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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김형석 모른다...뉴라이트 잘 모른다”

야, “도대체 윤 대통령이 아는 게 무엇인가”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8.29 16:59
  •  
  •  수정 2024.08.30 08:31
  •  
  •  댓글 0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실시한 윤 대통령. [사진제공-대통령실]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실시한 윤 대통령. [사진제공-대통령실]

“김형석 관장에 대한 인사는 저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분이고...”
“뉴라이트 얘기가 요새 많이 나오는데,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릅니다.”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이후에 뉴라이트 인사들 등용 지적이 있고 광복절 전후 건국절 논란 관련 야당에서는 친일 정권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이같이 손사래를 쳤다. 

‘김형석 관장 임명 과정’에 대해서는 추천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국가보훈부 장관이 1명을 제청하는 데 “장관이 위원회를 거쳐서 1번으로 제청한 사람에 대한 인사를 거부해 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에서 “검증은 한다”면서도 “신변에 관한 재산 문제라든지 다른 비위가 없는지에 대해서 검증해서 별 문제가 없다고 하면 임명을 해 왔기 때문에 특별한 우리 정부의 입장과 관련 있는 인사는 아니”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뉴라이트 인사 중용’에 대해서도 “뉴라이트를 언급하는 분마다 정의가 다른 것 같아서, 우파인데 진보적 우파를 말하는 건지, 처음에 나올 때는 그런 식으로 들었는데 요새는 또 뉴라이트에 대해서 언론에서 제가 그동안 본 것과 다른 정의가 이루어져서 그런 건 잘 모르겠고”라고 선긋기를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인사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그 직책을 맡을 수 있는 역량, 이 두 가지를 보고 인사를 하고 있다”면서 “다른 무슨 뉴라이트냐 뭐냐 이런 거, 그런 것 안 따지고 그렇게 하고 있고”라고 강조했다.

‘국가보훈부가 광복회 외에 독립 관련 공법단체 추가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는데 광복절 행사에 광복회가 불참해서 보복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애국자의 유족들이 모인 단체에 대해서 보복하고 이럴 일이 뭐 있겠는가”라고 피해갔다.

‘8·15 광복절 경축사 포함해서 여러 차례 반국가세력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집단을 지칭하는지 야권이나 야당을 지칭하는지 궁금하다’는 지적에 대해, 윤 대통령은 “하하하 뭐”라고 멋쩍은 웃음으로 대응했다.

이어 “제가 가끔 반국가세력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간첩 활동을 한다든지 또는 국가기밀을 유출한다든지 또는 북한 정권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아주 부정한다든지 하는 그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40분 간 ‘국정브리핑’을 통해 국정 성과와 연금‧노동‧의료‧교육개혁, 저출생 위기(4+1) 대책을 설명했다. 이어 70분 간 의료개혁과 정치, 외교·안보 분야 등에 대해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 국정 브리핑은 국민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자화자찬으로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인식이 국민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만 확인시켜 주었다”면서 “의료붕괴로 온나라가 비상인데 비상응급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니,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친일 독립기념관장 임명 책임은 장관과 추천위원에게 떠넘겼다. 뉴라이트도, 광복회 보복도 “모른다”는 말로 발뺌했다”면서 “도대체 윤석열 대통령이 아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전형적인 전파낭비”라고 혹평했다.

그는 “지난 6월 ‘영일만 석유’ 국정‘블러핑’이 차라리 나았다”며 “대국민사기극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가닥 희망이라도 있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4+1 브리핑은 참담하다”고 거듭 성토했다.

“이미 시작된 의료대란으로 국민들은 불안, 초조, 홧병에 시달리는데, 윤 대통령은 혼자만 딴 세상에 사는 듯하다. 성과라곤 눈 씻고 찾아보려도 해도 없는데 국정을 잘했다고 자랑만 늘어놓는다”면서 “차라리 그냥 술이나 드시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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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김문수 노동부 장관 임명 강행, 27번째 ‘국회 패싱’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8/30 10:37
  • 수정일
    2024/08/30 10:3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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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끝까지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전포고”, 진보당 “김문수 강행, 탄핵만 앞당길 것”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를 들으며 입가를 매만지고 있다. 2024.8.26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후보자 지명 당시부터 야당은 줄곧 지명 철회를 요구해 왔고,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반노동 인식과 막말, 부적절한 역사관이 재확인돼 도마에 올랐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이번이 27번째다.

대통령실은 29일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오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30일 오전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지난 26일 열린 김 장관의 인사청문회는 파행으로 끝이 났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 국민은 일본 국민이었다”는 김 장관의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인사청문회 내내 김 후보자는 자신의 과거 막말에 대해서도 사과하기를 거부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자살특공대’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반성할 게 없다”고 했고, 세월호 참사 추모를 두고 ‘죽음의 굿판’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강제로 사과를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김 장관의 임명 강행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런 사람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끝까지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라며 “함량 미달의 인사를 국회 인사청문회마저 패싱하고 장관으로 임명하다니, 윤 대통령의 특기는 국회 무시, 국민 무시인가”라고 질타했다.

조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연이은 인사 참패를 바로잡기는커녕 점점 더 해괴한 인사로 국민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은 불통과 폭주의 끝에는 민심의 가혹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진보당 홍성규 수석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를 구성하는 노동자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인사”라며 “여러 차례 거듭해 김문수 임명 강행은 탄핵만 앞당길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이후 벌어질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박아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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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변한 중국과 일본... 10월 31일, 윤 정부 또 망신당한다

[오기출의 기후 리터러시] 3162개 기업의 생사 걸린 탄소국경세

24.08.30 07:08최종 업데이트 24.08.30 07:08

▲ 지난 8월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유럽연합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시행 첫해를 맞은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이하 탄소국경세)에 국내 수출기업들의 대책 요청이 조만간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탄소국경세가 수출기업들에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의 탄소 소프트웨어 기업 '카본 체인지'는 최근 유럽연합 수입업체들에 첫째, 가급적 빨리 유럽연합이 정한 방법으로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둘째, 탄소중립을 통해 탄소 가격을 낮춘 해외 기업들과 장기 계약할 것을 지침으로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카본 체인지의 권고가 유럽연합 정부들과 현지 기업들의 요구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보고 기준에 취약하고, 고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조만간 수출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 기준 준수와 탄소중립 이행은 수출로 유지해 온 수많은 한국 기업들의 생사가 걸린 현안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탄소국경세 대상인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6대 품목의 2022년 유럽연합 수출 총액은 약 54억 1200만 유로(약 8조 500억 원)이고, 그중 철강이 48억 1500만 유로(약 7조 1600억 원)로 약 89%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철강부문기업 수는 2525개, 알루미늄 기업은 637개로, 철강과 알루미늄을 합해 약 3162개 기업이 탄소국경세 시행 1년 차부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탄소국경세 전략 없는 한국 정부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 전환기간 일정 출처 : Default Values for the transitional period of the CBAM between 1 October 2023 and 31 December 2025, 유럽연합집행위원회, 2023년 12월 22일 ⓒ 오마이뉴스

이렇게 기업들의 생사가 오가는 판에 우리나라 정부와 산업계는 유럽연합 기준과 탈탄소 목표를 고려하고 있을까?

지난 7월 25일 정부 4개 부처는 대전에서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중소기업 지원방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탄소국경세 관련 컨설팅 우수사례, 이러닝 콘텐츠 제작, 시멘트 등에 대한 배출량 산정 해설서 배포를 실적으로 발표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국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에 제도개선 요구, 민감 정보 보호, 기본값 활용에 대한 입장을 제출했고, 유럽연합이 한국 의견을 적극 고려하겠다는 언급도 소개했다. 여기서 기본값이란 제품의 탄소 산정이 거의 불가능할 경우 유럽연합이 대신 제공하는 데이터이다.

그런데 정부의 발표 어디에도 당면한 탄소국경세의 핵심인 '유럽연합 기준 준수'와 '탄소중립 이행'에 대한 전략이 없다. 오히려 이러한 전략이 기업들에 부담을 준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고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이 설명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우리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해서 탄소 감축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의 기회로 삼길 바란다"라고 했다.

정부 지원제도에 정작 필요한 전략이 없는데, 기업들이 이런 지원제도를 활용해서 탄소 감축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까? 해설서와 컨설팅 사례로 지금의 탄소국경세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로 유럽연합과 성과 없는 협상에 시간을 보내면서 오히려 기업들에 혼란을 준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강조해 온 기본값 활용에 대해 유럽연합 정부들은 10월 31일 예정된 4차 보고부터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기본값 활용을 주요 성과로 드러내는 우리 정부를 믿고 수출기업들이 안심해도 될까?

국제 온실가스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정종철 회계사는 "오는 10월 31일 보고부터 유럽연합 수입업체들이 한국 수출 기업들에 구체적인 탄소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준비가 안 되어 있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2025년 1월부터는 유럽연합이 제공한 기준과 방법으로 보고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한국 정부와 컨설팅 업계도 모른다고 했다.

지난 7월 31일 <매일경제>는 'EU 높아진 탄소장벽에 철강업계 혼란'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중견 철강업계 관계자가 "유럽연합 측에 4차 보고서 관련 제출 기준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해, 시간에 쫓겨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런 사정은 다른 나라들도 같을까?

일본과 중국의 탄소중립 이행과 탄소국경세 전략

▲ 지난 5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5월 27일 서울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는 공동으로 한중일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기후변화 대응을 6대 중점협력분야의 하나로 채택했다.

특히 4년 5개월 만에 열린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경제통상 협력보다 기후변화 대응을 우선적으로 채택했는데, 탄소중립과 탄소국경세 등의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통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기업들의 탄소중립 전략이 부재한 한국에는 유리하지 않은 흐름이다.

