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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1
    9월을 맞으며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8/09/01
    투쟁, 거의 끝나다(4)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8/08/26
    휴가(9)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8/08/21
    양심의 정의(2)
    손을 내밀어 우리
  5. 2008/08/19
    허리 아파(12)
    손을 내밀어 우리
  6. 2008/08/18
    2008/08/18(4)
    손을 내밀어 우리
  7. 2008/08/07
    기록으로 보는 출근투쟁 69일(7)
    손을 내밀어 우리
  8. 2008/08/07
    [500자 단상] 투쟁 106일째
    손을 내밀어 우리
  9. 2008/08/07
    출근투쟁 8월말까지 유보...
    손을 내밀어 우리
  10. 2008/08/07
    영화감상 - 이것이 민주주의(2)
    손을 내밀어 우리

2008/06/29, 사무실에서

1.

6월 29일, 이른바 속이구(6.29) 선언을 한지 꼭 21년이 되는 날이구나.

그 날 학교에서 신림동 4거리에 있는 중국집까지

후배와 함께 버스타고 나가면서(무슨 모임이 있었다)

직선제 개헌에 대한 기대와 '선언'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21년이 지난 기억이라 어슴푸레하지만 그 느낌은 아직 남아있다.

 

2.

경찰의 야만적인 폭력침탈 앞에서

서울 시가지는 전쟁터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전은 평화롭기만 하니까 가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주말에는 서울로 가서 밤샘 집회나 하고 싶다는 생각,

문득 든다.

웬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70-80년대의 폭력이야 그랬다 치고

다시 21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법과 권력이라는 폭력 앞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온

대한민국 국민들은

헌법 제1조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데까지 왔다.

 

3.

우리 연구소, 투쟁이 67일째이다.

모양새로는 무척 평온하게 진행되는 투쟁이지만,

긴장은 여느 투쟁과 다르지 않다.

자나 깨나 바깥 세상의 일보다는

내 투쟁에만 집중한다.

아침마다 출근투쟁, 오전에는 속보, 점심 때 선전전,

오후에는 사람들  얘기 듣고 다시 내일의 투쟁 준비하고,

주 5일을 그렇게 지내다가

주말에는 몇 잔 술로 혼곤하게 떨어지고

다시 기운을 차린다.

 

4.

사무실에 혼자 있으면 좋다.

모든 고민이 책상머리로 달려와서 속삭인다.

해야 할 일들이 넘치게 몰려와서 치근댄다.

 

그래도 가끔은 내게 묻는다.

너, 제대로 하고 있니?

 

5.

주중에 날 만나겠다고 연락했다가

퇴짜 맞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잊었네.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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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씨 이야기

지난 5월에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발행하는 <시민과 변호사>라는 웹진의 청탁을

받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끄적끄적 쓴 글...

원래 제목은 "한국 첫 우주인 탄생, 그 의미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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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씨가 지난 4월 8일부터 19일까지 무사히 ‘우주여행’1)을 마치고 돌아왔다. 우주비행사든 우주여행객이든, 이소연 씨는 1961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 이후 세계에서 475번째, 여성으로는 49번째로 고도 100Km 이상의 우주를 다녀온 우주인이 되었고, 한국의 첫 우주인2)으로 기록되었다. 이소연씨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동안에 13가지 기초과학실험3)과 5가지 교육실험을 했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화상통화를 하면서 우주에서의 체류 소감을 나누었다.

 

이번 ‘우주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거창하게 한국에서 우주시대가 열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주산업과 우주개발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하고, 청소년들이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4)가 마무리되었다고 하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2004년에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이 이 계획을 보고하면서, 우주인 선발과정에서 지역예선과 결선을 거치며 국민적 과학‘이벤트’로 할 것이라고 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주인 사업이 전시행정이라는 얘기를 들을 우려가 있다’고 유보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 후 과학기술부는 2005년을 ‘우주의 해’로 지정하고 ‘우주개발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우주개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였고, 그 과정에서 ‘우주인 배출사업’이라는 이벤트는 겉보기로는 상당한 인기를 모으며 진행되었다. 5)

