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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쓰는건 '소비', 내가 쓰는건 '투자'???

우리집 구성원 중, 어른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이유는 바로 저 이유가 가장 크다.

며칠전, 집으로 날아온 카드 명세서가 하나 있었는데 내 이름 앞으로 온건 아니었지만 뜯어보니 실로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거기엔 대출 500만원이 떡하니 적혀 있었다.  남은 기간이 얼마이고, 연장기간이 모월 모일로 되있었다.

 

젠장~! 그래서 매월 급여에서 필요 이상으로 많이 떼어 간거구나...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가져갔던 돈이 너무 적다 싶어서 더 가져가는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평소에 내가 쓰는 돈의 전부는 무조건 '소비'의 일종이라 치부 하는 그는 사소한 물건 하나만 사도 난리 부르스를 추면서 자기는 돈놓고 돈먹어 보자는 놀음판 근성으로 주식에 쳐 넣어보자고 대출을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해버린거다.  이걸 그냥 넘어갈 위인이 아닌 나는...



하면서 달려 들었고, 급기야 가장 전형적인 부부싸움의 모드(?)로 돌아 갔는데 자기가 저지른 건 자기가 알아서 하니까 걱정 말라고 한다.  근데 왜 급여에서 돈을 더 가져 가느냐고 하니깐 한달 용돈이 그 정도는 되야 한다나?? 핑계도 궁색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나는 다음달 부턴 절대 그만큼의 돈을 떼어갈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대뜸 나보고 당신은 맨날 사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하고 싶은거 다(??) 하고 돌아 다니면서 무슨 잔소리가 그리 많냐고 따진다.  나는 아무리 그래도 생활비에는 손 안댄다. 너는 왜 맘대로 돈을 빌리고, 생활비에 손을 대는거냐?  내가 쓰는건 무조건 소비고, 당신이 쓰는건 '투자'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당장 집어 치워라! 했다. 

 

결혼 전 부터 하고 있었던 주식놀이에서 한번도 손을 뗀적 없는 그니와 나는 싸우는 이유중 50%이상이 이같은 이유에서 였다.  그러면서 정말 도장을 찍어 버릴까 생각한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결국은 여전히 똑같은 싸움을 간헐적으로 하고 있는 이 꼴이라니... 도무지 자존심이 상해서 더이상 따지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어찌하랴...싸워야만 두개 잃을것을 하나로 줄이는 방법이 될수도 있을 터이니...

 

어쩌면 잃을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건, 아무리 사생활이 있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줘야 하는 가정내에서지만 공동의 무엇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합의'가 필요한거 아닐까?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내 맘대로 돈을 꿔서 내 개인의 용도로 써본적이 없다. 빌려준적은 있어도, 그것은 내가 해결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였다.  자본주의를 타파하자고 한때 구속까지 되었던 사람이 여전히 자본을 움직이는 그것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키워주는 놀이에 빠져 헤어나올 생각을 못하고 있는 저 꼴을, 도대체 언제까지 봐가며 살아야 할 것인지 그저 가슴이 답답해 오기만 할 뿐이다. 

 

해서 내린 결론!

 

1. 앞으론 내가 쓰는 소비의 출처에 대해 절대 뭐라고 하지 말라!!

2. 당신이 빌린 돈은 당신이 알아서 갚든지 말든지 하고, 절대로 생활비에 손대지 말라!!

3. 합의 없이 맘대로 돈을 빌린것 까지는 좋다. 그것을 잘못 이라고 인정 하지 않는 한    나도 똑같이 해 줄거다!! 두고보자.

4. 나보고 절대 무엇을 부탁하지 말고, 니 일은 니가 알아서 해라!!(밥을 차려 먹든 말든, 빨래를 해 입든 말든..)

5. 혹여 내가 수입이 생기거든 절대 알려고 하지 말고, 지출의 근거에 대해서도 묻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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