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25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1/03/19
    절박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
    hongsili
  2. 2011/03/06
    어려운 책, 애매한 책...(1)
    hongsili
  3. 2011/02/16
    기묘한 도마뱀과 기이한 경제학자
    hongsili
  4. 2011/01/27
    이것이 인간인가...(2)
    hongsili
  5. 2011/01/09
    새해를 함께 시작한 책들
    hongsili
  6. 2010/12/21
    [불청객]에서 [문명의 붕괴]까지..?
    hongsili
  7. 2010/11/18
    램과 갈레아노
    hongsili
  8. 2010/10/11
    영화 메모(3)
    hongsili
  9. 2010/10/05
    또 책 이야기
    hongsili
  10. 2010/09/23
    책 몇 권 단상(1)
    hongsili

뒷 이야기 [휴전]

hongsili님의 [이것이 인간인가...] 에 관련된 글.

 

드디어 전쟁이 끝나고,

포로수용소에서의 생활은 끝나나 싶었지만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조차 순탄치는 않았다.

세계 정치라는, 도대체 우리네 일상과는 닿아있지 않을 법한 그 거대한 질서가

그들의 귀향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의 행군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역사의 회오리에 휘말린 자들,

그들 개개인이 경험한 '비일상'을 어떻게 스스로에게 또 타인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휴전
휴전
프리모 레비
돌베개, 2010

 

 

전편 [이것이 인간인가] 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으면서, 또 읽고 나서 생겨나는 감정은 그야말로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는 경험 속에서 깨달은  '인간'으로서의 본원적 욕구와 고유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 하릴없고 상대적으로 건강하게 보낸, 그래서 가슴속에 스며드는 향수로 가득한 두 달이었다.

향수는 깨어지기 쉽고 섬세하며,

본질적으로 다른 고통이다.

구타와 추위, 배고픔, 공포, 박탈, 질병 같은,

우리가 그 때까지 겪었던 고통들보다는 더 친밀하고 인간적인 고통이다.

맑고 깨끗한 고통이다.

그러나 절박한 고통이다..."

 

물론, 전작과 다르게 문득문득 기지와 유쾌함이 발휘되기도 한다.

이전 작품이 '증언'이라는 시급한 복무에 따라 폭풍처럼 쓰여졌다면,

이 책은 무려 20년이 흐른 후에 어쩌면 (이런 말을 써도 될는지 모르지만) 관조의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찾은 후에서 더욱 차분하게 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전자가 바닥을 알 수 없는 나락에 대한 기록이라면,

과정이 어쨌든 이책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기에 그런 것이기도 할게다.

 

제각기 개성이 뚜렷한, 위기 상황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변이를 보이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무척 '재미있다'

심지어 수용소를 벗어나 벌거벗은 수렵채집인의 생활을 하는 한 포로의 기술발전사(?)를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무거운 마음 중에도 웃지 않을 수가 없다.

"... 그렇더라도 그 또한 사람의 아들이었으므로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지식과 덕을 추구했고

매일같이 자신의 기술과 도구를 단련했다.

그는 칼을 제작했고 그런 다음 창과 도끼도 만들었다.

시간이 있었다면 농업과 목축 기술도 재발견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건 원래 더글라스 아담스 전공인데...

러시아 수용소에서 겪은 영화상영의 일화는 또 어찌나 황당하던지...

잠시 열차가 정차한 순간 물을 길러 갔다가 차를 놓칠뻔한 이야기도 요즘 유머 게시판 수준이다.

 

그렇다고, 옮긴이가 후기에 쓴 것처럼 이 책이 그렇게 '유머 가득한 시선'이라고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독자들로 하여금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성찰에 동참하게 했다는 해설도 도저히 동의하기 어렵다.

 

프리모 레비는 차분하지만 끈질기게. 인간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 질문의 무거움은, 앞서의 유쾌함과 생동감으로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 모든 역경을 거치고 마침내 오른 거대한 귀환 열차는 비엔나를 거친다.

 

"우리는 패배한 독일인들과 파괴된 비엔나를 보면서

아무런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가슴 아팠다.

연민이 아니라 좀더 폭넓은 의미의 아픔이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비참함과 혼동되는, 가혹하고 곧 닥쳐올 듯한 느낌,

회복될 수 없고 결정적이고 도처에 있는 병의 느낌,

유럽의, 세계의 뱃속에 궤양처럼,

미래 재앙의 씨앗처럼 자리잡은 병마의 느낌과 혼동되는 아픔이었다."

 

열차는 오스트리아 국경을 지나 다시 뮌헨에 정차한다.

 

"... 처음으로 우리의 발밑에 독일의, 상 슐레지안이나 오스트리아가 아니라,

바로 독일의 한 자락을 느낀다는 사실은

피곤함에 더하여, 견딜 수없는 초조함과 좌절과 긴장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심정을 한층 가중시켰다.

우리는 독일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엄청난 것들을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독일인 각각은 우리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결산을 해야 할,

체스 선수들이 경기가 끝날 때 그러는 것처럼 질문하고 설명하고 논평해야 할 절박함을 느꼈다.

아우슈비츠에 대해, 자기집 문으로부터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일상적으로 자행된 조용한 대학살에 대해 '그들'은 알고 있었던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길을 가고 집으로 돌아와 자기 자식들을 바라보고

교회의 문턱을 넘어 들어갈 수 있었단 말인가?

만약 아니라면 그들은 경건하게 우리에게서,

나에게서 모든 것을 당장 들어야 하고 배워야 한다. 그래야 한다.

나는 내 팔에 문신으로 새겨진 숫자가 쓰라린 상처처럼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을 들었다.

 

또한번 우리의 열차가 좌초하여 누워있는 역 주변,

잔해로 가득한 뮌헨의 거리들을 배회하면서

나는 마치 각자가 내게 무언가를 갚아야 하지만 갚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지불 불능의 채무자 무리들 사이를 헤매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들 사이에, 아그라만테의 진영에, '지배민족'의 한가운데에 나는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적었고, 많은 이들이 불구자였고,

많은 이들이 우리처럼 누더기를 입고 있었다.

그들 각자가 우리에게 당연히 질문을 할 것이라고,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얼굴에서 읽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이라고 나는 기대했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고

아무도 대면해서 이야기하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귀머거리, 벙어리에 장님이었다.

의도적인 무지의 요새 속에 있는 양 자신들의 폐허 속에 피신해 방어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강하고, 아직도 증오와 멸시를 할 수 있는,

오만과 죄의 그 오래된 매듭에 묶인 포로들이었다..."

 

나는 웬지 이 심정을 스스로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만 같다.

실제로는 이런 경험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건 인간의 보편적인 도덕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프리모 레비의 탁월한 통찰력과

그에 걸맞는 담백한 글쓰기 덕분일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영성 체험' (?) 때문에 사람이 책을 읽는 게 아닌가 싶다.

작년이 존 버거의 차분함에 경도되었던 해라면,

올해는 단연 프리모 레비의 '깊이'에 몰두하는 해가 될 것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절박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

엄청 웃긴데, 사실은 슬픈 내용이고,

또 가슴이 무너질듯 하지만, 주저앉지만은 않게 만드는 기묘한 두 권의 책 이야기다

 

#1. 더글라스 아담스, 마크 카워다인 [ 마지막 기회라니?]