한국과 달리 정상회의 당사국인 일본과 중국에는 탄소국경세 전략이 있을까? 일본은 그동안 기후 대응보다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면서 자국 산업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탄소중립 이행과 탄소국경세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지금의 한국과 같았다. 그런 일본이 최근 대담하고 기민하게 바뀌고 있다.

2023년 7월 8일 일본 정부는 화석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 산업과 사회구조를 전환하는 '녹색전환 추진 전략'(이하 녹색전환)을 발표했다.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46%(2013년 배출량 기준)를 달성하기 위해 철강, 화학 등 22개 산업 영역에 대한 세부적인 투자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세계 최초로 향후 10년간 20조 엔(약 185조 원) 규모의 녹색전환 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6월 2일 일본 재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1조 6000억 엔(약 14조 8000억 원) 규모로 2024년도 녹색전환 채권을 발행했고, 이것이 일본 녹색전환 전략에 기여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일본은 왜 이렇게 대담하고 기민하게 전환에 나서고 있을까?

일본 도쿄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 연구원' 백승주 부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첫째, 기후 대응에서 일본이 아시아의 리더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둘째, 유럽연합 탄소국경세에 대응해서 일본이 아시아 지역을 블록화해 탄소를 둘러싼 무역 질서의 재편에 대응력을 높이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탄소중립 이행과 탄소국경세 대응에 사활을 걸고 녹색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다. 자국의 산업과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국제 표준 만족하는 탄소국경세 대응 전략 만들어야

▲ 지난 8월 8일 자 < ESG 뉴스 > 기사 "중국, 2024년 탄소 배출량 계산 위한 '70국가탄소표준' 발표한다" ⓒ ESG 뉴스

우리는 그동안 중국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를 반대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8월 2일 중국 정부 합동으로 '탄소에 대한 이중 통제' 정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중국 정부가 중국 산업의 탄소집약도를 제도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정책을 발표했을까?

이유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70국가탄소표준' 계획에 있다. 중국 정부가 탄소집약도를 잘 통제하기 위해 2025년까지 중국의 핵심 산업, 제품, 프로젝트에 포함된 온실가스를 국제기준으로 체계화한다는 것이다. 뉴욕의 뉴스 매체인 <ESG 뉴스>는 8월 8일 중국이 추진하는 '70국가탄소표준'의 목표는 중국이 아니라 글로벌 표준을 만족시키는 것이고 중국의 수출 성장에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유럽의 탄소국경세에 반대하고 있지만 내적으로 유럽연합 기준을 맞추어 탄소국경세 준비를 하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중국의 필사적인 전략이다.

이처럼 일본과 중국에는 탄소국경세에 대응하려는 전략이 있다.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필사적인 전략이 없다.

조만간 수출기업들이 폭발적으로 탄소국경세에 대한 지원 요청을 할 것이다. 이렇게 예상됨에도 정부가 지금처럼 설명회 또는 유럽연합과의 협상으로만 대응한다면, 앞으로 정부와 산업계에서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수출기업들의 탄소중립 이행과 보고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역량이 취약한 기업들을 위해 일본 정부가 세계 최초로 추진하는 녹색전환 채권을 통한 지원도 하나의 방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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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미룬 尹·韓 갈등 격화...조선일보 “‘협의’는 안 하기로 작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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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범죄 보도 계속…피해 절반 한국인, 3분의1 미성년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4.08.29 07:39

  • 수정 2024.08.29 07:40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이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을 추석 이후로 미뤘다. 29일 아침신문들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제안을 두고 또다시 파열음을 낸다며 양측을 비판하는 사설을 내놨다. 비판 무게중심은 정부 측에 쏠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한 대표가 제안한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과 관련해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한덕수 국무총리께서 당에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논의되는 의·정 갈등 관련 제안에 재차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만찬 연기를 발표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은 누적돼 ‘n차’로 접어들었다”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22대 총선 비례 공천 파동, 김 여사 문자메시지 무시 및 공개 논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등에 대한 입장차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 사이 관계는 점차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오히려 맞부딪쳐 싸워주는 용산 덕분에 한 대표가 계속 생존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민심 전달 창구인 여당의 고언조차 듣지 못하는 정부라면 어떤 소통이 가능하겠나”라고 묻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 제안도 논란의 여지가 있고 당정 간 협의 내용을 한 대표가 공개한 것도 적절해 보이진 않지만, 여당 대표의 중재안마저 거부한 채 ‘국민 생명 직결 사안에 굴복하면 정상적 나라가 아니다’라는 대통령실의 ‘외골수’ 태도도 문제”라고 했다.

▲29일 동아일보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한 대표가 여권 내 공감대가 모아지지 않은 증원 유예안을 섣불리 제안한 것이나 비공개 협의 내용이 곧바로 공개된 것 모두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집권당 대표로서 응급실 공백과 국민들의 의료 불안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무르익지 않은 증원 유예안이 일방적으로 제안되고 공개되면 정책 혼선으로 비쳐 사태 해결에 오히려 걸림돌”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한 대표의 의대 증원 보류 제안 고수에 대통령실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며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공백에 더해 정국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사설 <의료대란 눈앞인데 윤-한 충돌, 국민 보기 민망하지 않나>에선 “의정갈등의 볼모가 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키우는 꼴”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의료 사태 놓고 또 충돌, 윤·한은 ‘협의’는 안 하기로 작정했나>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29일 한국일보

한겨레는 “한 대표는 만찬 연기에 대해서도 ‘제가 따로 얘기 들은 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사이가 ‘소통 제로’에 가까운 비정상 수준이라는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며 “내부 힘겨루기와 자중지란 양상을 노출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길 뿐”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마치 ‘협의’와 ‘타협’ ‘존중’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다. 이래서 2년 9개월 남은 임기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썼다.

 

윤 3번째 기자회견, 동아 “용산으로 옮기고도 소통에 소극”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핵심 개혁 과제와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국정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갖는다. 동아일보는 올 6월 이후 두 번째 국정 브리핑이자 임기 내 세 번째 공식 기자회견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에 “여론에 귀를 열라”고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尹의 세 번째 기자회견… 질문 속 여론에 귀 활짝 열라> 사설에서 “올 6월 초 동해안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한 이후 두 번째 국정 브리핑이고, 취임 100일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이은 세 번째 공식 기자회견”이라고 밝혔다.

▲29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은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집무실까지 용산으로 옮겼으나 기자회견에 인색했던 전임 대통령에 견주어도 소통에 소극적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출근길 문답은 2022년 11월 중단됐고, 대신 올 4월 의대 증원 대국민 담화와 6월 석유·가스 매장 관련 첫 국정 브리핑을 했지만 일방적 발표에 질문은 받지 않아 역효과만 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통해 가감 없는 여론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대통령이 민심과 동떨어진 의사 결정으로 문제를 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첫 기자회견 때 다짐했듯 ‘국민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듣고 또 들어야 한다”고 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 절반은 한국인, 국내 피해 3분의1 미성년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가 전방위로 확산한 실태를 두고 신문들이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일보는 1면에서 딥페이크(Deep Fake·이미지 합성물) 영상물 피해자 3명 중 1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난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발표를 전했다. 올해 들어 8월25일까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딥페이크 피해 지원을 요청한 781명 가운데 36.9%(288명)가 10대 이하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긴급 전담조직을 만들고 매주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9일 세계일보

경향신문은 6면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등장하는 인물의 절반가량이 한국인이라는 해외 보안업체의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보안서비스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최근 공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 내용이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7~8월 상위 10개 딥페이크 포르노 웹사이트와 유튜브, 데일리모션 등에 있는 85개 딥페이크 채널을 분석한 결과,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등장한 인물 중 53%가 한국 국적”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불법합성물 제작과 유포 피해자들을 인터뷰했다. 1년 전 고교생 때 피해를 겪은 김하나 씨는 한겨레에 “처음에는 가해자가 그저 더럽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학교 친구들과 남자친구에게 불법합성물을 퍼뜨리겠다는 협박까지 당하자, 일상생활조차 무섭고 힘들어 밖으로 나가기 어려웠다”고 했다. 30대 중학교 교사 ㄱ씨는 “가해 학생과 방관한 학생들을 떠올리면 실망과 배신감이 너무 크다. 교사로서 엇나간 아이들도 품어줄 수 있어야 하는데 도저히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

▲29일 한겨레

조선일보는 “해외에선 이미 딥페이크 처벌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영국 법무부는 지난 4월 딥페이크로 음란물을 만들기만 해도 공유·유포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이어 “미국 상원 의회에선 지난달 딥페이크 피해자들이 음란물로 본 피해를 보상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했다. ‘음란물’은 성범죄를 알리는 정확한 표현이 아닌 데다 피해의 심각성을 가릴 수 있어 적절한 용어가 아니라고 성폭력 대응·피해지원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일보는 “'n번방 사건' 이후 2020년 3월 이른바 '딥페이크 방지법'이 만들어졌지만 집행유예에 그치는 판결이 적지 않”다며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형벌이 약해지는 경향이 보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미국의 사례 등을 참고해 형사처벌 외에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고 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성범죄를 저지른 보호관찰 대상자는 성범죄자 치료 전문가 승인이 있기 전까지 인터넷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성범죄자의 SNS 접속을 금지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아동 대상 성범죄 전과자를 기소했지만 2017년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 헌법 1조를 어겼다며 이를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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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남북 탁구대표팀의 훈훈한 셀카에 먹칠하려는 자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8/28 [13:45]

 

2024 파리올림픽을 뜨겁게 달군 사진이 있다.

 

바로 남북 탁구대표팀이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 국제올림픽위원회 SNS 캡처.

