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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 헌법이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샘터교회 원로목사. 시인.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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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 세우는 계기로

'내란사범 과도한 배려' 1심 문제 바로 잡고

내란의 본질 꿰뚫고 법리의 정합성 취하길

헌정 질서 침해한 행위에 단호한 응징 필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12·3 내란 관련 사건의 항소심을 담당할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가 23일 사건을 배당받으며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윤석열의 체포방해 사건(형사 1부 윤성식 부장판사)과 한덕수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형사 12-1부 이승철-조진구-김민아 대등 재판부)이 이 재판부에 배당되었고,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윤석열의 내란우두머리 사건 역시 2심이 열리면 이 재판부에서 다뤄진다.

이 재판부의 출범은 단순한 사법 행정의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입은 상처의 깊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12·3 내란은 특정 정치인의 일탈이나 돌발적 충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고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집단적 시도였으며,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든 중대한 범죄였다. 국민은 지난 1년 넘게 분노와 불안 속에서 사법적 판단을 기다려 왔다. 그 기다림은 단순한 처벌의 욕구가 아니다. 그것은 헌법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권력자 역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절박한 물음이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 조희대 체제의 사법부는 스스로의 독립성과 권위를 지켜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일부 판결과 재판 운영은 국민에게 혼란을 안겼다. 특히 지귀연 재판부의 1심 판단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설픈 법리 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내란의 구성 요건을 인정하면서도 그 의미와 위헌성을 충분히 천명하지 못한 채, 피고인의 주장과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논리를 전개함으로써 판결의 설득력을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절차다. 그러나 방어권 보장은 곧 피고인의 주장에 논리적 균형 없이 기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법원은 증거와 법리에 기초해 공정하게 판단해야 하며, 특히 헌정 질서를 침해한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밀한 논리 구조와 치밀한 법 해석이 요구된다. 만약 법리가 일관성을 잃고, 판단의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면, 판결은 형식적 결론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내란전담재판부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기존 재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판결은 단지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논리의 산물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법리 구성, 결론을 정해 놓고 이유를 끼워 맞춘 듯한 서술, 피고인의 주장에 과도하게 기대는 해석은 또 다른 분열과 불신을 낳을 뿐이다.

12·3 내란의 본질과 법리의 정합성

12·3 내란은 윤석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집단적 헌정 유린이었다. 국가 권력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얽혀 있었고, 명령과 실행, 방조와 침묵, 선동과 정당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항소심은 단순히 1심의 형량을 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내란의 본질을 더욱 명확히 규명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특히 체포방해 사건은 법치주의의 핵심을 건드린 사안이다.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의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행위는, 국가 권력의 정당한 행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은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다. 그 원칙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모호하거나 이중적인 법리 해석이 제시된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왜곡을 낳는다.

1심에서 드러난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었다. 내란의 중대성을 인정한다고 겉으로 내세우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거나 피고인의 정치적 동기와 상황을 과도하게 참작하는 듯한 논리는 판결의 일관성을 해쳤다. 법리는 감정이나 정치적 고려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법률의 적용은 동일한 기준과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최고 권력자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항소심은 이러한 법리의 정합성을 회복해야 한다. 내란의 구성요건, 공모 관계, 실행 행위의 구체성, 헌정 질서에 미친 영향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론이 왜 도출되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판결문은 논리적 구조를 갖추어야 하며, 판단의 기준과 전제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는 그 결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재판 운영은 지양되어야 한다. 방어권 보장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것이 공정성의 균형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법정은 정치적 협상의 장이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공간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원칙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사법 신뢰 회복과 헌법 수호의 결단

이번 항소심은 사법부 전체의 신뢰 회복과 직결된다. 정의가 지연되고, 판결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을 때 사회적 갈등은 증폭된다. 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 빈 틈은 정치적 선동과 왜곡된 서사가 채운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엄정함과 신속함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충분한 심리와 치밀한 검토는 필수지만, 불필요한 지연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결의 일관성과 설득력이다. 앞뒤가 맞는 법리 해석, 증거에 기초한 사실 인정, 헌법적 가치에 대한 분명한 선언이 결합될 때, 비로소 사법부는 권위를 회복할 수 있다.

내란을 방조·옹호해 온 세력에 대해서도 헌법적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관용을 전제로 하지만,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시도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 헌정 질서를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길이다.

‘내란 단죄’는 복수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공화국의 자기 방어다. 법 앞의 평등은 특히 권력자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권한이 클수록 책임도 크다는 원칙이 분명히 확인될 때, 공화국은 건강해진다.

서울고등법원 내란전담재판부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존 재판이 보여준 어설픈 법리 해석과 균형을 잃은 논리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헌법 수호의 책무에 따라 정합성과 엄정함을 갖춘 판결로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인가. 국민은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헌법은 추상적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판결을 통해 살아 움직인다. 이번 항소심이 그 사실을 분명히 증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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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새로운 5년도 주체적 역량에 의거할 것'

[북 9차당대회 5일회의] '앞으로 5년은 안정공고화단계, 점진적인 질적 발전단계' 결론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2.24 13:10
  •  
  •  댓글 0
 
김정은 총비서가 23일 제9차당대회 5일회의에서 '강령적 결론'을 했다. [사진-노동신문]
김정은 총비서가 23일 제9차당대회 5일회의에서 '강령적 결론'을 했다. [사진-노동신문]

"사회주의 전면적발전기를 개척한 지난 5년간의 투쟁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새로 시작되는 5년간의 투쟁도 역시 전적으로 우리의 주체적 력량, 우리 인민의 위대한 힘에 의거할 것"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23일 제9차당대회 5일회의에서 '강령적 결론'을 했다며 연설 내용을 소개했다.

김 총비서는 또 "조선혁명 고유의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의 리념은 불변이며 이것이 안고있는 무궁무진한 힘은 우리의 사회주의건설을 휘황한 미래에로 확신성있게 떠밀어나갈 것"이라며, "당중앙위원회 제9기 사업기간에도 이 세가지 리념을 변함없이 높이 들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강령적 결론'에서 대미·대남 메시지는 빠져있고 온통 경제발전에 관한 내용이었다.

