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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4
    책 - 노동자 이야기, 경제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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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8/14
    공명을 주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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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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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0/04/18
    전술과 실용에 대한 질문 [경계도시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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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몇 권 단상

밀린 일은 다급하지만 잠시 여유부리며, 단상들 정리...

 

#1. 홍두승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
홍두승
동아시아, 2010

 

아즈라엘이 생일선물해준 책인데, 기대에 비해 너무 싱거웠다. 

'일반일을 위한 사회학 이야기'라고 했지만, 일반인(?)이 읽기에는 너무나 무미건조했고

그렇다고 전공자가 읽기에는 지나친 주마간산......

이 어딘가에 눈을 맞추기가 정말 어려운 일...

조금 어렵더라도 차라리 구해근 교수의 [한국노동계급의 형성]이나 신광영 교수의 [한국사회의 계급론적 이해]  추천... 사실 난이도는 별 차이도 없을 듯....

 

 

#2. 무라카미 하루키 [1Q84]

 

1Q84 1 - 4月-6月
1Q84 1 - 4月-6月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
1Q84 2 - 7月-9月
1Q84 2 - 7月-9月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

 

주먹도끼네 밥먹으러 갔다가 책상위에 굴러다니고 있길래 가져다 읽었는데...

다소 깜놀....

열풍에 비해 그닥 볼만한 작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ㅡ.ㅡ

parallel universe 이야기가 아니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parallel universe 모티브를 약간 뒤튼 것에다가,

별개로 보이는 두 개의 스토리가 점차 가운데로 수렴하는 것은

작가의 전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비롯하여 많은 소설들이 이미 보여주었던 것이고,

이단적 종교의 기이한 의식을 성적 매개를 통해 묘사한 것도 식상...

그리고 두개의 달이라니.... 스타워즈의  타투인 행성에서는 뭐 태양도 두개인데... ㅜ.ㅜ

 

이 폭력적 스토리의 모티브가 '첫사랑'의 설레임이라니 어째 가도 너무 갔다는 생각만....

물론 그의 도회적 감성과 흡입력 있는 문체를 사랑하는 독자라면야

나의 이러한 감상이 터무니없는 평가절하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어차피 문학작품이라는 것은 독자의 수만큼이나 많은 해석이 존재하는 터....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 중에 "죽은지 30년 이상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은 읽지 않는다"는 작자가 있었다.

나도 그리 생각한다...

 

#3. Goorge Orwell [Why I write] Penguin books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10

 

근데 번역서를 읽은 것은 아니고 펭귄북스 시리즈...

 

기억해둘 구절들..

 

"the more one is conscious of one's political bias, the more chance one has of acting politically without sacrificing one's aesthetic and intellectual integrity"

 

"What is above all needed is to let the meaning choose the word, and not the other way about."

 

"Political language is designed to make lies sound truthful and murder respectable, and to give an appearance of solidity to pure wind.'

 

아름다음을 희생하지 않고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야기를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으며,

기계적/형식적 중립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올바로 자각하는 것이 오히려 '객관적인' 글을 가능케 한다는 이야기는 두고두고 기억해두어야 한다.

이는 비단 정치적 글쓰기뿐 아니라 학문적 글쓰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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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노동자 이야기, 경제 이야기

구립도서관 책 반납 공지가 날아왔다.

내일인데... 어익후.... 반납할 시간이 없다. 낼 아침 일찍 춘천에 강의하러 가야하는디.. ㅜ.ㅜ

 

일단 밀린 기록글 먼저 남기고, 반납 방법은 내일 (이 아이고 벌써 오늘이네!) 고민하자...

 

#1. 존 버거, 장 모르 지음, 차미례 옮김 [제 7의 인간] 눈빛 2004

 

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존 버거
눈빛, 2004

 

세상에나 신기해라... 알라딘 플러그인 설치했더니 그림 삽입이 이리도 간단해졌구나.

진보네 고마워요.!!!

 

이 책은, 찰떡 궁합  존 버거와 장 모르가 70년대 초반에 함께 쓴 글과 사진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유럽에는 벌써 이주 노동자 문제가 부각되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다양한 이주 노동이 있을테지만, 저자들은 유럽 내에서의 이동 - 이를테면 동부, 남부 유럽에서

좀더 잘 사는 서부유럽으로의 이주, 그리고 남성 노동자 문제에 한정해서 그리겠다고 밝혔다.

워낙에 다른 세계이자 매우 복잡한 역사적 맥락이 자리해있는 구 식민국가에서 식민모국으로의 이주,  혹은 그  복잡성이 훨씬 더해질 여성 이주 노동자를 일단 빼놓은 상태에서 (이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전혀 아니다!), 어쩌면 '그나마' 낫다고 생각되는 유럽내, 남성 노동자 문제를 우선 집중한 것이다.

 

"이 책은 꿈/악몽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남들의 삶의 체험을 꿈/악몽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들의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해서 악몽이란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그들의 희망이 너무도 높아서 꿈이라는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이 콤비의 전작들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정말로, 이토록 사사롭고 구체적인 삶의 단면들로부터 거대한 사회적 실체를 그려내는 그런 책들을 접한 적이 없다. 많은 책들이 때로는 공허한 고도의 추상, 혹은 끝도 없는 디테일의 나열들, 그 어디에서간 길을 잃고 있을 때, 이 콤비는 아주 침착하게 자신들의 길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자기들의 노동력을 제공하러 온다. 그들의 노동력은 기성품이다. 이제부터 그 노동력 덕분에 생산에 이익을 얻게 될 공업화된 국가들은 그 노동력을 생성시키는 비용을 전혀 부담해본적이 없다. 그뿐 아니라 중병에 걸린 이민노동자나 너무 늙어서 일할수 없게 된 이민 노동자를 부양하는 경비 또한 부담하지 않는다. 도시화된 국가의 경제에 관한 한 이민 노동자들은 불사(不死)의 존재, 끊임없이 대체 가능하므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태어나지도 않으며, 양육되지도 않으며, 나이 먹지도 않으며, 지치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다. 그들은 단 하나의 기능 - 일하는 것-을 가질 뿐이다. 그들의 삶의 다른 모든 기능들은 그들의 출신 국가의 책임이다."

