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
2009/03/15 23:00 베껴쓰기
사색이 뇌를 소모하는 것처럼 욕망 또한 뇌를 소모한다.
_김현, <반고비 나그네길에>
내가 만족시키지 못한 모든 욕망, 모든 정열이 내 죽어서까지 남아서 나를 괴롭히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 내 맘속에 대기하고 있던 모든 것을 이 땅 위에 표현하고 완전한 절망 속에서 죽기를 나는 희망한다.
_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나는 운명도, 운도 믿지 않는다. 믿는 것은 오직 내 몸과 마음의 상태일 뿐이다. 인간이란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는 존재다. 나는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글을 쓸 수 있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1968년 프랑스에서 학생운동이 극에 달했던 시절, 바리케이드 안쪽에 씌어진 여러 낙서 중에 'Ten Days of Happiness'라는 글귀가 있었다고 한다. 열흘 동안의 행복, 그 정도면 충분하다. 문학을 하는 이유로도, 살아가거나 사랑하는 이유로도.
_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를 읽고 있으니까... 3년 전, 5년 전 또 적어 둔 글들이 생각 나 아예 다 모아둔다. 나는 나를 충분히 소진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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