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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것과 그것을 글로 남기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강이 흐른다.
글은 경험에 의존한다.
글은 순간이 영원하다는 것을 믿는다.
글은 권위에 의존하고, 그 자체가 권위다.
글은 죽은 말이고, 말은 죽은 생각이고, 생각은 죽은 느낌이다.
일단 글을 쓰면 거기에 매인다.
그러면서 나는 글을 쓰려 하고 있다. 시체 수집가처럼.
모순이다. 이처럼 모순된 갈망은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된 걸까?
어느 인도의 철학자는 글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글에 대한 집착이라고 할 것이다.
권위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군위와 권력에 대한 집착이라고 한 것처럼.
결국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 무엇에 대한 집착을 증폭시킨다.
마치 하얀 도와지같은 마음 가운데 선이 그어지면 자유롭던 공간이 좌,우로 나뉘어지는 것처럼
(아, 선이 좌우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중앙과 좌우라는 사고가 그것을 좌우로 나눈 거였다!)
글을 쓰지 않겠다는 것도 글을 쓰겠다는 것도 결국은 글에 대한 집착이다.
중요한 것은,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머물며 바라보는 것,
행위를 스스로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머물며 바라보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의 움직임을 보았다.
나는 순간 스스로를 검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뭐 대단치 않은 생각이지 않은가"
"인도 철학자라는 권위를 거들먹거리다니"
"어느 책에서 본 나부랑이들을 주절대고 있구나"
크리슈나무르티의 "생활의 기술"을 소개하고 싶은 욕망은
내가 그 책을 읽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고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의 발로이다.
그리고 나는 그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조롱하고 있다.
그런 마음이구나 하고 관찰하면 될 것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글쓰기에 대한 공포에서 한발짝 떨어지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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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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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글쓰기를 한다'라고 하니까 뭔가 어색한 '느낌'이. ㅎㅎ먹고 마시고 잠자는 것에 '먹기를 한다'고 하지 않고
'잠자기를 한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글쓰기도 그저 글을 쓰는 거고... 말장난 같은가?
아님 이 사이에 어떤 알아차림이 있는 걸까? ^^;
책의 말들이 당신을 채우고, 그래서 그게 그렇게 드러나고 표현되는 일일 뿐인걸.
과일이 익어서 빨개지는 것을
익었는데도 밖으로 빨간 색을 띄는 것을 조롱할 일이 아니듯
글을 쓰는 것도 개체의 자기 표현이고 생명활동일 뿐인 듯.
그것이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생명활동이 세계와 개체 사이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운동들이라 한다면 글을 쓰는 것도 무수한 알아차림 속에서 이미 행위되어 나오는 것들일 수도...
웰컴~ ON/OFF로 종종 볼 수 있기를.
덧) 커피는 곧 볶아 대령하겠사옵니다.
언제 빈집에 함 놀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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