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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18
    당대의 영화... 화차
    hongsili
  2. 2012/02/05
    "운동"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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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2/02/03
    지금은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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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speculative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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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레타리아여 안녕, 안녕...(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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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타쿠예 오야신 -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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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혹은 그 너머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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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1/10/02
    기억 보존용 메모: 영화와 공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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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1/09/01
    이승열의 공연
    hongsili
  10. 2011/08/15
    99도의 책들...(2)
    hongsili

당대의 영화... 화차

 

 

하필이면! 이 영화를 용산 CGV에서 보았다.

경선, 혹은 선영이라 불리길 원했던 그녀가 정신줄을 놓고 용산역사를, 백화점을 지나 주차장으로 질주하던 중 당장이라도 극장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게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마저... ㅡ.ㅡ;; 

 

 

1. 영화는 무서웠다.

 

그건, 잔혹한 장면들이 있거나 혹은 '앗 깜딱야' 하는 놀래킴의 장면들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당대, 오늘 이곳 한국사회가 너무나 생생하게 드러나 있어서 무서웠던 것이다.

마치, 여고괴담이 무섭게 느껴졌던 게 귀신 때문이 아니라 그 익숙하고 공포스러운 공간으로서의 학교 때문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사라지고 연락이 끊어져도 사람들은 무심하다.

대낮에 무법천지 폭력이 자행되도 공권력은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폭력과 소외의 피해자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또다른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새로운 가해자로 거듭난다. 차라리 이 사회의 기득권을 향한 한방이라면 속이라도 시원하겠지만, 그건 허구에 존재하는 심리적 위안일 뿐, 현실은 대개 그렇지 않다. 

 

나는 그녀가 말할 수 없이 가여웠지만, 내 옆에 다가올까 두려웠다.

"다 이해할 있어, 괜찮아" 라고 품어줄 수는 없었다.

누구도 처음부터 살인마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아니리라.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스스로에게 몸서리를 치는 사람과, 주도면밀하게 우편함을 털고 고무장갑과 여행가방을 준비하는 이는 슬프지만 같은 사람이었다. 그저... 행복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지금 또 어디에선가 이렇게 아름답고도 공포스러운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 사회가 사무치게 두려워졌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일지 모른다.

관객으로 하여금, 연민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2. 영화는 감독의 것...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김민희 의 연기가 참 좋았다.

과하지 않다는 것... 이게 참 어려울텐데 말이다.

이선균이나 조성하, 다른 조연들의 연기도 다들 과하지 않았다.

경선의 친한 언니, 전남편, 동물병원 간호사, 동료형사, 은행다니는 문호 친구까지...

나는 이것이 전적으로 감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아주아주 현실적인 소소한 장면들도 좋았다.

이를테면 문호 아버지가 파혼을 두고 아들을 야단치는 장면 같은 경우,

대부분의 TV 드라마에서 호쾌하게 뺨을 한 대 날리거나 뒷목을 잡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비해

영화에서는 마구잡이로 아들의 등짝을 때려댄다. 

헐리우드 영화에서처럼 퇴물 형사가 갑자기 능력자로 변신하는 일 따위도 없었다.

 

그리고 도대체 가라앉을 겨를이 없었던 문호의 충격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단 약혼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자체가 충격인데

그녀에게는 과거 파산기록이 있고 파산신청서에는 술집에 나갔다는 기록이 있다.

일단 한방 먹었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으나.... 결정적으로 심지어 본인이 아니야... ㅡ.ㅡ 

여기서 완전히 멘붕...

천신만고 끝에 신분을 확인하고 보니 이혼 경력...나중에는 심지어 아이까지....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등장인물들과 똑같은 대사 "뭐? 애까지?"를 내뱉고 말았음)

이런 긴장의 매듭들을 관객들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끌고 갈 수 있는 게 바로 감독의 힘이 아니고 무엇일까?

 

이 영화에서 얻은 힘을 바탕으로 변영주 감독이 더 나은 작품들을 많이 들고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배우 김민희가 앞으로도 계속 '배우'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

 

* 사족이지만...

사람을 새로 뽑거나 만나게 될 때.... 레퍼런스 체크가 중요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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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에 대한 이야기?

#1. 강준만 <강남좌파>

 

 

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1

 

작년에 출판된 이래, 구립도서관에는 줄곧 대출상태라 볼 수가 없었는데,

이제 읽을 사람은 다 읽었는지 책을 빌릴 수 있었다.

 '조국 붐'이 한창 뜨겁던 시점에 나온 책인데다, 롤러코스터 같은 한국사회에서 무려 1년이라는 '장구한' 시간이 지났으니 몇몇 내용들은 시의성이 좀 떨어지지만, 문제의식 자체는 새겨들을 만하다.

강남좌파의 문제가 결국 민주화 이후에 여전하고 어쩌면 점점 더 강해져가고 있는 엘리트주의, 특히 한국사회 학벌주의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길게까지 쓸 필요는 있었나 싶다.