 

그러나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열기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주 주권을 확보하려면 위성체 제작 능력, 발사체 개발 능력, 발사장 구축 등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 위성 제작과 위성 운용기술은 후발 주자 중에서는 상위권이라고 하고, 2003년부터 전남 고흥에 건설하고 있는 나로우주센터가 오는 9월에 준공하게 되면 발사장도 일단 확보된다고 하지만,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은 선진국의 견제 등 상당한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작년 6월에 제2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수립한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2007-2016)’을 보면, 현재 착수중인 위성체 개발을 통하여 기술개발 자립화 능력을 갖추고, 발사체의 경우에는 소형위성발사체(KSLV-I)를 2008년 12월에 예정대로 발사하며, 후속사업은 자력기술을 통한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목표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올해 12월 21일에 나로우주센터에서 처음으로 발사될 KSLV-I는 2단으로 이뤄지는데,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2단 로켓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개발했다.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1단 로켓 수준의 발사체 제작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이다. 이 숙제를 해결해야 할 과학기술자들은 지금 당장은 KSLV-I 발사를 성공시키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이소연씨의 ‘우주여행’이 잘 끝나고 우주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관심도 커졌지만, 정부의 우주개발에 대한 지원계획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첫 우주인 탄생이라는 눈앞의 결과에 일단 흡족해하며 이명박 대통령도 ‘10년 후에는 7대 우주강국을 목표로 하자’고 독려했지만, 정부연구개발예산에서 우주개발예산은 축소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발사체 개발에 관련된 250여명 과학기술자들은 12월의 KSLV-I 발사가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과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 안간힘을 쏟고 있다.

260억원이나 들여서 겨우 한명의 한국인을 우주인으로 만드는 게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었다. 우주여행에 합류하지 못한 고산씨는 말한다. “어린이들을 위해서이다. 장래 희망이 판사, 검사, 의사 같은 것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우주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어넣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ISS에서 돌아온 후에 이소연씨는 말한다.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잖아요. 그게 돈으로 환산이 되나요?” 한국 최초의 ‘우주여행’의 의미는 이것이었다. 적어도 고산씨와 이소연씨는 자신들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고 충실하게 그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된다. ‘우주인 배출사업’은 기획된 이벤트의 하나였다고 해도, 우주시대를 열기 위한 중장기 청사진을 제대로 만들어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2016년까지 저궤도 실용위성 본체기술 자립화 달성, 2017년에 300톤급 한국형 발사체(KSLV-II) 발사, 2020년에는 달 탐사 궤도선 발사, 2025년에 달 탐사 착륙선 발사,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가 어느 정권에서 왜 수립되었는지 하는 정치적 배경을 살필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과학기술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긴 세월을 흔들림 없이 꾸준히 갈 수 있도록 하는 뚝심을 확보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100일 남짓 지났다. 자칫 ‘당장 돈 되는 연구’, ‘실용적인 연구’만 지원한다고 해서 정부가 중장기적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 우주, 바이오, 에너지 등과 같은 연구개발부문은 아예 포기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높다. 지금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묵묵히 자신의 일에 전념하고 있는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이 꿈과 희망과 포부를 잃지 않도록 안정적 연구 환경을 갖추는 것이 아직도 우리에게는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의 ‘우주여행’에 가졌던 관심의 일부라도 모든 과학기술자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줄 때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우주시대를 열고 과학기술입국의 시대로 들어설 것이다.

<주>

1) 서울신문 2006년 12월 26일자 기사, “한국 첫 우주인은 우주에서 ‘조종’이 아닌 ‘여행’을 하게 된다”

2) 조선일보 2008년 4월 1일자 기사, “미국과 러시아의 정식 우주 임무에 참여하지 않는 우주인은 통상 ‘우주 비행 참여 우주인’으로 분류된다”

3) 항공우주연구원은 이소연씨를 특정한 임무를 가지고 우주비행에 참여하는 ‘우주실험 전문가’라고 했지만, 이것은 다소 주관적이다. 전체 예산 중에서 과학실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2% 수준으로 한 실험당 3000만원 정도였고, 대체로 후속 연구 지원 계획이 필요없는 단발성이고 ‘상징적인’ 실험이었다.

