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친구에게 - 조약골

희망을 노래하라 2016/03/07 22:30

 

활동가 친구에게 https://youtu.be/3WFfZeG9SlE

글/ 이밝은진
곡/ 조약골

 

내가 존경하는 활동가 친구
넌 언제나처럼 잠에서 덜 깬 피로한 목소리로 
여전히 바쁘다고 전화 못해 미안하다고 인사했어 
얼굴 한 번 보여줄 여유조차 없는 네가 밉기도 하지만
어제밤 썼다는 네 성명서 한 장에는 가난한 이들의 분노가 한 자도 어김없이 들어 있었어
언젠가 넌 함께 걷던 동료가 세상을 향해 돌아서 갈 때 제일 슬프다고 했지
거리에서 매 맞아 죽은 농민의 죽음이 제 아비의 죽음인 양 너는 펑펑 울었고
네 가난과 모진 일거리에 부대끼는 네 육체는 언제나 뒷전이었어

 

예전의 동지들이 소주 맥주 안주에 지금의 운동이 어쩌니 들먹거려도 
그 무례함에 화내지 않고 민중을 대하듯 조곤조곤 말해주었지 
그런데 돌아서는 네 뒷모습은 참 쓸쓸하더라

 

남들은 그 나이에 다 가진 아파트 분양권도 없으면서 
변호사, 교수, 의사, 박사 전문직 명함도 없으면서 
여전히 잠 못 자고 시국 제안서를 쓰는 소주를 좋아하는 활동가 친구

 

세월이 산만큼 흘러도 그래도 그래도 여전히 
네가 초라하기를 네가 가난하기를 
네가 명망가가 되지 않기를 
그래서 늘 한 곳에서 꼿꼿하고 명예롭게 늙어가기를 
그래서 내 활동가 친구 
조금만 몸과 마음을 잘 돌봐주길 바래 
조금만 더 행복에 충실하길 바래

 

내가 존경하는 활동가 친구 
내가 좋아하는 활동가 친구

 

-2015년 12월 30일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카페 난장이공 공연 실황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2016/03/07 22:30 2016/03/07 22:30
tags :
Trackback 0 : Comment 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dopehead/trackback/1172

Write a comment

◀ PREV : [1]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 [1159]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