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이없어

분류없음 2015/01/17 01:54

지난밤. 일하면서 겪은 충격과 공포(?)의 기억들. 잊지 않기 위해 여기에 남긴다 --- 

 

#1. 

주로 생물학적인 남성들이 일하는 곳에 고객(clients)으로 온다. 아무래도 형법상 죄를 짓는 사람들 가운데 남성의 비율이 높아서, 그럴 것이다. 이것을 뒤집어 "남성들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남성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가 고착화되어있기 마련이다. 어쩌다가 여성 고객들 혹은 여성적인 태도를 지닌 남성고객들이 오면 다소간에 어려움이 상존하지만 하다보면 또 모두들 적응한다. 

 

하지만 여성 고객들을 맞이하는 것에 인색하다. "되도록이면 남성들로 보내줘" "아, 띄발 왜 이번엔 여성들이 일케 많아" 불만스런 목소리들이 가끔- 아니 자주- 있다. 

 

#2. 

아무래도 사람들이 먹고 싸고 자고 살아가는 곳이다보니 별의별 냄새가 다 난다. 흔한 "수컷냄새"는 기본이다. 이 냄새는 아무래도 설명하기 어렵지만 애써 설명한다면 삼겹살 집에서 잘못 걸려 나온 "수퇘지" 냄새라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우웩. 

 

상대적으로, "암컷냄새"는 미묘하다. 나는 이것을 잘 잡아내지 못한다. 아무래도 같은 '암컷'이다보니 그럴 수 있겠다. 일터의 여성동료들도 이 냄새에 민감하지 못하다. 다만 남성동료들은 잘 알아채는 눈치이지만 표현하지는 않는다. 표현하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게 역력하게 보인다. 

 

#3. 

지난 밤. 강력한 여성 고객을 만났다. 아랫도리를 다 벗어제끼고 단잠을 주무시는 이 고객의 방과 주변에서 매우 이상하지만 친근한 노량진수산시장의 냄새 -하지만 신선하지 않고 뭔가 outdated한 - 가 나는 것. 처음엔 대체 이게 뭐야, 했다. 시프트파트너는 풀타이머임에도 불구하고 구역질을 해댔다. 뭐지???? 그런데 바로 옆 방에서 자던 남성 고객께서 잠을 못자겠다고, 악몽을 꿨다고 불평을 하셨다. 

 

이 여성 고객의 방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리고, 이 여성고객의 이름을 몇 번 불렀으나 대답없는 상황을 목도하고 바로 냄새의 정체를 알아버렸다. 

 

불편하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적응하기 어렵지만 --- 많이 / 자주 / 익숙하게 접하다보면 이 냄새 또한 "수컷냄새"만큼이나 익숙해질 것이다. 

 

#4. 

같은 시각. 인테이크 약속에 늦은 한 남성고객이 자정을 넘어 입장하셨다. 인테이크 절차 (procedures)와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네가 가져온 가방은 지금 당장 방에 가져갈 수 없으니 창고에 임시 보관하고 내일 아침에 인테이크 절차를 밟도록 해. 일단은 자는 게 어떨까. 그 순간, 술병인지 뭔지 모를 병들이 부딪히는 소리. 일부러,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오십살이 넘었고 엄연히 이 가방들은 내 소관이야. 내가 알아서 할거야. 나는 네가 얘기하는 것을 따르고 싶지 않아. 내 자유야, 이 가방은 내 꺼야. 내 앞에서 썩 꺼져." 

 

어라. 누가 뭐래. 나는 니 가방에 관심없어. 다만 절차를 따르란 말야. 

 

새벽 열두시 반에 도착한 이 망할 놈팽이가 우기는 바람에 새벽 두 시까지 보초를 섰다. 결국 두시 십 분. 이 놈을 불러 최후통첩. 자, 조건은 두 개야. 첫째, 조용히 니 방에 들어가서 자, 대신 니 가방은 창고 보관하고 아침에 인테이크 절차를 밟아. 둘째, 첫째가 싫으면 니가 원하는 곳으로 가. 갈 곳이 없으면 시에서 운영하는 쉘터를 불러줄거야. 둘 다 싫으면 우리는 경찰을 부르는 수밖에 없어. 자, 네가 선택해. 