김 총비서는 사회주의건설의 전 과정은 곧 3대혁명노선이라며, "전면적 발전의 거창한 위업도 3대혁명수행에 대한 당의 령도를 강화하고 국가의 지도적 역할을 높이는 것과 함께 이 사업에 대중자신이 주인답게 참가할 때라야만 더 빨리, 더 실속있게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공업공장과 종합봉사소 등에 대한 관리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는 극도의 태만과 무책임성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 소중한 창조물들이 실지 사회주의사회 발전의 위력한 밑천이 되도록 잘 관리운영하는 것도 방대한 건설사업에 못지 않게 중대하고 책임적인 혁명과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조용원은 김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이날 앞서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1차 전원회의 결정내용을 김 총비서의 결론에 앞서 당대회에 보고했다.  

김 총비서는 "당 규약의 일부 조항들과 새로 규제할 내용들을 포함한 당규약개정안을 심의하고 채택"하였으며, "제9기 당중앙위원회를 당원대중의 신망이 높으며 실천투쟁속에서 검증되고 전도가 기대되는 견실하고 우수한 동지들로 새로 구성하였다"고 하면서 "이로써 본 대회는 제8기 당중앙위원회사업을 총화하고 당사업과 혁명사업 전반에 대한 령도적책임과 역할을 새로 선거된 제9기 당중앙위원회에 인계하는 사업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고 결론했다.

새로운 5개년계획 기간은 "우리 경제에 있어서 안정공고화단계, 점진적인 질적 발전단계"라고 하면서 "현존 토대와 력량을 질적으로 공고히 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두 측면을 잘 배합하여야 할것이며 그밖의 다른 분야의 계획들을 협의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방향을 견지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기에 들어선 새시대의 요구를 다섯가지로 설명했다.

△사회주의건설 전반에서 일치한 행동통일을 보장하고 강한 기강을 세우는 것 △낡은 도식과 틀, 보수주의, 경험주의를 부시고 새 것을 부단히 창조하고 혁신해나가는 것 △사업을 과학적으로 예견성있게, 실리있게 진행하고 전문가적 자질을 중시하는 것 △생산과 건설에 대한 지도방법, 지도방식을 혁신하고 일군들의 지휘능력을 높이는 것 △사상제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는 것 등이다.

김 총비서는 "지금처럼 계속적으로 5년 주기의 계획을 수립하고 착실히 수행해나가는 것은 국력을 비축하고 리상사회를 종국적으로 건설하는데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로, 과정으로 된다"며, "이런 과정을 톺으며 모든 분야가 숙성되면 우리가 리상하는대로 나라의 국력을 공고한 기초'우'(위)에서 크게 키울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부터 10년, 20년후에는 우리 당창건 90돐, 100돐을 맞게 되는데 지금과 같은 투쟁방식으로 국가발전과 인민의 복리증진을 착실히 추진한다면 얼마든지 온 나라를 변모시키고 전국인민들을 잘살게 할수 있으며 그때에 가서 우리 당은 참다운 인민의 당으로서의 사명과 본분에 충실했음을 당당히 자부할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을 제시했다.

당 제9기 계획을 결정서에 반영하기 위해 진행된 대외부문 연구 및 협의회에서 김성남 비서와 최선희 외무상이 토의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당 제9기 계획을 결정서에 반영하기 위해 진행된 대외부문 연구 및 협의회에서 김성남 비서와 최선희 외무상이 토의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당 제9기 계획을 결정서에 반영하기 위해 진행된 군사부문 연구 및 협의회 모습 [사진-노동신문]
당 제9기 계획을 결정서에 반영하기 위해 진행된 군사부문 연구 및 협의회 모습 [사진-노동신문]

이날 5일회의에서는 당 제9기 전망목표와 계획을 구체적으로 토의해 결정서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 "공업, 농업, 경공업, 문화, 건설, 군사, 군수, 법무, 대외, 당사업부문"으로 나누어 연구 및 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분야별 5년간 계획을 수립하고 결정서를 채택하는 일이 제9차당대회의 주요 일정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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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협정 재검토, 한국은 대미투자 강행? …진보당, 대미투자 논의 중단 촉구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6.02.24 19:06
  •  
  •  댓글 0
 
   
 

“트럼프 일시적 칼춤, 논의 중단 해야”
“무역법 122조도 현실과 맞지 않아”
“EU는 협정 재검토, 한국 정부는?”

김상훈 국회 대미투자특별법처리를위한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시스
김상훈 국회 대미투자특별법처리를위한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시스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위헌 판결을 내렸으나, 거대양당은 특위를 꾸려 오늘, 내일 대미 투자 논의를 이어간다. 진보당은 “트럼프의 ‘관세 칼춤’은 일시적”이라며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계속되는 거대양당의 대미투자법 특별위원회 논의를 두고 진보당은 “트럼프의 압박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는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논의를 중단하고, 우리 기업과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미연 진보당 대변인은 미연방법원이 상호관세 위헌판결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관세를 15%로 올린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공포를 느끼며 굴복하고 있다고 착각하겠지만, 트럼프의 칼날은 이미 무뎌졌다”며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상호관세 위헌 판결에 따라, 그동안 미국에 추가로 납부한 관세를 돌려달라는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분석도 진보당 주장을 뒷받침한다. 로이터통신은 관세환급 요구액이 1,750억 달러(약 253조 6,625억 원)에 달할 것이란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이미 미국 대형 운송업체 페덱스(FedEX)는 정부를 상대로 납부한 관세 전액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가 다시 관세를 15%로 올리며 궁여지책으로 빼든 무역법 122조 역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킴벌리 클라우징과 모리스 옵스펠드 연구원은 “이 조항이 발동하려면 미국이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상태여야 하는데, 지금 미국 경제 구조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도 “유럽연합은 관세환급과 협정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국제사회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법안처리를 즉각 유보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24일 국회에서 본격적인 대미투자특별법 논의가 시작됐으나, 국민의힘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사법3법을 이유로 합의사항을 파기했다. 이에 민주당은 “오늘 회의에서는 소위구성, 공청회, 법안상정, 대체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정치적 이유로 특별법을 볼모로 삼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볼모로 잡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유감을 표했다.

