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희망의 터전꼬뮨 현장에서 2006/07/26 18:03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그래서 기분이 마치 일요일 같다.
게다가 '철조망을 불판으로' 친구들도 오늘 몇몇이 대추리에 왔다.
오늘밤은 혼자 자지 않아도 되겠네.
전기가 없는 곳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밤이면 촛불을 다섯 개를 켜놓는다.
그래도 어두워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기는 힘들다.
눈이 나빠질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어두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는 기타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밤이라 주변 사람들은 다 자는 것 같고, 헬리콥터와 전투기 날아다니는 소리만 요란한데, 문득 악상이 떠올랐다.
기타를 치면서 가사를 썼다.
아랫집에 있었더라면 아마 바로 녹음을 해서 파일을 올렸을 것이다.
전기가 없는 어두운 곳에서 노래를 하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다.
오늘은 전기 수리를 했다.
전기선을 끌어와서 드디어 '옆집'에 형광등 불을 켜는데 성공했다.
대여섯 시간을 쉬지 않고 작업한 결과다.
원래는 전기 스탠드도 필요했고, 멀티탭도 필요했고, 돼지코도 필요했고, 전기연결선도 필요했고, 꽂이도 필요했고, 이밖에 잡다한 전기용품들이 모두 필요했는데, 이런 것들을 모두 대추리 빈집들을 돌아다니면서 구했다.
신기하게도 필요한 것들이, 절실히 뒤지면, 숨어 있다가 고개를 내밀듯 내 눈에 보인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모아서 드디어 날이 차츰 저무는 지금 불을 켜고, 라디오를 들어보려 한다.
경이롭다.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흙에서 봄이 되고 날이 풀리면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올라오듯, 당장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빈집, 쓰레기들로 가득 찬 빈집에 실은 내가 필요한 소품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고 생각을 하면, 경이롭다.
이 집들이 부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
빈집은 나의 터전이고, 희망의 싹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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