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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시커먼 택시가 와”…노인을 위한 택시앱은 없다

등록 :2022-10-20 05:00수정 :2022-10-20 08:58

노년층 디지털 교육해도
‘복잡한 앱화면’ 한계 뚜렷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김진자(80)씨. 채윤태 기자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김진자(80)씨. 채윤태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신아무개(82) 할머니는 일주일에 두번 이상 택시를 탄다. 주로 마포역에서 아들집이 있는 북아현동으로 가는데, 짧은 거리지만 무릎이 좋지 않아 택시를 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3시께 아현동 서울 서부지방법원 근처에서 만난 신씨는 “오늘은 택시가 영 잡히지 않아서 천천히 걸어가보고 있다”고 말하며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신씨는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택시호출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에게 부탁해 설치했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신씨가 쓰기에 너무 화면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가르쳐준 대로 매번 ‘최근 사용내역’에 있는 아들집 주소를 눌렀지만, 택시는 번번이 길 건너편에 도착해 있었다. 화면을 잘못눌러 고급택시인 ‘카카오 블랙’이 예약됐지만 취소할 줄을 몰라 비싼 돈을 내고 탔던 적도 있다. 신씨는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그냥 손 흔들어서 택시 타는 게 훨씬 편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택시호출 앱과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화됐지만, 노인들에게는 새로운 ‘디지털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 택시기사 최영규(64)씨는 “60대만 돼도 90% 이상이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다. 카카오티(T)로 호출하는 10%도 대부분 자녀나 손주들이 잡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거리에서 손 흔들며 택시를 잡아보지만 예약 택시들을 보내며 기다리기 일쑤다. 지난 13일 마포구에서 홀로 사는 김진자(80) 할머니는 서울지하철 망원역 앞에서 예약 택시를 여러대 보낸 뒤 10여분 기다리다 겨우 빈 택시를 잡아탔다. 김씨는 “2∼3년 전만해도 망원역 2번 출구에는 빈 택시들이 줄지어 있어 택시 잡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요새는 아무리 기다려도 예약된 택시만 지나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기자가 택시 앱 사용을 권유하자 “잘 보이지도 않아서 못 쓰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카카오티 쪽은 노년층을 위해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별도 앱을 만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티에는 택시 호출 외에도 기차, 대리운전, 택배 등 수많은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인터페이스(UI)를 단순화하기 어렵다. 대신 ‘대신 불러주기’, 택시 예약 서비스 등을 통해 노년층이 불편함 없이 카카오티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노년층 친화적 정책이 아쉬운 대목이다.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2020·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 안윤아) 논문 연구에 사용된 프로토타입 택시호출앱.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를 개선한 디자인의 프로토타입 앱이다.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2020·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 안윤아) 논문 연구에 사용된 프로토타입 택시호출앱.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를 개선한 디자인의 프로토타입 앱이다.

앱을 조금만 개선해도 노년층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2020,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안윤아 석사논문)을 보면,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실험에 참여한 대졸 이상 60∼69살 남녀 6명 모두 호출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연구진이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출발지와 목적지 등을 순차적으로 입력할 수 있게 바꾸자 ‘무엇을 눌러야 할지 설명이 있어 좋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으며 서비스 사용 의욕을 드러냈다.

 

실제 시장에서 적용된 사례도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존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터페이스를 대폭 개편한 ‘시니어 고객 맞춤형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출시했다. 큰 글씨를 사용해 ‘입금’ ‘송금’ 대신 ‘돈 찾기’ ‘돈 보내기’처럼 쉬운 용어를 쓰고, 색상 대비를 활용해 화면 식별을 쉽게 바꿨다. 최윤선 신한은행 디지털마케팅부 수석은 “노년층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쉽게 찾아서 이용할 수 있게 배치한 디자인”이라며 “노년층 고객이 많은 영업점을 중심으로 도입해 현재 전국으로 확대 중”이라고 했다.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한 신한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한 신한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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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녹색당 시장 탄생 도시, 비결은 "녹색 가치 100% 주장하되 50%만 이루자"

[여의도 '바깥'의 정치 ③]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는 '지역정당'의 도시

이상현 기자/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2.10.19. 08:07:15

 

주민들에게 환경 보전을 위해 "조금만 불편하게 살자"고 시청과 의회가 제안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심에 들어올 때는 차량을 끌고 오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거나, 건물마다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면 주민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프라이부르크는 '생태 도시'로 유명하다. 도시는 하나인데 별칭이 많다. 유럽의 환경수도, 세계적인 환경도시, 태양의 도시 등 다양한 수식어만 보더라도 도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프레시안>은 지난 8월 23일 이 도시를 찾았다. 건물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구도심으로 들어가자 자동차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자전거와 트램이 훨씬 많이 보였다. 애초에 도시에 자동차를 끌고 오기 불편하게 설계했다고 한다. 에너지효율이 좋은 건물만이 들어올 수 있는 별도의 구역인 보봉(Vauban)지구도 환경도시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핵발전소 반대 투쟁부터 녹색당 시장까지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를 말할 때 해당 정책을 만들고 지역 주민을 설득해 나간 지역정치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초 프라이부르크 인근 뷜(Wyhl) 지역에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됐다. 시민들은 대규모의 반핵운동을 진행했다. 결국 핵발전소 건설은 철회되었다. 그때부터 이곳의 지역 정치 의제에서 생태와 환경은 빠지지 않았다.

그 흐름이 이어져 프라이부르크는 1986년 일찌감치 '에너지 자립' 도시를 선언했다. 지역에 발전 책임을 지우고 에너지를 소비하기만 하는 한국의 대도시와는 일찌감치 지향점이 달랐다. 2002년에는 독일 대도시로는 처음으로 녹색당 출신 시장이 배출됐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여전히 시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한다. 

이날 <프레시안>이 만난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출신 전 시의원 다빗 벌룸(David Vaulont) 씨는 환경 의제의 핵심으로 '실용'과 '타협'을 꼽았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정당의 색채와 이념을 강조하는 기존 녹색당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시에서 개발계획이 나오면 최대한 싸워보되, 과감하게 양보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건축 계획을 시가 들고 오면 의회에서 승인 여부를 투표합니다. 그런데 환경 문제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승인해주되, 보전가치가 충분히 있는 부지는 손대지 않기로 하는 식으로 타협해요. 저희가 무작정 반대만 하면 결국에는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타협하는 셈이죠. 100% 정당의 의견만 대변해서 실패하기보다는 50%라도 이루자는 것이 대중정당으로서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의 기조입니다." 

▲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출신 다빗 벌룸(David Vaulont) 씨는 시의원을 지냈다. 프라이부르크 토박이인 그는 청소년 때부터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컸기에 지역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가 말한 지역정치의 핵심은 구체성·타협·실용이었다. ⓒ프레시안 취재팀

당원들의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빗 전 의원은 "지역정치는 실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념만으로 공공기관 건물을 3층으로 할지, 5층으로 할지 결정할 수는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구체적인 테마에 집중할 수 있는 지역정치인이 이런 일을 해야 하고, 지역 정치인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역의 정치는 (정치) 색채를 비타협적으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지역 의제를 제시하고 다른 정당과 타협할 때 성과가 나와요. 

한번은 2차선 도로를 만드는 계획이 나왔어요. 그런데 2차선 도로가 들어오면 자전거 도로가 좁아지고 위험해지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도로 신설 반대가 아니라) 차선을 1개로 줄이는 대신 기존 차선들보다는 좀 넓은 차선으로 만들기로 제안했어요. 자동차 운전자도 만족시키면서, 자전거 도로도 만들 방안을 제시한 거죠.

지방의회는 이렇게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지역정치와 지방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이어야 하다 보니 소위 말하는 '중앙정치'가 끼어들 틈이 없다. 베를린에 본부를 둔 중앙 녹색당은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의 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모(母)정당이라고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내 공천에 관여하거나 의제 발굴에 간섭한 적도 없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녹색당'이라는 가치만 공유할 뿐, 중앙과 별개로 그들 나름의 의제를 설정해나간다. 

"지역 의제를 제시하려면 지역에 살며 관련 경험을 쌓아야 해요. 수도권에 기반을 둔 중앙 녹색당은 그러지 못해요. 지역 정당이 직접 해야죠." 

▲ 프라이부르크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베히레(수로)'에 비둘기가 앉아있는 모습. 프라이부르크에는 1000~1500마리의 비둘기가 산다.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됐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시에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지역에 맡기자 프라이부르크 녹색당만의 독특한 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이다. 

프라이부르크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비둘기 수 급증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 비둘기 배설물이 떨어져 주민들의 민원이 증가했다. 비둘기를 막고자 주민들은 발코니에 그물을 설치하거나 뾰족한 못을 박아놓는 등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비둘기 사체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주민과 비둘기의 갈등이 심해지자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이 나섰다. 시청에 2021년까지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을 만들어서 의회에 제출하라고 의결한 것이다. 생물다양성과 동물권을 지키면서 비둘기와 주민의 갈등을 막기 위한 지역만의 전략을 구상하자는 제안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에 따라 시는 도시 곳곳에 비둘기를 위한 '집'을 만들었다. 주민 거주지와 거리가 있는 곳에 비둘기 집을 만들고, 이곳에 사료를 비치해 비둘기가 특정 지역에 주로 모이도록 관리했다. 비둘기 개체 수 관리와 깨끗한 도시 모두를 이행할 수 있는 더 종합적인 대책도 포함되었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단순히 전략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꾸준하게 비둘기 '집'을 늘릴만한 장소를 시에 제안하고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역사적 건물이 많은 바인가르텐(Weingarten) 구역이나 중앙역 근처 주차빌딩 등에도 비둘기 집을 설치하자고 하는 등 시 의원들이 직접 도시 사정을 고려해 적절한 위치를 시에 제시하고 있다. 지역에 몸담고 살아가는 정치인이 아니면 낼 수 없는 대안과 정책이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 프라이부르크의 지역정치 모습은 지역정당의 약진으로도 대표된다. 올해 현재 프라이부르크시의회의 의석 48석 중 14석을 중앙정치에서는 활동하지 않는 지역정당이 차지하고 있다. 4분의 1이 넘는 의석을 지역정당이 차지한 것이다. ⓒ프레시안 취재팀

지역정당 의석만 25%, 환경도시에서 지역정치의 길을 듣다 

녹색당뿐만이 아니다. 프라이부르크의 지역정치 모습은 지역정당의 약진으로도 대표된다. 올해 현재 프라이부르크시의회 의석 48석 중 14석을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활동하지 않는 지역정당이 차지하고 있다. 전체 4분의 1이 넘는 의석을 지역정당이 차지한 것이다. 