정부와 여당은 트럼프 관세가 불법으로 판결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미투자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주권정부라는 별칭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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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버린 텍사스...한국 반도체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2/24 10:40
  • 수정일
    2026/02/24 10:4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반도체 특별과외] 수도권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 세계의 리스크

26.02.24 06:43최종 업데이트 26.02.24 07:13

2021년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킬린의 195번 주도 표지판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겨울 폭풍 '유리(Uri)'가 텍사스에 기록적인 추위와 정전을 몰고 온 가운데 결빙과 강수를 동반한 폭풍이 미국 내 26개 주를 휩쓸고 지나갔다.AF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하면 흔히 뜨거운 태양, 사막, 석유, 카우보이를 많이 떠올립니다. 실제로 텍사스는 기후가 대체로 온화한 편입니다. 휴스턴·오스틴 등 중남부는 아열대성 기후에 가깝고, 겨울 평균기온도 영상권입니다. 미국 내 최대 석유·가스 생산지 중 하나이고, 전력 요금이 낮아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이 많이 모여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1년 2월, 이 통념을 깨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북극의 찬바람이 미국 중남부까지 내려오면서 텍사스 곳곳의 기온이 영하 20℃ 안팎까지 급락한 겁니다. 평소 혹한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던 텍사스는 발전·가스 설비가 동파되거나 멈춰 섰고, 갑작스러운 추위에 난방을 위한 전력수요는 급증했습니다.

텍사스는 워낙 자체 에너지가 풍부하다 보니 미국 안에서도 드물게 독립 전력망을 운영하는데, 이에 따라 다른 주와의 전력 연계가 제한적인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러운 전력 부족 사태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고, 그로 인해 대규모 순환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날씨는 추운데 난방을 위한 전기의 공급이 끊기자 많은 이들이 추위로 인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2021년의 텍사스 한파는 공식 집계로 246명 이상이 추위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사망한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자연재해 피해 중 하나입니다.

정전이 장기화하자 텍사스 주정부는 지역 내 대형 산업체에 전력 사용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사람 살리는 게 우선이니까요. 가장 먼저 표적이 된 건 24시간 365일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 반도체 팹입니다. 반도체 팹 하나가 발전소 하나 분량의 전기를 쓰니까 가동 중단에 의한 효과도 가장 큽니다.

이에 따라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의 팹은 1998년에 운영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가동을 멈춰야 했습니다. 삼성전자 외에도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NXP, 전력반도체를 만드는 인피니온, 아날로그·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TI가 수일에서 수주간 팹 가동을 멈췄습니다.

반도체 공정은 표면에 아무것도 없는 순수 웨이퍼가 수 주 동안 수백 단계 공정을 거치며 회로를 새겨서 완성되는데, 워낙 미세한 회로를 그려내다 보니 환경에 민감합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클린룸 내부의 온도나 습도에 변화가 생기거나 장시간 팹 운영이 중단되면 공정을 진행 중이던 웨이퍼의 상태가 변해 상당수를 폐기해야 합니다. 업계 추산으로 삼성 오스틴 공장의 직접 손실만 수억 달러 규모였고, TI, NXP, 인피니온도 큰 생산 차질을 빚었습니다.

문제는 시점이었습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도입되면서 노트북 등 IT 기기와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급증했고, 전기차 전환과 함께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도 빠르게 늘던 때였습니다. 안 그래도 수요는 늘고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던 상황에서 IT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텍사스의 주요 팹이 동시에 멈춘 겁니다.

삼성전자 오스틴 팹 전경. 2021년, 혹한으로 반도체 팹이 멈추는 일이 발생했습니다.삼성전자

반도체 없으면 자동차도 없다

그 파장은 곧장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의 셧다운으로 이어졌습니다. 핵심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한 완성차 업체들은 조립 라인을 멈춰 세워야 했고, 주인을 찾지 못한 미완성 차량들이 공터에 가득 쌓인 채 반도체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특정 지역에 산업 인프라를 과도하게 밀집시켰을 때, 예기치 못한 국지적 사고가 어떻게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마비시키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본래 반도체 팹은 전력·용수·소재·물류라는 주요 인프라가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려야 돌아가는 정밀한 생태계입니다. 특히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단위 면적당 전력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매일 수만 톤의 초순수와 냉각수가 쉼 없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외부 환경에 극도로 민감한 시설일수록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리스크 분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한 지역의 마비가 전체의 궤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체 거점을 마련하는 분산 배치를 입지 선정의 대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텍사스 한파와 정전 사태로 인해 우리는 기후 위기 앞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전략 산업을 한곳에 과도하게 모아 놓을 경우 한 번의 위기로 모든 것이 멈춰버릴 수 있다는 걸 체험했습니다. 만약 당시 자동차용 반도체 주요 생산 거점이 텍사스 외 다른 곳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었다면, 피해는 일부 지역 안에서 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패를 교훈 삼아 현재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에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스럽게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과 해당 국가는 실패에서 교훈을 배웠습니다.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은 대만과 일본에 팹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 미국 내 신규 팹을 뉴욕주와 아이다호 등 복수 지역에 나눠 추진하고, 싱가포르에도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다호나 뉴욕주 중에서 하나 골라 거기에 클러스터라는 이름으로 팹을 다 모아 놓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마이크론은 전력·용수·정치·기후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적으로 판단한 겁니다.

유럽연합(EU)도 칩스법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역내 반도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고, 미국 역시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되 특정 주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팹은 더 이상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공장에 그치지 않고,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인프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략 인프라를 과녁 삼아 한곳에 모아 놓는 경우는 없습니다.