4) 프레시안 2006년 4월 14일자, 우주인배출사업추진위원회 김두환 위원장과의 인터뷰 기사.

5) 2006년 4월 21일 과학의 날부터 공개적으로 모집한 지원자 36,206명을 대상으로 4단계 과정을 거쳐 그 해 12월 25일 최종 후보로 고산씨와 이소연씨 2명을 선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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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중앙청사 앞 1인 시위

블로그가 썰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요즘 하는 일이 맨날 통합 저지 투쟁이다보니

별로 쓸 것도 없지만, 생각해 보면 이런저런 사건들도 많았다.

다시 틈틈이 올려 보자.

오늘은 일단, 어제 1인시위했던 풍경이나 하나 올려놓고...

(오늘 속보에 올린 거 그대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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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과 27일에 교과부 차관 주재로 생명연-KAIST 통합 관련한 회의가 열렸고, 거기에 항의하여 두 번의 1인 시위를 했습니다. 그 1인 시위를 이제는 매주 화요일에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어제(6/24)는 생공투 이성우 집행위원장과 천연물의약연구센터 최순자 조합원이 맡았습니다.

어제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

1. 최순자 조합원의 선전물 배포능력은 놀라웠습니다. 11시 30분이 좀 지나자 공무원들은 떼지어 종종걸음으로 식당가로 몰려나왔고, 그 앞을 가로막고 300여부의 준비된 선전물을 불과 30여분 만에 거의 다 배포했습니다. 와우, 짝짝짝!!

2. 정부중앙청사 후문에는 4팀의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선전물을 다 배포한 최순자 동지가 실험복을 입고 서자 지나던 이들의 시선이 모두 우리에게로 집중되었습니다. 때마침 청사에 출장왔던 KAIST 직원이 ‘고생많다’, ‘미안하다’ 하면서 시원한 녹차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생명연이 반대하면 서총장도 안한다고 하더라면서요...ㅎㅎ 고맙습니다!

3. 교과부 김도연 장관이 측근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뒷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장관이 들어올 때 꼭 선전물을 전하리라고 맘먹고 20부 정도를 남겨두었습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 한 장 한 장 배포하면서 장관이 사라진 방향을 살피고 있었는데, 1시 5분 전쯤에 드디어 남보다 키가 한 뼘은 더 큰 장관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앞서서 오는 장관의 비서관에게 한 부, 곧바로 장관의 손에 한 부를 건네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장관님, 우리는 KAIST와 통합에 반대합니다!”

주변의 뻘줌해하는 표정 사이로 장관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선전물을 읽으면서 청사로 들어갔습니다. 조만간 교체될 예정이라서 우리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은 안된다는 게 쬐금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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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이 실험복 입고 거리에 나선 사연

연맹에서 급히 보내라고 해서 쓴 글이다.

좀 보완해서 미디어충청에도 보내야겠다.

진작 보내려고 했는데 날마다 무슨 일이 이렇게 터지는지...미안해라.

일반인들을 독자로 생각하고 쓰는 글은 정말 어렵다.

과학기술노동자 대신에 연구원이라고 썼다고 누가 뭐라고 할려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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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이 실험복 입고 거리에 나선 사연-

대덕연구단지로 더 알려진 대덕특구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정부가 설립을 주도하고 운영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공공기관이다. 1985년 2월에 출범해서 23년이 흘렀고, 지금은 1년 예산이 1100억원에 직원들이 1천명(석박사 연구직 약 70%)에 이른다. Cell, Nature 등 세계 유수의 전문학술지에 논문이 실리고, 위암진단기술을 개발하고 지방간 발생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등 주로 생명공학과 관련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이다.