 

"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나는 이것 말고 더 필요한 이유는 없다고 믿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코뿔소와 앵무새와 카카포와 돌고래를 지키는 데

인생을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들이 없으면 이 세상은 더 가난하고 더 암울하고

더 쓸쓸한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마지막 기회라니? - 20주년 개정판
마지막 기회라니? - 20주년 개정판
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
홍시, 2010

그러게나 말이다.

 

오랜만에 독특한 그의 글을 읽자니,

사라져버린 도도새만큼이나 아쉬운 것은

더글라스 아담스 역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리차드 도킨스도 책머리 추천사에서 이 점을 대단히 아쉬워하고 있다.

 

더글라스 아담스가 사라져서,

나에게 지구는 조금 더  가난하고, 암울하고, 쓸쓸한 곳이 되었다.  ㅜ.ㅜ

 

#2. 프리모 레비 [ 지금이 아니면 언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로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내팽겨쳐진 삶에 대해서라면,

나는 이 작품보다  [태백산맥]을 더 꼽고 싶다.

정서적 거리가 가깝기도 하거니와

(분량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으나) 그 생생함과 짜임새있는 플롯에서 훨씬 낫다는 생각이...

사실, 상당 부분 사실에 기초한 자전적 소설을 두고

플롯이니, 등장인물의 속성들을 논하는게 좀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는데...)

그래도 이것이 르포가 아니라 소설인 이상,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책이 안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 투신자살한 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의 자전적 장편소설
지금이 아니면 언제? - 투신자살한 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의 자전적 장편소설
프리모 레비
노마드북스, 2010

 

" 난 책 없는 빨치산 배낭은

실탄 없는 총이나 조종사 없는 전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네.

그런 자들은 좋은 세상이 와도

살 자격이 없는 인간 쓰레기들이지.

그리고 책은 읽고 난 다음엔 반드시 덮게.

모든 길은 책 바깥에 있으니까."

 

시오니즘이 당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곳곳에서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유태인 빨치산 대장 게달레는 이야기한다.

"...그래서 많은 유대인들이 척박한 팔레스타인에 정착해

사막에 오렌지와 올리브 나무를 심는 자유로운 삶의 공동체를 희망하고 있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분명히, 빨치산 여전사 라인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동료 포로들의 학살 '작업'에 참여한

유태인 포로들을 비난한다.

".. 도대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뭐죠? ... 아무리 하늘같은 상관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그게 잘못된 명령이면 당연히 거역해야죠. 왜냐하면 인간은 바로 생각할 줄 아는 동물이니까요.

그런데 저 포로들은 자기들이 살기 위해 그런 생각을 모조리 유보해버린거예요.

무뇌아나 짐승이 됐단 말예요!"

 

현대사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는

맹목적 폭력의 희생자였던 유태인들이,

희생의 역사를 전가의 보도 삼아 듣도보도 못한 깡패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인 것 같다.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

 

오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이는 짓거리들을 떠올리면, 

그저 땅한뙈기 얻어서 오렌지, 올리브 심는게 소원이라던 소박한 유태인들의 모습이

마냥 따뜻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시오니즘 이야기는 이 책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어둡고 혼돈으로 가득찬 시절에,

과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핵심이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작 [이것이 인간인가?] 에서 했던 질문이 이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 내가 나를 위해 살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를 위해 대신 살아줄 것인가?

내가 또한 나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과연 나의 존재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길이 아니면 어쩌란 말인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

 

이보다 더 폐부를 찌르는 '잠언'이 어디 있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어려운 책, 애매한 책...

도서관 반납 때문에 허둥지둥 정리...

사무실에도 몇 가지 정리할 책들이 곱게 쌓여있는디...

기록이 없으면 기억도 없어지는 처참한 현실을 몇 번 경험하고 짧게라도 독후감을 꼭 남겨두려 하는데 이것도 쉽지는 않아...

 

 

#1. 테리 이글턴 [반대자의 초상]

 

반대자의 초상 - 지젝부터 베컴까지 삐딱하게 읽는 서구 지성사
반대자의 초상 - 지젝부터 베컴까지 삐딱하게 읽는 서구 지성사
테리 이글턴
이매진, 2010

 


언론의 리뷰가 하도 좋길래 빌렸는데, 황새 쫓아가려다 다리 찣어진 뱁새 꼴이랄까...
비평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상과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서 도무지.. ㅡ.ㅡ


딱히 텍스트를 구구절절 참조한 것만은 아니기에
꼼꼼하게 읽어보면 굳이 비평 대상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좋았겠지만

일단 흥미가 떨어져서리....

그나마 백만년 전에 세미나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

재작년에나 읽었던 데이비드 하비에 대한 이야기 정도만 어렵사리 이해...
저작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워낙 유명하고 난해한 인용문들 때문에 이름만 알고 있는 스피박에 대한 비평 약간 이해... 그녀의 글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최대 수확이랄까...

한 10년 지나도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뭐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여우와 신포도)

한 가지 궁금점... 이 책에 대한 호평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다들 참 유식하구나.... ㅡ.ㅡ
 

#2. 문제적 저작 [세계시민주의]

세계시민주의 - 이방인들의 세계를 위한 윤리학
세계시민주의 - 이방인들의 세계를 위한 윤리학
콰메 앤터니 애피아
바이북스, 2008

 

"시민"이 스스로 충성을 맹세한 특정 폴리스에 속한다는 것에 비해,
"세계시민주의"는 코스모스 (우주)에 속함으로써 모든 시민이 여러 공동체 중 하나에 속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점을 거부... !

내가 지향하는 '나라없는 사람' (보네커트의 에세이집 제목이자, 아인슈타인이 실제로 10대에 성취했던 놀라운 업적)에 대한 설명과 사람들의 궁금함, 고민의 지점들을 차분히 설명해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


어쩌면 가장 기본적 의심은

추상적 개념인 인간의 이름으로 구체적 대상에 대한 충성과 애착을 포기할 수 있냐는 것..

쫌 황당한 에피소드라면,

'인류의 친구이지만 그와 관계있던 모든 사람들의 적'이라고 평가받은 미라보는
'인간의 벗'을 집필하느라 아들이 투옥되는 걸 알지 못했고

연민을 인간의 본성으로 이야기한
루소는 다섯 아들을 고아원으로... ㅡ.ㅡ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에 대한 철저한 무지는 강자의 특성이라는 말에 절대 동의!!!

 

윤리와 도덕에 대한 상대주의가 진리라면,

결국 '내가 서 있는 곳에서는 내가 옳다. 그렇지만 네가 서 있는 곳에서는 네가 옳다'로 끝나고

그러면 대화는 불가능해짐

흔히 상대주의가 우리를 관용으로 이끌 것이라 생각하지만
서로에게 배울 수 없다면 대화는 무의미하고

상대주의는 대화를 장려하기보다 침묵하게 만든다는데도 역시 동의!

우리가 하는 웬갖 특이한 습속들의 이유는 어떤 특별한 근거가 있다기보다

대부분 우리가 '평소에 하는 일이기 때문'
이를테면 동성애자에 대한 관용성이 높아진 것은 합리적인 견해를 찾거나 사회적으로 합의가 성숙해졌다기보다 단순히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 있음...
이는 반드시 뭔가 합의에 도달해야 서로를 인정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줌.

또 일치하지 않는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시사...


인류학의 교훈이라면,

이방인이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존재라는 점을 인지하고

사회적 삶을 공유하면 호불호를 떠나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나의 진리를 세계 보편으로 만들겠다는 보편주의의 위험성 지적에는 동의.
그리고 단 하나의 보편적 진리라면

모든 인간은 다른 모든 인간에 대한 의무가 있다는 것... . 즉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 모든 차분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불편한 지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근원이

율법에 철저한 무슬림과 유대인 모두 예루살렘성전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 때문?
장난하셔???