수도권에 반도체 팹 모아 놓는 위험한 도박

한국 반도체 팹은 수도권, 특히 경기 남부에 밀집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대규모 반도체 산단을 용인에 짓겠다는 건 짚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록적 폭우, 장기 가뭄, 전력 수급 오류, 지반침하(싱크홀) 등은 모두 확률은 낮아도 파급력은 큰 사건들이며, 10년에 한 번, 30년에 한 번 발생하더라도 한 곳에 모아 놓은 반도체 단지 전체에 궤멸적인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약 20~30%를 오갑니다. 반도체 단지가 한 달만 멈추더라도 우리 국가 경제 전반의 충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일 겁니다. 공급망이 글로벌하게 얽힌 상황에서, 한국발 반도체 차질은 세계 IT 생태계에도 연쇄 영향을 미칠 겁니다. 용인 반도체 산단은 세계가 주목해야 할 정도의 큰 리스크입니다.

물론 반도체 팹의 분산 배치는 비용이 더 들고, 인프라 중복투자 논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반도체 팹의 입지를 선정할 때 평균 비용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 입게 될 손실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효율을 극대화할 것인가, 아니면 시스템을 지킬 것인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용인국가산단은 아직 공사가 시작 전이라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릴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진행상황. 아직 착공 전이라 언제든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용인시청

반도체 초호황기인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 호남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단에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단순히 리스크 해소를 위한 반도체 팹의 분산 배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반도체 생태계를 탄생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와 기업은 수도권 집중이 불러올 잠재적 재앙을 외면한 채 안일한 태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온화한 날씨와 풍부한 에너지를 자랑하던 텍사스가 북극 한파에 속수무책으로 얼어붙어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세계 산업이 멈춰 섰던 그날의 비극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거대한 자연의 변덕과 예기치 못한 사고 앞에서 인간이 쌓아 올린 효율은 한낱 모래성에 불과함을 겸허히 인정해야 합니다.

반도체 팹의 분산은 단순한 지역 균형 발전의 논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이자 국가 서바이벌 전략입니다. 지금 내리는 결단이 훗날 우리 경제의 숨통을 틔울 생명선이 될지, 아니면 거대한 재앙의 도화선이 될지, 정부와 기업의 책임 있는 이들의 용기 있는 선택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반도체 #호남권RE100반도체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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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마친 이재명 대통령.. 다시 부동산 정상화 ‘고삐’

  • 이상호 대표기자

  • 업데이트 2026.02.24 09:20

  • 댓글 0

“저항이든 순응이든 각자의 자유…손익 역시 각자의 몫”

룰라 대통령과의 정상외교를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부동산 정상화 고삐를 조였다. SNS를 통한 메시지 전쟁이 시작된 것.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오전 8시30분경 “대통령 '다주택 압박' 통했다…집값 오를 것이란 기대 한 달 새 반토막”이라는 JIBS 제주방송의 기사를 공유하며 <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라는 제하의 메시지를 X(구 트위터)에 게시했다.

<이미지 출처=이재명 대통령 'X' 캡처>

이 대통령은 게시물에서 “우리 국민은 부동산 특히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비정상임은 알고 있고 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지지”한다고 전제하고, “권력은 규제, 세제, 금융, 공급 등 정상화를 위한 막강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문제는 권력의 의사와 의지”인데 “부동산 정상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계곡 불법시설 정비나 주식시장 정상화보다는 쉬운 일”이라며 부동산 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다시 한번 미리 알려드립니다”라고 운을 뗀뒤 “다주택을 유지하든, 비거주 투자용 주택을 보유하든, 평당 3억씩 하는 초고가 주택을 보유하든 자유이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에 따른 위험과 책임은 피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대한민국 정상화 (의지를) 믿거나 말거나, 저항할 지 순응할 지는 각각의 자유이지만, 주식시장 정상화처럼 그에 따른 손익 역시 각자의 몫”이라고 권고했다.

이 대통령은 “비정상인 집값 상승세가 국민주권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는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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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 제도야말로 민주·법치주의에 부합한다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namoo0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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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피해 본 국민이 헌재에 구제 청구 가능

사법부, 권력 하수인으로 '사법농단' 전력

'헌소 대상서 재판 제외'는 법치주의 부정

'헌소법 개정안서 독소조항 삭제' 법사위 통과

조희대 "국민에게 피해 갈 수 있어" 강변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소원·법 왜곡죄 도입과 대법관 증원을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것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강변하였다.

“국가 권력 중 그 어느 것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명제는 법치주의의 대원칙이다. ‘재판 소원’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 소원의 대상으로 한다. ‘헌법 소원’이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국민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기본권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를 지칭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공권력’에는 입법권, 행정권뿐만이 아니라 바로 사법권이 모두 포함된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범주에 결코 사법부라고 하여 예외일 수는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2025.12.5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가 권력 중 그 어느 것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한국에서는 1988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했을 때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유독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억지로 삽입함으로써 헌법소원의 대상에 입법권과 행정권만 포함시키고 오직 사법권만을 제외시켰던 것이다.

특히 이 나라 사법부는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의 인권을 명백하게 유린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즉, 박정희 유신정권 시기, 사법부는 군사정권의 위헌적인 긴급조치를 아무런 비판 없이 무조건 적용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유신 권력의 국가 폭력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내란수괴 윤석열의 12.3 불법계엄 이후 조희대와 지귀연 그리고 우인성으로 대표되는, 너무나 명백하고 왜곡된 ‘사법농단’은 민주주의와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궤도를 너무도 크게 이탈하는 행태들이었다.

본래 1987년 민주화와 함께 탄생한 헌법재판소는 바로 이러한 ‘사법부 불신’과 ‘사법 통제’의 필요성에서 유래한 제도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할 당시 정작 법원 재판을 헌법 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빚었다. 이렇듯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는 것은 재판 영역에 대한 ‘헌법의 지배’를 거부하는 것이고, 이는 법치주의의 부정에 다름 아니었다. 이렇게 하여 결국 국민들이 위헌적인 법원의 판결로 부당하게 기본권을 침해받을지라도 그 억울함을 호소하고 구제받을 방법이 전혀 부재한 “법원이 법 위에 군림하는” 미로의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이번에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는 독소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새로운 특권을 만드는 것이 전혀 아니다. 1987년 헌법이 예정했던, 그러나 입법의 미비로 뒤틀려 있던 ‘모든 공권력에 대한 헌법적 통제’라는 당연한 상태로의 정상화이다.

