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인사
분류없음 2017/11/04 02:14낙하산 인사 채용. 영어로는 그냥저냥 "nepotism" 이나 "favouritism" 을 쓰는 것 같은데 평상시 대화할 때나 이메일 등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대화할 때도 사석에서, 혹은 뒷담화에서 조심스레 쓴다. 한국어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라는 게 한 번 뱉어버리면 도로 담을 수가 없다. 더구나 북아메리카 영어문화권의 비즈니스 문화에서는 뭔가를 단정해서 말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저 말을 뱉는 것 자체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한국이나 일본, 이른바 중국문화권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친족이나 가족에게 일자리를 주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한국엔 음서제도가 옛날부터 있었고 구품관인제 같은 게 있던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에도 뭔가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건 유럽문화권도 마찬가지였다. 귀족 가문 사이에서 온갖 사회적 리소스를 독점하는 일은 그냥 아침에 해가 뜨는 일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옛날엔, 근대 이전엔 그냥 밥먹으면 똥나오는 일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현재 (contemporary practice). 시스템이 망가지고 공적 기능이 제대로 역할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사적 보호장치를 찾는다. 아무도 못 믿게 되면, 규칙을 따르고 신뢰를 형성하는 일이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슬금슬금 규칙을 깨고 신뢰를 저버리며 사적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 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 순간 엉망진창은 시간 문제다. (재작년엔가 본 영화 "곡성" 은 그 다이나믹을 아주 잘 보여줬다.) 네포티즘이 이 관계에서 탄생하는지 아니면 네포티즘 때문에 폭망으로 가는지 그 연관관계는 잘 모르겠다.
네포티즘의 웅장한 재등장은 인류 사회가 다시 근대 이전으로 돌아가는 기적 소리같다. 뿌-웅 뿌-웅. 언제 어디서나 사실은 늘 있었왔던 일이지만, 하지만 부적절한 일이기에 대놓고 저지르지 못했던 일이었는데 이제 이렇게 대놓고 하는 것을 보니 그렇다. 트럼프도 한국의 몇몇 분들도, 그리고 꽃개가 다니고 있는 지금 직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