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보고’ 아닌, ‘사전동의’ 필수
“국가재정법상의 통제받게 해야”
프랑스 ‘통상위협대응조치’ 강경책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처리를위한특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태호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시스
진보당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중단을 촉구하고 있으나, 대미투자특별법은 구체화 되며 입법에 속도가 나고 있다. 외국의 경우, 협상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 정부만 유독 속도를 내자, 참여연대와 진보당은 “국고 대미투자가 국민에게 미칠 영향 평가와 리스크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계속해서 중단을 촉구했다.
5일 특위 국민의힘 측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투자공사 설립 등에 여야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한미투자전략공사를 별도로 설립하고 이사 3명, 50명 이내의 인원을 두기로 했다. 투자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리스크 관리 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가 국회 소관 상임위에도 관련 정보를 보고하도록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회동한 천준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특위에서 9일까지 법안 심사를 마무리하고 통과시킨 뒤, 늦어도 12일에는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 밝혔다.
정부가 속도를 내자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대미투자 국회 사전보고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사전동의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에 언급된 ‘상업적 합리성’은 추상적인 합의일 뿐 실제로는 미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투자하는 것이 우선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적 있다”며 “막대한 국고 지출에 국회가 동의권을 포기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전략투자공사의 한미전략투자기금 신설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관리방안도 불명확하다”고 비판했다. “국가에 막대한 채무를 부담케 하면서 시행하는 대미 투자를 책임있게 관리하려면 국가재정법상 기금으로 설치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가재정법상 통제를 받게 된다”고 언급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이강훈 변호사는 “유럽연합도, 인도도 대미 무역 회담을 연기했다”며 “한국 국회가 법안 통과를 서두를 이유가 없으며 대미투자특별법은 재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연합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 비준 절차를 전격 중단했으며 유럽의회는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법적 명확성이 확보될 때까지 입법 작업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역시 이번 주 예정됐던 미국과의 최종 무역 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후속 조치를 면밀히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프랑스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 차원의 ‘통상위협대응조치(ACI)’ 가동을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만 속도를 내며 역행하는 모양새다. 이에 손솔 원내수석대변인은 “우리가 법안을 바친다하여 트럼프를 얼마나 믿을 수 있겠냐”며 “오히려 ‘압박하면 통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어, 향후 더 무리한 요구와 갈취를 불러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이란 전쟁 탓에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며 지역별 유류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6일 주요 신문들은 이 소식을 1면에서 다뤘다. ‘휘발유 담합’ 행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정부의 시장 가격 직접 규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중앙일보 “정부, 가격 직접 통제에 따르는 부작용 균형 있게 검토해야”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 점검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어려운 시장 환경을 악용해서 매점매석이나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별, 유류종별로 현실적인 최고가격을 신속하게 지정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석유사업법 23조는 석유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정부가 가격과 유통을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주유소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가 지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6일자 경향신문 1면.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급등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주유소 판매가는 보통 국제 유가와 2~3주 차이를 두고 반영되는데 사실상 담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기사 <국제유가 2주 뒤 반영된다더니…전쟁 터지자마자 기름값 폭등>에서 “중동 등 원유 공급지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시간, 정제 등에 2~3주가 걸리기 때문”이라며 “국내 유통 구조를 잘 아는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터지자마자 바로 다음날부터 올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기사 <시민들 치솟은 기름값에 분통>에서 “국내에 공급되기도 전에 주유소 판매가격이 먼저 오르는 모양새”라며 “소비자들 사이에선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가 내릴 땐 비싸게 사 왔다는 핑계로 국내 판매가를 서서히 내리면서, 올릴 때는 왜 오히려 앞서서 반영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고 했다.
▲ 6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도 “정유사와 주유소의 ‘얌체 상술’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폭리도 정도껏 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국제유가 급락 시엔 기존 수입 물량 재고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가격을 바로 내리지 않으면서, 유가가 오를 땐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한다”며 “유가가 안정적일 땐 전가의 보도처럼 고환율을 내세운다. 유가가 떨어져도 환율 상승으로 수입 비용이 늘었다는 핑계를 대며 가격을 내리지 않거나 내리는 속도를 늦춘다.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소비자를 기만하며 정유사·주유소만 이득을 취하는 불공정 행위”라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국내 정유시장은 수십년째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4개사의 과점 체제다. 소비자로선 불매운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정부는 이번 기회에 정유사와 주유소의 악덕 상혼을 뿌리 뽑고, 이들의 가격 농단을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고유가·고환율 우려가 높아진 만큼 정부는 경각심을 가지고 물가 관리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겨레는 “원가 상승분을 크게 초과한 가격 인상이나 업체 간 가격 짬짜미, 수급과 관계없는 사재기(매점매석) 등의 부당 행위는 공정거래 차원에서 엄히 다스려야 한다”며 “다만 국내 주유소 대부분이 자영업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정유사들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주유소에 가격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 6일자 중앙일보 사설.
다만 중앙일보는 정부의 직접 규제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시장 가격에 대한 정부의 직접 규제는 최대한 자제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석유사업법에 근거 규정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주유소 판매가를 전국적으로 규제한 전례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법률에 근거 규정이 있다고 다 괜찮은 건 아니다. 법에 따른 규제나 강제(rule by law)가 능사는 아닐뿐더러 바람직한 법치(rule of law)도 아니다”라며 “정부의 일과 시장의 일을 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가격의 직접 통제에 따르는 부작용을 균형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사법 3법 도입에 조선일보 “결국 대통령 한 사람 위한 입법이었나”
법 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 등 이른바 ‘사법 3법’이 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3년간 매년 4명씩 순차적으로 늘려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법원의 확정 판결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재판소원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 왜곡죄 도입법(형법 개정안)은 판사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해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이재명 정권은 사법부를 발아래 두고 독재의 액셀러레이터를 더욱 거세게 밟을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사법 3법에 반대론이 있었던 것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는 독소조항들 때문이었다”며 “그런 위험성이 잠재된 법이 도입된 이상 정치권과 법조계는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부작용을 살피고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개정 법률이 현실에서 어떻게 안착하고 어떤 효능과 부작용을 나타낼지는 미지수다.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로 사법 3법 도입 이후의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었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법조계와 야권의 우려대로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혼란이 가중돼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해선 안 된다. 야당 주장대로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어지는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법치적 정당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입법이라며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사법 3법’은 이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다. 시점부터 그렇다. 작년 5월 대법원이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이후 민주당이 본격 추진했다”며 “4심제로 헌법재판소에서 이 대통령 사건을 뒤집을 수 있고, 이 대통령 임기 동안 대법관 26명 중 22명을 직접 임명하며 퇴임 후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검사와 판사들의 소신 있는 수사와 판결도 어려워진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결국 이날 대통령이 의결한 ‘사법 3법’은 민주당 일부 강경파의 돌출 행동이 아니라 대통령의 뜻이 그대로 담긴 ‘이재명법’인 것으로 보인다”며 “권력자 한 사람의 문제 때문에 사법부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헌정 질서를 훼손했다는 오명은 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3월 8일은 국제여성의 날입니다. 2026년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여전히 여성·성소수자 등 많은 소수자들은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 처음 시작된 여성파업은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앞당기고 성평등을 진전시켰습니다. 한국에서도 '지금 여기에 실질적 성평등!'을 요구하며 국제여성의 날을 앞둔 3월 6일에 3·8여성파업대회를 합니다. 3·8여성파업대회에 함께 하는 단위들이 3·8여성파업의 의미를 나누고자 연재합니다. 편집자.
남태령에서 농민과 비농민 시민 연대는 10중 경찰 차벽을 열어냈습니다. 남태령 아스팔트 동지회는 남태령이라는 공동 경험이 망가진 사회를 재조직하는 역사적 상상력의 거점이라는 믿음을 공유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남태령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지키고 구한 평등과 돌봄, 환대와 투쟁을 고정된 서사로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살고 해석하고 전승하고자 모였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우정을 이어가고 서로를 돌보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했습니다.
계엄 광장과 남태령을 온몸으로 지킨 것은 여성입니다. 한국에서 자살률과 타살률이 가장 높은 집단인 10대, 그리고 2030 여성은 당면한 폭력과 죽음에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는 5·18 광주 젠더폭력 생존자 여성들이 시민 유체를 수습하던, 계엄 트라우마 재경험 속에서도 국회 앞으로 달려가던 모습과 겹칩니다.
가장 적나라한 폭력에 맞서 가장 용감하게 싸워온 여성은 폭력과 착취 앞에 스스로를 가장 자책해온 사람이기도 합니다. 노동 현장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여성은 노동의 재생산과 사회적 재생산 자체를 전담해왔음에도 정당한 인정과 분배를 박탈당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너의 책임이라고 비난당했습니다.
남태령 아스팔트 동지회는 이 부정의한, 부조리한 구조에서 노동하고 관계 맺는 젊은 여성 동지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자책하지 말고 더 뻔뻔하게 삽시다. 혼자서 힘들면 도망칩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같이 싸웁시다. 우리는 매일매일 살아서 싸워나가는 대단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3월 3일 여성파업선포기자회견 모습. ⓒ3.8여성파업조직위
우리의 주권을 대의한다는 정부도, 우리 노동의 사용자도, 우리 스스로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멈출 수 있습니다. 우리를 기계화하고, 성적으로 도구화하며, 권력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자본과 국가를 멈출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에, 성폭력에, 땅의 수탈과 지구의 파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우리를 분할 통치하며 밑바닥 노동으로 끌어내리고 있습니까?
우리 여성은 파업합니다. 진짜 착취를 은폐하는 가짜 혐오와 증오를 파업합니다. 심미노동과 감정노동, 돌봄노동 등 여성의 몸을 옭아맨 성별화된 규범 수행을 파업합니다. 무엇보다 각자도생의 사회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불안과 고립으로부터 파업합니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우리가 본디 경쟁하는 존재가 아니라 관계맺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우리가 서로를 돌보고 기를 권리를 박탈했습니까? 누가 우리를 저임금 비정규직 서비스 노동과 정상가족의 굴레에 가두고, 너희의 가치와 역할은 그정도라고 믿게 만들었습니까?