 

이 아저씨는 둘 다 싫다고. 결국 내 파트너는 경찰에 전화를 넣었다. "미안하지만 너는 기회를 잃었어. 내 파트너가 경찰을 부를 거야. 미안해. 안녕." 그제서야 득달같이 "대화를 하고 싶다"며 초인종을 눌러댄다. 이건 더할나위 없는 하라스먼트(harrassment)다. 

 

결국 이 아저씨. 택시를 불러 소중한 가방을 챙겨 떠나는 모습을 봤다. 경찰은 무서운 거다. 하지만 이민자 출신의 나와 내 파트너는 우스운 거다. 

 

#5. 

이 와중에 이 아저씨는 나에게 너 참 무례하다, (You're too rude) 고 했다. 너 같은 사람은 처음 봐 (I've never been treated like this way) 라면서 나를 비난했다. 내 파트너는 "꽃개는 우리 에이전시에서 가장 잘 참는 사람이야 (she's the most patient staff in here) 너 실수 했어 (you've picked that wrong person)이라면서 경고를 했다. 

 

아침에 교대근무 전환을 하는데 사람들이 말한다. 꽃개가 버르장머리 없는 거면 대체 어쩌라는거냐. 지난 밤 둘 다 개고생했네. 그 자식, 다시는 우리 에이전시에서 머물 수 없을 거야. 클라이언트파일에 레드플래그 얹어. 

 

그러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바로 그 아저씨다. 매니저를 찾는다. 모른 척하며, 매니저는 아홉시나 되어야 올 거에요. 전화거신 분이 누구신지 메세지를 받아도 될까요? 하니, 다시 건단다. 오호라. 매니저에게 바로 이야기하겠다는 거지!!! 

 

#6. 

한국에서 아무리 직설적으로 떠들고 재수없게 행동했어도 예의없다, 는 말은 잘 듣지 못했다. 반면 "이상하다"는 말은 자주 들었다. 

 

이 나라에서 "웃긴다"라는 말은 자주 들었어도 "버릇없다" 내지 "예의없다"는 말은 잘 듣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나를 일컫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기념비적인 날이 아닐 수 없다. 

 

 

* 이 글은 당장 흥분한 기력으로 작성한 탓에 며칠 뒤 수정하거나 삭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5/01/17 01:54 2015/01/17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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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팔자

분류없음 2015/01/11 16:14

조직생활에서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두 부류다. 원래 실력이 좋거나 관계를 잘 하거나. 나로 말하자면 실력은 그냥 그렇고 개뿔~! 관계를 잘 맺는 편도 아니니 성공하긴 애시당초 글렀다. 

 

한국에 있을 적에 돈(만)을 벌 요량으로 다녔던 몇 군데에서는 "이상한 사람" 혹은 "재미난 사람"으로 본의 아니게 찍혀 영 재미를 못 봤다. 나도 돈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들과 나누는 대화가 영 시답지 않았다. 요즘 버전으로 치면, 가령 세월호 유가족들이 수억 원을 받았다더라, 신은미는 종북아니냐, 게이를 혐오한다 따위의 말 같지도 않은 말이 오가는 그런 분위기에 헤벌레 헤벌죽 하하호호 혹은 씨익 조용히 들으면서 웃기만 해야 하는데 비위가 좋은 편이 아니니 잘 견디지 못한다. 아니면 상사들이나 결정권을 더 많이 틀어쥐고 있는 연장자들의 똥꾸멍이라도 열나게 핥아줘야 하는데 그건 더더욱 못했다. 아니, 분위기 파악을 잘 못했다고, 눈치가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겠지. 역시 비위 탓인가? 강한 비위가 살아남는 법이옵니다.  

 

운동권들이 오글오글 모여 있는 곳에서도 별반 재미를 못봤다. 우유부단했고 쓸데없이 예민하거나 혹은 둔했다. 다들 뭔가 이유를 생각하는 곳에서도 안드로메다에 가 있거나 점핑온하느라 맥락없다는 소리도 곧잘 들었다. 그러니 실력이 늘 수가 있나. 관계를 잘 할 수 있나. 어설펐다. 순진했다기보다는 맹랑했고 맹랑했다고 하기엔 또 그리 기민하지 못했다. 귀가 엷었고 철이 없었다. 딱 어렸다.  

