에게 단 한 번도 참사가 왜 발생했고,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책임 있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야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치를 수용했고, 지난 9월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특조위는 이제 막 준비단계에 와있다.

행정부의 설명이 빈칸으로 남아있는 동안, 그나마 법정에서 사실의 조각들이 공적으로 발화되고 기록돼 왔다. 특히 최근 2주기를 앞두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재판의 1심 결과들이 연이어 나왔다. ①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서울경찰청 관계자 3명 ②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 ③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 3명 중 업무상과실치사 유죄가 선고된 것은 일선 경찰인 용산경찰서 관계자들뿐(9월 30일)이었다.

1심 법원은 경찰 '윗선'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선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10월 1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선 인파사고를 막을 법적 '의무'와 '권한'이 없었다는 이유(9월 30일)로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법률지원TF 단장을 맡고 있는 오민애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의무를 따짐에 있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159명 사망해도 정치적·도의적 책임 외면한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0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압사사고 현장을 찾아 소방과 경찰의 설명을 들으며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무죄'가 곧 면죄부는 아니다. 처벌을 목적으로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는 형사재판은, 그 본질상 좁은 범위의 개별 행위들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만을 핀셋처럼 집어 판단할 뿐이다.

유·무죄 여부와 상관없이, 지난 2년 가까이 진행돼 온 이태원 참사 공판에서는 참사 당일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는 진실의 편린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졌다. 1심 재판들에 따르면, 시민들은 그날 분명 참사 발생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4시간 전부터 11번이나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반응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심지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을 정확히 지목하며 '여기서 압사당할 것 같다'고 하거나, 인파 관리를 해 달라며 구체적으로 일방통행 통제를 요청하기까지 했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참사 3일 전 작성됐다가 삭제된 경찰 보고서를 보면, 경찰은 이태원 중에서도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구간'에 인파가 몰릴 위험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아직은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지만, '경찰과 용산구 모두 그날 참사 현장에서 불과 1400미터 떨어진 용산 대통령실 앞 반정부 시위 관리에만 매몰돼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재판 내내 제기됐다. 참사 당일 대통령실 앞 시위에는 67개 경찰관 경비기동대와 용산경찰서에서만 20명의 정보경찰들이 배치됐다. 반면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3년 만에 처음 핼러윈을 맞은 이태원에는 경비기동대도 0명, 정보경찰도 0명이었다. 이를 두고 법원은 판결문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비정상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각 기관 수뇌부의 행적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그날 오후 8시 33분 용산 대통령실 앞 시위가 종료되자,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곧장 퇴근했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오후 9시 24~46분 사이 식사를 한 뒤, 관용차 안에서만 무려 1시간 넘게 머물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집회 마무리 뒤인 오후 8시 59분 핼러윈 관련 민원에 대응하고 있던 구청 직원들을 시켜 용산 대통령실 인근 벽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떼라고 요구했다. 그 전단지에는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이 쓰여있었다. 그 사이 시민들의 신고는 빗발쳤고, 이태원 참사는 오후 10시 16분 발생했다.

경찰·용산구와 달리 기소되지 않은 소방, 보건당국은 물론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서울시 등의 잘잘못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오민애 변호사는 "지금까진 경찰과 지자체에 대해서만 재판이 진행됐을 뿐, 소방이나 전체적인 행정 체계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조차 되지 않았다"라며 "수사나 재판처럼 개별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에 귀속되지 않고, 전체적인 사실관계와 맥락을 정리할 수 있는 건 특조위 같은 조사기구뿐"이라고 강조했다.

한계 지닌 재판, 그럼에도 가리키는 것

이런 한계에도, 1심 재판들이 적어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는 것이 있다. 이태원 참사에 국가의 책임이 있었다는 점이다. 일선 경찰에 한정되긴 했지만, 법원은 공직자의 업무상과실치사를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에 무죄를 내리면서도, 판결문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경찰을 포함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권한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다수의 생명을 앗아간 여러 참사를 겪었던 이상, 좀 더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안전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국민의 일반적인 기대이고, 특히 이 사건 당일에는 사고 발생 이전부터 압사의 위험성 등을 알리는 112신고가 계속 접수되었으므로 적어도 그 이후에는 안전관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시민들의 구체적인 기대와 신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고 발생 결과를 보면 여전히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보면, 아쉬움을 넘어 실망감과 함께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이러한 측면에서 피고인들을 포함한 관련 기관 책임자들에 대한 도의적, 정치적, 법적 책임 유무를 분명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사건 사고 유가족들이나 생존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황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치유가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별적인 형사책임 성립여부를 따지는 것"과 별개로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지적과 현실은 간극이 크다. 무죄로 법적 책임을 피해 간 이들은 애초에 마땅히 짊어졌어야 할 정치적·도의적 책임마저 저버린 채 법정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유가족·시민들이 1심 결과에 절규하고 분노한 건 단순히 '무죄'여서가 아니라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실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최장수 청장' 타이틀까지 쥐고 지난 1월에야 퇴임했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여전히 현역 구청장이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지난 8월 경찰청장 2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환하게 웃으며 퇴임식까지 치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현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 직후 이상민 장관의 어깨를 토닥거리기까지 했다. 2주기가 되도록, 159명이 희생된 참사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진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2년 11월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하기 도착하고 있다. 차에서 내린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 번 툭툭치고 있다.
오민애 변호사는 "참사 초기 책임자들이 정치적 책임을 통감하고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우리 사회가 오로지 좁은 구성요건의 형사 책임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됐을 것이고, 이렇게까지 참사 대응의 많은 것들이 꼬이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유예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기억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은 현재로선 기록을 남기는 일뿐이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그간 1심 재판들에서 확인된 그날의 조각들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했다. 파편적인 형사재판의 증거들만으로 전체를 조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향후 이뤄질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의 단서는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특조위가 공적 조사를 통해 채워갈 몫이기도 하다.

아래에 1심 재판들을 토대로 한 ① 참사 전 ② 참사 직전 ③ 참사 직후 상황을 정리했다.

[그날의 재구성 ① - 참사 전]

2022.10.4
용산경찰서는 <가을축제 행사 안전관리실태 및 사고위험요인> 보고서를 작성했다. 사고 위험이 있다고 본 축제 중 '핼러윈데이'도 포함돼 있었다.

2022.10.7
- 용산경찰서는 상급기관인 서울경찰청 지시로 작성한 <핼러윈데이를 앞둔 온오프 치안부담요인> 보고서를 서울경찰청에 회신했다. 보고서엔 "코로나19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3년 만에 정상 재개되어 참가 인원도 코로나19 이전으로 회귀될 것으로 예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 용산경찰서는 <핼러윈, 경찰제복으로 파티 참석 등 불법 우려> 보고서 작성.

2022.10.14
서울경찰청 정보부는 <핼러윈데이(10.31)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 요인> 보고서 작성했다.

