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마음

분류없음 2015/08/13 10:26

 

일하는 곳에서 리퍼럴 정책이 업데이트된 지 2개월이 넘었는데 리퍼럴을 보내는 사람들 가운데 여전히 몇몇은 옛날 방식을 고집한다. 전화로 설명하면 자기는 몰랐단다. 당연하지. 몰랐으니까 그랬겠지. 이 정도는 괜찮다. 몰랐다고 말하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라고 물으면 서로 대화하면 되니까. 

 

 

새 정책이 프론트라인 워커들에게 더 편리한 방향으로 업데이트되어 다들 좋아한다. 꽃개도 좋아한다. 가령 리퍼럴 전화를 받고 전화로 프리스크리닝을 하고 어세스먼트 약속을 잡고 직접 어세스먼트를 하고 인테이크를 한다. 시간과 여건만 허락하면 전과정을 한 사람의 워커가 담당할 수 있으니 보다 긴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어디에나 빈 지점은 있다.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이지 인간 개개인의 문제라고 하기는 다소 힘들다. 어제 어떤 사람 (A) 이 전화를 해서 새로운 정책을 심각하게 어기는 방향으로 자신의 일을 처리해달라고 했다. 꽃개는 새로운 정책을 줄줄줄 떠들면서 그럴 순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대번 디렉터와 얘기하면 해결해 줄거냐고 하더라. 디렉터든 매니저든 니가 얘기하는 거니까 그건 니가 알아서 해 (that's up to you) 라고 말하는데 마치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그 경비아저씨 "그건 난 모르겠고" 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 꽉 막힌 아저씨 - 모골이 송연했다.

내 보스를 바꿔달란다. 그 양반 지금 없어 내일 아침 아홉 시에 전화해. 라고 했더니 꽃개와 꽃개 보스의 이름을 묻는다. 이름을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 오전에 그 사람 (A) 이 다시 두어 번 전화를 했는데 꽃개의 동료가 잘 달래서 끊었다.

점심 무렵 꽃개 회사의 본사에서 일하는 어떤 매니저 (B) 가 전화를 해서 꽃개의 보스를 찾았다. 내선을 돌려 바꿔줬다. 잠시 뒤 꽃개의 보스가 쪽지를 한 장 들고 와서는 이 일을 처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방법을 잠정적으로 찾아 보고했더니 그럼 그렇게 하자고 했다.

 

 

일이 어떻게 된 것이냐하면, A 는 어제 나와 전화를 끊고 방법을 찾았다. 익일에 조금 더 파워가 센 워커랑 얘기를 해보면 되겠지 싶었는데 꽃개의 동료도 꽃개처럼 응대했다. 결국 A 는 자신의 파워를 이용해 B 에게 청탁을 넣었고 B 는 동료/같은 매니저 급인 꽃개의 보스를 찾았던 거다. 물론 과정에 교정시설 + 공공 하우징 서비스 + 정신건강 서비스가 얽혀서 A 가 원하는대로 결정하는 것이 A의 클라이언트를 위해 최상의 일이겠지만 그러나 꽃개처럼 원칙을 따지는 워커는 그 원칙을 바꿔서 적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꽃개가 서비스하는 클라이언트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꽃개가 입밖으로만 떠들지 않으면 사실 아무도 모를 일이긴 하다 -- 잠깐, 누가 이걸 영어로 구글에 돌려서 읽거나 그럴 일은 없겠지. 이 대나무숲마저?) 하지만 무엇보다 꽃개의 보스가 결정한 일이니 책임도 그 사람이 지는만큼 꽃개는 여기서 보스의 결정을 따르면 될 일이다. 결정권자는 보스다. 책임권자도 보스다. 꽃개는 사실상 아무 책임이 없다. 일견 간단해 보인다. 

 

 

그런데 A, B, 꽃개의 보스, A의 클라이언트 모두 백인이다. 꽃개의 클라이언트는 흑인이다.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과정에서 누구도 그것을 염두에 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꽃개도 그런 생각은 못했고 다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어서 속이 불편했다. 우연일 뿐이다. 그런데 정말 우연일 뿐일까?

옛말에 "여자팔자 뒤웅박"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남자를 만나 시집가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긴 하다. 갑자기 클라이언트들의 운명이 옛말의 "여자"들과 진배없다는 생각이 들어 착잡했다. 

 

 

 

 

2015/08/13 10:26 2015/08/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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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시티비티

분류없음 2015/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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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본 어떤 포스팅 . 한국에서 영어 선생으로 일하는 케이트라는 북미대륙 출신 여성이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봉변을 당한 이야기. 용케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포스팅에 영상클립이 있어서 그것도 봤는데 아연실색. 등산 지팡이 같은 것으로 면전에서 사람을 위협하며 "Go back to your country!" 라고 고함을 지른다. 명백한 폭행 (Assualt) 이다. 이 클립이 있는 한 저 양반은 곧 입건될 수 있겠다, 싶지만 잘 모르겠다. 아직은.

 

포스팅 제목엔 저 아저씨를 일컬어 인종차별주의자 (Racist) 라고 했는데 이게 인종차별인지는 잘 모르겠고 -- 큰 범주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 외국인혐오 (제노포비아, xenophobia) 는 분명한 것 같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외관상) "여성 (female)" 이었으니 여성혐오 (misogyny + sexism) 도 섞여있겠다, 싶다. 아닌 말로 덩치큰 남자외국인 둘이 키득거렸다면 저 아저씨가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저런 식으로는 하지 못했겠지.

