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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에서 온 이메일

  • 등록일
    2009/02/23 11:47
  • 수정일
    2009/02/23 11:47

인권활동가로 일하는 친구가 콜럼비아에서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가 서울에 있을때  콜롬비아의 준군사 조직의 만행에 대해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무나 안녕,

방금 첫 여행에서 돌아왔어. 3주 걸렸는데, 정말 놀라웠어. 콜럼비아에 대해서 네가 번역했던 기사 생각나? 준군사 조직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젊은이 얘기 기억하지? 2주 동안 그의 마을에 머물면서 그의 부인도 만나고 그가 납치되어 죽임을 당했던 장소도 가보았어.  마을 공동체와 군사조직 간의 회담에도 참석했는데, 군인들은 우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마을 사람들 얘길 들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는지! 그 살해당한 젊은이의 부인이 군인들을 향해 자기 남편을 죽이지 않았냐고 항의하는데 정말 감동적이더라. 버스로 9시간, 트럭으로 3시간, 그리고 보트로 2시간 강을 건너 마을에 왔어. 마을에는 15가구가 전부야. 차는 전혀 없어. 사람들은 주로 산에서 나무를 베어 노새와 배를 이용해서 도시에 팔아. 마을에는 가게가 몇 개 있고, 바도 하나 있어.  전기는 전혀 없어, 가게와 바에 발전기가 한대씩 있을 뿐.


토요일에 바에서 파티가 벌어졌어. 밤새도록 음악을 들으면서 춤도 좀 추었어. 노새들은 밖에 묶어놓고, 사람들은 고무 장화나 박차가 달린 부츠를 신은 채 살사댄스를 추었어.(여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흙 때문에 장화를 신고 있어) 박차를 달고서도  어찌나 폼나게 스텝을 밟던지!


여기 사람들은 군대의 억압과 가난때문에 힘든 생활을 하며 살아가지만, 다른 곳보다는 좀 형편이 나은 것 처럼 보여. 농민회와 풀뿌리 조직들은 현실도 잘 인식하고 있고,  "식량주권"(식량안보 보다 더 발전된 개념)을 위한 여러가지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어.  식량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큰 산업농이나 다국적 기업들이 설 자리를 없내자는 거지. 또 밀림을 보전하고 동물의 사냥을 제한하는 등 생태주의 실천에도 열심이지. 이들은 유전자 변형 종자와 농약에도 반대하고 있어.


마을에 텔레비전은 2개뿐이야. 아이들은 주로 바깥에서 치기장난을 하면서 하루종일 뛰어 놀아. 마을에서 학교를 지었는데, 정부에서 선생을 보내지 않고 있대.


회담에 가기 위해 노새를 타고 5시간 산을 올랐다 다시 5시간을 돌아오는데 엉덩이가 어찌나 아픈지. 노새 타는 건 정말 고통이었어. 고통을 참는 법과 불쌍함을 무릅쓰고 박차로 차는 법을 배워야만 노새를 탈 수 있어.


처음 들른 마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마치 아나키스트 마을 같았어. 규모가 작아서 그런게 가능하지 않나 싶어. 급수시설, 학교관리, 전화선 등 모든 생활의 문제를 공개 회의를 통해 결정해. 내가 갔을 때에는 회의가 혼란 그 자체였어.  여러가지 내부 문제도 많아보이고. 하지만 정말 훌륭한 마을이었어.


40명의 마을사람들, 아이들과 함께 작은 보트와 트럭을 타고 도시로 나왔어. 2명의 활동가가 아직 감옥에서 재판중이야. 총 80명의 사람들과 데모를 하며 재판에 갔어. 가는 길에 보트에 있는데, 뭔가 하얀 가루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야. 작은 비행기들이 헬리콥터의 보호를 받으며 몬산토 농약을 뿌리고 있었어. 코카를 박멸한다는 명목으로 뿌린다지만 다른 작물과 숲, 가축들에도 피해가 막대하대.  

지금은 한국 호스텔에 돌아왔어. 주인이 나한테 한국말을 해서 너무 좋아!


내 여행 얘기를 듣고 싶어 할 것 같아 써보았어.

새로 생긴 인디미디아는 훌륭하던데!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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