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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은 세계결핵의 날이었다. 신문에서 그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새로 발생하는 결핵환자가 3만명을 넘어 OECD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1등이고, 작년에는 그 전년도에 비해 2.2%가 늘어난 3만1천503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여, 그동안 줄어들던 추세가 반전되었다고 한다. 인구 10만명당 결핵환자가 91명으로 일본 33명, 미국 5명, 영국 12명, 프랑스 14명 등 선진국들에 견주어 아주 높은 수준이며, 2003년에 결핵으로 죽은 사람은 3,331명(인구 10만명당 6,9명)으로 사망원인별로 11위를 차지해서, 호주 0.1명, 미국 0.3명, 독일 0.5명, 영국 0.6명, 프랑스 1.0명, 일본 1.8명 등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나이별로 보면 0-19세까지 7.4%, 20-39세 37.5%, 40-59% 26.3%, 60세 이상이 28.8%로 20-30대의 생산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후진국형 패턴을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기사를 읽으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80년대 초반에 농민들의 삶을 연극의 소재로 삼아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과 약의 오남용 실태까지 들여다보게 되면서, 결핵이라는 질병의 심각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것은 질병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결핵은 전염성이 높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에이즈나 당뇨병, 알코올 중독 등으로 인하여 면역기능이 특별히 저하되지 않는 한 6-9개월의 지속적인 투약으로 거의 완치될 수 있는 질병이다.
정작 문제는 자신의 노동력에 의지해서 삶을 지탱하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경우 결핵은 해고와 생업 중단을 뜻하므로,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곧 발병 사실을 아예 감추거나, 단기간의 약물치료 후 증세가 완화되면 그냥 버티고 보는 환자들을 양산했고, 결국 내성결핵균에 의한 재발 등으로 죽음을 초래한다. 병을 몰라서도 아니요 약이 없어서도 아니라, 그들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조건이 병을 키웠고, 사회가 그들을 죽도록 방치한 것이며, 그것은 지난 수십년 동안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비단 결핵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노동현장에서 일년에 3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산재사망, 그리고 IMF 이후 급등한 경제적 문제나 사회적 소외로 말미암은 자살 또한 사회적 타살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 직업, 소득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른 사망 불평등은 도처에 엄연하고 섬뜩한 현실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최근 연구(강영호, 2004)에 따르면, 교육수준이 고졸 미만인 사람은 고졸 이상인 사람보다 사망할 위험이 1.90배 높고, 하류계층에서의 사망 위험은 다른 계급에 비하여 1.67배 높았으며, 상위소득군에 비하여 하위소득을 가진 사람들의 사망위험이 6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혹여 모든 죽음은 평등하다고 믿은 동지가 있다면, 지금부터는 평등한 죽음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겠노라고 한번 다짐해 보지 않겠는가. 후후. <월간 네트워커, 이달치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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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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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죽음... 아마 이 땅에 지금 이 시간에 이처럼 절절한 말도 없을 것 같습니다.부가 정보
kanjang_gong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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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포기하고 목포와 진주에 있는 결핵병원을 민영화 한다는 소리를 한 6년전 들었던 것 같습니다.목포결핵병원 공대위에 참여하신 분들을 알고 있던터라 알 수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후진국병이라 그러는데 결핵으로 인해 죽어가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특히 각혈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답니다.) 투쟁으로 인해 공공성은 지켜진 것 같은데 정부는 정신요양원 사업에 중점을 둬서 2개 남은 결핵병원을 없애려는 처사를 보며 한숨이 나오더군요. 이전 당산동 사무실 앞에 있던 결핵협회도 생각이 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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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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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20살 때 결핵에 걸렸던 경험이 있습니다.우리 멘버(?) 6명 중 3명이 걸렸지요. 골방에 안주 없는 술 등 그때는 참으로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전 초기인데다, 바로 약을 써 낳았지만 결핵은 참으로 무서운 병이구나 알게되었습니다.
치료방법이 있어 불치병으로 분류되지 않을 뿐이지 약도 무척 독하더군요.
약 생산을 하지 않겠다, 병원을 없애겠다는 보도를 보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의료공공성 쟁취! 구호는 멀게 느껴질지 모르나 정말 현실적이고 시급한 요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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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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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예...간장..>> 결핵이든 산재든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간다면 절대로 지금처럼 방치하지 않겠지요. 대단한 나라임다.
풀소리>> 결핵이야말로 잘 관리하면 완치할 수 있는 병인데 그럴 수 없는 노동자, 민중의 처지가 예나 지금이나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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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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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한복판에 있는 돈의동은 700여명이 사는 쪽방지역이예요. 2월에 거기서 두 사람이 죽은 채로 발견됐는데 모두 결핵 때문이라더군요. 입원치료를 받다가 기간이 다 되어 잠시 퇴원했던 건데 그렇게 됐다고... 결핵이, 지금은 공공의 관심사에서 많이 멀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리없이 아쉬운 생명들을 앗아가네요...부가 정보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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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직장에서 회의를 하던중...병원에 있는 결핵병동을 없애는 것이 어떠냐는 직원들의 권유에 깜작 놀랐습니다. 여전히 줄고 있지 않고 감춰지기만 하는데 왜 병동을 없애자고 하는걸까.. 굳이 대학병원에서 돈도 안되고 환자도 싫어하는 시설을 둘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였습니다. 2주만 약먹으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데. 갑갑하죠.부가 정보
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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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 해미>> 갑갑합니다. 정말-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