 

이야말로, 세계 노동시장 착취의 본질이자, 불공정의 순환고리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문장 아닐까?

아니다. 적재적소에서 작은 충격과 여운과, 어쩌면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는 사진들이 없었다면, 이 또한 어쩌면 건조한 하나의 문단으로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요새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무슨 기능식품 광고처럼, 참 좋은데 직접 말할 수는 없고 (남자한테만 좋은 건 절대 아님 ㅋㅋ), 지인들께서는 머리와 가슴으로 동시에 글과 사진을 직접 감상하시기를 강추.!

 

 

#2.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지음. 안진환 옮김. 괴짜경제학. 웅진 지식하우스 2007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7

 

미국에 있을 때 이 책 (Freakonomics) 엄청 유행했더랬다.

경제학자들은 보건학 연구자들의 소심함으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다.

잘 모르는 분야도, 몇 가지 기본 가설에 근거해서  '용감하게' 결론 내리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 책이 황당무계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통념이나 관행적 사고에 한번쯤 의문을 가지고 진짜 그런지, 무슨 근거에서 그런 오해 혹은 이해가 비롯되었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 싶다.

이는 비단 경제학자뿐 아니라, 학문 하는 자라면 누구나 (라고 확신은 못하겠음) 갖고 있는 문제의식일 터...

 

하지만,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이 책이 엄청 팔린 걸로 알고 있는데

사람들의 생각이 과연 얼마나 근거 중심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ㅋㅋ

미국은 뭐 이런 사람 엄청 떠들고, 칼 세이건 할배가 목에 피를 토해도

진화론들 철썩같이 믿고, 이라크가 알카에다 관련되었다고 믿는 사람들 널려있음....

한국도 더 나을 것 없음.

나는 왜 교육학자들이 강남 혹은 특목고의 대학 진학률이 맥락적 (contextual) 효과에 의한 것인지, 구성적 (compositional) 효과에 의한 건지 밝히는 논문을 안 쓰는지 궁금해죽겠다.  특히 강남 효과라는 것이 학교 효과인지, 학원 효과인지, 아니면 부모의 배경 탓인지... 이런 거야말로 한국에서 중요한 주제 아님???

누가 좀 꼭 해보고 알려주면 좋겠음...

 

새삼스레,

친근하기는 했지만 더 진지하고, 덜 발랄했던 정운영 선생님의 경제학 대중서들이 떠오르는 건 무슨 연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말고 (우리 실장님이 제일 싫어하는 책. 본인이 가난한 아빠라 그런 거 같음 ㅋㅋ), [88만원 세대]같은 거 말고, 좋은 생활경제학 책들이 좀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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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을 주는 책들

요새 기이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상상도 못할 지경은 아닌, 그런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매너없는 '갑'들에 의한 테러 시리즈라고나 할까...

책임자가 아닌지라 내가 나서서 발끈 화낼만한 일은 아니지만서도

적지 않은 시간 투자와 고민들이 그따구로 취급받는 것에 속이 터져... ㅡ.ㅡ

우리는 그 노동을 돈 때문에 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마도 '갑'들은 돈을 줬으니 절차상의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할 것이다. 

 

오염된 마음을 씻어내고프다...아이고........

 

#. 존 버거, 장 모르 지음, 김현우 옮김. [행운아 - 어느 시골 의사 이야기]  눈빛 2004

 

 

"무슨 권리로 나는 이렇게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샬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자기가 추구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끔씩은 부담과 실망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그것은 자신만의 어떤 만족을 가져다준다. 예술가처럼 혹은 자신의 작품이 자신의 인생을 정당화시켜 준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사샬은 - 우리 사회의 끔찍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 행운아이다."

 

"...의사는 여러 직업들 중에서 가장 이상화한 직업이지만, 그것은 추상적으로 이상화했을 뿐이다.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몇몇 젊은이들은 초기에 그 이상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많은 의사들이 환상을 깨고 냉소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그러한 이상이 엷어졌을 때, 자신이 다루는 환자의 실제 삶의 가치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성격이 둔하거나 비인간적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인간의 삶의 가치를 알아볼 능력이 없는 사회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는 그런 능력이 없다. 만약 있었다면, 그런 인식을 거부하고 그와 함께 민주주의적인 위선도 버려 버리고 전체주의 사회가 되었거나, 아니면 그 인식을 차근차근 설명하려고 애쓰면서 그것을 혁명적으로 실천했어야 했다."

 

가장 사사로운 것으로부터 사회를 읽고,

이토록 따뜻하면서도 깊은 시선으로 누군가를 그려낼 수 있는 자가 또 얼마나 있을까?

함께 한 장 모르의 사진들은, 뚜렷한 내러티브 없이도 글만큼이나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일찍이, 이런 책은 본 적이 없었다.

 

# 최규석 [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출판사 2010

 

 

어여 보고 싶어서 그냥 사버릴까 망설이는 중에 (도서관에 신청하면 꽤 기다려야 함 ㅡ.ㅡ), 느닷없이 크자님이 나타나 책을 빌려주셨다.

요즘 작두타시는 듯... ㅋㅋ

 

"그게 말이지, 나도 그래서 한번 울어볼라고 했는데...

이게 참 뭐랄까...

울기에는 뭔가 애매하더라고.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고아가 된 것도 아니고..."

 

그러게나 말이다...

저들의 인생.... 어른으로서, 참,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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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네거트, 버거

의외로 구립도서관에 괜찮은 책들이 많이 있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것만 빼면 참 좋은 곳이다. ㅡ.ㅡ

그나마 책단비 서비스마저 없었으면, 마음보다 몸을 수양한뻔했다....

