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없뎃
분류없음 2017/06/26 23:29
시티폰
꽃개가 사는 도시의 지하철에선 휴대전화를 원활히 쓸 수 없다. 다운타운부근에선 제한적으로 쓸 수 있지만 약간만 벗어나도 금방 끊긴다. 한시간 무료로 쓸 수 있는 와이파이도 역을 떠나는 순간 끊어진다. 급한 업무로 아웃룩에 접속할 때마다 혹은 전화나 문자를 쓸 때마다 뚝뚝 끊기는 그 때, 아 이런 때가 옛날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득한 기분이 들어 되짚어보면 시티폰을 쓰던 그 때 기억이 순간적으로 떠오른다. 시티폰, 요즘 친구들은 이게 뭔지 알까 싶다.
태니 (TaeNy)
혼자 좋아라하는 태연 씨와 티파니 씨의 조합 (하지만 알 사람은 다 안다규). 얼마전 케이스컨퍼런스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할 기회가 있었다. 클라이언트의 가명을 뭘로 쓰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당사자 클라이언트의 이름 "하니 ("하"와 "니" 사이에 강한 R 발음이 들어가는) 에서 착안하여 "태니" 로 작명하여 발표했다. 다행히 준비하고 발표하면서 혼자 몹시 신나했다는. 이 마음 니덜은 모르지. 그래서 더 신났다는.
지하철
이 도시에선 주말마다 지하철 부분 구간 서비스를 중단한다. 신호업데이트, 레귤러업데이트, 안전점검, 청소 등등 이유도 다양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구간들은 몽창 유동인구가 많은, 한국식으로 하면 홍대-신도림 혹은 신도림-강남역 구간이다. 당연히 꽃개가 주말출근마다 이용하는 구간. 젠장.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는 하는데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다. 시민들이 항의하거나 데모하는 꼴을 한 번도 못봤다. 이것봐라. 이렇게 참을성이 높다니. 언젠가 한국과 비슷한 시민의식을 지닌 나라에서 이민온 동료에게 "지하철을 이런 식으로 서비스했다간 한국 같았으면 벌써 난리났어" 라고 했더니 자기네 나라에선 폭동이 일어났을 거란다. 시민의식으로 포장하고는 있지만 착해도 너무 착하다. 호갱이 따로 없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주말마다 지하철을 이용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거반 서민이다. 출근하거나 간만에 아이들과 놀러나가거나.
트레이닝
한국 돈으로 물경 오십만 원에 육박하는 8주짜리 트레이닝에 참석하고 있다.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긴 해도 너무 비싸다. 게다가 내용을 들어보니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를 사회복지영역에 도입하는 내용이다. 하우징 (주택), 멘탈헬스 (정신건강), 인테이크, 크라이시스 인터벤션, 케이스웍 등 업무분장이 분명했고 각 업무에 따라 잡 포지션이 분명했던 것을 점차 통합하려는 냄새 (?) 가 역력하다. 업무의 내용, 서비스 내용은 여전히 분명히 다르지만 그것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역량을 통합해야 한다는 거. 말이 좋아 역량의 통합이지 앞으로 하우징워커가 정신건강 분야도, 케이스웍 분야도 다 해내야 한다는 것을 세련된 말로 포장한 것에 다르지 않다. 긴축 (austerity). 고정비용을 줄이겠다는 말.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는 않지. 젠장.
아저씨의 국제화
모 나라에서 온 세 명의 클라이언트. 세 명 모두 같은 나라에서 오긴 했어도 지역이나 종교, 배경 등은 확연히 다른데 공통점은 마치 한국에서 온 "아저씨" 들처럼 행동하다는 것. 개저씨라는 신종 용어가 있긴 하지만 그것이 이렇게도 글로벌하게 들어맞는 사람을 전혀 다른 대륙에서 온 사람들에게서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역시 세계는 하나. 위아더월드.
태연 씨의 페르소나 투어
태연 씨는 최근 동남아 콘서트 "페르소나" 투어를 마쳤다. 북미대륙엔 왜 안오시는 겁니까.
트윈스
오락가락하다가 중위권으로 내려앉은 트윈스. 올해는 정말 신경안쓰려고 바락바락 애썼는데 그래서 네이버야구뉴스도 안들어가려고 애썼는데 잘 안된다. 힘들다. 구여친 구남친의 소셜미디어를 뒤적거리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런 걸까. 공감능력의 절대강자 짝꿍께서도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으셨는지 "꽃개, 그냥 걔네들 내버려둬요" 라고 말씀하셨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내버려둬야지 어쩌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걸요. 흑흑.
욕쟁이 수퍼
슬로베니아에서 이민온 수퍼 (빌딩 메니저, superintendent 의 줄임말. 여기선 다 이렇게 부른다) 언니는 매우 친절한 사람이다, 꽃개와 꽃개 짝꿍에게는 그렇다. 월요일 아침마다 퇴근하면서 "아임홈" 하며 인사를 하면서 장난을 치는데 오늘따라 대답이 없고 전화기를 붙잡은 채 쌍욕을 시전한다. 소포를 받을 일이 있어 오피스 밖에서 기다리는데 욕이 장난 아니다. 아으, 다음에 올까 싶은데 전화를 끊고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너 패키지 기다리고 있지, 뭘 시켰길래 이렇게 커. 전기실에 넣어놨어. 자, 가져가. 들 수 있겠어?" "응 괜찮아. 화장실 휴지하고 책 두 권이야" "근데 저 썅년 (fucking bitch)이 저 개너구리들 (fucking racoons) 을 처치를 안한다네. 돈 든다고" "뭔 일 있었어?" "개너구리들 (fucking racoons) 이 밤마다 와서 쓰레기통을 뒤져서 잔치를 하는데 (enjoying catering service) 지들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알아서 처리를 해야할 거 아니야. 우리 아파트로 옮아오면 어쩌려구" 들어보니 옆 아파트 건물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곧 우리 아파트로 일이 번질까봐 두려워 미리 예방 (prevention) 하고 있는 중이다. 잘한다. 칭찬해! 그런데 저렇게 찰지게 욕을 하다니. 천하에 친절한 수퍼께서 화가 나면 저렇게 욕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어도 막상 찰지게 (그것도 몇번씩) 듣고나니 머쓱. 하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수퍼 편을 들어줘야 해서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어 (what kind of person! shoot!)" 거들어줬다. 씩 웃어주는 나의 수퍼를 뒤로 하고 승강기에 올랐다. 아마존에 주문할 때마다 안전하게 나의 소포를 챙겨주시는 친절한 욕쟁이 수퍼 때문에 이사가고 싶다가도 계속 살아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