대결로 치닫는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기를 바라는 우리 국민의 바람이 이 사진에 담긴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기자의 머릿속엔 걱정부터 앞섰다.

 

남북대결과 전쟁을 바라는 기레기들이 분명 ‘아오지 탄광’을 운운하며 악의적인 왜곡 기사를 써댈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당시 그런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갑자기 걱정하던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탈북자 출신 박충권 국힘당 의원이 27일 YTN 라디오 ‘뉴스 파이팅’에 출연해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언론들은 썩은 고기를 발견한 하이에나 떼처럼 너도나도 이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박 의원의 주장은 조금만 살펴봐도 말이 안 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첫째, 박 의원은 북한 선수들이 삼성전자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경하고는 “‘남조선은 못 살고 사람들은 피폐하다’고 배운 것과 인지부조화를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을 ‘적’이라고 부르고 주민들에게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가르치기는 해도 ‘못 산다’고 교육하지는 않는다.

 

탈북자들도 대부분 북한에 있을 때부터 한국의 경제 수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그런 걸로 놀라지 않으며 ‘인지부조화’ 따위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또 북한에도 폴더블폰이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삼성 최신 휴대전화를 보고 놀랄 일도 없다.

 

▲ 7월 1일 MBC 통일전망대에 소개된 북한 폴더블폰 모습. © MBC

실제 영상을 봐도 북한 선수들이 삼성 최신 휴대전화를 신기해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둘째, 박 의원은 북한 선수들이 남한 선수와 접촉했기 때문에 “최소 혁명화 2~3년 정도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탈북자 출신이라면서 ‘혁명화’의 개념도 모르는 듯하다.

 

북한 형법은 형벌의 종류로 사형, 무기노동교화형, 유기노동교화형, 노동단련형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노동교화형은 우리의 징역형, 노동단련형은 우리의 사회봉사명령과 비슷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물론 그 정도는 다르다.

 

흔히 ‘혁명화’라 부르는 ‘혁명화 교육’ 혹은 ‘혁명화 조치’는 형법상 처벌이 아니며 그렇다고 당규약 상 당원을 책벌하는 제도도 아니다.

 

당원 책벌 종류에는 출당, 경고, 엄중경고, 권리정지, 후보당원으로 강등 등이 있으며 ‘혁명화’는 없다.

 

‘혁명화’는 당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재교육 수단이며 잘못을 저지른 간부를 공장이나 농장 등 노동 현장에 보내 잘못을 뉘우치고 혁신하도록 하는 조치다.

 

얼핏 좌천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좌천은 징계의 일환으로 지위를 강등하는 게 중심인 반면 ‘혁명화’는 혁신을 목적으로 업무 현장을 바꾸는 개념이다.

 

아무튼 20대의 북한 탁구선수가 무슨 당 간부도 아닌데 ‘혁명화’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셋째, 이게 가장 황당한데 박 의원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에 오른 북한 축구 대표팀이 한국 선수들과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시는 등 좋게 지냈다가 “정치범 수용소 가고 대부분 추방당했다”라고 주장했다.

 

1966년은 북한 축구가 최전성기를 달릴 때로 무려 월드컵 8강까지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 북한 대 이탈리아 시합 장면. 북한이 1:0으로 이겼다.

당시 한국 축구는 국제대회에 명함도 내밀기 힘든 수준이었는데 박정희 정권은 남북 축구 대결에서 져 망신을 당할까 봐 피파(FIFA)에 벌금을 내고 지역 예선을 기권해 버렸다.

 

따라서 월드컵 본선은커녕 지역 예선에서도 남북 축구 대표팀이 만날 일은 없었다.

 

박 의원이 이처럼 황당한 주장을 언론에 유포하고, 이걸 언론들이 신나게 받아 적는 목적은 뻔하다.

 

이번 광복절에 윤석열 대통령은 흡수통일 방침을 천명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이런 식의 가짜뉴스가 쏟아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따르면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라서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들”은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이다.

 

확실히 국힘당과 보수 언론은 ‘반자유·반통일세력’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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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의료공백 위기 넘겼다…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직전 62곳 중 59곳 교섭 타결

의사 진료공백 책임전가 금지, 임금 인상 등 합의…조선대병원은 파업 돌입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4.08.29. 09:59:44

29일로 예정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총파업을 앞두고 파업 준비 사업장 62곳 중 59곳의 교섭이 타결돼 총파업 돌입 계획이 철회됐다. 의사 파업에 간호사 파업까지 더해진 사상 초유의 의료 공백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놓게 됐다.

보건의료노조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7일부터 29일 새벽까지 진행된 밤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와 교섭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미타결 의료기관 3곳 중에서는 조선대병원이 유일하게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호남권역재활병원도 조정이 중지됐지만, 노조는 환자 불편 등을 고려해 파업 돌입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노원을지대병원은 다음달 11일까지 조정 기간을 연장했다.

교섭이 타결된 의료기관의 주요 합의사항을 보면, 전공의 공백에 따른 병원 경영난 및 남은 병원 노동자들의 부담과 관련 △의사 진료공백에 따른 일방적인 책임 전가 금지, △연차휴가 강제 사용 금지, △인력 확충 등이 눈에 띈다.

처우와 관련해서는 △임금 인상,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및 노동시간 단축 TF 구성, △유급수면휴가 부여 보장 포함 교대근무자 처우 개선 등이 담겼다. △무기계약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간 단축, △계약직 정규직 전환 시 근속연수 산입 등 비정규직 관련 개선 사항도 있다.

향후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에 돌입한 조선대병원 교섭 타결을 위해 병원 사용자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집회 등을 벌일 계획이다.

▲ 지난 2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붙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현수막.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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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구속, 이제야 안도한 유가족 “참사 해결의 첫걸음”

 

 

사망자 23명이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8.28 ⓒ뉴스1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은 리튬배터리 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구속됐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업체 대표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박 대표에 대해 “혐의 사실이 중대하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역시 산업안전보건법 및 파견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23일 발표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번 참사는 회사가 무리한 목표의 생산량을 채우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였다. 아리셀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자격도 없는 인력 공급업체로부터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했다. 이로 인해 제품 불량률이 급증해 전지 폭발 및 화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비상구 설치 규정을 위반했으며, 노동자의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아리셀 대표의 구속수사를 촉구해 온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제 수사기관은 강도 높은 보강 수사와 조사를 통해 박순관과 그 일당의 범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해결에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밝혀진 진상과 그에 부합하는 책임자 처벌,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 마련까지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배상 역시 요원하다. 하지만 협의회와 대책위는 오늘의 기쁨과 자신감으로 다시 힘차게 내일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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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로 고온에 노출된 물류 노동자들 "국회가 입법으로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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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 기자
  •  
  •  승인 2024.08.28 15: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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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도 30도 넘는 물류센터
일하는 공간 아닌 창고로 분류
"이제 국회가 입법으로 답해야"

28일 국회 앞에서 열린 물류노동자 폭염투쟁 보고 및 폭염대책 입법 요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8일 국회 앞에서 열린 물류노동자 폭염투쟁 보고 및 폭염대책 입법 요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계속되는 이상기후로 고온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자,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들고 국회 앞에서 폭염대책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다. 서울은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면서 24일 연속으로 밤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때아닌 폭염에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30도가 넘는 찜통에서 일해야 했다.

연이은 사상자도 발생 중이다. 지난달 18일에도 제주도 쿠팡 CLS(쿠팡로지스틱스) 서브 허브에 출근해 물을 마시던 조 모씨가 갑자기 심정지로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8일에는 대전 유성구 한진택배 메가허브 터미널에서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던 30대 노동자 A씨가 쓰러지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A씨의 온도를 확인했는데 40.9도가 나왔다.

지난 6월 근로복지공단은 고온으로 인한 질병, 열사병과 관련된 산업 재해 통계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열 관련 산업 재해는 코로나 시기 주춤했지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6년간 총 147건의 산업 재해 중, 2018년에 35건, 2019년에 26건, 2020년에 13건, 2021년에 19건, 2022년에 23건, 2023년에 31건이 발생했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28일 오전 경기 구리시 한 택배 대리점에서 택배노동자들이 선풍기에 의존해 더위를 이겨내며 작업하고 있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28일 오전 경기 구리시 한 택배 대리점에서 택배노동자들이 선풍기에 의존해 더위를 이겨내며 작업하고 있다.

야간에도 30도 넘는 물류센터

물류센터는 대부분 넓은 공간에 천장이 높고, 통풍이 잘되지 않는다. 열 차단이나 냉방시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온도가 쉽게 상승하고 유지된다. 정부는 이런 문제로 매시간 15분씩 휴식 시간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라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폭염 시기 온도감시단을 꾸려 폭염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가 해야 할 일을 사실상 대신 한 거다.

감시단은 6개 쿠팡물류센터와 다이소 용인 남사 허브 물류센터의 온도와 습도를 체크했다. 그 결과 이번 달 20일 쿠팡 인천4센터 4층의 온도는 오전 8시임에도 불구하고 35.8도, 습도는 52%에 달했다. 같은 날 대구2센터 4층 B동은 36.1도에 습도 57%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대부분 물류센터의 체감온도가 30도를 넘겼다. 

감시단은 인천4센터의 경우, 야간인 19시에도 온도가 30.4도에 달해 “숨이 막히고 심장이 울렁거리는 등 어지럽다고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2024년 온도감시단 활동내용 ⓒ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온도감시단
2024년 온도감시단 활동내용 ⓒ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온도감시단

일하는 공간 아닌 창고로 분류

이들은 건축법 개정을 촉구했다. 현재 물류센터는 건축법상 단순히 물건을 쌓아놓는 ‘창고시설’로 분류된다. 물품 보관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작업자의 안전과 관련한 규정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거다.