정말 조희대 대법원장의 강변처럼 재판 소원 제도가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재판소원 허용 여부는 ‘특정 기관의 이해와 시각’이 아닌 ‘국민의 이익과 입장’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재판소원의 허용이라는 문제는 결국 국민 기본권을 구제하는 방법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말과 정반대로 반드시 국민에게 커다란 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 재판 소원 제도를 운영하는 독일과 스페인 그리고 타이완의 경우, 연간 헌법재판소에 접수되는 전체 사건의 80∼90%가 재판 소원의 문제다. 이는 인간사회에서 얼마나 법원 재판의 문제가 일반 대중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또 그에 대한 반발도 막대한 것인가를 웅변해주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반드시 재판 소원이라는 제도적 장치에 의해 보완해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

재판 소원은 4심제가 아니다

대법원은 재판 소원 도입이 ‘4심제’를 초래하여 사법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소송 지옥’을 만들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테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헌법 재판과 일반 재판의 경계선을 명확히 획정하고 있다. 사실 인정이나 단순한 법률 적용의 오류는 일반 법원의 몫이며, 헌법재판소는 오직 판결 과정에서 ‘기본권의 의미와 보호 범위를 잘못 판단했는가의 여부’만을 심사한다는 것이다. 즉,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의 판결을 다시 재판하는 상급심이 아니라, 판결 내용 중 헌법 정신이 투영되었는지를 검증하는 ‘특수 심판 기관’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실제 독일의 법관들은 이 재판소원 제도에 의하여 자신의 판결이 헌법적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서 더욱 정교한 법리를 구성하게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법 정의를 완성하는 토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일당의 내란을 빛의 혁명으로 진압한 지금이야말로 사법개혁의 명분과 토대가 더 이상의 좋은 조건이 마련되기 어려울 정도로 최상의 상황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12.3 불법계엄이 자행된 이후 조희대 사법부가 드러낸 갖가지 ‘사법농단’의 행태들은 사법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가장 중차대한 사안임을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분명하고도 명징하게 알려주었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제도 언론과 일부 인사들은 매일 같이 관행처럼 갖가지 궤변과 협박을 일삼으며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훼손시키기 위해 ‘분투노력’하고 있다. 냉정하게 반성하건대, 그간 민주진보 정부는 그러한 보수세력의 ‘공격’에 번번히 주눅 들고 설득되어 결국 국민이 ‘명령’한 개혁을 스스로 좌절시켜왔다. 그러나 이번만은 절대 그러한 일들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촛불혁명에 이어 빛의 혁명으로 또다시 이 나라 민주주의를 구출해낸 국민들의 위대한 헌신을 또다시 무위로 돌려서는 안 된다.

사법개혁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긴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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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1심 재판 판결문이 확인해준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장석준 칼럼] 내란 재판 이후 '대한민국 민주정'에 대한 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6.02.24. 05:26:07

19일, 내란범 윤석열 일당의 1심 재판이 윤석열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와 함께 끝났다.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에 과연 친위쿠데타 세력을 제대로 단죄할지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어쨌든 내란 진압 기조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판결이 나왔다. 벌써 1년이 훌쩍 넘은 내란 진압 과정이 참으로 어렵게, 하지만 후퇴는 없이 또 한 단계를 완료한 셈이다.

그러나 1심 판결문에는 정색하고 따져봐야 할 대목이 많았다. 여러 지적들이 있지만, 특히 중요하다 생각되는 것은 12. 3 비상계엄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인 이유를 '국회에 대한 군 투입'으로 아주 좁게 해석했다는 점이다. 뒤집어 말하면, 군 동원을 통한 국회 활동 방해 말고 비상계엄 발동 자체는 대통령이 헌법상의 고유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1항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상황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 못받는다. 너무 두루뭉술한 문구라 친위쿠데타 시도의 빌미가 되기는 했지만, 상식인이라면 누구도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였다고 답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상황이 헌법상 계엄 요건에 해당했다는 윤석열의 억지 자체가 헌법 위배라는 헌법재판소 판결문 취지가 1심 재판부의 '국헌문란 폭동' 판결 사유 중 하나로 반드시 포함됐어야 했다.

이런 내용을 빼고 12. 3 비상계엄이 '내란'인 이유를 아주 좁게 해석한 1심 재판부 판결에는 '대통령'을 둘러싼 특정한, 그리고 아주 강력한 관념이 깔려 있다. 1심 재판부의 의식 구조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다수 국민의 상식과는 완전히 딴 판인 정신세계에 따라 평온한 일상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 판단할 자유를 누리는 자다. 더구나 단순히 정신병원 보호실 안에서 이런 공상을 즐기는 게 아니라, 국회를 타격하지만 않는다면 이 공상에 따라 군대를 거리에 풀 수도 있는 자다. 악명 높은 파시스트 법학자 카를 슈미트의 표현을 빌리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결단'에 허용된 재량의 폭이 이 정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그나마 윤석열은 정신병원 보호실은 아니라도 구치소에 격리돼 있지만, 지금, 12월 3일 밤에 윤석열이 품었던 것과 같은 망상에 따라 매일 세계인을 괴롭히는 '결단'을 반복하는 대통령도 있다. 바로, 미합중국 제47대 대통령 도널트 트럼프다.

윤석열만큼이나 '비상(emergency)'을 사랑하는 트럼프는 그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세계 모든 나라에 '관세' 협박을 자행해왔다.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드디어 여기에 '위법'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 법전에는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구하지 않고 혹은 그런 승인을 기다리기 전에 관세를 마음대로 인상할 수 있게 허용하는 '비상' 법률들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 트럼프 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써먹을 수 없게 되자 곧바로 무역법을 들고 나와 이른바 '세계 관세' 15%를 선포했다.