 

이 아저씨께서 약주를 하셨는지 - 막걸리 따위 - 그것은 중요하지 않지만 만약 취중 (under the influence) 이었다면 가중처벌을 받겠구나, 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페이스북에 덧글을 단 일부 한국인들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안든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부끄럽다기보다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봉변을 당한 여성들이 안됐다. 그리고 저런 종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것은 좀 다른 맥락이지만 저 클립을 보고 "폭력"에 관한 민감성 (sensitivity) 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내가 만약 한국사회에서 계속 살았다면, 혹은 캐나다에서 살고 있더라도 인권과 폭력에 관한 교육/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 저런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뭐 저런 개저씨가 있어, X신이 따로 없네... 분노는 했겠지만 "당연한 입건" 감이라는 결론에까지 이를 수 있었을까. 경찰력과 같은 행정권력/사회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었을까. 피해자들이 원한다면 전문가와 함께 debriefing 을 하고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혹시 피해자들이 비한국인이어서 이런 민감성이 되살아난 건 아닐까.

 

*

지난 밤에 사로잡힌 어떤 일의 기억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꿈 속에서 좌충우돌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구글 창에 "who can report suspected child abuse" 를 검색했다. 사실 학교에서 배운 대로면 검색할 필요가 없다. 답이 뻔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른의 책무이기도 하다. 다만 어린이가 학대받고 있거나 보호가 필요하다는 "납득할만한 근거 (reasonable grounds)" 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납득할만한 근거" 는 "평균적인 사람이 정직하고 평범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참 모호하다. 가령 "어린이가 따귀를 두 대" 맞았을 경우처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통 사람의 정직하고 평균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보통 사람의 정직하고 평균적인 판단이란 무엇일까. 한국 (이나 여타 몇몇 나라) 에서는 매우 정상적이거나 혹은 정상참작이 가능한 어떤 행동들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비정상이거나 행정권력이 개입해 중재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각각의 사회적 맥락이 다른 탓이다.

 

*

보다 엄밀한 하지만 예리한 민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누구든 타인을 (그 타인의 권리에 반해) 해하면 안된다" 이 명제를 기억하고 실천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어떤 사회에 어느 땅에 발딛고 사는지에 따라 이 명제는 그를 수도 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어떠한 한 상황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심장 (감성) 이 먼저 반응하는 일에 머리 (이성) 는 어떻게 심장에 공명할 것인가. 어떻게 명실이 상부하도록 살 수 있을까.

 

 

 

 

2015/08/10 01:48 2015/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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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아티클

분류없음 2015/08/07 11:40

 

남몰래 흠모하는 어떤 분이 소개하신 아티클

 

http://wakeup-world.com/2015/05/26/the-likely-cause-of-addiction-has-been-discovered-its-not-what-you-think/

 

삼일 전에 처음 읽고 어제 프린트해서 두 번 읽고 오늘 두 번 읽었다. 한국땅을 떠날 즈음에서부터 계속 고민 중인 어떤 주제들이 있는데 이 글을 읽으며 더 복잡해졌다. 한국어로 -- 그러니까 한국어 독해 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어서 더 복잡하다. 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뭔 말인지 모르겠다면. 

 

그래서 모국어로 옮기는 거구나.

 

일단은 여기에 올려놓고 생각을 정리해보자.

2015/08/07 11:40 2015/08/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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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봤다

분류없음 2015/08/05 09:15

나만 본 건 아닐거야 

2015/08/05 09:15 2015/08/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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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새우장

분류없음 2015/08/03 11:00

생선활어회 그거 먹는거임? 활어회를 먹어본 지 어언 ... 몇 년인지 잘 모르겠다. 먹고싶다. 촵촵. 이 나라에서 생선활어회는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음. 생선회는 있지만 대부분 참치나 연어처럼 숙성한 것들. 간혹 한국 마트에서 파는, 한국에서 항공편으로 공수해오는 활광어가 있었는데 겁나 비쌈. 광어, 우럭, 돔... 플러스 멍게, 해삼 따위 싱싱한 해산물이 진짜 먹고 싶다. 그립다. 꽃게도 그립다. 서해안에서 잡히는 꽃게. 꽃개는 꽃게가 그립다. 어제 칠레산 블랙타이거 스물 너댓 마리에 $9.99 구입. 꽝꽝 얼어서 녹이는 데만 십여 분 걸림. 찬물 틀어놓고 기다리는데 유틸리티 요금을 따로 내야 했다면 이 짓도 못했을 거란 생각. 간장새우장 만듬. 꽃개는 재료만 준비하고 짝이 만드심. 간장베이스의 국물을 끓여서 식힘. 유리 그릇에 얌전히 앉은 새우에 붓고 냉장고행. 오늘 만 24시간 뒤 간장국물을 다시 끓이고 지금 식히는 중. 맛있는 한식요리는 정말이지 손이 너무 많이 간다. // 그 와중에 닭다리 다섯 조각을 사와서 닭볶음탕 해먹음. 닭손질만 꽃개가 하고 요리는 역시 짝이. 최고의 닭볶음탕. // 엄마에게 전화. 전화요금 많이 나온다고 끊으라고 하셨다. 인터넷 전화라서 괜찮다고 벌써 몇 년째 말씀드리고 있다. 계속 말씀드리는 수밖에. // 먹고 사는 일이 참으로 징하구나. // 간장새우장아, 맛있게 잘 익어다오. 너만은 내 마음을 알아다오.

