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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는 너무너무 밀려있고,
생각의 곳간이 바닥났다는 위기의식이 쌓여가고 있던 차에 이제는 밀린 숙제를 할 시간.
꺼내 쓸 재료가 소진되었으니 이제 다시 차곡차곡 모으고 다듬을 시간이로다.
오늘은 가볍게 픽션들부터...
오랜만에 독후감 쓰려니 이제 알라딘 API 죽었나... ㅡ.ㅡ
이건 대체 몇 년 전에 읽은 거야.. ㅡ.ㅡ
모두 흥미로웠지만 역시 뇌리 속 각인은 The Screwfly Solution..
근데 책 읽고 이걸 독후감이라고 남겨놓다니 ㅋㅋㅋ
"엄마야 나 무서워서 마지막 챕터를 한동안 열어보지 못함.
너무 서늘하고 살벌해서 한동안 후덜덜...
한 종을 말살하려면 저렇게 하면 되는거구나..."
하여간 화자의 긴박함과 공포가 너무 절절해서 지금도 그 '감정'만은 선명하게 기억이 날 정도.
현실에서 젠더폭력이 점증하는 순간마다 나는 이 작품, 그 감정들이 자동으로 떠올랐음.
저자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이토록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도 드물 거라 생각함.
근데 Alice Sheldon의 이력 자체가 정말 신비롭기 그지없음 ㅋ 그래픽 아티스트에서 2차대전 말기 공군 정보장교, 이후 CIA 정보장교, 퇴직하고 대학으로 돌아가 실험심리학 박사학위... 오랫동안 남성 필명으로 감쪽같이 동료 작가들과 팬들을 속이고 활동... 남성과 결혼은 두 번했지만 오픈리 레즈... 글에는 페미니즘의 향기가 물씬....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이었음
"내가 생각하기에 과학 소설이 하는 일, 또는 적어도 내가 이야기 속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오히려 희망과 공포로 가득한 지금 이순간의 현실에 확대경을 가져다 대는 것"
"내가 보기에 우리 인간이라는 종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도록 진화했다. 나는 법학 교육을 받고 변호사로 일해온 까닭에 사실과 숫자가 인간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을 이제껏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그것은 오로지 이야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테드 창에게서는 '중국계'라는 것을 그닥 인식하지 못했는데 켄 리우는 이것이 그의 정체성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것 같음. 서유기와 삼국지를 만들어낸 이야기의 나라 후손답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고 말할밖에 ㅋㅋ
사실 이 책에 등장한 싱귤래리티와 의식의 업로드 개념이 그닥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서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를 통해서 (이는 그야말로 배경이자 소재) 인간답다는 것, 인간의 본질, 뿌리박힌 혹은 뿌리뽑힌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함...
매듭묶기를 통해 3차원 단백질구조를 이야기한 것이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에서 인생의 헛헛함을 크게 느낌...
이건 비교적 최근에 읽은 켄 리우 작품.
점점 소프트 SF에 환상 요소가 커지기는 하지만 (그래서 약간 고개 갸우뚱이기는 한데) 매우 동시대적인 장점은 사라지지 않았음
특히 인상적인 테마는 "비잔티움 엠피시움"
분산형 직접 공여라는 것이 가만 생각해보면 각종 소셜 펀딩과 메커니즘이 같고,
또 빈곤, 재난포르노를 토한 공감의 격발이 단순 영상이나 사진이 아니라 생생한 가상현실이라는 딱 한발자국 정도의 차이...
"암호 화폐가 정부의 손에서 통화공급 통제권을 빼앗으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엠피시움은 전문 자선 단체에게서 세계인의 연민 공급 통제권을 빼앗은 것이 목표였다" 이거 이미 현실이 되버린 것만 같아서 대단히 혼란스러움....
에헤... 작품 안팎으로 이렇게 애틋해도 되는가!!!!
처음부터 3부작을 기획하고 쓴 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너무나 꼭 들어맞고 아름다워서 정말 한달음에 읽어버림.
프로포즈 같은 혼종 문화 극혐인데, 그것이 어떤 용도이든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선물로서의 소설이라니. 심지어 시도 아니고 소설!!!! 와 사치 중에 이런 사치가 있을까 싶음... 개부러움 ㅋㅋㅋ
지음(知音)이 이런 것이냐 ㅡ.ㅡ
비록 적진에 속해있지만 어느 순간 서로에게 매혹된 요원들의 시공간을 초월한 러브레터.
몹시도 아름다운 문장들, 그야말로 시공간 역사의 현장을 오가는 장대한 스케일, 그리고 창의적인 편지의 인코딩/디코딩이 빼어나기는 한데…. 나랑 스타일이 안 맞아 ㅠㅠ
이 감정의 고조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ㅋㅋㅋㅋ 왜 갑자기 서로에게 빠져든거야????
이런 기조.. 뭐랄까 SF 안의 서정 장르. 어쩌면 르귄의 [어둠속의왼손]도 그런 계보이고 중도 포기한 제미신의 책이나 나인폭스갬빗도… 안맞아… 나는 건조함이 좋아요.
아 근데 더 생각해보니, 서정 장르가 안 맞는 게 아니라 전근대 신비주의 내지는 낭만주의 문화와 SF 결합된 장르가 싫은 것 같네. 나는 그냥 바우하우스 이전 시대가 싫은가벼 ㅋㅋㅋㅋㅋ
처음부터 장편으로 기획된 것은 아니고 단편 모음인데 1940-50년대 쓰인 것임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진보적 시각이 아닐 수없음 ㅠㅠ 아메리칸 인디언 수탈의 역사와 흑인 노예제의 잔재... 그리고 폭력적 정복의 역사를 상당히 서늘하게 그려냄.
근데 문장이 너무 정동 지향 ㅋ 이게 이 작품의 장점이라는데 나랑 안 맞아 ㅠㅠ
아마도 이 소설이 그리는 미래 사회 2005년이 이미 지나간 과거라는 점과 화성의 물리적 환경, 화성인의 생물학적 속성에 대한 개연성이 너무 부족해서 지금은 아무리 픽션이라 한들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동한 게 아닐까...
게다가 나는 비극적 결말의 대하 서사시 Red Mars를 먼저 읽어버린 사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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