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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도 놀랐다... 미국마저 두려워한 상품, 한국이 손댄 결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7/27 08:40
  • 수정일
    2026/07/27 08:4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강명구의 뉴욕 직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미국은 경고했고 한국은 장려했다

26.07.27 07:11최종 업데이트 26.07.27 07:11

코스피가 약 9% 급락하며 7,000선(7천피)을 내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한국 주식시장이 도박장으로 변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코스피는 9000선 위였던 6월 고점에서 한 달 만에 약 25% 하락했고, 7월 하루 중 변동 폭은 평균 6.75%까지 치솟아 1987년 집계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심한 흔들림이다.

이 변동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지난 5월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두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는 상품이다. 이 상품이 만든 진동은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듯, 한국발 변동성은 미국 반도체지수와 뉴욕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이력도 짧다. 미국에서도 2022년 여름에야 세계 최초로 상장된 신생 파생상품으로, 태어날 때부터 위험성 논쟁에 휩싸였다. 그런 상품이 4년도 되지 않아 한국 시장에 도입됐다. 미국은 왜 이 상품을 두려워했고, 한국은 왜 주저 없이 들여왔을까.

이 상품은 어떻게 세상에 나왔나

출발점은 상품의 정체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정해진 배율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삼성전자가 오늘 1% 오르면 2배 상품은 2% 오르고, 1% 내리면 2% 내린다. 여기서 핵심은 '하루'다. 배율은 매일 새로 맞춰지고, 그러려면 운용사는 매일 장 마감 무렵 주식을 사고팔아 잔고를 조정해야 한다. 오른 날은 더 사야 하고, 내린 날은 더 팔아야 한다.

이 설계에서 두 개의 위험이 나온다. 하나는 투자자의 위험이다. 매일 배율을 다시 맞추는 구조 때문에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상품 가치는 주가보다 빨리 깎인다. 이틀에 걸쳐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상품은 손실을 본다. 오래 들수록 불리해지는, 장기 보유에 맞지 않는 상품이다.

다른 하나는 시장의 위험이다. 이 상품은 구조상 오른 날 장 마감에 주식을 더 사고, 내린 날 장 마감에 더 판다. 상품이 작을 때는 시장이 이 매매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덩치가 기초자산의 거래량에 비해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계적 주문이 종가를 직접 밀어 올리거나 끌어내리기 시작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등락이 다음 날 더 큰 기계적 주문을 부른다. 시장의 흔들림을 따라가던 상품이, 어느 순간부터 흔들림을 만들어 내는 쪽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상품이 단일종목을 상대로 세계 최초로 허용된 곳이 2022년 여름의 미국이다. 그런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상품을 반긴 것이 아니라 마지못해 통과시켰다. 2019년에 ETF 상장 절차를 간소화한 규정이 뜻하지 않게 이런 상품까지 통과시키는 통로가 됐고, 요건을 갖춘 상품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규정을 만들 때는 이런 상품이 나올 줄 몰랐다는 것이 당시 위원의 공개 고백이다.

정치의 맥락도 있다. 문을 넓힌 2019년 규정은 규제 완화를 앞세운 공화당 행정부에서 만들어졌고, 상품이 들어온 2022년의 SEC는 민주당 행정부 아래 있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규정은 남는데, 다시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리는 데다 위원회 표결도 갈렸다. 금융업계는 이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어 상품을 밀어 넣었고, SEC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냥 통과시키지는 않았다. SEC 위원은 상장 당일 공개 성명으로, 분산이라는 안전판마저 없는 이 상품이 기존 레버리지 상품보다 한 단계 더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이를 규율할 새 규정을 촉구했다. 고객의 이익을 앞세울 법적 의무가 있는 전문가라면 권하기 어려운 상품이, 일반 개인에게는 클릭 몇 번으로 열려 있었다.

경계는 말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배율을 사실상 2배로 묶어 왔고,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5배로 추종하겠다는 상품 신청에는 제동을 걸었다. 미국에는 지금도 3배짜리 단일종목 상품조차 없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시장 친화적이라는 미국 감독기관이 이토록 염려한 것은 무엇일까.