2015/08/03 11:00 2015/08/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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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경험

분류없음 2015/08/03 04:36

 

스케쥴이 바뀐 건 출산휴가를 떠난 행정담당 직원의 빈자리 탓이 크다. 지난 주에 행정담당 일 년짜리 계약직 직원을 뽑는 인터뷰가 있었다. 일 년 계약직이지만 근무 내용에 따라 향후 다른 프로그램의 영구 정규직, 혹은 다른 도시에 있는 같은 회사 프로그램에 어플라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므로 괜찮은 포지션이다. 

 

 

동료 둘이 (이들은 영구 정규직이다) 꽃개에게 매니저와 함께 잡인터뷰에 들어가라고 했다. 꽃개는 오래 걸린다한들 한 시간인데 그 정도야 뭐, 싶어서 알겠다고 했다. 매니저에게 "자, 오늘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how can i help you, today?" 농담을 했다. 레쥬메를 주면서 간략하게 백그라운드 체크를 하란다. 그리고 질문지를 줬다. 너랑나랑 번갈아가며 질문할 거고 맨 뒤장에 있는 평가지에 점수를 매기면 돼. 어 이거 생각보다 심각하네.

 

첫째 후보자, 질문을 하고 태도와 표정을 살폈다. 관대한 꽃개는 후한 점수를 줬다. 중간에 팀워크에 대한 부분은 글쎄... 노트도 남겼다. -- 그녀의 팀웍스킬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끝났다. 40분 걸렸다. 아싸.

 

사무실로 돌아가려는데 리셉션에 낯선 얼굴이 있다. 넌 누구? 인터뷰보러 왔단다. 엥? 또 있어? 매니저한테 오늘 대체 몇 명이나 인터뷰를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무려 4명이란다. 어익후. 둘째 후보자, 첫째보다 괜찮았다. 30분 소요.

 

 

두 명의 인터뷰를 끝내고 사무실에 돌아와 동료들에게 나는 한 명인 줄 알았더니 네 명이래. 하고 울상을 지었다. 그래서 우리들이 안한다고 한 거야. 웃는다. 젠장. 셋째 후보 인터뷰부터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너무 바빴다. 매니저에게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그 친구는 적당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그래서 일찍 끝났다고 했다. 

 

 

비록 일하는 부서와 내용은 다르지만 채용된다면 동료가 될 사람인 꽃개와 잡인터뷰를 한 셈이다. 꽃개는 이런 자유분방한 시스템에 별 다른 이의가 없다. 어차피 최종결정권자는 매니저이므로 나는 주어진 한도 내에서 내 할 일을 하고 의견을 말하면 그 뿐이다. 그러나 몇 몇 동료들은 이런 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찌 동료 (collegues) 가 될 사람과 인터뷰를 할 수 있단 말이냐, 그들의 가치관과 꽃개의 가치관이 다른 거다.

 

 

매니저가 작성한 질문 중에 can you describe your ideal supervisor? (이상적인 매니저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라는 게 있었다. 질문 순서상 꽃개가 물었다. 두 명 다 괜찮은 답을 했다. 맨 마지막에 질문이 있으면 하라는 질문이 있다. 둘째 후보가 매니저에게 네가 선호하는 직원상은 뭐냐고 물었다. 매니저는 i love her honesty and personality 라며 출산휴가를 떠난 직원에 대해 설명했다. 매니저가 그 직원에 대해 얘기하는 동안 꽃개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그녀는 정말로 모든 직원들이 사랑하는 모두의 워너비였다. 매니저는 실력이 출중하고 경험이 많고 그런 것도 따지지만 무엇보다 정직하고 신실하며 이지고잉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실력이나 경험이나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인데다 경험치라는 게 배우면서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직하지 못하고 치팅하고 성격이 개차반이면 각각 백그라운드가 다른 서른 명 넘는 사람들이 어우러지고 정신질환을 앓는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프로그램의 성격 상 팀 분위기를 해치기 십상이다. "정직"과 "무난한 성격". 한국어로 하면 이 정도 될 터. 쉬운 것 같지만 정말 어렵다.

 

 

퇴근길에 꽃개의 이상적인 수퍼바이저는 뭘까, 생각해봤다. 꽃개가 인생에서 만난 수퍼바이저들은 대부분 괜찮았다.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일했던 출판사의 사장님은 대충 하다가 하나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그런 분이 아니라 늘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의 의의와 배경, 앞으로 전망 등을 설명해주셨다. 꽃개가 처음에 그 일터를 택했던 건 대표의 그 장점 때문이었다. 일종의 모티베이션, 동기를 작동시키는 수퍼바이저랄까? 한국에서 짧게 일했던 몇 군데 회사 수퍼바이저들 가운데 궁합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왜?"라는 꽃개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뭐 이렇게 말이 많아. 하다보면 알게 되는 거지" "그걸 알면 내가 하지" "글쎄다"...

 

캐나다에서 만난 수퍼바이저들도 대부분 훌륭했다. 꽃개에게 큰 그림 (big pictures) 을 보여주고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득해 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겉으로는 모두들 꽃개에게 설명해주고 잘 이끌어줬다. 모두들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금 일하는 프로그램의 매니저도 마찬가지. 꽃개가 필요한 것이 이것저것이라고 얘기하면 방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안된다거나, 부정적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너는 우리 회사의 자산 (asset)" 이라며 황송한 칭찬도 해주신다. 일할 기운이 절로 난다.