건축법 개정을 통해 ‘노동현장’으로 분류된다면 해당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요구사항이 강화될 수 있다. 

쿠팡대책위 물류센터 제도개선 TF 문은영 변호사는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필요성과 입법과제 제안했다. ▲냉난방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건축법 개정 ▲사업주에게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의무 부여 ▲폭염 상황에서 노동자 판단에 따라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권한 부여 ▲일정 수준 온도습도로 올라갈 경우 고열작업환경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규정 마련이다.

고열작업환경 판단의 경우,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폭염 또는 한랭 등의 기온에 의한 작업환경 위험을 위험인자로 규정하고 있다. 일정수준의 온도 습도가 발생하면 보호조치를 하거나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일부 기준이 존재하지만, 모든 경우에 명확하게 적용되는 기준이 없어 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전국 물류센터 지부장은 “신문, 방송 등의 보도를 통해 연일 역대급 더위가 올 것이란 경고가 있었고, 더위로 인한 재해와 재난이 더욱 크고 더욱 많이 발생할 거란 경고가 있었다”며 “충분히 예견되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비하지 않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범죄”라고 국회를 꾸짖었다.

이어 “지금이라도 고용노동부는 안 지켜도 그만인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 조항으로 재규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과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엄격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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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능성을 숙고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
 
박한표  | 등록:2024-08-28 09:58:52 | 최종:2024-08-28 10:03: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다양한 가능성을 숙고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8월 27일)

오늘의 화두는 다양성이다. 프랑스어 디베르시떼(diversite)라고 한다. 프랑스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어이고, 지금 우리 사회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즐겨 읽는 <장은수의 책과 미래>라는 칼럼의 제목이 “내다 보는 눈과 열린 귀”이다. 그가 소개한 토머스 서든도프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의 <<시간의 지배자>>(디플롯 펴냄)에 따르면, “미래를 내다보는 힘은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도구다. 예지력이 없다면 우리는 미래를 계획하지도, 그에 따른 기회와 위험을 사전에 대비하지도 못한다. 내일을 모르는 삶, 전면적 불확실성은 끔찍한 지옥과 같다. 무엇이 최선인지, 어떻게 살아야 괜찮은 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 시간을 지배하려면 예지를 올바로 쓰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그 출발은 겸손이다.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확실한 미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플랜 B를 생각지 않는 인생은 아주 작은 변화에도 파멸할 수 있다. 자기 패를 과신하는 도박꾼들이 항상 파산하듯이 말이다. “인간은 최선을 희망하지만, 최악을 준비하는” 존재여야 한다. 미래가 내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숙고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유연하고 개방적인 인지 장치라는 거다. 가령 출신과 신분과 성향이 각각 다르고 다양한 이들이 한 팀을 이루어 미래를 내다보면 예측력이 좋아진다. 그리고 오늘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왕정이나 귀족정보다 민주 정치가, 온갖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가, 그 중에서도 다민족, 다인종 공동체가 더 창조적인 이유라는 점이다. 다른 목소리의 존재는 시간의 흐릿한 지평선에서 기대를 보완해 우리가 미지를 더 잘 다루게 이끈다. 여기서 일어나는 “내다보는 눈은 열린 귀”와 짝을 이룰 때 비로소 온전히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하늘의 별이나 바람의 움직임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신들의 지식을 추출하는 일”이라고 키케로가 말했다. 인류는 진화의 길 위에서 “마음의 눈으로 시간을 가로지르는 놀라운 힘”을 얻었다. 그 힘을 상징하는 존재가 프로메테우스다. 프로메테우스는 ’미리 보는 자’란 뜻이다. 그가 인류에게 가져다준 불은 마음의 안개를 밝히고 앞날의 어둠을 거두는 불이었다.

프로메테우스는 티탄족으로 동생 에피메테우스와 아틀라스를 둔 장남이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먼저 아는 자’란 뜻이고,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나중에 아는 자’란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머릿말을 ‘프롤로그’라고 하고, 편집 후기를 ‘에필로그’라고 하는 것이다. 세상의 미래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바로 아래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신들의 전쟁’에서 제우스 편을 들고, 아틀라스는 자신들의 조상들인 티탄 족 편을 들어, 지구를 받치는 형벌을 받았고,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지배하는 올림포스로 초대받는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과 식물들을 만들라고 명령한다. 그러니까 신화에 의하면, 우리 인간을 창조한 사람이 프로메테우스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모습을 본 따 인간을 만들었다. 그때 프로메테우스의 과업을 축하하기 위해 제우스를 비롯한 모든 신들이 프로메테우스의 피조물들에게 선물을 보내왔는데 그만 ‘멍청한’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줄 선물을 남겨두지 않고 몽땅 나눠줘 버린 것이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 불을 훔쳐다 준다. 인간에게 이 불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불이 없다면, 우리들의 삶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몸을 따뜻하게 하고 고기를 잘라 구워 먹고 삶아 먹는 조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어두운 밤에도 불 때문에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프로메테우스 덕분에 인류는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가 된다. 유인원과 현생 인류의 중간 단계에 속하는 화석 인류를 이렇게 말한다. 두 발로 서서 걸어 다녔으며, 석기와 불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인간에게 주어진 이 불은 진화를 거듭 한다. 티탄 시대의 헬리오스(티탄 시대의 태양)의 ‘태양 마차’의 불은 하늘에서 땅을 비출 뿐이었다. 그러나 이 불이 헤스티아(로마 식으로는 베스타)의 부엌의 화로, 헤파이스토스(대장간의 신)의 대장간의 불로 그리고 아폴론의 ‘포에보스’로 진화하였다.

헤스티아의 불은 ‘생존의 불’이다.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데에 필요한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에 쓰이는 불이다. 따뜻하게 살고, 음식을 익혀 먹고, 어둠을 밝히는 1차원적인 불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 불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그들은 먹고 사는 일에만 만족할 수 없었다. 마치 우리가 술도 단지 배고파서 마시는 것이 아닌 것처럼.

두 번째로 헤파이스토스의 불은 ‘변화의 불’이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의 불은 쇠를 녹여 도구를 만들어냈다. 인간은 이 도구를 이용해서 땅을 갈고 농사를 지었다. 세상을 바꾸는 2차원적인 불이 되었다. 그러면서 불의 강도는 더 세어져 물을 끓이고 고기를 굽는 온도에서 쇠를 달굴 뿐만 아니라 세상을 태워버릴 거대한 불로 진화하였다. 불이 갖는 양면성이 드러난다. 불로 쇠를 적당히 달구면 단단한 도구가 되지만, 불의 강도를 너무 세게 하면 모든 것이 다 타버린다. 이와 같이 술이 갖는 양면성도 이 불 때문이다. 술도 적당히 마시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데, 지나치게 마시면 몸을 헤치게 한다.

이러한 불이 그 다음 단계로 진화한 것이 아폴론의 불이다. 우리는 이 불을 ‘생각의 불’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아폴론은 의술의 신, 음악과 예술의 신, 예언의 신으로 ‘팔방미인의 황태자’였다. 그러면서 태양의 신으로 밝은 이성을 상징하는 잘 생긴 신으로 그리스의 모든 젊은이들이 닮고 싶어했던 신이었다. 아폴론이 갖게 된 불은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 이후의 세상에서 필요한 것들이다. 구체적인 일상의 삶에서 인간이 지혜로워져 추상의 세계로 나아간 것이다. 인간이 사유 하기 시작하며,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몸의 감각으로부터 벗어나 추상적인 생각을 하며, 차가운 머리로 사유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인간은 머리가 커졌고, 육체의 힘을 잃어가고 감각이 무디어 갔다.

이러한 추상의 세계가 또 다른 세계, ‘진짜’ 인간적인, 문명의 세계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불’이 ‘물’을 만난다. 이 때 등장하는 신이 포도주의 신, 아니 술의 신 디오니소스이다. 불이 물을 만나야 불이 완성된다. 이때부터 인간은 신으로부터 벗어난다. 신이 주는 것만으로 기뻐하지 않고 인간 스스로 ‘예-술해서’ 행복해 하게 된다. 이때부터 진정한 문명이 시작하는 것이다. 문명이라는 말에서 ‘명’자가 물과 불, 달과 해가 만난 단어인 것처럼. 이제 프로메테우스 신으로부터 훔쳐 온 불이 아폴론에게 이른 다음 디오니소스를 만나 술이 되면서 불은 완성된다. 그러자 인간은 술을 알게 되면서, 신에게 올리는 경배를 게을리하고, 신에게 감히 덤비게 된다. 그래서 신들은 불을 훔쳐간 프로메테우스를 미워했던 것 같다.

지금부터는 신들이 불을 훔쳐간 프로메테우스와 그 불을 덥석 받은 인간에게 내리는 형벌들도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받은 형벌은 신은 죽지 않으니, 고통을 주는 것으로 코카서스 높은 절벽에 묶여 날마다 찾아오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것이었다. 그를 더 아프게 했던 것은 날마다 간이 다시 재생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살이 찢기는 아픔보다 다시 살아나는 간이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제우스가 자신의 미래를 알려 달라는 목소리였다. 할아버지 우라노스와 아버지 크로노스가 그랬던 것처럼, 제우스도 언젠 가는 권좌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문제는 프로메테우스만이 제우스의 앞날을 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메테우스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불의와 타협하고, 유혹을 견디지 못해 정의를 버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치에 따라 당연한 일을 하였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으니 인간은 존재해야 하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지명되었으니 인간은 다른 생명체보다 강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프로메테우스는 ‘정의의 화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따서 ‘프로메티안(Promethean)’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이 말은 ‘프로메테우스 같은’이란 말로 ‘개인적이고 독창적이며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 태도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사전에 쓰여있다. 다시 말하면 프로메티안이란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정의로움을 지키며 인류에게도 도움을 주는 현자’라는 말이다.

