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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와 공공연맹, 지상공방

6월 8일 이후 보건의료노조는

우리 연맹의 간담회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성명서와 공문과 기고문 등을 통하여 연일 우리 연맹을 공격하고 있다.

 

어지간하면 대응을 자제하려 하였으나

보건의료노조의 감정적인 공세가 전혀 누그러지지 않아

매일노동뉴스의 기고문에 대해서는 일단 응수를 했다.

 

앞으로 꽤나 오래 이 사안과 관련된 공방이 이어질 것이고

또 민주노총까지 이 논란이 확대될텐데,

맛보기로 우선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과

우리 연맹 나상윤 정책위원장이 주고 받은 글을 여기에 남긴다.

 



공공연맹은 '정파적' 산별운동을 하려는가
서울대병원지부 사태는 제2, 제3의 산별 파괴의 전주곡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공공연맹이 보건의료노조 서울대병원지부 가입 승인을 결정했다. 그 어떤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서 논리를 만들고 변명해도 이건 아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조직운동의 최소한 상식과 원칙, 그리고 신의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함께 탄식을 하고 있다. 위기 속의 노동운동, 정말 어디까지 가려 하는가? 다른 조직의 아픔과 갈등을 자신의 '세불리기'에 이용하는 부도덕함에 말문이 막힌다. 더구나 이런저런 변명으로 자신의 잘못된 결정을 은폐하기 위해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대병원지부간에 ‘중재와 조정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대체 무슨 자격으로 다른 조직 내부 문제에 대해 중재하고 조정하겠다고 나선단 말인가?

▲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
공공연맹은 심지어 추가 탈퇴와 가맹 신청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란 없이 가맹 승인을 하겠다’고 한다. 탈퇴를 유도하는 듯한 태도에는 과연 이 조직이 그동안 함께 공공연대 활동을 함께 해 온 동지인가 하는 섬뜩함마저 느낀다. 공공연맹은 이런 결정을 하면서도 ‘노동운동의 원칙을 지키면서 더 큰 틀로 통합해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말과 행동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망연자실할 뿐이다.

'정파'가 산별보다 위에 있나?

공공연맹이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 10장 2조 논쟁 이후 일방적 평가를 기초로 보건의료노조 집행부를 비판하고 공공연하게 규약과 규율을 어긴 서울대병원지부 가입을 승인한 것은 결국 '정파적' 산별운동을 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대중적 산별운동의 원칙보다는 자신들의 주의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이면 다 받아들여 세를 불려가겠다는 것이다. 대중적 산별운동의 위기다. 자주적 노동운동의 위기다.

사람들은 이번 일을 두고 '또 시끄럽겠구나'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강 건너 불 구경 할' 사안이 아니다. 지금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번 일이 노동운동의 대의에 따라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서울대병원'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 복수노조시대를 앞두고 조직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의 전주곡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노총 차원에서 조직 상호간의 분명한 조정과 나아가 올바른 조직운동의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이런 정지작업이 없다면 한국적 상황에서는 '민주-어용' 구도의 복수노조만이 아니라 정파 중심의 복수노조까지 생겨 복수노조시대 초기 당분간 현장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는 집행부가 문제 있다는 주장만으로 단결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대중조직의 민주적 논의구조에 불복하는 조직들이 새로운 조직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대중운동을 교란시키고 계급적 노동운동의 토대를 허물어뜨릴 것이다. 이는 단지 산별구획 정리의 문제가 아니라 자주적 대중운동, 계급적 노동운동의 원칙에 관한 문제다.

우리가 함께 만든 산별규약이 먼저냐, 정권과 자본이 만든 노동악법이 먼저냐

이번 승인은 몇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조직의 자주성을 완전 무시한 것으로 조직 상호간 신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훼손이다.

서울대병원지부의 문제는 전적으로 보건의료노조 내부의 문제다. 다들 알고있는 것처럼 작년 산별합의 이후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보건의료노조 내부에서 해당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민주주의 토론절차를 통해 풀어갈 문제다. 그리고 그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평소 잘하지’ 라는 비아냥 소리도 들린다. 누군가 보건의료노조가 잘했으면 탈퇴 등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문제의 원인을 보건의료노조로 떠넘기며 가입 승인결정을 합리화한다. 하지만 내부갈등에 끼어들기식으로 개입하고 급기야는 '조직 빼가기'식, '땅따먹기'식의 조직사업이 된다면 민주노총 내부의 단결과 연대의 기풍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직의 선택권은 전적으로 조합원에게 있지만 최소한 상호간 조정과 연대의 원칙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우리 스스로가 만든 규약에 대한 위반이자 산별운동에 대한 원심력 확대다.

