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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부터 여행 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여행 사이엔 등산 가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동호회 정기출사와 번개출사를 쫓아 가서도 찍고. 사진이 한 4,000장 쌓여 있다. 컴퓨터가 고장난 새 벌여놓은 일이라 한 번에 수습하려니 만만치 않다.
일단 눈에 띄는 것만 골라서 보정을 하고 있다. 보정은 사실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이상의 디지털 아트를 하는 건 아니구. 사진 한 장 열어 놓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봐서 자연스러우면서도 사진 속 피사체들이 부각되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근데 왠지 어수룩.
예전에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항상 반쪽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적이 있었다. 사진은 필름에 감광이 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상과 인화에서 다시 한번 찍힌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당시의 꿈은 집 한 구석에 암실을 만들어서 직접 현상과 인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흑백 사진일 수밖에 없지만, 명암만의 대비로 형태와 구도, 사람의 표정까지 잡아내기라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니 도전할 만한 예술의 영역이 아니던가.
하지만 꿈은 이루지 못했다. 암실을 만들만한 집에서 살지도 못할 뿐더러 암실에 갖출 장비 살 돈도 없었다. 그리고 필름값, 약품값, 인화지값을 지속적으로 조달할 능력도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돈은 없다. 디지털 기술이 필름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필름 사진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돈이 없으니 필름 사진은 포기했다. 그리고 디지털 사진으로 개종했다.
개종의 기회는 사직과 함께 찾아왔다. 바로 퇴직금. 악착같이 받아낸 퇴직금의 반은 디카에 퍼부었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진을 찍고 있다. 필름 카메라라면 엄두도 못낼 양이다. 디카는 부담없이 셔터를 눌러댈 수 있지만(물론 그만큼 빨리 수명이 짧아지겠지만), 그 때문에 많은 양의 디지털 이미지를 남긴다. 그리고 막샷이 가능해서 촬영할 때 진중함을 쉽게 놓치지고 하고. 이게 결국 다 숙제로 남는다.
필름 사진은 현상과 인화로 완성한다. 디지털 사진의 보정은 현상과 인화에 해당한다. 컴퓨터가 암실의 역할을 하고 보정프로그램이 현상-인화 약품과 장비 역할을 한다. 보정을 하다보면 후회가 막심할 때가 자주 있다. 화면에서 놓쳐버린 게 보이기도 하고 촬영 셋팅의 실수도 보인다. 사진이 아주 엉망이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평생 한 번 가볼까 하는 시베리아-몽골 땅에서 망친 사진은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그러면서 사진을 배우고 있다. 숙제가 숙제인 이유가 있는 게지.
장비의 무게가 항상 버거워서 여행을 다닐 때도 괴로웠고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도 매번 힘들었다. 그래도 찍는 즐거움이 있다. 게다가 숙제한다고 펼쳐놓은 사진을 하나씩 들여다 보는 것도 기쁨과 슬픔과 뿌듯함과 자책감을 선사한다.
후보정 작업에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제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오후 내내 앉아서 보정을 했다. 저녁 먹고 들어오니 피곤해서 잠이 쏟아졌는데 너무 일찍 자면 새벽에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졸음을 견디며 사진 보정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해 뜰 때까지 작업했다. 이런 일에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건 TV를 보거나 게임을 해서 밤을 새는 것보다는 생산적이긴 하다. 하지만 삶의 패턴은 건강치 않으니 오늘 아침도 파란꼬리한테 야단맞았다.
그래도 한 가지. 이렇게 정신없이 사진을 들여다 보니, 말걸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구나 깨닫는다.
9월 안에 숙제는 다 해야지.
○ 시베리아-몽골사진 3258컷
○ 관악산 등산 사진 79컷
○ 동호회 정기 출사 480컷
○ 그외 태국 똑딱이 이 만큼, 동호회 번개 출사도 남은 것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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