2022.10.17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주간회의에서 "10월 31일은 핼러윈데이로 올해는 3년 만에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이태원·홍대·강남 등을 중심으로 핼러윈데이에 많은 인파가 운집할 것이 예상된다. 해당 관서·부서에서는 성범죄·마약 등 범죄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한 촘촘한 사전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고 지시했다.

2022.10.24
-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는 김광호 청장에게 <핼러윈 축제 관련 관광경찰대 특별현장 활동 계획> 보고했다.
- 김 청장은 주간회의에서 용산경찰서 등에 핼러윈데이 관련 점검과 대비를 지시했다.

2022.10.26
- 용산경찰서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2022년도 핼러윈데이에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해밀톤 호텔 구간의 많은 인파를 예측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해밀톤 호텔 골목은 실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장소로, 위험 장소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2022.10.27
-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은 김광호 청장에게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을 보고 받았다.
-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과는 김광호 청장에게 <2022 핼러윈데이 교통관리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날의 재구성 ② - 참사 직전]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2022.10.29

- 낮 12시 2분 :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용산 대통령실 앞 시위 관리를 위해 서울경찰청으로 출근했다.

- 오후 6시 :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3년 만에 맞는 핼러윈으로, 예상대로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리고 있었다. 법원은 "18:00~22:00 사이 이태원역 승차인원은 1만 9996명이었고 하차인원은 4만 3571명이었다. 이날 전체 승차인원은 4만 8558명, 하차인원은 8만 1573명이었는데, 이는 전주 토요일보다 폭증한 것이었다. 전주 토요일의 승차인원은 2만 3839명, 하차인원은 1만 8322명이었다"고 했다. 서울시의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 인원은 오후 7시에 4만 4172명, 오후 8시에 5만 1529명, 오후 9시에 5만 5935명, 오후 10시에 5만 7339명이었다.

오후 6시 34분 : ①첫 번째 112 신고. 이태원 참사 장소인 해밀톤 호텔 골목에 "인파가 너무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신고한 시민은 "통제 좀 해 달라"고 했지만, 경찰의 인파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후 7시 5분 :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은 무전을 통해 "교통순찰자, 교통경찰관들이 배치되지 않았으면, 경찰관들 한 4명 정도 해밀톤 호텔 앞쪽으로 배치해서 인파가 차도로 나오는 것 전부 다 인파들 위로, 차도 쪽 인도 쪽 인도로 올려 보내세요"라고 지시했다. 이때 이미 인도에는 사람이 가득 차 차도 쪽으로 밀려나오고 있었다는 얘기다. 송 실장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차도로 나오는 인파들을 인도 위로 올려 보내라는 지시를 하는데, 오후 9시 26분에도 무전을 통해 "교통근무자들 추가 지원돼서 이태원 파출소 맞은편 쪽에 2개 차로 확보했어요. 차도에 나와있는 인파들 지속적으로 인도 쪽으로 올리고 있습니다"고 했다.

법원은 송 실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이같은 지시가 이태원 참사 현장 일대의 군중밀집을 가중시켰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안일한 상황 판단으로 차도로 쏟아져 나오는 보행자들을 인도로 밀어 올리라는 지시를 함으로써 경사진 좁은 골목길에 밀집된 군중의 출구가 봉쇄되어 이태원 일대의 군중 밀집도를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인파가 넘쳐 차도까지 침범하기 시작했다면, 차량을 통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안전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그릇된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태원 참사 2주 전인 2022년 10월 15~16일 열린 이태원 지구촌축제 때에는, 이태원 일대 4~5차선 차도를 통제해 인파가 차도 위까지 교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로써 인파는 비좁은 인도에서 벗어나 분산될 수 있었고, 안전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 오후 7시 30분 : 용산구청 직원은 '소음 순찰 실시 특이사항 없으나, 주변 인파 많음' 이라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인파가 밀집돼 있는 사진을 구청 동료 카톡방에 올렸다. 이 시각 용산구청 당직실에서 근무하는 숙직근무자들이 민원 처리를 위해 일대를 순찰하면서 '평소에 비해 훨씬 많은 인파가 모여있어 이동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한 상황'을 목격했고, 해밀톤 호텔 주변에 인파가 많아 순찰하지 못 하고 돌아왔다는 용산구청 직원의 진술도 있었다. 용산구청 당직실에 숙직을 서던 용산구청 직원은 총 8명이었다.

- 오후 8시 : 이 시각 순찰을 돌던 용산구청 직원은 "불안감이 많이 느껴졌던 건 사실이지만, 이번과 같은 큰 사고가 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오후 8시 9분 : ②두 번째 112 신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체가 돼서,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났다", "어떻게 해주셔야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의 조치는 없었다.

- 오후 8시 33분 : ③세 번째 112 신고.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을 지칭하며 "사람들이 인파가 너무 많이 몰려", "길바닥에 쓰러지고 사고 날 것 같다", "통제가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의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후 8시 33분은 용산 대통령실 앞 반정부 집회 관리를 마친 김광호 청장이 상황을 마무리하겠다는 '치하종시' 무전을 한 시각이기도 하다. 이때까지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불과 1400미터 떨어진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인근에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에는 경찰 경비기동대 67개 부대가 배치됐다. 하지만 3년만의 '노마스크' 핼러윈 축제가 예정돼 있던 이태원 주변엔 단 하나의 경비기동대도 배치되지 않았다. 경비기동대는 혼잡 경비를 전문으로 하는 경력이다.

검찰은 김 청장의 경비기동대 배치에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불특정 다수의 인파가 운집할 예정이라는 사실만으로 경찰이 구체적으로 대응하여야 할 치안의 수요의 내용이 무엇인지 사전에 분명히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김 청장이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구체적인 위험성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봤다.

김 청장은 집회 관리를 끝낸 뒤 오후 8시 39분경 곧바로 퇴근했다. 67개 경비기동대는 해산됐다. 이는 그날 서울경찰의 시선이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 관리에 쏠려있었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검찰은 김 청장이 반정부 집회가 끝난 이후라도 대통령실 앞에 몰려있던 경비 경력을 모두 해산해 버리지 않고 이태원에 재배치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선에서 특별한 요청이 없었던 이상, 김 장이 그 필요성을 인식할 수 없었다는 이유였다.

 
이태원참사 부실대응 혐의' 김광호 전 청장 1심 무죄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오후 8시 53분 : ④네 번째 112 신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하고 있어요 거의"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의 조처는 없었다.

- 오후 8시 59분 :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구청 직원 카톡방에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으로 가 '전단지를 수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해당 전단지의 한 면에는 '윤석열 퇴진', 한 면에는 '김건희 특검'이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이에 용산구청 당직실 당직사령은 실제 전쟁기념관 담벼락에 붙은 시위 전단지를 떼러 갔다. 이 당직사령은 앞서 오후 8시 40분경 '차도와 인도에 차량과 사람이 많아 복잡하다'는 민원 전화를 받고 오후 9시께 출동 준비 중이었다.