그동안 산별운동을 먼저 고민해온 조직들은 집단탈퇴가 명백하게 산별운동의 후퇴를 의미하기 때문에 금속노조와 과기노조 등 모든 산별노조의 규약은 개별탈퇴만 인정하지 집단조직탈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집단조직탈퇴의 유효 여부를 묻는 보건의료노조의 질의서에 대해 금속연맹 법률원은 "무효"라고 회신한 바 있다.

하지만 작년 보건의료노조 산별교섭이 자본과 정권에 투항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 민주노조운동의 산별규약이 아닌 정권과 자본이 만든 노동악법에 의해 기업별노조를 승인 받고, 그것을 기초로 다른 연맹에 가입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이미 산별노조 집단탈퇴 등 조직적 문제가 다른 산별노조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산별운동에 대한 분명한 원칙정립이 필요하다.

세째, 이번 공공연맹의 서울대병원지부 가입 승인은 일회적 사건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많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지금은 그 결정이 보건의료노조의 심장에 비수를 꽂지만 결국 그것은 공공연맹, 나아가 노동운동 전체에 똑같이 되돌아 갈 것 이다. 규약과 규율을 어기고 탈퇴해도 다른 조직에서 받아주는, 악순환과 이합집산이 되풀이될 것이다.

산별운동의 기본 구획은 원칙없이 일부 지도부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널뛰기를 할 것이다. 산하 조직들은 민주주의적 토론보다는 상급단체와 탈퇴를 무기로 교섭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며, 민주적 절차와 결정은 무시되고 정파적 이해관계만 가득할 것이다.

'1대5'의 싸움을 해야 하는 2005년 보건의료 산별교섭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은 단지 즉자적 분노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결정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산별운동을 어떻게 파탄내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 이번 결정이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직시해야한다. 이번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른 지부가 추가 산별탈퇴공고를 내고, 사측은 더욱더 개별탈퇴공작으로 산별노조를 흔들고 있다. 산별교섭을 거부하고 개별교섭을 하자고 회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05 보건의료 산별교섭은 마치 '1대5'의 싸움이다. 일부 조직의 산별운동에 대한 원심력, 공공연맹의 가입 승인과 추가탈퇴 유도, 사측의 산별노조 탈퇴공세와 산별교섭 거부, 정부의 반산별적 반노동자적 정책기조, 노동운동에 대해 불리한 사회적 여론….

하지만 우리는 이런 모습에 비난만 하고 한탄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분노는 단지 공공연맹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탄압하는 정권과 자본에 맞서 진정한 산별운동을 위해 내부 단결과 연대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다. 산별의 힘으로, 현장의 힘으로 어려움을 돌파할 것이다. 사이비 산별운동, 정파적 산별운동이 아니라 대중적 산별운동의 기치 아래 더 단결하여 당면한 산별 사용자단체 구성과 5대 산별협약 쟁취를 위해 힘을 모아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실천과정에서 공공연맹의 이번 결정이 얼마나 ‘소탐대실’ 인지를 깨닫게 해줄 것이다.

우리는 지난 98년 산별노조를 최초로 만들면서 수많은 토론을 거치면서 ‘우리는 이렇게 다르구나’ 를 깨닫고 서로의 차이를 딛고 크게 하나되는 질적 전환을 가져 왔다. 그리고 우리는 2004년 역사적인 산별총파업과 산별교섭을 거치면서 또 한번 ‘우리는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깨달음 속에 더 큰 단결과 전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98년 토론을 통해 확인된 차이를 모아 하나의 산별노조를 만들었듯이 2004년 산별교섭에서 나타난 또하나의 차이를 딛고 진정한 산별교섭을 쟁취하면서 노동운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공공연맹은 자신의 원칙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공공연맹이 보내온 공문 제목에 이런 문구가 눈에 띈다.

‘하나되는 연대, 책임지는 투쟁, 혁신하는 연맹’

공공연맹은 서울대병원지부를 승인한 것이 6월22일 쟁의조정신청을 앞둔 보건의료노조 투쟁에 어떻게 찬물을 끼얹게 되는지 그런 결정이 스스로 내세운 ‘연대, 책임, 혁신’ 에 어떻게 합당한지 답변해야 한다.

진정한 산별운동을 위해 산별노조를 탈퇴한 서울대병원지부와 노동운동의 원칙을 세우면서 공공대산별을 지향하는 공공연맹의 새로운 만남이 과연 어떠한 산별운동을 전개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어떤 규약을 가지고 산별적 단결과 규율, 민주주의를 실천할지 궁금하다.