게다가 잇단 폭정과 '엡스타인 파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정부는 이란 공격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합중국 대통령은 자국이 타국으로부터 공격이나 선전포고를 받지 않아도 이렇게 다른 수많은 이유로 타국을 침공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단순히 '광인'의 명단에 윤석열에 더해 트럼프의 이름을 써넣는 수준을 넘어 미국이 원산지인 '대통령'이라는 제도 자체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 12. 3 내란에 대한 1심 재판부 판결이 보여주듯이, 그리고 현재 트럼프 정부의 행태가 보여주듯이, 대통령은 '정상 상태'인 시기에 의회, 법원과 함께 국가를 운영할 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비상 상태' 혹은 '예외 상태'에 군을 동원해 국가 전체를 병영으로 만들 권한이 있다. 그리고 지금이 과연 '정상 상태'인지, '예외 상태'인지 판단할 권한 또한 전적으로 대통령 개인에게 있다.

한국처럼 국회가 나서서, 미국처럼 법원이 사후적으로 이를 제어할 수 있겠지만, 일단 단행된 조치(비상계엄령 등)가 과연 제도적 안전장치를 통해 중지될 수 있을지는 실은 상당 부분 '역사적 운'에 달려 있다. 2024년 12월 3일 이후 한국인들은 이 '운'의 시험을 마치 기적처럼 통과했고, 미국인들은 이제 자신들의 '운'이 어떠한지 가슴 졸이며 확인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민주정'의 '정상'적인 한 유형이라 배워온 대통령제, 이것은 얼마나 '예외' 투성이인 위험천만한 제도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메니코 로수르도가 던진 물음,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

나는 지금 2018년에 작고한 이탈리아 좌파 정치철학자 도메니코 로수르도의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이탈리아어판: 1993, 영어판: 2024)의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은 이 지면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적이 있다("6공화국 한국 정치,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 <프레시안> 2021, 12. 22; "내란 이후 1년, 여전히 제기되지 못하고 있는 중대한 질문들", <프레시안> 2025. 12. 9).

12. 3 비상계엄 얼마 전에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의 영어판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나는 이 책을 우리말로 꼭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국의 대통령제를 돌아보는 데 더없이 좋은 참고자료가 되겠다 싶어서였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친위쿠데타가 벌어졌다. 사태가 조금은 진정되고 난 뒤에 든 생각 중 하나는 <민주주의인가, 보나파트르주의인가>가 이미 번역돼 나와 있었다면 내란의 정체를 둘러싼 토론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됐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영어판 중역(重譯)이라는 아쉬운 방법을 통해서나마 이 책을 소개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계약을 맺어야 할 이탈리아어판 출판사와 연락이 쉽지 않아 일정이 늘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번역이 끝나간다.

<민주주의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에서 로수르도가 펼치는 풍부한 논의를 이 지면에 맞춰 짧게 요약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제에 관한 이 책의 중요한 지적 가운데 일부를 간략하나마 미리 소개하고 싶다.

우선 이 책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우리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로 당연시하는 '1인 1표'의 보통-평등선거 원리가 역사 속에서 숱한 반발을 이겨내며 참으로 어렵게 실현돼왔다는 점, 그리고 사실은 지금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다. 놀랍게도, 우리가 '민주주의의 사도'로 잘못 알고 있는 19세기의 위대한 자유주의자들(A. 토크빌, J. S. 밀 등)이 그런 반발을 이론적으로 대표했고,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보통선거제 대신 재산세 납세자(즉, 부르주아 남성)만 선거권을 갖는 제도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오로지, '1인 1표'가 실현될 경우에 다수의 힘으로 부르주아계급을 압도할 것처럼 보인 노동계급, 하층 대중의 정치세력화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848년 2월 혁명으로 들어선 프랑스 제2공화국이 유럽에서 최초로 남성보통선거제도를 실행하고부터는 보통-평등선거 원리의 확산을 막는 전통적 방파제(재산세 납세 유권자제도 등)에만 의지하기 어렵게 됐다. 이때 뜻밖에도 제2공화국이 남성보통선거제와 함께 도입한 미국식 대통령제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국민투표형 선출을 통해 의회 내 어떤 개별 의원보다 더 커다란 정당성을 확보하며 초대 대통령이 된, '대'보나파르트의 조카, '소'보나파르트(이후의 나폴레옹 3세)는 1851년에 12. 3 내란의 원형인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의회를 해산하고 대통령 임기를 무려 10년으로 늘렸다. 다시 1년 뒤에는 공화정에서 황제정으로 전환하자는 국민투표를 통해 기어코 삼촌처럼 황제가 됐다.

남성보통선거제도를 실현한 민주주의 혁명이 성공한 지 불과 4년만에 민주공화국이 잇단 국민투표(와 국민투표형 대통령선거)와 친위쿠데타를 거쳐 제국으로 전락한 것이었다. 당대의 가장 날카로운 논평가였던 카를 마르크스는 이러한 '보나파르트주의' 현상을 '민주공화국의 자살'이라 규정하며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반대로 토크빌을 비롯한 많은 자유주의자들은 이 반-자유주의 정치 체제에서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 국내에서는 철권을 휘두르고 해외에서는 제국주의 전쟁을 일삼는 나폴레옹 3세의 황제정은 '1인 1표' 원리 때문에 하층 계급이 치고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공포를 일거에 해결해줬다. 형식적인 투표는 없어지지 않았지만, 의회를 늘 압도하는 막강한 행정부를 장악한 단 한 사람의 최고 집권자가 사실상 모든 결정권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평등선거를 일정하게 실시하더라도 기존 계급 질서를 유지할 길이 드디어 발견된 것이었다. 그것은 대의기구가 아니라 행정부에 실권을 집중시키고, 다시 한 명의 지도자가 그 행정부를 쥐고 흔들게 하는 것이었다.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의 독특한 점은 이런 보나파르트주의 체제를 19세기 프랑스로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나파르트주의를 '1인 1표' 원리와 계급 지배의 현실이 충돌하는 모든 자본주의 사회로 '일반화'한다. 그 원조는 단연, 대통령제의 원산지 미합중국이다. 프랑스 제2공화국이 미국식 대통령제라는 '귤'을 유럽 대륙으로 가져와 보나파르트주의라는 '탱자'로 만들어버린 게 아니었다. 미국의 원판 대통령제 자체가 탱자 씨앗이었다.