 

이 나라에 와서도 그 기질은 변함이 없다. 몇 달 전 다녔던 한국인 회사에서는 죽도록 부림만 당하고 그만 두고 말았다. 저 좀 살려주십사, 사장님 똥꾸멍은 빨간 게 현아~~ 따위의 찬사를 가장한 이죽거림조차 날리지 못하고 그냥 조용히 털었다. 

 

컬리지 2학년 때, 운좋게 일자리를 얻어 그때부터 일하고 있는 -나의 유일한 직장- 캐나디언 어느 회사에서는 이민자들의 등살에 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이민자들, 특히 여성들의 내부 투쟁에 말려들 것 같다가 살포시 빠져나오는가 싶었는데 또 어느새 그들의 피바람에 말려들어 있다. 그들의 처지에서 나는 가장 값이 안 나오는, 즉 측량이 불가능한 존재다. 가방끈이 길어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도 아니고, 경험이 출중해 굽신굽신해야 할 사람도 아니다. 백인은 더더욱 아니다. 입바른 말을 제대로 해내어 어쩐지 경계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고 자기들에게 쩌억 달아붙어 연신 항문을 핥는 존재도 아니니 뭐랄까. 좀 거추장스럽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갈등이 생길 경우, 적절한 캐스팅보트로 쓸 수 있고 110볼트에서 220볼트에서 어디서든 작동하는 전천후 어플리언스처럼 여기저기 막 꼽아 쓸 수도 있으니 버리기에도 좀 그렇다. 

 

계륵. 

 

아, 조직생활 정말 힘들다. 이놈의 개팔자. 

 

 

 

 

2015/01/11 16:14 2015/01/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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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분류없음 2015/01/10 12:53

조현민 씨가 '복수하겠어' 라며 언니 조현아와 나눈 휴대전화 상 문자대화는 조현아의 기행과 불법 행위를 다루는 영역과 다소 동떨어진 부분이었다. 이걸 모를 리 없는 -몰랐다면 더 문제- 검찰이 이것마저 공개한 이유는 뻔하지 않나. 분노를 더욱 키우려는, 어렵사리 도마에 올린 공공의 적(들)이 얼마나 졸렬한지, 그리하여 이것이 '십상시의 난'보다 더욱 긴요한 사안임을 '국민 정서'로 확인하겠다는.

 

따라서 한겨레는 이것을 조금 더 세련되게 다뤘어야 했다. 왜 검찰이 이것을 공개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도의 멘트는 필요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우리의 수준인 것을.

 

 

샤를리 엡도가 게재했던 -시쳇말로 사달을 제공한- 무하마드의 만평은 무슬림 세계관을 공유하지 못하는 나로선 그것이 왜 문제로 되었는지 가슴으로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었)다. 무슬림 문화에서 선지자 무하마드의 초상화를 두눈 똥그랗게 뜨고 맞이하여 쳐다보거나 모사하는 것조차 금기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문화다양성은 어렵다. 신중해야 하는 근거가 되겠으나 따라서 또 실수의 가능성도 높다. 실수라면, 사과를 하면 된다. 그리고 반복하지 않도록 살필 일이다.

 

'I am Charlie' 'No Afraid' 등의 구호들이 이번 사태로 희생당한 이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기치 아래 퍼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 동의한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한 한 존중받아야 한다.

 

 

한편, '서구 기독교 문화 Vs. 오리엔탈 이슬람 문화'라는 철저히 강자와 약자가 구분된 구도에서 강자 (서구 기독교 문화) 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가 가당키나 한 일이냐는 목소리도 있다. 강자들이 말하는 자유란 인종차별의 자유, 소수자를 조롱하고 억압하는 자유라는 이유 때문이다. 설득력이 있다. 역시 신중해야 한다. '어차피 난 처자식이 없다' '쥐새끼처럼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I prefer to die than live like a rat)' 라는 말로 분노를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망자를 두고 하는 말이라 적잖이 조심스럽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과 그 대가가 따른다지만 표적사살이라니 이것은 아니구나 싶다. 그 총구가 종국에는 바로 그들의 성지 '메카'를 향할 수 있음을 왜 모를까. 돌아가신 분들의 영면을. 황색으로 변질된 우리 언론에 애도를.