 

#.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헌영 옮김  [나라없는 사람]  문학동네 2007

 

 

In These Times 라는 신문에 연재되었던 에세이 등을 모은 책..

내가 꿈꾸는 정체성, '나라 없는 사람'.....

짧은 산문들 속에 기록해둘만한 매혹적인(?) 문장들이 그득그득하다....

김영하나 진중권의 찌르기 내공은 이 할배에 비하면 아직 태부족이로세!!!

 

몇 가지만 남겨둔다.

 

화석연료 중독에 대해 비판하며 쓴다

"이와 같은 종말은 대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어떤 사람들은 아담과 이브가 함정수사에 걸려 선악과를 따먹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프로메테우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하늘과 땅의 아들인 티탄 중 하나였는데 어느 날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갖다 주었다. 노한 신들은 그를 발가벗긴채 바위에 묶고 등을 드러내 독수리들로 하여금 간을 쪼아먹게 했다. 자식을 곱게 키우면 사고를 치는 법이다."

 

"휴머니스트란 무엇인가? ... 우리 휴머니스트들은 사후에 받을 어떤 보상이나 처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대한 점잖고 공정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고자 노력한다.... 우리 휴머니스트들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추상성에 최선을 다해 봉사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사회다.... 말이 난 김에 고백하자면 나는 미국 휴머니즘 협회 명예회장인데, 지금은 고인이 된 위대한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로부터 완전히 이름뿐인 그 직위를 물려받았다. 몇 년 전 아이작은 위한 추도식에서 나는 청중을 향해 '아이작은 지금 천국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휴머니스트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우스운 말이었다. 사람들은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다.."

 

"언젠가 나는 정말로 무서운 리얼리티 프로를 만들어볼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모든 사람이 머리가 쭈뼛 설 만큼 무시무시한 프로를 구상하고 있다. 제목은 '예일대 C 학점'이다.

조지 W. 부시는 주변에 C 학점 상류계급 학생들을 끌어모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1) 역사와 지리를 전혀 모르고, (2) 백인 우월주의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3) 이른 바 기독교도이며, (4) 정말 놀랍게도 정신병자, 즉 영리하고 번듯하게 생겼지만 양심은 전혀 없는 자들이다."

 

독자가 보내온 편지도 실려있다.

"... 어떤 남자가 운동화를 이용해 비행기를 폭파하려했다는 이유로 내 신발을 벗겨 엑스레이 기계로 촬영을 하다니요. 그래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런 세계는 커트 보네거트도 상상하지못했을 거라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당신은 그런 세계를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 폭발하는 바지를 발명한다면 정말 큰일 아닙니까)?"

 

 

 

#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갈라파고스]  아이필드 2003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3kg짜리 두뇌란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었을까?"

 

이 한마디로 모든 내용이 정리되는 정말 기발한 소설....

아놔... 터무니없지만 그렇다고 부정해버리기만도 어려운 앞으로 백만년 후 인류의 진화경로를 어찌한단말인가...... 이 망할 놈의 뇌, 뇌, 뇌..... ㅋㅋ

 

#. 존 버거, 장 모르 지음, 이희재 옮김. [말하기의 다른 방법] 눈빛 2004

 

 

사진이란 무엇인가?

 

"모든 바라봄 속에는 의미에 대한 기대가 숨어 있다. 이 기대는 설명하려는 욕망과 구별되어야 한다. 바라보는 사람은 '나중에' 설명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모습 그 자체가 드러낼지도 모르는 내용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어떤 설명보다도 앞서 존재한다."

 

"인용의 길이는 노출시간과는 관계가 없다......인용의 길이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해 두자. 늘어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의미다."

 

사진이 또다른 방식의 '말하기'라는, 일견 당연한 이야기를 촬영의 대상, 찍는 자, 감상하는 자, 그리고 이 모든 것의 합이지만 한편으로 또다른 주체이기도 한 사진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Ways of seeing"보다는 훨씬 따뜻(?)하고, 또 후반부는 어렵기도 했다.

특히 글이 없이 사진만으로 말하고 있는 중간의 수십페이지는 '글자'와 '해설'에 익숙한 나에게 너무 어려웠더랬다....  ㅡ.ㅡ  이제 설명이 없으면,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연상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으로 퇴화했나봐.... ㅜ.ㅜ

장 모르와 존 버거가 함께 쓴 책이 몇 편 더 있다. 읽어봐야겠다!!!

 

# 김두식,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홍성사 2010

 

 

한국의 괴이한 기독교 문화의 정체를 이야기하는 책인 줄 알고 빌렸는데, 나같은 휴머니스트 말고 '진정한'  기독교인을 위한 일종의 내부 문건(?)이로세... 교회를 어떻게 교회답게, 신자를 어떻게 신자답게...

 

도대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종교를 믿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구먼....ㅡ.ㅡ

사람이 이웃과 함께 선하게 살아가는데 굳이 종교가 필요한건가?

하느님(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니, 이건 뭐 환청 (hallucination)?

 

하긴 믿음에 설명이 뭐가 필요하다냐...

인간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존재라는 나만의 '믿음'이나 지켜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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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nception]

 

크리스토퍼 놀란 스스로의 각본을 처음으로 영화한 거란다.

메멘토 때 아주 인상적이었고,

다 죽어가던 배트맨 시리즈를 깜놀한 스타일로 부활시켜서 많은 이들을 놀랬켰던 그 자...

 

영화는 아주아주 재밌었다.

포인트는 현란한 비주얼이나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이 아니라

플롯과 꽉 짜인 편집, 구성.... 

오랜만에 정신줄 붙들고 영화봤다 ㅋㅋ

총 네 겹의 꿈, 각기 다른 시간 프레임, 서로 다른 임무들의 교묘한 교차편집은 와우!!!