여성 농민은 토종 씨앗을 매개로 지구의 종 다양성을 순환시키고 식량주권을 수호하는 노동을 일컬어 여성 농민의 권리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가 무엇일 수 있는지부터 다시 사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재사유할 시간을 돌려받기 위해 파업합니다. 임금노동이 앗아간 사람들과의 교류와 취미생활, 숙의하고 토론할 수 있는 정치적 행동의 시간을 위해 파업합니다.
3월 5일, 이란 이스파한에서 미국-이스라엘 합동 군사 작전으로 숨진 사람들을 위한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문객들이 관에 손을 뻗고 있다. 2026.3.5. AP 연합뉴스
2월 28일 오전 9시 40분께 이스라엘 미사일 30발이 날아들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아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거처를 완전히 파괴했다. 이코노미스트 4일 기사(‘이란전쟁의 시작은 첩보활동 성공에 따라 결정됐다’)에 따르면, 당시 그곳에서는 두 차례의 이란 고위급 회의가 예정돼 있었고,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며칠 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메네이 회의시간 알아내 미사일 30발로 폭사
공격 전날 밤을 자택에서 보낸 이스라엘 장군들은 당일 아침 일찍 평소와 다른 차량을 이용해 사령부로 이동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첩보원들이 임박한 공격정보를 입수할까봐 불안했다. 정보 교란을 위해 미국은 공격 36시간 전까지 이란과 협상을 계속했고, 추가 회담 계획까지 흘렸다.
그 전에 미군이 이란 주변 중동지역으로 전력을 집결시키자 이란 관리들은 86세의 하메네이를 설득해 지하 벙커로 대피시키려 했다. 몇 년에 걸쳐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해 온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그런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메네이의 행적과 측근, 그리고 그에게 보고하는 이란 고위관리들의 움직임을 포착해 분석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두 차례 회의가 열린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시각에 맞춰 이스라엘 미사일 30발이 회의장소로 날아갔다.
그것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하메네이의 참수(decapitation)로 전쟁이 끝안 것이 아니라 시작된 것이다.
3월 3일,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키프로스 리마솔 인근)에서 U2 정찰기가 이륙하고 있다. 2026.3.3. AP 연합뉴스
미국 첨단정보기술+이스라엘 휴민트 합작품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정보 출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정보자산은 살아남은 이란 지도자들을 감시하는데 여전히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출처를 밝힐 수 없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 살해 사실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정보력과 고도로 정교한 추적 시스템” 덕분이라 찬사를 보냈고, 미국 관리들은 뉴욕타임스에 이란 최고위급의 테헤란 회의에 관한 세부 정보를 입수해 이스라엘에 넘긴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IDF)도 자국 군사정보부의 공로를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두 나라 정보기관은 그날 공격 몇 개월 전부터 이란 지도자들과 그들의 측근들을 추적하며 이동 패턴을 파악했다. 이스라엘은 그 전에 이미 테헤란의 이란 고위층에 깊숙이 정보원들을 침투시켜 놓았다. 첩보활동은 사람(정보 요원)에 의한 정보수집 활동(humint)과 첨단기술과 장비 활용 모두를 통해 수행됐다.
2024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유의 게스트하우스에 숨겨둔 폭발물을 이용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하고, 2025년 6월 전쟁 발발 초기에 이란 핵 과학자들과 혁명수비대 사령관들을 공습으로 제거한 것도 그런 첩보활동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두 나라 정보기관들은 이번 전쟁 시작과 하메네이 암살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했다. 지난해 미국은 처음으로 이스라엘군에 미국 감시위성에서 전송되는 실시간 영상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했다. 그 전에는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정보를 제공했다. 이스라엘도 자체 위성을 갖고 있지만 감시범위는 제한적이다. 한 이스라엘 정보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에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처음으로 우리 본부에서 미국이 보고 있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첨단 신호정보 수집가들(advanced signal-intelligence collectors)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재료들은 전례없이 많아졌다. 그것은 정보수집 대상(표적)과 그 주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입이나 최신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와 같은 ‘스마트’ 기기들에서도 수집된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모두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인공지능 도구에 투자해 왔다. 미국이 첨단산업단지 실리콘 밸리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일의 효율을 크게 높였다.
결국 하메네이 살해는 이스라엘의 휴민트와 미국 첨단 정보기술의 합작품인 셈이다.
휴민트보다 첨단정보기술 비중이 점점 더 커져
첨단기술의 발전은 양날의 칼과 같다. 생체인식 여권과 국제 신원 데이터베이스의 보급으로 스파이들이 적국에서 활동할 때 가짜 신분증을 사용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전통적인 요원 작전(휴민트)들이 더는 불가능해지면서 이스라엘 모사드와 같은 정보기관들이 업무방식을 바꾸고 있다. 오늘날 목표물 추적의 돌파구는 현장 요원보다는 책상에 앉아서 분석하는 분석가, 또는 그 두 가지 모두를 통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새로운 방식은 암살 시도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1992년에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이스라엘의 계획은 작전 예행연습 중 특수부대원 5명이 숨지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는 휴민트를 통한 공작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휴민트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스라엘은 암살 임무에 전투기와 무인 항공기를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조작된 장비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2024년 9월에 헤즈볼라 대원 수십 명을 살해하고 수많은 대원들을 다치게 만든 공작은, 정보 유출을 겁낸 헤즈볼라 대원들이 휴대전화가 아니라 무선 호출기(‘삐삐’)를 집단적으로 사용하는 점을 노린 이스라엘의 호출기 조작을 통해 이뤄졌다. 이스라엘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통해 헤즈볼라 대원들 호출기 생산과정에서 소량의 폭탄과 기폭장치를 심어놓게 하는 공작을 2년여에 걸쳐 수행한 뒤 그것을 잇따라 터뜨려 휴대하고 있던 헤즈볼라 대원들을 살상했다.
3월 5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 크파르 티브니트 마을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레바논은 지난 3월 2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말 공습으로 이란 최고 지도자가 사망한 데 대한 보복으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중동 전쟁에 휘말렸다. 2026.3.5. AFP 연합뉴스
암살은 문제 해결이 아닌 새로운 문제의 시작
하지만 이런 요인 암살은 그 자체로 논란의 여지가 많고, 늘 애초에 목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은 종종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지도자들을 그런 방식으로 제거해 왔다. 예컨대 하마스의 창설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을 비롯한 하마스 지도부를 거의 모두 폭사시켰지만, 하마스는 살아남았고,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1천 명 이상을 살해함으로써 ‘가자전쟁’의 문을 열었다. 하마스의 존재 자체가 이스라엘의 폭압적인 팔레스타인 제거 내지 추방 정책이 낳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그런 폭압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폭압의 결과물인 하마스의 지도부 제거에 집착함으로싸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 하마스의 반격은 결국 7만 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으로 살해당하는 ‘제노사이드’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1992년에는 공격 헬리콥터로 헤즈볼라 지도자 아바스 무사위를 살해했지만 그의 뒤를 이은 하산 나스랄라는 이후 30년 동아 헤즈볼라를 더욱 강화시켜, 레바논 정치를 장악하고 막강한 무기로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만들었다. 무사위의 암살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른 결과가 됐다.
마찬가지로 하메네이의 살해가 트럼프 대통령이 바랐던 신속하고 결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가능성은 애초부터 낮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전 수장이 얘기했듯이 “하메네이 이후 누가, 무엇이 뒤를 이을 것인지”를 미국도 이스라엘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동지역에 대규모 전력을 집중시키자 이스라엘 장교들은 이란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작전상의 기회”(operational opportunity)라며, 하메네이를 제거하고 미국에 더 순종적인 인물로 교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해 미국에 압송하고 미국에 좀 더 호의적인 마두로체제 고위관리 출신의 델시 로드리게스를 임시대통령에 앉혀 간접통치하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이 이스라엘 주장에 말려든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핵 개발을 막을 절호의 기회라고 트럼프를 설득했고 모사드는 휴민트로 얻은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들 암살이 결과적으로 화를 더 키웠듯이 하메네이의 제거는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의 확전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그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이란을 상대로 한 ‘에픽 퓨리 작전’을 지켜보는 이 사진은 백악관 X(옛 트위터) 계정에 2일 공개되었다.AFP 연합뉴스
2012년 도널드 트럼프는 "오바마의 지지율이 급락하니 그가 이란을 공격할지 지켜보라"라고 했다. 그 다음해인 2013년에도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협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제가 오래전에 예측했던 것을 기억하세요"라고 말했다.
2016년에는 "우리는 무모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정권 교체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4년 대통령 선거 개표 당일 밤, "저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전쟁을 멈출 겁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연이어 전쟁을 일으켰다.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납치했고, 이란을 공격해서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그의 며느리, 손주까지 다 죽였다. 공격대상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이란의 초등학교를 폭격해 초등학생 백여 명이 폭사했다.
이제 다급해진 것은 트럼프다
트럼프는 왜 전쟁을 일으키는가? 엡스타인 파일, 급락한 지지율, 협상 능력의 부족, 이란 정권교체에 대한 욕심도 작용했겠지만 경제적 동인을 찾으라면 그건 무엇보다 석유다. 원유다.
트럼프는 계산했을 것이다.
'이제 미국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건 AI 투자야. AI 투자에 핵심은 에너지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해. 그런데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소는 시간이 걸리고, 난 어차피 지구온난화 따위는 믿지도 않아. 내가 늘 말했잖아.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고.
