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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다른 일로 민주노총 어떤 간부에게 전화를 했다.
내 용건을 끝냈는데,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뭐냐고 했더니, 서울대병원지부노조에 관한 거란다.
얘기해보라고 했더니 요지가 이렇다.
총연맹 제4차 중앙위원회(6/10)에서 보건의료노조가 기타안건을 제출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민주노총 내부의 조직간 분쟁에 관한 사항은 중집위에서 다룰 사안이니까 중집위로 넘기자고 이수호 위원장이 제안했고 보건의료노조가 그 제안을 받아들여서 중앙위에서는 일단 넘어갔다. 20일부터 비정규개악법안 저지와 권리보장입법 쟁취를 위한 투쟁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20일 오후에 민주노총 중집위에서 투쟁현안을 제쳐놓고 서울대병원건을 다룰 수는 없다. 그러니까 민주노총 중집위에서 서울대병원지부노조와 관련된 결정을 하기 전까지 우리 연맹 중집위 결정으로 6월 20일 18시에 서울대병원지부노조 가맹처리하기로 한 것을 늦추어달라는 거다.
-그게 어디서 결정한 겁니까?
=상집위에서 결정했어요.
-연맹의 가맹 승인건은 연맹 중집위에서 결정할 사안인데 총연맹 상집위에서 그걸 어떻게 결정해요?
=조직간의 분쟁이 있으면 총연맹 중집위에서 다룰 수 있고 중집위가 20일 이전에 결정내기 어려운 상황이니까 그 때까지 연기해 달라는 것이죠.
-우리 중집위는 이미 결정이 끝났는데 어떻게 연기합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요청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 그게 위원장이나 사무처장이 맘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닌데요.
=총연맹의 고민을 이해한다면 좀 노력해 줄 수 있지 않습니까?
-노력해서 될 게 있고 안될게 있지 그게 될 말입니까?
=그러면 공공연맹은 이미 결정 끝났으니까 총연맹이 뭐라고 결정하든 막무가내로 밀어부칠 작정입니까?
-70여일 고민할 때 노력을 하셨어야죠.
설왕설래, 갑론을박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어제 저녁 무렵에 다시 전화가 왔다.
공공연맹이 결정을 잘못한거다, 서울대병원 문제가 앞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문제가 될지 아느냐, 그러니까 좀 늦춰라, 이런 식으로 그저께 하던 얘기가 반복되었다.
우리 연맹이 얼마나 고민하고 얼마나 열심히 토론해서 내린 결정인데 그렇게 얘기하지 말아라, 총연맹 상집위는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거다, 중집위도 아니고 말이지, 앞으로 분쟁만 생기면 모두 총연맹에서 정리할 거냐, 하고 나도 맞섰다.
얘기가 길어지고 내가 끝내 총연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결국 하는 얘기가, 일단 공문을 하나 보내겠노라고 했다. 보내라고 했다. 곧바로 팩스로 공문이 하나 날아들었다. 그 공문의 내용과 우리 연맹의 답변을 (점심밥먹고 와서) 여기에 첨부하기로 한다.
<앞에 붙은 사족>
일전에, 보건의료노조에 보낸 공문 초안을 이 블로그에 올렸고, 그것을 프로메테우스 기자가 기사에 첨부한 적이 있다. 5월 4일에 보건의료노조 임원들과 간담회를 하는데, 어떻게 조직간에 오간 문서를 외부에 유출할 수 있느냐고 막 따지더라. 아니 공문서라는 것은 특별히 비밀을 요하지 않는 한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답했다. 어디 공문 뿐이랴, 회계관련서류든 그 무엇이든 노동조합 조직의 모든 활동과 관련한 기록 일체는 원하는 누구에게나(자본과 권력기관을 제외하고)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설령 그것이 나와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일지라도.
<민주노총 공문>
문서번호: 민주사무처 .....호
시행일자: 2005. 6. 15
수 신: 공공연맹 위원장
참 조: 사무처장
제 목: 서울대병원지부노조의 공공연맹 가입 승인에 따른 협조 요청 건
1.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 쟁취를 위해 전면투쟁을 준비하고 계시는 귀 조직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 6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위원회가 비정규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므로써 입법쟁취투쟁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고, 비리사건 등응로 민주노조 운동이 최대의 위기 상황에서, 민주노총 내부의 조직간 분쟁은 당면투쟁과 민주노총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것입니다.