 

사실, 첫 장면에서 디카프리오가 해변에 다죽어가는 모습으로 떠밀려왔을 때 나는 타이타닉 속편이 시작되나 잠깐 의심했었다. 아, 북극해에서 가라앉았던 청년이 바다를 표류하다 이제서야 뭍에 떠밀려왔구나 ㅋㅋ

 

진지한 와중에 실소를 터뜨린 적도 몇 번 있었는데, 첫번째가 인셉션을 의뢰받고 나서 팀이 모여서 엄청 신중하게 계획짤 때...

아니, 사람 마음 바꾸려면 꼭 힘들게 인셉션 해야 하나?  한국 드라마에 자주 출몰하는, 나라말아먹은 셀레브리티 환관이나 후궁,  아니면 궁극의 이간질 퀸 악녀들을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비행기 회사를 인수하고, 평생 정신질환자처럼 살아야 하는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인셉션을 할만한 사안인가 하는 의심이....  팔랑귀 달린 사람들 천지인 세상에 뭐 그리 힘들게나.... ㅋㅋ

 

결국 타겟의 무의식 세계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가짜 화해를 연출하는데, 이 상황에서 의뢰인이 아니라 오히려 타겟한데 수수료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인셉션 팀원의 대사에 정말 혼자 미친 듯이 웃었다. 그러게나 말여!!!

 

그나저나 킬리언 머피는 언제 주연으로 나오나? 안타까워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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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관련없는 책들 - 장 아메리, 조지 오웰, 희망제작소

출퇴근 시간이 길다보니 술렁술렁 책 진도가 자~알 나간다.

근데 정리할 시간이 왜 이리 없나 모르겠다.

 

대전 살 때는 저녁 모임 거의 제끼고 살았는데

서울에 오니까 저녁 시간에 웬 모임이 그리 빈번한지.... ㅡ.ㅡ 집이 아까워...

 

의보사 후배들 왔을 때는, 저녁 먹고 함께 집으로 걸어오다가 골목길에서 길을 잃을 뻔했다.

해지기 전에 돌아다녀본 적이 별로 없어서 길이 낯설게 느껴졌음 ㅋㅋ

 

하여간, 이러저러해서 책을 읽어도 조용히 숙고할 시간이 없다는 게 좀 문제...

 

#1. 장 아메리 지음, 김희상 옮김. [자유죽음] 산책자 2010

 

 

자살의 다른 이름, 자유 죽음에 대한 이야기.

책의 성격은 저자의 머리글에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은 심리학이나 사회학과는 거리가 멀다. '자살학'이라는 과학이 끝나는 곳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이 책의 많은 대목에서, 내가 자유죽음을 옹호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지도 모르겠다. 그 같은 오해는 단호히 말해두지만 삼가주기 바란다. 변론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은 다만 자유죽음을 좇는 사람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살'이라는 현상만을 추적하는 과학적 연구에 대한 반작용일 따름이다...."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구절들은 이것...

 

"희망이라는 원리를 놓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 모순이지만 피할 길이 없는 허무라는 운칙도 함께 인정하는 게 우리의 새로운 휴머니즘이다"

"살아야만 하기 때문에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는 것은 없다."

"... 한편으로는 사회가 냉혹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발적으로 인생의 고리를 끊겠다고 할 때 필요 이상의 과열된 관심과 근심을 보이며 소동을 떠는 이중성으로는, 인간을 올바로 이해할 수없다는 것이다. 개인이 사회의 소유물인가?... 그래서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꼭 찾아야 한다. 인간은 누구에게 속하는 존재인가?"

"잘못이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어쩔 수없이 품어야 하는 헛된 희망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지나온 나날을 돌이켜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리라."

 

장 아메리는 열정적인 레지스탕스 활동과 그로 인한 투옥, 고문, 그리고 홀로코스트를 견뎌낸 생존자로서 스스로 자유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다. 심지어 자살한 호텔방의 숙박료와 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메모까지 남겨놓고...  엄청난 시련을 모두 통과한 이후, 노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의 행보는 프리모 레비의 죽음과 함께 자유의지로 살아간다는 것, 삶의 의미에 대해 엄청나게 부담스런 숙제를 던져준다.

 

어떠한 자살도 모두 부당하다거나, 혹은 꼭 막아야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개인의 실존적 결단이 어떤 사회적 유형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사회의 불공정한 질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면, 그건 충분한 개입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자살에 다 사연이 있고 통계로 쉽게 간과해버릴 수 없는 삶의 진실이 숨어있겠지만,

모든 선택이 다 장 아메리나 프리모 레비와 같은 그야말로 '자유' 죽음이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에게 속하지 않는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사회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운 존재도 아니지않은가...

 

어쨌든, 자살에 대해 공부를 하는 이들, 더구나 계량적이고 실증주의적 자료 분석에 집중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2. George Orwell [The Road to Wigan Pier] Harcourt  (1958 copyright)

 

 

내가 생각하는 오웰 식 글쓰기의 가장 큰 미덕은 객관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주어'를 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

Homage to Catalonia 에서도 그랬지만,  '세상에 노동자들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요' 이렇게 무조건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본인이 본 것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최대한 충분한 근거들을 확보하려는 노력, 그리고 본인만이 노동자의 편이라고 혹은 진짜 사회주의자라고 강조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회의와 의심, 현재 운동에서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점은 정말 매력....

 

달리 본다면, 리버럴하고 나이브한 사회주의자.....  주변 운동가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ㅡ.ㅡ

이 책은 Left Book Club의 청탁을 받고 오웰이 북부 실업자들의 생활 모습을 직접 탐사하여 기록을 남긴 것인데, 창탁 의도와 달리 실업자들은 물론 취업 노동자들의 삶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제 2부는 통째로 현재 사회주의 운동이 왜 힘을 못 쓰고있나 개인의 생각을 담고 있다. 본인이 devil's advocate 라는 전제 하에, 아주 신랄한 어조로....  그래서 정착 원고를 맡긴 북클럽은 아주 난감해했다고.... 북클럽 대표가 쓴 서문에 이런 딜레마가 잘 드러나 있다.