 

그 가운데 딱 한 명은 꽃개가 "왜"라고 물으니 그냥 조용히 시키는 일을 하라던 사람도 있기는 있었다. 우리 둘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것은 그 사람 탓도 꽃개 탓도 아니다. 상황이 그저 그랬을 뿐이다.

 

 

동료를 뽑는 인터뷰에 인터뷰어로 참여하는 일. 색다른 경험이었다. 잡인터뷰를 이러저러하게 준비해야 겠구나. 새로운 각오도 다졌다.

 

 

 

 

 

 

 

 

2015/08/03 04:36 2015/08/03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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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김치

분류없음 2015/08/02 01:31

제목: 복숭아김치 외

 

 

복숭아 김치

 

그저께 퇴근했더니 짝이 복숭아 김치를 만들고 계셨다. 살집이 단단한 백도 (white flesh peach) 를 깍두기 모양으로 썰고 아시안 배 (asian pear) 와 역시 살집이 단단한 갈라 사과 (gala apple) 도 같은 모양으로 준비. 피시 소스와 레몬, 라임, 소금 등 기본 드레싱 재료들을 발란싱을 맞춰 잘 넣었다. 정말 맛있었다. 특히 레몬 때문인지 더더욱 맛이 났다. 여름엔 역시 복숭아. 잘 익은 백도를 차갑게 먹는 것도 그만이지만 단단한 살집의 백도를 사과처럼 썰어 먹는 맛도 제법이다. 복숭아는 역시 역시 여름의 최고 과일. 자스민 쌀에 썬 채소+버터+소금을 넣은 밥과 함께 먹었다. 최고의 요리왕 나의 짝.

 

 

거미

 

그저께였나. 낮에 일터에서 유닛체크를 하는데 한 여성 클라이언트가 "can you kill this guy for me?" 라고 물었다. 조현증이 다소 심한 편인데 그동안 나의 관찰로는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어 보였다. 일주일에 한 번 담당 워커를 만나 생활계획을 세우고 사회활동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보호관찰 담당자를 만나고 담당 의사를 만나 약을 확인하고 건강진단을 제대로만 하면 말이다. (---> 그런데 사실 이게 제일 어렵다.) 대체 어떤 녀석을 죽여달라는 거야. 차분하려고 애쓰면서 다시 확인. 방 입구에 거미가 있었다. 그렇게 큰 녀석은 아닌데 나도 벌레라면 질색이라고. 죽일 수 없고 잘 들어서 밖에 던지면 알아서 살아가겠지. 미안한데 네 방에서 티슈 한 장만, 아니 여러 장 줄래? 휴지를 딱 한 장만 주더라. 눈을 꼬옥 감고 휴지로 거미를 집어서 비상문으로 던져버렸다. 바닥에 뚝 떨어진 거미가 저만치 걸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휴우-- 집이었다면 엄두도 못냈을 일을 해냈다. 집에서 벌레가 나타나면 나는 소리를 지르고 겅중겅중 뛰거나 안절부절. 짝이 조용히 들어 발코니 밖으로 던진다. 식은땀이 말그대로 식을 때까지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용감한 나의 짝. 

 

 

크로넌버그 1664 블랑

 

어제 퇴근길에 사야할 게 있는지 전화를 했다. 가령 바나나나, 토마토나 뭐 그런 것들. 의외로 짝께서 핫윙과 맥주를 말씀하셨다. 동네 리쿼스토어에 들렀다. 꽃개는 라이트한 맥주 중에 크로넌버그 1664 블랑 (Kronenbourg 1664 Blanc) 을 젤로 좋아한다. 이게 캔으로 있으면 좋겠는데 우리 동네 리쿼스토어에는 늘 식스팩만 있다. 식스팩 하나와 로컬 크리모어 스프링스 필스너 (Creemore Springs Lot 9 Pilsner) 두 캔을 샀다. 핫윙을 사서 집에 오는 길. 짝과 여유 있는 금요일 오후를 보낼 생각에 기쁘게 귀가. 

 

 

블루문 

 

보름달이 두번째 떠오르는 블루문. 지난밤 날씨 때문에 달을 볼 수 없었다. 다만 반대 대륙에 살고 있는 친구가 찍은 사진으로 만족. 보름달이 뜨는 밤엔 잠을 잘 이룰 수 없다. 침실 창문 가득 달이 들어차기 때문.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언니들과 남동생. 얼굴만 본 남동생 부인과 사진으로만 본 남동생+그의 아내가 낳은 아이들 두 명, 이른바 조카들. 그들을 잠깐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 고향땅에 있을 적에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생각한다.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잘들 살고 있겠지, 부디. 다음으로 이 나라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떠올린다. 친절한 사람, 잔인했던 사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 피부색도, 얼굴도, 말투도 각기 다른 사람들. 마지막으로 지금 곁에서 잠든 사람을 생각한다.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솔직하고 때론 자신에게 가혹해서 지켜보며 조마조마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잘해내고 있군요. 건강하고 아프지 말아요. 냉면처럼 가늘고 모질게 잘 살아봅시다. 

 

 

* 복숭아 김치에 소금에 절인 모나게 썬 오이/고추가루가 있었다. 스킵했던 주요 식재료 두 개 추가. 잊지 않기 위해서.  

