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술고프고 배고플때 가는 곳(2)
- 2012
-
- 입장.
- 2012
나는 한번도 침대를 써보지 않았다. 웬지 언제부터인지 허리가 아팠고 그 침대가 차지 하는 자리가 너무도 비대해서 놓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결혼을 하면서도 나는 침대 같은걸 구입하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온 몇년...
이불을 깔고 덮고 아침에 개키는 일도 꽤 귀찮은 일상이다. 하지만 어쩌랴 어차피 침대에 대한 기대도 없고 계획도 없는것을.. 대신 이불을 바꿔줘야 하는 일이 가끔 생기는데 그때마다 이불을 사러 가면 눈에 들어오는 이불이 죄다 침대용 세트이다. 너무 예뻐서 꼭 그걸로 하고픈데 그 디자인과 똑같은 깔개용 이불은 없는거다. 젠장~ 어쩔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대체용 이불을 사고야 마는데 게중에서는 그래도 비싼축에 속하는걸로만 자꾸 눈이 간다. 어쩌랴...이미 눈높이는 정해져 있는것을...
그리하여 올 겨울엔 다 헤진 이불을 새걸로 교체했다. 아주아주 고급스러운 색깔인 '금색'에 약간 무늬가 들어간걸루..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게 먼저 봐두었던 예쁜 침대시트를 못산 보상심리가 아닐까 싶다. 침대시트에 버금가는 예쁜걸로 사자.. 이러면서..
집에 배달되어온 이불을 보고 남편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미쳤다고.. 헤진 이불 조금만 꿰매서 쓰면 돠지 모하러 새걸 샀냐고 하면서..도대체 지금이 어느땐데 헤진 이불까지 꿰매서 써야 하는 궁상을 떨며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러든지 말든지, 일단 펴놓고 보니 와~~ 정말 공주침실이 따로 없다. 남편은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도 새이불이 좋은지 어떤지 덮기는 잘만 덮더라. ㅎ
새이불을 덮고 잔지 이틀이 지났다. 오랜만에 남편은 술이 떡이 되어 들어왔는데, 느닷없이 '미안하다'고 한다.(이불산거때매 뭐라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한말은 분명 아니다.) 지금까지 같이 살면서 한번도 그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는 귀신에 홀린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 였다. 그리고는 저 인간이 이제 슬슬 늙어 가나... 하는 생각도 들고..늙으면 복수 해야 겠다는 다짐이 문뜩 떠올랐다. 흐흐~ 이제부터 슬슬 작전을 실행해봐? 담날 그 말이 무슨 말이냐고 물어 보려고 했는데 관뒀다. 그는 분명 "내가 언제 그랬어?" 하면서 생깔것이 분명하므로..
새이불을 사고, 남편이란 작자에게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웬지 상통하는 분위기이다. 새이불을 덮고 자서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새것'과 '처음'이라는 두 단어는 어쩌면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것이 아닐까 하는... 그러나 그것들이 던지는 일회적인 유혹에 빠져서는 안될것이다. 그저 오래오래 일관성을 유지 하면서 편안함을 유지 하는 그러한 것들, 그것들이 진정 삶에서 가장 빛나는 매혹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찌됐든 오래살고 볼일이다. :)
댓글 목록
풀소리
관리 메뉴
본문
늘 미안하죠...늘 진정성을 의심받지만 ^^;
부가 정보
스머프...
관리 메뉴
본문
풀소리/말로만 느을~ 미안하면 모합니까? ㅎ근데 풀소리는 무엇이 제일 미안하죠?
부가 정보
풀소리
관리 메뉴
본문
글쎄요... '제일'이라는 한정어가 고맙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네요.^^제일이라면 허풍일지라도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