어쨌든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노동자 북클럽에서 이런 르포를 스스로 기획하여 작가를 파견하고, 또 내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북클럽 이름으로 출간하고 그걸 서문에 담아냈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참신해보인다.

 

오웰은 정말 꼼꼼하게 사실을 기록하고 (노동자 가정의 주간 생활비, 방의 넓이, 식품의 목록 등등), 그러면서도 결코 노동자들을 대상화시키거나 혹은 신비화시키지 않고 삶의 본질적인 조건에 대해 아주 위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후반부의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비판은, 그것을 오늘 날 한국사회 진보운동에 대입한다고 해도 그리 틀릴 것 같지 않을만큼 생생하면서도 '상식적'이다.  그런 거 보면 과연 운동의 방식이라는 게 발전을 하기는 한건지 좀 의심이....... ㅡ.ㅡ

책에서 오웰은 임박한 파시즘에 대해 몇 번이나 경고를 했고, 아니나 다를까 원고를 넘기자마자 스페인 전선으로 달려간다. (그러니 자신의 책이 가져온 북클럽 내부의 대혼란도 본인은 몰랐을 것.... 북클럽 운영자들만 불쌍해 ㅜ.ㅜ) 

 

이래저래 할 만은 많지만, 어쨌든 이 책은 삶의 진정성으로 가득차 있고, 감동적이며,  성찰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무조건 강추!!! 심지어 영어로 된 원서도 도전해볼만함... 쓸데없는 기교와 복잡한 문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음. 간결하면서도 위트있는 문장들 작렬.....

 

 

#3. 최민섭 등. [우리시대의 희망찾기 - 주거 신분사회 ] 창비 2010

 

 

뭐 나쁜 책은 아닌 거 같은데, 손낙구 선생의 책이나 최근에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진 내용들, 사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 정말 오랜만에 구입한 책이었는데 (그것도 새책!!!) 은근 돈이 아까워 ㅜ.ㅜ

좀 기다렸다가 대출해서 볼 걸....

(이걸 지금 독후감이라고.........)

 

앞으로는 빌려 읽는다, 헌책 산다 원칙을 꼭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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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

 

도전적인 제목의 책이다.

 

야마다 마사히로 지음, 장화경 옮김. [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 - 오늘날 일본 가족의 재구조화 ] 그린비 2010

 

 

전적으로 동의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고 뭔가 정치적으로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상당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일본사회 가족과 결혼의 문제를 경제적,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있다.  부부 개별 성 쓰기와 이혼 자유화라는 민법 개정을 모티브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지만, 이들 사건은 향후 벌어질 사건들의 원인이라기보다 최근까지 변화된 일본의 사회상황이 나은 결과물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나을 듯 싶다.

 

#.

저자는 제 1장에서 이러한 현상을 '가족의 규제완화'라고 표현했다. 애정의 고도성장과 경제의 저성장 속에서 '싫어진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불합리성'을 제거한 조치이자 '감정표현의 자유화'라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와 애정, 가족관계가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애정 이데올로기, 연애결혼의 제도화가 사실은 아주 최근의 산물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

제 2장과 3장은 '점차 없어지는 전업주부', '저출산과 기생적 싱글'이라는 제목으로 경제적 저성장이 초래한 미혼화 현상과 결혼난 (그로 인한 저출산) 문제, 그 원인들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현재 저출산의 원인이 (기혼 가구의 출생자녀수가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미혼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단호하게 그 원인을 여성의 수입이 어중간하여 혼자 살 수는 있지만 가정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 전업주부 지향성, 부모와의 동거를 통한 생활수준 유지 (소위 기생적 싱글)에서 찾고 있다.

전업주부 지향성이라.... 21세기에 이게 뭔 일인가 싶다만 실제 조사 결과가 그런 걸 어쩌랴.

사실 근대 사회에서 지지리 고생하던 농촌 여성에게, 도시에서 샐러리맨 남편을 둔 전업주부야말로 로망 중의 로망이라 할 수 있었다. 집안 일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새벽부터 가혹한 육체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농사일에 비하랴....  하지만 놀랍게도, 일본사회에서 오늘날까지도 여성들의 이러한 전업주부 로망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대졸 여성이라고 특별히 다르지도 않았다.... ㅡ.ㅡ  오히려 지방에 거주하는 비교적 저학력, 혹은 저소득 계층의 여성이야말로, 예전의 그 여성농민들처럼 어쩔 수없이 숙명적인 일을 해야 하는 처지... 

이러다보니, 여성의 직장진출이 미혼화나 저출산의 원인이 될 수 없고, 한편으로 가정-직장 양립이 저출산의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맘이 편한 것은 아니지만, 또 부정하기도 어려운 듯 싶다. 최근에 읽은 한 논문에서는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하고 싶어하고, 일을 통해 자기실현을 하고싶어한다는 게 'femist myth' 의 일종이라는 지적을 했더랬다. 업무 몰입도가 남성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흔히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다수의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떠나있기에, 현재 노동시장에 남아있는 여성들은 매우 선택된 집단이고, 그걸 토대로 여성일반과 남성일반의 업무 몰입도가 같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도....

 

사실 여성들이 가진 일자리의 질이 높거나, 임금이 높거나, 혹은 자기성취감을 높일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기에 쉽게 떠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한다. (그럼 남성들은 일자리가 다 괜찮아서 떠나지 않는 것인가?)  하지만 사실 그렇게 쉽게 떠나서 전업주부의 '로망' 을 실현할 수 있는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저자가 말한대로 취업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여성의 증대가 미혼화를 초래한 것이 아니라 '고생스럽게 직장일을 하지 않고도 풍족하고 여유있게 자녀를 양육하고 싶다는 전업주부 소망을 가진 여성이 눈에 차는 배우자를 찾지 못해 (그리고 부모와의 기생적 동거) 미혼화 현상이 초래되었고, 이러한 여성들의 존재는 오히려 취업과 가사/육아를 양립하려는 여성과 생계를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는 여성들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은 전적으로 부정하기만은 힘들듯하다.