마찬가지로, 문화제국주의가 주변부 사람들의 의식을 구성한다는 담론은 타자를 무지렁이로 취급한다는 비판에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만일 그러한 영향이 전혀 없다면 다국적 기업들은 왜 그리 결사적으로 주변부 시장 공략에 나서나? 맥도널드가 저개발 국에서 서구적이라는 이유로 인기를 끄는게, 기업 본사에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것이 과연 적절한 설명?

사람들은 알아서 재량껏 상품을 고르고 산다고???

.
또 국가성립 100년밖에 안 된 나이지리아,

아무 기여한 것 없는 이집트 후손들이 조상들의 문화유적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게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는 미치겠음...
모든 유물을 돌려받은 현실적인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약탈당한 유물이 반환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도대체 뭔 소리임?
특히나 식민지배와 관련된 약탈과 착취를 이리 간단하게 말해도 되는 것이여?

한편 '무슬림이 아닌 우리같은 사람들이...'라는 표현 자체가 무슬림을 타자화...

대부분의 내용이 성찰과 깊은 윤리적 기반을 갖고 있는데 비해

막상 정치경제학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찌나 리버럴하신지....

기묘하게 흥미롭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한.. 애매한 책이라는 생각...

 

이런 건 여럿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거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기묘한 도마뱀과 기이한 경제학자

내 소중한 뇌의 시냅스들이 빠찌직 거리며 타들어가고 있다........................ㅡ.ㅡ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일정 속에 지하철 독서시간에만, 나는 자유인일세... ㅜ.ㅜ

 

#. 기묘한 도마뱀이 벌인 떠들썩한 소동 이야기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크리스토퍼 무어
푸른숲, 2010

 

웃겨 죽어......ㅋㅋㅋ

이 황당무계한 소동극은 대체 어쩌란 말여......(하지만 은근히 '사상자'는 많아...)

발랄한 상상력과, 그에 걸맞는 또 발랄한 문체에 반했음.

짜임새도 좋고, 보네거트 할배만큼 시니컬하지는 않지만 과학적 사실들은 은근 정교하고 시선은 냉철...

다른 책도 빌려봐야겠쓰.... 이런 책은 뇌에 주는 선물....

 

#. 가장 재미난 경제학  이야기

 

세속의 철학자들 -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의 생애, 시대와 아이디어
세속의 철학자들 -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의 생애, 시대와 아이디어
로버트 하일브로너
이마고, 2008

 

원래 껍데기가 저렇게 요란 뻑쩍지근하게 생겼구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회색 하드커버만 남아 있어서... 원....

뭐 경제관련 책은 별로 읽어본 것도 없긴 하지만... 이렇게 재미난 책은 처음!!!

 

칼 폴라니가 오늘날과 같은 시장 질서가 유구한 전통을 가진 것이 아님을 강조했듯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윤 추구의 동기는 겨우 현대인과 함께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지적으로부터 글을 시작...

 

하일브로너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들의 생애와 그들 사상의 핵심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개괄하며

경제학이란 학문의 본성과 진화를 논하고 있다.

경제사상사라고 분류되지만, 말하자면 이론들에 대한 이론 - 메타적 접근이라고 보면 되겠다.

각 이론들이 옳았냐, 혹은 본인이 동의하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역사적 맥락에서 그러한 사상이 진화했고

그것이 당대에 혹은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보면 엄청 어렵고 딱딱할 것 같은 이 내용들을

너무너무 재미있고 눈에 쏙쏙 들어오게 썼더란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 이런 거다.

현재의 시각으로 완결된 구성물을 이러니 저러니 논평하는게 아니라,

당대의 문제의식 속에서 왜 그러한 사상이 출현했고,

또 그게 당시로서는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거....

지금 보면, 누구나 다 아는 것 같고 혹은 결함투성이의 주장일지라도

그 배경과 속내를 알고 나면 '우와' 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것들이 많다.

 

인물에 대한 뒷얘기라면...

 

 

케인즈 잘난 거 소문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엄청 잘난 인간...

아침에 침대에서 30분씩 투자해서 완전 부자된데다, 가문도 좋아,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

인품도 훌륭해, 수학도 잘해....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제일 황당했던 건 케인즈 자신의 표현

"경제학을 연구하는 데는 전문화된 고도의 재능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참 쉬운 분야인데도 잘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참 쉬운 분야래.............. 참 쉬운 분야...............

이 한마디로 전세계 수천명의 수재들을 바보 만들었어..... ㅋㅋㅋㅋㅋ

 

공상적 사회주의자들로 오언, 생시몽, 푸리에, 밀 등을 한 챕터에 묶어놓았는데,

생시몽은 공상적 사회주의자 수준이 아니라 완전 사이코같애... ㅡ.ㅡ

가장 지적인 동물 비버가 인간의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을 고민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일브로너는 이야기한다

"그들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는 그들의 괴벽도 아니고

그들이 제시한 환상의 다채로움가 매력도 아니다.

우리의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의 용기다.

그들의 용기를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지적인 풍토를 파악하고 이해해야만 한다."

그러게.... 막 웃어버리기는 뭐한데... 그래도 비버의 충격은... ㅡ.ㅡ

JS 밀의 아버지 제임스 밀은 아들을 엄청 쪼아대며 공부를 시켰는데,

그래서 1806년에 태어난 JS 밀은 "1809년 (1819년이 아니라)부터 " 그리스어를 배우고

일곱살에는 플라톤을 읽은데다 고전들을 다 떼고 열 두살에는 홉스의 저작들을,

열세살에는 정치경제학의 모든 저작들을 다 읽었단다...

그래서 하일브로너의 논평은 "밀이 훗날 위대한 저서를 저술한 것이 기적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어쨌든 심각한 인격장애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마르크스에 대한 마지막 문장들은 이렇다.

" 마르크스는 그를 향해 바쳐진 모든 우상숭배에도 불구하고 분명 무오류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피할 수 없는 어떤 존재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즉 자신이 발견한 사회사상의 대륙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위대한 탐험가인 것이다. 마르크스의 발견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이 대륙을 더 깊숙이 탐험하길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류를 위해 처음으로 팻말을 꽂은 그 사람에게 존경을 표해야 마땅할 것이다."

 

제목이 '겅제사상사'가 아니라 '세속의 철학자들'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자본주의 태동 이전에는 경제학이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할 필요가 없었고)

사회를 읽어내는 새로운 체계이던 '정치경제학'은 (그래서 '세속의 철학')

빅토리아 시대를 거치면서 '경제학'이 되었고 점점 더 강단으로 이동하여

엄밀한 과학 중심주의로 변해간다.

그리고 1, 2차 대전과 대공황, 세계혁명의 갈등 와중에

이러한 문제에는 아랑곳 없이 (심지어 조절과 균형 이론을 꽃피우며)

강단 경제학은 이상적 가정과 수학적 복잡성 속에서 점점 더 고고하게 '발전'해나간다.

당대의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해결하려던 노력이었던 경제학은 어디로................