2015/01/10 12:53 2015/01/1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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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해산

분류없음 2014/12/20 09:54

이미 합법적 경로를 통해 지역 시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을 해산하면 어쩌라는 거냐. 적어도 해당 국회의원들에게 탈당(?)의 의사가 있는지 최소한 그거 정도는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최소한의 형식적 민주주의도 이렇게 짓밟아놓으면 어쩌라는 거냐. 

 

 

국민에게서, 정치적 권리를 앗아간, 정당(통진당)을 심판할 기회와 정치적 행위의 가능성마저 앗아간 슬픈 날.

 

 

있다고 남았다고 믿고 싶었던 최소한의 것마저 이젠 없음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슬픈지. 쌀이 있겠지, 남았을거야 믿었는데 열어본 쌀통이 휑뎅그레할 때 그 기분. 절망.  

 

도리가 있나. 구하러 (혹은 다시 빼앗으러) 가거나 굶어 죽거나. 

 

 

2014/12/20 09:54 2014/12/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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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사나이

분류없음 2014/12/05 14:07

지난밤 오버나이트 시프트. 오늘밤도 연달아 할지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침에 근무 교대 준비를 하는데 한 클라이언트가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안녕 / 너 오늘밤에도 일하니? / 아마도 / 그동안 너랑 함께 있는 동안 고마웠어. / 그래, 고마워. 행운을 빌어.

 

악수를 했다. 이 남자는 내일 낮에 프로그램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오프였다. 스코틀란드 엑센트가 강한 오십대의 이 백인 남자는 약간 크리피하고 무뚝뚝하고 사회성이 많이 떨어진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스탭들은 이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난주 내내 저녁식사가 충분하지 않다고 불평을 했다.

 

음식이 부족하면 네가 요리를 해서 먹어 / 왜 미리 많이 안 만들어? / 많이 만들면 낭비야. 어차피 다 버려야 해. 규칙이 그래. 식중독이라도 걸리면 안되잖아. 음식안전 때문에 그래. / 조금 더 만들어서 컨테이너에 표시를 하면 되잖아. / 그래, 그건 좋은 생각이야. 음식이 남으면 그렇게 할께. 하지만 미리 많이 만들 순 없어. 부족하면 네가 해 먹어 / 난 요리를 못해 / 내가 도와줄께 / 태어나서 한 번도 요리를 해 본 적이 없어 / 별로 안 어려워. 네가 원하면 내가 도와줄께. 언제든 얘기해.

 

입이 왕십리까지 나온 채로 공동공간을 떠났다. 속으로 별 생각을 다 했다. 여기가 니 개인 식당이냐, 우리가 니 식모냐... 사실 우울증, 조현증, 조울증 등에 처방하는 약물 몇 가지의 부작용으로 식탐, 과식 등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렇게 집요하다시피 음식에 집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게다가 오십이 넘도록 한 번도 자기 밥상을 마련해본 적이 없는 '남자'라면 --- 말 다 했지. 게임 끝.

지난 밤, 근무교대 시간에 맞춰 공동공간에 내려갔더니 그 큰 부엌 테이블과 아일랜드를 다 독점하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너 요리하고 있네? 멋지다 / 응 / 언제 끝날 것 같아? / 곧.

 

이브닝 시프트에게 물어보니 장장 여섯 시간째 저러고 있단다. 게다가 부엌칼을 쓰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관찰을 해야 한다. 공동공간을 닫을 시간 - 새벽 한 시가 다가왔길래 이제 다 끝난 거지? 하고 물었다.

 

응, 이제 정말 끝났어. 나는 모레 여기서 퇴소해. 아무도 없는 집에 가서 혼자 살아야 하는데 요리를 배워야 할 것 같아서 연습 했어. 오늘 만든 음식은 여기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줬으면 해.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남자, 나름대로 애쓰고 있었구나. creepy man 이란 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어도 나름대로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었구나.

 

아, 그랬구나. 정말 고마워. 사람들이 참 좋아할 거야. 너 정말 멋지구나. 컨테이너에 표시하는 건 내일 아침에 하는 게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해 / 그래 그래, 나 지금 너무 피곤해. 

