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울을 지키는 투쟁의 허수아비
꼬뮨 현장에서 2006/09/07 01:24매일 들판에 나가 벼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파릇파릇한 이삭이 허리를 쭉 펴고 곧게 올라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샛노래지면서 점점 허리가 휘고 있다.
그렇게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황새울 들녘에 오늘은 투쟁의 허수아비들이 들어섰다.
'노동해방' '단결투쟁' 같은 구호들이 적혀 있는 조끼를 입고, 작업모를 눌러쓴 노동자 허수아비들이다.
먼저 삽을 들고 땅을 판다.
그리고나서 미리 만들어놓은 허수아비를 구덩이에 넣고 땅을 잘 다진다.
이렇게 세워진 투쟁의 허수아비들은 한 두 명이 아니다.
강한 바람에도 투쟁의 허수아비가 넘어지지 않도록 지지대로 받쳐준다.
도두2리와 대추리를 잇는 길목에 들어선 허수아비들은 새를 쫓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군인과 경찰을 쫓아내기 위한 것이다.
푸르른 가을 하늘 아래 울긋불긋한 투쟁조끼를 입은 허수아비들.
추수가 얼마 남지 않은 황새울 들녘에 바람이 불고 지나갈 때마다 반갑다고 고개를 흔드는 벼들 너머로 한국군대가 쳐놓은 철조망이 보이고, 그 안에 저렇게 흉물스러운 초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주민들의 가옥과 벼들밖에 없는 이곳에 무작정 쳐들어와 농사를 망쳐놓고, 이제는 평화까지 빼앗아가려고 하는 한국군대와 그들의 큰형 미국군대에게 투쟁의 허수아비들은 참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이것은 삶의 벼랑 끝까지 내몰린 노동자, 농민들이 권력자, 자본가들에게 내뱉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분노한 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농민과 노동자의 연대는 황새울 들녘에서 자연스럽다.
노동해방과 단결투쟁의 허수아비가 황새울 들녘에 굳게 서 있기에
평택은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평택을 지키는 것은 희망을 지키는 일이다.
평택이 승리하는 것은 평화가 승리하는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황새울은 그렇게 살아남을 것이다.
전쟁준비에 여념이 없는 저 비행기가 허수아비 위로 도망치듯 날아간다. 사라져야 할 것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