그런데 미국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두 나라가 있네. 석유가 많아. 엄청나게 많지. 베네수엘라 한 국가만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매장량을 능가해. 매장되어 있는 건 3032억 배럴이래. 세계 최대 매장량이야. 초중질유 중심이라서 미국의 화력발전에도 적합해. 산업용이란 뜻이지. 그렇다면 데이터센터에 전력 대기도 쉽겠다. 저걸 다 차지할 수 있다면. 이란도 2086억 배럴이나 되지. 중동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매장량이 많아.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적 친미 정권이고,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기존 정권을 없애버리고 새로운 꼭두각시 정권을 세울 수 있다면, 미국 내 셰일가스와 더불어 미국은 전 세계 원유를 사실상 완전히 손에 넣게 되는 거지. 그럼 유가를 하락시키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 연준을 독촉해서 금리를 떨어뜨리고 그럼 주택모기지금리가 낮아지니까, 미국 물가지수에 가장 핵심적인 변수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있게 되는 거네. 게다가 유가하락으로 AI투자가 더 활발해지면 경제성장률도 계속 이례적으로 3% 안팎의 고공행진을 할 거야. 최고네. 이거야!'
오판이었다.
마치 사자가 자라를 건드렸다가 혀를 물리고 끙끙대는 형국이다. 어차피 죽은 목숨인 자라는 사자의 혓바닥을 물고 늘어진다. 최대한 상처를 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협상을 해도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에서 한다.
이란 입장에서 미국은 협상을 약속하고 자신들의 최고 지도자를 폭사시켜버린 나라다. 믿을 수 없다.
오히려 다급해진 쪽은 미국 트럼프가 됐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전통적 방식뿐만 아니라 두바이 호텔까지 공격해 버렸다. 선박은 물론 항공까지 최대한 물동량을 묶어버리겠다는 뜻이다. 따뜻한 날씨, 조세회피처로 각광받을 정도의 낮은 세금, 럭셔리한 부티크들이 즐비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백인 부자들이 장기 체류하는 두바이를 공격한 것은 서방 진영 전체에 보내는 분노의 신호다. 직접 당해보고 느껴보라는 뜻이다.
트럼프가 최대 전쟁은 1~4주라고 말한 것도 실수였다.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지상군을 파병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해 온 차기 대권 주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 긴 전쟁(longer war)은 안 하실 분"이라고 마지못해 인터뷰한 내용도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는 미국의 속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2일 이란 테헤란 상공에서 벌어진 두 차례의 동시 공습으로 인해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AP=연합뉴스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말한다. 단기전으로 끝나면 큰 충격이 없다. 그러나 장기전으로 가면 오히려 유가가 100달러선을 넘어 폭등하고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찾아올 수 있다고. 급한 건 트럼프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탄약은 떨어져 간다. 트럼프도, 트럼프를 편들어 온 미국의 우파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도 "탄약은 충분하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주장한 월스트리트저널 사설 어디에도 근거를 찾을 길이 없다. 2028년까지 록히드 마틴이 수천발의 미사일을 생산할 것이라는 먼 미래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비 충당을 위해 국방비 증액을 해야 하는데 미국 민주당이 찬성하지 않으면 두고 보자는 식의 선전선동에만 열을 올린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미 의회에 국방비 증액요구까지 하면 미국의 우방들이 가만히 있겠냐, 앞장서서 도울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말만 하고 있다.
탄약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돈도 없다는 말이다. 우방에게 또 기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도 마지못해 정말 안 해주려다가 미군의 공군 기지 사용을 허락했다. 중동에 있는 미군 기지들은 이란의 공격으로 벌집이 됐다. 중동의 친미국가들이 미군 기지들을 둔 이유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였는데 오히려 미군 기지 때문에 같은 이슬람 국가에게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이란의 우방인 중국은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다. 말로만 미국을 공격할 뿐 이란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군사적 원조도 하지 않는다. 이란의 원유 90%가 중국으로 수출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전체 원유 수입액의 12%에 불과하다. 중국은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도 왕성한 교역을 한다. 그동안 싼값에 이란 원유를 산 만큼의 손실은 있겠지만, 미국이 어떤 식으로 전쟁을 치르는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건 정보전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이익이다.
트럼프가 무너뜨리는 미국의 '신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에 도착한 모습.EPA/연합뉴스
트럼프는 결국 패할 것이다. 처음부터 전쟁의 목표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승리란 무엇인가?
- 불나방 같은 미국 언론의 고개를 이란전으로 돌리게 해서 엡스타인의 추문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
- 미군을 지상전에 투입하지 않고 원유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권을 획득하는 것.
- 잘하면 유가와 인플레이션을 잡고 AI 투자를 독려해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장기전으로 갈수록 유가는 폭등하고,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크다. 빨리 끝내야 하는데 이란이 계속 반격을 한다. 탄약은 떨어져 간다. 관세 폭탄을 맞아온 우방들도 예전같지 않다. 친미 중동 국가들은 애초에 미국에 대한 신뢰는 없었다.
결국 상당수의 유대인으로 구성된 내각의 아첨꾼들과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말에 이끌려 별생각 없이 전쟁을 일으켜버린 트럼프는 또 다시 가장 중요한 미국의 자산을 잃어버리고 있는 형국이다. 바로 '신뢰'다. 미국이 중국보다는 믿을 만하다는 신뢰. 그래도 자유주의 민주국가 미국이라는 신뢰. 트럼프의 깡패짓에 그 신뢰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
미국은 아직도 개인까지 수표를 쓴다. 개인의 신용은 오랜 기간의 신뢰에 의해 형성된다. 자본주의의 전형적 나라였다. 자본주의가 지속될 수 있는 원칙이 신용이다. 그래서 더욱 신뢰가 무너지면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가 작동하지 못한다. 트럼프는 시야가 좁고, 단기적 성과에 집중한다. 게다가 이기적이고 흉포한 심성을 지닌 것 같다. 나쁜 지도자의 전형이다. 소탐대실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자본주의가 산다.
"간고한 투쟁으로 전취한 값비싼 결실들과 고귀한 총화에 토대하여 전당의 배가된 전투력과 공세적인 전진 방식으로 새로운 5개년계획 기간에 사회주의건설 전반을 확고한 질적 발전과 획기적인 도약의 궤도 우에 올려세우자는 것"
[노동신문] 3월 2일자 사설이 압축 요약한 김정은 총비서의 제9차 당대회 중요보고의 진수이다.
물론 '경제건설'에 필수적인 '안전환경'을 지키기 위한 '국가핵무력 확대 강화와 핵보유국 지위 행사'는 전제 조건이다.
김일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일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는 4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북한 제9차 당대회 분석과 남북관계 전망' 주제의 '2026 통일정책포럼'에서 '경제부문' 평가를 통해 "당과 국가, 최고지도자가 지향하는 기조와 산업 발전계획, 그리고 인사가 맥락적으로 잘 연결되어 맞아 떨어지고 있다"며 경제발전에 대한 북의 관심과 의지를 확인했다.
김일한 교수는 제9차당대회 개회사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가 "경제분야에서 인민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기본적으로 완수"되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매년 6~7%씩, 5년간 40% 성장"한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5년말에는 2020년 수준보다 국내총생산액은 1.4배 이상, 인민소비품생산은 1.3배 이상 장성'하는 성장 목표를 제시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같은 성과는 '모든 부문에서 실패'했다고 자평한 지난 제7기(2016~2020)와 구별될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초 '고난의 행군' 이후 30여 년간 경제분야에서 최초로 가장 뚜렷하고 의미있는 결과라고 짚었다.
일반적 오해와 달리 북 내부에서는 경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김 총비서가 9차당대회 폐회사에서 경제를 국방에 앞세워 "경제와 국방, 문화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진일보를 이룩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한 언급을 상기시켰다. 이는 북이 실리 중심의 경제발전 전략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았다.
9기 5개년 산업별 주요 과제로는 △기간공업(기계공업)+경공업(지방공업) △수산업 △농업(밀농사와 온실농장) △축산업 △(평양)건설 △정보산업 △대외무역 △새로운 산업으로서의 관광업 △지방발전 △자연 에너지산업 △우주산업 △인공지능 △교육 순서로 제시하고, 자립경제의 쌍기둥으로 일컫는 금속 및 화학공업 부문에서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및 황해제철연합기업소의 산소열법용광로 추가 설치, 탄소하나화학공업의 지속적인 추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계공업분야에서 룡성기계연합기업소와 대안중기, 락원기계 등 주요공장의 현대화가 추진되는 중에 컴퓨터로 조종하는 공작기계인 'CNC'의 대대적인 보급이 눈에 띈다고 하면서 "실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3대 핵심고리인 농업, 축산업, 수산업의 순서가 이번 9차당대회에서 수산업, 농업, 축산업의 순서로 바뀐 것으로 보아 바다를 끼고 있는 전국 60여 개 시, 군에 바닷가양식기지건설을 추진하는 양식업을 중심으로 한 수산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았다.
1년 수산물 생산량은 약 100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80만 톤이 양식업에서 나오는 수산물이고 그중에서도 70만 톤이 다시마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확장 노력이 이뤄질 것이며, 최근 김 위원장이 조업식에 참석해 '도달하려는 사회주의 농촌발전의 전망'이라고 극찬한 삼광축산농장의 경우 처음으로 대형 사일로가 등장해 사료의 공업화를 이룬 사례를 확대하는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짚었다.
향후 5년간 중요 산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김 위원장은 인사문제에 있어 앞선 김정일시대와 다른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김정일시대에는 내각총리 한 사람만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고 나머지 상(相, 장관)들은 중앙위원회 구성원이 된 적이 없었는데, 김정은시대에서 두번째 열린 제8차당대회부터 내각의 모든 장관급이 당 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을 겸하게 됐다.
전체 250명의 당 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 중 내각 장관급 60여 명이 모두 당 중앙위원회 성원이면 24%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내각총리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겸하도록 제도화하고 내각 장관급 전원을 당 중앙위원회 성원으로 받아들여 내각의 권한을 키우며 주요 연구기관과 주요 공장기업소 지배인 등 다수를 당 중앙위원회에 포함시키는 등 '내각책임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한 것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가장 뚜렷한 시스템 개혁이고 경제성과의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당 정치국 위원 중 박태성 현 내각총리를 포함해 전 총리인 김덕훈, 김재룡 등 3인이 포진된 것도 경제부문을 중요시하는 입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를 보면, 이같은 인사가 지난 5년의 경제성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고 이같은 유형의 인사는 제9기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 같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여기에 더해 권한이 막강해진 당 중앙검사위원회가 '경제계획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법적 통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등 경제발전을 위해 국가거버넌스 시스템을 개선한 것도 경제성과에 한몫한 것으로 보았다.