청년, 환경, 좌파 등 다양한 지역 단체들의 연합으로 만들어진 지역정당은 그들 나름의 의정 목표를 세우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지역 의정 활동에 에너지를 쏟는다. 그들 일부는 "늙은 정치인들만 가득한 지역의회를 더 젊게 만들기 위해" 선거에 나오기도 했고, "수영할 수 있는 호수까지 가는 버스를 만들기 위해" 의정활동을 하기도 한다. 

<프레시안>이 만난 프라이부르크는 생태도시와 더불어 지역정당이 활발하게 자리잡고 있는 도시였다. 이후 나오는 기사에서는 활발하게 지역정당 활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유피(JUPI), 모두를 위한 도시(Eine Stadt fur alle) 소속 현직 시의원을 만난 이야기를 소개한다. 

(통역=박지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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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당사 압수수색에 민주당 “사상 초유의 일, 국감 중단” 선언

진성준 “윤석열 정권, 지지율 만회코자 야당 탄압 정치 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사 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 했다. 2022.10.19. ⓒ뉴스1
 
19일 오후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함에 따라, 민주당이 “사상 초유의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이라며 국정감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과 상의하여 사상 초유의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항의하고, 그 뜻으로 지금 이 시각부로 국정감사 전면 중단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중앙당사에 집결하도록 지시했다”라며 “야당 탄압 일환으로 벌어지는 작금의 압수수색 쇼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결단코 용납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또 “윤석열 정권은 바닥에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고자, 야당 탄압 정치 쇼를 벌이고 있다”라며 “그간 벌어진 감사원의 정치감사, 검찰의 정치수사를 거부하고 그 일환으로 무모하게 시도하고 있는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거부한다”라고도 밝혔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제1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유례없는 정치탄압”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김용 부원장은 부원장에 임명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라며 “10월 4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11일 처음으로 임명장을 수여받았다. 그래서 당사 8층에 있는 민주연구원에 온 것이 딱 세 번이다. 11일, 14일, 17일 정규 회의 때 3일 걸쳐서 1시간씩 모두 3시간 머물다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소장품이나 비품을 갖다놓은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제1야당의 당사까지 와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지지율 24%까지 떨어져 있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쇼를 통해서 어려움을 끊고 탈출구로 삼으려는 정치적 행위”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항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사 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 했다. 2022.10.19. ⓒ뉴스1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오후 당사 앞으로 모여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규탄한다’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민주당 의원 전원은 윤석열 정권의 침탈 행위를 막아내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당사로 집결했다”라며 “민주당은 윤 정권의 정치탄압에 맞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검찰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다. 검찰은 김용 부원장이 받았다는 자금이 이재명 캠프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편, 김용 부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없는 죄를 만들어 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라를 독재시절로 회귀시키고 있다”라며 “명백한 물증이 있는 ‘50억 클럽’은 외면하고, 정치공작을 일삼는 검찰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모든 방법을 다해 이를 바로잡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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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야당 압박 검찰의 친위 쿠데타 아니냐"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10.20 07:47
  •  
  •  수정 2022.10.20 07:57
  •  
  •  댓글 0
 
 

SPC 노동자 끼임사망, 방호조치 미흡에 신고 지연
윤석열 대통령, 때아닌 “종북 주사파” 발언에 논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9일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김용 민주연구원 원장을 체포하고,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검찰 수사가 이재명 대표의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압수수색을 막아서며 국정감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20일 주요 종합일간지는 해당 소식을 1면을 통해 전했다. 아래는 이와 관련한 9개 신문의 1면 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이재명 대선자금 겨눈 검찰…민주당, 국감 중단
국민일보: 檢, 김용 체포… 대선자금 수사 확대하나
동아일보: 이재명 최측근 김용 ‘불법대선자금 8억’ 혐의 체포
서울신문: 민주, 당사 압수수색에 국감 중단… “초유의 일”
세계일보: 檢 ‘李 최측근’ 김용 체포…민주, 국감 중단
조선일보: “이재명 측근 김용, 대장동 일당에 8억 받아”
중앙일보: 대장동 8억, 이재명 대선자금 유입 정황
한겨레: 검찰, 이재명 정조준…최측근 영장에 “대선자금 8억원”
한국일보: 이재명 복심 김용 체포… ‘대선자금’ 겨눈 검

▲10월20일 주요 신문 1면
▲10월20일 주요 신문 1면

민주당은 검찰 압수수색을 두고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도한 행태”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겨레 기사(압수수색 막아선 민주 “무도한 행태”…국감중단·장외투쟁 돌입)는 “민주당은 ‘내일 낮에 당 소속 변호인단이 배석한 가운데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증거물들을 임의제출하겠다’는 절충안을 검찰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앞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유 전 본부장 쪽 변호인과 지인의 접견이 잇따라 거부된 점을 들어, 검찰의 회유·협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20일 국히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겨레는 사설(야권 겨냥 검찰의 몰아치기, ‘정치 수사’ 논란 불식시켜야)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압수수색이나 영장 청구의 시점을 조정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는 게 검찰의 관례였는데, 서울중앙지검은 국정감사를 받는 당일인 18일 서 전 장관 등의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며 “안보·경제 위기 속에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국회가 멈추고 정쟁이 격화되는 것은 국민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검찰과 야당 모두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최선의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정도를 걷기 바란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검찰은 김용 부원장이 건네받은 돈이 이재명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부원장이 8억원을 받은 시기가 이 대표의 대선 준비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라며 “김용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부터 함께해 온 최측근”이라고 썼다. 관련 기사(검찰 “1007억 배당 받은 남욱, 김용에 수차례 걸쳐 8억 전달”)에는 이 대표와 김 원장이 팔로 하트모양을 만들어보이며 찍은 사진을 쓰기도 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부원장을 체포함에 따라 정 부실장 등 이 대표 측근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는 전망도 전했다.

▲10월20일 중앙일보 기사
▲10월20일 중앙일보 기사

문재인 정부 시절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일보(강제북송 ‘키맨’ 노영민 소환…文 턱밑까지 다다랐다)는 “검찰이 19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검찰 출석도 곧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법조계 인사들은 종래에는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대책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결정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다만 검찰은 관계 정황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며, 전직 대통령 조사 문제는 현재 필요성 여부도 판단하지 않았다는 태도”라고 전했다.

경향신문 사설(국감 중단 사태로 번진 검찰의 전 정부·이재명 전방위 수사)은 “이번 수사가 윤 대통령의 정적을 제거하고 야당을 압박·굴종시키기 위한 검찰의 친위 쿠데타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검찰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라고 했다. 이 신문은 “지금처럼 특수부·공안부 검사들을 총동원해 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동시에 겨누는 수사는 이례적”이라며 “서울동부지검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서울북부지검은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 등도 수사 중이다. 모두 전 정부를 겨누고 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검찰 수사가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이나 기계적인 형평성마저 무시하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때아닌 “종북 주사파”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만나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 세력이고, 반헌법 세력이다. 이들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해 색깔론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실은 “‘국가 보위’가 첫번째 책무인 대통령으로서 기본적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며 “헌법정신과 대통령의 책무를 강조한 발언을 두고 정치적으로 왜곡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10월20일 한겨레
▲10월20일 한겨레

한겨레(윤 대통령 “종북 주사파와 협치 불가” 뜬금없는 색깔론)는 “‘협치’의 대상은 야당인데, 윤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야당 정치인을 ‘종북 주사파’라고 규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며 “한 참석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이 경제·안보 다 위기 상황이라고 하면서 갑자기 (종북 주사파) 이 얘기를 꺼내기에 발언이 좀 세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듣는 사람에 따라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하느냐는 오해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기사(윤 대통령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 불가”…여권 색깔론 부채질)도 “여권발 종북 논쟁과 맞물려 정치적 파장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좌파 혁명이론에 빠진 정치세력’으로 비판해온 점도 이런 해석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윤 대통령 “주사파는 적대적 반국가 세력…협치는 불가능”), 세계일보(尹 “우린 선거 같이 치러낸 동지”…친윤 주자 힘 실어주기? 김주영 기자), 조선일보(尹 “北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좌파 아냐…협치 불가능”), 중앙일보(대통령 “주사파, 진보·좌파 아닌 반국가세력…협치 불가능”) 등은 해당 발언을 썼지만, 발언의 대상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한 해석을 더하지 않았다.

SPC 노동자 끼임 사망, 중대재해법 ‘구멍’ 우려

15일 경기 평택 SPC 계열 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제조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막을 수 있었던 산업재해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5년간 SPL 평택공장을 안전보건 감독을 하면서 ‘끼임사고 방호’ 조치 지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노동부, 평택 빵공장 감독 때 ‘끼임 방호’ 지적 한 번도 안 했다)은 “20대 노동자가 몸이 끼여 숨진 SPL 평택공장의 소스 혼합기에는 ‘자동방호장치’가 부착돼 있지 않았다. 혼합기 덮개도 없었다”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은 ‘혼합기를 가동해 노동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부위에 덮개를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월20일 국민일보 사설
▲10월20일 국민일보 사설

사측이 사고를 확인하고 119에 신고하기까지 10분이 지체됐다며, 매뉴얼 존재 및 이행 여부 등이 고용노동부 수사 쟁점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겨레(끼임사고 확인 10분뒤에야 119 신고…재해 매뉴얼 작동 의문)에 따르면 당일 오전 6시15분 동료작업자는 소스 배합기에 낀 A씨를 발견해 2분 뒤 야간 현장관리자에게 유선으로 연락했지만, 6시25분에 119에 신고했다. 한겨레는 “에스피엘이 현장 직원에게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고, 회사 보고 전 119 신고도 사실상 금기시하고 있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에스피엘의 늑장 대처는 노동부의 중대재해법 수사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19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도 협력업체 직원이 지게차에 깔려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만 올해 세 번째 사망 사고다. 국민일보는 사설(끼여 죽고 떨어져 죽는 후진국형 사고 언제까지 봐야 하나)에서 “지난해 떨어져 죽은 노동자가 351명이었고, 기계에 끼여 죽은 노동자가 95명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초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다. 그런데 사고가 줄지 않는다. 법안이 개정될 때마다 여기저기 구멍이 생겼고, 규정은 모호해졌다. 안전은 늘 돈에 밀렸다”며 “규제를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안전 기준은 높여야 한다. 2인 1조 규정만 지키고, 안전장치만 설치해도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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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안보전략보고서, “중국 압도 전략 대결 시대” 선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10/20 08:30
  • 수정일
    2022/10/20 08: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2.10.19 11:10
  •  
  •  댓글 0
 
 
 

핵무기 참가 한미일 군사훈련 지속 의사 피력

바이든 정부의 첫 국가안보전략보고서가 10월 12일 공개되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고서의 개략적인 내용은 소개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지속적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우리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이 있다.

