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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몽골 여행은 말걸기의 여행 중 가장 길다. 그 때문에 출발하기 전부터 기대 이상 부담이 많았다. 더구나 러시아는 여행 정보가 많지 않고, 말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여행을 준비할 때, '각'은 전체적인 여행 경로와 몽골에서의 일정과 사전 예약을 맡았고, 말걸기는 이르쿠츠크-바이칼의 일정과 사전 예약을 맡았다. 결국, 하바로프스크에서의 일정과 예약은 준비하지 못했다. 그냥 비행기 타고 무작정 날라가서 보자고 했다. 우리는 러시아말을 할 줄도 모르고, 러시아 사람들 중에 한국어는커녕 영어도 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르쿠츠크행, 6월 30일 XX시, 쿠페 3장' 따위를 러시아어로 인쇄해 갈 정도였다. 이르쿠츠크행 열차표를 구할 수만 있다면 그 이상의 행운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바로프스크 공항에서 환전을 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공항 앞이 한국으로 치자면 작은 도시 터미널보다, 아니 시골 정류장만큼이나 한산했다. 약간 넓은 광장이 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저쯤이 버스 정류장이다 싶어 그쪽으로 가다가 이쪽도 정류장인가 헷갈리고 있던 차,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지나가는 한 젊은 여성에게 '진'이 말을 걸었다. 영어로.

 

쏘샤는 영어를 잘 했다. 하바로프스크역으로 가는 버스편을 묻자 직접 안내해 주겠다고 나섰다. 심지어 이르쿠츠크행 열차표도 구해주었다. 쏘샤를 만나지 못했다면 큰 일 날 뻔했다. 우리가 타고자 했던 시간에는 좌석이 문제였다. 4인1실인 쿠페에 일행 셋이 다 들어갈 수가 없단다. 그래서 이틀 뒤 출발하고자 했던 계획을 하루 뒤로 바꾸고 다른 열차편의 표를 구했다. 말이 통한다면 간단하겠지만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매표원과 승객이 과연 이 대화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을까?

 

쏘샤는 여행자들이 찾는 호텔도 데려다 주었고, 우리가 원했던 러시아식 전통 음식점도 저녁으로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하바로프스크 시내를 안내해 주었다.

 

하루 종일 비를 맞은 쏘샤는 아마도 병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날 호텔 앞에서 만나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열차에서 먹을 거리들을 쇼핑하는 것과 이르쿠츠크 민박집에 도착시간이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거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마 받아 놓은 이메일 주소가 있어서 '각'이 안부를 물었지만 아직도 답이 없단다.

 

소샤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 06-06-28 22:00 | NIKON D200 | Nikkor 105mm F2.8D | 105.0mm | 1/160s | f/3.0 | ISO 200

@ 아무르강변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쏘샤.

 

 

@ 06-06-28 19:18 | NIKON D200 | Nikkor 24-50mm F/3.3-4.5D | 50.0mm | 1/8s | f/4.5 | ISO 1600

@ 러시아식 식당에서 '각'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쏘샤.

 

 

두번째 사진은 좀 놀랍니다. ISO가 1600이고 셔터 속도가 1/8초임에도 꽤나 깨끗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연구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