김 교수가 주목한 인물은 국방상을 지낸 김정관 건설담당 내각부총리, 평안남도당위원회 책임비서를 역임한 안금철 금속공업상, 김승두 교육상이다.
모두 제9차당대회 중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9기 제1차전원회의에서 선출된 당 정치국 위원이고 11명으로 확대한 당비서국 비서로도 임명된 인물들이다.
내각 지도급 간부이면서 당 정치국 위원이고 당 비서를 겸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데, 이들을 중요 인물로 발탁한 것은 앞으로 5년간 건설, 금속공업, 교육 세 분야를 핵심적인 산업분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보아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 교수는 김정관 부총리의 전임자인 박훈 전 건설건재공업상이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것에 대해서는 건술부문 내각부총리를 군과 민간으로 나눈 투톱체제로 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방상 출신인 김정관이 앞으로 더욱 커질 러시아 재건을 위한 공병부대 파견 등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에 대해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김정관이 당 건설담당 비서가 됐다는 것은 부총리는 사표를 냈다는 의미라며, 최고인민회의 이후 박훈 전 건설건재공업상이 건설담당 부총리를 맡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소장은 또 이번에 당 정치국 결정을 실행하는 당 비서국은 기존 7개 분야에 4개 분야가 신설되고 11명의 비서를 임명했는데, 이중 가장 높은 급의 새로운 비서로 임명된 인물인 신영일이 당 규율담당 비서라고 말했다.
북이 당규약개정은 이루어지긴 했는데, 김 위원장이 제시한 독자적 당 강화 이론인 '새시대 5대 당건설 강령'에 기초해서 당 운영과 관련된 문구를 수정했다는 정도가 확인된다고 하면서 정치건설, 조직건설, 사상건설, 규율건설, 작풍건설 등 5대 방향 중 핵심은 당내 부정부패, 이권사업 관련 부분에 대한 강도높은 검열과 사정, 당원들의 인민대중제일주의에 기초한 작풍 확립 등을 실행하는 '규율건설'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의 부총리급에 해당하는 당 비서는 김정관, 신영일과 더불어 새로 2명이 더 임명됐는데, 오랫동안 당 선전선동부장으로 일한 주창일이 근로단체담당 비서로, 군 총정치국장을 한 정경택이 군정비서로 승진했다고 했다.
각각 당 부장만 있던 분야인데 당 비서직을 신설해 새로 임명한 것은 대중단체와 군에 대한 당의 조직 정치적인 통제와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파악했다.
새로운 세대에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선전과 교육을 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이 높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군에 대한 정치적 지도를 확고히 함으로써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했다.
정소장은 이어 아직 개정 당규약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남북관계와 통일, 전국적 범위에서 자주화와 사회민주화를 이룩하겠다고 하는 내용은 삭제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데, 곧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고 헌법 개정이 된다면 영토 문제도 구체적으로 거론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날 통일정책포럼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 김삼열)와 윤후덕·김준형·이재강·홍기원 국회의원실이 공동 주최하고 민화협 정책위원회(정책위원장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가 주관하여 라운드토론 형식으로 열렸다. 전영선 정책위원장의 진행으로 김일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최순미 총신대 평화통일연구소 객원연구원이 발표와 토론에 임했다.
▲코스피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여파로 역대 최대 폭으로 폭락해 5,100선마저 내준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전쟁 파장으로 4일 서울 증시가 크게 하락한 가운데, 조선일보를 제외한 주요 일간지들이 1면에서 해당 이슈를 다뤘다. 4일 코스피 지수는 12.06%, 코스닥 지수는 14.0% 하락했는데 두 시장 모두 하락 폭이 역대 최대였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두 시장에서 주가 급락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서킷 브레이커까지 차례로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는 모든 종목의 매매를 20분간 중단하는 것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1년 7개월 만에 발동됐다. 주요 일간지들은 이같은 급락을 2001년 9월11일 테러 다음날 12.02%가 떨어졌을 때와 비교하면서 이를 뛰어 넘는 역대 최대 하락률이라고 보도했다. 원·달러 환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야간거래에서 장중 한때 1500원을 웃돌았다.
이날 신문들이 1면 기사에 쓴 표현은 ‘최악의 하루’, ‘폭락’, ‘최악의 폭락장’, ‘증시 패닉’ ‘증시 최악의 날’, ‘빚투 개미 패닉’ 등이었다. 최근 한국 증시가 오랜 기간 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온 만큼 하락폭이 컸기에 이러한 표현들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코스피 급락 상황을 다룬 주요 일간지의 1면 기사 제목이다. 이 가운데 조선일보는 1면에 주식 관련 기사를 배치하지 않았으며 2면 머리기사로 코스피 관련 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 <코스피 사상 최대 12%↓…‘9·11’보다 큰 충격>
국민일보 <한국증시 최악의 날…공포가 시장 삼켰다>
동아일보 <코스피 사상최대 폭락…‘9·11’때보다 잔인했다>
서울신문 <‘증시 패닉’…9·11때보다 더 빠졌다>
세계일보 <코스피 12% 대폭락…‘9·11’때보다 더 빠졌다>
조선일보 2면 <코스피 한달 상승분 이틀만에 날아가…반도체 직격탄>
중앙일보 <12.06% 폭락, 9·11때보다 더 아팠다>
한겨레 <12.06% 폭락…코스피 ‘최악의 날’>
한국일보 <이틀긴 1200P 주르륵, 코스피 ‘패닉셀’>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6분 전날에 이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 2거래일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이후 6년 만이다. 오전 11시19분엔 서킷 브레이커도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는 전날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된다. 유가증권시장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이번이 역대 7번째로, 2024년 8월5일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440조원 넘게 증발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2면 기사에서 “코스피는 연초 이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인 지난달 27일까지 48%나 오르며 전 세계 증시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다”며 “그런데 이후 18.4% 하락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 ‘쏠림’이 강한 한국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한 달 오름폭을 이틀 만에 까먹은 셈”이라고도 했다.
▲5일자 조선일보 2면.
특히 세계가 공통적으로 이란 사태라는 돌발변수를 맞았으나, 한국 증시의 하락이 매우 컸던 점은 분석 대상이 됐다. 조선일보는 2면 기사에서 “이 같은 배경에는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유가 변동에 민감한 경제 구조를 안고 있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유가(두바이유)는 전쟁 직전 배럴당 71.81달러 수준이었는데, 3일에는 8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유가가 급등할 경우 기업 부담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무역 수지 악화와 물가 상승이라는 악재가 동시에 터질 우려가 크다”고 했다. 또한 “크게 올랐기 때문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도 한 요인”이라 전했다.
동아일보 역시 1면 기사에서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로 지수를 떠받쳤던 개인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려 손을 놓았다”며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세계 금융 시장에서 한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겨레의 경우 1면 지면기사의 제목은 <12.06% 폭락…코스피 ‘최악의 날’>이었지만 온라인판 1면 기사 제목은 <코스피·코스닥 ‘낙폭 사상 최대’…증시 최악의 날, 빚투 개미들 패닉>이었다. 온라인 기사에서는 최근 증시가 계속 상승하면서 주식 투자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을 우려하는 관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3면 기사에서는 “과거 패닉 매도 사례를 보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극복됐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5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 사설 “금융시장만 보면 전쟁 최대 피해국 한국이라해도 과언 아냐”
이날 주요 일간지들은 사설에도 급락한 증시에 대해 썼다.
경향신문 <중동발 증시 패닉, 과도한 공포보다 냉철한 자세로>
국민일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따른 유가·주가·환율 충격 대비해야>
동아일보 <17년 만에 1500원 찍은 환율… 3高 위기관리 나설 때>
세계일보 <환율 한때 1500원 돌파…비상한 경각심 필요한 때>
조선일보 <주가 이틀 새 18% 급락, 위기 때 드러나는 한국 경제 실력>
중앙일보 <중동 전쟁이 흔드는 금융시장, 실물경제 전이 막아야>
한겨레 <이틀째 요동친 주가·환율, 시장안정에 총력 대응해야>
한국일보 <증시 붕괴, 환율·유가 급등…경제 파장 막을 총력전을>
사설에서도 유독 한국의 증시가 큰 타격을 받은 것에 대한 분석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문제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이란 사태라는 돌발 변수를 맞았지만 충격파가 한국에서 가장 심했다는 점”이라며 “그간 상승률 전 세계 1위 급등세에 따른 ‘고점 부담’ 심리, 누적됐던 ‘빚투 자금’의 대규모 청산 등이 더해졌을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세가 여전히 유효하고, 기업들 실적을 볼 때 코스피 5000 부근에서 저점이 형성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5일자 경향신문 사설.
국민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한국처럼 에너지 자원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는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원유 수입은 여전히 중동 의존도가 높고 정유 공정 역시 중동산 원유에 맞춰 설계돼 있다. 주요 수송로가 흔들릴 때마다 유가와 환율, 금융시장이 동시에 출렁이는 구조적 취약성이 반복되고 있는 것”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감과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산업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낙폭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법으로는 “문제는 갈등이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수출이 위축되고 소비가 침체할 수 있다. 위기 장기화를 대비해 농수산물·식품 등의 유통구조를 점검하고 에너지 가격 안정을 통해 가계 부담을 덜어줄 고물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한국 충격이 더 큰 것은 증시 비중이 큰 대기업이 대외 변수에 흔들리면 증시 전체가 가라앉는 취약성 탓이 크다. 산업 생태계가 다변화된 일본과 달리, 특정 이슈가 시장 전체의 리스크로 쉽게 전이되는 것”이라며 “증시가 단기 급등하면서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가 커진 측면도 있다. 코스피는 최근 8개월 만에 3000에서 6000까지 파죽지세로 상승했지만, 실제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고 짚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정부는 그간 언론의 거듭된 ‘빚투’ 경고에도 ‘이제는 주식에 투자할 때’라며 주가 띄우기에 주력해 왔다. 그런데 깡통계좌 속출이 우려될 만한 증시 패닉 상황에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사태가 심각한 만큼 정부는 위기감을 갖고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5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1면 기사에 이어 개인 투자자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최근 급등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만 놓고 보면 이번 전쟁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라고 썼다.