 

전국적인 촛불시위로 잘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생명연은 노동조합(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공공연구노조 생명연지부)이 중심이 되어 ‘생명연 해체 저지’와 ‘안정적 연구환경 쟁취’를 외치며 50일째 투쟁하고 있다. 생명연을 카이스트 직할기관으로 통합하고 재산은 국고로 귀속한 후에 카이스트에 무상 양여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연연구기관이 더 이상 인위적 통폐합과 무분별한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출범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강제통합방침이 드러나자 전 직원이 들고 일어났다.

 

정부가 강제통합을 추진하는 논리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겉으로는 교육기관(카이스트)과 연구기관(생명연)의 우수한 협력모델을 개발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카이스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생명연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연구경쟁력이 커진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정부는 연구소 하나 없애는 것을 쉬운 일로 치부하고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인위적 통폐합은 없다고 했던 정부의 방침을 뒤엎은 배경에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MIT 후배이자 제자인 김창경 청와대 과학비서관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이스트의 3대 구성주체인 노동조합과 교수협의회, 그리고 대학원 총학생회가 모두 통합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가운데, MIT를 나온 카이스트 장순흥 부총장과 함께 이른바 MIT 3인방이 카이스트와 국가과학기술정책을 농단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연은 지난 50여일 동안 우직하고 힘차게 투쟁을 벌여왔다. 5월 21일 정부중앙청사 상경집회를 통해 정부의 통합추진 입장을 확인하고, 5월 27-28일 연인원 500여명이 참가하는 카이스트 앞 집회를 통해 투쟁의 의지를 드높였다. ‘생명연 강제통합 과학기술 미래없다’, ‘자율협력 하라더니 강제통합 웬말이냐’, 이런 문구가 담긴 플랭카드를 펼쳐들고 아침마다 100-200명의 과학기술노동자들이 대덕특구로 들어가는 두 길목에서 출근투쟁을 지속해 왔고, 카이스트 앞에서는 날마다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타오르고 있는 촛불시위에 조직적으로 참가하고, 매일 600부의 투쟁속보를 발행하여 점심시간마다 연구소 식당에서 배포하고 있다.

 

다른 공공연구기관과 마찬가지로 생명연도 IMF 환란 이후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정년단축, 연봉제와 계약제 강제 도입 등 고통분담의 세월을 지나왔다. 이제는 아예 연구소까지 통째로 빼앗길 판에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과학기술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다. 이제 50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100일 지나고 5백일이 되더라도 강제통합 방침이 철회되지 않는 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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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출근투쟁 풍경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두 갈래 길 앞에서] 에 관련된 글.

 

 

3월 28일, 처연하게 비가 내리던 날 아침 출근길,

KAIST 정문에서 출근투쟁을 하러 나온 조합원과 직원들이 170여명인가 그랬다.

그 날 우리 조합원이 찍은 사진...

클릭하면 조금은 크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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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 길 앞에서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통폐합 괴담의 진원지는 청와대이다] 에 관련된 글.

 

어제  양심수후원회 후원주점을 한다고 해서

노조 간부들 우르르 충남대에 갔다가

결국엔 술을 마시고야 말았다.

 

아침 출근투쟁 끝나고 부랴부랴 투쟁속보를 쓰는데

방송사에서 인터뷰 하자고 오고

이래저래 연구소 집행부는 신경을 건드리고....

 

그래도 멈출 수 없어 오타사냥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늘도 속보를 낸다.

 

14호...1면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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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합에 관한 정부의 속내가 마침내 드러났습니다. 어제(5/22) 각 신문에 보도된 것처럼 교과부의 황홍규 국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생명연과 KAIST의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연구소 안팎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 통합은 기정사실화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21일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언론은, 통합에 관한 이러저러한 말들은 있지만, 그것을 추진하는 실체와 내용이 없다고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이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는다고 하자 비로소 언론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교과부 황홍규 국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게 된 것도 노동조합의 투쟁이 본격화되고 언론들이 관심을 기울이게 되자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던 것입니다.

19일에 이미 교과부의 입장이 생명연과 KAIST에 전달되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터에, 21일 저녁부터 시작된 언론의 보도는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없다며 짐짓 태연자약하던 우리 내부의 일부 직원들도 그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졌음을 실감하기 시작했습니다.