우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인간에게 선물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제우스가 불을 숨겼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정의가 실현되기 전에 불의가 일어난 것들을 우리는 간과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형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주는 용기를 가졌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할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인간에 어떤 보상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 길을 선택했다. 우리는 그 용기의 밑바닥에서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보았다. 그는 완벽하지 못한 인간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조건 없는 사랑만이 정의를 이룬다. 사랑은 남을 나처럼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니까 사랑은 조건이 없다. 조건을 달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내가 다른 이로부터 대접 받고 싶은 것을 남에게 해주는 것이라면, 정의는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이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사랑도 남의 입장에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사랑과 정의는 한 축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사랑과 정의 중에서 우선 해야 하는 것은 정의이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면 당장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사랑은 그렇지 않다.

물론 정의는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신의 힘겨운 삶을 통해 싸워야만 쟁취할 수 있다. 정의를 외면하게 하는 세속의 유혹이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 유혹은 정의로운 삶보다 효율적인 삶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의의 실현은  자신의 인생을 걸 만큼 힘겨운 투쟁이 필요하다.

이 힘겨운 투쟁의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 바로 프로메테우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인간에게 선물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제우스가 고의로 불을 숨겼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정의가 실현되기 전에 불의가 일어난 것들을 우리는 간과한다.

제우스는 불이라는 문명 창조의 도구를 독점함으로써 인간에게 ‘신을 닮아 갈 기회’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이에 비해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압제 하며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을 해방시켜 인간 스스로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하기를 바랬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제우스는 세상을 창조하는 힘의 원천인 불을 숨김으로써 인간의 자율성을 가로막으려 했고,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스스로 문명을 창조하는 능력’을 줌으로써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결점을 스스로 극복하기를 바랬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의 정의는 인간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과 독재에 대한 저항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 본다. 진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왜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받는가? 프로메테우스는 이름처럼 남보다 먼저 생각하여, 먼저 깨어난 자이다. 먼저 깨달은 자로 그는 우리 인간에게 불 그 자체만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할 수 있는 지혜, 즉 이성을 주었다.

세상은 위험한 진실보다 안전한 거짓의 편에 서라고 충동 한다. 제우스는 자신에게 복종하는 인간을 원했고, 프로메테우스는 힘들더라도 제 머리로 생각하는 인간,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을 원했다. 불의와의 끊임없는 결투를 통해서만 정의로움의 감각은 단단히 담금질 된다. 정의와 정의감은 다르다. 정의감이 있어도 정의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불의와 타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정의감을 간직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고통을 겼어야 한다. 프로메테우스에게서 배운다.

이야기 다른 길로 샜다. 물론 인간은 여전히 어리석다. 과식은 성인병을 부르는 걸 빤히 알면서도, 먹을 걸 보면 일단 손을 뻗는다. 비극 작품엔 신들의 지식을 무시하는 인간의 오만과 미망, 도전과 파멸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 이야기는 내일로 미루고, 오늘 못 다한 ‘다양성’ 이야기는 계속된다. 특히 이 문제는 2024년 프랑스 올림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랑 그대로의 사랑으로 / 홍수희

준다의 미래형이 받는다 였던가
준다의 미래형이 되돌려 받는다 였던가
준다의 미래형이 언젠가는 세상을 돌고 돌아
나에게 되돌아올 것이라는 거였던가

아니 아니다
내가 아주 조금 인생을 살아보니

준다의 미래형은 잊는다였다
그리하여 준다의 완성형은 잊힌다였다

그때 비로소
준다의 과거형은 순백의 사랑이 되리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 되리

박한표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박사를 받고 국내에 들어와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 프랑스문화원장을 하다가 와인을 공부하였습니다. 경희대 관광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며, 또한 와인 및 글로벌 매너에 관심을 갖고 전국 여러 기관에서 특강을 하고 있습니다, 인문운동가를 꿈꿉니다. 그리고 NGO단체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다 그만두고, 지금은 인문운동에 매진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마을 활동가로 변신중이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uid=5672&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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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인 무덤? 더 이상 억울한 죽음 만들지 말라

[최병성 리포트] 매년 반복되는 산사태... 산림청의 잘못된 산림 정책, 개선 시급

24.08.28 06:48최종 업데이트 24.08.28 06:48

▲ 산사태로 발생한 엄청난 토석류가 집을 덮쳐 집 안에 있던 냉장고와 세탁기 등이 논까지 밀려와 있다. ⓒ 최병성

사람이 사망했다. 모두가 깊이 잠든 지난 7월 10일 오전 3시 57분경, 충남 서천 율리의 집 뒤 산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집중호우에 산사태가 발생해 엄청난 토석류가 집을 덮친 것이다.

산사태의 위력이 얼마나 컸던 것일까? 커다란 양문형 냉장고가 집 아래 논까지 떠밀려 와 있었다. 문짝이 떨어져 나간 냉장고 안에는 음식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세탁기와 보일러 기름통과 방 문짝까지 논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집 안에서 잠자던 70대 A씨가 실종되었다. 수색 끝에 토사와 함께 논바닥까지 떠밀려온 A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사망했다.

▲ 산사태로 집 안에 있던 물건들이 아래 논까지 떠 내려올 만큼 산사태의 위력이 컸다. ⓒ 최병성

집안의 모습은 어떤 상태일까? 산 쪽 방향 벽이 주저앉았고 온 집안에 흙과 돌덩이가 가득했다. 벽과 천정에 달린 샹들리에까지 튄 황토가 사고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말하고 있었다.

▲ 산사태가 덮친 집안 모습 ⓒ 최병성

산사태의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산사태가 발생한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산사태는 눈사태와 같은 이치다. 작은 눈덩이가 구르며 점점 더 커지는 것처럼, 산사태 역시 시작은 작지만 아래로 굴러가며 땅속 깊은 바닥의 기반암이 노출될 때까지 모든 토석류가 다 패여 나간다. 이런 엄청난 토석류가 갑자기 집을 덮쳤으니 피해가 컸던 것이다.

▲ 계곡 땅속에 있던 기반 암이 노출되도록 엄청난 토석류가 떠밀려 내려왔다. ⓒ 최병성

산사태로 새롭게 만들어진 계곡 정상부에 올라섰다. 산사태가 시작된 지점을 찾아냈다. 봉분 3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 무덤의 잔디부터 산사태가 시작된 것을 볼 수 있었다.

▲ 산사태가 발생한 계곡을 따라 올라오니 무덤에서 산사태가 시작된 것을 볼 수 있었다. ⓒ 최병성

산사태 원인은 무덤이 아니라 싹쓸이 벌목

무덤이 산사태 발생의 원인일까? 산사태의 시작점은 무덤이 분명하다. 그러나 산사태 발생 원인은 무덤 뒤편에 따로 있었다. 무덤 뒤에 대규모 싹쓸이 벌목이 이뤄졌다.

▲ 산사태가 발생한 무덤 뒤편에 최근 대규모 싹쓸이 벌목이 이뤄졌다. ⓒ 최병성

자세히 보니 큰 나무들을 모두 베어내고 어린 백합나무를 심었다. 싹쓸이 벌목 탓에 집중호우로 인한 빗물이 무덤 방향으로 밀려들며 무덤 잔디밭이 침식되면서 산사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산사태가 발생한 계곡을 오르는 우측에 있는 무덤 2곳은 멀쩡했다. 무덤 뒤에 나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2일 '사방댐 있으면 안전? 산사태 발생 주범이 산림청인 증거들'(https://omn.kr/29hom) 기사에 나온 것처럼 <녹색댐 기능증진을 위한 숲가꾸기 효과>(국립산림과학원, 2017)에 따르면, 비가 집중되는 7월에 숲가꾸기로 나무들을 솎아낸 지역이 자연 그대로인 숲보다 '첨두유출량'(집중호우시 최대 홍수 유출량)이 무려 318배다.

숲의 나무 중 일부를 솎아낸 숲가꾸기만으로도 40~50배에서 무려 318배가 넘는 빗물이 일시에 쏟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숲의 모든 나무를 벌목한 지역의 홍수 위험은 얼마나 더 급증하는 것일까?

산사태 현장에 남겨진 증거

산사태 발생 원인이 무덤 뒤편의 싹쓸이 벌목이라는 증거는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붕괴된 무덤 우측 사면에 빗물이 흐른 자국들이 역력하다. 무덤이 산사태의 발생 원인이라면, 산사태로 무너지고 조금 남은 잔디밭에 고인 빗물이 이렇게 큰 빗물 자국을 만들 수 없다.

▲ 산사태로 무너진 무덤 봉분 바로 앞 사면에 빗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는 산사태 이후에도 외부에서 많은 빗물이 흘렀음을 이야기한다. ⓒ 최병성

▲ 무덤을 바라보며 우측 사면에 산사태로 붕괴 이후에도 빗물이 계속 흐르며 깊게 패여나간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산사태로 무너지고 남은 잔디밭의 빗물 양만으로는 불가능한 흔적이다. ⓒ 최병성

붕괴된 좌측 사면에도 빗물이 흐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무덤이 없는 좌측 잔디밭도 크게 붕괴되었다. 그 아래 사면에 빗물이 흘러 골이 깊게 패인 흔적들이 있었다. 산사태로 붕괴 이후 이렇게 깊게 패인 흔적이 남으려면, 외부로부터 빗물이 많이 유입되어야만 가능하다.