다만 다른 일간지들이 증시 폭락이 실물 경제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큰 우려를 보였던 반면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달러 유동성은 안정적이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경제위기 때처럼 달러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주가도 그동안 단기 급등해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시장의 공포가 실물경제로 번지기 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AI로 달라진 전쟁 양상…국민일보 ‘AI가 바꾼 전쟁터’에서 주목
미국과 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고 있는 가운데, AI로 달라진 전쟁 양상을 주목하는 기사들이 나왔다. 국민일보는 1면 <AI가 바꾼 전쟁터>라는 기획을 통해 AI로 달라진 전쟁 양상을 분석했다.
국민일보 1면은 “2011년 5월 미국은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아 사살했다. 이 작전이 성공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며 “그러나 지난달 28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는 데는 ‘원샷 원킬’로 족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인공지능(AI) 기술이다. AI가 급성장하면서 적을 찾아내고 타격하는 속도와 정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AI가 전쟁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초의 AI 전쟁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이듬해 가자전쟁은 AI 무기의 시험장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지난 1월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출석하던 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아스팔트 극우(광장이나 길거리에서 집회와 시위로 정치적 주장을 하는 극우 세력) 주요 인사들 대부분은 이미 재판을 받고 있거나 경찰 수사 대상이다. 반헌법적이거나 극단적·비상식적 주장을 하고, 나아가 서울서부지법 폭력·난입 같은 불법 행위의 배후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아스팔트 극우 주요 인사 7명(고성국씨, 김상진 국민의힘평당원협의회 대표,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한길씨,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중 6명은 재판이나 수사를 받고 있다.
‘광화문파’를 이끌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서울서부지법 사태를 선동한 배후(특수건조물침입교사·특수공무집행방해교사 등 혐의)로 지목돼 지난 1월 구속됐다. 다만 경찰이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한 광화문파 유튜버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검찰이 영장 신청을 반려해 구속을 면했다.
‘세이브코리아’ 집회를 열며 여의도파를 이끌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지난해 대선·부산 교육감 재선거 기간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은 그는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항소심 재판 중인 그는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부산지법 앞에서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담임목사(가운데)가 지난 1월30일 부산지법 앞에서 징역형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여의도파의 ‘스피커’ 격인 전한길씨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으로 출국했던 그는“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며 지난달 3일 귀국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지난 12일 경찰 조사를 받았고, 지난 27일에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부정선거부패방지대 등을 이끄는 ‘부정선거파’의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해 내란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됐다. 지난해 10월 특검은 내란선동 등 혐의로 황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지난해 11월 체포됐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12일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체포 후 내란특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아스팔트 극우 인사들은) 종교활동·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 헌정질서가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를 이용해 민주주의를 부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2·3 내란 진상규명·재발방지TF단장)는 “이들의 언행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말 그대로 ‘내란 선동’ 범죄 수준”이라며 “정치적 표현을 선동으로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하지만, 이들은 허용 수준을 넘어섰다. 단호한 처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만 원 성과급? 본질은 공정한 성과 분배”
“66년생부터 정년연장, 즉시 시행의 상징”
격주 금요일 휴무로 ‘워라밸’ 쟁취
“트럼프 관세는 수탈... 국내 공장 사수해야”
“아틀라스 도입, 노조와 협의 없었다”
지방선거, ‘완전한 내란 심판’... 단결과 연대 다짐
사진: 김준 기자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현대차 노조와 10년 만에 공동투쟁에 나선다. 강성호 기아차 지부장은 “단사별 투쟁으로는 ‘양재동 가이드라인’(현대기아 자본의 벽)을 돌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룹사 10만 공동 투쟁을 만들어낼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강 지부장은 “현대차가 먼저 하고 기아차가 나중에 하는 교섭 방식은 조합원들이 식상해하고, 노동조합을 관심 없게 만드는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3년 그룹사 공동투쟁으로 주간연속 2교대를 완성해 ‘심야노동 철폐’를 이끈 경험을 언급하며 “사회적 의제를 풀기 위해 공동 투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년 연장, 주 4.5일제와 관련해 “정부가 친노동을 얘기하지만 사실상 희망고문”이라며 “올해 사회적 의제를 풀지 못하면 내년엔 더 어렵다”고 말했다.
“천만 원 성과급? 본질은 공정한 성과 분배”
2025년 기아차는 313만 대 역대 최대 실적과 12조 6천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회사는 전년 대비 성과급을 620만 원가량 적게 지급했다. 강 지부장은 이에 대한 ‘차액분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국민들은 기아차 사람들이 돈 많이 버는데 1,000만 원을 더 받는 것으로 보겠지만, 임금 구조를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지부장은 “우리를 ‘귀족 노동자’라고 비난하지만, 성과급을 빼고 기본급만 보면 연차 대비 임금이 적정하지 않다”며 “4인 가족 기준 사실상 마이너스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성과급으로 충족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가 요구하는 ‘1,000만 원’은 영업이익의 약 2.4%를 산출한 금액이다. 강 지부장은 “본질은 특별한 보상이 아닌 ‘공정한 성과 분배’”라고 못 박았다.
“66년생 부터 정년연장, 즉시 시행의 상징”
‘1966년생부터 즉시 정년 연장’ 공약에 대해 강 지부장은 “정치권의 단계적 도입으로는 소득 공백과 절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올해 퇴직하는 1,800여 명의 66년생 선배들에게 바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줄인다는 우려에는 “지난 5년간 1,700명의 신입사원이 들어왔고, 퇴직 후 계약직(베테랑)으로 근무하는 인원도 3,500명에 달한다”며 “이는 그만큼의 인력이 실제 필요하다는 뜻이며 회사는 정년 연장과 신규 채용을 동시에 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기업 노조가 관철한 ‘심야노동 철폐’가 협력업체까지 확산된 사례처럼 정년 연장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격주 금요일 휴무로 ‘워라밸’ 쟁취
주 4.5일제와 관련해 강 지부장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워라밸을 찾아야 한다"며 "(기아차) 화성공장은 출퇴근 거리 80~100km, 시간 3시간으로 피로도가 크다"고 말했다. 임금 삭감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격주 금요일 휴무' 방식으로 4.5일제 근무를 추진 중이다.
그는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사항임을 언급하며 “친노동계라고 하면서 노동자들을 희망 고문하는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이상 정부만 믿고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사회적 의제를 들고 거리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관세는 수탈... 국내 공장 사수해야”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대해 강 지부장은 “우리가 땀 흘린 성과를 미국에 바치는 관세 수탈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사가 미국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리는 것에 대해 “국내 공장 조합원들은 고용 위협을 느끼게 된다”며 “헐값에 팔린 러시아 공장 사례를 되풀이하지 말고 국내 공장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틀라스 도입, 노조와 협의 없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대해 강 지부장은 “회사가 노조와 단 한마디 협의도 없이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노조가 AI 시대를 거부한다는 오해에 대해 “명백한 왜곡”이라며 “노조는 고용 안정을 지키기 위해 ‘협의 없이는 들여올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일 뿐, 대화할 준비는 다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완전한 내란 심판’... 단결과 연대 다짐
강 지부장은 이번 6월 지방선거를 “완전한 내란 심판의 장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도, “4인 선거구 확대 등을 통해 진보정당의 진출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단결하면 노동자를 위해 일해줄 정치인을 더 뽑을 수 있지만, 현실은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점점 힘들어지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정치 세력화는 통합과 연대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지방선거 대응을 논의할 계획임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노동조합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현장으로 들어가 내부 단결을 강화하겠다”며 “사회 공헌과 연대 사업을 통해 ‘귀족 노조’라는 오해를 벗고 국민과 손잡는 노동조합으로 바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격에 대한 명분도, 정권 전복 뒤 이란 미래에 대한 구상도 확정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에너지 공급망 우려가 치솟자 트럼프 대통령은 호위를 제안하며 유가 안정을 시도했다. 이란의 타격 대상이 된 걸프국 일부에선 "보복"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양자회담 자리에서 취재진에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것이 이란이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린 이 미치광이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었고 내 생각에 그들이 우릴 먼저 공격할 거라고 봤다. 만일 우리가 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우릴 먼저 공격했을 거다. 난 그 점에 대해 확신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압박 때문에 미국이 조치를 취했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이스라엘에 조치를 압박했을지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이는 전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계획이 미국의 이란 공격을 이끌어냈다는 설명과 상반된다. 루비오 장관은 "우린 이스라엘이 군사 행동을 취할 걸 알고 있었고 그게 미군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촉발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또 그들(이란)이 공격을 개시하기 전 선제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걸 알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루비오 장관은 3일 취재진에 관련 질문을 받자 "핵심은 이거다. 대통령은 우리가 먼저 공격 받지 않도록 결단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정부가 아직 이란과의 전쟁 개시 명분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이란 차기 지도부 염두 뒀던 사람들 대부분 사망"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포함해 이란 지도부 대거 살해 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미래 구상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최악의 경우는 우리가 이렇게 했는데도 전임자만큼 나쁜 인물이 권력을 잡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란을 누가 통치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엔 "우리가 염두에 뒀던 사람들 대부분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집단"이 있지만 "보고에 따르면 그들도 죽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메르츠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뒤 취재진에 "오늘 내가 알고 이해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 나라(이란)의 미래 민간 지도부에 대해 명확히 수립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호르무즈 호위 지원 언급했지만…업계 여전히 불안·코스피 또 12% 폭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에너지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호위 제공을 언급하며 유가를 안정시키려 시도했다.