검찰은 이 부분이 박 구청장의 업무상 과실이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박 구청장의 전단지 수거 지시 자체는 사실관계로 인정하면서도, "용산구청 당직근무자 중 일부가 전단지 제거 작업을 수행하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이 어떻게 방지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면서 검찰의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오후 9시 4분에도 민주당 지역 정치인이 걸어 놓은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카톡도 보냈다. 이에 용산구청 직원은 곧장 "민주당 현수막은 전부 새벽에 제거 예정입니다! 시위 피켓은 당직실 통해서 바로 제거토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 오후 9시 : ⑤다섯 번째 112 신고. "여기 사람들 인파들 너무 많아서 지금 대형 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다 밀려 가지고요. 여기 와서 통제하셔야 할 거 같은데요." 경찰의 조치는 없었다. 이 시각 순찰을 돌던 용산구청 직원은 "이태원역 1, 2번 출구 앞 인도는 보행자들로 인해 가득 차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 오후 9시 2분 : ⑥여섯 번째 112 신고.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거리에서 "지금 인파가 너무 많아서", "길에서 다 떠밀리고 있다. 이러다가 진짜 사고 날 것 같아요", "여기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라는 신고였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 오후 9시 5분 : 이임재 용산서장이 대통령실 앞 집회 관리를 종료한다는 의미의 '치하종시' 무전을 했다. 법원은 이 시각 이후 이 서장이 "관용차에 비치된 무전기를 통해 112 자서망을 청취할 수 있었는데, 오후 9시 10분부터 112 자서망에는 '사람이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의 무전이 지속적으로 송출되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특히 오후 9시 40분부터 오후 11시까지는 관용차에 설치된 112 자서망을 제외한 다른 무전망에서 아무런 무전이 송출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은 위 112 자서망의 무전을 충분히 청취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 오후 9시 7분 : ⑦일곱 번째 112 신고. "여기 지금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거든요", "일방통행 할 수 있게 통제 좀 부탁 드릴게요". 시민이 구체적으로 '일방통행' 통제로 인파 관리를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 오후 9시 10분 : ⑧여덟 번째 112 신고. "지금 여기 다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아요." 경찰은 반응하지 않았다.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 이송을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오후 9시 24분 : 대통령실 앞 집회 관리를 마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오후 9시 46분까지 용산경찰서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 뒤 오후 9시 47분, 이 서장은 관용차에 타 이태원 파출소로 이동하기 시작했지만, 오후 9시 57분, 극심한 교통 혼잡으로 차량 진입이 안 됐다. 이에 이 서장은 부하인 송병주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 전화해 특이사항을 물었는데, 송 실장은 '관내 특별 상황이 없다'고 보고했다.

이후 이 서장은 이태원 파출소까지 도보로 700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까지 와 놓고도, 꽉 막힌 도로에서 계속 관용차에 머물러 실제 도착하는 데 무려 1시간 18분이나 소비했다. 이 서장은 오후 10시 55분에야 차량에서 하차했고, 오후 11시 5분에야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다.

- 오후 9시 51분 : ⑨아홉 번째 112 신고.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바로 그 지점을 가리키며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원 통제 좀 나와서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면 빨리 나오실 수 있을까요", "지금 되게 위험한 상황인 거 같거든요", "인원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역시 통제에 나서지 않았다.

- 오후 10시 : ⑩열 번째 112 신고. "막 골목에서 내려오기가, 압사 당할 것 같다", "통제 좀 해주세요."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 오후 10시 11분 : ⑪열한 번째 112 신고.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라며 비명소리까지 크게 들렸다. 이미 11건의 신고가 있었지만 이땐 이미 상황을 돌리기엔 늦은 상황이었다. 11건 신고 중 코드0이 1건, 코드1이 7건, 코드2가 3건이었다. 서울 지역에서 이뤄지는 112 신고는 서울경찰청에 먼저 접수된 뒤 관할 경찰서로 내려가는 구조다.

다만 법원은 "2022.10.29 오후 6시 30분경부터 다음날 오전 9시경까지 접수된 112 신고 건수는 코드0의 경우 133건, 코드1의 경우 2666건이었고, 이에 비춰 보면 코드 1 이하의 112 신고 접수 또한 상당히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근무한 (서울경찰청의) 접수반원은 25명 정도로, 각각 적게는 150건, 많게는 300건가량의 신고를 처리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짚었다. 인력 부족 구조를 언급한 것이다.

법원은 그러면서 "이 사건 사고 전 신고는 주로 오후 9시경을 전후해 수분 간격으로 접수된 경향을 보이긴 하나, 당일 이 일대에 112 신고가 급증하였기에 신고 장소를 점으로 찍어서 보여주는 112 시스템의 '폴맵' 기능만으로는 특정 장소에 동일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12 시스템상 한계를 지적한 셈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존 시스템에서는 동일한 사람이 여러 번 반복 신고하는 것은 감지할 수 있었지만, 여러 명이 같은 장소에서 동일 내용을 반복 신고한 것은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라며 "이태원 참사 이후 거리 기반 반복 신고 감지 시스템이 생겨, 1시간 이내에 반경 50미터 안에서 3건 이상 112신고가 접수되면 이를 인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날의 재구성 ③ - 참사 직후]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위 골목이 압사사고가 발생한 현장.
오후 10시 16분 : 이태원 참사 발생. 법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오후 9시경부터 이 사건 사고 장소의 상부에 위치한 T자형 교차로의 양방향에서 몰려든 수많은 인파의 정체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던 중, 오후 10시 13분경 군중 밀집도가 점증하여 액체처럼 유동화되어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움직일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T자형 교차로 상부에 고착돼 있던 사람들이 군중 내의 파동으로 마치 파도처럼 이태원역 방면으로 이동하다가 이 사건 사고 장소 쪽으로 떠밀려 내려갔고, 그 과정에서 오후 10시 16분경 일부 군중이 이 사건 사고 장소 내 폭이 가장 좁은 지점 부근에서 전도되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도 T자형 교차로 양방향의 인파가 사고 지점 방향으로 계속 유입되면서 피해자들의 신체의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사람들의 신체에 눌리고 전도되는 등으로 압착되었다."
- 오후 10시 18분 : 이태원역 1번 출구 사고 장소 부근에 경찰관 3명 도착. 오후 10시 24분까지 경찰관 10명이 추가로 도착했고, 오후 10시 27분경 이 사건 사고 장소로 진입해 피해자 구조 활동 시작했다.

- 오후 10시 20분 : 소방에서 신고를 접수한 후, 이 사건 사고 장소에 출동함에 따라 오후 10시20분경 서울시로부터 용산구청 측에 '신고 일시 22:15 골목에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있어 다칠 것 같다, 질서유지 및 통제 요청 / 부상자도 있다 함'과 같은 내용의 자동 상황 전파 메시지가 발송됐다. 이 메시지는 소방 출동에 따라 자동으로 발송된다고 한다.