 

미국민중사에도 등장하는 아수라 지옥 자본축적기에 벌어진 일들은

참 다시 봐도 믿어지지 않을 지경인데 (이를테면 철도 지배권을 두고 양측 자본가들이 기관차 몰고 서로 돌진하여 승부를 가리는... ㅜ.ㅜ)

이 대혼란의 시대에

"이 모든 것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생각한 게 별로 없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자신을 가르친 유럽 선생들의 발자취를 따라갔고, 미국 사회를 전혀 맞지 않은 틀에 강제로 집어넣었다. 피비린내 나는 돈싸움의 환상적인 게임을 두고 '검약과 축적'의 과정이라고 표현했고, 명백한 사기행위를 '사업'이라 했으며, 그 시대의 금빛 나는 사치를 아무 색깔 없이 '소비'라고 묘사했다."  ---- 

이 구절을 읽으면서 오늘날 한국사회를 떠올리면 내가 오바인가?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 선생들의 발자취를 따라.. 한국 사회에 맞지 않는 틀에.........

 

하일브로너는 경제학을 과학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는 것에 환호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두 가지 들었다. 첫째는,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과 달리 인간의 행위를 다룬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의지를 가진 인간, 사고하는 인간, 선택하는 인간, 기쁨과 고통을 느끼는 인간들이 존재한다. 두번째는 이런 맥락에서, 인간의 사회생활이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는 것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학 - 아니 세속 철학의 유용성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몇 세기 동안 적어도 몇몇 자본주의가  가능한 한 안전하게 나아가는 데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비전으로나마 도움을 주는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재탄생하는 세속철학이 가장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자본주의의 사회적 측면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추가 독서 안내글에서 "훌륭한 교과서를 몇 권 독파하려면 낙타와 같은 지구력과 성자와 같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썼지만, 이 책을 읽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손목의 근력, 인간세상에 대한 호기심만 있으면 충분....

적절한 타이밍에 웃고, 분노하고, 깜짝 놀라며 맞장구 쳐 줄수 있는 센스가 있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연정이가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하는데 (뭘 알고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음 ㅋㅋ)

대학에 합격하면 꼭 사주고 싶은 책이다... 

참, 이 책이 사무엘슨의 [경제학] 이래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네....

하일브로너 자신도, 기인이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이것이 인간인가...

벌써 1월하고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아주 버라이어티하게 한 해를 시작했다.

 

원고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강릉에 강의 겸 나들이도 다녀왔고,

오랜만에(?) 선배 찾아가서 맛난 것도 얻어먹고,

폭설에 길상사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광과 북악스카이웨이 눈길 투어 (?)도 했고

또, 연구소 식구들과 [쿠바의 연인] 함께 보고 맛난 저녁도 먹었다.

그 와중에 집에 도둑이 들어 아직까지 PTSD 유사증상 경험... ㅡ.ㅡ

엊그제는 오래된 친구 장대리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나도 마음이 무겁고, 딱히 거드는 일도 없으면서 덩달아 분주했다.   

그리고 오늘은 연구소의 활동가 교육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쳤다.

 

정신줄은 반쯤 놓고 살았지만,

출퇴근 길은 책읽기 말고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용케 자리를 차지하면 잠이라도 자겠건만

1월 내내 강추위에 폭설로 지하철 이용자가 폭주하여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ㅜ.ㅜ

 

인권운동가 오창익의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은 많이 아쉬웠다.

한국사회의 많은 습속들이

얼마나 예외적이고 기괴한 것인지 충분히 표현이 되지 못한 것 같았다.

너무 온건하고 점잖게 쓰여졌다고나 할까...

이 책만 읽어서는 그러한 행태가 얼마나 해괴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듯!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오창익
삼인, 2008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오래 전부터 (화장실에서) 찔끔찔끔 읽다가

우선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돌베개, 2007

 

이 제목만큼,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말 무엇일까....

글쓴이의 차분한 글쓰기는

그토록 말도 안되는 상황들과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만일 격정과 울분으로 이 글들이 쓰여졌다면

나는 지금과 같은 짓눌림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취약한 존재다.

그 취약함을 증언한 글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프리모 레비의 글은 내가 읽은 그 어느 것과도 같지 않다. 

 

요약하고, 발췌할 수 있는 문장들은 오히려 에필로그에 등장한다.

사실, 본문은 그 도저함 때문에 감히 옮겨올 수가 없다. 

최근 드라마에서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어쩌구 하는 대사가 인기를 끌었다지만

야만과 비통의 아수라에서 기록된 한 단어 한 단어를 감히 옮겨올 자신이 없다.

 

"...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양하게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모른 척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암흑과 같은 시간에도

내 동료들과 나 자신에게서

사물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겠다는 의지,

그럼으로써 수용소에 널리 퍼져

많은 수인들을 정신적 조난자로 만들었던 굴욕과 부도덕에서

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고집스럽게 지켜낸 것이 도움이 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믿기 어려운 이성의 실종 속에서 고통을 받았던 유대인들이

역시나 믿기 어려운 박해의 가해자가 되어 역사의 무대에 재등장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엄청 짧은 시간 안에...

 

희생자로서의 과거가 만능 면허증이라도 되는 양

막가파로 행세하는 그들의 행태는

정말 인간 이성의 취약함에 대해 회의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이스라엘 국민 한명한명이 모두 시온주의자는 아니겠지만,

독일 국민들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 개개인에게 책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휴머니스트는 이럴 때 참 괴롭다.

초월적 존재가 아닌 인간의 인간다움을 믿고 싶건만

도대체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레지스탕스 활동과 그 엄청난 고난의 시기를 견뎌낸 이가

결국은 스스로 생을 종결지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에게는 (장 아메리와 마찬가지로) 그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속작인 [휴전] 을 읽으려고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새해를 함께 시작한 책들

돌아보면, 작년에 했던 결심 중 가장 잘 지켜진 것이 "책을 안 산다"였다.

돈벌이가 확 줄어들면서,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 지출을 생각해보니

다른 이들 밥사주는 것과 책/음반 사는 것...

일자리 바뀌면서 내가 밥을 사는 일보다는 얻어먹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ㅋㅋ

책은 확인해보니 딱 다섯권 샀다!!! 심지어 그 중 한권은 선물...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에서 일반회원으로 강등 ㅎㅎ

 

이러다 구립도서관 모범회원으로 표창장 받을 거 같다!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올해를 시작할 때 함께 한 책들을 적어두자

 

#. 거트 보네거트 [타임 퀘이크]

 

타임퀘이크
타임퀘이크
커트 보네거트
아이필드, 2006

 

제일 깨는 장면은 2차대전 후 화학원소 대표자들이 트라팔마도어 행성에 모여

"일부 원소들이 이제까지 잔인하고 어리석은 인간같이 지저분하고 냄새 고약한 대형 유기체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문제를 논의" 한 것.... 폴로늄이나 이테르븀처럼 인간의 필수요소가 되어 본 적 없는 원소들조차 격분...ㅋㅋ

정작 중죄인인 탄소는 딴청부리고, 질소는 2차대전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치 경비대원과 의사의 구성성분으로서 부역한 것에 눈물 흘리며 참회......

"모든 인간이 죽게 되리라. 모든 원소가 우주 탄생 당시처럼 죄 없이 순결해지리라."

 

이 소설은 매우 자전적인 경험에 기초하고 있는지라 (제 5도살장처럼!!!)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보네거트는 소문난 휴머니스트이자 회의주의자인데,

작중 화자는 사람들에게는 교회에 나가라고 권해줄 때가 많다.

이유인 즉슨..