미혼화가 그렇게나 사회망조인지 동의하기는 어려우나, 최소한 사회경제적 조건의 변화 속에서 여성들의 이해가 단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보인다.

 

어제 한 의과대학에 강의를 가서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쪽지를 돌렸는데  놀랍게도 '현모양처 겸 교수'라는 답변이 나왔다. 기업적 마인드로 교수들을 쪼아대는 요즘의 대학에서 교수하면서 현모양처 되기란 일단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21세기에, 그것도 여성전문직의 상징적 존재인 미래의 여의사에게 듣는 현모양처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은 참으로 굉장했다. ㅡ.ㅡ

 

#.

기생적 싱글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게 바로 이 저자라고 하는데, 이 또한 선후관계에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유있는 생활을 즐기고 싶어서 부모에게 기생하는 (!)  비혼자들이 물론 많은 것도 사실이겠지만, 독립을 하고 싶어도 일본이나 한국사회의 빌어먹을 부동산 시세가 이를 허용하지 않기에 또다른 많은 이들이 눌러앉는게 아닐까??? 어쨌든 저성장 추세 속에서 자신의 부모세대만큼 남편이 경제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그래서 기생적 싱글은 물론이거니와 결혼 후에도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는 현상은 '신분제' 부활의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그래도 백퍼센트 동의!!!

사족이지만, 내 주변을 돌아보면,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로부터 통제나 간섭을 받는 경우는 대개 경제적 의존 때문이다. 안 그런 것 같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해주는 것도 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자신의 규율을 강제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이를테면 드라마에서 내눈에 흙이 들어가기전까지 운운하며 성인자녀들을 휘두르는 경우 예외없이 경제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이고, 현실에서도 이건 마찬가지이다.  성인자녀 입장에서도 받았으면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제적 행동이다.

 

하여간, 그래서 미혼화/저출산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미혼 성인자녀와 동거하는 가구에 대해 세금을 매기자는 제안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개인의 선택들이 온전히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만은 동의....

 

#.

제 4부는 개호, 가사, 육아 문제를 현황을 진단하고 진정 바람직한 가족관계라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다. 가사가 부인의 애정표현으로 간주되거나, 자녀양육에 목숨거는 형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는 것이다.

한편 5부에서는 앞으로 일본 가족이 어디로 갈 것인지 전망하는데, 간략한 가족의 사회사와 함께 가족제도의 규제완화가 가져올 파장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나 전후 일본 사회에서 가족은 동원, 총력전의 대상이 되었던 경험을 지적한다. 반전집회에서 우리 아이를 위해 전쟁에 반대한다는 슬로건만큼이나, 주전론자들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자는 것 또한 설득력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가족 지상주의적 태도, 사회질서와 결부된 가족주의가 가져온  오랜 갈등의 미봉... 세기말적 위기 속에서 한편으로 가족원리주의가 다시금 부활하기도 했는데 이건 어쩌면 최후의 단말마...

이제 일본사회는 '아내 전업주부, 남편의 고수입'이라는 비현실적 꿈을 버려야하고 가족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로 책은 끝을 맺는다

 

#.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일본 사회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의 우울한 전망들은 사실 약간의 시차를 둔다면 한국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미혼화나 저출산이  문제다"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고, 또 현재 여성들의 전업주부 지향이나 노동시장으로부터의 후퇴, 부모와의 기생적 동거를 편하게 살아보려는 여성의 선택 (심지어 약사빠름?)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없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과연 오늘날 한국사회에서의 가족 특성과, 또 그러한 특성이 가져온 사회적 영향은 무엇일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없다. 특히나 사회적 불평등과 관련하여............ 어디 좋은 책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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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읽기

학회 다녀오면서 도덕경을 읽었다.

오강남 풀이의 현암사 버전이다.

 

 

부피가 크지 않으면서 너무 후딱 읽어버리지 않을 책으로 딱 한 권을 엄선하여 들고나간 책이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공항에서,

청명하기 이를데 없는 시애틀 해변에서,

삐딱하게 앉아 이 도덕경을 읽었다. 부조리극의 한장면..... ㅡ.ㅡ

 

책에는 워낙 여러가지 판본이 있고, 번역서 또한 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리고 각 버전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풀이가 되어 있다고...

무엇이 가장 원전에 가깝고 노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실을 잘 드러냈는지 나야 알 길이 없다만,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금강경이나 법구경을 읽었을 때도 생각했던 것인데, 처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담긴 내용과 구절들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예전에 그리스-로마 신화나 성경이 서구인의 정신세계와 문화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다.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서 관련 상식이 풍부하다는 소리인가?  하지만 불경이나 도덕경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그동안 내가 읽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수많은 장면과 방식들 속에 이미 이러한 내용들이 상당 부분, 다양한 수준과 형태로 체화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내가 특별히 공부를 하거나 지식을 쌓아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문화 속 깊이 뿌리를 두고 전승되어왔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 당혹스러웠던 사실은 추상적인 개념어가 포함된 구절들을 이해하는데, 주석으로 붙어있는 한자보다 영어 단어가 더욱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건 영어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잘 이해하고 있다거나 한자실력이 형편없다는 뜻이 아니다. (물론 한자 실력이 형편없는 건 사실이다 ㅡ.ㅡ). 이성적인 사고, 혹은 추론과 추상화의 과정에 한자어보다는 영어가 더욱 익숙하고 편하다는 것인데,  문제는 영어를 그만큼 자유롭게 구사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여전히 한자보다 영어가 편하다는 점이다.  이는 (상당한 수준으로 한자가 포함되어 있는) 모국어로 사고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애국심이 부족해서 큰일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스스로의 사고를 모국어로 제대로 개념화하지 못하고, 또 이를 다른 이들에게 정확하고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마저 제한된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깝고 조금 한심스럽다는.... ㅡ.ㅡ 또 한편으로는  모국어로 사고를 성숙시키고 추상능력을 발전시키는데 학교교육이 어찌나 부실했었나 하는 원망...