3. 제4차 중앙위원회에 기타안건으로 제출된 '공공연맹의 서울대병원지부노조 가맹승인 철회 건'은 규약 제24조 중앙집행위원회으 기능 5항(조직관할범위 등 조직간 분쟁 처리)에 따라 차기 중앙집행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되었습니다. 조직간 갈등이 커지면 비정규입법쟁취투쟁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아래 6월 14일 열린 민주노총 제19차 상임집행위원회에서는 공공연맹이 6월 20일까지 제시한 중재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최소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이 나기전까지는 서울대병원지부노조 가맹 승인을 보류하도록 권고한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4. 귀 조직의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므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비정규법안투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위원장의 결단 또는 조직의 결정으로 민주노총 상임집행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받아들여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 수 호(직인)
<우리 연맹 회신 공문>
문서번호: ...........호
시행일자: 2005. 6. 17.
수 신: 민주노총 위원장
참 조: 사무총장
제 목: '서울대병원지부노조 가입승인 보류 요청에 대한 회신' 건
1.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최선을 다해 파업투쟁을 조직하고 있는 총연맹에 경의를 표합니다.
2. 여러 가지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연대와 단결'을 중요시하는 민주노조 운동에서 보건의료노조와 우리 연맹이 조직적 갈등을 빚고 있음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총파업투쟁을 앞두고 이러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음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 연맹은 서울대병원지부노조와 보건의료노조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그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나아가 총 연맹에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연맹과 우리 연맹의 노력은 결실을 얻지 못했고, 결국 우리 연맹은 규약에 의거하여 이 문제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 이런 측면에서 총연맹이 제19차 상임집행위원회의 권고 결정(이하 "총연맹 권고")에 근거하여 이와 관련된 공문(민주사무처 1101-367호)을 우리 연맹에 보낸 저간의 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총연맹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가맹조직의 규율과 질서를 더욱 어지럽히는 처사입니다. 첫째, 위원장의 결단으로 중집위 결정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총연맹은 그런 사례가 있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우리 연맹에서는 위원장의 결단으로 중집위에서 결정된 사항을 번복할 수는 없습니다. 둘째, 우리 연맹이 이 문제로 70여일 동안 5번의 중집위를 개최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음을 조금이나마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4. 더욱이 총연맹 권고는 총연맹 규약 제26조를 볼 때도 맞지 않습니다. 규약에 따르면 상임집행위원회는 대의원대회, 중앙위원회, 중앙집행위원회의 수임사항을 집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총연맹 제4차 중앙위원회를 통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사안에 대해서 상임집행위원회에서 처리하고자 한다면 중앙집행위원회의 위임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임집행위원회가 서울대병원지부노조 가맹 승인의 건에 대하여 결정을 내린 것은 조직적 질서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5. 우리 연맹은 총연맹 권고를 비정규법안 투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고심에 찬 권고로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조직간의 분쟁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에 대하여 총연맹이 특정한 입장에 편향되어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 없습니다. 서울대병원지부노조의 가맹승인 건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우리 연맹 중집위에서의 논의의 핵심은 가맹승인이냐 불승인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즉각적인 가맹승인이냐 아니면 일정기간 유보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는데, 총연맹 권고는 사실상 이 사안에 대하여 일정한 편향을 갖고 유보하자는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 연맹은 이 사안과 관련하여 총연맹이 앞으로 과연 중립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6. 우리 연맹은 어떠한 경우에도 노동자계급의 미래가 걸린 비정규직 철폐와 비정규보호입법 쟁취를 위한 투쟁을 회피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며, 보건의료노조 또한 그럴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연맹은 앞으로도 전체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총연맹이 우리 연맹이 처한 여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 주실 것을 총연맹과 같은 심정으로 '간곡하게' 요청드립니다. 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양 경 규 (직인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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