▲ 무덤을 바라보며 좌측 사면에 위쪽으로부터 많은 빗물이 흘러 내려와 깊은 골이 패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 최병성

무덤 뒤편 벌목지에 올라섰다. 싹쓸이 벌목한 곳에서 무덤 방향으로 빗물이 흘러간 흔적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벌목으로 인해 큰 나무들이 사라지자 바닥에 있던 부엽토와 토사가 무덤으로 흘러내려 쌓여 있었다.

▲ 벌목지에 서서 무덤을 바라본 모습. 벌목지에서 빗물이 무덤으로 흘러 내려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최병성

이곳 서천 율리의 산사태 피해가 커진 또 다른 원인이 있다. 산사태로 토석류가 흘러내린 사면이 대부분 칡넝쿨이었다. 2015년 산사태가 발생한 사면의 울창했던 나무들을 싹쓸이 벌목했기 때문이다. 만약 벌목하지 않아 큰 나무들이 있었다면, 상부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더라도, 나무들이 토석류를 막아 주어 산사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 2009년 사진에 따르면, 산사태가 발생한 집 뒤편 사면에 숲이 울창했다. 그러나 2015년 벌목을 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무덤이 2009년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무덤 뒤에 가득했던 소나무 숲이 2024년 벌목으로 사라지며 산사태를 촉발시킨 것임을 알 수 있다. ⓒ 카카오맵

위 항공사진에 따르면, 산사태가 시작된 무덤은 2009년 이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2015년 사진에 따르면, 산사태가 시작된 무덤 바로 뒤편에 소나무가 가득했던 숲이 있었다. 그동안 이 숲에 나무들이 있어 무덤으로 인한 산사태를 막아주었던 것인데, 최근 나무들을 베었다.

산림청의 이상한 해명

산림청은 지난 23일 대전 청사 기자실에서 서천 율리의 산사태가 벌목 때문이 아니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산림청은 '벌채지와 묘지는 산 능선부를 기준으로 반대 방향으로 나눠져 있어 벌채지로 떨어지는 빗물이 피해지로 흘러갈 수 없는 구조'라며 산사태 원인은 '극한 강우와 오목한 지형, 인위적인 산지훼손(묘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 증거로 빗물이 흐른 경사 방향을 표시한 벌목 사진 두 장과 설명을 덧붙였다.

▲ 산사태 발생 원인이 벌채지 때문이 아니라며 산림청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 그러나 능선의 위치 표시가 잘못되었다. 산림청이 표시한 노란선은 능선이 아니라 벌목 경계선일 뿐이다. ⓒ 산림청

그러나 산림청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벌목 경계선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며, 빗물이 흐른 경사면의 표시가 잘못되었다. 산사태가 발생한 무덤 주변을 좀 더 가깝게 살펴보면 무덤 뒤편의 작은 능선에서 무덤 방향으로 빗물이 흘러들게 되어 있다.

▲ 무덤 뒤편에 싹쓸이 벌목이 이뤄졌다. 벌목 후 나무를 심었지만, 여전히 뻘건 황토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무덤 뒤쪽에 작은 능선이 있고, 능선 우측 무덤 방향으로 빗물이 흘러드는 구조다. ⓒ 최병성

만약 산림청의 주장처럼 산 능선부 기준으로 나뉘어 빗물이 무덤 쪽으로 흘러갈 수 없는 구조라면, 무덤이 능선 정상부에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무덤은 능선 아래 위치하고 있다. 2015년 항공사진에 따르면, 무덤 뒤편에 초록 소나무 숲이 있고, 그 너머는 낙엽이 떨어진 활엽수림으로 나뉘어 있다. 능선에 따라 남쪽 경사면엔 소나무, 북쪽 경사면에 활엽수가 나뉘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산림청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23일은 산사태가 발생한 7월 10일로부터 43일 지난 후다. 산림청은 산사태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바로 전문가들을 보내 산사태 발생 원인을 조사해 왔다. 산림청의 전문가들이 분명 무덤이 있는 정상부까지 올라왔었을 텐데, 현장을 보고도 위와 같은 보도자료를 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 2023년 여름 산사태가 많이 발생했다. 산림청의 산사태 원인 조사 보고서들을 입수해 살펴봤다. 산림청 보고서에 따르면, 산사태 현장 조사 전문가들은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 산림청 산하 치산기술협회 직원, 산림 기술사, 그리고 대학교수 등으로 이뤄진다.

▲ 산림청의 산사태 조사단 명단. 산림청은 산사태 현장마다 이런 정도의 전문가들을 조사단으로 보내 산사태 원인을 조사해 왔다. ⓒ 산림청

산림청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 직전 산림청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치산기술협회 직원들, 산림청으로부터 사업을 받아 살아가는 산림기술사, 그리고 산림청으로부터 수시로 거액의 용역을 받는 대학교수들이 산사태 발생 원인을 제대로 조사할 리 만무하다.

산림청의 산사태 조사 보고서들을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산사태 현장이 많고 지역과 위치도 각기 다른데, 산사태 발생 원인은 '① 극한 호우 ② 연약한 지질 구조 ③ 오목한 지형 ④ 용출수 추정' 등으로 마치 정해진 정답을 베낀 것처럼 모두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매년 여름 산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는 산림 재난이 반복되는 이유는 산사태 원인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산사태 원인을 조사하고도, 왜 산사태 발생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것일까?

'벌목'은 산림청의 핵심 사업이다. 벌목을 해야 조림 사업을 할 수 있고, 풀베기, 가지치기 등 산림청 산하 벌목상과 산림조합과 육묘상, 펠릿업자 등의 돈벌이가 가능해진다.

수백 년 사는 나무임에도 대한민국 숲이 30살 된 늙은 숲이라며, 탄소 흡수원 조성을 위해 벌목해야 한다고 국민을 속여 온 산림청이다.(관련기사: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 https://omn.kr/1t88z) (싹쓸이 벌목의 진짜 이유, 대통령도 의원도 산림청에 속았다 https://omn.kr/1tkiw)(국유림 금강송도 싹쓸이 벌목... 들통난 산림청의 거짓말 https://omn.kr/1txs2)

상습적으로 산사태 발생 원인을 호도한 산림청

지난 2017년 7월,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과 미원면 두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였다. 산림청은 산사태 직후 단 며칠 만에 전문가 조사를 통해 산사태 원인이 기록적인 폭우와 취약한 지질 구조 때문이라며 자연재해로 결론지었다. '①기록적인 폭우와 ②취약한 지형과 지질 구조'는 역시 산림청이 산사태 조사 결과에 되풀이하는 단골 메뉴다.

▲ 2017년 청주에서 산사태로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산림청의 조사 발표 자료. ⓒ 산림청

그러나 지질토목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2017년 두 현장을 모두 살펴보고, 자연재해가 아니라 산림청의 벌목과 조림으로 인해 발생한 인재임을 강조했고, 해외 유명 학회지에도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사건 발생 6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수곤 교수는 내게 이곳의 산사태 원인은 벌목이라고 강조했다.

▲ 2017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의 산사태 관련 이수곤 교수 해외 학회지에 실린 논문. 벌목하고 소나무 조림한 곳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었다. ⓒ 이수곤

▲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산사태. 이수곤 교수는 어린 나무 심은 자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표시했다. ⓒ 이수곤

당시 산사태 현장을 조사한 이수곤 교수의 사진에는 산사태 시작이 벌목과 조림 때문임이 그대로 담겨 있다. 낭성면은 2012년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미원면은 2014년 벌목하고 소나무를 심었다. 벌목 후 조림한 나무가 아직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해 집중호우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 2017년 산사태가 발생한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산사태 시작점. 벌목한 나뭇가지들이 쌓여 있고, 새로 심은 자작나무 뿌리가 드러나 산사태 발생 원인을 보여주고 있다. ⓒ 이수곤

▲ 청주시 미원면 2017년 산사태 현장. 벌목하고 소나무 심은 곳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었다. 산사태가 시작된 곳에 붉은 동그라미 안에 새로 심은 어린 소나무들이 보인다. ⓒ 이수곤

지난 2023년 여름, 두 현장을 찾아갔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 6년여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2017년 산사태가 발생한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좌측 낭성면에는 잎이 병들어 누렇게 변한 자작나무들이, 우측 미원면에는 6년여만큼 조금 더 자란 소나무들이 그날의 산사태 발생 원인을 말하고 있었다. 특히 자작나무는 추운 지역에 자라는 나무로,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인제까지가 한계선이다. 지형과 기후에 맞지도 않은 나무를 심기 위해 사람을 죽인 꼴이다.

▲ 산사태 발생 6년여 지난 2023년 여름, 2017년 산사태가 발생했던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과 미원면 현장을 찾았다. 아직도 산사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 최병성

논문 '산림 벌채가 산사태를 일으켜 토양 유기탄소와 총 질소 이동에 영향을 미친다'(2023.12)에 따르면, '심은 나무는 미성숙하고, 벌목한 나무는 썩어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다'며, 조림한 나무뿌리가 튼튼히 자리 잡는 20년까지 계속 산사태가 발생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해외 많은 논문들이 동일하게 지적하는 내용이다.

▲ 벌목 후 5~10년 사이에 잘린 나무의 그루터기 뿌리가 완전히 썩고, 새로 심은 나무의 뿌리가 자라 안정될 때까지 20년 동안 산사태가 발생한다고 밝힌 논문. ⓒ 해외 논문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만든 '숲과 산사태'에도 벌목 후 나무뿌리가 썩어 응집력이 사라져 20년까지 산사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FAO 보고서에 경사지 숲의 나무를 벌목하면, 20년까지 산사태가 증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FAO

전국 곳곳의 주택지 뒤편 경사지에 싹쓸이 벌목을 해 위험천만한 현장들이 많다. 지금은 초록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잘린 그루터기 뿌리가 썩고, 새로 심은 어린나무가 뿌리내리는 20년 동안 언제든 극한 호우에 산사태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만든 꼴이다.