"휴머니스트들은 대체로 교육 수준이 높고, 나처럼 유복하고 안락한 삶을 사는 중산층 사람들이라 세속적인 지식과 희망에서 충분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가....???

 

주변에,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괴로워하는 자들이 창궐하여 나도 좀 괴로웠다.

본문에 버나드쇼 이야기가 나온다.

"사회주의자요 영리하고 익살맞은 극작가인 나의 영웅 조지 버나드 쇼는 80대에 말하기를, 자신이 똑똑한 사람으로 통한다면 멍청하다고 평이 난 사람들이 정말 불쌍하다고 했다. 살 만큼 산 그가 말하기를, 자기는 이제야 꽤 유능한 사무실 심부름꾼 소년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니, 평범한 우리들이 자신의 무능력함을 시시때때 깨닫는 건 정상이다.

괴로워할 일이 아니라는 말씀!!!

 

미국에 대한 근거없는 (?) 희망을 품었던 시절에 대한 회고담도 등장한다.

".. 나는 지금도 독일에서 우리가 풀려난 뒤 오헤어와 내가 독일 병사들에게 했던 말을 좋아한다. 미국은 더 사회주의적이 될 것이고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최소한 우리 아이들이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거나 까막눈으로 살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거요.     

내 복에 무슨!"

 

그래서 서글프다.

대중 강연을 할 때면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유진뎁스의 이야기를 언급한단다.

"하층 계급이 존재하는 한, 나는 거기에 속합니다. 범죄 집단이 존재하는 한, 나는 그 구성원입니다. 감옥에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나는 자유의 몸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나는 뎁스의 말을 인용하기 전에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주문하는 것이 지각 있는 태도임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청중 가운데 많은 사람이 웃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야비한 행동이 아니라 친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내가 재미있는 사람이 되길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

 

 

# 커트 보네거트 [마더 나이트]

 

마더 나이트
마더 나이트
커트 보네거트
문학동네, 2009

 

나치스 시절 궤벨스 휘하 선전부장으로 명성을 날린 미국인 하워드 캠벨의 자서전..

그는, 사실 미국의 지령을 받고 선전에 교묘하게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스파이 - 하지만 그는 맡은 바 역할 (나치스의 선전부장)을 너무너무 잘 해서 많은 이들이 그를 통해 나치스에 빠지게 되었는디, 스스로는 한번도 미국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종전이 되고 나서 문제는, 그가 미국의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웠다는 점!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짜임새 있는 플롯과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이렇게 조화를 이루기도 쉽지 않을 듯...

성실하고 재능있는 사람들의 자기분열과 기만 (심지어 스스로에 대한)에 대해

이보다 더 신랄하게 그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할배 멋지삼!!!

 

# 버트란트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사회평론, 2005

 

기억해두어야 할 구절들...

 

* 게으름에 대한 찬양*

 

"... 잘못하면 내가 지주들을 찬양하는 것으로 비춰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의 게으름은 불행하게도 타인들의 근면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사실, 안락하게 게으름을 피우고자 하는 그들의 욕망이야말로 역사적으로 볼 때 일해야 한다는 모든 신조가 생겨난 뿌리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본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일 것이다."

 

" 러시아에서 프롤레타리아의 승리는 일부 다른 나라들에서의 페메니스트의 승리와 몇 가지 일치하는 면이 있다. 오랜 세월 남자들은 여성의 숭고함이 우위에 있다고 인정해왔고 권력보다도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여성들의 열세를 위로해왔다.......  오랜 세월 부자들과 그 추종자들은 '정직한 노동'을 칭찬하는 글을 써왔다. 소박한 생활을 예찬했고, 부자들보다 가난한 자들이 천국에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가르치는 종교를 공언해왔으며, 물질의 공간적 위치를 변화시키는 일에는 특별한 고귀함이 있다고 육체노동자들로 하여금 믿게 만들려고 애썼다."

 

"이익을 가져오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관념이 모든 것을 뒤바꿔버렸다. 당신에게 고기를 제공해주는 정육점이나 빵을 제공하는 빵집 주인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제공해준 음식을 즐길 때의 당신은, 일하는 데 필요한 힘을 내기 위해 먹지 않는 한 불성실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생산에 관해선 너무 많이 생각하고 소비에 대해선 너무 적게 생각한다..."

아마도 러셀은 그 시절에, 오늘날 같은 극단적 소비자본주의가 득세하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던 것 같다. '소비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인간'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나보다.

 

"... 이 계층은 이른 바 문명이란 것을 담당하는 공헌을 했다. 예술을 발전시키고 과학적 발견들을 이루었다. 책을 쓰고, 철학을 탄생시키고, 사회적 관계들을 세련시켰다. 억압받는 자들의 해방 운동조차도 흔히 위로부터 일어난 것이었다. 유한계층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결코 야만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서도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질이며 이는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게.....

 

* 무용한 지식과 유용한 지식 *

 

"아이들에게만 놀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어른에게도 현재의 즐거움 이외엔 아무 목적도 없는 행위에 빠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놀이가 제 구실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과 관계 없는 부분에서도 기쁨과 흥미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 '무용한' 지식의 가장 중요한 이점은 아마도 숙고하는 습관을 조성해준다는 점일 것이다." - 이 대목에서 러셀은 그 유명한 메피스토펠레스의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히 푸르른 것은 오직 생명의 나무'라는 대사가 얼마나 오해되고 있는지 비판한다.  한국에서도 이론과 실천 출판사 책머리에 항상 이 구절이 쓰여있어서, 마치 현실에서의 실천이나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징문구처럼 인용되고는 했는데, 나도 파우스트 읽고는 깜딱 놀랐었다. 악마가 열심히 공부하는 어린 학생 꼬드겨내려고 한 말이었는데, 좋은 건 줄 알고 써먹었다니 ㅋㅋ

 

"개인적인 불행이든 공적인 불행이든, 의지와 지성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극복될 수 있다. 의지에는 악을 피하고 비현실적인 해결책을 방아들이지 않는 자세가 포함된다. 지성에는 그 악을 이해하고, 치유가 가능하다면 치유책을 찾아내고, 만일 불가능하다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되 그것을 벗어난 다른 영역, 다른 시대, 행성간의 공간에 놓인 심연들에는 무엇이 놓여있나를 되돌아봄으로써 그 악을 참고 살만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 포함된다."

 

* 건축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 인간에게 보통 이상의 자질을 요구하는 제도라면 예외적인 몇몇 경우에서만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해악이 드러나지 않는 몇 가지 드문 경우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 제도의 불량함이 은폐되는 것은 아니다."

 

러셀은 사회주의를 진정한 인간해방, 미관상의 추악함에서부터 젠더/계급 불평등까지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답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역시 사회주의가 답 ㅋㅋ

별도의 한 장이 "사회주의를 위한 변명"이라고 있을 정도...

 

* 우리시대 청년들의 냉소주의 *

 

"지식인들이 볼 때 자신들에게 일을 지시하고 대가를 주는 정부나 부자들의 목적이 해롭기까진 않다 하더라도 불합리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약간만 냉소적으로 되면 그 상황에 자신의 양심을 맞출 수가 있다."

 

냉소의 엄청난 유용성!!!

 

* 이성의 몰락, 니체와 히틀러 *

 

"정치 참여층이 점점 확대되고 이질화되면서 이성에의호소도 점점 어려워진다. 논쟁의 출발점이 되는,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설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보편적인 가설들이 존재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에 의존하게 된다. 이질적인 집단들의 직관들은 당연히 서로 다를 것이므로 직관에의 의존은 결국 충돌과 힘의 정치로 이어지게 된다."

