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에 오세요꼬뮨 현장에서 2006/07/29 23:17 대추리에 있으면 텔레비전도 안보고, 뉴스도 듣지 않게 된다.
인터넷도 잘 하지 않게 되고,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게 않게 된다.
이것이 좋은 것일 수도 있고,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여기에 있으면 서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별로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세상의 온갖 복잡한 일들은 모두 서울에서 벌어지니까 이곳에서의 삶은 참 조용하다.
끼니 때마다 손수 밥을 챙겨 먹고, 마을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책상에 앉아 손에 볼펜을 쥐고 노트에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한다.
오랜만에 컴퓨터 없이 글을 쓰려니까 처음엔 좀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이젠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손글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군인들이 지랄을 해놓은 황새울 들판에 물이 차올랐다.
둑이 무너지고, 홍수 피해가 난다고 평소에 바글거리던 군인과 경찰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다들 먼저 대피했다.
지들 살겠다고 마을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다는 듯 그들은 먼 곳으로 숨어버렸다.
군인들과 전경들이 잠시 떠나 비게 된 철조망 안에 물이 차오르면서 저들의 막사와 화장실이 물에 둥둥 떠내려갔다.
철조망도 일부 유실되었다고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비가 더 내려서 이참에 철조망이랑 군사시설 같은 것들이 모두 쓸려내려 가기를 내심 바래기도 했다.
하지만 안성천이 범람하면서 이미 황새울 들녘은 침수가 되었고, 비가 까딱이라도 조금만 더 왔더라면 도두2리 마을까지도 큰 침수피해를 입었을지 모른다.
다행이라고 해두자.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자동차를 위한 도로를 내면서 산을 마구잡이로 깎아버리고 터널을 뚫은 결과 곳곳에서 산이 무너지고, 토사가 무너져내려 많은 피해가 났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은 결코 스스로 무너져내리지는 않는다.
황새울 역시 한국 군인들이 미군기지 확장시키기 위해 주둔하면서 아무 곳이나 마구 파내고, 막아버리고 해서 이렇게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자연스런 물길을 막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면 침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새만금도 마찬가지다.
물이 나가는 곳을 방조제로 막아버리니 강물이 제대로 흐를 수가 없다.
홍수피해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가난한 농민과 어민들이 그 피해를 다 뒤집어 쓴다는 것 역시 뻔한 이치 아닌가.
두 번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상식을 왜 자본가들과 권력자들은 모르는 것일까.
이윤에 눈이 어두워져서 일까.
아니면 외면하는 것일까.
내일은 이곳 지킴이들이 정성껏 삼계탕을 만들어서 주민들과 함께 먹는 날이다.
채식을 하는 나로서는 그 준비과정부터 심히 괴롭긴 하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하려고 한다.
저녁 6시까지 도두2리로 오면 된다.
8월 1일 화요일은 팽성 주민들이 촛불행사를 시작한지 700일 되는 날이다.
역시 큰 잔치를 한다.
대추리에 꼭 와라.
700일 동안 편히 쉬지도 못하면서 싸워야 하는 이 현실을 함께 바꾸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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