- 오후 10시 29분 :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도로에 119 차량 도착. 119 구조대는 해밀톤 호텔 뒤쪽을 지나 오후 10시 37분 사고 장소로 진입해 구조 활동 시작. 오후 10시 39분경부터는 의식 없는 피해자들에 대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용산구청 당직근무자 중 1명은 이 시각 "용산소방서 측으로부터 '인파가 너무 많아 사람들이 압사당하겠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이 시각 부하에게 전화해 '차량이 왜 이렇게 막히냐, 교통근무자 어디에 배치됐는지 확인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데 그쳤다.

- 오후 10시 31분 : 이태원 파출소장, 사고 현장 도착.

- 오후 10시 32분 : 이임재 서장, 부하인 송병주 용산서 112상황실장으로부터 '사람들이 넘어져 있어서 빼내야 한다고 이태원 파출소장이 지원 요청을 했다.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인데도 이 서장은 송 실장에게 '차가 왜 이렇게 막히냐'고 물었다.

- 오후 10시 36분 : 이 서장, 용산서 무전부관에게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계속 들어온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서장은 이때서야 "조금 전 이태원 파출소 직원 지원사항, 가용경력 형사부터 해갖고 여타 교통경찰까지 해 가지고 일단 보내세요. 모두 보내세요"라고 처음으로 무전 지시를 했다.
- 오후 10시 43분 : 소방대응 1단계 발령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오후 10시 51분 :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상인연합회 관계자로부터 참사 발생에 대한 연락을 받고, 자택을 출발해 오후 10시 59분 이 사건 사고 장소에 도착했다. 박 구청장 집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불과 300미터 정도 떨어져, 도보로 5분 거리다. 박 구청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고향인 경남 의령을 방문했다가 오후 8시 22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 귀가한 상태였다.

- 오후 10시 53분 : 행정안전부는 소방청을 통해 이 사건 사고 발생 상황을 접수한 후, 오후 10시 53분경 서울시와 용산구를 상대로 상황전파 메시지를 발송했다.

- 오후 10시 56분 : 소방청은 경찰청에 '경찰 인력 투입해 차량 통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 오후 10시 59분 : 서울 소방재난본부는 서울경찰청에 사고 발생을 통지했다. 야간 근무 순번이었던 정대경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상황팀장이 이때 처음 참사 사실을 인지했지만,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상관으로 보고는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청장이 처음 참사 사실을 안 것은 오후 11시 36분이다.

오후 11시 1분 :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사망자 중 한 명이 119에 신고한 시각이다. 사망자 본인이 직접 신고한 시각 중 가장 최후의 시각이다. 적어도 이때까진 살릴 수 있는 희생자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앞서 오후 10시 42분에 119에 신고한 시민 역시 끝내 사망했다. 법원은 이렇게 언급했다.
"한편, 이 사건 피해자들 중에는 이사건 사고 발생 후인 오후 10시 42분경에 119 신고한 사망자와 오후 11시 1분경 119 신고한 사망자가 확인되는 바, (이임재 용산서장 등)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여 구조 및 구조지원 활동을 했다면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사망하지 않거나 상해를 입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오후 11시 1분은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참사 발생 사실을 보고받은 시점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힌 시각이기도 하다.

- 오후 11시 8분 : 용산소방서장이 지휘권 발동을 선언하고 소방 측의 지휘에 따라 구조가 진행됐다.
- 오후 11시 9분 : 용산경찰서는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를 요청하라고 무전했다.

- 오후 11시 13분 : 소방대응 2단계 발령.
- 오후 11시 16분 :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서울경찰청에 현장통제를 요청했다. 이임재용산서장은 용산서에 기동대 배치를 지시했고, 오후 11시 41분이 돼서야 용산서 기동대 가용경력 45명이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 오후 11시 22분 : 군중의 눌림과 끼임 상태가 해소돼, 사상자들에 대한 심폐소생술 실시 등 구조와 함께 환자 및 시신의 이송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 오후 11시 23분 :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경찰이나 소방 등 유관기관이 아닌 용산구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자 통일부 장관이었던 권영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다.

- 오후 11시 31분 : 이임재 서장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고, 오후 11시 36분에 통화가 연결돼 '30명이 CPR 중'이라고 보고했다. 김 청장은 이로써 오후 11시 36분에야 처음 참사 사실을 인지했다. 김 청장은 오후 11시 44분경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등 가용부대의 급파 지시를 내린다.

- 오후 11시 39분 : 류미진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이 부하로부터 보고를 받아 처음 참사 사실을 인지했다.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은 휴일 당직근무 개념으로, 당일 서울경찰청장을 대신해 서울 지역 112 치안 상황을 종합 관리해야 한다. 이곳에서 112신고를 접수해 관할 경찰서로 지령을 내리는 등 긴급 신고 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일 류 상황관리관은 당직 메뉴얼대로 112상황실이 있는 서울경찰청사 5층에 단 한번도 가지 않았고, 10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근무를 섰다.

이에 법원은 서울경찰청 관계자 중 류 상황관리관의 '업무상 과실'은 유일하게 인정하면서도, 이 과실이 이태원 참사 발생과 '인과관계'는 없다면서 류 상황관리관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 이후 상황관리관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나 당직근무 개념 자체를 없애 상시화했고, 사라진 상황관리관 대신 112를 총괄 책임지는 상황팀장 자리에서는 상황실 전체 모습이 모두 조망되고 있다"고 했다.

- 오후 11시 50분 : 소방대응 3단계 발령.
- 오후 11시 55분 : 서울경찰청 기동대 1개가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다음날 오전 1시 51분까지 경찰관 기동대 4개 부대, 의경부대 8개 부대가 현장 일대에 배치됐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재판이 열린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유가족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 판결을 받고 청사를 빠져나간 뒤 오열하고 있다.
2022.10.30

- 오후 1시 39분 : 박성민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은 경찰청 정보분석과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11월 1일에도 서울경찰청 동료들에게 전송됐다.
"개인생각인데, 혹시 사고책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경우 참고하면 좋겠네. 경찰이 경력배치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으로 흐를 경우 → 서울경찰청 대비 미흡, 주말 대규모 집회시위 대응으로 경력 부족 등 부각 →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근본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고, 앞으로 지역행사, 축제 등에 더 많은 경력배치 문제로 연결되어 수익자 부담 원칙, 경찰 만능주의 극복에 악영향. 경찰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 발생 - 주최 측, 자치단체의 안전불감증으로 귀책 될 경우 → 주최 측, 자치단체 책임 강화로 이어져 경찰부담 완화 - 적극적인 수사 드라이브로 주최 측, 자치단체 책임이 부각되도록 조치 필요"
참사 직후 경찰 정보부서 간부조차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2022년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전격 이전했다. 각종 집회와 시위가 용산에서 급증했다. 용산경찰서·용산구청 관계자들은 공판에서 여러 차례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인력이 부족했고, 업무 과부하에 시달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임재 서장, 최아무개 용산서 형사과장, 최아무개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 안전재난과장 등이 그랬다.