보고서는 현 시기를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 대결 시대(a era of strategic competition)”로 규정했다. 국제정치에서 전략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전략 무기는 핵무기를 뜻한다. 여기서 전략은 ‘가장 중요한, 가장 파괴력이 있는, 전쟁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전략 대결은 ‘미국의 이익에 사활이 걸린 대결, 미국이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결’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이 현 시기를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 대결 시대로 규정했다는 것은 미국 패권이 걸린 사활적 대결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10월 12일 발표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 표지
▲ 10월 12일 발표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 표지

그러나 미국에게 있어서 러시아와 중국이 동급은 아니다. 대결 상대로서 러시아보다 중국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이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 6월 나토 전략개념에서도 확인된 바 있긴 하다. 당시 전략개념은 러시아를 유럽의 안보질서를 해치는 '당면한 위협국'으로, 중국을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체제 차원의 도전 국가'라고 명기했다.

그런데 이번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구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그 질서 구축을 위해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파워를 이용하려는 유일한 경쟁국”이라고 규정했다. 러시아는 봉쇄(containing)의 대상이지만 중국은 대결에서 압도해야(out-competing) 할 대상이다. 봉쇄정책은 냉전 시기 미국의 대소련 정책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즉 냉전의 목표는 ‘소련 봉쇄’였다. 신냉전은 ‘봉쇄’를 넘어 ‘압도’하는 것이다. 미국은 신냉전을 냉전보다 더 치열한 정치군사적 대결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국가안보전략의 핵심목표는 “중국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동맹국들은 이 대결을 펼치는 데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strategic asset)으로 표현되었다. 경제, 외교, 군사, 기술 등 중국과의 모든 대결에서 동맹국들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5월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에서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촉진하기로 합의하고,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키기로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을 자기 정책 실현을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확장 억제를 제공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의 외교를 지속하겠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언급량이 적다는 것이 대북적대성의 축소나 약화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확장 억제는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는 뜻이며, 그 전략무기가 참여하는 한미군사연습, 한미일군사연습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과의 대결을 공식화하는 신냉전 선포의 의미를 가졌다면, 이번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특히 중국과의 전략 대결에서 자신의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기술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총력전 태세로 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까지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채택한 것이다.

최근 미국은 대만을 동맹을 체결할 수 있는 국가로 인정하는 대만정책법을 제정 중에 있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에 입각하면 대만정책법 제정은 기정사실이다. 중국은 최근 20차 당대회에서 '평화적, 비평화적 대만 통일'을 언급했으며,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의 기술 자립을 강조했다. 미중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며, 신냉전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그만큼 세계는 더 위험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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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 벗어나야 자유시민? 뜬금없는 윤 대통령 발표

[주장] 자유시민으로 가는 길, 전수평가 아닌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에서 찾아야

22.10.18 21:14l최종 업데이트 22.10.19 08:44l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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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별로 밀착 맞춤형 교육을 해서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

"지난해 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영어 수준이 미달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기초학력은 우리 아이들이 자유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나라가 앞장서서 기초학력이 저하된 학생들을 세심하게 선별해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환영할만하고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조금 뜬금없다'였다.

소위 '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교육도 예외일 수 없어서 사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떨어졌다는 기사를 종종 접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진단하에 기초학력평가 문제가 화두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수포자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이 과연 기초학력이 떨어지기 때문인가에 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수포자가 나오는 것은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초적인 학력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방식과 평가 방식을 고수한 탓이 크지 않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공부의 목적은 대학 입시고 수단은 수학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아니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수많은 설명회나 매체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말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내가 학교에 다녔을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수학 공부에 쏟아붓지만 수학 점수를 올리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됐다.

내신에서는 등급을 나누기 위해 쓸데없이 어려운 문제를 내기 때문에 사실 수학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면서도, 아이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1등급은 어려워, 어차피 망할 텐데' 하는 자조적인 소리가 나온다. 대부분의 공부시간을 수학 공부에 할애하는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실수를 유발하는 문제를 내는 이상 그리고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방법을 유지하는 이상 수포자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니까 기초학력 때문에 수포자가 생긴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단순히 기초학력을 평가해 뒤처진 아이들을 관리해 주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 우리나라는 코앞에 닥쳐있는 수많은 문제가 있고,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저출생' 문제다. 저출생이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 중에서 학령인구 감소를 생각할 때 지금과 같은 무조건적인 줄 세우기나 경쟁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한때 유행했던 영재 학급이 요즘 들어 유명무실해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영재학급이나 영재고가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아 매력이 떨어진 탓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이제 정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될 때가 됐다는 데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이니만큼 아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때다. 그러니 똑똑한 천재나 영재 한 명을 키워내는 교육보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다수의 아이들이 지혜를 모아 협력할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한 시대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

영수 기초학력 올라가면 자유시민이 될 수 있나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시행된 2015년 6월 23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자료사진).
▲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시행된 2015년 6월 23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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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영어·수학을 줄 세우기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이 시대에 합당한 자유시민을 기르는 옳은 방향인가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시민'이 되는 조건으로 '일정 수준의 경제적 기초와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 보장'을 이야기했었다.

나무랄 데 없는 이상적인 말이지만 지금 현실에서 영어·수학의 기초학력이 올라간다고, 위에서 이야기한 자유시민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구시대적인 교육방식을 고수하는 한, 미래시대에 걸맞은 자유로운 시민은 요원한 길이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것도, 내 집 마련을 하는 것도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상향을 추구하지만, 어쩌면 당장 필요한 것은, 저 멀리 있는 이상향보다 현재보다 조금 더 나은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영혼과 체력을 갈아넣어야 도달할 수 있는 수학 고득점의 길, 그 길을 기준으로 기초학력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 그것이 토대가 되는 '자유시민'의 길은 지속 가능한 미래도 아닐 것이요, 바람직한 미래도 아니다.

그러니 진정으로 미래 시대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지 논의해 보는 것부터가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시민'이라는 이상향에 닿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한 걸음 한 걸음이 신중하고도 시급한 이때에, 과거 지향적인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라는 무의미한 경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유시민'이라는 이상적 구호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시야를 넓혀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 보다 근본적인 교육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진짜 시급한 문제는 외면한 채 이상적인 구호만 외친다면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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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기관사들이 운전대 대신 피켓을 든 이유

"철도사고, 시스템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데…시스템 개선은 않고 기관사 처벌만"

박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2.10.18. 16:51:53

 

철도 기관사 1200여 명이 운전대 대신 피켓을 들고 국토교통부 앞을 찾았다. 이들은 현행 철도안전법이 사고·장애 발생 시 종사자인 기관사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운영사와 정부의 책임은 묻지 않는다며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철도기관사들은 18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총력결의대회를 열어 "현실과 동떨어진 불합리한 철도안전법 개정을 요구하고, 사고 책임을 기관사에게만 전가하고 정부와 운영사는 면피하려는 문제를 규탄"했다. 

연단에 선 서울기관차 승무지부 이승용 지부장은 "국토부와 철도경찰은 이제 과태료 남발도 모자라 형사처벌까지 하려한다. 사고 당사자는 회사징계에 형사처벌까지 이중삼중의 처벌을 받는다. 우린는 사고 예방이 아니라 엄벌주의로 나가는 현실을 규탄한다. 진정한 철도 안전을 위해 위해 끝까지 투쟁 할 것이다."라며 국토부와 철도경찰을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현행 철도안전법이 기관사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철도안전법 78조는 '사람이 탑승하여 운행 중인 철도차량에 불을 놓아 소훼한 사람(1항의 1호)', '철도시설 또는 철도차량을 파손하여 철도차량 운행에 위험을 발생하게 한 사람(2항)' 등에게 1000만 원 이하의 벌금부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철도안전법은 '사람이 탑승하여 운행 중인 철도차량을 탈선 또는 충돌하게 하거나 파괴한 사람(1항의 2호)'도 처벌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철도안전법의 취지는 철도차량의 안정적 운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사람을 처벌하자는 것이지만, 기관차를 운행하다 과실로 인해 승객에게 피해를 준 기관사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 해석 과잉'이 일어나게 됐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이들은 반면 그간 철도안전법 처벌 사례를 보면 "모두 종사자의 과실에 집중하고 시스템 오류나 관리 부실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결국 철도안전을 처벌주의에 의존해서 달성하겠다는 국회나 정부의 태도"는 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행 처벌주의로 인해 철도노동자들이 "시스템 개선을 요구할 때는 예산, 인력 문제를 탓하다가 방치했던 관리자의 책임은 묻지 않고, (기관사의) 작은 실수만 크게 처벌"하는 것은 문제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들은 "기관사 처벌을 중단하고 철도안전법을 개정해 철도안전 시스템 투자를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며 "기존 정치인들과 공무원이나 관리자들이 원인규명과 시스템 개선, 그리고 인적 물적 투자를 통한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 안전 패러다임의 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이 18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철도안전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현행 철도안전법은 사고·장애 발생 시 종사자인 기관사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정부는 책임을 면피하고 있다며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철도노조 서울기관차 승무지부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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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빵 사 먹지 말자' 분노의 불매운동까지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10.1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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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SPC 노동자 사망에 재해의견서·동료증언 보도
전술핵 재배치 ‘무책임’ 못박은 미 대사, 신문 보도는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를 만들던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데에 각계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안전 미비 사항이 여럿 발견된 데다 사망 사고 이후 공장을 가동하는 등 회사의 후속 대응에 비판이 거세다. 고용노동부는 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 중이다. 19일 다수 신문이 SPC 노동자의 산재 사망 사건을 여러 각도로 다뤘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인데, 19일 아침신문들이 1면 등 주요 지면에 다뤘다.