엘리트주의의 문제가 심층적으로 논의된다기보다, 진보-보수 양측의 주요 정치적 아이콘들의 엘리트주의적 속성을 인물평 중심으로 기술하다보니, 어떤 이야기들은 굳이 이것이 엘리트주의라는 맥락에서 기술될 필요가 있나 싶은 것들도 적지 않다. 저자 스스로 한국사회의 인물 중심주의 문화에서는 이상적인 정치적 논의와 토론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으면서도, 기저의 흐름보다 개별 인물들의 특징에 지나치게 집중한게 아닌가 싶다.

강남좌파로 지칭되는 진보적 (?) 엘리트들에 대한 비판이라 보기도 뭐하고, 소위 '강남좌파' 담론이 소비되는 한국사회의 지형 분석이라 보기도 뭐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가장 치열한 계급투쟁의 장이 입시전쟁이라고 했는데, 앞의 개별 정치인들에 대한 분석과 연결점을 찾기가 힘들다.. ㅡ.ㅡ

지속적으로 새로운 엘리트들을 갈구하는 대중적 정서를 '새것신드롬'으로 명명한 것에는 공감이 되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 없다는 점도 좀 거시기...

 

저자의 구체적 지적 중에 가장 공감하는 것은,

최장집 교수의 '오래된 인연'에 기반한 손학규 지지와 대학교수/지식인들의 각종 지지서명에 대한 비판이다.

그리고 "적에게 가혹할수록 친구에게 잘하는 법이다. 적에게 관대한 사람은 친구에게도 헌신하지 않는다"는 문장..

 

나보고 엘리트주의 사례를 하나 더 추가하라고 하면, 각종 언론사에 '선배/형' 호칭 써가면서 기고하는 교수들의 해괴한 행태를 꼽았을텐데..... 전화하던가 이메일 보내서 할 이야기를 왜 언론에 공개적으로 쓰는지??? 이렇게 애틋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당신에게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강조하는 레토릭인 건 알겠는데, 소위 지잡대 출신들이 그리 글쓰는 걸 본적은 없다는 점에서 그것이 '말할 기회를 가진' 엘리트들 사이의 기회 남용이라는 걸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예전에는 '염치'라도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걸 점점 잃어가는 듯...

내가 잘나서 명문대학 나왔으니 굳이 감출 필요도 없고, 꼭 우리 동문이래서가 아니라 능력이 출중한 사람을 찾다보니 마침 우리 동문이네... 이런 식?

최근에 참여한 몇몇 모임 - 진보적 성향의 연구 모임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모두 특정대학 동문들로만 구성된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일부러 타대 출신을 배제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뭐 그 따위 연구모임 자체야 대단한 권력은 아니지만, 학연, 사회적 자본이란 것이 이렇게 투명하게 은밀하게 모든 사회적 권력위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생각하니 새삼 오싹.....

    

존재가 의식을 규졍한다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의식이 존재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면 인간으로서 너무 서글픈 삶 아닌가?

그나저나, 나도 다음 주에 사당동으로 이사가면, 한강 이남이니 강남좌파가 되는 겐가???

 

 

#2. 제이슨 델 간디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수사학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수사학
제이슨 델 간디오
동녘, 2011

 

책 본문보다 하종강 선생님의 추천글이 더 기억에 남는 책... ㅡ.ㅡ;;

 

저자의 '내공'이 그리 깊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고, 

미디어와 메시지란 분리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급진주의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약간 불편한 부분이 있었음.

 

레토릭과 관련해서라면, 다분히 상식적인 이야기들이라 그닥 새겨들을 만한 것이 많지 않았음.

하지만, 그냥 혼자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함께 읽고 워크샵 방식으로 구체적인 사례들을 만들고 연습하는 기회를 만든다면 상당히 좋은 교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성찰적인 책이라기보다 구체적인 매뉴얼에 가까운 책....  

그래서 이 책이 나쁘다기보다는 쓰임새가 좀더 적절했으면 좋겠다는 사사로운 의견...

 

저자의 급진주의는 미국의 유구한 (?) 아나키 전통을 따르고 있는데, 

중심없는 네트워크, 자율주의...  오직 이런 것들만이 저자의 시야에 포착되고 있다는 느낌.

치아파스의 사파티스타 운동에 대해서도 이후 여러가지 비판적 성찰들이 이어지고 있음에 비해,

그들의 "스타일"과 운동방식에 너무 집착한다는 인상....

 

이는 전에 읽었던 <글로벌 슬럼프>에서 무대 이면의 조직화된 노동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시각.

 

사회적/문화적 변혁의 일환으로 이러한 중심없는 운동, 자발적 네트워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미국의 현실이 보여주듯, 이러한 운동들이 조직노동이나 정당정치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 대개 휘발되 버리고, 특히나 계급정당/급진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운동이 어떤 성과로 수렴되지 못하고 영원히 '운동'과 '캠페인'으로만 남아버리는 현실에 대한 이해는 별로 드러나지 않음...

활동가들의 헌신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급진주의자의 모습은 히피 같은 차림새에,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가난을 즐기며, 하지만 공정한 소비를 하면서, 사회이슈가 터지는 곳마다 달려가는 젊은이?  글쎄 뭐 이렇게 사는게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실에 오직 이런 운동만 존재한다면 과연 세상에 변화가 오기는 올까??? 