이를 토대로 '이태원 참사 당일에도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 앞 시위 관리에만 매진해 핼러윈 인파 대응에 소홀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이는 지금껏 진행된 개별 형사재판에서는 주요 쟁점이 되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참사의 전체 맥락과 구조적 요인을 조망해야 하는 진상조사에서는 중요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2일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특조위에 조사 신청을 한 상태다.


[관련기사] 이태원 공판기 35편 https://omn.kr/27r2t
 
#이태원참사#2주기#이태원공판기#특조위#진상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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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한겨레·경향 “국민이 원하는 건 특감 아닌 김건희 특검법”

이명박, 한동훈에 “박근혜와 불편했지만 정권 재창출 위해 전폭지지”

“명태균 여론조사 대선에 활용” 폭로에 경향 “대통령실 거짓 해명했나”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10.28 07:37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역 인근 전통시장인 초량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찾은 시민과 상인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대통령실

한국갤럽이 조사한 10월 넷째 주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로 또 한 번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1위는 ‘김건희 여사 문제’(15%)였다. 그러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청년 10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에게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그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이견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 등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이틀 앞서 지난 21일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정진석 비서실장은 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야당이 지체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동훈 대표가 곧바로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될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김건희 특검법 처리가 먼저”라고 했다.

특감 추천 권한을 가지고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맞붙은 가운데, 동아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한동훈 대표를 향해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은 특별감찰관이 아닌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특별감찰관은 등 돌린 민심 달랠 마지노선”이라며 “민주당이 김 여사에 대한 감시 장치 없이 연일 사고가 터지기만 바라는 게 아니라면 특감 추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한겨레·경향 “국민이 원하는 건 특감 아닌 김건희 특검법”

경향신문은 한동훈 대표의 특별감찰관 도입 주장이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한 방책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4면 <‘특감’으로 ‘특검’ 가리는 여권> 기사에서 “정치권에선 특별감찰관 무용론이 팽배하다. 정권 후반기에 임명되는 특별감찰관이 김 여사의 공천·인사 개입, 주가조작 의혹 등 과거 사안을 들춰볼 수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며 “국회가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하는데 대통령이 그중 자기 입맛에 맞는 여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인력과 권한 부족에 허덕이다 좌초한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28일 경향신문 4면.

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특별감찰관이라도 해야 민주당발 특검을 막을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친한계는 김 여사 특검법의 경우 ‘특검은 곧 탄핵’이라는 인식이 당내에 뿌리 깊어 추진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며 “결국 한 대표가 ‘민심’을 따르는 정치를 하겠다면 세 번째 발의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김건희 특검법에 여야가 합의하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는 자연스레 풀린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경중 못가리고 분란 휩싸인 與… ‘특감’보다 ‘특검’이 우선이다> 사설에서 “특별감찰관도 임명하고 김 여사 특검법에도 합의해야 한다”며 “다만 지금으로선 김 여사 특검법이 특별감찰관 임명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우선순위에서 앞선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한동훈-이재명 간 여야 대표 회담의 결과를 보고 그때 가서 거론해도 늦지 않다. 여야가 김 여사 특검법에 합의하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의 연계 문제는 부수적으로 풀릴 수도 있다. 일의 경중(輕重)과 우선순위를 구별하는 정치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8일 동아일보 사설.

한겨레도 <김 여사 문제 놓고 ‘대표 권한 논쟁’ 여당, 그리 한가한가> 사설에서 “특감은 상시 감찰이라는 업무 성격과 제한된 권한·인력 등으로 김 여사 관련 수많은 의혹을 풀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은 특감이 아니라 ‘김건희 특검법’이다. 여당은 권한 논쟁 따위의 소모적인 특감 실랑이를 접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한겨레·경향과 다른 입장 낸 중앙일보 “특별감찰관이 민심 달랠 마지노선”

반면 중앙일보는 특별감찰관 임명이 민심을 달랠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특별감찰관은 등 돌린 민심 달랠 마지노선이다> 사설에서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권한으로 다투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여당이 이렇게 내분이나 벌이고 있을 만큼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갤럽의 지난 25일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긍정평가는 20%로 하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국정농단 논란으로 사과했을 때 지지율이 17%였고, 바로 그다음 주 5%까지 급락한 끝에 탄핵당해 물러나야 했다. 지지율 하락을 막을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박 대통령이 당했던 위기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2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갤럽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1위가 ‘김건희 여사 문제’(15%)다. 역으로 이 문제를 해소한다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치솟아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 여사 문제를 풀 현실적 방안의 하나가 특감이란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라며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도입된 특감은 초대 이석수 특감이 박 대통령 동생 근령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하고,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감찰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다 박근혜 정권의 미움을 사 사임한 뒤 공석이 된 특감 직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5년 내내 임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도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북한 인권재단 이사 인선 지연을 이유로 특감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재단 이사직이 특감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특감은 등 돌린 민심을 달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용산은 대안으로 ‘제2부속실 설치’를 들고 있지만 김 여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부속실 체제는 한계가 분명하다. 반면에 수사 의뢰권을 갖고 용산 내부를 24시간 감시하는 ‘암행어사(특감)’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김 여사 등 대통령 주변을 조심케 하는 예방 효과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한동훈에 “박근혜와 불편했지만 정권 재창출 위해 전폭 지지”

국민의힘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권한으로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일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빈소에 찾아온 한동훈 대표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불편했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8일 중앙일보 5면.

중앙일보는 5면 <MB, 한동훈에 “불편했지만…재집권 위해 박근혜 전폭 지지”> 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빈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꺼낸 말이다. 당시 한 대표는 대구 일정을 마치고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이 전 대통령 부부와 3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박 전 대통령과의 편하지만은 않았던 관계를 언급하면서 ‘하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박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인 박 전 대통령과 크게 충돌하지 않은 점과, 친이계와 친박계가 화합해 선거에서 승리한 과정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잘해낼 것’이라고 했고, 한 대표는 ‘제가 잘해서 꼭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한 것은, 격화되고 있는 윤·한(尹·韓)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을 과거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갈등에 빗대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대통령과 여당 차기 유력 대선주자, 즉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 양상인 점에서 닮았다”고 말했다.

“명태균 여론조사 대선에 활용” 폭로에 경향 “대통령실 거짓 해명했나”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가 27일 뉴스타파와 경향신문에 “대선 당일 캠프 핵심 참모진에게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가 공유됐고, 전략회의도 했다”고 밝혔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신 전 교수는 “마지막날 명씨 보고서는 (윤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후보를) 9.1%포인트 이기는 걸로 돼있더라. 대선 결과는 0.73%포인트 차이였는데 9.1%면 오차범위 밖”이라고도 했다.

▲28일 경향신문 1면.