▲19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9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9일 경햔신문 2면
▲19일 경햔신문 2면

 

각종 안전미비점 발견, SPC 대응에 “불매” 재확산

노동부는 18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18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SPL 공장 관계자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문들은 노동부가 소스배합기에 끼임이 감지되면 작업을 멈추는 자동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점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산안법과 시행령은 동력장치를 써 재료를 혼합할 때 뚜껑을 설치하고 재료를 투입, 혼합, 배출할 때엔 작동을 멈춰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부는 회사가 작업지시서에 2인1조 근무하도록 했는데 실제론 사고 노동자가 혼자 작업하다 기계에 빨려들어간 대목도 들여다보고 있다.

▲19일 국민일보 1면
▲19일 국민일보 1면

국민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에 SPL에서 작업 중 숨진 노동자와 같이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매년 100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끼임 사고 사망자는 95명으로 전제 산업재해 사망자의 11.5%이며, 351명을 기록한 ‘떨어짐’ 사망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끼임사고는 ‘기본적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재래형 사고’로 분류된다.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국정감사 공개 자료를 인용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SPL 공장에서 사고 재해자는 37명이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중 37건 중 15건(40.5%)이 끼임사고라고 전했다.

▲19일 중앙일보 14면
▲19일 중앙일보 14면

국민일보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최초 조사의견서를 인용해 “SPC그룹 계열 SPL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 사고에 대해 노동 당국은 해당 사고가 단독 작업 중 발생했다고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SPC 측은 ‘2인1조 근무 규정을 제대로 지켰지만 다른 근무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는데 조사 내용은 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19일 국민일보 12면
▲19일 국민일보 12면

국민일보는 “공단은 근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에 무게를 둔다”며 “의견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본래는 3인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 나머지 1명은 휴식을 취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SPL 제빵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의 유족의 말을 보도했다. 노동자 A씨의 유족은 “회사는 2인1조 근무를 시켰다는데 현장에선 사실상 지켜진 적이 없다. 실제로는 한 사람에게 교반기(배합기) 두 대 일을 시키기도 했다”는 동료 직원들의 증언을 전했다.

“2명이 함께 교반작업을 할 수 있도록 인력을 늘려 달라고 직원들이 요청했고, 그게 안 되면 배합기 앞에 안전 펜스나 재료 이동 보조장치를 설치해달라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회사가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19일 동아일보 12면
▲19일 동아일보 12면

해당 노동자의 사망 사고 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SPC와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서울신문, 한겨레, 경향신문이 “피 묻은 빵을 사 먹지 말자”는 구호와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도했다. 17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샤니, 삼립식품, 쉐이크쉑, 파스쿠찌 등 SPC 계열 브랜드 목록이 ‘불매’ 열쇳말과 함께 퍼졌다.

한겨레는 “노동자가 야간 근무 중 숨졌다는 사실뿐 아니라 이후 회사의 비인간적인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며 “회사는 고용노동부가 사고발생 기계와 동일한 기계에만 작업중지 명령을 했다는 이유로 사고 직후에도 공장을 정상가동했다. 이튿날 노동부가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들의 트라우마 등을 이유로 추가 작업중지를 권고한 뒤 사쪽은 해당 층 작업을 중지했다”고 했다.

▲19일 서울신문 8면
▲19일 서울신문 8면
▲19일 한겨레 3면
▲19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SPC 불매 운동은 지난 5월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장의 단식 투쟁에 연대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당시 임 지회장은 노조 탈퇴 회유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며 “민주노총 노조를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도 SPC 계열사 전반에서 확인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윤보다 생명’ 다시 불붙은 SPC 불매운동의 외침’이란 제목의 사설도 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감독행정이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즉각 특별감독을 실시하라”고 했다. 19일 세계일보와 조선일보를 제외한 7개 아침신문이 이 같은 SPL 공장 노동자 사망 관련 소식을 전했다.

여권 전술핵·핵공유 주장에 선긋기…8개 신문 주요하게 다뤄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19일 경향신문 1면
▲19일 경향신문 1면
▲19일 세계일보 1면
▲19일 세계일보 1면

골드버그 대사는 “핵무기 위협 증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긴장을 늦추기 위해 핵무기 제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핵을 가진 북한이 정상인 것처럼 여겨지는 가상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확장억제는 미국이 가진 핵 전력을 포함한 모든 부문을 동원해 보호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우리 의지는 누구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한이 최근 전술핵 운용부대 실전훈련을 하면서 여권에선 전술핵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술핵은 대도시 전체를 초토화하는 전략핵보다 위력이 작은 무기로 보통 20㏏ 이하의 핵무기를 일컫는다.

▲19일 중앙일보 5면
▲19일 중앙일보 5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기존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언급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지난 11일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겠다”며 일부 태도를 바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를 반박한 셈이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이 발언을 1면에 보도했다. 한겨레는 “최근 국민의힘 당권 주자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뒤 독자 핵무장 주장 등에 대한 미국 쪽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셈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불신으로 볼 수 있는 탓”이라고 풀이했다.

▲19일 한겨레 1면
▲19일 한겨레 1면

한국일보는 “골드버그 대사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보고 맞대응에 나서기보다 '외교를 통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재차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도 “최근 북한 도발에 맞서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주장 등이 국내에서 나오고 있지만 미 고위 관계자가 핵 비확산 원칙을 내세우며 선을 그은 것”이라고 했다.

▲19일 한국일보 1면
▲19일 한국일보 1면

다른 주요 신문들도 이를 4~6면에 다루고 골드버그 대사의 발언 중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주요 소식으로 다뤘다. 서울신문은 “‘외교를 통한 비핵화’를 고수하며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고 중앙일보도 도입부에 “사실상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론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19일 조선일보 5면
▲19일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골드버그 대사 토론회를 다룬 기사에서 ‘미 국무 “한·일 가까워지는 것, 김정은이 안 달가워해”’라고 제목을 달고 기사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전술핵 재배치에 선 그은 발언은 마지막 문장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양상훈 칼럼 등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취지의 칼럼을 보도힌 바 있다. 양상훈 주필은 13일 “북의 핵을 막는 방법도 하나밖에 없다. 미국이 한국에 핵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은 대북 최적합 전술핵인 B61-12를 탑재할 F-35A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없는 것은 미국의 결심뿐“이라고 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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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통이 경협사업자들의 잘못때문인가?

남북경협사업자들, 청산절차 밟을 것..대출금 전액탕감 등 채무면제 촉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10.18 17:08
  •  
  •  댓글 0
 

"남북간 첨예한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손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진 지금의 운명이 과연 우리 남북경협 사업자들의 잘못이고 숙명입니까? 정권이 바뀌었다고 우리 남북경협 사업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정권이 바뀔때마다 남북경협 사업자들의 피맺힌 절규를 호소해보지만 항상 그때뿐이고 우리들의 고통과 아픔은 잊혀져만 갔습니다."

(사)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는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 투자금 회수 및 채무면제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는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 투자금 회수 및 채무면제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온정각 동관에서 '광개토'라는 식당을 운영하던 임희석 대표.

18일 오전 통일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진행된 '대북투자금 회수 및 채무면제 촉구 기자회견' 중 대정부호소문을 낭독하는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있다.

지난 정부에서 집행했던 대출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 등 채무를 전액 탕감해 줄 것, 투자금 손실 보전을 받을 수 있는 남북경협보험 시행전 대북투자금 전액 보상할 것, 그리고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지금까지 15년간 힘겹게 버티고 있는 남북경협사업들을 위한 남북경협피해보상법 제정이 이들의 간절한 요구사항이다.

대출금 탕감 규모는 4차례에 걸쳐 이뤄진 대출원금과 이자 등 채무를 합해 대략 5천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대북 투자금 손실은 도산기업들이 많아 산정이 불가능한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회견을 준비한 (사)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회장 김기창) 김기창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30여년간 이어져 온 남북경제협력의 피해를 이번 기회에 법과 원칙에 따라 상식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향후 반드시 민족의 공동과제로 재개해야 할 경협을 어느 누가 정부를 믿고 투자하겠는가?"라며 정부의 조속한 지원대책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남북경협인들은 국가의 정책과 지도자들의 결단을 믿고 민족의 번영과 전쟁없는 평화를 바라는 소망으로 험난한 전인미답의 길을 선택한 선량한 국민"이라며 "정부가 묻을 닫았다면, 피해보상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는 금강산관광 중단 14년, 평양 중심의 내륙지역 경협 중단 12년, 개성공단 가동중단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누계 1,400여곳에 달하던 경협 참여기업수는 하나둘씩 사라져 현재 300~400여개 정도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 회장은 "그나마 이들 기업들도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대표자들이 고령화되어 경협기업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100개 기업을 모으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김기창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회장이 통일부장관에게 기업인들의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기창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회장이 통일부장관에게 기업인들의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경협기업들은 이날 "(남북 당국간) 대화조차 단절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에 아무런 기대도 걸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재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이제 청산이 과제가 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업재개를 기다리다 많은 채무를 떠안고 있어 사업 청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정부의 관심과 대책마련이 시급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은 "그 전엔 기업들이 사업재개에 대해 논의했으나 지금은 청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기업들의 대응기조를 설명했다.

또 올 12월까지는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때까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강경한 태도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취임 5개월이 넘도록 경협기업인들의 거듭된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권영세 통일부장관과의 면담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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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가 만든 ‘노란봉투법’, 대법원 판례·국제 기준 다 담았다

운동본부가 발표한 개정안, 의원 발의로 추진…국회도 응답할까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노조법 2조와 3조(노란봉투법) 개정과 관련 법안을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0.18 ⓒ민중의소리
 
시민사회단체가 18일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한하기 위해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만들어 발표했다.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노란봉투법, 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과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는 노조법상 근로자의 정의를 대폭 확대한 점과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 사용자의 책임도 묻는다는 점이다.