말의 잔치, 주장의 홍수 속에 노동운동의 진정성이 새삼 그리워진다.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우리 노동운동 내부에서의 조직정의와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가 우울한 것은 공공연맹이 서울대병원지부 가입을 승인한 것 때문이 아니다. 단지 우리 노조의 한 지부를 빼앗겼다는 그런 소아병적인 차원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뭔가를 자꾸 잃어가고 있다는 게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동지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운동 승리의 희망을 함께 안고, 같이 가야 할 때가 아닌가.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  2005-06-15 오전 8:39:40  입력    ⓒ매일노동뉴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실장 <기고>에 대한 나상윤 공공연맹 정책위원장의 반론
올바른 산별운동을 위한 생산적 논쟁을 시작하자!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봐서야
평소 정책담당자로 함께 활동을 해 온 이주호 정책실장의 기고문에 대한 반론을 쓰게 돼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과도함을 넘어 흑백논리로 비난해서야

“건강한 비판을 하되 악의적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하며, 사실규명은 하되 거짓 매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생각이 다르더라도 함께 해야 할 동지이기에 최소한의 예의와 도덕성, 동지애를 지켜주기 바란다.”

서울대병원지부노조가 공공연맹에 가입신청을 하자 지난 4월6일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성명서의 한 구절이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6월9일자 보건의료노조의 성명서와 6월14일자 매일노동뉴스에 게재된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기획실장의 기고문은 위의 문구와 너무 달라 우리 연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사실조차 왜곡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와 도덕성, 동지애’를 찾아보기 어렵다. 공공연맹의 ‘결정내용’과 ‘결정까지의 과정’은 모두 삭제되고 오로지 ‘결과’만을 놓고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정파적 산별’ 이니 ‘땅따먹기’니 하는 극한 용어마저 등장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편의적으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

서울대병원지부노조는 4월1일 대의원대회에서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하고 우리 연맹에 가맹신청서를 냈다. 우리 연맹은 4월6일 중집위에서 이러한 사실을 보고하되 안건처리조차 하지 않았으며, 4월13일 개최된 중집위에서는 논란의 당사자인 보건의료노조 및 서울대병원지부노조가 자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한 이후 연맹의 입장을 결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이를 위해 우리 연맹은 수차례 공문을 통해 양측의 화해를 촉구하기도 하였고, 보건의료노조가 우리연맹 가입을 반대한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지를 묻기도 했다. 또한 5월4일에는 양쪽 집행부 간의 간담회가 있었다. 보건의료노조는 가맹승인을 하지 말 것과 시간을 달라는 요청을 하였으며, 공공연맹은 서울대병원지부노조와의 관계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과 이를 위해 5월말까지는 가맹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 리고 이 과정에서 양 조직 위원장 그리고 사무처장 사이에 수차례의 접촉과 대화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연맹은 총연맹에 대해서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대병원지부노조의 화해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하였다.

공공연맹의 규약 제8조는 “연맹에 가맹하고자 하는 노동조합과 그에 준하는 조직은 소정의 가입신청서를 제출하고 중앙집행위원회의 의결로 가입이 승인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가입여부를 중집위에서 심의하지 않으면 이것은 연맹규약 위반이다. 그럼에도 여러가지 고민 때문에 70여일의 시간을 가지고 5차례의 보고와 토론을 통해서 가입을 최종 결정을 하였다.

여기까지가 있는 그대로의 건조한 '사실'(fact)이다. 사실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사실 자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몇가지 쟁점에 대해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보건의료노조 성명서와 기고문에서 제기된 지점은 대체로 다음의 것들이다. 우선, 집단탈퇴를 인정하지 않는 산별규약을 무시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별노조에서 산업·업종별연맹으로, 연맹에서 산별노조로, 소산별노조에서 대산별노조로 발전하고 있는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와 지향점을 무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별노조에서 집단탈퇴가 인정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산별노조 건설운동에 있어서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주장은 기업별지부를 골간으로 해온 한국 산별운동의 특수성을 아예 무시하거나 운동이 단선적으로 발전한다는 단계론적 발상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또한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규약이 조직형태 변경에 대해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애써 무시하고 있으며, 과거 다른 병원조직이 조직형태 변경을 통해 분리되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의 단결권, 상급단체에 대한 선택의 권리를 부정하는 논거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지부노조 2,200여 조합원들의 결정은 산별노조운동을 후퇴시키기 위해 기업별노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산별노조운동에 대한 그리고 조직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정파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며 ‘조합원을 대상화’하는 것이다.

‘공공연맹이 민주노총의 조정을 거부하였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오히려 우리 연맹이 서울대병원지부노조의 가맹신청 직후부터 보건의료노조와의 중재 및 화해를 적극 요청하였다.

