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저는 안티삼성인데요?'

평화가 무엇이냐 2005/10/31 00:55
다들 푹 쉬었나요?
전 오랜만에 단잠을 잤어요.
제가 비록 직접 한 일은 별로 많이 없지만 속으로는 걱정도 많이 했고, 또 이 행사를 많이 알려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과 공연도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것들 때문에 그동안 잠을 편히 못잤던 것 같네요.
하지만 막상 문화제 당일에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렇게 즐겨도 되나?'는 싶을 정도로 저는 즐겁게 놀았답니다.
개인들이 가진 미약한 힘을 이렇게 모으니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큰 힘이 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김성환 위원장 부인께서 무대에 올라와서 말씀하실 때는 저도 거의 눈물이 날 정도로 분하고, 슬펐어요.
삼성을 반대하는 힘이 좀더 컸더라도 대법원이 감히 그런 식의 '사법살인'을 또다시 저지르지는 못했을텐데, 라고 생각하니 미안해졌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앞으로 보다 힘차게 삼성반대 운동을 벌여나가야겠어요.
 
여러분들은 이번 문화제 준비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나요?
 
저는 당일에 마로니에 공원에서 공원관리사무소 측과 갈등을 빚었을 때가 생각나요.
정말 웃긴 일이 하나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관리소장이 '공원관리법 어쩌구에 의해서 종로구청장이 허락한 바 없으니 이 집회를 열 수 없다'고 하면서 강경하게 버텼잖아요.
물론 우리들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강행하겠다고 해서 그 관리소장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는데, 저는 이대로 이 문제가 해결이 나지 않고 대치 상태가 계속되면 찜찜해서 마음 편하게 행사를 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관리소장을 대화로 설득해보자고 마음 먹고 관리사무소로 올라갔어요.
그 소장은 '삼성 바로보기' 문화제라고 하니까 아마 삼성 측에서 주최하는 삼성 알리기 행사라고 착각한 모양이에요.
저를 보면서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한 공무원이라고 하는 그 소장이 막 삼성 욕을 해대는 것이에요.
 
'아니, 일류 기업이면 일류 기업이지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나올 수 있는 것이냐'
'삼성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니까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는 것이다'
'공무원에게까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니 누가 삼성을 좋아하겠느냐'
 
고 나를 삼성의 하급 직원쯤으로 생각한 모양인지 막 쏘아붙이는 것이지 뭡니까.
저는 한참을 듣고 있다가
 
'아저씨, 저는 안티삼성인데요?'
했어요.
그리고는 국민들 위에 군림해온 권위적인 삼성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 문화제를 준비한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드렸죠.
안티삼성 문화제를 반드시 열어야 하는 이유를 다른 사람도 아닌 3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한 사람의 입으로부터 직접 들으니 참 재미있었어요.
덧붙여서 삼성의 일류 이데올로기가 참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힘들게 만들어왔구나 새삼 느꼈고, 공무원까지도 삼성에 대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면 삼성공화국은 무너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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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31 00:55 2005/10/3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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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3 : Comments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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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2005/10/31 21:44 DELETE

    Subject: 가지 못했다, 안티삼성 축제

    돕헤드님의 ['아저씨, 저는 안티삼성인데요?'] 에 관련된 글. 아펙은 반드시 간다!
  2. Tracked from 유봉근의 귀농과 마케팅 그리고 함께 사는 이야기 2011/03/23 21:47 DELETE

    Subject: 아이폰, 삼성을 생각한다 그리고 안티삼성

    나는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갖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네이버나 다음을 시작페이지로 쓰지 않고 'blank'나 구글을 이용하고 있으며 익스플로러의 여러가지 문제점들 때문에 파이어폭스를 사용하고 있다. 나아가 전통시장을 고사시키는 할인마트를 되도록이면 이용하지 않고, TV를 집에서 없앴다. 그러니 당연히 재벌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는데 그것은 '삼성'이(었)다.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은 반도체와 휴대폰을 포함한 전자분야..
  3. Tracked from 유봉근의 귀농과 마케팅 그리고 함께 사는 이야기 2011/03/23 21:47 DELETE