 

저자는 하워드 진 할배의 스타일을 상당히 높이 평가했지만, 할배의 고갱이는 잘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물론 책의 초점이 운동의 내용 그 자체보다 수사학에 있다는 점에서 이런 것들이 치명적인 문제는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딴 소리이기는 하지만, 책에서 급진주의자들이 좀더 친화적이고 정서적 울림을 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데 비해 (즉, 급진주의의 언어라고 꼭 과격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한국사회에서는  '씨바' '쫄지마'로 상징되는 마초계 언어가 진보 (?)의 언어로 사람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난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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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이야기?

 

#1. 최규석 <지금은 없는 이야기>

 

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최규석
사계절출판사, 2011

실은 작년 말에 읽은 책...

최규석의 작품이라면 일단 읽어줘야 함...

 

이것은 우화....

재미나고 교훈적인 어린이용 옛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그림형제의 동화들이 실제로는 잔혹하고도 비정함으로 가득차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우화'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 

최규석의 이야기들도 그의 바램처럼, 몇 개라도 작자 미상의 우화가 되어 먼훗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길...

 

 

#2. 데이비드 맥닐리 <글로벌 슬럼프 >

 

 

글로벌 슬럼프 - 위기와 저항의 글로벌 정치경제 이야기
글로벌 슬럼프 - 위기와 저항의 글로벌 정치경제 이야기
데이비드 맥낼리
그린비, 2011

 

 

1996년 동아출판사에서 출판되었던 필립 암스트롱의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 1997년 외환위기가 폭발하기 직전 절묘하게 출판되었던 <세계화의 덫>과 시리즈로 읽는다면 아주아주 좋을 책...

여기에다가 밀턴 프리드먼의 <Capitalism & Freedom>, 미국공영방송 PBS 에서 방영되었던 <Commanding Heights> 까지 함께 본다면 금상첨화...

 

"위기와 저항의 글러벌 정치경제 이야기"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단순한 경제동향 분석서이기보다 자본주의 경기순환과 계급투쟁의 역동학을 잘 보여주는 책.

 

*

한국이 1997/98년에 경험한 외환위기에 대해

장하준 교수가 국가와 재벌에 의한 민족경제/관리경제 체계의 붕괴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면

 <세계화의 덫>은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유동하는 투기적 금융자본에서 근원을 찾으려했고,

이 책은 후자의 의견에 덧붙여 내재적인 '평균 이윤율 하락'이 주요 동기였음을 지적한다.

또한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완화가 몰락을 가져왔다기보다,

이러한 규제완화가 이미 다양한 우회경로를 통해 (다양한 역외은행들... ㅡ.ㅡ)  맘대로 돌아다니는 금융자본을 다시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니... 그럴 법도 하군....

 

*

현재 미국이 경험하고 있는 경제위기의 차별적 성격에 대한 실증자료들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됨...

2006년 자기 집을 구입한 흑인 중 56%가 집을 압류당했다느니,

미국 어린이의 50%가 유년기에 어느 한 시기는 푸드스탬프에 의존하고, 흑인 어린이는 그 비율이 90%라는...

이게 나라여???

 

*

새로운 저항을 역설하면서, 오늘날에는 급진주의조차 스타일리쉬한 패션코드로 자리매김한 현상을 지적한 것에 깊이 공감.... ㅡ.ㅡ

이는 신자유주의적 소비문화의 쿨함이 사회변혁 운동에도 침투한 것....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한심한 세태에 장탄식을 늘어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례들을 소개하고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

볼리비아, Guadalupe, Oaxaca 에서 일어난 가슴벅찬 투쟁과 (완전하지는 않지만) 승리의 사례들,

그리고 이런 경험을 가진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통해 미국으로 확산되는 투쟁들...

물론, 하워드 진 할배의 이야기만한 가슴떨림은 없었지만 (이 책의 문장들은 극도로 건조 ㅋㅋ)

내용 자체가 주는 울림과 벅참은 그래도 상당함...

뒷부분에 부록으로 실린 저자 인터뷰에서 조지오웰의 <Homage to Catalonia>를 권하며 "누군가가 기존의 잘못된 것에 저항을 하고, 또 다른 이들이 자연스럽게 같이 나서고, 그래서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융화될 때 비로소 집단적 트라우마도 치유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는 웬지 동지적 의식마저 ㅋㅋ  그려... 이 책은 필독서지....

 

*

로자 룩셈부르크를 인용하며 '개혁이냐 혁명이냐'가 아니라

"사회혁명이 목표라면 개혁을 위한 투쟁은 그 수단이라"는 지적에 완전 공감!!!

한국 사회에서 한 동안 은'개혁'을 이야기하면 개량 취급을 받았지만,

요사이는 '개혁' 그 너머를 이야기하면 분열주의자, 고립주의자, 심지어 수구적 좌파로 낙인.... ㅡ.ㅡ

현실성 혹은 실현가능성이 모든 것의 잣대가 되어 버리면서,

선거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고, 프로그램에서도 재원조달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림....