로수르도는 이를 밝히기 위해, 미국 헌법을 제정한 1787년 필라델피아 제헌회의 당시에 13개 주의 상황이 얼마나 1848년 프랑스와 비슷했는지 보여준다. 물론 아직 농업사회였던 북아메리카 13개 주의 목가적 풍경과, 수 차례의 유혈 정치혁명과 산업혁명을 겪으며 현대적 계급투쟁이 이미 자리잡은 파리의 풍경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필라델피아에 모인 각 주의 명사들 역시 1848년 프랑스 부르주아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13개 주의 독립 직후에 벌어진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빚에 쪼들리던 영세 농민들의 납세 거부-부채 상환 거부 반란(셰이즈 반란)이었다. 총을 들고 봉기한 농민들은 바로 몇 년 전 영국군에 맞서 싸웠던 대륙군의 용맹한 노병들이었다. 비록 보통선거는 아니어도 동시대의 영국, 프랑스와 달리 많은 주에서 소농에게까지 선거권이 확대돼 있던 상황에서 이런 '무장' 하층 계급의 존재는 헌법안 작성자들의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이 대목에서 영민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주목한 것이 고대 로마공화국의 독재관제도였다. 로마공화국은 내전이나 외침이 발생할 때마다, 그러니까 '전시·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 명의 독재관을 지명해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전권을 부여했다. 저 유명한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스>의 저자들을 비롯한 '건국의 아버지들'은 의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아니라, 간접선거라는 안전장치를 단 국민투표형 선출 절차를 거친 현대의 독재관이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도록 설계했다. 이 전례 없는 직위에 붙은 이름이 '대통령'이었다.

미합중국 대통령은 이런 등장 배경에 어울리게 처음부터 내란(제2, 제3의 셰이즈 반란뿐만 아니라 흑인 노예의 잠재적 반란 가능성)과 외침(영국, 프랑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선주민들)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데 필요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외 상태'의 출현을 강하게 가정하고는, 그런 상황이 도래했을 경우에 의회를 신경쓰지 않은 채 독재관답게 행동하도록 대통령에게 비상대권의 여지를 부여했다.

이후 1812년 영미전쟁부터 최근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극까지 두 세기의 역사를 거치며 분명해진 것은 이런 비상대권을 행사할 '예외 상태'인지 아닌지 원천적으로 판단하는 주체는 미합중국 대통령 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이전에 헌정이 아직 원활히 작동할 때에도 의회는 실은 대통령에 의해 군사행동이 이미 시작된 뒤에 이를 '인준'했을 뿐이다. 원로원이 임명하던 고대 로마의 '독재관'과 달리, 이런 미국 대통령에 어울리는 번역어는 '독재자' 쪽에 더 가깝다.

다만, 초대 대통령부터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던 프랑스와 다르게 미국에서는 임기가 최대 8년을 넘지 않는(프랭클린 D. 루즈벨트는 예외) 독재관 사이의 평화적 권력 승계가 계속됐고 '예외 상태'에 따른 통치가 무기한 연장되는 일 없이 '정상 상태'와 '예외 상태'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통치가 유지됐다. 로수르도는 이를 '연성 보나파르트주의(soft Bonapartism)'라 부르며, 유럽에서 명멸했던 보나파르트주의 정권들과 달리 미국의 연성 보나파르트주의는 하나의 정치 체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체제라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보나파르트주의의 한 형태다. 즉, 보통-평등선거에 바탕을 두지만 언제라도 민주주의와는 정반대되는 체제로 전환될 위험천만한 가능성을 제도적 실체로서 품고 있는 체제다. 2024년 12월 3일 낮의 일상에서 돌연 그날 밤의 환란으로 돌진한 대한민국 제6공화국과, 트럼프 정부가 이란을 침공하고 중간선거 결과를 무시할 위험성과 마주한 2026년의 미국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규정이 있겠는가.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체제' 말이다.

내란 재판 이후 '대한민국 민주정'에 대한 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렇게 커다란 위험성을 품고 있더라도 어쨌든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체제는 그 고향에서 두 세기 넘게 안정적으로 지속됐다. 그런데 왜 하필 제47대 대통령 아래에서 이 오래 묵혀 두었던 인화 물질이 폭발하고 있는가? 더 나아가, 왜 우리는 그 이유를 트럼프의 인격적 파탄이 아니라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체제'에서 찾아야 하는가?

아마도 입증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가설은, 지금 지구자본주의가 직면한 초유의 위기 상황이 보나파르트주의가 품은 반-민주주의의 불씨를 어느 때보다 더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미 전례가 있다. 이번 위기 전에 인류가 겪은 가장 커다란 위기였던 1929년 대공황 이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독일형 파시즘인 나치 체제가 출현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이 바이마르 공화국을 의회정부제(의원내각제)로만 기억하지만, 대공황 발발 뒤의 말기 바이마르 공화국은 실은 파울 폰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보나파르트주의 체제였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비슷한 보나파르트주의 체제들(연성이든 아니든)이 더 큰 위기를 맞아 또 다시 반-민주주의로 돌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윤석열 일당 1심 판결 이후 내란 진압을 위한 토론이 더욱 깊어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다가, 아니 직선 대통령밖에는 의지할 데가 없다가 그 대통령에 의해 반-민주주의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했던 우리의 이 정치 체제를 이제 피고석에 세워야 한다.