전국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동본부 차원에서 성안한 노조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운동본부는 이 개정안이 대법원 판례와 국제 사회 기준을 반영했다고 설명하며 "어느 누구도 반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복잡해진 노사 관계 반영 못한 노조법2조,
'진짜 사장' 책임지도록 근로자·사용자 정의 개정
"노조 조직하거나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발표한 노조법 개정안 중.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운동본부는 노조법 2조(정의)에서 규정하는 '근로자', '사용자', '노동 쟁의'의 정의를 현재 노사관계에 맞게 정리했다.

그동안 노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는 경우에만 인정되는 등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간접고용, 특수고용노동자 등은 오랜 법적 분쟁을 거쳐 노조법상 근로자임을 인정받아야 했고, 그 사이 사측은 노조 활동을 불법행위로 내몰면서 막대한 금액의 손배소를 청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사내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470억원의 소송을 제기한 이유 중 하나도 '원청은 하청지회에 대한 단체교섭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최근 판례는 새로운 노동 형태가 늘어난 현실을 반영해 노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인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2018)와 방송 연기자도 근로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2018)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노동자의 '진짜 사장'은 원청인 현대중공업이라는 대법원 판례(2010)도 나왔으며, 이 판례를 바탕으로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 노동자의 사용자로서 교섭 의무가 있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단도 나왔다.

이렇게 변화된 판례를 법에 담아내자는 게 운동본부 생각이다. 운동본부 정책법률팀 권두섭 변호사는 "새로운 입법이라기보다 지금의 대법원 판례와 자영업자도 단체교섭할 권리를 보장하는 ILO핵심협약을 비준한, 변화된 상황에 맞게 반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동본부는 우선 노조법상 근로자 정의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는 현 조항에 "이 경우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문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일부 노조법 개정안도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이 개정되더라도 지금처럼 법원의 해석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운동본부는 일단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한 이들을 일단 노조법상 근로자로 '추정'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자고 주장했다. 만일 사용자가 이에 반발한다면, 왜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지를 입증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반론권도 보장된다.

노조법 2조 상 사용자의 정의도 확대했다. 현재 노조법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라고만 규정돼 있는데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 대해 노동관계의 상대방으로서 지위에 있는 사업주"라는 정의를 추가했다.

또한 ▲근로자의 노동조건, 수행업무 또는 노동조합 활동 등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 ▲명칭에 관계없이 원사업주가 자신의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업주에게 맡기고 자신의 사업장에서 해당 업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경우의 원사업자에 해당하는 경우도 각각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했다. 이렇게 개정하면 사내 하도급의 원청 사업주 역시 사용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

정리해고에 반발한 파업도 불법이 될 정도로 협소한 '노동 쟁의' 조항에 대한 규정도 수정했다. 노조법상 노동쟁의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임금·근로 시간·복지·해고·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운동본부안은 "노동자의 조건과 근로자의 지위,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분명히 했다.

유명무실했던 노조법 3조는
'손배 폭탄 방지'하는 방향으로 개정 추진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발표한 노조법 개정안 중.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손해배상 면책 조항인 노조법 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는 '노조 탄압용 손배소'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대폭 개정했다.

현재 노조법 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 말을 거꾸로 하면, 노조법에 의하지 않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는 노조법상 면책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노조법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해당 조문을 수정해 손배소 제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운동본부의 입장이다.

운동본부는 '노조법에 의한' 면책 조항이 아닌, '헌법에 의한' 면책 조항으로 개정하자고 제시했다. 즉, "'헌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에 (노조법) 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노조의 쟁의행위 원인이 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조항을 신설한 점도 눈에 띈다. '노조의 쟁의행위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발생한 경우에는 그로 인한 손배소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는 조항이다. 운동본부는 "최근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 대체인력 투입, 합의 파기 등의 불법한 행위에 기인하거나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그 책임을 사용자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조항 역시 최근 법원 판결을 반영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가 파업하자 대체 인력을 투입했고, 이에 저항한 택배노동자를 상대로 16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직접 배송을 방해하는 것은 자신들의 생계 수단을 빼앗기는 데 대한 항의의 일환이고 그 자체로 자신들이 배송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사측에 패소 판결했다.

'사측의 소권 남용 제한'을 법 조항으로 분명히 한 점도 주목된다. 운동본부 개정안은 "사용자는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근로자를 괴롭히기 위한 소를 제기하거나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으로 소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새롭게 만들었는데, 법원이 이 조항을 근거로 사측의 악의적인 손배소 및 가압류 신청을 각하할 수 있도록 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법원 관계자들과 토론하다 보면, (사측이) 노조를 탈퇴할 시 손배소를 취하하는 경우 등 명백하게 소권을 남용한 것 같다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방지할) 명확한 규정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법원이 각하할 수 있는데, 그런 게 (없어서) 어렵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이 외에도 ▲노조가 아닌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배소 청구 제한 ▲노조 존립을 위한 손배액 제한 ▲신원보증인에 대한 청구 제한 ▲손배액 감면 청구 등은 기존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과 대동소이한 내용이 담겼다.

운동본부는 이번에 만든 개정안을 의원 발의 형태로 추진할 예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이자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용우 위원장은 "이 법안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으로 (노조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의원 발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조만간 대표발의할 국회의원들과 상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석운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국회 내 여야 정당의 대표들과 면담 요청을 했다"며 "이를 통해 적극 소통하고 조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2조와 3조(노란봉투법) 개정과 관련 법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10.18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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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의 실패작... 교육감들 따라하지 마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0/18 09:17
  • 수정일
    2022/10/18 09: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넥스트브릿지] 교육계의 4대강 사업 니트(NEAT)의 교훈 잊었나

22.10.18 05:12최종 업데이트 22.10.18 05:12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9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후보자 지명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때 명성을 '날렸던' 이주호 장관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교육부 장관 및 교육부총리로 지명을 받았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신자유주의자'에서 '정책 혁신가'(innovator)까지, 평가의 스펙트럼은 넓다. 모든 인물에게 공과가 있겠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그의 실패가 있다. 바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ational English Ability Test : NEAT)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 시절 야심차게 추진했던 모든 교육 정책의 중심에는 항상 이주호 장관이 있었다. NEAT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독해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수능 영어에서도 독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우리나라 영어의 고질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영어 평가 영역을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로 확장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 NEAT였다.

 

컴퓨터 기반형 평가이니 시설과 환경에 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 사업에 국가 예산이 600억 원가량 투입되었으나 그 성과는 미미했다. 2013년 당시 응시자 목표를 2만 명으로 잡았는데 응시자가 한 해 5천 명도 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사업 폐기를 결정했다.

감사원에서 근무했던 채정관(2015)은 그의 논문에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정책이 왜 실패했는가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는 NEAT 정책이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읽기 중심의 학교 영어교육에 변화가 나타나야 하는데, 그러한 선행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점, 대입 반영의 시점을 너무 빨리 잡은 점, 정책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 대입 제도와 유기적 결합이 되지 않아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이 나타난 점, 사교육 불안 요인이 확대된 점 등을 실패 요인으로 지적했다.

특히 정책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지적되었으나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점도 실패의 원인으로 제시했다.

공교육에서 보장하는 제한된 영어교육 시수로 말하기·듣기·읽기·쓰기까지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학습에 필요한 절대 시간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영어 시수만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영어 교육과정과 수업이 말하기·듣기·읽기·쓰기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여러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

특히 평가에서 요구하는 수준과 현실의 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빈틈을 사교육이 재빠르게 채울 가능성이 크다. NEAT 출발엔 평가 방식을 건드려 교육과정과 수업을 바꾸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NEAT 평가를 통해 교육과정과 수업을 과감하고 빠르게 바꾸려고 했던 숨은 이상에 비해 현실의 간극과 괴리는 컸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NEAT 정책이 낳을 여러 문제점이라든지 대안 등이 추진 과정에서 계속 제시되었는데 귀를 닫았다는 점이다. 선한 의도를 갖지 않은 정책은 없지만, 그 의도대로 열매를 맺은 정책도 많지 않다. 정부 부처와 교육청은 수많은 정책과 사업을 개발하고 시행하지만 성공만을 부각할 뿐 그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NEAT 정책의 실패와 과오를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잊어버린 것이 아닐까? NEAT 정책을 추진할 때 연구비·프로그램· 시스템 구축· 홍보· 연수· 문항 개발 등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갔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교사들은 적지 않은 연수를 받았다. 하지만 전면 백지화되면서 매몰 비용만 커졌다. 가히 교육계의 4대강 사업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데 과연 누가 그 책임을 졌을까? 이주호 장관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일말의 책임 의식이 있을까?

경기도교육감의 IB 교육과정은 다를까

이러한 모습은 그가 추진했던 자사고 정책에도 나타났다. 그는 고교 평준화를 기점으로 관치주의가 더욱 강화되었다고 진단했다. 자율과 경쟁의 가치를 구현한 자사고가 공교육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자사고는 기존 명문학교의 가치와 철학을 그대로 이었을 뿐 교육과정에 과감한 실험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고교 생태계에 어려움을 가중했다.

자사고가 일반고에 얼마나 많은 자극을 주었을까? 오히려 일반고의 슬럼화 현상을 심화했을 뿐이다. 조건이 서로 다른 상태에서 실행되는 학교 간 경쟁이 공교육의 전체 변화에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일부 자사고에서 교육 과정과 프로그램에 의미있는 변화를 주었다고 해도 비교적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선발 효과를 가진 학교라는 점에서 그 실천의 노력과 의미를 일반고가 받아들이고 그것을 확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교육감인수위원회에서 만든 백서를 보면 몇 가지 강조하는 키워드가 보인다. 첫째는 전임 교육감 흔적 지우기, 둘째는 미래교육과 AI, 에듀테크,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 바칼로레아, 1968년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에서 개발하여 운영하는 국제 표준 교육과정으로, 교과서 중심이 아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문제해결을 하는 프로젝트 형식의 교육과정이다), 셋째는 기초·기본학력이다.

새로 당선된 교육감일수록 전임 교육감 흔적 지우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예컨대, 임태희 경기교육감에게 혁신학교, 마을교육공동체, 민주시민교육 등은 금기시된다. 그러면서 정책 취지상으로는 전임 진보 교육감들의 정책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IB 프로그램만 강조한다. 모순적이고 자기편의적이다.

정원미(2020)의 연구를 보면 IB 교육과정과 혁신학교의 지향점과 실천 양상의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교육과정의 자유도와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기제 등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가 IB를 참고할 수 있지만 그것의 전면화와 일반화는 한국 상황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IB는 논·서술형 체제로 이루어지는데 상대평가를 바탕으로 변별력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우리 풍토와 상황에서는 그 접목이 쉽지 않다.