 

도덕경을 다 읽었다고 해서 '도'가 무엇이지 깨달은 것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접근하여 '도를 아십니까' 묻는 이들이라고 해서 그 도를 깨달았다고는 물론 생각지 않지만,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다'라는 표현이 역설적으로 도의 정체를 가장 잘 드러내는게 아닌가 싶다.

무위의 정신, 집착을 놓아버리고 자연의 뜻을 따르기를 강조하는 것들이 언뜻 불경에서 이야기하는 열반 혹은 깨달음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 폭과 깊이에서 열반의 개념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

어찌 본다면, 속세의 강을 건너 열반의 섬에 이르는 나침반이라기보다  이 곳 현세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제시하는 현장 지침서?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도'라는 것이 유가에서 이야기하는 인/의/예보다는 한 수 위의 경지라는 것이다.

 

"...

도가 없어지면 덕이 나타나고, 덕이 없어지면 인이 나타나고

인이 없어지면 의가 나타나고, 의가 없어지면 예가 나타납니다.

예는 충성과 신의의 얄팍한 껍질, 혼란의 시작입니다.

..."

 

도덕경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경서이기도 하지만 특히 당대의 위정자와 지배계층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길을 전하는 책이기도 했다. 여러가지 기억해둘만한 구절들이 있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가장 와닿는 것은 이것이다.

 

"...

백성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

윗사람이 지나치게 삶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

이때 윗사람이 집착하는 삶은 꼭 개인의 복락만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

나라를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우리 집단을 위해서.....그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헛된 집착 -- 내가 속하거나 다스리는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타자에게 적대적으로 변해버리는 배타적인 집착, 혹은 타인의 삶을 압도해버리는 집착이 가져오는 결과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짧지만 참으로 핵심을 찌르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많이도 아니라, 단 한뼘만큼의 진정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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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반대하는 이들...

      커트 보네거트의 [제 5도살장 - 혹은 아이들의 십자군 전쟁, 죽음과 추는 의무적인 춤] (박웅희 옮김, 아이필드 2005년)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등장한다.

 

" 나는 내 아들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대량 학살에 가담해서는 안되고

  적이 대량 학살당했다는 소식에 만족감이나 쾌감을 느껴서도 안 된다고 늘 가르친다. "

 

" 또한 대량 학살 무기를 만드는 회사의 일은 하지 말라고,

  그리고 그런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멸감을 표하라고 늘 가르친다. "

 

드레스덴 대폭격, 소위 Dresden theater의 경험은 돌아가신 두 할배 - 하워드 진과 커트 보네거트의 삶에 폭격만큼이나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에릭 홉스봄의 지적했듯, 반전운동에 누구보다 열심인 사람들이 참전군인들이라는 사실은 일견 당연해보인다.

현장의 참혹함과 스러져간 목숨들의 허무함을  직접 체험한 이들만큼 생생하게 전쟁의 부당성을 증언할  이들이 또 있을까....

이런 면에서 한국의 상황은 차~암 독특....

 

 

그나저나 요즈음 강건너 불구경하듯 태평한 모습으로 (물론 표정과 억양만큼은 결연 그 자체!) 전쟁불사를 외치는 이들이야말로 전쟁의 폐해를 피해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들이다. 

고등학생인 연정이마저 그런 소리를 했다. '언니, 부자들은 벌써 비행기표 다 사놨다며?"

"야, 전쟁나면 비행기가 뜨겠냐? 혹시 모르겠다. 나라들마다 비상 항공편 마련하면 귀하신 이중국적자들 다 싣고 가실지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전쟁불사 운운하는 인간들, 어떻게 하면 앗뜨거하게 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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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가로지르는 책들

 

출퇴근 거리가 길어지니까 책읽을 시간이 늘어났다.

물론, 운수대통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 도저히 깜빡잠이라고 부르기 어려울만큼 푸~욱 잠들어버리지만.....

얼마전에는 내릴 정거장이 되어서 문닫히기 전 후다닥 뛰어내렸는데,

하도 깊이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인지 어지러워 한동안 멍때리고 서 있었음 ㅡ.ㅡ

 

읽은지 오래되어 기억도 가물가물이나, 그나마라도 기록해놓는게 좋을 듯 싶어 몇 자 남겨둔다

 

#1. Eric Hobsbawm. Vintage 1996

 

 

지난 겨울 히말라야 가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저 표지사진............ 책의 내용을 이미 절반은 설명하고 있다.

 

*

과거에 대한 올바른 이해없이 현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소박한 진리를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돌이켜보면, 한번도 현대사를 이렇게 폭넓게 '조망'해본 적이 없었다.

읽고난 지 얼마되지도 않아 벌써 연대기 순서도 뒤죽박죽되고 구체적인 디테일들을 왕창 까먹었지만 (ㅡ.ㅡ),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사건들을 맥락 속에서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느꼈던 '깨달음'의 즐거움만은 생생하다.  정치와 이념, 문화예술과 과학 -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시공간을 넘나들며 씨줄날줄을 잘 엮을수 있는거지?

 

*

홉스봄은 1930년대 대공황 부분을 기술하면서, 시장지상주의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렇게 생생하게 경험하고서도 1980-90년대에 신자유주의가 다시 맹위를 떨치는 현상이 참으로 기이하다고, 그래서 역사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도 또 20년이 지나 전세계적 데자뷔를 경험하고 있는 걸 보면, 집단적 기억투쟁이 중요한 것 같기는 하다.