그는 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필요시 미 해군은 가능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위를 시작할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은 에너지가 세계에 자유롭게 공급되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모든 해상 무역, 특히 걸프 해역을 통과하는 에너지 운송의 재정적 안전 보장을 위한 정치적 위험 보험 및 보증 제공을 지시했다. 이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위험이 커짐에 따라 보험사들이 이 지역을 항해하는 선박의 보험을 취소하거나 보험료를 크게 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중이다.
유가 상승세는 계속됐다. 3일 뉴욕상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4.67% 오른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9% 이상 급등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발언 뒤 상승폭이 축소됐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 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4.71% 오른 배럴당 8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유럽과 아시아 시장 흔들림도 계속됐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시작 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약 70% 급등했다. 신문은 유럽의 가스 저장량이 용량의 30%밖에 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연료에 의존하던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연료 수입처를 다변화했지만 위기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3일 영국(-2.75%), 독일(-3.44%), 프랑스(-3.46%) 등 유럽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과 일본 시장 하락세도 이어졌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전날 7%대 하락에 이어 4일에도 12.06% 폭락한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전날보다 3.61% 떨어졌다.
<로이터>는 해운업계에선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지원 제안이 불안 해소에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유조선 호위에 투입할 수 있는 미국 함정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테헤란·베이루트 공습…이란, 역내 미군기지 향해 미사일
양쪽 공격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미 중부사령부는 3일 미군이 잠수함을 포함한 이란 선박 17척을 격침하고 이란 내 약 2000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4일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 대규모 공습이 진행 중으로 이란혁명수비대(IRGC) 산하 바시지 민병대 사령부와 내부 보안 사령센터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또 자국 F-35 전투기가 테헤란 상공에서 러시아제 이란 YAK-130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베이루트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도 이어졌다. 4일 <AP> 통신은 이스라엘이 밤새 레바논 전역에 공습을 가했고 베이루트 남동부 외곽의 한 호텔 2층에도 공습이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4일 오전 이스라엘 공격으로 베이루트 인근 마을들에서 6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란은 역내 미군기지 및 미국 군함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AP>는 이란 국영 방송을 인용해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라크 이르빌 미군기지와 쿠웨이트의 미군기지 2곳, 미군함 2척을 향해 탄도미사일 40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이란에 "보복" 언급…BBC "이란이 핵심 산업 무기 삼아· 장기화 땐 걸프국들 돌아설지도"
자국 내 미군기지 뿐 아니라 미국 대사관, 에너지 시설 및 일부 민간 시설까지 공격 받은 걸프국 일부에선 이란이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경고 목소리가 나왔다.
3일 <유로뉴스>를 보면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이 군사시설 뿐 아니라 도하 공항과 가스 시설까지 공격해 "이미 모든 금지선을 넘었다"며 "우린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이런 식으로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데 대해 더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란은 이들 국가가 미국에 공격 중단 압력을 넣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이지만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 핵심 산업인 석유와 가스의 무기화가 역내 국가들을 자극해 오히려 미국 편에 서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은 걸프국들이 이스라엘 편처럼 보이는 것을 꺼리는 등의 이유로 "아직"은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공습 뒤 연기가 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부모에 의해 양육이 포기된 아이들, 세상에 나오자마자 '보호대상아동'이라는 행정 용어로 분류되는 아이들에게 국가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대한민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행정 편의주의와 국가적 직무 유기로 보호대상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통계 속에 가려진 아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아이들이 당당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기자말]
▲2021년 서울시 관악구 난곡동 베이비박스 보호소의 모습이다. 아이들은 여기에서 잠시 머물다 세 가지 경로로 흩어지는데 원가정 복귀, 입양, 아니면 시설이다.김지영
2021년 여름, 취재차 서울시 관악구 난곡동 베이비박스를 찾았다. 거기서 처음으로 이 아이들의 존재를 알았다. 부모로부터 양육이 포기된 아이들. 이 아이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연유로 이 상자 앞에 놓였으며, 이후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었다.
그렇게 알게 되었다. 이른바 '유기아동'에 대한 보호조치가 법과 제도로 빼곡히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곧이어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마땅히 작동해야 할 그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한 번은 부모에게 포기되고 다시 한 번은 국가에게 사회의 가장 그늘진 곳으로 은폐되는 아이들. 그 현장을 확인하고 나는 충격으로 한동안 말을 잃었다. 지금부터 쓰는 것은 그에 대한 기록이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유명무실한 가정 보호 우선 원칙
▲2020년 이후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상황은 많은 진전을 이루었지만 2019년 이전 심의 대상임에도 정상적인 심의 절차 과정 없이 시설로 직행 당했던 아이들은 지금도 시설에 살거나 자립준비청년으로 힘겹게 산다. 국가의 방임으로 빚어진 일이다.김지영
2022년 가을, 어느 시의 구청 공무원이 부모가 사라진 다섯 살 아이를 인계받았다. 아버지는 연락이 끊겼고 어머니는 양육을 포기했다. 그는 과거 관행에 따라 익숙하고 신속하게 아동양육시설에 전화를 걸었다. 그날 저녁, 아이는 처음 보는 어른들이 가득한 시설 침대에 눕혀졌다. 아이 이름 앞에 성이 붙은 건 시설장이 법원에 성본창설을 신청한 몇 달 뒤의 일이었다.
아동복지법은 보호아동이 발생하면 우선 일시보호시설에서 아동 상태를 점검하고,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가정위탁이나 입양 등 가정형 보호를 우선 검토하도록 정한다. 성본창설 역시 시설장이 아닌 지자체가 주도해야 할 행정 절차다.
그 어느 것도 이 아이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신규 보호 조치된 아동 3657명 중 63.1%가 시설에 입소했고, 가정형 보호를 받은 아동은 36.9%에 그쳤다. 2023년에야 비로소 시설 입소와 가정위탁 수치가 비슷한 수준으로 좁혀졌지만, 그 '개선'이 나타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한국이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가정 보호 우선 원칙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지켜질 이유도 없었다.
아동복지법 제12조는 지자체마다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보호아동의 조치 방향을 심의하는 법정 기구다. 2016년에서 2019년까지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 226개 시군구 중 연간 단 1회도 개최하지 않거나 서면으로 대체한 지자체가 상당수였다.
심지어 전국 지자체의 30~40%는 연간 개최 횟수가 0이거나 1회에 그쳤다. 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지자체는 담당 공무원이 전문 심의 없이 단독으로 아이의 거처를 결정하게 된다. 아이의 삶을 결정짓는 가정위탁이나 입양 가능성을 따져볼 절차 자체가 아예 없었다.
담당 공무원은 과거 선임자들이 해왔던 방식대로 아무런 가책 없이 관련 시설에 연락하고 자신의 업무를 종결시켰다. 이것으로 아이의 남은 삶이 결정되었다. 유엔아동권리협약과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의 정신을 토대로 마련된, 법과 제도는 한낱 활자로만 존재하는 겉치레로 취급되었다.
▲일반아동과 시설아동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처방률은 시설관리의 편의가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집단 시설에서의 양육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지양되고 폐기된 보호 방식이다. 김지영
시설이 아이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하나의 통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2025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시설거주 아동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약물 처방률은 23.3~27.8%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일반 아동의 처방률은 0.94~1.5%였다. 시설 아동의 처방률이 일반 아동의 15~20배라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연구진은 처방률이 높은 이유로 '대안의 부재'를 꼽았다. 일반 가정의 부모라면 운동치료, 놀이치료, 미술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시설에서는 의사가 약물치료를 권고하면 그것이 곧 결정이 된다. 보호자가 없다는 것은, 아이의 필요를 세심하게 살피고 치료 옵션을 비교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시설에서 산만한 아이는 집단생활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존재로 인식된다. 약은 빠르고, 저렴하며, 관리가 용이하다. 아이의 정서가 아니라 집단 시설의 관리 방식이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다. 약물처방을 받은 시설아동의 입소 사유는 학대(32.5%), 가정해체(18.7%), 빈곤·실직(16.7%), 유기(9.4%) 순이었다. 이 아이들이 산만하고 충동적인 것은 뇌의 문제가 아니라 시설에서 삶의 문제였을 수 있다.
공무원의 도덕성 아닌 구조의 문제
취재 과정에서 연결된 한 통의 전화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시에서 운영하는 일시보호소 담당자와의 통화였다. 일시보호소는 보호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곳이다. 심의위원회가 가정위탁이나 입양 등 최적의 보호 방향을 결정하는 동안, 아이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어야 할 공간이다.
그런데 취재 당시 그 일시보호소는 아이를 인계받은 지 24시간 도 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양육시설로 아이들을 떠넘기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왜 보호조치 결정 전에 아이를 시설로 보내느냐, 근거가 무엇이냐."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가 답했다.
"제가요, 여기 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됐고요. 선임자가 하던 대로 그저 따라 할 뿐입니다."
법도, 매뉴얼도, 아이의 권리도 아니었다. 그냥 선임자가 하던 대로였다. 그것이 이 나라가 부모 없는 아이를 다뤄온 방식의 정직한 고백이었다. 이 문제는 개별 공무원의 도덕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다.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은 1인당 수십 명의 보호아동 사례를 담당한다.
인력은 부족하고, 가정위탁 연계는 시간이 걸리며, 시설은 바로 연락이 된다. 위원회를 열려면 위원을 소집하고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더군다나 2년 단위로 순환되는 공무원 인사 체계는 업무를 분절하고 전문성을 단절시킨다. 시설 중심의 아동복지체계는 공무원에게는 너무 편리한 업무처리 방식이었다.
게다가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운영 현황을 지자체별로 공시하거나 점검하는 시스템은 없었다. 국가는 오랫동안 이 구조를 방치했다. 2020년 이후로 아동복지 공공성 강화 이후 심의위원회 산하에 사례결정위원회를 두면서 개최 주기가 짧아졌지만 여전히 지역별 편차가 존재하고 시설보호 중심의 보호조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동 인권 분야에서는 여전히 후진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시설 보호율과 대한민국의 시설 보호율은 아직 격차가 크다.김지영
2020년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보호종료아동의 50%가 극단적 선택을 고려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일반 청년의 같은 응답이 2.4%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절망적인 수치다.