21일 집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지만 오늘은 그 중의 하나로, 생공투 속보 13호에서 표현했던 것처럼, 강제통합을 추진하던 반쪽의 실체를 확인했다는 것을 들고자 합니다. 4월 15일 이후 무성한 소문과 괴담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 하나 밝히지 않다가 상경투쟁으로 나서자 마지못해 일부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여전히 다른 반쪽은 가려져 있습니다. 황홍규 국장은, “(통합)아이디어가 청와대에서 나왔는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2.

의사들의 집단폐업을 기억하십니까? 전국의 4만5천여 의사들이 ‘의권쟁취’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집단폐업을 단행하여 의사의 진료(특)권을 지켜냈던 일 말입니다. 파업권은 노동조합에게만 부여된 특권이지만 의사들은 전국 병·의원의 95% 이상이 폐업에 참가함으로써 노동자들의 파업을 훨씬 능가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3.

요즘 노동조합은 고민이 많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고민은 (통합의 결과로서 초래될) ‘생명연 해체 기도’를 어떻게 막아낼 것이냐 하는 것이고,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 투쟁의 길에 어떻게 더 많은 직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서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하지 않겠냐고, 많은 직원들이 얘기합니다. 노동조합은 원론적으로 그 의견에 동의하고, 그래서 가급적이면 비대위가 좀 더 많은 활동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연구소의 통합반대 비대위는 그 구성부터 역동적인 통합반대활동(또는 투쟁)을 하기에 어려움을 갖게 되어 있습니다. (비대위에 대한 비판보다는 걱정이 서린 얘기이니까 오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비대위는 연구소의 기존 집행부에 노동조합과 연발협, 그리고 정책실 관련 실무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연구소의 집행부는 기본적으로 연구소를 대표하고 연구소의 발전을 위한 제반 활동을 하게 되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정부의 정책을 실행하는 임무도 부여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이 생명연의 해체를 불러올지라도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생공투가 앞장서서 앞으로 진행하게 될 통합반대 및 생명연 해체 저지 투쟁은 상황에 따라서는 21일 투쟁을 훨씬 뛰어넘는 강도가 될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그 투쟁이 노동조합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체 직원들이 참여하는 비대위의 투쟁이 되기를 바랍니다. 일단 비대위 활동에 협력하고 함께 하겠지만 21일 집회를 통해서 정부의 입장이 확인된 현 상황에서도, 많은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호소하고 있듯이, 비대위가 무기력한 논의만을 거듭한다면 노동조합이 선택할 또 다른 길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얘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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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괴담의 진원지는 청와대이다

오늘 낮에 배포한 투쟁속보에 게재함.

별로 재미없는 거지만 최근 흐름을 볼 사람은 한번 보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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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통폐합 괴담의 진원지는 청와대이다

 

“현재 일부 출연연 통폐합설은 괴담”이며, “내가 있는 한 기초과학의 축소는 없다”고 합니다. “일단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존치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합니다. “통합안을 거론하기 시작한 쪽은 KAIST”이며, “앞으로 두 기관의 협의에 따라 통합이 결정될 사안이며 청와대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한 것이 아니라”고 못박았다고 합니다. 대덕특구의 D인터넷신문에 어제(5/19) 오후에 올라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청와대 C 비서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하룻밤 지나고 나니 기사가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청와대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한 것이 아니라’고 한 대목이 빠지고, 그 자리에 KAIST측의 입장이 슬그머니 들어섰습니다. KAIST측은 “정부나 청와대의 개입에 의해 이번 연계안을 추진하지 않았으며, 철저히 쌍방간 가치 창출을 위한 자발적 협력 움직임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이 기사는 전합니다.

