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팔자
분류없음 2015/01/11 16:14조직생활에서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두 부류다. 원래 실력이 좋거나 관계를 잘 하거나. 나로 말하자면 실력은 그냥 그렇고 개뿔~! 관계를 잘 맺는 편도 아니니 성공하긴 애시당초 글렀다.
한국에 있을 적에 돈(만)을 벌 요량으로 다녔던 몇 군데에서는 "이상한 사람" 혹은 "재미난 사람"으로 본의 아니게 찍혀 영 재미를 못 봤다. 나도 돈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들과 나누는 대화가 영 시답지 않았다. 요즘 버전으로 치면, 가령 세월호 유가족들이 수억 원을 받았다더라, 신은미는 종북아니냐, 게이를 혐오한다 따위의 말 같지도 않은 말이 오가는 그런 분위기에 헤벌레 헤벌죽 하하호호 혹은 씨익 조용히 들으면서 웃기만 해야 하는데 비위가 좋은 편이 아니니 잘 견디지 못한다. 아니면 상사들이나 결정권을 더 많이 틀어쥐고 있는 연장자들의 똥꾸멍이라도 열나게 핥아줘야 하는데 그건 더더욱 못했다. 아니, 분위기 파악을 잘 못했다고, 눈치가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겠지. 역시 비위 탓인가? 강한 비위가 살아남는 법이옵니다.
운동권들이 오글오글 모여 있는 곳에서도 별반 재미를 못봤다. 우유부단했고 쓸데없이 예민하거나 혹은 둔했다. 다들 뭔가 이유를 생각하는 곳에서도 안드로메다에 가 있거나 점핑온하느라 맥락없다는 소리도 곧잘 들었다. 그러니 실력이 늘 수가 있나. 관계를 잘 할 수 있나. 어설펐다. 순진했다기보다는 맹랑했고 맹랑했다고 하기엔 또 그리 기민하지 못했다. 귀가 엷었고 철이 없었다. 딱 어렸다.
이 나라에 와서도 그 기질은 변함이 없다. 몇 달 전 다녔던 한국인 회사에서는 죽도록 부림만 당하고 그만 두고 말았다. 저 좀 살려주십사, 사장님 똥꾸멍은 빨간 게 현아~~ 따위의 찬사를 가장한 이죽거림조차 날리지 못하고 그냥 조용히 털었다.
컬리지 2학년 때, 운좋게 일자리를 얻어 그때부터 일하고 있는 -나의 유일한 직장- 캐나디언 어느 회사에서는 이민자들의 등살에 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이민자들, 특히 여성들의 내부 투쟁에 말려들 것 같다가 살포시 빠져나오는가 싶었는데 또 어느새 그들의 피바람에 말려들어 있다. 그들의 처지에서 나는 가장 값이 안 나오는, 즉 측량이 불가능한 존재다. 가방끈이 길어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도 아니고, 경험이 출중해 굽신굽신해야 할 사람도 아니다. 백인은 더더욱 아니다. 입바른 말을 제대로 해내어 어쩐지 경계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고 자기들에게 쩌억 달아붙어 연신 항문을 핥는 존재도 아니니 뭐랄까. 좀 거추장스럽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갈등이 생길 경우, 적절한 캐스팅보트로 쓸 수 있고 110볼트에서 220볼트에서 어디서든 작동하는 전천후 어플리언스처럼 여기저기 막 꼽아 쓸 수도 있으니 버리기에도 좀 그렇다.
계륵.
아, 조직생활 정말 힘들다. 이놈의 개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