그러나 명씨는 그동안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지난 7일 “(명씨와는) 본격적으로 대선에 들어가기 전에 대통령이 선을 그었던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경향신문은 <“명태균 여론조사 대선 활용” 증언, 대통령실 거짓 해명했나> 사설에서 “증언이 사실이라면 ’미공표 여론조사는 보고한 적이 없다‘는 명씨 주장이나, 대통령 후보 경선 이후 명씨와 관계를 단절했다는 대통령실 해명은 거짓이 된다”며 “명씨가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윤 대통령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선거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명태균 의혹’의 핵심인 만큼 이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캠프에서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만큼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명씨는 물론 관련자들을 모두 소환해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증거와 증언들이 나오는데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활용을 인지했는지를 포함해 명씨와 관계를 사실대로 밝히고, 그동안 해명에 거짓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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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승원 광명시장 “윤석열 정부 교부세 삭감으로 민생 파탄”

광명시장·KDLC 상임대표 “장기화하면 일부 지자체 파산 위험도…정부, 심각성 인식 못 하는 듯”

지난 25일 경기도 광명시청에서 박승원 시장이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위기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광명시청
윤석열 정부가 지방교부세를 삭감해 국민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정부가 예고 없이 교부세를 내려보내지 않아, 주민과 밀접한 사업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도 교부세 삭감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교부세 삭감이 반복되면, 재정 여력이 없는 지자체는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25일 경기도 광명시청에서 박승원 시장을 만나,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위기 상황을 들었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KDLC엔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이 소속돼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 시장은 지자체장 협의기구인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4년 광명시의원을 시작으로 경기도의원을 거쳐 2018년부터 광명시장을 지내고 있다.

박 시장은 현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교부세를 안 내려주면, 지방정부는 제대로 살림을 꾸려나갈 수가 없다"며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민생 경제 관련 예산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지방정부는 교부세 격감으로 재정에 심대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진행하던 사업을 중단하는 등 형태로 지방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에게 전가된다”고 호소했다.

“일방적 교부세 삭감으로 지방재정 혼란 야기”

정부는 지난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교부세 7조 1,689억원을 임의로 삭감했다. 약속된 돈을 받지 못한 지자체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했다.

KDLC와 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는 최근 ‘지방정부 재정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사업 중단·축소 사례를 전했다. A시는 도로 확장 공사를 백지화했다. 도로·지하차도 보수 공사도 잠정 연기했다. B시는 주차 시설 구축 사업을 중단했고, C시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등 10개 이상의 사업을 축소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중앙정부는 국회에서 의결된 교부세 편성액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지방재정 상황을 살피지 않고, 일방적으로 교부세 삭감을 통보했다”며 “지방재정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광명시도 지난해 교부세 삭감으로 타격을 입었다. 정부 세수 결손에 따른 교부세 삭감을 예견하고 예산을 보수적으로 편성해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는 막았지만, 그 과정에서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했다. 지난해 광명시가 받은 교부세는 8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6억원 이상 줄었다.

박 시장은 “광명시는 지난해 초부터 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전문가와 세입부서가 논의해 국세와 지방세 세입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며 “행정안전부가 내시한 교부세 규모보다 보수적인 자체 추계액을 도출해 반영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투자 사업의 연차별 예산을 최소 규모만 반영하고 행사운영비를 삭감하는 등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했다.

정부의 임의적인 교부세 삭감이 월권이라고 박 시장은 비판했다. 추경 편성 없이 교부세를 삭감하면서 국회 심의를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세수 결손으로 예산이 부족해지면, 세입 감액 추경을 거쳐 국채를 추가 발행해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는 게 정석이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지출을 줄일 경우에도 지출 감액 추경을 해야 한다.

박 시장은 “세입 감소에 따른 추경은 중앙정부, 국회, 지방정부가 소통을 통해 대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역할을 한다”며 “정부가 세수 결손에 따라 교부세 등 지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국회에 지출 감액 추경안을 제출하고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또다시 국회 예산심의권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교부세를 감액한다면 지난해처럼 많은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임의적인 교부세 삭감으로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지자체장들도 지방정부 자치권과 재정권을 침해당했다며 동참했다.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인 박승원 광명시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세수 펑크로 인한 지방재정 파탄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1. ⓒ뉴시스

“2027년까지 반복되면 지자체 파산 위험 직면”

올해도 세수 결손이 반복된 가운데, 정부는 결손분을 충당하기 위해 교부세 삭감을 검토 중이다.

박 시장은 교부세 삭감이 장기화하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파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정 축소 영향으로 빚을 내는 지방정부가 늘고 있다”며 “어느 시는 2천억원, 어느 시는 1천억원, 올해 또 몇백억원의 부채를 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2027년까지 계속 이렇게 교부세를 안 내려주면, 자체 재원이 없어 중앙정부 예산에 의지하는 지방정부는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부세를 삭감하더라도 지자체가 여유 재원을 활용하면 예산 집행에 큰 제약이 없다는 기획재정부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고 박 시장은 지적했다. 대표적인 여유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다. 지자체는 매년 불가피하게 남긴 돈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한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활용으로는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게 박 시장 설명이다.

그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여러 회계와 기금의 유휴 자금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는 부족한 재원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차입해 운영할 수는 있지만,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자금을 맡긴 회계의 자금 수요에 따라 예수금을 빈번히 상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차입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수 결손을 내더라도 교부세를 당초 예산대로 지급하기 위한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 지방교부세법은 정부 세수 결손 시 교부세를 당해연도에 바로 감액하지 않고, 2년 뒤까지 미룰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향후 경기가 개선돼 국세와 지방세가 늘어나는 시기에 교부세를 감액하면 지방재정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박 시장은 “지방정부의 재정 안정성을 위해 교부세를 함부로 삭감하지 말라는 지방교부세법 취지를 고려해, 정부는 교부세를 연차적으로 정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올해는 정부가 교부세를 예산안대로 교부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자체장들이 중심이 돼 지방재정 위기로 피해를 보는 시민단체들과 기재부에 항의 방문하는 등 방법을 통해서라도 강력하게 저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정부가 교부세 삭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교부세 삭감이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채, 마음대로 교부세를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지방정부를 경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윤 정부가 지방자치와 재정분권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시민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과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지방정부가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육, 복지, 환경, 문화는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충분히 재정을 확보해 사업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유럽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4 대 6이다. 지방이 더 큰 재정 권한을 갖는다. 한국은 국세 8, 지방세 2 구조에 머물러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7 대 3까지 지방세 확대를 추진했다. 이미 지방재정 확대라는 기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그런데 윤 정부는 교부세를 임의로 삭감하면서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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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명 사망한 참사, 기소된 23명 살펴보니 '세월호'와 똑닮았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10/28 09:49
  • 수정일
    2024/10/28 09: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1심 선고…'박희영 무죄' 관련 '주최 없는 행사' 해석 다툼 여지 있어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159명이 사라진 골목에 희생자를 상징하는 보라색 별 모양의 전구가 내걸렸다. 경찰을 꿈꾸던 별,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간호대학에 진학한 별, 미국 공인회계사 합격 발표를 두 달 남겨 놓은 별,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의 별, 한국 유학을 온 별, 혼자만 살아 남았다며 자책하던 별 등.

