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을 나눠드립니다
꼬뮨 현장에서 2006/08/25 00:43오늘은 그간 내가 찾아 모아놓은 보물들을 공개하려고 한다. 아래 사진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내가 대추리에 들어와 살면서 틈틈이 대추리와 도두리의 빈집들을 돌아다니면서 거저 주어온 것들이다. 거저 얻었으니 거저 나눠주려고 한다. 그간 나는 자본주의를 폐절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이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소비를 하지 말자고, 아니면 최소로 소비하자고 혀가 닳도록 부추겨왔는데, 소비를 하지 않고도 이미 우리는 필요한 모든 것을 풍족하게 다 갖고 있음을 이렇게 보여주고 싶다. 누구든 대추리에 올수만 있다면 와서 그냥 가져가라.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 팽성 주민들의 촛불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촛불행사는 월요일-토요일은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하고, 일요일은 도두2리 마을회관 앞에서 한다. 시간은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이고, 약 1시간 정도 진행된다. 나에게 미리 연락을 하고 와서 촛불행사에 참여해 촛불을 높이 든 다음, 내가 나름 잘 닦아서 '철조망을 불판으로' 집에 고이 모셔둔 물건을 갖고 집으로 가면 된다. 단, 오기 전에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주기 바란다. 무슨 물건을 원하며 언제쯤 대추리에 와서 가져갈지 내가 알아야 하니까. 물건은 하나인데 원하는 사람은 한 명 이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편의상 선착순으로 하겠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출발 하루 전에 이메일을 보내달라. 그리고 온다고 한 날에 오지 않으면 다음날 자동적으로 물건은 다음 사람에게 가게 된다. 만약 경찰의 불법적인 검문을 뚫지 못해서 대추리 마을로 들어오지 못했다면, 그 물건은 일주일간 다른 사람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보관해두겠다. 경찰들은 언제나 자의적으로 길을 막고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니까 아무리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오지 못하는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의 시도는 참 가상하기에 일주일의 여유를 주는 것이다. 이메일은 dopehead 골뱅이 jinbo . net 으로 보내면 된다. 아, 대추리나 도두리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너무 유리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이건 불공평한 보물 분배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대추리와 도두리에 들어와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애정에 비한다면 이따위 조그만 선물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것이다.
먼저 삼각대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나씩은 있어야 하는 물건이다. 대추리의 빈집에서 처음 이 삼각대를 발견하고서는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꼭 필요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길이도 맘대로 늘어나고 고정도 단단히 된다. 각도 조절도 용이하다. 이 삼각대는 아쉽지만 당분간은 내가 쓰도록 하고, 다음 보물을 보자. 목걸이다. 가까이서 보면 열라 멋지다. 소라인지 고둥인지 달려 있고, 원초적인 느낌이 난다. 소리는 나지 않는다. 다음은 6단 오디오 콤포넌트와 내 키만한 스피커다. 저멀리 황새울 들녘이 보이는 파란방에 이 오디오를 설치했다. 나 혼자서는 너무 무거워서 지킴이들이 도와주었다. 소리? 두말하면 잔소리다. 와서 직접 들어보시라. 그런데 이 오디오는 그냥 마을에 남겨두어야 할 것 같다. 그 다음으로 삼성 17인치 CRT 모니터다. 컴퓨터 본체와 연결해서 쓰면 된다. 요즘 유행하는 LCD도 아니고, 게다가 완전평면도 아니다. 그래도 필요한 사람이 있으리라. 나도 전에 쓰던 모니터가 화면이 흐려지고 치지직 하면서 망가져서 길거리 다니면서 이것과 거의 같은 것을 줏어서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으니까. 이번엔 변압기를 소개한다. 