 

 

2015/08/02 01:31 2015/08/02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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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침실로

분류없음 2015/07/26 12:59

* 포스팅을 다 하고 났는데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가 떠올랐다. 제목을 바꿨다. 그것으로

 

 

앞으로 2-3주 정도 시프트가 바뀌어 주중에 근무를 하고 주말엔 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많은 이들이 그러듯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다섯 시 경 집에 돌아오는 일은 절반은 좋고 절반은 그저 그런 기분이다. 꽃개가 희구하는 평범성 - 보통사람의 위대한 생활 - 을 구현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꽃개가 적을 둔 교회 (MCCT) 에서 (성인을 위한) 여름성경학교 같은 걸 열었다. "서머 섹슈얼리티 인스티튜트 (Summer Sexuality Institute)". 미국의 플로리다 팜비치 (MCCPB) 에서 봉직하시는 레즈비언 목사님이신 리아 브라운 Rev. Dr. Lea Brown 께서 하루짜리 워크샵과 3주간 주일 말씀을 이끄신다. 오늘 그 워크샵에 참석했다. 뒷부분은 이 도시에 온 첫 해 참여한 8주짜리 세미나 "Homosexuality and Bible (동성애와 성경)" 와 중복하는 내용이어서 일찍 자리를 떴다. 

 

 

각자 이런저런 경험을 나누고 목사님 스스로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기 자신을 알게 되었는지, 교회 (MCC) 를 알게 되었는지,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아가서 (雅歌, Song of Songs) 이야기를 하시며 왜 교회가 성 (Sex) 에 대해 함구하는지, 따라서 왜 무지한지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닌데, 한국의 요즘 교회들이 얼마나 많이 성 (Sex) 과 섹슈얼리티에 대해 얘기하는데 -- 그들은 주로 항문섹스를 다룬다.

 

 

어렸을 때 다니던 교회에서 단 한 번도 아가 (Song of Songs) 를 주제로 설교말씀을 들었던 적이 없다. 간혹 성경 공부를 해도 아가서를 공부한 적이 없다. 알려진 것처럼 아가는 에스더와 함께 하나님을 언급하지 않는다. 독특하다. 이에 더해 "야한" 표현이 많아서 아가를 읽으면 다소 "혼란"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애써 해석을 한다. 다른 성경 부분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서 "아가서" 만큼은 해석을 한다. 교회와 하나님의 관계랄지, 교회와 성도의 관계랄지... 라고 해석한다. 보수적인 목사들은 설교주제로 아가를 잘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말그대로 아가는 '아름다울 아', '노래 가'이므로 "아름다운 노래"이다. 시이면서 노래다. 때론 얼굴이 화끈할 정도로 묘사가 직접적이지만 그만큼 은유 (metaphor) 가 많다. 따라서 아가서를 재해석해 읽는 (한국 일부) 교회는 성경독해를 잘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성경을 해석하려는 태도는 문제적이다. 아전인수격으로, 이인령비인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관성이 없다. 

 

 

오늘 워크샵에서 재미난 몇 가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중 하나. 아가 5장에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발을 씻는 묘사가 있다. 인류학이나 서양문학사에서 "발 (feet)"은 곧잘 "성기 (genitals)" 를 은유한다고. 재밌다. 중국의 오랜 풍습이었던 전족 (Lotus feet) 이 떠올랐다. 연꽃 (lotus) 은 종종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게 참 많다. 사람사는 게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다.

또 하나는 오늘의 이 사단 (육체와 성을 억압하여 인간의 본성이자 즐거움을 정작 교회에서는 말할 수 없게 만든) 을 만든 이로 아우구스티누스 (영어명은 어거스틴, Aurelius Augustinus) 와 사도 바울 (영어명은 폴, Paul the Apostle) 이 거론됐다. 신학+사회정의를 공부한 어떤 이가 언급했다. '철학은 플라톤, 신학은 어거스틴'이라는 말처럼 오늘날 신학의 정초를 놓은 이가 어거스틴인데 어거스틴을 붙잡고 늘어지면 어쩌자는거야. 그런 생각이 대번 들었다. 또 '예수가 없었으면 바울이 없고 바울이 없었으면 교회도 없다'는 말처럼  오늘날 교회의 아버지가 사도 바울인데 사도 바울을 붙잡고 늘어지면 어쩌자는 거야. 그런 생각도 들었다. 말인즉슨,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다루자는 건가, 하는 반발심이었다. 하지만 곧 그이는 사회적 맥락과 컨텍스트를 고려해야 한다고, 사도 바울이 살던 그 시대의 맥락, 사도 바울 개인의 맥락으로 오늘을 해석하면 곤란하다고 언급해 나의 반발심을 잠재웠다. 어거스틴이나 폴이나 공은 공이고 과는 과다. 공칠과삼. 어거스틴은 자세히 공부한 적이 없지만 폴은 그냥 떠오르는대로 말하자면 -- 생계형변절자가 얼마나 더 무섭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가령 탈북자 가운데 일부는 박정희-박근혜 부녀를 신격화하는 풍선삐라를 이북에 날려보내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북한에서 지배계급이었던 부류들 + 먹고사는 일이 너무 힘든 사람들 (로 알려져 있다). 혹은 김문수, 이재오 정도. 더 나가아면 신지호, 김영환?  

 

 

재미있는 워크샵이었다. 꽃개의 지적허영심을 채우기에도 좋았고 영적갈급함을 채우기에도 좋았고 영어공부하기에도 좋았고 전체적으로 좋았다. 메트로폴리탄커뮤니티처지 (MCC: Metropolitan Community Church) 의 일원이 된 일은 잘 한 일 같다. 한국에 있었다면 향린교회를 골랐을까. 한국에도 MCC 교회가 있다고는 하드만. 