 

이들 모두 국가의 안전관리 책임 의무 소홀로 하늘의 별이 됐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경찰에 내린 판결에서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과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고 명시했다. 국가도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동시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경찰 일선에만 유죄를 선고해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주요 책임자에 대한 판결이 일단락 된 가운데, 유가족협의회가 기소한 23명에 대한 판결 내용을 정리했다. 피고인 중 안전관리 책임자가 아닌 김미나 창원시 의원은 제외했다. '모욕죄'로 기소된 김 의원은 지난 9월 1심에서 선고유예를 판결받았다.

▲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왼쪽)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오른쪽). ⓒ연합뉴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유죄…세월호와 닮은 꼴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이라는 혐의로 기소됐지만 경찰 최고위급에게는 무죄가, 일선 경찰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이같은 판결은 여러 모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해경 지휘부에게는 무죄가, 일선 해경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권성수)는 지난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안전과 질서 유지 등을 위해 충실한 임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관할서를 관리‧감독할 일반적 의무는 있다"면서도 형사 처벌로 이어질 만큼 구체적·직접적 주의 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청장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험성을) 직접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관할 경찰서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여러 보고를 종합했을 때, 대규모 인파 사고가 발생할 여지나 관련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참사 당일 용산서의 추가 경력 지원 요청은 없었으나 김 전 청장이 참사 보고를 들은 직후 가용 부대를 급파한 점 등을 들어 참사 당일과 이후 대응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을 포함한 류미진 전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총경)과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팀장(경정)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지난 23일 항소했다.

 

경찰 최고위급과 달리 일선 경찰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의 치안을 총괄하는 용산경찰서장으로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안일한 인식으로 대비에 소홀했고 결국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 금고 3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 단속과 교통 단속에만 치중했을 뿐 다중 운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 혼잡 경비와 정보 경력 전원을 집회·시위 현장에만 배치했다"며 "이태원 참사는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서장은 1심 선고에 불복해 지난 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을 포함한 송병주 전 112 상황실장과 박인혁 112 상황팀장에게 각각 금고 2년과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용원 전 생활안전과 서무와 정현우 전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같은 결과는 8년 전 세월호 참사 재판 결과와 유사성을 보인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에 대해 법원은 해경 지휘부 무죄, 일선 해경 유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경청장 등에 대해 "제한된 정보로 세월호 침몰에 따른 인명 피해를 예견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장 관리자인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에게는 "승객들이 빨리 퇴선하지 않으면 선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신속히 판단해 즉시 퇴선 조치를 했더라면 승객 상당수를 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전 정장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대법원 2부는 지난 2016년 12월 상고 기각으로 유죄를 확정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사고 책임에 대한 질문에 "이태원 핼러윈 데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했다.(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주최 없는 행사'에서 벌어진 참사 책임, 어떻게 볼 것인가

 

159명이 희생된 참사를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해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공분을 산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책임에서 빗겨갔다.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지자체의 안전관리 의무가 쟁점이었지만, 검찰의 입증 실패로 1심 재판부는 구청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치구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대규모 인파 유입을 통제·차단하거나 밀집한 군중을 분산·해산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수권규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이 사건 공소에서 검찰이 지적하고 있는 여러 업무상 주의의무는 자치구의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이 인파관리·통제에 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설령 피고인들의 조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고 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굉장히 많은 주의의무를 공소장에 언급했는데, 이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가"라고 질문했지만, 검찰은 법원이 원하는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용산구청 측은 재판 내내 '주최자 없는 행사'의 경우지방자치단체의 안전관리 계획 수립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태원참사TF는 "재난안전법 자체가 '주최 없는 인파 밀집'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재난 예방·대응 의무를 두고 있다"고주장한다. 재난안전법은 국가와 지자체 모두에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책무 등을 두고 있는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인파 사고를 '그 밖의 각종 사고'의 범주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피고인들이 모두 용산구 주민이거나 용산구에서만 장기간 근무하였던 공무원이면서 재난을 관리할 책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핼러윈 데이 인파 운집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인정한 것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원의 판단은 형식적인 법 논리에만 매몰되어 피고인들의 무능을 무죄의 근거로 삼은 부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7일 박 구청장을 포함한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검찰은 박 구청장에게 징역 7년을, 유승재 전 용산부구청장과 문인환 전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는 금고 2년을,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 판결이 선고된 지난 9월 30일 서울 서초구 법원 앞은 눈물 바다가 됐다. ⓒ연합뉴스

 

"경찰의 '위험' 분석 보고서 은폐, 실체적 진실 발견 어렵게 해 엄정 처벌"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 중 부실대응 혐의 외에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과 직원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 2월 14일 박 전 부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김 전 과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정보과 직원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기존 자료 보존 등으로 (이태원 참사) 수사에 적극 협조했어야 하나 정반대로 사고 이전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거나 임의로 파기하고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 같은 범행은 그 자체로도 공무를 망친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전국민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경찰의 책임을 축소·은폐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한 데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참사 발생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서 정보관의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와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 3건 등 총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 사람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박 전 부장은 지난 6월 항소심 첫 공판에서 "삭제 지시를 한 적 없다", "삭제 지시할 동기도 없다"고 혐의를 부것했다. 반면 김 전 과장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항소라고 밝혔다.

 

참사 현장인 해밀턴호텔 골목에 위반 건축물을 세운 혐의(건축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해밀턴호텔 이 모 대표에게는 지난해 11월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호텔 라운지바 '브론즈' 임차인과 '프로스트' 대표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 100만원이 선고됐다. 호텔 운영 법인 해밀톤관광에는 벌금 800만원, 임차 법인 디스트릭트에는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한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구 모 순찰1팀장(경감)과 윤 모 순찰2팀장(경위)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구 경감은 참사 당일 저녁 6시 34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112 신고 1건을 받은 뒤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 경위는 저녁 6시 34분 첫 신고 이후로도 압사를 언급한 112신고 10건을 받았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참사 현장에 30분가량 일찍 도착했다고 허위 기재한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공전자기록등위작·행사 혐의)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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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울서 연이어 해괴한 일... 윤 정부, 심상치 않다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화 행정의 파행... 블랙리스트 시대로의 회귀

24.10.28 06:59최종 업데이트 24.10.28 06:59

"한 편의 회귀물을 보는 것 같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고발을 한 것이 7년 전인데 아직도 변한게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필자는 서울도서관의 예술과 노동 전시검열에 대한 기자회견(2023년 1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위 발언을 했다. 블랙리스트 사태의 재발을 막고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음에도, 그러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블랙리스트 사태는 재발했다.