 

"정치에서 이성이 몰락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세상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임금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주의에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는 계층 및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능력 있고 힘있는 사람들 가운데 공동체의 이해와 반하는 이해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다양한 집단 히스테리들을 조장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안전하게 유지하려 한다."

이 글들이 대략 1930년대 즈음에 쓰였다고 하는데,

새삼 놀라운 것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스가 (부분적이긴 하지만)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 어느날, 사람들 모르게 전체주의가 야금야금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 뚜렷한 징후 때문에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면 그 위험성을 엄청나게 지적했는데.... 결국 통하지 않았쓰....ㅡ.ㅡ

조지오웰 같은 이는 펄펄 뛰면서 생난리를 치고, 러셀도 엄청 쎄게 이야기...

저런 경고들이 도대체 어떻게 묻혀버렸는지 참 상상하기 어려우면서도, 오늘날의 모습도 훗날 돌아보면 이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 짐작되어 씁쓸...... ㅜ.ㅜ

 

# 수잔 손택 [타인의 고통]

 

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이후, 2004

 

"나이가 얼마나 됐든지 간에, 무릇 사람이라면 이럴 정도로 무지할 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를 망각할 만큼 순수하고 천박해질 수 있을 권리가 전혀 없다."

 

'우리'가 아닌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숙고하고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엄청난 성찰.... ㅡ.ㅡ

나는 이제 그녀의 '빠'가 되기로 결심했다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불청객]에서 [문명의 붕괴]까지..?

11월 중반까지 각종 원고, 계간지 편집에 번역 알바 등등 글쓰기 쓰나미가 몰아치고 나서

요즘은 폭풍 전야라고나 할까...

연말에 다시 닥쳐올 글쓰기 폭풍 전까지 자료 읽기 폭풍 모드...

그래서, 퇴근하면 노트북을 잘 안 켜게 되는데다 최근 장만한 스마트폰 덕분에 더더욱 불질이 뜸했다.

 

서론도 참 길었다.....  결국 이런저런 핑게로 오랜만에 포스팅한다는 뜻이다... ㅡ.ㅡ

 

오늘 하루종일 논문 읽는다고 집중했더니 눈이 빠질 것만 같아서

그동안 밀린 책들이랑 영화 좀 정리하고 넘어갈 생각....

 

#. 이응일 감독 [ 불청객] (2010)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후후후..... 나는 보았네... 그리고 들었네.

범 우주적인 아나키들의 기이한 저항과

안드로메다 너머까지 울려퍼지던 "울밑에선 봉선화"의 애달픈 선율을!!!

 

영화를 보면서 숨넘어가 돌아가실 뻔 했다네...

이 영화는 '하하하' 호방한 웃음은 나오지 않아... 다만 키득키득... 낄낄낄....

무려 '포인트맨'은 영어로 사회적 잉여들의 수명을 강탈해가려고 꼬드기고 협박하며

이 루저들은 마지막 투쟁을 결연하게 준비하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가방에 챙기고

대한민국 국회는 속절없이 블랙홀로 사라져간다. 

 

이 기괴하고도 발랄한 상상력이라니!!!!!!!!!

몇 명 안 되는 관객들 중에서도 유독 좋아라하는 내모습이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예고편에 보았던 복학생 영화 '진달래' 등장인물들에 비하면 나는 이 사회 초(!) 정상인!

(진달래는 유튜브에도 ~~ http://www.youtube.com/watch?v=HpSDJjZ-vYQ)

 

혹시나 이 영화가 다시 대중 앞에 걸릴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신촌 필름포럼에서 보길강추.... 예고편까지 맞춤형이니까!!!

 

#. 마이클 무어  [Capitalism, A Love Story]( 20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러브스토리라 이름붙은 막장 자본주의 스토리...

마이클 무어의 억지스럽고 과장된 접근방식 - 이를테면 월스트리트에 다짜고짜 찾아가

인터뷰하겠다고 우기고, 주변에 범죄현장 접근금지 띠 두르는 거 같은 -이

싫기는 하지만, 딱히 또 다른 방법도 찾기 힘든 걸 어쩌겠쓰... ㅡ.ㅡ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저나라 정말 저래도 되나 싶다가도

화면에서 웬지 "너나 잘 하세요" 이런 비아냥이 들리는 듯도...

그들은 최소한 자기네 땅 안에서 전쟁놀이한다고 난리치지는 않잖아... ㅜ.ㅜ

 

 

#. 제레미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문명의 붕괴
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2005

 

미국에 있을 때 보았던 페이퍼백 버전만 생각하고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완전 식겁했음.

하드커버에 무려 780여페이지....

이거 지하철에 '운반'하고 다니며 읽느라 너무 힘들었음.

나중에는 재미보다 기한 내에 읽어치우고 반납해야 한다는 정체모를 책임감에 읽은 책...

 

예전에, Human Ecology 시간에 부분 발췌본만 읽고 깜딱 놀랐더랬다.

이스터섬의 문명붕괴가 환경과 인간생태계의 훼손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이야기에,

이스터섬 거대석상이 외계인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에 우선 실망(?)했고

이리 되도록 도대체 그곳 사람들은 뭘 했을까 하는 의문!

 

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례로 언급된 문명붕괴의 사례들도

어쩌다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낳고,

다이아몬드 교수의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이 이걸 젤 궁금해했단다.
막바지를 향해 치달아가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그 꾸준한 파국으로의 질주를 간파해내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주변에 크고작은 버퍼들에 의해 완충되면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지라

나중에 거시적 평가를 통해서는 알 수 있을지라도 현재에서 눈치채기란 어려운 법...

 

그동안 간과된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문명사 기술이 흥미로우면서도

정치경제학적 힘들이 과소평가된 것 같아 매우 아쉬움

이를테면 르완다 투치-후투 족의 갈등에서 역사적/정치적 맥락보다는

생태적 경쟁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그린 것은 쫌.....

기업들도 자연보전이 결국 이윤획득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또한 동의하기 어려움.

신자유주의적 탈취의 백미가 전지구적 돌려막기인데, 즉, 여전히 빼먹을 곳간이 많은데

이런 거시적 관점에서 투자를 하라고 기업들에게 '충고'하는게 씨알이나 먹힐까...

 

책 자체도 흥미롭기는 했지만, 가장 큰 교훈이라면,

앞으로 도서관에서 지하철 출퇴근용 책을 빌릴 때에는

페이지 수를 꼭 확인해야한다는.....

 

#. 프레시안 [한국의 워킹푸어]

한국의 워킹푸어 - 무엇이 우리를 일할수록 가난하게 만드는가
한국의 워킹푸어 - 무엇이 우리를 일할수록 가난하게 만드는가
프레시안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2010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사례들을 모아놓음으로써 갖는 새로운 힘이 있다.

이런 책은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램과 갈레아노

'램'이라고 쓰니까 양고기 같아... ㅡ.ㅡ

 

원래 지난 주에 반납했어야 하는데, 쥐20 때문에 책단비 서비스 (지하철역 무인반납기)를 중단해서

반납 연기를 했더랬다. 평일 저녁에 그 산꼭대기 도서관까지 가서 직접 반납하기란 불가능... ㅡ.ㅡ

우리 동네서 쥐20 행사장까지는 천리길... 도대체 왜 책단비서비스까지 중단해야 하는 건지 원...