당장 논·서술형 평가나 수행평가, 과정평가를 강화하려고 해도 그 결과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강하게 '클레임'을 걸기 시작한다면 일선의 교사들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무한대의 감정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학생 간 변별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5지 선다형 지필고사 비중을 높이게 만든다.

그러니 국외 대학 진출을 목적으로는 IB 활성화가 가능할지 몰라도, 수능 중심의 대입 체제에서는 그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IB 시범학교에서 의미있는 실천을 했다고 해도 그것이 일반학교로 확산되기는 매우 어렵다. IB 프로그램은 특별식이지 우리의 주식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한 연수에 참여하고, 교육의 정체성 논란을 감수하면서 IB 도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 일부 연구시범학교 수준에서 IB 프로그램을 참고하고 연구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에 너무 열광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모든 교육청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교육감이 속해있는 전체 지역 모든 학교의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질 제고이다. 이러한 노력이 그동안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혁신교육의 핵심 목표는 질 높은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실현이다.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10년간 혁신교육의 이름으로 교육과정·수업·평가에 관한 담론과 실천이 풍성했다.

이러한 노력을 더 깊고 풍성하게 진행한다면 IB를 우리나라 교사들이 넘어서지 못할까? 교육과정·수업·평가에 관한 그동안의 담론과 실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교사와 학교 간 편차의 문제를 해소하고 질적 고도화를 이루어야 한다. 지향점이 같다면 조건과 기제가 다른 외국의 사례를 무조건 따라하기보다 우리의 현실과 조건에서 발전시켜온 길에 답이 있지 않을까?

제2, 제3의 NEAT 실패 

교육청에 필요한 것은 특정 정책의 성과와 과제에 대한 진단과 평가이다. 이를 바탕으로 장점은 계승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확장·유지·수정·폐지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의 과정을 거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각 교육청을 보면 이러한 과정이 거의 없다. 전임 교육감이 했거나 이념 노선이 다른 교육감의 정책이라면 우선 폐기 대상으로 분류한다. 모든 것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이다.

전임 교육감 흔적 지우기가 교육감의 정책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 위험성에 대해서 여러 단위에서 지적하고 있으나 일부 교육감에는 쇠귀에 경 읽기이다. NEAT 정책의 우려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지적했으나 귀담지 않아 실패로 이어졌던 선례를 교육감들이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모든 교육감들이 말하는 미래교육은 무엇인가?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충분한 학습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청마다 '미래교육'을 언급한다. 각 교육감직인수위 백서에 나타난 맥락을 보면 AI라든지 에듀테크를 강조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래교육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며 무엇보다 AI 만능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AI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기술의 도구적 활용 이면에 나타난 불평등의 심화, 일자리의 상실, 정보 격차, 거짓 정보의 남용, 빅브라더에 의한 정보 통제 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이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7.6 xanadu@yna.co.kr ⓒ 연합뉴스

 
여기에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생태 전환의 삶과 관점과 태도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변혁적 시민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는 민주시민교육으로 구현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서 교육부와 일부 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을 진보 진영의 언어로 규정하고 그 용어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AI를 우선 적용해야 할 영역은 교육청의 아날로그적이고 비효율적인 행정체계이다. 조직은 비대해지고 있는데 학교와 지역에서 체감하는 행정 서비스의 질은 예전의 관료주의 체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의 인사·조직·행정·감사 시스템은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당장 해결해야 할 교육의 난제와 과제에 눈감으면서 미래교육과 AI, IB로 퉁치는 방식은 위험하다. 현 추세로 가면 제2, 제3의 NEAT 사태가 교육청에서도 벌어질 것이다.

* 필자 소개: 김성천은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학습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무엇인가>(공저), <소환된 미래교육>(공저),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혁신>(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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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 발생한 SPC 계열 제빵공장의 ‘2인1조’가 허울뿐인 이유

SPL 공장서 고강도 소스 배합 작업 중 사고…“각기 다른 작업하는 2명은 2인1조 아냐”

 
지난 15일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의 SPL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흰 천으로 싸여 있는 게 사고가 발생한 기계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청년 노동자가 대형 믹서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SPC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사고다. 옆에 1명만 있었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2인1조는 지켜지지 않았다.

17일 경찰과 평택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6시경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SPL 제빵공장에서 여성 노동자 A(23) 씨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SPL은 생동생지와 빵, 샌드위치 등 완제품을 생산해 파리바게뜨에 납품하는 회사로, SPC그룹 계열사다.

A 씨는 빵에 들어갈 소스를 배합하는 작업 중 사고를 당했다. 소스 배합기는 일종의 대형 믹서기다. 오각형의 솥 형태인 소스 배합기는 1미터 정도로, 허리 높이다. 날카로운 날이 달린 스크루가 돌아가면서 땅콩과 버터 등 재료를 섞는다. A 씨는 소스 배합기 안으로 상반신이 끼여 고꾸라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다. 앞치마가 소스 배합기 안으로 빨려들어 갔거나, 재료를 위에서 채워 넣다가 사고가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SPL 평택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공동행동)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노조)는 “이번 사고는 SPL 사측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며 “사고를 예방할 교육도, 사고를 예방할 조치도 없이 위험한 공정에 홀로 피해자를 작업하게 한 것이 사고를 유발했다”고 짚었다.
 
17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SPL평택공장 앞에서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등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여성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22.10.17. ⓒ뉴시스

2인1조 미준수가 사고 핵심 원인

2인1조가 지켜지지 않은 게 사고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회사는 2인1조로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스 배합 작업에는 최소 2명이 필요하다. 1명은 소스 배합기에 재료를 넣어야 하고, 다른 1명은 재료를 옮겨 오거나 배합된 소스를 담을 통을 가져와야 한다. 1명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는 구조다. 2명이 계속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1명이 계속 자리를 비워야 해 2인1조라고 보기 어렵다고 노조는 설명한다.

화섬식품노조 SPL지회 강규형 지회장은 “보도에는 1명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나오는데, 이건 2인1조가 아니라 각각 다른 작업을 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1명이 재료를 가지러 가면 일이 생겨도 대응을 못 한다”며 “회사가 2인1조라고 주장하는 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소스 배합기 옆에는 비상 정지 장치가 달려 있었다. 2인1조가 지켜졌다면, 다른 1명이 비상 정지 버튼을 눌러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소스 배합은 회사도 인정한 고강도 작업이다. 회사가 해당 작업에 추가 수당을 부여할 정도다. 배합된 소스를 통에 담아 12단으로 쌓고, 다음 공정으로 넘긴다. 한 통의 무게는 15kg다. 육체노동은 12시간 동안 이어진다. 야간조이던 A 씨는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일했다.

강규형 지회장은 “밤새 깡통을 옮겨야 한다”며 “남자에게도 힘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벽이 되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위험한 작업을 시키면서도 2인1조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는 이번 사고 이튿날 소스 배합기 가동을 재개했다. 동료를 잃은 노동자들은 사망 사건 현장 바로 옆에서 같은 작업을 해야 했다.

고용노동부는 당초 사고 발생 작업과 동종·유사 재해가 우려되는 혼합 작업에 대해 작업 중지를 내렸다. 대상 기계는 7대였다. 이때 대상에서 안전장치가 설치된 기계 2대는 제외됐다. 회사는 이를 이유로 해당 기계 2대를 바로 가동했다. 현재는 노동부가 나머지 2대에 대해서도 작업 중치를 내린 상태다.

노동부가 작업 중지 판단 기준으로 삼은 안전장치는 이른바 ‘인터록’으로 불리는 자동방호장치다. 혼합기가 돌아가면 뚜껑이 안 열리고, 뚜껑이 열리면 혼합기를 정지하는 장치다. 다만, A 씨가 맡은 소스 배합은 수시로 재료를 채워야지, 한 번에 재료를 쏟아 넣고 섞을 수 없는 작업이라 인터록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재발 방지 대책은 2인1조라는 것이다.
 
SPC 본사 ⓒ출처 : SPC 홈페이지


반복된 징후, 비상식적 대응

최근에도 회사의 안전불감증을 드러내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7일 같은 공장에서 라인 작업을 하던 한 비정규직 노동자 손이 벨트에 빨려 들어갔다. 다행히 뼈에 이상이 가지는 않았으나, 사고 당시 손이 퉁퉁 붓고 출혈도 있었다.

회사 대응은 허술하다 못해 상식을 벗어났다. 회사 관리자는 다친 노동자를 포함해 해당 라인 노동자들을 불러 모아 윽박질렀다. ‘누가 벨트에 손 넣으라고 지시했느냐’고 소리치며 추궁했다고 한다. 다친 노동자는 30분 동안 손을 붙들고 자리를 지켜야 했다. 한바탕 호통 듣고 간 곳은 병원이 아니라, 공장 내 보건실이었다. 다친 노동자가 기간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회사는 책임이 없다며 방치했다. 치료는 얼음찜질이 다였다. 보건실에서 한참 시간이 지나도 병원에 가라는 말이 없자 다친 노동자가 직접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이때도 사측은 굳이 병원에 가야 하냐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공동행동과 노조는 “손 끼임 사고 이후 회사에서는 전체 공정에 대한 어떤 추가의 안전교육, 사고예방조치도 없었다”며 “결국 일주일 후 같은 공장 다른 공정에서 한 노동자가 산재 사망사고를 당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평상시에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실제 교육을 진행하지 않고도 노동자들에게 교육을 받았다는 서명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현재 노동부는 이번 사망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지난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번 사망 사고는 반복된 경고 속에 회사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대재해법 적용 소지가 크다고 노조는 강조한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로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이행에 관한 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산재 방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규정 위반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이번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중대재해법 완화를 시도하며 노동 현장 안전을 후퇴시키려는 게 바로 윤석열 정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노동부에 전달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방안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 의사결정권을 쥔 사업주 대신 CSO를 처벌한다는 것이다.