 

 

 

마지막으로 오늘 리아 브라운 목사가 나눠준 핸드아웃에 있던 아가 2장 일부분 (영어는 NIV, 국어는 현대인의성경)

 

3 Like an apple[c] tree among the trees of the forest
    is my beloved among the young men.
 I delight to sit in his shade,
    and his fruit is sweet to my taste.
4 Let him lead me to the banquet hall,
    and let his banner over me be love.
5 Strengthen me with raisins,
    refresh me with apples,
    for I am faint with love.
6 His left arm is under my head,
    and his right arm embraces me.
7 Daughters of Jerusalem, I charge you
    by the gazelles and by the does of the field:
Do not arouse or awaken love
    until it so desires.
8 Listen! My beloved!
    Look! Here he comes,
leaping across the mountains,
    bounding over the hills.
9 My beloved is like a gazelle or a young stag.
    Look! There he stands behind our wall,
gazing through the windows,
    peering through the lattice.
10 My beloved spoke and said to me,
    “Arise, my darling,
    my beautiful one, come with me.
11 See! The winter is past;
    the rains are over and gone.
12 Flowers appear on the earth;
    the season of singing has come,
the cooing of doves
    is heard in our land.
13 The fig tree forms its early fruit;
    the blossoming vines spread their fragrance.
Arise, come, my darling;
    my beautiful one, come with me.”

 

3     여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남자와 비교해 보니 숲속의 사과나무 같구나. 내가 그의 그늘에 앉아서 기뻐하며 그의 열매를 맛있게 먹는구나.
4    그가 나를 데리고 연회장으로 들어가서 나에게 사랑의 기를 치켜올렸네.
5    건포도로 내 힘을 회복시키고 사과로 나를 시원하게 해 다오. 내가 사랑 때문에 병이 들었단다.
6    그가 나에게 그의 왼손을 베게 하고 오른손으로 나를 안는구나.
7    예루살렘 여자들아, 내가 너희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제발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지 말아다오.
8    여자: 사랑하는 님의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그가 산을 넘고 들을 지나 달려온다.
9    내 사랑하는 님은 노루와 어린 사슴 같구나. 그가 벽 뒤에 서서 창틈으로 들여다본다네.
10    내 사랑하는 님이 말한다. 남자 :나의 사랑, 나의 님이여, 일어나 함께 갑시다.
11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으며
12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는 때가 되어 비둘기 소리가 들리고 있소.
13    무화과가 맺히기 시작하고 포도나무가 꽃이 피어 향기를 날립니다. 나의 사랑, 나의 님이여, 일어나 함께 갑시다.

 

 

"나의 침실로" 가 떠오르는 건 어인 일?

 

나의 침실로

- 이상화(李相和)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 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寢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양털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런지 -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寺院)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 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느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
내 몸에 피란 피 -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 내 침실이 부활(復活)의 동굴(洞窟)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2015/07/26 12:59 2015/07/2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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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교회

분류없음 2015/07/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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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몇몇 페이스북 친구들 계정에서 많이 퍼진 것 가운데 하나.

 

 

2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앨버타 주의 캘거리에서 한 백인이 택시를 탔다. 택시운전사는 이 나라 여느 택시운전사들처럼 남아시아에서 이민온 사람. 백인 손님이 맥도날드 같은 데에 들르자고 했다. 운전사는 그러마 했지만 곧 택시요금이 오바할 것 같다고 했다. (백인은 회사에서 제공한 일종의 바우처 같은 택시칫으로 택시를 탔다) 백인이 다짜고짜 욕을 하는데 개새끼소새끼 그런 욕은 껌이고 인종차별적 언사가 마구 튀어 나온다. 씨바니미조또니나라로돌아가옘비 뭐 이런 식. “you son-of-a-bitch, you f—ing  c—sucker, go back to where are from” and, “what, are you going to f—ing going to do, strap a bomb to your body, huh?” 이게 고스란히 녹화되었고 언론이 이걸 최근에 다뤘다. 방송국은 이 백인의 이름까지 밝혔고 남자가 일하는 회사로 찾아가 인터뷰까지 했다. 그리고 그 백인은 회사에서 짤렸다. 경찰은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봄에는 꽃개가 살고 있는 도시의 축구 경기장을 찾은 한 남자 사람이 (물론 백인이다) 생방송 중계 중인 여성 리포터를 성희롱한 것이 고스란히 방송을 탔고 그 남자는 연봉 1억 원의 직장에서 결국 짤렸다.

 

 

캐나다에서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고 (강간이 아닌) 성희롱만 해도 사람의 밥벌이를 끊을만큼 정의로운 나라이구나, 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끔 봤던 뭐냐 그 프로그램 이름 생각이 안 나는데 미녀들의 수다랑 비슷한 컨셉인데 왜 세계 곳곳 여러 나라 남자 (주로 백인) 사람들이 나와서 각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 아니 참 제목이 뭐야... 암튼 캐나다에서 건너 간 남자가 (물론 한국인이 써준 대본대로 하는 거겠지만) 간혹 캐나다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을 볼 때마다 이건 뭐야...