억울한 죽음 멈추게 해야

청주 상당면의 2017년 당시 산사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가족을 잃은 두 집을 지난해 여름 방문했다. 그러나 두 집 모두 산사태 이후 가족을 잃은 충격을 견디지 못해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없었다.

그동안 벌목과 임도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산림청 대변인에게 '산사태로 인한 피해자에게 지금까지 산림청이 피해 보상을 해 준 적이 몇 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한 건도 없다는 답을 들려주었다.

산림청이 산사태를 자연재해로 포장하면, 산사태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어디서도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장마가 시작되는 지난 6월 산림청은 '산사태, 막을 순 없어도 피할 수는 있습니다'라는 표어를 걸고 대국민 홍보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사태가 산림청의 벌목지와 임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림청이 벌목과 임도 건설을 줄이면 산사태 발생을 많이 줄일 수 있다.

▲ 산림청은 산사태를 막을 수 없지만, 피할 수 있다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 갑자기 발생하는 산사태는 피할 수 없지만, 인위적으로 산을 건드리지 않으면 산사태를 막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산사태 발생 원인은 극한 호우가 아니다. 대부분의 산사태가 사람이 건드린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 산림청

매년 반복되는 산사태 산림 재난을 멈추게 하려면 공정하고 올바른 산사태 조사를 위한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 벌목과 임도 건설로 산사태를 촉발한 산림청과 산림청 관계자들을 산사태 조사단에서 배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산사태 원인 조사가 왜곡될 수밖에 없고, 억울한 죽음도 매년 반복될 것이다.

#산림청 #산사태 #임상섭산림청장 #벌목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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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고교 동창’ 김건희 오빠, 청문회 참고인 채택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와 김건희 여사 친오빠 김진우 대표의 최근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유튜브 화면 캡쳐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심 후보자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인 김진우 씨가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증인 1명과 참고인 7명에 대한 출석 요구 안건을 의결했다.

김 여사의 오빠인 김 씨는 가족회사로 알려진 부동산개발업체 E사의 대표이자, 심 후보자와 휘문고등학교 81회 동창 사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김 씨의 대통령실 출입 및 회의 참석 의혹이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권력 초기에 대통령 처남이 대통령실에 출입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짜뉴스로 추정된다”고 하자, 박 의원은 “대통령실 출입 기록을 확인하면 간단한 일”이라고 했다.

김 씨 외에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하승수 변호사,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선웅 뉴스타파 기자, 김재훈 변호사(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법률대리인) 등이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또한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뒤 출국금지 이의신청 심사 과정을 묻고자 이기흠 법무부 출입국심사과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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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은 美 주도 'IPEF 협정' 위반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최임 차별' 주장 보수 정치인들, 美 원정투쟁이라도 기획해 볼 텐가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 기사입력 2024.08.28. 06:18:08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은) 헌법, 국제기준, 국내법 등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보수·수구·우익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청문위원들이 보낸 사전 질의서에 이런 답변을 내놓아 화제가 된 바 있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 했는데, 이것도 그런 사례로 봐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부 입장에서 헌법·국제기준보다 더 무서운 무역 관련 규범이 있기 때문이다. 각종 FTA에도 노동 관련 챕터가 있지만 지난 글에서 소개한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협정처럼 '노동권'을 중시하는 국제 조약도 그렇다.

 

IPEF 협정에 명시된 최저임금 권리

그럼 IPEF 공급망 협정에 명시된 '노동권'은 어떤 개념일까? 친절하게도 협정 본문에는 '노동권'에 대한 정의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에 이 공급망 협정 한글본이 공개되어 있는데 해당 문구를 살펴보자.

▲ 산업통상자원부의 IPEF 협정 번역본에 나온 '노동권'의 정의.

(가) 항목에 등장하는 ILO 선언은 지난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가 흔히 ILO 기본 협약 또는 핵심 협약이라고 부르는 10개의 협약을 의미한다. ILO 선언과 동일한 무게로 등장한 (나) 항목에는 '최저임금'이 적시되어 있다.

 

게다가 '노동권'으로서 최저임금 개념을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윤분배, 상여금, 퇴직금 및 건강보험과 같이 근로자에게 임금 관련 수당을 지급하는 모든 요건을 포함한다"고 그 자세한 의미까지 설명하고 있다.

 

최저임금 권리 = 이주노동자 차별 금지

그런데 대체 통상협정과 국제조약에 '최저임금'이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저임금은 나라별로 액수도 다르고 운영원리도 다른데 이를 국제적으로 통일시킬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보통 통상협정에 최저임금이 포함되는 이유는 2가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무역이 활발한 국가들 사이에서 특정 국가의 최저임금이 심각할 정도로 낮을 경우, 저임금에 기반한 가격경쟁력이 공정한 무역질서를 해칠 것을 우려해서이다. 나머지 하나는 접경국가 또는 노동력 이동이 잦은 국가 사이에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이주노동자가 어느 나라에 가건 그 나라에서 보장된 최저임금 권리를 차별없이 온전히 누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특정 국가를 지목해서 진행되기에 만만치 않은 무역분쟁과 갈등을 전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국제조약에 최저임금이 포함될 경우 그건 대부분 두 번째 사례, 즉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의미한다.

 

즉, IPEF 공급망 협정을 체결한 당사자 국가들 사이를 오가는 이주노동자가 협정국 어느 나라에서든 그 나라에서 보장된 최저임금 권리를 차등적용 따위 없이 온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한국의 보수진영과 자본가들이 입만 열면 외치는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구분적용(차별)'과는 완전히 충돌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IPEF 협정에 참여하는 14개국 중에는 한국에 고용허가제(비자형태 E9)로 이주노동자를 송출하는 4개 나라(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포함되어 있다. 다시말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하자는 주장은 IPEF 공급망 협정을 정면으로 거스르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필리핀 이주 가사노동자 차별은 빼박

그런데 최근 이걸 어기자며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분들이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안철수 의원은 8월 21일에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구분적용' 공개 세미나를 열기까지 했다. 특히 이 세미나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거론된 사례는 최근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필리핀 이주 가사노동자 문제였다.

 

"특히 최근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도입되었으나 임금이 높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싱가폴·홍콩의 사례와 같은 합리적 임금정책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회 세미나 나경원 의원 인사말)

 

이 정도 노골적인 주장이면 필리핀 정부가 IPEF 공급망 협정에 의거해 한국 정부에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만한 워딩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미 선을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아예 공문으로 법무부에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을 건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던가.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으로 저소득층의 이용이 어렵고 육아 비용 가중 등으로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실효성이 우려된다 … 최저임금 이하가 적용될 수 있도록 건의한다." (서울시가 법무부에 보낸 공문에 포함된 문구라며 <동아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

 

이런 내용들을 대한민국 인구 1/4이 몰려 있는 수도 서울의 단체장, 그리고 여당의 중진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는 건, 인사청문회 답변 초안 작성 책임을 맡은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이 보기에도 참으로 위험천만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게다가 최근 입국한 이주 가사노동자들의 국적은 IPEF 협정국의 일원인 필리핀이니 말이다.

 

협정 주도한 미국 이해관계도 동일

어쩌면 우익 정치인들의 마음 속에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최후의 보루로 자리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즉, IPEF 협정 주도를 비롯해 WTO 질서도 쥐락펴락 하는 미국이 설마 한국이 당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겠느냐 하는 일종의 '비빌 언덕' 같은 심리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찾았다. 지난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미국이 IPEF 협정을 주도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중국 견제'다. 그런데 중국이 밉다는 이유로 고립시킬 순 없으니, 강제노동·아동노동 금지와 같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명시된 노동권을 명분으로 제시한 것이다. (☞관련기사 :'ILO협약 비준 불량국' 미국이 무역협정에서 노동권 꺼내든 이유)

 

이 노동권 영역에 '최저임금'이 포함된 것 역시 철저히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다. 아동노동·강제노동이 잦은 곳에서 최저임금 역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ILO의 규범에다 최저임금이라는 명분을 얹으면 중국에 대한 견제는 훨씬 수월해진다.

 

실제로 미국은 통상협정, 국제조약에서 '최저임금' 문제를 아주 강력한 명분과 수단으로 밀어붙인 경험도 있다. 트럼프 집권 시절,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깨고 새로운 무역협정(USMCA) 체결을 위해 멕시코·캐나다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최저임금 관련 엄청난 공세를 퍼부은 바 있다.

 

6년 사이 최저임금 2.8배 상승한 멕시코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의 낮은 최저임금이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갉아먹고 일자리를 줄이는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의 제조업이 멕시코로 빠져나가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유입된 멕시코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2018년 시작된 USMCA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은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거의 융단폭격을 쏟아부었고, 결국 멕시코 정부는 2019년부터 엄청난 속도로 최저임금 인상을 시작했다. 그 인상 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초고속이었는데, 수치를 보면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 2018~2024년 멕시코 법정 최저임금과 북부 국경지역 최저임금.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진행된 직후인 2019년부터 매년 평균 20%씩 법정 최저임금이 오르게 된다. 2018년 하루 일당 88.36페소이던 멕시코 최저임금은 6년 뒤인 2024년 248.93페소로 무려 2.8배가 오르게 된다. 한국의 우익 정치인이나 자본가들이 멕시코에 살았다면 아마 정권 퇴진운동을 벌이지 않았을까.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상향식 구분적용까지

그뿐이 아니다. 멕시코 북부, 그러니까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에는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한국의 우익 정치인이나 자본가들이 원하는 하향식 구분적용이 아니라 상향식 구분적용, 그러니까 법정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정확히는 법정 최저임금의 1.5배)으로 결정되는 구분적용이다.