우리는 어쩌다 이리 된 것일까???

 

*

"신자유주의가 은연중에 강제하는 기억상실증을 극복하고 역사적 기억을 회복하는 일이란, 쉽지도 않지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풀뿌리에 근거를 둔 소규모의 급진적 운동을 통해 상대적으로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이라면 제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말고 꼼꼼히 정리하면 된다" 는 저자의 말에 또 십분 공감...

역사는 기억하는 자, 기록하는 자의 것....

잠시 flight of idea로, 그래서 노건연 기관지 <노동과 건강> 이 중요하다고 생각 ㅋㅋ

 

*

세계 어느 곳이든 공통적인 경험과 딜레마가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은,

소위 새롭고 발랄한 대중투쟁을 칭송하면서 조직노동운동은 전형적이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폄훼하는 문화에 대한 지적... ㅡ.ㅡ

저자는, 외견상 폭발적으로 전개된 광범위한 대중투쟁, 새로운 방식의 투쟁 이면에,

수년 동안 꾸준한 조직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전략을 개발해왔던 이들의 땀방울이 있었음을 다시금 되새겨준다.

어쩌면 이리도 한국의 상황과 비슷한 걸까...

희망버스는 좋은 운동이지만 민주노총의 운동은 틀려먹었고,

멋지게 찍어올린 1인시위 인증샷은 참신하지만, 투쟁구호 외치고 노숙하는 건 구질구질한 것으로 비춰지는 현실.... ㅡ.ㅡ

또한 노동조합의 활동가들이 경제적 노조주의 하에서 '실무자'가 되어버린 현실을 개탄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이구.... 이러면서 공감... 

 

*

인용한 그람시의 말처럼 "낡은 것이 죽어가는데도 아직 새로운 것이 탄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속에 위기가 존재한다. 바로 이 공백 기간이야말로 실로 다양한 병적 징후들이 출현하는 때다". 이 시기는 자칫 위험한 반동의 시기가 될 수도 있고, 또 급진주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과연 전자에 가까울까, 후자에 가까울까?

아마도 소위 진보진영의 모든 명망가들과 노동/시민사회 단체의 주요 인력들이 진공청소기처럼 선거판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현실은 후자의 낙관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그리 되면 좋겠지만.... 나는 확신이 없다.

 

아.. 시작은 안 그랬는데... 마지막을 정리하다보니 급 어두워지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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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speculative fiction

무려 작년(!)에 본 영화랑 책들의 기억...

 

#. 르 아브르 (Le Havre). 아키 카우리스마키 (이름이.. 흑... ㅜ.ㅜ) 감독, 2011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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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라고 질문했던 서경식 교수에게 답해주는 작은 (?) 판타지 영화...

아저씨가 밖에 나다니지 말라고 했으면 집에 가만히 있어야지, 꼬마는 왜 자꾸 돌아다녀서 동네 사람들이나 보는 관객들이나 애를 타게 만드는 거여....  이게 호러영화였으면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될 만한 배역.. ㅡ.ㅡ

 

영화가 어찌나 훈훈하고 따뜻한지, '에이,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냥 벗어나고 싶지가 않더라니....

구두닦이 아저씨의 의외로 대담한 행동과 마을 사람들의 아기자기한 '공모', 그리고 뭔가 사연을 숨겼을 것만 같은 핑크팬더 경감 아자씨의 애매한 행동.... 심지어 불치병마저 나아버리는 기적...... 와우 ㅋㅋ

 

그래, 영화가 주는 위로가 이런 것이라면 기꺼이 대 환영!!!!

 

#. 세 얼간이 (3 idiots). 라지쿠마르 히라니 (이 이름도 ㅋㅋ) 감독, 2009년 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완전 촌스러운데, 묘하게 너무 익숙하고 너무 웃겨 ㅋㅋㅋㅋ

아, 그리고 훈훈해서 미칠 것만 같아 ㅋㅋㅋㅋㅋ

"알 이즈 웰"

그래, 유느님 노래처럼 '말하는 대로'... 모든게 잘 될거야....

 

 

#. SF 명예의 전당

 

SF 명예의 전당 3 : 유니버스
SF 명예의 전당 3 : 유니버스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오멜라스(웅진), 2011
SF 명예의 전당 4 : 거기 누구냐?
SF 명예의 전당 4 : 거기 누구냐?
존 캠벨 외
오멜라스(웅진), 2011

 

수 년 (?) 전에 작업하다가 경제위기 때문에 엎어진 줄 알았던 번역 프로젝트가 갑자기 지난 여름 되살아나서 나를 식겁하게 만들었음. 어영부영 무사히 마무리가 되고 심지어 연 내에 떡하니 책이 나오다니 깜놀...

편집자 짱!!!

 

번역자 소개에 가명을 올릴까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본명으로 했는데 전작 번역서들 소개가  완전 웃김... 사회역학,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 이건 뭐 갈짓자 행보의 전형이랄까??? ㅋㅋㅋ

 

진짜 명작들이여....