공동행동과 노조는 “어렵게 만들어진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악을 통해 무력화하려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며 중대재해법 완화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또한, SPL 측에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노동부에는 중대재해법에 따른 경영책임자 엄정 수사·처벌을 요구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중대재해가 발생 뒤에도 사후감독, 특별감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 노동자들은 또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정부는 중대재해가 다발하거나 다수가 사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하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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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스포츠' 대통령 비판하기?…바꿔야 할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제

[장석준 칼럼] 한국형 대통령제 이렇게 바꾸자

 

몇 차례에 걸쳐 이 지면에서 대한민국 제6공화국 대통령제가 봉착한 한계와 궁지를 살피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의 지난 역사뿐만 아니라 핀란드 사례를 검토했다. 그 와중에도 윤석열 정부의 난맥상을 통해 한국형 대통령제의 위기는 실시간으로 진행됐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그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다시 들고 나온다. 그러나 이 개헌안은 한국식 대통령제의 기본 골격을 유지한 채 약간의 수선을 가하는 데 불과하다. 현재 한국 사회가 처한 근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최적인 새로운 정부 형태의 구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이번 칼럼에서는 4회에 걸친 논의의 결론 격으로, 제6공화국 대통령제의 극복 방향을 정리하고 싶다. 일단 현실의 여러 난점은 무시한 채로 현재 우리 상황에 가장 부합한다 생각되는 새 정부 형태를 제시하겠다. 그렇다고 무슨 '이상'적 공화국 상은 아니다. 다만 불평등 위기, 미-중 패권 다툼, 감염병 위기, 기후 위기가 중첩된 복합 거대 위기가 지배할, 최소한 수십 년은 지속될 세월 동안 한국 사회가 시대의 혼란에 적절히 대응할 구체적인 정치적 태세를 제안하는 것뿐이다. 

※ 관련 칼럼 바로가기 

① '대통령'이란 무엇인가…총통·독재관? 거대한 무위도식자? 

② 대통령을 대통령제에서 해방시키자 

③ 강대국 사이에 낀 국가의 대통령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의회제 정부로 나아가자 

일단 첫 번째 방향은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를 전제로 의회제 정부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내각책임제'라 배워온 사례들처럼,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고 그 총리가 정부 수반을 맡아야 한다. 총리가 국회에서 선출된다면, 결국 의석 과반수를 점한 다수당 후보가 총리가 되든가 아니면 과반수 지지를 얻도록 복수의 정당들이 합의하여 미는 후보가 총리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제2공화국 시기에만 경험한 방식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절대적인 전제가 있다. 선거제도의 비례성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떠해야 하는지는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1인2표)를 정착시키는 쪽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고, 아예 스웨덴 등이 실시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1인1표)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승자독식을 보장하는 현행 소선거구제 중심 선거제도는 지양해야 한다.

이것이 '절대적 전제'인 이유는 애초에 의회제 정부 요소 강화의 취지가 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강화하면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더 다원적인 원내 정당 구도가 들어설 것이다. 그럼 극우파 정당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껏 주로 승자독식 선거제도 탓에 제도정치 진출이 억압됐던 녹색 정당이나 소수자 대변 세력이 원내 정당이 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다당 구도를 전제로 경쟁과 제휴를 병행하는 정치에 적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총리를 선출하려면, 원내 정당들 간 합종연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구성된 내각은 현재 한국의 대통령제 아래에서 국무회의가 보이는 모습에 비해 훨씬 더 정책적 선명성을 강조하고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 체제에서 양대 정당은 대선이나 총선에서 내건 정책을 선거만 끝나면 곧바로 폐기하고 정책 주도권을 고위 관료들에게 넘겨 버린다. 정책을 통한 대표성 확보와 정치적 책임성의 실현은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오직 대통령과 국회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한 양대 정당의 끝없는 권력 게임만이 중요한 탓이다. 

그러나 원내 다당 구도에 바탕을 둔 의회제 성격의 성부는 그럴 수 없다. 많은 경우 연립정부 형태를 띠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총리 신임 투표에서 충분한 표를 얻으려면 특정 야당들과 최소한 정책 합의 정도는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각 정당이 표방하는 정책을 매개로 의회와 정부를 넘나드는 정치 활동이 펼쳐지며, 이게 충분히 활성화된다면 적어도 현재 한국 상황에 비해서는 의회가 관료 기구보다 위에 서서 이를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증명하는 여러 사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각국의 기후 위기 대응에서 나타나는 현저한 차이를 주목할 만하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기후 위기 대응에서 앞서가는 이유는 다른 사회적 요소들 외에도 원내의 범녹색 정치 세력이 끊임없이 정책적 영향력을 펼치기 때문이다. 비례성이 강한 선거제도를 통해 원내에 진출한 이들 세력은 비록 원내 지분은 크지 않더라도 경쟁과 연합을 병행하는 정치 행위를 통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이 계속 추진되게 만든다. 

반면에 미국식 대통령제나 영국 같은 양당 구도 아래에서의 의회제 정부는 대체로 기후 위기 대응에서 뒤처지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 같은 정책은 원내 양대 정당이나 대선에서 격돌하는 양대 진영의 관심사 목록에서 맨 뒤에 놓이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지금 한국도 바로 이런 상태다. 

 

 
 

하지만 이전 칼럼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직의 역사와 핀란드 경험을 짚어보며 주장했듯이, 한국의 대통령에게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있다. 의회제 정부 요소를 강화하더라도, 대안으로는 순수 내각책임제보다는 이원집정부제가 적절하다. 특히 핀란드처럼 대통령에게 헌법상 분명한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 그것은 험난한 국제 정세를 헤쳐 나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 외교와 국방을 책임지는 일이다. 

즉, 핀란드처럼, 내치는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맡되, 국제 관계와 관련된 임무는 대통령이 맡는 체계가 바람직하다. 외교, 국방을 제외한 모든 분야는 원내 정당(들)이 구성하고 총리가 지휘하는 내각이 전담한다. 반면에 외교, 국방 영역에서는 대통령이 내각과 협의하면서 최종 책임을 진다.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운명상 이 임무만으로도 대통령은 임기 내내 하루하루를 분주히 보내야 할 것이며,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분업이 헌법 문구처럼 깔끔하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핀란드에서도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고, 지금도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긴장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점 없는 최종 해법 같은 게 아니다. 설령 새로운 결점을 동반하더라도 현행 대통령제에 비해서는 21세기 한국 현실과 더 잘 어울릴 구체적 해법이 필요하며, 나는 그것이 핀란드와 유사한 이원집정부제라 생각한다. 

이 경우 대통령 선출 방식은 당연히 직접 선거여야 한다. 또한 제6공화국 대통령 선출 방식과는 달리 결선투표제를 수반해야 한다.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만 대통령에 당선되게 하는 것이다. 혼돈의 지구 정치 속에서 국가의 생존을 책임지는 막중한 직책이니 이런 선출 방식이 합당하다. 

대통령의 주된 임무가 대외 관계이니만큼 대선은 이에 초점을 맞춘 대중적 논쟁의 장이 될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가 생존과 직결되는 나라이므로 몇 년에 한 번씩 시민들이 이런 기회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 더구나 결선투표제가 있다면, 대외 관계를 중심으로 정당 간 연합이 형성되고 시민사회 내에서 다수파 연합이 가려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총선과 대선이 각각 중심 주제를 달리 하는 정치적 연합 형성의 계기가 될 것이다. 총선과 이후 내각 구성 과정에서는 국내 문제를 중심으로 대립 전선과 논쟁 지점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시민사회와 제도정치를 가로지르는 연합들이 형성된다. 한편 결선투표를 동반한 대선에서는 대외 관계를 중심으로 역시 대립선과 쟁점이 만들어지고, 또 이에 바탕을 둔 정당 간 연합들, 더 나아가 대중적 연합들이 형성된다. 

물론 국내 문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연합들과 대외 관계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연합들이 전혀 별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일치하지도 않을 것이다. 국내 정치에서는 일정 수준의 개혁에 공감하는 세력들이 외교, 국방에서는 대외 동맹의 중심축을 다르게 상정할 수도 있다. 내가 제안하는 정치 체제에서는 국내 문제와 대외 문제 사이의 이런 상대적 독자성이 일정하게 보장된다. 둘을 뒤섞지 않고 각 영역의 특성에 맞게 다층적인 정치적 대립-연합이 전개된다.

이를 현재 한국 정치 상황과 비교해보자. 제6공화국의 대선에서는 국내 쟁점과 대외 문제가 뒤섞인 채 유권자의 선택이 이뤄진다. 올해 대선 같은 경우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주된 쟁점이었는데, 문재인 정부에 실망과 염증을 느끼며 반대편 거대 정당에 던진 표는 고스란히 이 정당의 외교, 국방 정책 기조에 대한 찬성으로도 계산됐다.

그렇다고 이 정책들에 관한 토론이 진지하고 활발하게 벌어진 것도 아니었다. 단지 국내 정치 문제에서 한 편이면 대외 정책 지향에서도 같은 편이라는 전제만이 작동했을 뿐이다. 지도상의 위치만으로도 위태로운 이 공화국의 운명을 맡기기에는 너무나 위험하고 무책임한 정치 규칙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제안한 새로운 정치 체제는 기본적으로 이런 위험을 차단한다. 순전히 대외 관계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정치적 장이 보장되며, 정확하게 이에 대한 능력과 책임성을 중심으로 선택된 인물이 최고 책임자 역할을 맡게 된다. 이것은 오늘날 대한민국에게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 우크라이나 군인과 소방관들이 지난 5월 1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파괴된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 AP=연합뉴스AP=연합뉴스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해법 

현실적 해법이라고는 해도, 여기에 제시한 내용이 당장에 실현되기는 불가능함을 모르지 않는다. 제6공화국 질서가 말기적 상태에 이르렀지만, 대통령제가 오랜 세월 동안 정치 문화와 시민들의 의식 속에 참으로 깊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설령 개헌의 공감대가 커져 새 헌법안이 논의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제가 얼마나 크게 바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부터라도 이런 개혁 방향에 공감하는 이들이 이 내용을 적극 선전하고 설득해가야 한다. 위 내용 중 일부(가령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완화, 총리의 국회 선출, 대외 관계에 집중된 대통령 업무에 관한 전반적 합의)라도 조금씩 실현될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인간 세상을 덮치는 혼돈이 점점 가속도를 붙이며 엄습하는데, 이에 대응할 대한민국의 정치 구조는 시대와 너무도 멀찍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벌써부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환멸 때문에 '탄핵'이니 '제2의 촛불'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심지어는 광장에 모이기 시작하는 이들까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그런 '촛불'은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대통령을 한 번 더 비상한 방식으로 갈아 치우는 경험은 기껏해야 대한민국의 병을 더욱 깊게 만들 뿐이다. 바꿔야 할 것은 대통령이 아니다. 대통령제다.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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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참사' 진정성 있는 대응은 중대재해법 무력화 시도 중단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10.18 07:49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카카오 비판과 함께 플랫폼기업 규제 법안 필요성도
SPC 사고 후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려는 정부 시도부터 중단해야”
BTS 병역문제 논란 종결…순차 입대 결정

‘카카오 오류’가 사흘간 이어지면서 카카오의 독과점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당국이 조사에 나서고,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도 17일 카카오 서비스 장애를 계기로 부상한 카카오의 독점과점 문제에 국가가 제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SPC 계열사 제빵공장인 SPL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로 인해 SPC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이 안전 문제를 제기했으나 회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2인1조 규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겨레는 SPC 노동자의 끼임 사망 사고를 1면에 다뤘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조적 문제를 살피라고 언급했지만, 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모순된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BTS 맏형 진을 시작으로 BTS 멤버들이 전원 순차 입대를 결정했다. BTS가 K팝을 세계적으로 알린 업적이 있고, 병역법에 예술과 체육 분야 특기자로 문체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이나 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어 BTS 멤버들을 예술요원으로 편입할지 논의가 지속됐으나 사실상 논란이 종결된 것이다. 경향신문, 서울신문, 조선일보가 이를 1면으로 다뤘다.