다만 조정과 중재의 대상이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연맹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하고자 한다. 그것은 보건의료노조가 지적하듯이 특정 조직에 대한 ‘땅따먹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주성을 무시했다’는 주장도 동일한 주장에 불과하며 그런 논리라면 서울대병원지부노조의 자주성은 왜 부정하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연맹은 조직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타 연맹의 관할 조직을 빼앗아 오거나 가입을 유도해본 적이 없다. 10만 조합원이 함께 하는 공공연맹이 조합원 숫자 조금 더 늘리자고 땅따먹기 할 만큼 소아적이지 않다. 오히려 우리 연맹은 타 연맹이 관할하기 어려운 조직을 책임 맡아서 지원 지도하여 왔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다른 지부의 탈퇴를 유도하는 결정을 하고 있으며, 조직분열을 획책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하고 있는 또다른 조직이 확인되는 조건에서 이를 중지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다른 조직에 대해서 가맹승인을 유보하겠다고 한 것을 일방적으로 폄하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악순환과 이합집산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서울대병원지부노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제대로 세우고 기풍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장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가 결자해지 해야 한다

우리 연맹은 서울대병원지부노조의 가입신청 후 70여일간의 5차례의 격론과 진통을 겪으면서 중집위(6월8일) 결정사항 7호 중 1호로 “최선의 방안은 서울대병원지부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그동안의 갈등을 서로 치유하고 함께 하는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이 계속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굳이 사회공공성강화와 공공대산별노조 건설의 길에서 만나야 한다는 점이 아니더라도 민주노조운동을 함께 열어가는 동지로서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는 결정하면서도 마지막 기회를 가지도록 하기 위해 중재단을 구성했다. 두 당사자 간의 직접 대화가 전혀 안 되는 조건에서 우리 연맹이 중재역할을 다시 한번 해보자는 고민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이를 거부하였다.

산별노조 건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조직적 무기이며 수단이다

이 시점에서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은 도대체 무엇이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이고 산별운동의 본령인가 하는 것이다. 87년 민주노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산별노조 건설은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산별노조 건설 자체가 운동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계급적 관점을 명확히 하고 한국사회를 변혁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 건설이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조운동은 그것을 강조해 왔던 것이다. 즉 산별노조 건설은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투쟁을 위한 조직적 무기라는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개되어 온 산별노조 건설운동은 이러한 원칙을 충분하게 실현하지 못했다. 그것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점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시야가 좁았던 측면도 있었겠지만, 기업별노조체제의 관성과 저항 그리고 현실적인 타협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였다.

굽은 쇠를 바로 펴기 위해서는 반대쪽으로 더 강하게 휘어야 하듯이 기업별체제의 관성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무늬만 산별’이라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강조’가 나름대로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산별노조를 건설하고자 하는 후발주자들은 선구자들의 경험을 통해서 그러한 시행착오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건너뛸 수 있게 되었다.

‘산별파업’과 ‘산별교섭’의 실현 그리고 ‘산별협약’의 쟁취! 기업별체제를 근거로 하고 있는 우리의 노동조합운동의 현실에서 그 의의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입장에서 이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성과는 성과대로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 그것도 하향평준화를 초래함으로써 산별운동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10장 2조’의 문제와 사실상 조직징계의 의미를 갖는 지부장 제명으로 드러난 ‘조직민주주의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면 산별노조 건설운동은 중대한 장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기준협약이 되어야 할 산별협약이 최고기준이 됨으로써 하향평준화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을 이유로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과연 ?ʼn?책임질 것인가? 또한 정당한 문제제기를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를 근거로, 다수라는 것에만 의존해 더 높은 민주주의·내용적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제명’이라는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과연 산별에서 실현되는 조직민주주의의 실체인가?

정말로 생산적인 논쟁이 되었으면 한다

가맹승인이라는 결정사항만 본다면 보건의료노조가 느끼는 서운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간혹 과도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준은 양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지 차별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연맹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었으면 한다.

우리 연맹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보건의료노조 내부의 문제로 인하여 우리 연맹 또한 조직 내적으로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 연맹은 오히려 피해자임에도 어느날 가해자가 되어버렸다. 특히 ‘주홍글씨’를 공공연맹에게 새기려는 보건의료노조 집행부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공공연맹이 똑같이 감정적 대응과 언사를 한다면 운동적인 논쟁, 생산적인 논쟁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논쟁은 얼마든지 하자. 논쟁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논쟁은 누가 이기고 지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산별협약, 조직구획, 조직민주주의, 복수노조 등 산별운동에 있어서 주요 쟁점이 될 만한 것들을 묶어서 민주노조운동 전체로 확산해보자. 아마도 그것은 올바른 산별건설의 밑거름이 될 것이며, 민주노조운동의 질적 수준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온갖 감정적 언사와 격한 표현을 동원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논쟁이 되기 어렵다. 비록 서운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더라도 한 발 물러서서 논쟁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
나상윤 공공연맹 정책위원장  2005-06-17 오전 8:41:51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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