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킴이가 된 이유
꼬뮨 현장에서 2006/08/15 08:15외롭고 고달픈 것이 삶입니다. 생명이 붙은 것이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겠지요.
과부 사정은 과부가 제일 잘 안다고 하지요. 홀아비 사정은 홀아비가 제일 잘 알고요. 대추리, 도두2리 주민들의 사정을 잘 알고 함께 싸우기 위해 저도 이 마을에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이 마을을 지켜야 평화가 오니까요.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니까요. 농사를 지어 온누리 사람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땅을 군대에게 빼앗긴다는 것이야말로 인류 최대의 비극이 될테니까요.
이곳은 사람들이 사는 땅이고, 작물들이 자라나는 땅입니다. 새들이 모이를 쪼아먹는 땅이고요, 애벌레가 풀잎을 갉아먹는 땅입니다. 이 흙에 씨앗이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새싹이 올라와 햇빛을 받고 자라면 열매가 열립니다. 인간은 그것을 먹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모두가 이것을 나누어 먹습니다. 이 오래된 순환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구조입니다. 단순하지만 그래서 영원할 것입니다. 이 땅에 미사일이 들어서고 전투기가 내려앉으려고 합니다. 모든 생명이 숨을 죽이고 이 살육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파괴의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지뢰와 열화우라늄 폭탄과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는 우리들이 없애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그 출발은 바로 이곳입니다. 황새울을 지키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전쟁을 없애나가겠습니다.
전쟁을 일으켜온 자들,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자들, 침략하고 살육한 자들에게 똑똑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당신들의 야만의 역사는 이제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음을 말입니다. 극악무도한 당신들의 폭력을 우리는 몸이 부서지고 피를 흘리면서도 잠재울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세계 최강의 군대도 막지 못하는 생명의 흐름이라는 것을 믿으며, 오늘도 외롭고 고달픈 삶을 마무리하고 고단한 몸을 누입니다.
당신들의 전투기 굉음으로 시달려온 세월을 영원히 끝내겠다는 결의를 하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져 잠을 잘 수 있습니다. 내일은 당신들의 철조망을 걷어치우려고 합니다. 분노한 생명들의 아우성이 우리의 힘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전쟁의 숨통은 이제 곧 끊어집니다. 군대는 사라지고 맙니다. 생명과 평화의 힘으로 말입니다. 바로 우리의 힘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