 

 

물론 캐나다에는 엄연히 차별금지법이 있기 때문에 저런 사람들이 공개되면 당연히 제재를 당한다. 제재를 안하면 법을 집행하지 않는 게 된다 -- 이유는 간단하다. 법이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 성차별, 장애인차별, 호모포빅 발언 등을 한 것이 공개되면, 그리고 그것이 명징하면 위법행위를 한 것이므로 의당 법(률)에 따라 입건된다. 반드시 변호사를 써야 한다. 반드시!! (아니면 그냥 깜방 가든가) 아울러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이른바 고연봉의 널리 알려진 좋은 직장을 다닐수록 해고의 확률은 올라간다. "아니 저 회사는 차별금지교육도 안하고 뭐했대" 이런 반응이 대번 나오므로 회사 입장에서는 명예를 실추한 셈이니 그것까지 손해배상을 물을 수도 있다. 명분은 만들기 나름이다. 이에 더해 커뮤니티에서 얼굴 들고 살기가 참 힘들(것 같)다. 한편, 인종차별/이민자차별을 옹호하는 백인 세력들도 만만치 않고 인종/출신나라에 상관없이 성차별/성소수자/장애인 차별을 쌍수 들고 반기는 사람들도 왕왕 있다. 이들의 대응논리는 성평등을 주장하면 대번 "군대"를 들고나오는 한국 (일부) 찌질남들의 패턴과 아주 유사하다. 어쩌면 더 심각할지도 모르겠다. 논리적으로 성립 불가능한 리버스레이시즘 (역차별) 을 들고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종종 다루는 것은 그만큼 아주 높은 빈도로 이런 류의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상 이상으로 차별 행위가 빈번하고 광범위하며 악의적이고 때론 교묘하게 일어난다.

 

 

*

 

꽃개도 많이 자주 종종 겪는다. 최근엔 빈도가 많이 줄었지만 처음엔 아주 가관이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학교에서, 거리에서, 식당에서, 일터에서. 인종차별, 성차별... 인종+성차별에 호모포빅한 것까지 어우러지기도 한다. 위의 남자사람 아저씨들처럼 대놓고 지랄하면 차라리 속이라도 시원하겠는데 배배 꼬아서 은근히 암시하는 차별적 언사는 거참... 꽃개가 너무 예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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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개는 아직도 궁금한 게 캐나다에는 인종차별이 없다, 고 말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좋은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게 궁금하다. 로키산맥에서 천막치고 혼자 살아가는 은둔자들의 갑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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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선주민들 (어보오리지날, Aboriginal) 이 살고 있던 땅에 유러피안 백인들이 침략해 들어와 땅을 빼앗고 그 선주민들을 학살하면서 점령했다. 그들 유러피안 침략자들을 초기정착자들 (어얼리세틀러, Early Settlers) 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19세기 뒤 여러 대륙에서 많은 이들이 왔다. 초기에 대륙횡단 철도 공사를 할 때 들여온 중국인 이민자들, '싸고 질좋은 땅을 가질 수 있는만큼 가지세요. 천평에 십원'이라 홍보해 들여온 유러피안 이민자들, 이 외 전세계에서 공부하러, 일하러, 조금 더 나은 삶은 위해 온 사람들... 이들을 이민자 (이미그런트, Immigrants) 라고 부른다.

 

 

캐나다는 어보오리지날, 초기정착자들, 이민자들, 이렇게 세 그룹이 세운 나라라고 한다(지만 사실은 유러피안 백인 침략자들이 그들의 총과 균과 쇠로 세웠다).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살다보니 차별금지법 같은 게 필요하다.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오야 그룹인 백인들 처지에서 차별금지법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

 

조금 더 시니컬하게 말하면 그 무수한 캐나다판 일베리안들이 다 묻히고 어쩌다 얻어걸리는 저런 백인 남자들은 일종의 시범케이스라는 생각이 든다. 더 더 더 시니컬하게 말하면 희생양? 나 차별금지법 여기 살아있소. 캐나다는 차별이 없는 나라요------ 그러니 당연히 재수가 없어 걸렸다, 는 말이 나오는거다.

 

 

*

 

차별금지법은 있는 게 너에게도 나에게도 낫다. 한국교회 입장에서도 결국엔 낫다. 성도가 더 늘어날 것이다. 헌금이 더 늘어날 것이다. 왜냐, 하지말라는 법이 생기면 그에 비례해서 사람들의 죄책감이 더 많이 더 폭넓게 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차별이 정말로 없어지면 -- 없는 것으로 되면 그 때에 가서 있는 차별금지법을 폐지해도 되니까 일단은 한 번 만들어보자.

 

 

*

 

쓰고보니 결국은 교회깔대기가 됨. 니미. 이번주 시프트가 완전히 바뀌었으니 일요일엔 교회나 가야겠다. 아멘.

 

 

 

 

 

 

 

 

 

 

 

2015/07/24 11:22 2015/07/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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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힘

분류없음 2015/07/20 23:43

 

제목: "마지막"의 힘

 

*

금요일 이브닝 근무 뒤 빈 속에 잠을 청했다. 삼십 분 정도 잤나. 꾸룩꾸룩 소리가 나고 번쩍번쩍 뇌우(雷雨)가 일어 잠에서 깼다. 소리는 꽃개의 배에서, 뇌우는 남쪽 하늘에서. 보리차에 밥을 말아 후루룩 마셨다. 잠시 앉아 말아먹은 밥이 잘 넘어가기를 기다리는데 배가 살살 아팠다. 설사를 몇 번 한 뒤 탈수가 걱정되어 다시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고 잠을 청했다. 역시 얼마 못 잤고 일찍 눈을 떴다. 짝이 마련해주신 아침을 먹고 대체 어제 뭘 잘못 먹었길래 설사를 했을까. 어렸을 때 앓던 장염이 도진 걸까. 아침 먹은 게 또 탈나면 어쩌나 한참을 골몰했다. 결론은 "곧 생리를 할 때가 되었나보다." 이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원래 계획은 토요일 이브닝 뒤 잠깐 쉬고 일요일 오후에 아나키스트 북페어 (Anarchist Bookfair)에 들른 뒤 일요일 오버나이트 근무를 하는 거였다. 그런데 생리 전 증후군으로 설사를 하고 바로 다음날 생리를 시작하자마자 온 몸이 아팠다. 더구나 기상청과 시 당국에서 경보를 낼만큼 더웠고 습도도 높았다. 집에서 쉬는 수밖에. 밤에 일하려면 더 쉬어야 한다. 