 

아침 여섯 시. 공동공간을 오픈하자마자 득달같이 내려와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펜을 달란다. 한 시간동안 끙끙 네 개의 김치통같은 컨테이너에 각각 레이블링을 마쳤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 것이다. 이 남자와 악수를 하는데 아버지 생각이 났다. 나는 잘 모르지만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순 없지만 아버지에게도 어딘가 따뜻함과 노력하는 모습이 있었겠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볼 여유로운 눈을 지니지 못했다. 남자가 자기 방으로 떠난 뒤 냉장고를 열어 컨테이너와 레이블링을 살펴봤다. 흔들리는, 하지만 단호한 필체로 베지터블파스타샐러드, 튜나샐러드, 에그샐러드 등의 음식 이름과 식재료, 만든 날짜 등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이 남자는 아마도 우리들에게 무언가 가르쳐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렇게라도 대화하고 싶었는가보다. 잘 모르겠다. 이 남자의 모습이 내 모습이기도 하고 내 모습이 이 남자이기도 하다. 드문드문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침에 그렇게 퇴근했다. Take care Ian.

 

 

2014/12/05 14:07 2014/12/0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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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권리

분류없음 2014/12/05 11:02

꽃개님의 [동성애지지] 에 관련된 글.

 

제목: 인권에 대해 

 

인권은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순간 부여받는 것으로 어느 누구도 그것을 임의로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사람에게 인간으로서 권리가 -- 기본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그이가 사람으로 났기 때문이지 그이가 무엇을 잘했거나 떡볶이를 잘 만들거나 박근혜가 좋아하니까 등의 거지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권은 모든 사람들에게 - 어떤 이가 사람으로 난 이상 - 평등하고 보편적으로 적용한다. 만약 어떤 이가 살인을 했다면 그이는 그 살인에 합당한 이유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이의 살인은 그이의 인권을 박탈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이는 인간으로 났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살인자의 인권은 보장할 수 없다, 라면서 인권의 제한적 적용을 주장한다면 그 종자는 '인권'의 개념을 대단히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허섭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간주해도 좋다. 인간으로서 권리와 인간이므로 받아야 할 처벌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난 성, 나이, 인종, 거주지와 형태, 출신지역, 국적, 쓰는 언어, 결혼의 상태 혹은 유무, 재산의 유무와 정도, 성적 지향과 취향, 신체발달 사항과 외모, 정신적 신체적 장애의 유무와 정도, 교육의 유무와 정도, 군필 여부, 고용형태와 벌이, 직업, 자가용의 유무와 배기량 등으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예컨대 K라는 사람, 동성애자이고 동성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을 떠올려 본다. 나는 K의 성적 지향을 동의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에 관심이 없다.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온전히 K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K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근거없는 비방과 아우팅 따위로 곤란을 겪고 차별을 당한다면 K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할 것이다. K의 인권은 나의 인권과 결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K가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동성파트너와 함께 여느 이성커플처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나 또한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K가 원한다면- K와 함께 고민할 것이다. 만약 K가 나의 연대를 당장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가만히 물러서서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만약 K가 자신의 동성파트너를 (성)폭행하거나 현행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다면 단호히 K의 행위에 맞서 싸울 것이다. 아울러 K가 K 자신을 인간으로서 옹호할 권리, 변호할 권리를 존중할 것이다. 파트너를 어뷰즈한 K가 많이 밉기 때문에 직접 대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적절한 수준에서 변호사를 구할 방도, 스스로를 돌아볼 방도 등에 관해 간접적으로 존중할 것이다. K가 원한다면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권은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순간 부여받는 것으로 어느 누구도 그것을 임의로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 마땅한 인간은 이 세상에 없다. 

 

 

* 아 진짜 미치겠다. 이런 당연한 소리를 - 쌀로 밥짓는 소리를 여적지 해야 하다니. 

 

2014/12/05 11:02 2014/12/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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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지지

분류없음 2014/12/05 10:23

ㅎ ㅓ 걱?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2203

 

웬 놈의 동성애 지지? 별의 별 말을 다 듣겠소. 왜 동성애를 특별히 콕 집어 지지해야 하오? 이성애 지지, 라는 말도 들어본 바 없듯이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거는 개밥에 코 빠트리고 죽다 살아난 이야기처럼 웃긴 소리오. 작작 하시오.  

