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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수)] 시베이라로 떠나는 날
■ 가는 날, 공항에서부터 액땜하다
가는 날부터 기분 상하는 일이 있으면 여행을 다 망칠까봐 조마조마 조심스럽게 짐을 들고 나섰다. 말걸기의 짐은 '×2'였다. 10kg이나 되는 사진 장비 때문이었다. 들고 다니자니 버겁고 불편하고, 없이 다니자니 아쉬울 게 뻔한 사진 장비. 언제 다시 가보겠냐는 마음에 힘들더라도 들처 매고 집을 나섰다. 짐은 무거워도 '튼튼한 등산화'가 있으니 발바닥 피곤함은 모르고 지내겠지 맘은 놓였다. 그 등산화 3년 전에 터키도 함께 다녀온 나름 '혼수품'이었다.
약속시간보다 늦었으나 '각'만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은? 핸드폰도 두고 왔으니 소식을 알 수 없었다. 기다려야지 뭐. '각'에게 짐을 맡기고 화장실을 가려고 넓은 공항의 홀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딸까닥 딸까닥.' 꼭 쓰레빠 질질 끄는 듯한 소리가 났다. 공항 바닥 참 희안하네. 화장실에서 나와 제자리고 돌아가다 여전히 시끄러운 발바닥을 쳐다보았다.
아뜨~ 이런. 처음에는 등산화 바닥에 뭐가 붙은 줄 알았다. 밑창이 떨어져서 너덜거리고 있었다. 다시 봐도 마찬가지다. 어쩐다. 맨발도 다닐 수는 없고. 신발가게? 어쨌든 '각'에게 짐을 맡기고 '각'이 알려준 공항 내 백화점 매장을 뒤졌다. 등산화를 대체할 만한 신발을 없었다. 디자인도 요란하기만 하고. 이것저것 신어보고 있는데 '각'이 찾아왔다. '진'이 왔으니 수속부터 밟자 한다. 하기사 탑승 전에 면세점 있으니... 거기에도 살 수 없다면 하바로프스크에서? 무조건 사야지.
덜커덩 덜커덩 소리를 내며 수속을 밟는 기분은 별로였다. 긴 줄은 점차 줄고 우리 차례가 왔다. '각'과 '진'의 여권은 너무 많이 사용했는지 겉장이 떨어질 듯해서, 비자를 대행해 주었던 여행사에서 스카치 테잎으로 겉장으로 고정했었다.
아시아나 직원이 이를 두고 잔소리가 심하다. 입국 거부당할 수도 있단다. 아예 각서를 요구한다. 항공사는 수속 밟아준 책임이 없다는 각서. 친절함을 제처두고라도 땍땍거리기까지 한다. 그것도 빈정상한다. 아시아나 직원이야 그렇다치고 진짜로 입국을 거부당하면? 비자까지 내주어놓고 그러지는 않겠지 하면서 '러시아'라는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 왠지 불안하다.
어쨌든 세관신고에 출국심사까지 마쳤다. 면세점에는 'The North Face'라는 등산 전문 브렌드가 있었다. 그게 등산 전문 브렌드인 거 그날 알았다. 눈에 쏙 들어오는 신발은 비쌌다.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사이즈가 맞는 게 있어얄 말이지. 작은 건 못 신을 터이고 조금 큰 신발을 샀다. 첫날부터 14만원이 훌러덩 날개 달고 도망갔다. 면세점은 왜 면세점일까? 세금까지 깎아줬으면 싸야 하는 거 아냐?
긴 여행에서 진면목을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등산화를 버릴 수는 없었다. 매장 직원에게 집에 부처달라고 했더니 규정이 어쩌고 저쩌고 거절한다. 면세점에서는 물건이 나갈 수 없다나?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발에 붙어 있으면 가볍기 그지 없는 등산화는 여행 내내 배낭 맨밑에서 어깨를 눌렀다.
에휴~ 첫날부터 돈 쓰고 짐은 무거워지고... 액땜이겠지 위안했다.
문제를 해결하니 약간은 여유를 부렸다. 가볍게 허기를 달랬고 사진도 찍었다. 몇 군데 전화도 걸고. 공부도 하고.
@ 06-06-28 09:30 | NIKON D200 | Nikkor 24-50mm F/3.3-4.5D | 50.0mm | 1/100s | f/4.5 | ISO 400
@ 탑승을 기다리며 열심히 공부하는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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