6년에 걸쳐 연평균 20%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그리고 북부 국경지역의 경우 법정 최저임금의 1.5배를 적용하는 구분적용, 이 모든 것이 실제로 미국·멕시코·캐나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무역협정(USMCA) 협상에 바탕해 이뤄진 결과이다.

▲ '왜 멕시코 북부 국경지역이 더 높은가'에 대한 ChatGPT의 답.

혹시나 해서 이번에도 ChatGPT에 확인 작업을 거쳤다. 생성형 AI 역시 동일한 취지의 답을 해줬는데, 여기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하나 얻게 되었다. 멕시코 북부지역은 "높은 생활비와 인건비 압력이 존재하기에 최저임금을 더 높게 책정하는 게 필요했다"는 대목 말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필리핀 이주 가사노동자를 사용함으로 인해 "높은 생활비와 인건비 압력이 존재하기에 최저임금을 더 낮게 설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우익 정치인과 자본가들의 주장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ChatGPT "한국 최저임금 인상에서 답 찾아라"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낮출 게 아니라 한국 노동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곳에서 해법을 찾은 것이 멕시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내용을 찾아준 생성형 AI를 만든 곳도 미국 회사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우익 정치인과 자본가들이 신주처럼 모시는 아메리카 대륙의 USA는 적어도 최저임금 문제에서만큼은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여당 중진, 서울시장을 비롯한 우익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얘기들은 영문으로 활자화되어 전세계에 퍼지고 있다. 게다가 필리핀은 그냥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아니라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 아닌가. 필리핀 정부와 노동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의 우익 정치인들이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무역분쟁은 코 앞에 있다.

 

미국 대선이 한창이지만 지금 쟁점이 되는 건 선거결과와 무관하다. IPEF 협정을 밀어붙인 바이든 행정부나, USMCA 협정을 밀어붙인 트럼프 행정부나, 최저임금과 노동기본권을 무기로 삼는 태도는 동일하니 말이다. 우익 정치인들과 자본가들이 억울하다면 이참에 원정투쟁이라도 기획해보시는 게 어떨까. 그토록 꿈에 그리던 아메리카, USA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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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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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협상,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비밀스러운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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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4.08.27 16:00
  •  
  •  댓글 0
 

27~29일 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7차 협상 진행 중
밀실·졸속 협상이라는 비판 꾸준히 제기

27일 자주통일평화연대가 '제12차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7차 협상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 제공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7번재 회의가 27~29일 서울에서 열린다. 지난 12~14일 열린 6차 회의 이후로 13일 만에 진행되는 회의다. 이전과 다르게 협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또 특별협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막기 좋은 장소를 협상장으로 정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27일 오전 협상장 앞에서 ‘제12차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7차 협상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경찰은 인도를 점유하고 기자회견 현수막을 펜스로 가리는 등 기자회견을 가로막았다.

한편 6차까지 진행된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회의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밀실 협상을 진행하면서 반대 목소리는 원천 봉쇄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을 둘러싼 경찰이 기자회견을 가로막고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 제공
기자회견장을 둘러싼 경찰이 기자회견을 가로막고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 제공

민주노총 함재규 통일위원장은 “국세 수입은 151조 감소하고 나라 빚은 3000조가 되었는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인상하려 한다”면서 “강압적인 분담금을 강탈당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진보대학생넷 강새봄 대표는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기자회견인데도 미국과 관련되니 기자회견을 막고 소통을 차단하는 난리를 피운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이 추앙하는 한미동맹에는 오직 불평등과 깡패같은 행위만 있다”고 비난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은 “졸속, 밀실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외교부는 국회에서 요구했던 방위비분담금 결정 방식을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전환하는 제도개선 연구용역을 7월에나 시작했다”며 “협상을 4월에 시작했는데 모양새만 갖추려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제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은 2025년까지다. 1년 넘게 남았음에도 한미 당국은 새로운 특별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7차 협상까지 진행되는 동안 정부가 밝힌 것은 “방위비 분담이 합리적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 뿐이다.

2021년 방위비 분담금은 전년도 대비 13.9% 인상했다. 2020년 한국의 국방예산 증가율 7.4%에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가율 6.5%를 합한 것이다. 증가율을 합연산 하는 이상한 계산법이 등장한 것이다. 졸속으로 진행되는 이번 협상은 얼마나 엉망인 결과를 보여줄 것인가?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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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명예훼손 재판에 이건희 애도 기사 무슨 관련 있나”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검찰 증거목록 검토하다 폭발” 지난 기일 이어 검찰 비판...“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재판과 관련 없다” 재차 지적도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4.08.27 15:45

  • 수정 2024.08.27 15:49

 

▲윤석열 대통령과 뉴스타파 사옥.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검찰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 증거로 야당 정치인들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사망시 애도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첨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에선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냐”며 “증거목록 검토하다 폭발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는 지난 23일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신학림(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등 4명의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사건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에 대해 지적했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지난 2022년 3월6일 보도한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가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한 허위 인터뷰이며 인터뷰 대가로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1억6500만 원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피고인들은 검찰 측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해당 뉴스타파 보도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때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수사를 무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다루고 있다.

 

허경무 판사는 검찰 측에 “증거목록에서 제목 가지고는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상상이 안 된다”며 “참조사항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건희 전 회장 애도 관련 기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건희 전 회장 애도 관련 기사가 있는데 제가 증거목록 검토하다가 폭발해서 ‘이거 뭐야’ 한 게 이 두 기사”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언론보도를 팔로우했고 기사가 많다 보니 증거차원에서 필요한 기사가 있고 선행보도를 살펴볼 필요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증거조사를 하면 설명하겠지만 김만배가 정영학과 나눈 녹취록 중 이재명 후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며 증거로 넣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사가 많다 보니 (재판장) 말씀처럼 관련성이 떨어지는 기사도 일부 포함될 수 있는데 그런 건 저희가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허 판사는 “형사소송규칙에서 입증취지를 적어내도록 돼 있고 그게 검사가 증거신청할 때 적법한 신청이 되기 위한 요건”이라며 “(증거로 제출한) 기사를 정리해야 하고 입증취지를 보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피고인 신학림 측은 “2020년 9월15일자 녹취록을 10개 정도 (검찰이) 제출했고, 조우형의 진술조서도 반복된 부분이 많은데 정리를 해줬으면 한다”며 “피고인별로 (증거를) 특정해주는 게 (피고인 측이) 탄핵하는데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에 허 판사는 “증거가 공소사실 여러 개에 연관될 수가 있으니 일일이 기재하는 것보다는 해당 증거로 입증하려는 게 뭔지 설명해주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에서는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판사가 지적했던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등에 대해 공소사실에서 철회하지 않고 이를 재차 주장했다.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은 김만배가 대장동 개발 비리를 숨기려고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 이익을 위해 민간업자 이익을 가져갔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이러한 내용이 다수 언론을 통해 확산됐다는 검찰 측 주장이다. 허 판사는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도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이 피해자 윤석열에 대한 명예훼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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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공산당 프레임과 윤석열 후보의 조우형 수사무마 프레임 두 가지는 각각 창작돼 각각 기획된 게 아니라 두 개 허위프레임이 단일한 계획 하에 만들어진 범행 도구”라며 “전체 범행 경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산당 프레임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고 실질은 결과적으로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불리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허 판사는 “제가 의문을 제기한 것과 결이 다른 말을 하는데 윤석열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공직선거법상 명예훼손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이니 경위사실로는 들어갈 수 있지만 (공소사실에는)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제 말은 이재명 후보가 공산당이었기 때문에 윤석열 후보의 명예가 어떻게 훼손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검토를 해서 다음 기일 전까지는 (관련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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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찰 “기밀 누설 정보사 요원 구속기소”…간첩혐의 적용 안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8/27 18:43
  • 수정일
    2024/08/27 18: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신형철

  • 수정 2024-08-27 18:12
  • 등록 2024-08-27 18:09
 
군사기밀이 유출되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국군방첩사 부대 소개 영상. 국군방첩사령부 누리집 갈무리
군사기밀이 유출되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국군방첩사 부대 소개 영상. 국군방첩사령부 누리집 갈무리

국방부검찰단(검찰단)은 27일 금전을 받고 군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정보사 요원 ㄱ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단이 이날 ㄱ씨에 적용한 혐의는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법률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위반 등 세가지다. ㄱ씨가 금전을 받고 군사기밀을 누설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검찰단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지난 8일 ㄱ씨를 군 검찰에 구속 송치하면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군형법상 일반이적 및 간첩 혐의를 적용한 것과 달리 ㄱ씨에 간첩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단이 ㄱ씨에 간첩 혐의를 묻지 않은 것은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뜻한다. 따라서 간첩죄를 적용하려면 재판에서 북한과의 연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수사에서 이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군법무관 출신 김영현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간첩죄가 적용되려면 북한이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대상이 북한인지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전 사례에 비춰봤을 때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드니 그 부분을 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한편, ㄱ씨의 기밀 유출은 지난 6월께 정보 당국이 포착해 군에 통보했다. 이후 방첩사는 국외에서 대북 첩보 요원 정보 등이 유출돼 중국 동포에게 넘어간 것을 확인했다. 정보사 내부 컴퓨터에 있던 기밀자료가 ㄱ씨의 개인 노트북으로 옮겨졌고, 이 자료가 다시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군사기밀을 개인 노트북으로 옮긴 행위 자체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다. 방첩사는 지난달 30일 ㄱ씨를 구속하고 수사해왔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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