KAIST측에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4월 28일에 생명연의 원장이 KAIST의 부총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통합거부 입장을 전했습니다. 5월 7일에는 생명연의 노조 대표자들이 KAIST 총장을 만나서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5월 8일에는 다시 생명연의 원장이 KAIST 총장을 만나서 통합은 절대로 안되고, 다른 협력방안을 찾아보자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남표 총장은 생명연이 원하지 않으면 통합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KAIST는 생명연의 통합반대의사를 더 확인하고 싶은 것입니까? 600명이 넘는 통합반대서명 참가, 4주째 이어지는 노조의 통합반대투쟁, 원장의 공식적인 통합거부 입장 전달로 부족합니까? ‘대다수 생명연 직원들이 반대하니까 통합 제안은 없던 일로 하자’는 얘기 대신에 왜 아직도 ‘자발적 협력움직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까? 이것을 전하는 D인터넷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명연의 통합반대 입장을 아직도 믿지 못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KAIST나 생명연의 입장이 어떻든지 통합을 추진하는 다른 큰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까?

5월 14일에 같은 인터넷신문에 실린 기사가 있습니다. “KAIST-생명연-ICU-UST 통합 급물살”이라는 제목을 달고 보도되었던 내용은 정부 일각에서 흘러나온 <교육과학분야 구조개편 방안>이라는 문건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 문건에는 KAIST 중심 연구중심체로의 통합방안과 유사기능 출연(연)의 통합방안, 그리고 출연(연) 개편에 따른 노조 반발가능성과 대책까지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청와대의 C비서관은 그 중에서 핵융합연구소의 원자력연구원으로의 통합강행과 수리과학연구소에 대한 판단유보 방침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생명연에 대한 문제는 마치 정부가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처럼 언급하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언론이라면 생명연-KAIST 문제는 그 진원지가 어딘지 명백하게 따져 물었어야 합니다. “교과부 차원에서 출연연에 대한 괴담이 나오지 않도록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까?

C비서관, 그리고 D인터넷신문사,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맙시다. 처음부터 교육과학기술부는 출연(연)에 대한 인위적 통폐합 방침은 없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이주호 수석비서관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장차관과 실장 모두가 이렇게 원칙적인 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출연(연)을 담당하는 실무부서는 장차관과 상급자의 견해표명과는 달리 생명연과 KAIST의 주요 보직자들을 불러 통합안을 마련하라고 재촉했습니다. 부처의 공무원에게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있는 힘은 이명박 정부의 권력구조에서는 청와대에서 직접 나옵니다. 혹여 교과부 핑계를 대는 것은 비겁한 일이며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습니다.

청와대의 이주호 수석이든 김창경 과학비서관이든, C비서관이 누구든지간에 지금은 생명연-KAIST의 통합과 이른바 KAIST 중심 연구중심체를 둘러싼 괴담의 실체를 밝혀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어물쩡하게 변죽만 울리고 있으면 한쪽 당사자는 ‘거부’하고 있는데도 다른 당사자는 ‘통합하면 좋을텐데’ 하는 식의 동문서답은 계속될 것이고 괴담은 증폭될 것입니다.

출연(연)을 뒤흔드는 괴담을 종식시키고 생명연의 안정적 연구환경을 쟁취하기 위해서 우리의 투쟁은 계속됩니다. 기본적인 선전홍보에서 시작해서 집회, 농성, 파업등 모든 투쟁을 준비하고 조직할 것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 모든 책임은 청와대에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일체의 통합논의를 중단하고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기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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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1.

한 주일의 투쟁을 일단 마무리했다.

투쟁이 중요한 시기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하나의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오늘은 금요일밤,

누군가 청하면 술 몇잔은 그냥 술술술 넘어가련만,

모든 일정 끝나고

하루의 마지막 회의도 모두 끝나고 난 후에,

내 앞에 남은

소중한 동지 한 사람에게

나는 감히 술 한잔 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그게 나다.

아무리 간절해도 둘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나는 언제나

짝지어 살기보다는 떼지어 살아왔던 것이다.

 

2.

늦은 밤에

무리지어

예정하지 않았던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13년부터 19년 세월을 거슬러 가며

우리는 20대와 30대와 40대의

빛나던 시간들을 추억했다.

 

나이 마흔 지나고

나이 쉰을 바라보면서도

 

참 열정적인 사람들 있고

참 순수하게 세상을 보듬고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 동지들과 정말로 오랜만에 술을 마신다.

