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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리> 티벳가는 일행을 만나다

징홍에서 따리까지는 버스로 18시간이 걸린다. 다행이라면 앉아가는 버스가 아니라 누워 가는 버스라는 점일텐데 이 또한 단점이 있으니 지독한 발냄새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버스를 경험해 본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인데다 심지어 강제로 양말을 나눠 주기도 한다는 주인장의 언급까지 고려해 보면 그 정도가 보통은 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조금 가라앉은 것 같은 체기가 버스에 오르니 좀더 심해진다. 뭐 발냄새는 각오를 한 탓이지 아님 후각이라는 게 워낙 금새 익숙해지는 탓인지 그저 견딜만하다. 버스를 탄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정상적으로 도착한다 해도 담날 아침 10시 30분 도착 예정이다. 열여덟 시간을 내리 잘 수는 없으니 해가 질 때까지는 창밖이나 바라보기로 한다. 그저 배가 지금보다 더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저녁도 굶고 아침도 굶고 시간을 보낸다. 다행히 버스는 연착없이 터미널에 도착해준다.

 

이놈의 따리행 버스는 예외없이 따리가 아닌 근처에 새로 생긴 신도시인 샤관에 사람을 내려주는데 샤관이냐고 물으니 기사는 따리라고 박박 우긴다. 그래 행적 구역상 여기도 따리인가 보다 그냥 수긍해 주기로 한다. 미리 알아둔 대로 터미널 앞에서 4번 버스를 타고 40분쯤 가니 따리 고성이 나온다. 이곳에서도 역시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인 넘버3를 찾아간다. 이 곳에서 10년간 넘버3를 경영하던 문씨 아저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처분하고 리장 근처의 옥룡설산으로 거처를 옮기셨다고 하고 이곳은 제임스라는 한국 아저씨가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새로 오픈 했다는 숙소는 두 달이 채 안 지나서 그런지 다녀 본 어느 곳 보다 깔끔하다. 비록 도미토리이긴 해도 공용 욕실 등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침대도 개인등이며 칸막이 등이 달려 있어 사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 점도 맘에 든다. 게다가 침대에는 전기장판도 깔려 있다. 그래 이제 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옮겨 온 것이다. 이제 티벳 올라가는 길에 들어서면 훨씬 더 추워질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아닌 게 아니라 한낮을 제외하고는 제법 추운 기운이 느껴진다.

 

도미토리 한구석에 짐을 풀고 나니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나무야>에서 만났던 쿤밍에서 차공부 한다던 원섭씨와 리장으로 떠났던 화사동료 세 명이 따리로 내려온 것이다. 이삼일만에 다시 만나니 십년지기라도 만난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 삽겹살을 구워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결국 따리에서도 그냥 뒹굴거리다 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담날은 원섭씨가 한국에서 찻집을 내는데 필요한 소품이 필요하다고 해 따라 나선다. 따리를 중국의 인사동이라고 표현한 누구의 글이 떠오른다. 잠시 다녀 본 따리 시내는 인사동 같기도 하고 그냥 거대한 영화세트장 같기도 하다. 대체 사람들은 어디 사는 거야.. 투덜거리며 온통 상점뿐인 거리를 헤집고 다닌다. 그래도 여기는 리장보다는 나아요. 같이 따라 나선 회사 동료 셋 중 청일점인 노과장의 말이다. 리장은 여기보다 사람도 더 많고 상점도 더 많고 진짜 영화세트장 같다니까요.. 한다. 뭐 그래도 도시는 예뻐요. 하는데 웬지 심상치 않은 느낌이다.


귀찮아서 사진도 안 찍었다. 올릴 사진이 없다ㅠㅠ

 

이틀이 지나고 다시 모두들 다음 도시로 떠난다. 그래도 따리 뒤에 있는 창산은 한 번 올라 줘야지 싶어 그냥 하루를 더 머물기로 한다. 창산은 해발이 사천미터가 넘는다는 따리 북쪽에 있는 산인데-하긴 따리 자체의 해발이 이천이 넘는다- 대부분 꼭대기까지 가기보단 산중턱에 나 있는 긴 산책로를 한 번 걸어주는 것으로 트레킹을 마감한다.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은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는데다 그걸 타기 싫으면 말을 타고 오를 수도 있고 일단 올라가기만하면 11km에 이르는 등산로가 아니 산책로가 완전히 포장되어 있어 비오는 날도 문제없이 갈 수 있다는 쉬운 코스이다. 숙소에 같이 묵었던 한국인 몇몇과 산을 오른다. 말타는 게 걷는 거 보다 더 힘들다는 소문도 있고 해서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를 탄다. 그리고 쭉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산 위에서는 따리 시내뿐 아니라 멀리 얼하이 호수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내려오는 길은 그냥 걸어서 내려온다. 이곳 따리의 산은 진달래며 민들레가 벌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 완연한 봄산이다.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논밭에도 푸른색의 채소며 노란 유채가 한창이다. 아.. 서울도 봄이겠구나 잠시 아득해진다.


 창산의 운유로, 평탄한 길이다.


창산에서 내려다 본 따리, 멀리 얼하이 호수가 보인다.


벌써 봄꽃이 피기 시작한다.

 

트레킹을 하고 내려와 내일은 리장으로 가야지.. 하고 있는데 한국 남자 하나가 체크인을 한다. 마침 내 옆 침대다. 어디서 오셨어요? 했더니 쿤밍에서 오는 길인데 티벳가는 길이란다. 아싸!! 나랑 행선지가 같은 사람을 드디어 만난 거다. 어떻게 가실건데요? 했더니 그냥 버스타고 간단다. 거기 퍼밋 없이는 육로로 못가잖아요? 했더니 그래도 그냥 갈 거란다. 안되면 트럭 히치라도 할 거란다. 잘 됐다 싶어 같이 가자고 한다. 그 친구도 흔쾌이 오케이다. 다만 자기는 이전에 운남을 두 번이나 여행해서 따리니 리장은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 리장에 그리 오래 머물 수는 없다고 한다. 그래요. 그럼 리장에서 이틀만 자고 가죠 한다. 아.. 호도협도 가야 하는데 하는 생각은 들지만 지금같은 비수기에 티벳 가는 일행을 만나기는 쉽냐 말이다. 게다가 이 친구.. 술 무척이나 좋아한단다. 따리도 안들리려다 한국사람하고 술이나 마실려고 들렸다니 말 다했다^^. 저녁에 같이 술 한잔하고 다음날 따리를 떠난다. 이 친구 덕에 따리에서는 그래도 사흘 밖에 안 머물렀다. 병이 나아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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