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i님의
[아프긴 하지만.] 에 관련된 글.
나도 대추리에 들어와서 투쟁하는 이야기나, 슬픈 이야기나, 보고 있으면 괜히 눈물이 핑 도는 노을 이야기(요즘 대추리에서 보는 노을이 장난이 아니게 아름다워서 자꾸 눈물샘을 자극한다) 말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노래하고 써봐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오늘은 보물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보물섬은 어디에나 있다.
물건이란 관점에 따라 보물이 될 수도 있고, 퇴물이 될 수 있는 법이다.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어떤 사람에게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되는 경우는 흔히 일어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물물교환 경제의 핵심 아니던가.
실제로 캐나다의 카일 맥다널드라는 젊은이는 인터넷의 잘 갖춰진 상호소통망과 물물교환의 원리를 이용해 빨란색 종이 클립 하나로 그보다 더 나은 것들로 교환을 계속 해나간지 1년 만에 대저택을 교환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나에게 보물이란 '돈을 주고 사야만 하는 것들인데 그냥 공짜로 주운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보물들은 대추리, 도두리 빈집에 널려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대추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름나기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물건들이 있다고 하여 며칠 전 나는 4반뜸으로 빈집쇼핑을 나갔다.
숟가락, 젓가락, 양동이, 소쿠리, 선풍기, 대걸레, 냄비, 얼음 얼리는 것, 빗자루와 쓰레받이, 소주잔, 파리채 등등 필요한 물건들 목록이 이어졌다.
평소 점찍어 둔 집들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이것들을 거의 대부분 수거할 수 있었다.
보물들이 많았다.
게다가 어느 집 대문에는 포도넝쿨이 자라고 있었다.
의자를 딛고 올라가 포도도 몇 송이 수확해 평화전망대를 세우고 있는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빈집들은 이미 고물상과 다른 사람들이 훑고 지나간 터라 잡동사니는 많이 있지만 내가 필요한 것들이 그리 많이 남아 있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날 빈집에서 주어온 선풍기를 고쳐서 솔부엉이 도서관에 기증하고 난 뒤에 난 빈집쇼핑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리고 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도서관 진관장에게 역설하였다.
그후 마을 주민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진관장은 그 주민에게 빈집 이야기도 했나보다.
얼마 후 달려온 진관장이 '아직 털리지 않고 문이 잘 닫혀 있는 빈집이 대추리에 남아있다!'고 했다.
놀랍게도 그집은 보물섬이었다.
정수기, 하이파이 오디오, 텔레비전을 비롯해 가전제품들과 부엌용품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그 집이 알려지면 당장 '도굴꾼'들이 몰아닥칠 판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어떤 집이 비었으며, 문이 굳게 잠겨 있지만 쪽문이 어디에 나 있어서 그런 보물섬 같은 빈집에 들어갈 수 있는지 등의 '고급정보'를 갖고 계셨다.
난 마을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모든 빈집을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아직 구석구석 다녀야 할 곳이 많고, 찾아내야 할 보물들이 아직도 먼지 속에 잠겨 있다.
이렇게 찾아낸 것들을 모두 모아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한다.
대추리에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주어온 물건을 그냥 가져가도 괜찮을 것이다.
조만간 사진과 함께 내가 빈집에서 가져온 물건들 목록을 올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