특히 '기념할 만한 계절 (vintage season)'은 몽환적이면서도 차가운 느낌이 감도는 아주 흥미로운 작품...

'방황하는 씨멜의 연가' 또한 묘~한 분위기...

웰즈의 '타임머신'은 이렇게 음습하고 무거운 작품이었나 새삼 놀랐음..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타임머신은 이렇지 않았다구.. 흑...

그리고 '두 손을 포개고'는 완전 후덜덜....  이게 어떻게 50년도 전에 쓰여진 글일 수 있을까.....

 

내가 번역한 '얼간이들의 행진'은 사실 '꼬인' 작품이라서 자칫 독자들이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해설이 좀 추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 문장 그대로 독해한다면 우생학적 편견으로 가득찬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지능 높은 숨겨진 엘리트들과 소위 '얼간이'들의 행태를 비교해보면 진정으로 누가 더 인간다운가 쉽게 판단할 수 있다네.... 실제로 이 얼간이 (moron)이라는 단어가 우생학적으로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스티븐 제이 굴드가 Mismeasure of Men 에서 비판한 바 있고, 저자 콘블루스는 유태인으로 이러한 우생학/인종주의적 차별의 피해자.....

또 다른 번역물 레스터 델 레이의 '대담한 신경'은 아직 상용화된 핵발전시설이 나타나기도 전에 그곳에서 발생한 사고와 그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실감나게 그렸는데, 마침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내다본 것 같은 신묘한 예지력 ㅋㅋ 하지만, 소설에서는 베테랑 외과의사와 영민한 신출내기 의사의 활약을 통해 모든 일이 다 잘~ 마무리된다는게 차이....  현실은 이렇지 않았지......ㅡ.ㅡ

 

SF 는 그야말로 speculative fiction....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사고 실험, 더 많은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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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레타리아여 안녕, 안녕...

무려 작년(!)에 후기를 쓰다가 잠시 덮어놓은 걸 깜빡했는데,

오늘 프레시안북에 실린 서평을 보고 떠올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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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sili님의 [앙드레 고르, 서경식...] 에 관련된 글.

 

내 짐작이 옳았다. 

<에콜로지카>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어야 했던 것이다.

"사회주의가 만약 도구를 바꾸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그 말...

 

 

프롤레타리아여 안녕 - 사회주의를 넘어
프롤레타리아여 안녕 - 사회주의를 넘어
앙드레 고르
생각의나무, 2011

 

에콜로지카에서 일종의 '비약'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여기에 비교적 상세하게 펼쳐져 있었다. 

번역서가 순서대로 출간되지 않는 바람에... ㅡ.ㅡ;;

 

30년 전의 글이라고는 믿기지않는 동시대성과 혜안에 놀라면서도, 

항상 나쁜 예감만 들어맞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더랬다.

 

*

현재의 노동계급 상황을 많은 (?) 이들이 마르크스주의로 설명해보려 하지만 실증자료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사회는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궁극적인 이분화를 보이지 않고, 자본주의 모순에 의해 저절로 주저앉지도 않았다.  논쟁은 계속되었지만, 마르크스를 다시 불러내고 그의 경전을 충실하게 해석하려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가 '헤겔식 구조를 갖춘 철학'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경향을 갖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인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변증법적 원리를 견지한다면서, 1백년 전의 추론에 따라 오늘의 세계를 해석하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아닌듯 싶다. 작업장을 장악할 예능적 기술력을 가진 노동자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기계화와 단순화 속에서 일어난 노동의 파편화와 소외는 노동자 계급을 단결시키기는 커녕 이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부르주아지는 창조적이고 주체적인 권력에 대해 프롤레타리아가 가져야 했던 의식을 뿌리까지 파괴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노동을 잠재적으로나마 창조적 행위로 경험할 가능성을 노동과정에서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사회주의의 위기는 프롤레타리아의 위기라는 고르의 지적에 동의한다. 후기산업사회에 전통적인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점차 사라지고 '비계급'이 남아있을 뿐이다. 

 

*

생산주의 이데올로기를 근거로 우리 또한 모든 해방의 우선 조건으로 생산력 발전을 꼽는다.

그렇다면 세상이 바뀌더라도 (노동자가 권력을 갖더라도) 현재와 같은 생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계급의 이름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지배가 계속될 것이다.   즉, '자본'의 권력과 정대칭의 관계에 있는 프롤레타리아 권력에 의해, 프롤레테르 (개별 노동자)는 그 동일한 '자본'을 집단적으로 소유하게 될 프롤레타리아트에 의해 소외된다는 것이다.

현대 대형 산업생산의 비밀은 그 안에서 '아무도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스스로를 모든 법과 모든 정당성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주체라도 그 권력을 소유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직위를 가진 개인은 언제나 우연의 산물이며 다른 인간으로 교체될 수 있다..."