테러범이 정신이 있다면, 굳이 이 동네 와서 도서반납함에 폭탄 넣고 갈리는 만무한데 말여....

 

#1. 우주비행사 피륵스 (오멜라스)

우주비행사 피륵스
우주비행사 피륵스
스타니스와프 렘
오멜라스(웅진), 2009

 

아이쿠나 유쾌하고 심오하기도 하여라...

아시모프의 I, Robot과 비슷한 발전적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코믹하고 엉뚱한 상황들 속에서 말도 못할 엄청난 고민거리들을 던져준다.

기억이라는 것, 인식이라는 것, 인간이라는 것, 열망이라는 것...

이 모든 것이 다 무엇이란 말여....

어떻게 한 작가가 [솔라리스]와 [사이버리아드] 같은 극단적으로 다른 두 소설을 쓸 수 있나 했더니만,

그 사이에 피륵스가 있었어... 그랬어....

램의 다른 책들도 얼릉 번역해서 나오면 좋겠구먼.....

 

솔라리스 (반양장)
솔라리스 (반양장)
스타니스와프 렘
오멜라스(웅진), 2008
사이버리아드 (반양장)
사이버리아드 (반양장)
스타니스와프 렘
오멜라스(웅진), 2008

 

 

 

 

 

 

 

 

 

 

 

 

 

 

 

 

 

 

#2.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르네상스, 2004

기억해둘 구절이 참 많다...

  • 20년 혹은 30년 전만 하더라도 가난은 불의의 산물이었다. 좌파는 그것을 고발했고, 중도파는 인정했으며, 우파는 아주 드물게 부정했다. 세월은 너무도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지금 가난은 무능력에 대한 정당한 벌이다. 가난한 자에겐 연민이 일어나지만, 더 이상 가난이 의분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이건 알랭 드 보통이 나중에 '불안'에서 지적한 부분이기도 함)
  • ... 늘 그렇듯이 가난한 사람 대 가난한 사람들의 투쟁이다. 가난은 너무도 작은 담요라서, 각자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기에 바쁘다. (그래서, 사회적 자본 운운 하는 논의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다니엘 드루가 증명했듯이, 법은 거미줄과 같아서 파리 같은 작은 곤충은 잡지만, 커다란 짐승의 진로를 방해하지는 못한다. (탁월한 비유로세)
  • 요즘과 같은 민주주의 시대에는 국제적 전문 기술관료들이 원정군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 (이제 공여국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고 선언한 참이니, 한국의 기술관료들과 전문가들도 때로는 불타는 사명감에, 때로는 개념없음을 통해 가난한 나라 시민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일이 좀더 빈번해질 것이다.)
  • 소득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된다. (이토록 간명하게 요약할 수 있다니!!!)
  • (우루과이의 경우) 대학교수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1995년 중반, 신문에서 몬테비데오 심리학 대학이 낸 모집 공고를 본 적이 있다. 윤리학과 교수 한 명이 필요했는데, 100달러의 월급을 준다고 했다. 그 정도 돈으로 부패하지 않으려면 몸과 마음이 부서져라 윤리학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도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적 저투자는 부정부패와 질의 하락을 낳는다. 이것이 공교육을 망하게 하는 악순환의 지름길)
  •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그들은 나를 성인이라 부릅니다." 브라질의 주교 엘데르 카마라가 말했다. "그런데 왜 먹을 게 없냐고 물어보면, 날 빨갱이라고 해요"  (이 구절은 예전에 보스턴 빈민활동 차량에서 본 적이 있다. 원조가 여기였구나...)

갈레아노처럼 날카롭고, 그리고 재밌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참 좋겠구나...

그는 사회비평가이자 문학인 같아... ㅡ.ㅡ

가르시아 마르케스까지 언급하며, 이건 남미 글쓰기의 놀라운 전통이야 라고 이야기하면 지나친 단순화일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영화 메모

지난 추석 즈음부터 보았던 영화들 단상...

원래 어제 밤에 포스팅하다가 홀라당 날아가서 급 좌절했었음 ㅡ.ㅡ

 

#1. El Sistema (200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구석이 없지는 않았으나

   시종 엄마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했을 때 삶은 더 아름답다는 것과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아름답게 피어오른다는 것을 보여줌.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세상이 변화하지는 않지만

   그 한 사람으로부터

   요원의 들불처럼 꿈들이 전염되었을 때 세상은 변하기 시작!

 

   사실, 다시금 점증하는 폭력 때문에 상황이 그닥 좋지 않다는

   베네수엘라의 현실과 겹치면서,

   저것만으로 되겠느냐 하는 회의가 들면서도,

   그 속에서 저런 움직임이 얼마나 소중할까 하는 생각이 더 들더라....

  

 

귀가 저질이라 어떤 연주가 훌륭한 연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주자들 스스로가 저토록 즐거워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연주라면 듣는 사람도 무척이나 행복...

그리고, 미처 몰랐는데 두다멜 잘 생겼더라는 ㅋㅋ

 

근데 올해 서울 평화상 수상자가 엘 시스테마 창립자 호세 안토니오 박사라는 소식은 매우 뜬금없었음!!!

 

 

#2. 하얀 리본 (미카엘 하네케, 20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때아닌 공포 영화.... ㅜ.ㅜ

 

점증하는 미움과 미묘한(!) 폭력, 곧 터질것 같은 긴장 때문에 후덜덜...

나는 너무도 깍뜻한, 깡마른 백인 아이들의 모습에서

[몬스터]의 "요한"을 떠올렸고,

주먹도끼는

대담무쌍하게 선생님과 마주한 아이들이

돌연  "쳐키"로 돌변할까봐 전전긍긍..

 

전쟁은 어느 날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런 억압과 폭력, 미워하는 마음들이 쌓여 폭발한 것...

 

마치 치과 드릴 소리마냥 갈등이 '쌩으로' 충돌하고

서로 잡아먹히지 않으려 악다구니 쓰는 한국사회를 보면

일촉즉발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다....

 

영화는 정말 수작이고... 아쉬운 점이라기보다 분노를 자아낸 것은

겨울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흑백 영화에 흰색 자막.....심지어 영어도 아닌 독일어 영화였는데 말이지...

영화 보다가 관객들이 다 목을 빼고 이리저리 혹시나 자막 한자 더 볼 수 있을까 애쓰던 장면은 진지한 영화몰입을 방해하는 왕 걸림돌이었음.... 영화사는 각성해야 함!!!

 

 

#3. V for Vendetta (제임스 맥티그, 200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 개봉했을 때 그닥 평이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추석 연휴에 보니 상당히 짜임새 있는 영화...

  그래서 찾아보니 워쇼스키 남매(!)가 극본을 썼고,

   IMDB 평점도 8.1이나 된다.

  심지어 Sci-Fi 부문 랭킹 25위 (현재 1위는 인셉션!!!)

 

  요즘 한국의 상황과 겹쳐지면서 심하게 몰입할 수 있는 영화...

  한편으로는 밝고 맑은 프로퍼갠더,

  다른 한편으로는 극도의 공포를 조장하는

  한국의 TV 를 보고 있는 듯...

  YTN 뉴스를 아침 저녁으로 보는데, 광고들이 아주 가관이다.

  무슨 국정홍보채널도 아니고...

  저렇게 많은 공익 광고들은 머리털나고 처음인것 같다.