 

*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하워드진의 [미국 민중사]와 비교를 하고는 했다. 

[미국민중사]를 읽으면서 울컥하는 감정의 고양과 낙관을 갖게 되었다면,

[극단의 시대]를 읽는 내내 눈이 뜨인다는 이성적 기쁨과는 별개로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주욱 돌아보니,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이 지구촌에 어떠한 형태든 근본적 변화가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하는 비관이 스멀스멀..... ㅡ.ㅡ

 

*

실제로, 대학시절 세미나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혁명과 중국 혁명에 대해 '차분하게' 돌아보았다. 물론 그 시절에도 들끓는 환호의 마음으로 모든 걸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었다. 또한 지금 이해의 지평이 확장되었다고 해서, '그 때는 제가 철이 없었어요'  혹은 '속았어요'하며 배신감을 느낀 것도 아니다. 

세상의 복잡성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 정도의 지식과 이해밖에 얻기 어려웠던 것이 그시절의 한계일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던 것보다 혁명 당시의 상황은 훨씬 열악했고, 혁명을 통해 과연 그 사회들이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했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

책의 첫 장에 인용된 인류학자 Baroja의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There's a patent contradiction between one's own life experience - childhood, youth, and old age passed quetly and without major adventures - and the facts of the twentieth centry... the terrible events which humanity has lived through"

20세기는 기이하게 마감되었다.

'평균적인' 물질적 조건들은 개선되었지만, 불평등은 유례없이 심화되고,

전지구적 차원의 전쟁을 사라졌지만 국지적 갈등은 이제 그야말로 유비쿼터스.....

 

기관사없는 폭주기관차처럼 위태롭게 질주하는 21세기 지구촌의 운명은 과연 어디로... ㅜ.ㅜ

 

*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가는 런던을 떠나며 영국인들은 다시는 런던을 보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단다.  세계가 멸망하는 줄 알았다고.....

그러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지속된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삶이 지속되느냐 하는 것이다.

 

인류는 정말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2. John Berger < Ways of Seeing> Penguin books 1972

 

 

미술작품, 특히 회화에는 등장인물 (혹은 사물이나 풍경) - 그리는 사람 - 그림을 보는 사람 이 존재한다.

Berger는 통상적인 예술사 기술이 잔뜩 신비화된 미사여구로 등장인물과 화가들의 내면에 대해 소설을 쓰는 것을 비판하며, 등장인물과 화가 의 관계, 그리고 그림과 감상자 혹은 소유자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이 BBC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에 기반을 두고 쓰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렇게 '급진적'인 내용이 공중파 예술프로그램에서 가능한 거구나... ㅡ.ㅡ

 

책의 목적은 서문에 아주 분명하게 기술되어 있다.

"A people or a class which is cut off from its own past is far less free to choose and to act as a people or class than one that has been able to situate itself in history. This is why - and this is the only reason why - the entire art of the past has now become a political issue"  

 

무엇보다, 책이 재미있고,

얄팍한 나름의 서양미술사 지식에 토대를 둔 관성적인 스스로의 작품 이해방식을 앗 깜딱이야 하면서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준 아주 훌륭한 책.... (종류가 다르기는 하지만,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읽고서 눈이 번쩍 뜨였던 경험에 비할만하다)

칼라 도판 없이도 그림책이 이렇게 훌륭할 수 있구나!!!

 

#3. Wilkinson R, Pickett K.   Bloomsbury Press 2009

 

 

미국에 체류 중인 S 샘이 저자 친필 서명까지 얹어 선물로 보내준 책이다.

 

저자들은 주로 선진국들의 통계자료를 이용하여 소득불평등이 다양한 건강과 사회문제 (정신건강, 약물남용, 평균 수명, 비만, 교육성취, 10대 임신, 폭력, 징역/형벌, 사회 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꼼꼼하게 보여주고 있다. ( 인용하거나 참고할만한 수치나 그래프들이 적지 않다- 다만 통계미비로 한국은 분석에 거의 포함되어있지 않음 ㅡ.ㅡ)

 

그래서, 한 사회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뿐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 좀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불평등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은 그 사회 모두에게, 특히나 열악한 조건에 처한 이들에게 좀더 집중적으로, 전가되며, 윤리적인 측면에서 뿐아니라 효율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평등한 사회로 변화해가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거나 수천만년 걸리는 일도 아니라는 것을 현실의 예를 들어서 보여주고 있다.

아주 꼼꼼하고 설득력 있게 쓰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결정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도대체 '왜' 불평등이 이러한 여러가지 건강과 사회문제들을 낳는가 말이다.

 

저자는 오랜기간 주장해왔듯, 다시 한번 사회심리적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분명히 중요한 요인이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단지 마음가짐과 스트레스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으로부터 야기된 힘의 불균형 (이들은 상호강화)이 시민들의 민주적 참여를 배제시키고, 사회적 투자를 침식함으로써 실제적인 물리적 조건의 변화를 낳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 아닐까?

 

OECD 국가들 중 불평등 수준이 가장 심각한 미국의 평균적인 건강수준이 나쁜 것이,

불평등 때문에 시기와 질투로 마음에 병이 나서 그렇다기보다는

계급 혹은 계층적 이해가 달라지면서 공공의 장이 축소되고, 권력을 가진 이들의 이해에 충실한  정책과 사업들이 시행되면서 실질적인 삶의 조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저자들의 관점에 대한 이러한 문제의식은 사실 나만이 아니라,

사회역학계에 나름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설명에 대해서는 학술적 논쟁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하지만

어쨌든, 이 책이 전공자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쓰여졌고 그것도 아주 쉽고 간명하게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나 이 책 반댈세'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설명방식에 대해서 관점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불평등이 건강과 사회문제에 심원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단지 가난한 이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오늘날 한국사회에 무척이나 절실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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