다음은 18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카카오 독과점 문제’ 수면 위로”
국민일보 “‘독점’이 피해 키웠다 카카오 전방위 조사”
동아일보 “카카오-네이버 ‘독과점-안보리스크’ 손본다”
서울신문 “가덕도 신공항, 바다에 띄워 짓는다”
세계일보 “4대폭력 예방교육, 의원님은 안듣는다”
조선일보 “상생 약속하고선 계열사 겨우 10개 줄였다”
중앙일보 “카카오 독과점 대수술”
한겨레 “자율 뒤 숨은 플랫폼 ‘사회적 책임’ 묻는다”
한국일보 “카카오, 재난 대비 ‘백업’ 손 놓고 있었다”

▲18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18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카카오 비판과 함께 플랫폼기업 규제 법안 필요성도 대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마비된 지 사흘째인 17일에도 서비스는 완벽하게 복구되지 않아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아침 신문에서는 카카오가 국내 96%가 사용하는 사실상의 공공재이며, 카카오가 독점력 지배력을 확보한 것에 비해 위험 대비 투자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 이익을 위해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4일 종합국정감사 때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 최태원 SK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18일 세계일보 1면.
▲18일 세계일보 1면.
▲18일 국민일보 1면. 
▲18일 국민일보 1면. 

신문들은 카카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주요면에 실었다. 국민일보 1면 기사 제목은 “‘독점’이 피해 키웠다”였고 이어지는 3면에서는 “데이터센터 화재가 1차 원인이지만, 서비스를 빠르게 정상화하지 못한 건 카카오의 부실한 대응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SK C&C는 15일 “일부 서비스가 백업 미비 등으로 장애가 지속하는 건 해당 서비스 제공사에서 설명할 부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카카오에 백업 등의 문제가 과거에 지적된 적이 있다는 점도 카카오에 대한 비판을 키웠다.

동아일보 사설은 “사태를 예방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ICT 기업 데이터센터에 대한 정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18년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 이후 정부와 국회는 통신사처럼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에 포함시키는 입법을 추진했다”며 “하지만 ‘자체 보호조치로 충분하다’는 해당 기업들의 반발 때문에 무산됐다. 법이 통과됐다면 ‘국민 메신저’를 운영하면서 자체 데이터센터 하나 없이, 특정 임대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집중시켰다가 초유의 네트워크 교란 사태를 일으키는 일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8일 서울신문 사설.
▲18일 서울신문 사설.

이번 사태로 인해 카카오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미비한 법제도 등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신문 사설은 “유럽은 애플, 구글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이 자사 서비스를 다른 회사 서비스보다 우위에 두지 못하게 하는 등 시장지배력을 제한하는 디지털시장법을 만들었다”며 “규제라면 생래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는 미국도 비슷한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터키는 플랫폼 기업이 아예 제품 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판매자)가 심판(중개자)까지 보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구매 강요와 부당한 손해 전가 금지 등을 담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마련이 추진됐으나 플랫폼 기업들의 거센 반발과 정부 부처 간의 주도권 싸움이 겹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며 “여야 지도부도 제도적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18일 경향신문 사설.
▲18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 역시 이날 사설에서 “이는 수익 극대화만 꾀하는 민간기업을 방치한 결과이고 독점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공공재급 부가통신망은 국가기간통신망에 준해 규제해야 한다. 플랫폼기업의 소비자 보호 증진 방안도 명문화해야 할 것이다. 자율과 규제완화만 앞세워 독점 플랫폼을 방치한다면 카카오 먹통 사고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고 전했다.

SPC 사고에 대통령 “구조적 문제” 지적...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3세 청년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던 중 목숨을 잃었다. SPC 측의 산재 예방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공통적이다. 우선 교반기 9대 가운데 사고 기기를 포함한 7대에 뚜껑을 열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방호장치가 없었고, 지난 7일에도 계약직 직원의 팔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2인1조 근무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17일 허영인 SPC 회장은 “회사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매우 참담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사과문을 냈다.

▲18일 한겨레 1면.
▲18일 한겨레 1면.

그러나 회사 측의 사고 후 대응이 미흡한 점 때문에 사과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사측인 SPC그룹의 대응”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당일 회사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17일, 사고 직후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폴리스라인이 쳐진 사고 현장 옆에서 조업을 강행했다는 사실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SPC는 2017년 제빵·카페기사를 불법파견하고 수당 110억원을 체불해 시정조치를 받은 것을 비롯해 근로기준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다”고 전했다.

▲18일 경향신문 사설.
▲18일 경향신문 사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정확한 사고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이 말을 두고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기업 입맛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해 무력화하려는 정부의 시도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사설 역시 “재계는 사업장에 사망 사고가 나면 경영진이 책임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을 요구 중이다. 정부도 경영 여건 개선 차원에서 재계 의견에 우호적”이라며 “하지만 SPC 사고 같은 비극이 수시로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올해 1월 이 법이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근로자가 400명이 훌쩍 넘는다”고 지적했다.

▲18일 국민일보 사설.
▲18일 국민일보 사설.
▲18일 서울신문 사설.
▲18일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과 함께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파악하라고 각별한 관심을 보인 만큼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적극적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필요하다”며 “SPC를 비롯한 재계는 관련 법 완화 등을 요구하기에 앞서 획기적인 안전 대책을 스스로 마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관련 법령 개정 검토 과정에서 작업장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파리바게뜨 참사 보고도 중대재해법 무력화할텐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고의 구조적 문제는 결국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 의무를 외면한 데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에 여념이 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노동부에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규정의 삭제를 제안한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일터의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오히려 강화하라고 지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한겨레 사설.
▲18일 한겨레 사설.

BTS 병역문제 논란 종결…순차 입대 결정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병역문제를 놓고 논란이 지속된 가운데 방탄소년단이 입대하겠다는 뜻을 전격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17일 “진이 이달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이후 병무청의 입영 절차를 따를 예정”이라며 “다른 멤버도 각자의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또 “당사와 멤버들은 2025년에는 방탄소년단 완전체 활동의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면서도 “현시점에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이 ‘만 30세까지 입영 연기’를 자체 철회하면서 진은 입영통지서가 나오는 대로 현역으로 입대할 것으로 보인다.

 #아솎 #SPC #윤석열 #BTS #중대재해처벌법 #카카오 #독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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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호국훈련’ 강행, ‘연평도 포격’ 참변 벌써 잊었나?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10.17 17:48
  •  
  •  댓글 0
 
 
 

대내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합참은 17일부터 '2022호국훈련'을 강행했다.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연중 가장 위험한 야외실기동훈련으로 꼽힌다.

2010호국훈련 때는 정전협정 이래 최초로 민간 거주구역에 포격전이 발생해 4명(민간인 2명)이 숨지고 19명(민간인 3명)이 부상하는 참변이 일어났다.

연평도 포격전은 호국훈련 기간(11월22~30일)이던 2010년 11월 23일 오전 북측이 남측에 전통문을 보내 호국훈련을 비난하며 연평도 일대에서 진행 중이던 해병대의 포격 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그날 오후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졌다. 당시 해병대사령부는 포격 훈련이 호국훈련의 일환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이미 연평도 포격전은 벌어진 후였다.

2022호국훈련 과정에 2010년과 같은 참변을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해병대 관계자는 “9.19군사합의에 따라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 지역에서의 포격 훈련이 금지돼 있다”라는 말로 답변을 갈음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9.19군사합의를 비롯한 남북 간에 맺어진 각종 합의을 범죄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포격전에 대한 우려를 지워버리기는 힘들다.

한편 합참은 훈련 첫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훈련이 육·해·공군 합동전력의 전·평시 임무 수행 능력을 익히는 것이 목적이라면서도 상호 운용성 향상을 위해 일부 미국 측 전력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북측이 호국훈련에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이 훈련이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팀스피리트’ 훈련(1976년~1993년)을 대신하는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호국훈련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대체해 1996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북측의 주장을 반박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에선 이미 전쟁이 일어났고, 대만전쟁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으며, 미군이 주둔한 한반도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정세라는 점이다.

지난 13일 주한미군이 실시한(국방부 발표) 10시간 포사격에 대해 북측은 14일 새벽 군용기 10여 대를 동원해 비행금지구역 주변까지 접근한 데 이어, 해상완충구역 안으로 포사격을 가하는 등 접경지역에서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첨예하다.

또한 최근 북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선 매우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 9월 미국의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부산항에 입항해 각종 한미군사훈련을 진행하자 북은 6일에 걸쳐 9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응수했다.

북이 조선노동당 8차대회에서 밝힌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미 강대강 노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은 미군과 진행하는 군사훈련으로 결코 전쟁을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전쟁 발발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2022호국훈련’ 강행을 지켜보면서 12년 전 연평도 포격전을 너무 빨리 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와 불안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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