사진으로 보면 낚아보이지만 성능은 이상이 없는 것 같다. 일단 불은 들어오니까. 그런데 주변에 110V를 사용하는 전기제품이 없어서 실제로 테스트해보지는 못했다. 집에 전기는 220V인데, 110V를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있다면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변압기다. 크기는 작아도 무게는 꽤 무겁다. 다음으로 미술가 지망생이나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보물들이다. 바로 팔레트와 24색짜리 포스터 그림물감 세트, 두두둥!! 사진을 직접 보면 알 수 있지만 붓도 몇 자루 서비스로 나간다. 다양한 색깔로 회색빛 마음을 상큼하게 칠해보도록~ 다음으로 귀여운 탁상시계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디자인이 모던한 것이 장점이다. 우주선에 떡 하니 올려놓아도 어울릴 것 같다. 건전지가 없어서 테스트는 해보지 못했지만 알람 기능도 있고, 잘 작동할 것만 같은 예감이 팍팍 든다. 특히 아침에 휴대전화 알람 기능 맞춰놓고도 못일어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보물! 다음은 옥스포드 한영사전이다. 헌책이 아니라 새책이다. 종이가 새하얗다. 이거이거 표백한 것이겠지만 하여튼 손때가 묻지 않은 한영사전이고, 들고다니기에도 편하다. 1998년 발행되었고, 가격은 11,000원이라고 적혀 있다. 사전집도 있다. 거기에 넣어서 다니면 사전이 상하거나 구겨질 염려는 없다고 본다. 카셋트 테잎도 많다. 가요가 대부분인데, 이정현 코요테 SES 박지윤 유승준 등등이 있다. 와서 듣도 싶은 것이 있으면 들어도 좋고 가져가도 좋다. 가방도 몇 개 있다. 아래에 있는 것은 물물교환 장터인가를 통해서 그냥 얻은 것이다. 빨간색 베네통 가방이다. 등에 메고 다니는 베낭 필요한 사람은 여기와서 가져가라. 색깔도 곱고, 튼튼하다. 휴대용 라디오도 있다. AM과 FM이 나온다. 이어폰이 없어도 외부 스피커가 달려 있고, 소리도 제법 크게 나온다. 이것은 내가 대추리에 처음 들어와서 전기도 없이 살던 시절에 외부소식이 궁금해서 라디오나 구해볼까 하고 빈집을 돌아다니다 구한 것이다. 한동안 이 라디오를 들으며 긴긴 밤을 보냈다. 건전지는 내가 새것으로 끼어 놓았으니 앞으로 당분간 건전지 바꿀 일은 없을 것이다. 허리춤에 찰 수 있도록 끼우는 고리도 있다. 피리도 있다. 두 부분이 분리가 되는 형태로, 3단으로 나눠진다. 옛날엔 이렇게 분리가 되는 피리를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그냥 눈물을 머금고 값이 더 싼 일자형 피리를 불기도 했었다. 피리가 분리가 되면 속에 들어가는 침을 청소하는데 편리하다. 배가 나온 분이나 운동을 하려고 마음 먹은 사람은 이번 보물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광고로 많이 나왔던 애브슬라이드다. 그런데 이거 단점이 많다. 먼저 이거 하면서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본인이 직접 알아서 판단하기 바란다. 하여간 정품이다. 무릎에 대는 뭐시기는 없고, 그냥 본체만 있다. 단점 또 한 가지는 잘못하다가 턱이 깨질 수도 있다는 거다. 뭐, 그래도 공짜니까. 집전화기 없는 사람이 여기 와서 이거 꼭 가져가기 바란다. 거의 새것과 다름 없는 전화기다. 사무실에서 쓰기에도 편하다. 모양도 이쁘고 색깔도 미려하다. 피자매연대 사무실에 있는 전화기가 너무 낡았는데, 이걸 가져다 써볼까?? 등산용 베낭도 있다. 이건 한 45리터 정도 들어간다. 봄, 여름, 가을에 2박3일 정도 산행할 때 알맞은 크기다. 시계가 또 있다. 이것은 벽에 걸어둘 수 있는 시계다. 이것은 내가 테스트를 끝낸 시계다. 아무런 고장 없이 잘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정확히 맞는다. 내가 며칠간 써봐서 안다. 단순하고, 무난하다. 어떤 젊은 여성이 떠나고 버려진 방에서 가져온 시계 같다. 등산용 대형 베낭이다. 이것은 아마도 크기가 60리터짜리인 듯 싶다. 겨울에 비박을 할 때도 매트와 침낭과 버너와 그밖에 옷가지와 부식거리 등을 모두 채워넣어도 넉넉할 정도로 큰 베낭이다. 디자인은 전형적인 등산 베낭 스타일이다. 상표는 쟈칼이다. 매니큐어들도 구했다. 형형색색의 이놈들을 내 열 손가락과 발가락에 모두 가지각색으로 칠해버리고 싶었으나 지우개가 없어서 칠하지 못하고 있다. 필요한 사람들은 와서 맘대로 손톱이나 발톱에 칠해도 좋다. 지우는 액체를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는 덤으로 보물 하나를 더 줄 생각이다. 많이들 오삼!! 휴, 이제 마지막이다. 씨디 40장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이다. 씨디 껍데기는 없고 알맹이만 있을 경우 이것이 하나 있으면 쉽게 보관할 수 있고, 씨디에 흡집도 생기지 않는다. 원하는 씨디를 골라서 쉽게 쏙 빼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