 

누가 너한테 동성애 지지하라고 했소? 동성애든 이성애든 양성애든 -- 각인의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을 뭐하러 지지나발이나 하냔 말이외다. 안 그래도 힘든데. 이거 정말 코미니 아니오! 동성애는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할 사안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지향에 따라 알아서 하는 거란 말이외다. 그것을 제삼자가 간섭하고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고 또한 그를 이유로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차별을 겪으면 안된다는 것이외다. 그런 차별을 용인하는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란 말씀이외다. 그래서 차별철폐헌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외다. 

 

누가 너한테 동성애 지지하라고 했소? 인간은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으면 안된다는 것, 그걸 확인하자는 것이오. 게다가 이게 뭔 말이오. 성전환한 사람에 대한 차별은 금지해야 하지만 동성애는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고라?

 

이 인간은 천부인권론 자체를 동의하지 않거나 동성애를 콕 집어 얘기한 것으로 보아 호모포비아이거나 성전환자 차별 금지만 동의하는 것으로 보아 헤테로섹시스트이거나 셋 가운데 하나인 것 같소. 

 

별, 살다살다 별 멍멍이같은 이야기를 다 듣소. 

 

혹시 누가 박원순 씨한테 동성애 지지하라고 했소? 누가 그랬소? 나한테 좀 알려주구려. 누가 그딴 헛소리를 했소!!!

 

* 박원순 주변에 십상시가 있나. 이거 뭐냐 젠장. 

 

2014/12/05 10:23 2014/12/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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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시세개

분류없음 2014/12/04 17:14

십상시

 

'십상시(十常侍)'는 결코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혼자 불리울 수 없는 말이다.
말인즉슨,  '혼군(昏君)'과 함께 다녀야 한다. 반드시 혼군(昏君)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비슷한 것으로 '외척'이 있겠다.

 


비정상회담 - 차별 편

 

주로 영남사람들을 모아놓고 '지역차별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주로 남자들을 모아놓고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또는 주로 백인들을 모아놓고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그냥 그렇다고요.

 


프로야구 비시즌 단체훈련

 

단체훈련을 반드시 해야만 주전-비주전의 차이를 없앨 수 있다면
중고등학교에서 하라고 말하고 싶다. 괜히 노친네, 어른들-프로 세상에서 폼잡지 말고.
'한국적 상황'? 나는 왜 이 말에 '한국식 민주주의(유신)'를 떠올렸을까.

 

 

*시를 시답게 하기 위해 윤문이 필요해. 오늘은 여기까지만

 

2014/12/04 17:14 2014/12/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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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꿈

분류없음 2014/11/26 09:51

지난 밤 꿈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오셨다. 

 

할머니께서는, 

당신의 따님 -- 그러니가 나의 어머니 -- 이야기를 나에게 하셨다. 괴상한 꿈이다. 

당신의 딸 이야기를 당신의 딸의 딸에게 하시다니. 좋은 내용도 나쁜 내용도 아니고 그저 할머니는 당신의 딸 이야기를 하셨다. 꿈에서 들으면서 아, 이 양반이 지금 당신의 자식 걱정을 하고 계시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다. 의당 아, 내 어머니 걱정을 하고 계시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꿈이라서 그런지 그런 이성적인, 합리적인 추론이 되지 않았던 거다. 

 

아침에 일어나 함께 사는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전화를 해 보는 것이 어떤지, 넌지시 나에게 묻는다. 서두르지도 당황하지도 않고 늘 조곤조곤 차분한 친구에게 말하길 참 잘했다. 

 

아침 나절에 약속이 있어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시간을 보니 한국은 한참 밤이다. 새벽이다. 잘 주무시고 계시겠지. 오늘은 밤근무가 있는 날이라 낮에 잠깐 잠을 청했는데 어느 집인지 스모크알람이 계속 운다. 잘 수가 없다. 예민하다는 증거다. 한국 시간을 확인하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12월 초에 다리 수술을 하신다고. 저런. 

 

할머니는 당신의 자식 걱정을 정말 많이 하시는 모양이다. 돌아가신 뒤에도 참 많이 하시는 모양이다. 보고싶다. 할머니도, 어머니도. 

2014/11/26 09:51 2014/11/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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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2

분류없음 2014/11/08 01:10

[역지사지1] 에서 미룬 것에 관해 곧 남길 것이다. 

 

*트랙백 어떻게 하는 건지 생각나서 남기는 기념 포스팅 

2014/11/08 01:10 2014/11/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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