미국 금융당국은 왜 두려워했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의 종목 시세판 밑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미국 금융당국이 이 상품을 두려워한 이유는 경험이다. 자동 매매가 시장 전체를 무너뜨리는 사고를 이미 두 번 겪었기 때문이다. 1987년과 2018년이다.

그중 첫 사고의 흔적은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하다. 요즘 부쩍 자주 듣는 단어가 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시장이 급등락할 때 거래를 강제로 멈추거나 늦추는 장치들이다. 코스피 역사에서 발동된 서킷브레이커의 절반 이상이 최근 6개월에 몰려 있다는 것이 로이터의 집계다. 그만큼 자주 듣게 된 이 장치의 족보를 거슬러 오르면 1987년 가을의 뉴욕이 나온다.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22.6% 폭락했다. 39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은 하루 최대 낙폭, 블랙 먼데이다. 그런데 그날 시장을 무너뜨린 주범은 공포에 질린 군중이 아니었다. 당시 월가에서 유행하던 포트폴리오 보험이라는 전략이었다. UC버클리 교수들이 설계한 이 기법은 주가가 떨어지면 정해진 공식에 따라 자동으로 선물을 내다 팔아 손실을 막아 주는, 이름 그대로 보험을 표방한 상품이었다.

문제는 모두가 같은 보험에 들었을 때 터졌다. 하락이 자동 매도를 부르고, 그 매도가 추가 하락을 부르고, 추가 하락이 더 큰 자동 매도를 부르는 순환이 단 하루 만에 시장의 5분의 1을 지웠다. 폭락 일주일 전 월스트리트저널에 이 전략이 하락장에서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실렸지만, 정해진 공식대로 파는 프로그램을 멈추지는 못했다.

수습은 원인 규명에서 시작됐다. 레이건 대통령은 곧 재무장관이 되는 니컬러스 브래디에게 조사를 맡겼다. 두 달간 그날의 거래 기록을 파헤친 끝에 나온 브래디 보고서의 결론은 명확했다. 범인은 투매한 대중이 아니라 기계적 매도를 낳은 시장의 설계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방도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향했다. 시장이 일정 폭 이상 떨어지면 거래를 강제로 멈춰 기계와 사람 모두 숨을 고르게 하는 장치, 서킷브레이커가 그렇게 태어났다.

두 번째 사고는 2018년에 일어났다. 2017년 한 해 미국 시장은 기이할 만큼 고요했고, 그 고요에 돈을 거는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재는 지표인 공포지수가 낮게 유지될수록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XIV라는 이름의 상품이다. 전년에만 180%를 벌어 준 상품이었다. 2018년 2월 5일, 시장이 흔들리며 변동성이 튀자 이 상품은 규칙대로 장 마감 무렵 보유 자산을 조정해야 했는데, 그 조정 매매가 변동성을 더 밀어 올렸고 오른 변동성이 더 큰 조정 매매를 강요했다. 그날 미국 주가지수의 하락은 4%에 그쳤다. 그런데 XIV는 하루 만에 가치의 96%를 잃고 청산됐다.

두 사고의 구조는 같다. 정해진 규칙대로 장 마감에 추세를 따라 매매하는 상품이 충분히 커지면, 시장의 흔들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증폭시킨다. 위험이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시장의 구조 자체가 위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2022년 SEC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그토록 염려한 것은 이 두 번의 경험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울의 7월 13일 코스피 지수 8.95% 급락과 강제 청산의 연쇄는 이 두 사고를 그대로 닮았다.

한국에서는 왜 극단적 변동성의 원인이 됐나

레버리지 ETF연합=OGQ

답은 두 가지다. 도입을 주도한 주체가 미국과 달랐고, 상품의 충격을 흡수할 시장 조건이 달랐다.

