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사형집행장
작고 낡은 아파트에서 나와 조금 걸었던 듯싶다. 무슨 옷을 입더라? 카프탄 비슷한 옷? 작은 다리 밑 같은 짧고 좁은 터널을 통과하니 마을 외곽의 사막이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서 있다. 다가가 보니...... 땅에 좁고 깊은 구덩이가 패어 있고, 거기에 머리과 얼굴을 붉은 천으로 완전히 감싼 사람들이 서 있다. 사형장이다.
무슨 곡괭이 같은 걸로 세 번 큰 원을 그리고, 다시 세 번 반대쪽으로 큰 원을 그리다가 마지막 원으로 구덩이 안의 사람의 목을 쳐 뼈를 부러뜨린다. 그렇게 한 번 시범을 보이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 구덩이 바로 앞까지 가 있다. 이미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북아프리카인지 걸프 만 주변인지, 혹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나라인지.... 약간 이슬람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그곳에서 맨얼굴을 드러낸 젊은 여자가 눈에 띄는 행동까지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번엔 여러 명이다. 사막이 있고, 저 멀리 지평선 위쪽에서 태양이 하얗게 빛나다 못해 온세상이 흑백이 된 거 같은데... 대여섯 개의 곡괭이가 원을 그리고, 나는 고개를 돌려 지평선 위의 해만 바라보는데... 그 사이에 곡괭이들이 그리는 원호가 등장하고, 하나 둘 셋, 다시 반대로 하나 둘 셋... 침도 못 삼키고, 아니 삼켰던가 그러고 있고 그 순간이 지났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인지, 아니면 가족인지.... 손으로 주변에 있던 흙을 구덩이에 밀어넣는다. 워낙 좁은 구덩이인지라(한 사람의 어깨폭 정도로... 진시황의 흙병사들이 서 있던 그런 구덩이) 순식간에 땅이 평평해졌다. 흙은 검지만 그리 축축하지는 않다. 콧수염 난 노인과 아직 소녀인 여자아이가 있었던 것 같다.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 그 옆에서 무릎을 꿇고 나도 흙을 밀어댄다.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표현은 안 되는 상태. 그러다가 그 평지에 쥐구멍만 한 구멍이 보인다. 거기서 죽음이라도 밀고 올라올까 뭐 그러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진다. 무어라 말도 터지는데 할 수가 없다. 서둘러 돌아서 그 사막으로 나갔던 다리 밑인지 짧은 터널 쪽으로 간다. 비로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한국 말로 "야만인들"이라고, 그러나 그 말조차 누가 알아듣고 나를 붙들까 봐 두려움에 떨면서 거의 뛰다시피 터널로 들어가는데, 오른쪽 콧구멍에서만 콧물이 난다.+ 잠깐의 격렬한 울음. 터널 안엔 하얀색 플라스틱 꼭지가 달린 수도가 있고, 손에 한 줌의 물을 묻혀 콧물을 닦아낸다. 터널 반대편으로 나섰다. 마을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깼다. 아침 6시 39분.
+ 왼쪽 콧망울의 연골이 중학교 때 종기 짜다가 뭉그러진 다음, 좀 힘이 없는 편이라 실제로도 가끔 왼쪽 콧구멍이 막힌다.
지금 회사 와서 새로 배운 게 많아서, 연습이 필요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