물론 수천 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지원을 배제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으로 학습이 되어 그대로 실행할 수 없겠지만, 위 법률이 금지하는 예술인권리침해행위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 유행하는 회귀물의 장르를 보는 듯했고, 이에 비유하여 표현하게 되었다.

아래에서는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블랙리스트 시대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예술검열 사건들에 대한 개요 및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2022년 행정안전부의 '늑대가 나타났다' 검열

43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이 지난 2022년 10월 1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리고 있다.부산시

지난 2022년 43주년 부마민주항쟁기념식을 앞두고 재단법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강상우 감독에게 기념식의 총연출을 제안하였다. 강상우 감독은 정형화된 국가기념식 연출은 본인의 영역이 아니라 생각하여 거절하였다. 재단 측은 제43회 기념식은 청와대나 행정안전부 등의 특별한 개입 없이 부마재단의 주도로 준비될 예정임을 언급하였고, 강상우 감독은 기존과 다른 내용의 형식의 국가기념식을 연출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작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총연출직을 승낙하였다.

강상우 감독은 가수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가 기념식 주제에 적합하다는 공감하에 이랑을 기념식 공연자로 섭외하였다.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공연은 기념식의 주최, 주관 단위의 담당자가 모두 참석한 중간보고 회의에서 확정되었음에도, 행정안전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곡 변경 지시(늑대가 VIP를 상징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는 기념식에서 교체되어야 했다. 이에 동의할 수 없었던 강상우 감독과 이랑은 기념식까지 불과 3주를 앞둔 상황에서 사임·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강상우 감독은 사임 전 재단 사무처장과 상임이사와 통화를 하였는데, 재단 측은 "행안부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재단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행안부 윗선에서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에 대한 브레이크(교체 지시)가 있었고, 예산의 목줄을 행안부 정부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행안부의 의사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행정안전부의 노래 교체 지시는 예술인권리보장법 제13조 제1항 제3호의 '불공정행위'로서 "예술인권리침해행위"에 해당한다. 강상우 감독과 가수 이랑은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 및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대한민국, 재단법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위 검열논란 당시 특정 곡을 검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였으나, 소송이 진행 중인 현재 주최기관의 관여는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3년 서울도서관의 전시 검열

2023년 1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서울도서관 '예술과 노동' 전시 검열 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손잡고

지난 2022년 12월 29일 서울특별시 산하 서울도서관은,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서울도서관이 관리·감독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아트책보고에서 시작된 입주 서점(자각몽)의 전시가 '이태원 참사', '화물노조 파업'을 언급하였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철거를 지시하였다.

이에 대해 입주 서점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서울아트책보고는 아무런 협의 없이 전시물을 다시 가져다 놓았다가,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장의 지시를 받고 다시 일방적으로 철거를 반복했다.

서울도서관과 서울아트책보고는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전시물 앞에 '본 전시는 서울시·서울아트책보고와는 무관한 전시'라는 안내 푯말을 세워두었다. 서울시는 서울도서관과 서울아트책보고의 검열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대신, 아무런 입장표명 없이 본인들과 무관한 전시라는 푯말을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하였다.

이 전시가 이태원 참사나 화물노조 파업을 직접 표현했더라도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전시는 이태원 참사나 화물노조 파업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전시 홍보물에 담긴 전시기획자의 기획의도에 위와 같은 표현이 담겼다는 것을 서울도서관 측이 문제 삼은 것이다.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는 2023년 1월경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 과장과의 녹취록까지 확보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열금지 원칙 위반 등으로 진정을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사건이 많다는 이유로 조사를 계속 지연하다가, 다시 전시물을 복원한 점, 서울도서관 및 서울아트책보고의 입장을 홈페이지와 전시장에 별도 표시한 점, 서점과 수탁기관 간에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2024. 9. 13. 진정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및 인권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을 결정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 과장의 지시 및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녹취가 있음에도,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복원한 점(*그러나 복원도 철거 전 전시의 원 상태로 복원하지도 않았음) 및 서울시, 서울아트책보고와는 무관한 전시라는 입장을 별도 표시한 점이 왜 인권침해행위의 면책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기각 결정을 하였다.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각 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2024년 종로구청의 백기완노나메기 재단에 대한 거부처분

백기완 노나메기재단, 블랙리스트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주최로 지난 2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열린 '마로니에 야외공연장 고 백기완 선생 3주기 추모문화제 불허 블랙리스트 실행 항의 및 정문헌 종로구청장 사과ㆍ공간사용 승인 및 재발방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면담을 요구하는 참석자들이 구청 정문을 잠그고 출입을 막는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이정민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2023년 12월 28일 "고 백기완 선생 3주기 추모문화제"의 공연을 위해 종로구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 대관신청을 하였다. 추모문화제의 내용은 시 낭송, 영상 상영, 합창단 공연, 춤 공연, 풍물굿 공연 등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문화행사였다. 재단은 고인의 생전부터 종로구 대학로에 사무소가 소재한 지 35여년이었으므로, 마로니에공원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하여 추모문화제를 진행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종로구청은 지난 2월 6일 "1) 서울특별시 종로구 도시운영에 관한 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공원의 조성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2)심의 시 심의위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요청한 보완자료 미제출" 등을 불승인 사유로 기재하며 재단의 이용신청을 거부하였다.

이후 2월 14일 재단 측과 종로구청장의 면담에서 종로구청장은 '본 추모행사가 정치적 행사라고 판단하였고,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신속히 공원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다시 심의하게 하는 것이 전부라 하였다. 재단 측은 종로구청장이 정치적 행사라고 판단한 의중이 공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종로구청은 추모제 하루 전인 2월 16일 본 행사가 순수 문화행사로 보기 어려운 점, 공원 이용으로 인한 참여 인파, 소음 등으로 인한 공원 이용객, 인근 주민 등의 불편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을 불승인 사유로 기재하여 마로니에공원 이용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는 이용승인에 대한 배제 사유로 "공원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 경우"라 규정하고 있다. 상위법령인 공원녹지법 제49조는 도시공원 등에서의 금지행위를 한정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공위녹지법 제49조 제2항은 조례로 정하는 도시공원에서 금지행위 역시 행상 또는 노점에 의한 상행위, 동반한 반려견을 통제할 수 있는 줄을 착용시키지 아니하고 도시공원에 입장하는 행위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규칙을 위임한 서울특별시 도시공원 조례 제22조에 따르더라도 위 금지행위 외에 도시공원의 사용허가에 관하여 어떠한 규정이나 위임 사항도 없다.

즉 종로구청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 규정 및 '공원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라는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규정을 근거로 재단의 이용신청을 거부하였다. 재단은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법률유보의 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 규칙을 근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다시 권력을 가진 개인의 말 한마디가 예술인의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파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예술활동의 의미와 내용을 불문하고, 누군가의 생각이나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술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국가에서는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살아 숨 쉴 수 없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김종휘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입니다.

#블랙리스트 #기초자치단체 #공공기관 #예술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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