앙드레 고르는 '개인적 권력'과 '기능적 권력'을 구분하면서, 왜 '기존'의 방식으로 변혁이 불가능한지를 이야기한다. 익명적 조직의 구조에 내재하는 기능적 권력을 위해 개인적 권력이 제거됨으로써 계급투쟁의 문제가 획기적으로 바뀐 것이다. (다시금 '가시적인' 개인적 권력으로 회귀하려는 대중적 열망은 파시즘으로 귀결된다) 프롤레타리아트가 자본에 의해 설치된 기구를 장악하더라도 (이를테면 자주관리), 그들은 자본의 지배와 유사한 것을 재생산하고, 그들 스스로 '기능적 부르주아지'가 될 것이다. 권력을 이양받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지위'를 이양받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이제 지배관계를 제거할 유일한 가능성은 권력과 지배를 분리시키고 시민사회, 정치권, 국가 각각의 자율성을 보호하기 위해, 기능적 권력은 불가키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전에 정해진 '한정된 자리'를 그 기능적 권력에 부여하는 데 있다"

 

*

이제 변화를 뒷받침할 생산력 수준은 충분하다. 필요한 것은 '혁명'이라는 명명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적인 필요조건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사회적으로 결정된 노동'의 영역을 축소하고 자율성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 스스로가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것...

"그러나 사회적으로 결정된 노동을 없애도, 각자가 외부적 의무들을 폐기해도 해방은 달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해방은 필연성의 영역이 타율적인 일들을 강요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타율적인 일들의 기술적 요구사항들은 도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확한 규칙을 정해 그 일들을 특정 사회공간 내로 한정시키는 데 있다. 필연성의 영역과 자율성의 영역을 분리하는 것이 후자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기 위한 조건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국가가 필요하며, 정치와 국가가 동일한 것으로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노동을 마지못해 하는 그 무엇으로 격하시켜도 되는 것일까 의문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흔히, 취미로 좋아서 하던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 고통으로 탈바꿈한다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인간이 현재 종사하는 일들을 그것이 사무직이던 생산직/서비스직이던 너무 고답적인 일자리 형태로 싸잡아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노동시간 단축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노동을 좀더 필연적이고 사회적으로 가치있게 재조직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죽지못해 이어가는 삶의 영역이 존재하고, 다만 노동시간이라는 것이 자율성의 영역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존재한다면 이 또한 서글픈 일이다. ㅜ.ㅜ

 

부록에 실린 <이원론적 유토피아>는 정말 흥미롭다.

새로운 혁명 국가에서 대통령의 입을 빌어 이야기한다.

첫째, "우리는 덜 일할 것입니다" - 우리는 자유로운 노동과 여가시간에 대한 권리를 획득한 것이다. 

둘째, 우리는 더 나은 방식으로 소비할 것입니다" - 소비상품의 개발은 내구성, 수리의 용이성, 제작공정의 만족성, 친환경성이라는 원칙을 따를 것이다

셋째, "우리는 모든 사람의 일상에서 문화가 스며들도록 할 겁니다" - 사람들이 상상력을 계발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더이상 방영하지 않을것이다

 

첫째, 둘째에는 적극 찬성하는데... 셋째는... 그럼 무한도전은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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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쿠예 오야신 -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다...

불교의 연기론이 그러하고, 변증법적 유물론의 가르침(?)이 그러했다.

그리고 깊은 성찰의 결과들은 그 뿌리가 어디이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
류시화
김영사, 2003

 

 

목가적/낭만적 생태주의자가 아니고

가부장적/혈연적 공동체주의자가 아니고

모든 권위도 구속도 싫다는 자유지상주의자도 아니고....

전통이라면 모두 숭고하다는 보수주의자도 아니고....

 

도대체 말도 안 되는 폭력과 억압의 현실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성찰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는 건 가능한 일이구나...

 

이 두꺼운 책을 펼쳐들었던 지난 2주간의 지하철 출퇴근길과 깊은 밤 부엌 탁자에서

슬픈 현실에 눈물을 삼키고 그들의 깊은 생각에 잠시 숨을 멈추어야 했다.  

 

옮겨두고 싶은, 오랜 동안 기억하고 싶은 잠언들이 너무도 많지만,

마음 속에 새겨두지 못하고 그저 글로 옮겨두는 것도 부질없는 짓처럼 느껴져 한 구절만 옮겨둔다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난 그대를 이끌고 싶지 않다.

내 앞에서 걷지 말라. 난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옆에서 걸으라.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 뱀발

인류역사에서 내맘대로 꼽는 5대 국가 깡패짓이 있다. 물론 다른 비극적 역사들도 많지만 '국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국가간 혹은 민족 간 전쟁이나 갈등과는 다르다고 생각...

아메리카 정착민들의 인디언 학살과 추방, 아메리카 정착민들의 흑인노예제도, 나치스의 유대인/소수자 학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무단점거와 폭압, 한국전 당시 보도연맹 사건을 비롯한 민간인 학살...

기구한 사연으로 말하자면야 이들 모두 난형난제지만, 폭력이 지행된 기간과 살상의 규모만 놓고 보자면 아메리칸 인디언 사례가 단연 앞서지 않을까 싶다... 이런 거 가지고 순위 매기는게 의미야 없지만서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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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혹은 그 너머의 책들

#1. 시마다 히로미 지음, 사람은 홀로 죽는다

 

 

사람은 홀로 죽는다 - 무연사회를 살아가기 위하여
사람은 홀로 죽는다 - 무연사회를 살아가기 위하여
시마다 히로미
미래의창, 2011

 

프레시안 서평에 낚인 듯...