    Subject: 안티삼성,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와 삼성불매

    블로그를 시작한 건 꽤 되었지만 글다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논리적이고 때로는 재기 넘치는 파워블로거들을 보게 되면, 어줍잖은 실력인 나는 글쓰기가 망설여지기도 한다. 내 주장을 편다는 것이 확실한 근거를 가져야 하고, 누군가의 질문과 반대의견에 명징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려고 하는 '안티삼성'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특히 '안티'라는 단어가 주는 무의식적인 반감은 대부분의사람들을 고개 돌리게 만든다...
  1. 매닉 2005/10/31 10:23 Modify/Delete Reply

    으하하하 재밌네.
    난 그날 대안무역 판매가 끝나고 물건들을 피자매 사무실에 가져다 놓느라 택시를 탔거든. 근데 운전사 아저씨가 '삼성은 울 나라에 없어서는 안되는 기업이고, 많은 사람들이 삼성때문에 먹고 산다, 나쁜 건 정치가들이다'라고 삼성편을 들며 설교를 해대는 것이야.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서 "아저씨 좀 조용히 평화롭게 가고 싶어요" 라고 쏘아붙였지. 좀 독하게.

  2. 젤소미나 2005/10/31 10:27 Modify/Delete Reply

    가끔 훔쳐보는 NeoScrum님 블러그에서 타고 들어왔어요..
    잘쉬셨죠? 앗..저는 허선희입니다..진짜 즐기고 있던 돕헤드님의 어깨춤...다른 사람도 즐겁게 해줬어요~~

  3. 돕헤드 2005/10/31 11:46 Modify/Delete Reply

    젤소미나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자주 만나요.

  4. 빠쳄웃다 2005/11/01 16:38 Modify/Delete Reply

    그날 나도 택시타고 내려가는데, 아저씨가 무슨 행사했냐고 묻길래,조근조근 설명했더니,"삼성은 왕국이야.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나쁜 기업이야" 하면서 "아유, 밤 늦게까지 고생많네요. 정말 장한 일 하네요~" 하시더라구요. 그 말에 피곤이 조금 풀렸어요.

  5. 2005/11/01 21:00 Modify/Delete Reply

    푸하하하하! 그런 자초지종이 있었구나!
    목까지 쉬고 돕 정말 그 날 수고 많았겠네~

  6. 돕헤드 2005/11/02 23:17 Modify/Delete Reply

    빠쳄웃다, 역시 조근조근 설명하는 것이 먹힌다니까요! 곤, 우리야 뭐 항상 수고하잖아.

  7. 정의교포 2009/08/16 09:44 Modify/Delete Reply

    삼성 소유가의 부도덕적이며 탐욕적인 행태에 대한 응징이 소비자 불매 운동등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이미 삼성공화국이 되어버린 한국내에서 보다는 그 움직임을 전 세계로 파급시켜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미 알파벳 사용 선진국에서 구글 만큼이나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매개체인 facebook을 통해 안티삼성 운동을 일으키는 것이 되겠습니다.
    흔히 "남미의 원시림 채벌 반대" 또는 "동물 학대 반대"등의 움직임이 빠른 시간안에 기하급수적으로 파급되지만 실제의 응징 행동은 한 사람의 이름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구체적 브랜드인 "삼성"이 언급되면 그 것은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쉬운 표현으로 전화기나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일단 삼성은 맘속에서 혐오제품으로 제쳐둘테니까요. 특히 삼성반도체에서 발병한 숱한 백혈병 직원들을 무시하고 협박하여 입막음하려 비인간적인 행태등에 대해선 facebook 가입자들의 정서상 매우 민감한 앨러지 반응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합니다.
    삼성의 만행에 관한 정돈된 자료가 (물론 영문으로) facebook에 정리되면 북미,서유럽,오세아니아 쪽으로 그 자료를 전파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Facebook 사용자 한 사람이 그에 호응을 하면 몇 주 안에 수백만명에게 파급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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