 

한 동지가 묻는다.

오늘은 또다른 약속이 없어요?

위원장하고 이렇게 술 마신 것이 몇년 만이래요?

신기하네요....

 

그래서 결국 나는

취해서 이렇게 횡설수설하고 있다.

 

3.

아, 제목을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라고 붙였구나.

그럼 본문을 옮겨 와야겠지...

 

오늘 우리 연구소

일반게시판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난 글인데,

전문 그대로 옮긴다.

 

이런 동지들 덕/탓이런가^^

오늘까지 조합원이  

12명 늘었다.

 

한 동지가 그랬다.

이성우 하나로는 2%로 부족한 느낌인데

그걸 채워주는 사람이 누구누구라고...

이 사람이 13년만에 다시 노조를 드나들면서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얼굴에 생기가 돈다고...

 

그렇게 말하는 동지를 연구소 와서 만난 지

어언 19년 되었구나.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나를 훨씬 좋아한다고 믿으면서 서운해 하는...

나는 내가 더 좋아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잊혀져간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말하면 또 서운해 할까나?ㅎㅎ

 

밤이 늦었다.

모두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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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가 아는 어떤 분을 좀 살려주세요

 

그는 최근 우리 연구원이 공중분해될지도 모르는다는 분위기가 감지될때부터

자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정문이나 후문 삼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식당 근처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근무시간내내 책상에 앉아서 무엇인지 열시미 일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퇴근시간이 지난 후에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분들이 볼때는 밥이나 먹고 일하시라고 하던것 같은데,
제가 볼때는 화장실이나 제대로 가는지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회의를 하거나 책상에서 작업할 때 가끔 곁눈질로 훔쳐보면
격무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안스러움도 자주 보입니다.

자기 혼자 잘먹고 잘살자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을 꼭 좀 살려주세요.

아침에 플랭카드를 들려면, 최소 8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점심때 속보를 나눠줄려면, 최소 4명이 필요합니다.
뜻이 다른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일의 필요성에 동참하신다면,
제발 이사람 좀 살려주세요.
그러면 그 사람은 신명나서 더 많은, 더 효과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루전에 미리 노동조합사무실에 들려서 참여의사를 밝혀주세요.
일주일에 하루 정도씩만 참여해도 큰 힘이 될껍니다.

사실 이글을 쓰는 저도 이제는 허리도 아프고 그러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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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젠 좀 미쳐야겠다

산오리과에 속하는지 확인은 안해봤지만^^

매사 단순명쾌하게 문제를 잘 정리하는 동지가 우리 노조에 있다.

내가 연구소에서 지부장 노릇을 할 때

사무국장하면서 갖은 뒤치다꺼리 다했는데

산오리 못지 않게 참 존경스럽다.

이 동지가 만 13년만에 다시 투쟁의 선봉에 서서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투쟁, 점심시간 선전전, 각종 회의에 열심이고

이제는 노조 몫의 연구소 비대위원까지 맡아서 강행군을 하고 있다. 

동지가 오늘 투쟁속보에 기고한 글.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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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젠 좀 미쳐야겠다>

지금 연구소 안팎이 말도 아니다. 다들 생산적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일에 손발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제대로 해보자는 오기가 슬슬 발동하여 이렇게 글을 올린다.

 

많고 많은 사안들 중에 나를 자극하는 하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비효율”이라는 것이다. 출연연구소가 비효율적이고 생명연이 비효율적이란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문제점을 알고 있으니 뼈를 깎고 몸을 낮추잔다. 무슨 광우병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이 비효율이란 말인가? 지난 IMF이후로 온갖 고통을 감수하고, PBS라는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받아들이고, 인건비 확보라는 비참한 환경속에서 혁신이라는 유령에 10여년을 시달려왔는데, 이제는 실용적이지 못하고 비효율적이라 드디어 올게 왔다는 식이다.

 

지금 우리가 KAIST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정말 내 밥그릇 지키기고, 철밥통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청계천에 모인 수많은 학생들이 좌파의 배후조종에 놀아나서 그렇다고 생각하느냐 말이다.