 

 

"뭐 이렇게 쓸모도 없는 걸 꼬박꼬박 하는지 모르겠어요." 

낮은 목소리로 불평을 했다. 짝은 쓸모가 없다니요, 아니라고 기운 내라고 차분히 말씀하셨고 우리는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없는 집에 제사 돌아오듯 온다." 하하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보자규. 

 

 

**

온라인에서 다시 만난 친구와 이메일 수다를 떨다가 고등학교 2학년 담임 생각이 났다. 그 도시를 떠나기 전의 친구와 잠시 같은 반이던 때. 담임은 한문 담당이었고 갓 결혼한, 넉넉히 봐야 삼십대 초반인 젊은 남자였다. 처음 한두 달, 그러니까 봄에 상당히 촌스러운 양복, 영화 "고래사냥"에서 안성기가 입은 그런 복장으로 종종 나타났다. 어느 날, 반 친구들이 양복 좀 새로 사시면 안돼요, 반쯤 놀렸는데 얼굴이 발그레해졌다가 말꼬리를 흐렸고 다음 월요일에 로가디스 새 양복을 사입고 왔다. 

 

 

담임은 당시 꽃개가 술담배먹고 저녁 야간 자율학습을 시작할 때 서쪽 하늘의 금성을 한없이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학교 밖 스토리에 관심을 더 많이 두며 수학 연산공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기 전에는 절대 외우지 않는 '문제아'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밤에 꽃개를 부르더니 맥주 한 박스를 안기며 "니들이 밤에 술 마실 걸 알고 있다. 다른 거 먹지 말고 그것만 먹어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 무거운 걸 들고 숙소로 오면서 약간 허탈했다. 얘들아, 담탱이가 이거 먹으래, 아이 씨, 그거 꼭 먹어야 돼? 자던 아이들까지 일어나 툴툴거렸다. 담임은 진지했는데 아이들은 더 진지했다. 사실 그렇게 작정하고 술을 먹는 애들은 별로 없었다. 호승심에서 한두 모금 정도라면 모를까. 일고여덟으로 시작한 술자리가 서넛으로 줄고 남은 맥주 몇 병은 옆 방으로 건너갔다. 아이 씨, 담탱이 시아씨된 걸로 좀 사주지.

 

 

그 남자담임은 어떤 면에선 꽃개가 대학이란 데를 갈 수 있게 한 사람이기도 하다. 대학갈 생각이 없던 꽃개는 담임에게 야간 자율학습과 오전 보충수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말은 1교시가 시작하는 9시에 등교해 정규 수업이 끝나는 6시 무렵 하교하겠다는 말이었고 그 이상 학교에 머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한참을 쳐다보던 담임은 대학을 가지 않는다면 고등학교가 꽃개의 마지막 정규 교육과정이 될 것이고 대학을 간다면 대학이 그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 섣불리 결정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뭔 말인지 이해는 둘째치고 그 "마지막" 이라는 단어가 심장에 콱 와서 박혔다. 뭔가 절벽으로 밀린 것 같은, 퇴로가 없는 듯한. 탄금대에 배수진을 친 신립 장군의 심정이 이런 거였을까. 꽃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꼭 일 년 뒤 고3 시절, 두번째 수능을 한 달여 앞두고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병실에서 안경을 쓰고 혈관에 수액을 꽂은 채 생물 책을 읽고 있는데 고3 담임이 고2 담임이던 이 남자와 문병이란 걸 왔다.  

 

 

"어쭈, 공부하네. 어이, 꽃개, 난 니가 이렇게 공부를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 어디 우리 약주라도 한 잔 할까?"

"나중에 퇴원하면 해요. 지금은 바로 설사해서 안돼요. 아까워." 

"다 나았나 보네. 농담도 치고."

 

고3 담임도 같이 이죽거렸는데 기억에 없고 유난히 고2 담임이었던 이 남자만 선명하다. 

 

 

나중에 대학에 간 뒤 그 담임이 자신이 맡은 반에 와서 간증 (?) 같은 걸 하라고 했는데 안갔다. 간증의 제목은 "나도 할 수 있다" 같은 거였다. 서울대를 간 것도 아닌데 촌스럽게. 어차피 한국의 대학은 '서울대'와 '비서울대'만 존재하는 거 아님? 가끔 비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학벌 따지는 거 보면 좀... 씁... 우습다.

 

 

어쨌든 그 젊은 남자선생이 말한 '마지막'이란 단어는 지금 되뇌어도 선혈이 둑둑 듣는 것 같다. 성견처럼 자란 꽃개도 이럴진대 채 약관도 되지 않았던 어린 꽃개에게 그 말이 얼마나 무시무시했겠는가.

 

 

꽃개에게 아직 마지막은 없어ㅓㅓㅓ,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야ㅑㅑㅑ. 절대 없어ㅓㅓㅓ, 절대 아냐ㅑㅑㅑ. 불꽃을 태우리라. 가늘고 길고 모질게 냉면처럼. 

 

 

2015/07/20 23:43 2015/07/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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