 

 

 

마지막에 생뚱맞은 로맨스가 옥의 티이기는 했으나,

알고도 속아주던 시민들에서, 가면을 쓰고 광장으로 나아가는 시민에서, 결국은 가면을 벗어던지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모습은 나름 뭉클...

 

배우 목소리가 낯익다 해서 찾아보니 휴고 위빙이다....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자,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왕... 심지어 [트랜스포머]에서 메가트론을 맡아주셨으니, 인간계와 요정계, 가상현실세계, 로봇계 두루두루 심하게 선악을 오가느라 바쁘시다. ㅋㅋ

 

어쨌든, 영화든 소설이든...

진공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실의 맥락에서 해석되고 반추될 때 뜻하지 아니한 의미를 (원작자가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찾게 되는 것 같다.

 

#4. 방가? 방가! (육상효, 201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좀 어설픈 듯하고, 코미디 특유의 과장된 상황이 있지만

마구 재밌게 본 영화...

 

정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표현을 쓸밖에....

 

정치적 현실을 외면한 채

상황을 너무 낭만적으로 그렸다는 비판도 있으나

나는 이런 접근이 오히려 좋아 보인다.

이주 노동자들의 소소한 일상이 있고,

그와 별로 다르지 않은 영세사업장 한국인 노동자들의 삶이 있고...

또 못된 마음과 착한 마음이 서로 싸우기도 하고,

심지어 그 못된 마음들이 가끔은 이해되기도 하고...

 

현실이 언제나 슬픈 것만도 아니고,

또 현실이 슬프다고 영화도 슬프게만 그려야 진실인건 아니다.

웃음을 통해 우리 주변을 진지하게 돌아보도록 만드는 것도 내공이다...

 

영화보고 나오면서

학생 때 필리핀 꽃미남으로 인정받던 한 후배의 근황이 잠깐 궁금해졌더랬다. ㅋㅋ

 

 

#5. 계몽영화 (박동훈, 20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음.........

  "과연 우리는 잘 살고 있습니까?"

  과연..... 과연......

 

  정말, 고민 던져주기로는 블록버스터 급...

  플롯과 연기, 심지어 카메라워크와 편집까지 '딱 맞는 ' 영화...

 

  한국사회 주류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그리고 그들을 지탱해온 힘,

  그들의 삶의 동력은 무엇인가를 보여줌

 

 

 

 

 

사실, 이 혼란의 시대,

 나부터, 내 가족부터 살고봐야겠다는 생존의 논리와

 주변부로 밀려나는 순간 나락이 기다리고 있다는

 위기와 공포감은  주류, 혹은 우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이해는 했지만,  그들도 나름 아픔이 있구나라며 연민이 들지는 않았고

그러한 모습들이 비단 우파 주류를 넘어 온 사회에 넘실댄다는 사실이 그저 무겁게 느껴질 뿐...

'너네들의' 이야기라고 쉽게 비웃어줄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비극...

 

이 영화는 공동체 상영도 한다니 많이들 보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나서 머리속이 한없이 복잡해지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또 책 이야기

이 블로그는 책읽기 기록으로만 쓰는 듯...

물론 사건사고나 쓸만한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지만,  목에 걸린 가시마냥 밀려있는 몇 가지 원고 때문에 맘편하게 글쓰기가 어렵다는 (아프지만) 소소한 진실... ㅡ.ㅡ

 

#1. 존 버거 [G]

G
G
존 버거
열화당, 2008

 

도서관에서 빌릴 때 이미 겉표지가 없어진 상태였는데, 아무런 장식없는 새빨간 표지에 엄청 크게 새겨진 G 라는 제목 때문에 들고 다니는 내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책이다. 누구는 이념적 색채가 농후한 불온 서적으로, 누구는 야릇한 상상력을 촉발하는 그야말로 '빨간 책'으로 오해를 하곤 했다.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라는 게 맞을 듯하다.

주인공 G가 경험하는 다종다양한 (로맨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즉자적이고 맥락없는 ㅡ.ㅡ) 성애의 경험담들이 주요 소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간에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도 될법한) 삽화까지 실려 있어, 지하철에서 읽다가 식겁하기도 했다.  뒤통수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기에 ㅋㅋ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떠올렸다.

 

마담 보바리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민음사, 2000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문학사상사, 2005

 

 

.

 

 

 

 

 

 

 

 

 

 

 

 

 

 

 

 

혼란의 시대, 지주와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가 충돌하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노동자 계급과 명시적 혹은 암묵적 피식민 주민이 봉기하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그 시기에, 점증하는 전쟁의 위기만큼이나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냉소적인 G의 삶은 참 어쩌나 싶다.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각 시기, 변화하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내부적 균열을 그대로 드러낸다.

가장 사회적인 것을, 가장 개인적인 것에서 찾고, 이 두가지를 그 누구보다 독특한 방식으로 연결지었던 존 버거의 이미 40년 전 소설이다. 놀라운 것은, 작가는 결코 분명한 결론과 해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연과 모험들은 그저 무관한 사건들처럼 흩뿌려져 있고, 이를 연결해서 마음 속에 지도를 그리고 뭔가 결론을 내리며 해석해야 하는 건 독자들의 몫이다.

한편으로는 지루할만큼 꼼꼼했던 플로베르의 사실주의적 작품을 연상시키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가득찬 마르케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과연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존 버거의 글쓰기 스타일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나는 버거 빠.... ㅡ.ㅡ

 

#2. 안영민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안영민
책으로여는세상, 2010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에서 활동하던 미니님이 작년 팔레스타인 체류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셨다.

심지어 미천한 소생에게 '증정'까지 해주셔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ㅋㅋ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네....

그곳의 사람들이라고 24시간 내내 투쟁만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모두가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반대하며 투사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남녀 차별도 있고, 부정부패도 있고, 친미적 정치집단도 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는 으례 밝은 면과 어두운 면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커져만 가는 '연민과 연대'의 마음, 소소한 삶의 고통과 불편으로 나타나는 엄청난 구조적 폭력의 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미화도 없고, 이상화도 없고, 그리고 '사람'이, '삶'이 거대한 담론에 묻혀버리지도 않고... 

 

하지만... 읽고 있자면, 어쩔 수 없는 답답함과 암울함.... 과연 이 문제는 어쩐단 말이냐... ㅜ.ㅜ

오늘날 지구촌의 엄청난 불공정을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팔레스타인'이 아닐까 싶다.

뭐 그래도 다른 희망을 품어볼 수도 있기는 하다.

일제 점령 하... 정말로 많은 사람들 (특히 부역자들)이 '해방'이 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단다. 2차 대전 당시 런던이 폭격당했을 때, 런던 시민들은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알았고, 다시는 살아 생전에 런던의 하늘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단다. 정말 그랬을 것 같다...

60년을 넘은 지배와 강제 점령의 역사이지만, 지구 역사 40억년에 비하면 찰나같은 순간.... (뭔 소리?)

 

근데, 어떤 변화가 저절로 올 리는 절대 만무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무심하게 몰랐거나 혹은 외면했던 '진실'을 대면할 수 있음 좋겠다.

요즘 부쩍 느끼는 건데, 무식도 가끔은 죄가 된다...

 

참, 책에 실린 사진 중에 홀딱 깨는게 하나 있었는디...

"America Don't worry - Israel is behind you"  가 프린트된 이스라엘 방문 기념 티셔츠...

첨에는 반 시오니즘 단체의 '풍자' 문구인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어... 너무 노골적이고 너무 솔직해!!!

이스라엘 지구 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나는 너무 유치한 인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