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2013년을 보내며...
20대의 중후반에는 12월 31일 저녁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며 감사한 마음으로 술잔을 비우곤 했다. 삶이 쉽지 않았지만, 대견하게 견뎌낸 스스로에 대한 갈채였다. 문득 십여년 전 그 시절이 그립다. 그 친구들...
2013년 마지막 밤이다. 계획했던 많은 것들을 이루지 못했지만, 예상 못했던 소득도 적지 않았던 한 해였다.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천천히 조금씩 전진해온 나날들이었다. 그것으로 만족하자.
대만으로 온지도 어느덧 6년 반이되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나는 늘 위태로운 경계의 길을 걸어왔던 것 같다. 국가간의 경계, 학문간의 경계, 사람 사이의 경계... 그래서 다소간 철학적 또는 방법적 사유에 젖어있었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외롭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버렸고, 비웠다. 그렇지만 채우지는 못했다. 앞으로는 채워가야할 것이다.
친구들, 선생님들, 선배 지식인들과 예술가들, 그리고 가족들 모두 감사한 사람들이다. 2014년은 그 어느해 보다 쉽지 않은한 해가 될 것 같지만, 그 과정을 거쳐 걸어나오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리지 않겠나 기대한다.
*추기
어제 대만 기자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던 양 선생이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노동운동 및 사회운동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많지 않은 훌륭한 기자였다. 개인적으로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늦은 밤이면 늘 나를 집까지 데려다 줬던 기억도 난다. 이제 대만에서 맺은 인연들 중에도 종종 이렇게 떠나보내는 사람들이 생긴다. 앞으로 떠나보내게 될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어 더욱 무거운 마음이다. 모두들 감사한 사람들이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