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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 부름, 부탁... 뭐 이런 거

 

어제 오후 늦게 레디앙을 방문했다. 그저께 민주노동당 언론담당 정책연구원이랑 잠시 담소를 나누었는데, 내게 레디앙 소식을 물었다. 내가 19만원짜리 주주라고 떠들고 다녔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나도 조만간 사이트를 오픈한다는 소식만 들었지 어찌 돌아가는지 아는 게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디앙이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문득 정말로 레디앙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어차피 여의도에 갈 일도 있고 해서 어제 오후 레디앙에 먼저 들렀다.

 

19만원짜리 소액주주 주제에 간섭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몇 마디 거들게 되었다. 오픈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주주들에게 전화든, 메일이든, 문자든 보내심이 어떨지. 언론담당 정책연구원의 의견이었는데 내가 전했다. 레디앙 편집국장 이광호 아찌는 주주 메일링리스트를 만들어서 뉴스레터도 보내려고 하는데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한다. 레디앙은 나름대로 오래 준비한 인터넷 매체이긴 하지만 예상보다 어려움이 많고 그래서 준비도 기대보다 화려하지 못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야스피스는 내게 편집기자 할 생각 없냐고 물었다. 난 그게 뭐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광호 아찌도 이런저런 일을 해 줄 수 없겠냐고 했다. 언론사에서, 그 근처에서도 일해본 적이 없어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나 스스로도 가늠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내 주변 정리하던 거 마저 하고 4월에 와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얘기해보자고만 했다.

 

 

며칠 전 강동에서 구의원 출마하는 황씨가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했다. 내가 강동에서 도와준 거 소문나면 서대문에서 죽는다고 했다. 그 전화 받기 전에는 거제에서 전화가 왔었다. 지역위 사이트 만들어야 하는데 도와달란다. 난 그런 일 해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할 수도 없고 지금은 인맥도 다 떨어져서 소개시켜 줄 사람도 없다고 했다. 내 사직 소식을 듣고서 한 지역 활동가가 지방선거 정책 만드는 거 도와달라고 했었다. 난 그때 상태가 무지 좋지 못한 상황이라서 도저히 도와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요전에 봉포항 만나러 속초갔을 때, 농담이었지만 놀면서 쉬면서 그 동네 선거나 같이 해 보는 건 어떠냐는 얘기도 들었다. 서대문에서는 내가 선거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다.

 

주변에서 손짓을 한다. 함께 일해보자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주로 선거철이라 선거일이기는 하지만 레디앙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아주 잠깐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실장과 사무국장과 얘기한 적도 있었는데 연구소에 필요한 몇 가지 일을 같이 해보는 것도 어떻겠냐는 제안도 받았다.

 

 

그들에게는 내가 필요하기도 하겠고, 할 일 없는 나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나로서는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러한 제안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난 오래오래 쉬고 싶지만 내가 다 쉴 때까지 이러한 제안들이 유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제안이 재미없거나 무의미하거나 그다지 흥미롭지 못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몽창 다 깨끗하게 거절하는 것도 왠지 아쉽다.

 

만나는 사람들마다의 제안에 솔깃하는 건 내 귀가 얇은 탓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 모든 게 다 기회인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가 정작 하고 싶어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깨닫는 것 같다. 그 깨달음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차분히 있어야 거절할 것은 거절하고 깊숙히 개입할 일에는 열정을 쏟게 될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지혜로운 판단을 하지 못해 기대에서는 무척 벗어난 인생의 길을 가버리게 된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때마다 기회와 나의 선택의 시기를 맞추어가며 살아왔다. 인생의 기로란 이런 것인가 보다. 내 삶에서 아귀가 맞지 않는 첫 시절인 것 같다. 어쩌면 주변의 손짓, 부름, 부탁은 부담이기도 하지만 내 다음 인생을 위한 친절한 재촉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