표적으로 삼은 독자가 누구인지 짐작하기 어려운디, 분명한 것은 기대만큼의 깊이가 없다는 것...

사회학적 분석도, 철학적 성찰도 다 애매한 수준에서 머물렀다는 생각...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라면,

많은 이들이 무연사회, 특히나 그 종착점에서 홀로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무연사회가 찾아오는 것을 두려워하며 무연사를 겁내기 전에 우리에게는 이미 무연을 바라는 욕망이 있었다는 점을 명확히 해둬야 하겠다"

 

산업화 도시화 속에서 새로운 유연을 구축하고 찾아나가던 중에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프로야구 팬이되었다" 는 정도...

 

아쉽네 그려.... 

 

#2. 김지영 지음, 피동형 기자들

 

 

피동형 기자들 - 객관보도의 적, 피동형과 익명 표현을 고발한다
피동형 기자들 - 객관보도의 적, 피동형과 익명 표현을 고발한다
김지영
효형출판, 2011

 

요즘 이동관 수석 때문에 '주어'의 중요성이 새삼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만,

평소에도 언론과 학술 논문의 주어 없는 문장, 피동형 문장, 특히 방송보도의 주체상실 표현법에 불만이 컸던 터라, 도서관에 신간구매 신청을 하여 읽게 되었는디...

사례와 통계들이 매우매우 자세하게 나열되어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약간 지루하긴 한데, 나름 글쓰기 일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서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목적의식적으로 피동형 표현을 피한다고 했건만, 그동안 모르고 썼던 피동형 표현들이 적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ㅡ.ㅡ  이를테면 '하다'와 '되다'의 구분...

"상기된 표정"이 아니라 "상기한 표정":이,  "긴장이 고조된" 이 아니라 "긴장이 고조한"이, "새로운 사상이 대두되었다"가 아니라 "대두했다"가 옳은 표현이다...

"인구에 회자되다"가 아니라 회자"하다"가 옳은 표현이었다니!!!!

 

사실, 언어라는 것이 생명체와 같아서 항상 원칙만을 고수할 수는 없고, 많이 쓰면 그것이 또 표준어가 되기도 한다. 짜장면-자장면-짜장면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그래도, 특히나 공적인 언어, 대중의 언어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언론의 경우,  "결국은 넘어가게 될 말이라도 지금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새겨들어야 한다.

 

 

* 알아둘 표현

발표주의, 팩트주의 -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모양새만 보면 팩트만 나열하는 건데 실제로는 검증할만한 시간과 정황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헛소리마저도 팩트로 전달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거다. 매카시의 기사 마감 전 폭탄 발표가 그 좋은 사례... 

 

"주체가 먼저 나오느냐 아니면 객체가 먼저 나오느냐에 따라 사건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자동사를 쓰느냐 타동사를 쓰느냐에 따라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파울러 1997)

 

#3. Pierson C. Beyond the welfare state: the new political economy of welfare. Penn State Univ Press. 3rd ed.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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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반이나 넘게 읽고 나서야 이 피어슨이 그 피어슨 (Paul Pierson) 과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았네ㅋㅋ

둘이 형제인가 찾아보니 그런 이야기는 없고, 얼굴도 하나도 안 닮았음... 

 

#4. 신광영 등. 대한민국 복지 - 7가지 거짓과 진실

 

 

대한민국복지 - 7가지 거짓과 진실
대한민국복지 - 7가지 거짓과 진실
김연명 외
두리미디어, 2011

 

지난 주 불평등 연구회 세미나 갔다가 신광영 샘이 주셨음...

일반 시민 대상으로 아주아주 쉽게 쓰셨다고 거듭해서 강조하셨음 ㅋㅋ  일단, 큰 맥락은 비슷하지만 저자들마다 강조하는 점이 약간씩 다르고, 또 원고가 아니라 강연녹취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서 상당히 최근의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포함하여 재미있게 술술 잘 읽히는 건 사실... 그렇다고 내용이 깊이없는 것도 아니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강추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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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보존용 메모: 영화와 공연

기록이 없으면 기억도 없어... ㅡ.ㅡ

가끔씩 시간이 미스터리 우주 속으로 송두리째 사라지는 경험들...

 

#.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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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의 흔들리는 눈빛으로 기억에 남을 영화.... 그 깊이란.........

 

글고, 온라인에 떠도는 줄거리 요약 중에 가장 웃긴 건, 

고블린 (스파이더맨에 등장했던 악당)이 골룸을 데려다 키웠는데 말포이가 괴롭힌 이야기 ㅋㅋㅋ

말포이... 너 어쩌려구 이런 역할을....

 

 

#. 북촌방향 (홍상수 감독,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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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보던 날, 약속을 착각해서 북촌과 광화문 일대를 떠돌며 뻘짓했던 생각하면 한심해서 한숨이 절로 ㅜ.ㅜ

영화는 예의, 그 딱히 석연치 않은 낄낄거림으로 시작해서 낄낄거림으로 끝남.... 