우선 도입의 주체가 달랐다. 미국에서 이 상품은 규제의 틈새로 들어와 감독기관의 경고 속에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도입을 주도했다. 서학개미의 달러를 되돌려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목표 아래 청와대발 구상으로 제기됐고, 금융위원회가 제도를 고쳐 1월 지시에서 5월 상장까지 넉 달 만에 실행했다. 경고문을 쓰는 자리에 있어야 할 정부가 상품 기획자의 자리에 섰으니, 경고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다음으로 시장 조건이 달랐다. 미국 최대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엔비디아 주가를 2배로 따라가는 ETF로, 자산이 40억 달러 규모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의 0.1% 수준이다. 그마저 현물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게 아니라 대형 금융사와의 스와프 계약으로 배율을 맞추고, 그 금융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옵션시장 안에서 위험을 상쇄한다. 상품의 조정 매매가 주가에 닿기 전에 여러 겹의 완충을 거치는 구조다.

한국은 정반대다. 상품군 시가총액은 17조 원으로 불어나 두 종목 합산 시가총액의 0.4%에 이르렀다. 비율로 따지면 미국의 네 배다. 배율을 맞추는 방식의 차이는 더 크다. 국내 규정은 파생상품 활용을 제한해 운용사가 현물 주식을 장 마감에 직접 사고팔아 배율을 맞추게 한다.

미국에서는 상품의 조정 매매가 스와프와 옵션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며 잘게 나뉘어 흡수된다. 쉽게 말해 상품의 주문을 여러 금융사가 나눠 받아 저마다의 방식과 시점으로 처리한다. 매매가 한 시장의 장 마감에 한꺼번에 몰릴 일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그 중간 단계가 없어, 조정 매매가 매일 장 마감 무렵의 현물 시장에 주문 그대로 쏟아진다. 같은 상품의 같은 매매가 미국에서는 완충되고 한국에서는 주가를 직접 움직이는 이유다. 같은 반도체 호황을 누리면서도 이 상품이 없는 대만 증시의 변동성이 같은 기간 코스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도박장이라는 이름을 지우는 길

지난 5월 2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인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가 있다. 이번 사태가 꼭 그렇다. 깊은 옵션시장과 스와프라는 토양 위에서 관리되던 미국의 상품을, 한국은 그 토양에 대한 고려 없이 개념만 서둘러 옮겨 심었다. 환율을 지키겠다며 들여온 상품은 증시의 극단적 변동성이라는 예상 밖의 열매를 맺었고, 이제는 없애기도 그대로 두기도 어려운 계륵이 됐다.

이런 성급한 이식을 가능하게 한 밑바탕이 속도전이다. 목표를 정하고 자원을 집중하고 속도로 밀어붙이는 제조업 추격의 방정식은, 물건을 먼저 만들면 수요가 따라오는 공장에서는 통했다. 그러나 수백만 참여자의 기대로 움직이는 금융시장에서 상품을 먼저 만들어 수요를 불러내면, 오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상승이 상승을 정당화하는 동안 빚이 쌓이고, 좋은 시절이 계속되리라는 믿음 자체가 가장 큰 불안의 씨앗이 된다. 신뢰는 속도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신뢰 회복을 위한 다음 순서가 중요하다. 미국이 두 사고 뒤에 밟은 순서는 독립 조사로 원인을 규명하고, 그 결과로 구조를 고치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기존 수준을 넘는 보완 대책을 지시한 지금, 한국의 목록에도 같은 것이 올라야 한다. 사태의 전 과정을 규명하는 독립 조사, 그리고 현물 매매를 강제하는 규정을 풀고 기준 가격을 평균가로 바꿔 상품과 현물 시장 사이의 전달 경로를 손보는 일이 그것이다.

이 사태를 외국에서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기록하는 것은 급락의 폭이 아니라 사고를 다루는 정책의 수준이고, 그래서 사후 처리가 사태 자체보다 중요하다. 신뢰 회복의 핵심은 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 있지 않다. 사고가 나면 규명되고 고쳐진다는 것을 제도로 증명하는 데 있다.

원리는 단순하다. 시장이 뜨거울수록 자동으로 조여지고, 상품이 기초자산에 비해 커질수록 자동으로 제동이 걸리게 하는 것이다. 좋은 시절의 낙관은 사람의 절제를 무너뜨리기에, 절제는 재량이 아니라 규칙에 새겨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의 답이 그런 규칙으로 완성될 때, 도박장이라는 이름은 지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레버리지ETF #서킷브레이커, #삼전닉스 #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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