2022년 광주에서 보육원 출신 20대 청년 두 명이 일주일 새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명은 자립 정착금 700만 원을 다 쓴 뒤 삶의 벼랑 끝에 몰렸고, 다른 한 명은 중도 퇴소를 이유로 자립 지원금조차 받지 못한 상태였다. 시설을 나온 아이에게 주어지는 정착금 최소 1000만 원과 월 50만 원의 자립 수당은 주거비와 생활비를 동시에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돈이 아니다. 어린 시절 단 한 번도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세상은 처음부터 낯설고 적대적이다. 더군다나 낯선 세상에서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어수룩한 그들을 노리는 범죄자들의 쉬운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두 청년의 죽음은 잠깐 사회적 공분을 불렀지만, 그뿐이었다.
시설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들은 묻는다.
"내 삶은 왜 거기에서 출발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많은 경우 정해진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시보호소에서 충분히 보호되고 입양이나 가정위탁이 먼저 검토됐더라면, 위원회가 제대로 열렸더라면. 다른 삶의 경로가 가능했을 아이들이었다. 국가가 방치한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희생된 아이들이었다.
그들의 삶에 절실했던, 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건너뛰는 데는 전화 한 통으로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5분이 한 아이의 20년을 결정했다. 알고 보면 너무 허망한, 되돌릴 수 없는 그 시간의 무게 앞에서, 국가는 지금이라도 대답해야 한다.
오늘도 우리나라 우리 땅 어딘가에서 한 아이가 부모를 잃고 운다. 그 아이가 지금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 곧이어 만나게 될 공무원이 누구인지에 따라 아이의 남은 평생의 삶이 결정된다. 그 결정이 무엇인지는 당장이라도 지역별 보호조치 결과를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그 차이가 말하는 지역 간 편차가 그 아이의 운명을 가른다.
아동최우선의 이익이라는 웅장한 표어는 공적기관에서 발행한 보호아동매뉴얼 곳곳에 선명하게 적혀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부모 없는 아이에게 이 표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헌 구호다.
국제간 모든 아동 관련 협약은 아동의 가정보호를 최우선의 가치로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시설 보호율은 20~25% 내외다. 그것도 대부분은 일시보호 개념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시설 보호율은 60%로 OECD 평균보다 세배가 높은 극강의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국가와의 또 다른 차이는 우리나라의 시설은 대부분 장기양육시설이라는 점이다. 통계적으로 시설 아이들은 그 안에서 10.9년을 산다. 아동복지 선진국에서는 경악할 만한 수치다. 경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이 아동 인권 분야에서는 여전히 후진국이다. 유감스럽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국민의힘이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사법3법’에 반대하며 3일 장외 여론전에 돌입한다. 국회의사당을 출발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이어지는 ‘대국민 호소 도보행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에 대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법파괴’ 운운하는 장외투쟁은 ‘윤어게인’을 향한 비겁한 꼬리 흔들기”라며 “참으로 가당치도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힘을 향해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과거의 내란과 폭거에 맞서 단 한 번이라도 광장에 나간 본 적이 있느냐”며 “사법독립과 헌정수호라는 거창한 구호는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진은 사법 정의를 위한 실천이 아니라 ‘윤어게인’을 외치는 아스팔트 극우 세력에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꼬리를 살랑거리는 것, 내부 논란 수습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 원내대표는 “국익을 내팽개치고 국회를 마비시킨 채 극우의 품으로 달려가는 야당은 더 이상 공당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며 “민심을 아스팔트가 아니라 민생 현장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전했다.
또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장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미국의 관세정책 등으로 수출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며 “지금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가장 큰 리스크는 국민의힘의 갈지자 행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대미투자특별법과 아무 관련 없는 사안을 빌미로 특위를 파행시키고 걸핏하면 상임위 보이콧에 필리버스터를 일삼더니 오늘부터는 장외 투쟁을 한다고 한다”며 “국익이 걸린 대미투자특별법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해행위”라고 성토했다.
이어 “대미 투자 특위는 내일인 4일부터 실질적인 법안소위를 가동해 3월 9일 전체 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하겠다고 이미 합의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고는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고 강조하며 “여야가 합의한 만큼 차질 없는 조속한 심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과 관련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6.1.8. 연합뉴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측근에게 "(쌍방울이) 이재명에게 돈 준 사실 없다"며 "이재명이 말도 안되는 것들에 엮였다"고 직접 털어놓는 녹취 내용을 법무부가 '대북송금 수사 감찰' 과정에서 확보했다. 김성태 전 회장이 측근에게 "검찰이 조사실에서 (나와) 배상윤을 통화시켰다"고 인정하고, "우리는 검찰의 먹잇감" "검찰 마음대로 기소권 갖고 장난친다"고 털어놓은 사실 등도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당이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공소취소를 주장하는 가운데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이재명에게 돈 준 게 있어야 줬다고 하지"
4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확보한 1600여 쪽 분량의 법무부 특별점검팀 문건을 보면, 김 전 회장은 2023년 3월 10일 수원구치소로 면회온 측근(쌍방울 비상임 이사)에게 "진짜로 XX, 이재명이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 거짓말 아니고. X까고. 열받아 가지고"라며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네. 직업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XXX들이 정직하지 못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2023년 12월 기록한 옥중 비망록에 "2023년 3월부터 김성태, 방용철이 '대북송금은 이재명과 경기도를 위해서 했으며, 나하고 늘 상의하였다'고 허위진술을 시작했다"고 쓴 바 있다. 이 전 부지사 옥중 기록대로 김 전 회장은 2023년 1월 태국에서 국내로 압송되었을 때 "이재명을 잘 모른다"고 언론에 밝혔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재명을 위한 대북송금이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2023년 3월 이전과 이후 김 전 회장의 태도가 180도 바뀐 이유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검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이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는데, 이 전 부지사의 주장과 일치하는 정황이 녹취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 특별점검팀은 김 전 회장이 수원구치소에 수용돼 있을 때인 2023년 1월 17일부터 2024년 1월 23일까의 접견 196건의 녹음 파일을 전수 분석했다. 녹음 파일에는 검찰의 전략이 변호사비 대납 사건에서 대북송금 사건으로 옮겨가는 것을 눈치 챈 김 전 회장이 검찰의 사건 조작 의도를 인식하면서도 수사에 협조해주며 돌파구를 찾아가려 한 정황과 이 대통령 기소를 전제로 수사를 한 정황들이 곳곳에 담겼다.
SBS와 인터뷰하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모습. 2025.6.27. SBS 보도 갈무리
"박상용 검사가 시켜서 검사실서 배상윤과 통화"
김 전 회장은 2023년 3월20일 수원구치소로 면회온 측근에게 "북한 그것(대북송금 사건 지칭)이 워낙 방대하니까 조사가 하루 종일 10시간을 해도, 내가 보기에는 오늘도 10시간은 할 것 같은데"라고 말하고, 다음 날인 21일 "몇 달 만에 검사실(수원지검 1313호실)에서 검사가 배상윤 회장한테 전화해보라고 해서 통화했거든. 어제 병원에 입원했더만. 당뇨가 500까지 올라가 가지고"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배 배 배 (회장), 통화했어요. 검사실에서. 통화했다고 XX들을 하는 거야. 이 XX들(교도관 지칭)이. 어제 엄청 스트레스 받아서 잠을 못잤네"라고 덧붙였다.
배상윤 케이에에치(KH)그룹 회장은 대북송금 조작 수사 의혹을 풀 열쇠를 쥔 또다른 인물이다. 배 회장은 지난해 6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에 돈을 주는데 경기도가 어떻게 끼겠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배 회장의 또다른 측근인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도 지난해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 나와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2023년 4월 28일 검찰의 대북송금 수사 정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김 전 회장은 구치소로 찾아온 또다른 측근에게 "오후에 (검찰 출정) 가면은 다음주나 미스터 리(이화영 암시) 수사할 거 같애. 그렇게 되면 아마 기소할 것 같애. 그쪽으로 태풍 싹 물러가버리는 거지 뭐. (중략) 이화영 아니고 이재명 (구속)한대. 이재명. 거의 5월달 되면 6월달, 7월달에 저 XX가. 그게 제일 크지. 사실은. 나중에 세상은 난리나 버리지. 내가 볼 때는 그게 될려나 의심스럽더라고. (검사가) 된다고 하더라고. 또 북한놈들이 없어도 정황이 나오면 된다고 그러는데"라고 말했다.