배우들의 연기는 탁월했고, 감독의 무심한 듯 매같은 눈길도 서늘...

유준상이 마성의 매력남인지 예전에 미처 몰랐네 ㅋㅋ 

김상중의 진지한 발언이 나올 때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자동 재생 ㅋㅋ

그리고 짧은 순간이지만 고현정의 아우라.... 와우....

그런데, 이 감독이 여성을 표현하는 방식은 여전히 그닥 맘에 들지는 않음. 술집주인이건, 영화배우건, 심지어 대학교수건.... 전부 맹~한 존재들....   또 남성 지식인의 허위의식에 대한 조롱도, 스스로를 조롱할 여유를 가진 자의 위악으로 보이는 건 나의 오해일까?

 

 

#. 이자람 판소리 갈라쇼 (올림픽공원 수변 공연장, 201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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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아이구 대견해라.... 막 이런 생각이 드는 공연... ㅋㅋ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춘향가 등의 주요 대목들과 사천가 일부를 들려주었는데, 완전 감동....

세상에 내가 심청가 듣다가 정말 코끝이 찡해질 줄이야.... 

옛 사람들은 정말 어땠을까 싶더라....

 

사천가 공연도 꼭 보러갔음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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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의 공연

독특한 무대셋팅과 구성...

사진의 그물잔상은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마법의 장치... ㅋㅋ

 

진정 음악'만' 있는 공연....

즐겁다, 혹은 행복하다, 멋지다 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이와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해준 순간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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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라
 

그들의 blues (feat. 한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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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도의 책들...

끓고 있지는 않으나,

이제 막 끓어오르려는.... 엄청난 갈등을 조용한 표면에 감추고 있는 글들....

 

표면의 평온, 그리고 극심한 갈등과 떨림.... 세심한 표현들.....이런 것들이 너무 좋았다.

 

#1. 프리모 레비 [주기율표]

 

주기율표
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돌베개, 2007

 

이 책은 꽤나 오래전에 사두었는데, 영 진도가 나지 않았었다.

뭔 말이래?.... 이 장은 도대체 무슨 의도로 쓴거래........???

그래서 결국 책장을 덮어두었었는데.....

[이것이 인간인가] [휴전]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까지 읽고 나서 다시 펴든 이 책은 정말 어찌할바 모를 만큼 좋았다.... 

윤동주 시인이 별 하나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 등등을 담았다면,

프리모 레비는 원소기호 하나하나에 자신의 삶과 사랑과 고통, 그리고 관조와 지혜를 담아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어쩌면 그렇게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었을까???

바나듐 장에서, 뮐러 박사의 존재를 발견하고는 나도 손가락이 파르르 떨리는 듯했다. 그는 더했으리라.....

 

어찌 된 영문인지, 나는 프리모 레비의 마음을 내가 다 이해하는 것만 같고 (무슨 자뻑이람 ㅜ.ㅜ)

거기 (?) 에 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뭘 어쩌려구..........

내년까지 지구가 안 망하면 꼭 가봐야겠다.

내 눈으로, 그가 본 것을 보아야겠다....

 

#2. 창비세계문학 - 일본편, 중국편

 

이상한 소리 - 일본
이상한 소리 - 일본
나쓰메 소세키 외
창비(창작과비평사), 2010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 중국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 중국
스져춘 외
창비(창작과비평사), 2010

 

 

완전 흥미진진....

전근대에서 근대로, 다시 아슬아슬하게 현대로 넘어오는 그 파란만장했던 시기의 대표적 중단편들이 선별되어 있음.... 

물론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이 있을테고, 여기 실린 글들만으로 당대의 사조가 어떻다고 평하는 건 참으로 무식하고도 용감한 일이겠으나

이 시기 일본의 단편들에서 한국 근대 단편소설들의 아우라를 강하게 느꼈다면 나의 편견일까나???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준 것인지는 말하기 어려우나, 룸펜 인텔리겐챠가 등장하거나 자의식 과잉의 혐의가 짙은 (이제 막 발견하던 시기겠지만) 글들일수록 묘한 기시감이.....

그리고 여기 실린 중국 소설들에서는 예전에 '미국편'과 마찬가지로 신선함과 역동성을 발견....

노신 선생의 아큐정전은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은 건데.... 대학생 시절 읽었을 때보다 훨씬 슬픈, 아니 그보다는 좀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읽었고 (상황에 대한 몰입이 더 심화되어서?) 계급/젠더 문제를 '은근히' 형상화한 다른 작가의 작품들에서도 그들의 시대를 앞선 통찰력과 매서운 눈매에 감탄....

 

어찌나 서양 위주의 공부를 했는지, 이들이 중국과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작가라는데 노신과 나쯔메 소세끼 빼면 단 한명도 이름을 모르겠어... 심지어 외워지지도 않음... ㅜ.ㅜ

 

생각같아서는, 창비나 역자들한테 편지 보내서 책좀 더 추천해달라 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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