 

지금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미친소 파동의 핵심은 광우병의 공포도 아니고, 수입조건의 불합리나 머 이런 것도 아니고, 단지 충분한 검토나 자문이나 국민적 공감이 없이 실용을 우선시한다는 일부 정부 인사의 정신없는 행동에 대한 국민적 저항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무런 구체적인 자료없이 비전없이 일부 정부 관료들의 그릇된 소신으로 밀어붙이는 잘못된 ‘실용적’이라는 단어에, 나 스스로를 낮추고 뼈를 깍자가 아니라 과감하게 택 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일 년에 1000만원씩이나 되는 등록금을 내고 4년제 대학을 나와서 청년실업자가 되거나 겨우 2년간 월급 80만원을 받아가는 비정규직이 되는 나라, 10년 이상 한 분야를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따고 나서 갈 곳이 없거나, 매년 전공과 무관한 분야를 새롭게 공부해서 밤새도록 연구해야만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 해외에서 능력을 다 소모하고 이제는 삶을 뒤돌아봐야 할 사람들이 귀국해서 주변 환경조차 파악하지 않고 좌충우돌하는 것이 실용적이라고 박수치는 그런 나라. 정말 이런 나라가 되어야 하겠는가?

 

끝으로, 어제 잠시 TV를 보니까 우주인 ‘이소연’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나에게 꿈을 준 대답은 바로 다음과 같았다. 이제 우리도 좀 당당하고 꿈을 가지자. 말도 안 되는 예산대비 눈에 보이는 성과라는 악몽을 떨쳐버리고 말이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방송인 : “260억이나 사용할 만큼 가치가 있었냐는 비난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이소연 :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잖아요, 그게 돈으로 환산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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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KAIST 중심 연구중심체: KAIST + 생명(연) + 정보통신대 + 연합대학원

 생명(연)을 KAIST 직할기관으로 통합하여....

 생명(연)의 재산은 국고 귀속 후 KAIST에 무상양여하고 통합기관의 예산을

 블록으로 지원하여 책임경영체제 확립

 추진일정: 6월 통합안(MOU) 도출

 

-유사기관 출연(연)의 통합

 원자력(연) + 핵융합연구소

 해양(연) + 극지(연)

 고등과학원 + 수리과학연구소

 

-기타 출연(연) 구조 개혁

 충남대와 기초과학지원(연) -> 분석과학특성화대학원 공동 설립

 서울대와 KIST의 통합: 검토 중

 기타 출연(연) : 인력유동성 확대, 성과 중심으로 S/W 개선

 

퇴근 시간이 지났고 저녁 일정은 바쁘다. 그러나 이렇게 졸속적인 구조조정안을 떠올리면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 일을 좀 나누려고 몇몇 조합원들 찾았으나 실험실에 갇혀서 다들 나보다 더 바쁘다. 오늘은 그냥 가자. 멀리 가야겠기에 어제 타고 왔던 접이식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가로로 나섰다.

 

저 멀리 빨간 신호등이 보이는 순간 냉면이 먹고 싶어졌다. 그래, 이렇게 기분이 복잡미묘한 날에는 냉면이라도 먹자. 시원새콤달콤알싸한 냉면 국물을 후루룩 후루룩 마시다 보면 연휴 동안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이 가지런하게 정리될 것이야. 조바심 낼 것 없어. 너무 걱정하지 마. 그냥 늘 하던 대로 차분하고 침착하게, 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실천하면 되는 거지 뭐.

 

반대편 차로의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노란 실선 두개를 가로 질러 유턴을 했다. 오랜만에 혼자서 숯골원냉면에 가서 물냉면 한그릇 시키고 먼저 메밀면을 삶은 따뜻한 국물을 뜨겁게 마셨다. 3일의 연휴라지만 빈 시간은 많지 않다. 얼마나 가게 될까, 이렇게 한가지 일에만 빠져 사는 날들이. 메밀면발을 가볍게 끊어먹을 때마다 설렘과 걱정이 턱관절을 톡톡 두드리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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