"검찰 징그러워…이재명 말도 안되는 것들에 엮여"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5월부터 거의 매일 검찰의 출정 요구에 시달렸다"며 "김성태 회장으로부터 직접 설득을 받았다"고 옥중 비망록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또 "김성태가 (검찰 조사실) 면담에서 '형님! 평생 징역살 수도 있어요. 이재명은 어차피 끝났어요. 검찰 말 듣고 협조해서 빨리 나갑시다' 라고 말했다"고 적기도 했다. 이런 옥중 기록과 일치하는 내용의 김 전 회장 녹취도 법무부 감찰 과정에서 새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북을 위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3.9.12.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은 2023년 5월 3일 구치소에 면회온 측근에게 "징그럽네. 징그러워. XX. 더러운 거 걸려가지고. 이재명이 괜히 거 말도 안되는 그런 이상한 것들에 엮여가지고"라고 말했고, 2023년 5월 9일엔 "그게 북한에 돈 준 것이 어떻게 될란가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지. 그걸 듣도 못헌 얘기를 해버리고. 그걸 제3자 뇌물이라고 해 버리고. 북한 놈들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또 2023년 5월 6일엔 "이달 말쯤에는 매스컴 많이 나갈 것 같애. 미스터 리(이화영) 결국에는 진술할 것 같애. 거시기 북한 돈 준거. 제3자 뇌물. 그렇게 하려고 지금 폼 잡고 있는 것 같애. 차라리 그걸로 가버리는 게 낫지. 그 새끼도. 6월 초까지면 끝날 것 같애. 그 놈 있잖아. 이 높은 놈 말여. 성남시장. 그 사람 결국에는 기소할려고 하는 것 같애. 목표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쌍방울 다른 임원도 "우리는 검찰의 먹잇감"
법무부는 김성태 전 회장 외에도 김 전 회장과 같은 시기 수원구치소에 수용돼 있던 다른 쌍방울 임원들의 접견 녹취도 확인했다. 녹취에는 쌍방울 임원들이 받았던 압박수사 정황들이 곳곳에 담겼다.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도 워치독과 인터뷰에서 "김성태 회장이 박상용 검사를 안고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할 정도로 괴로워 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헌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은 2023년 5월 26일 수원구치소로 면회온 측근에게 "그 XX들(수원지검 지칭) 어차피 가. 박상용이가 카바를 칠 수 있게 키가 있어야 되는데. 이화영이가 그걸 안들어줘버리니까. 우리만 지금 여기 당하지 저기 당하지 계속 (수원지검) 왔다갔다 왔다갔다 당하고 있다니까" 라고 말하거나 2023년 5월 30일 "어제(2023년 5월 29일, 석가탄신일 대체공휴일)도 늦게까지 (검사실에) 있는데 이거만 할려고 하면 (이화영이) 딴 얘기하고. 다 인상을 쓰고 있잖아. 자기도 씩씩 거리고 가만히 있으면 우리끼리 막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눈치 봐야 하잖아. 전달 존X 좋다가 다음날 와 갖고 이 XXX가 해 갖고 밥먹을 때까지 눈치보면서 있다가 갔다가 저녁밥 먹고 (중략)"라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2023년 6월 26일엔 "내일은 검찰 조사 받으러 가야 해. 우리는 그냥 먹잇감이야.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그냥 자기네들(수원지검) 마음 꽂히는 대로 하는 거야. (중략) 그냥 지들이 카드 가지고 압박하는 거야. 쟈(김성태 지칭)만 조용히 있으면 돼. 지가 다 정치를 밖에까지 다 정치를 할려고 하니까. (중략) 희망고문하는 거야. 안에 있는 사람 또.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 2025.10.14. 연합뉴스
법무부가 확보한 김 전 회장 등의 녹취록은 이 전 부지사가 그간 해왔던 주장, 조경식 전 부회장의 증언 등과 일치하는 내용이 많다. 김 전 회장 스스로조차 지난해 7월 수원지법 형사 11부(송병훈 재판장)에서 열린 '대북송금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800만불 대북송금은 이화영과만 공범 관계를 인정할 뿐 이재명과의 공모 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김 전 회장이 측근들과 나눈 녹취내용을 입증하는 접견기록, 교도관 복수의 진술 등을 함께 확보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에 대해 검찰이 스스로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SBS 인터뷰 통편집... 12.3과 미국 관계는 반드시 응답해야 할 주제”
“NSA 감청망, 한국 안보실 도청은 드러난 ‘스모킹 건’일 뿐”
“미 대사가 자고 있었다? 소가 웃을 일”
“미국에 중요했던 것은 민주주의 가치가 아니었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해영 교수와 ‘윤석열 쿠데타를 미국이 과연 몰랐을까’라는 주제로 2시간 가까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두 컷 남짓만이 방영되었을 뿐, 나머지 발언은 모두 ‘통편집’되었다. 이에 본지는 방송되지 못한, 그러나 우리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미 정보기관의 실체와 12.3 쿠데타의 이면을 이해영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했다. [편집자]
“SBS 인터뷰 통편집... 12.3과 미국 관계는 반드시 응답해야 할 주제”
이해영 교수는 인터뷰 시작과 함께 방송 편집에 대한 아쉬움과 의무감을 토로했다. “SBS 측에서 먼저 제안해 장시간 인터뷰를 했지만, 속사정은 알 길 없이 대부분 편집됐다”며, “하지만 이 주제는 언젠가 반드시 응답해야 할 주제이기에 그 골자라도 기록해 둬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몰랐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NSA 감청망, 한국 안보실 도청은 드러난 ‘스모킹 건’일 뿐”
이 교수는 윤석열의 쿠데타 과정을 3단계(전조-결심-실행)로 구분하며, 미 정보기관의 개입 여부를 설명했다.
1단계 '전조' (2022년 하반기~): 이 단계에서는 NSA(미 국가안보국)의 감청(SIGINT)이 주효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군, 정치인, 행정부 핵심 관료 등 주요 인물의 모든 통화 내역은 그냥 다 감청한다고 보면 된다”며, 과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드러난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문건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그 문서는 NSA가 도청해서 작성한 것이며, 동일한 표기 방법에서 그 실체가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2단계 '결심' (2023년 9월~):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인사이동을 통해 쿠데타가 구체화되던 시기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 국가 요직에는 CIA의 휴민트(HUMINT, 인적 정보)가 작동하고 있다”며, 이 단계에서 이미 이상 징후가 미 NSC(국가안보회의)까지 보고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단계 '실행' (2024년 12월 3일): 이 교수는 “실행 직전 미국이 포착한 것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당시 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방금 보고받았다”고 말한 것은 정식 보고 절차일 뿐, 이미 국방·국무장관급까지는 정보가 공유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미 대사가 자고 있었다? 소가 웃을 일”
이 교수는 필립 골드버그 미 대사의 행보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볼리비아에서 쿠데타 시도에 연루되어 추방당한 전력이 있고, 필리핀에서도 쿠데타 시도설이 있는 자”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미국의 정보력을 과거 사례와 비교하며 현재의 ‘모른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10.26 당시 박정희 사망 시간 20분 만에 미 8군 지하 벙커에서 비상회의가 소집됐고, 5.16 때는 실행 45일 전에 이미 미국이 파악하고 있었다”며, “지금 미국의 정보자산은 그때와는 비교 불가 수준인데 몰랐다는 것은 파렴치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미국에 중요했던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침묵했는가. 이 교수는 그 답을 ‘국익’에서 찾는다.
“미국에게 중요했던 것은 바이든이 표방한 가치외교가 아니라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동맹)이라는 실체적 국익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후에도 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던 점을 주목하며, “민주니 인권이니 하는 것은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미숙한 음모가들이 감당할 수 없었던 한국 사회의 진화”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이번 친위쿠데타의 실패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는 촛불 시민의 저력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진화 수준과 복잡성”이 쿠데타를 좌초시켰다고 보았다.
“이번 사태는 군부, 행정부, 동맹국 그 어디로부터도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소수 음모가 중심의 쿠데타였다”며, “한국 민주주의 발전를 감당하기엔 그들이 너무나 미숙했기 때문에 스스로 무너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결국 한국의 주권이 미국의 정보망 아래 완전히 포획되어 있음이 역설적으로 드러났다”며, “한 20년이 지나 정보공개를 통해 관련 문서들이 공개되어야 그 실체가 온전히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문 일답 요약본]
Q: 교수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가 거의 통편집되었습니다. 당시 가장 강조하셨던 ‘미국의 인지’ 문제는 무엇입니까?
이해영 교수: 질문 자체가 우문입니다. 우리가 추적해야 할 본질은 ‘미국이 알았나 몰랐나’가 아니라, ‘미국의 누가, 어느 기관이 인지했고 이를 어떻게 해석했는가’입니다. 미국이 몰랐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Q: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평택 미 8군 501 정보여단 같은 자산이 윤석열의 움직임을 놓칠 리 없다는 말씀인가요?
이해영 교수: 그렇습니다. 현재 미국의 정보 자산은 5.16이나 10.26 당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입니다. NSA(미 국가안보국)는 한국의 군, 정치인, 행정부 핵심 관료 등 주요 인물의 모든 통화 내역을 그냥 다 감청한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평택 미 8군 501 정보여단에 파견된 NSA 인력들이 이를 실시간으로 포착합니다. 과거 안보실 도청 사건이 그 명백한 ‘스모킹 건’입니다.
Q: 쿠데타 징후를 단계별로 나누어 본다면, 미국은 어느 시점에 개입했습니까?
이해영 교수: 사건은 3단계로 구분됩니다. 1단계 전조(2022년 하반기~) 단계에선 이미 NSA의 감청망에 걸려들었습니다. 2단계 결심(2023년 9~10월~) 단계에선 CIA의 휴민트(인적 정보)가 작동했습니다. 한국 권력 핵심부와 주요 부처 곳곳에 뻗어 있는 미국의 인적 네트워크가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미 NSC(국가안보회의)까지 보고했을 것입니다.
Q: 실행 당일, 골드버그 미 대사는 “자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해영 교수: 지나가던 소가 웃을 소리입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과거 볼리비아에서 쿠데타 연루로 추방당했고, 필리핀에서도 쿠데타 시도설이 있었던 인물입니다. 그런 자가 실행 직전 바이든에게까지 보고된 긴박한 상황에서 자고 있었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당시 대사관 공식 트윗이 상황을 ‘유동적’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입니다.
Q: 45일 전에도 쿠데타를 알았던 미국이 왜 이번에는 ‘몰랐다’고 강변하며 파렴치한 태도를 보일까요? 무엇을 숨기려는 것입니까?
이해영 교수: 결국 ‘미국의 국익’ 때문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국익은 민주주의나 주권이 아니라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이었습니다. 미국은 쿠데타 실패 이후에도 집요하게 이 군사협력을 확인하고 관철시켰습니다. 민주나 인권은 그들에게 언제나 후순위입니다.
Q: 이번 사태가 한국 주권이 미국에 완전히 포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해영 교수: 이번 사태로 우리 안보 체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번 친위쿠데타는 한국 사회의 진화 수준과 복잡한 경제적 토대를 감당하지 못한 미숙한 소수 음모가들의 자멸이기도 합니다. 미국에 의존적인 안보 체제를 극복하고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와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사건의 실체는 언제쯤 명확히 드러날까요?
이해영 교수: 5.18 관련 ‘체로키 파일’처럼 한 20년쯤 지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문서들이 공개되어야 그 실체가 온전히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이 우문을 멈추지 말고 본질을 캐물어야 합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