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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젠 좀 미쳐야겠다

산오리과에 속하는지 확인은 안해봤지만^^

매사 단순명쾌하게 문제를 잘 정리하는 동지가 우리 노조에 있다.

내가 연구소에서 지부장 노릇을 할 때

사무국장하면서 갖은 뒤치다꺼리 다했는데

산오리 못지 않게 참 존경스럽다.

이 동지가 만 13년만에 다시 투쟁의 선봉에 서서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투쟁, 점심시간 선전전, 각종 회의에 열심이고

이제는 노조 몫의 연구소 비대위원까지 맡아서 강행군을 하고 있다. 

동지가 오늘 투쟁속보에 기고한 글.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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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젠 좀 미쳐야겠다>

지금 연구소 안팎이 말도 아니다. 다들 생산적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일에 손발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제대로 해보자는 오기가 슬슬 발동하여 이렇게 글을 올린다.

 

많고 많은 사안들 중에 나를 자극하는 하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비효율”이라는 것이다. 출연연구소가 비효율적이고 생명연이 비효율적이란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문제점을 알고 있으니 뼈를 깎고 몸을 낮추잔다. 무슨 광우병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이 비효율이란 말인가? 지난 IMF이후로 온갖 고통을 감수하고, PBS라는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받아들이고, 인건비 확보라는 비참한 환경속에서 혁신이라는 유령에 10여년을 시달려왔는데, 이제는 실용적이지 못하고 비효율적이라 드디어 올게 왔다는 식이다.

 

지금 우리가 KAIST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정말 내 밥그릇 지키기고, 철밥통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청계천에 모인 수많은 학생들이 좌파의 배후조종에 놀아나서 그렇다고 생각하느냐 말이다.

 

지금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미친소 파동의 핵심은 광우병의 공포도 아니고, 수입조건의 불합리나 머 이런 것도 아니고, 단지 충분한 검토나 자문이나 국민적 공감이 없이 실용을 우선시한다는 일부 정부 인사의 정신없는 행동에 대한 국민적 저항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무런 구체적인 자료없이 비전없이 일부 정부 관료들의 그릇된 소신으로 밀어붙이는 잘못된 ‘실용적’이라는 단어에, 나 스스로를 낮추고 뼈를 깍자가 아니라 과감하게 택 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일 년에 1000만원씩이나 되는 등록금을 내고 4년제 대학을 나와서 청년실업자가 되거나 겨우 2년간 월급 80만원을 받아가는 비정규직이 되는 나라, 10년 이상 한 분야를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따고 나서 갈 곳이 없거나, 매년 전공과 무관한 분야를 새롭게 공부해서 밤새도록 연구해야만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 해외에서 능력을 다 소모하고 이제는 삶을 뒤돌아봐야 할 사람들이 귀국해서 주변 환경조차 파악하지 않고 좌충우돌하는 것이 실용적이라고 박수치는 그런 나라. 정말 이런 나라가 되어야 하겠는가?

 

끝으로, 어제 잠시 TV를 보니까 우주인 ‘이소연’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나에게 꿈을 준 대답은 바로 다음과 같았다. 이제 우리도 좀 당당하고 꿈을 가지자. 말도 안 되는 예산대비 눈에 보이는 성과라는 악몽을 떨쳐버리고 말이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방송인 : “260억이나 사용할 만큼 가치가 있었냐는 비난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이소연 :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잖아요, 그게 돈으로 환산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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