또한 연성 보나파르트주의가 아닌 진짜 민주주의가 갖춰야 할 요소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없거나 너무 약한 요소들, 즉 일하는 국회와 다양한 정당, 노동조합과 시민 참여 통로에 대한 토론을, 늦었더라도, 시작해야 한다. 한때 이야기되던 개헌의 가능성마저 안개에 휩싸인 형편이지만, 그래도 파시즘이라면 불씨조차 용납할 수 없는 이들은 할 일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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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협 요소인 주한미군이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가!”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2/23 [18:07]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전투기를 서해로 출격시켜 중국을 도발한 미국의 행태에 규탄을 쏟아냈다.

 

진보당·국민주권당과 자주통일평화연대, 전국민중행동 등 정당·단체 112곳은 23일 오후 1시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공동 주최했다.

 

© 자주통일평화연대

 

앞서 18~19일 주한미군 F-16 전투기가 한국 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서해상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인근까지 접근해 전례 없는 대규모 훈련을 진행했다. 이에 중국 전투기도 출격하면서 미중 전투기가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주최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주한미군이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서해를 전장으로 만들고 우리의 주권을 무참히 파괴하는 엄중한 사태가 벌어졌다”라면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공대지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B-52 전략폭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전개되면서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에서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역할 강화를 공식화”했다며 “주한미군이 한국을 발진기지로 삼아 대중국 군사 압박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사후에야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었다는 것은 미국이 한국의 주권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라고 했다.

 

또한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위한 항공모함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라면서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은 그 어떤 동맹보다 우선한다”라고 역설했다.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신미연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주한미군에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것 ▲주한미군의 모든 작전과 훈련에 대해 사전 협의와 실시간 정보 공유를 제도적으로 의무화할 것 ▲우리 영토와 영공에서 이뤄지는 모든 군사 행동에 대해 대한민국의 확고한 주권이 행사된다는 점을 분명히 천명할 것을 주문했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대한민국의 안보 주권이 전쟁 제국 미국의 동맹 정치에 종속된 상황”을 거부하고 “자주적이고 균형 잡힌 평화 외교”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한반도를 전쟁기지로 만드는 위험한 전쟁훈련을 자행하는 미군은 이 땅에서 나가야 한다”라면서 전쟁이 벌어지면 “미군이 주둔하는 평택, 오산, 군산 등 이런 군사기지가 바로 타깃”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앞으로 “미국은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대한민국 정권과 협의도 없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마음대로 훈련하고 출격하고 필요에 따라 국지전을 벌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 자주통일평화연대

 

앞서 미국의 무도한 행태를 규탄하는 단체의 입장도 나왔다.

 

21일 자민통위는 논평에서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패권 전략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주한미군 탓에 한국이 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눈앞의 현실로 드러났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측에 항의한 것에 더해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라면서 “전쟁 방화범, 평화 파괴 주범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라고 주장했다.

 

22일 촛불행동은 “전쟁을 부르는 미국의 위험천만한 군사행동을 막아야 한다”, “당장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자유의 방패’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주한미군 전투기의 서해 출격은 자유의 방패 훈련의 성격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훈련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평화이음도 같은 날 논평에서 “사태가 대단히 심각하다”, “한국을 전초기지 삼아 중국과의 전쟁을 연습한 미국 탓에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다”라면서 “주된 안보 위협 요소인 주한미군이 과연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 근원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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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마저” “부산만은”…여 우세 구도 속, 격전지 탈환이냐 사수냐

지방선거 D-100…4년만에 뒤집어진 여야 판세

최하얀기자

  • 수정 2026-02-23 06:54등록 2026-02-23 05:00

6·3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한 20일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에서 승리하는 등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했다.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 날개까지 단 윤석열 대통령은 이후 거침없는 국정 운영을 시작했다. 4년 만에 윤 전 대통령 탄핵과 이재명 정부 출범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얼마만큼의 승리를 하는지가 관건일 정도로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펼쳐진다. 여당은 정권 안정론과 내란청산 기조로 압승을 벼르는 반면, 야당은 정권 견제론을 앞세워 총력 수성전을 펼칠 전망이다.

최대 격전지 서울·부산

최대 격전지는 서울이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 힙입어 전국에서 대체로 민주당에 유리한 판세가 형성돼 있지만, 4선의 오세훈 시장이 버티는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민주당이 쉽게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모두 이기더라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질 경우 지방선거 승리로 볼 수 없다는 평가가 많은 만큼 서울 탈환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과 탄핵, 당 내홍 등의 여파로 움츠러든 국민의힘은 오 시장의 높은 경쟁력과 보수화된 서울의 인구·경제 구조를 강조하며 ‘서울 사수’에 당 명운을 걸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다음달 7일 권리당원 100% 투표로 치러지는 1차 예비경선에서 현재 후보군인 박홍근·서영교(4선), 박주민·전현희(3선), 김영배(재선)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을 5명으로 추릴 예정이다.

서울과 대구·경북 외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도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민주당은 김동연 현 지사, 추미애·권칠승·한준호 의원, 양기대 전 의원 등 후보군이 넓은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뚜렷한 후보가 부각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행정통합이 추진되는 충남·대전의 경우 통합 결과에 따라 선거 판세가 달라질 수 있는데, 국민의힘은 지역별 의원들 간 찬반이 엇갈리며 통합에 대한 당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 “윤석열 키즈 청산”, 야 “이재명 실정 심판”

민주당은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상황을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삼을 예정이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새롭게 선출된) 인천·대전·충남·충북·세종·강원·경남·울산 등 8개 지역 국민의힘 광역단체장들은 윤석열 키즈로 이들을 퇴출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높은 집값 등 부동산 문제와 고물가·고환율 등 민생 경제를 어렵게 하는 경제 환경이 현 정부 실정 때문임을 부각하겠다는 구상이다. 주요 승부처인 서울·부산·충청 등을 모두 수성하는 ‘어게인 2022’ 달성을 목표로 ‘개혁 공천’도 내걸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지율, 직무 평가, 주민 신뢰가 기준 미달이면 용기 있게 교체해야 한다”며 ‘물갈이 공천’을 예고했다.

최하얀 장나래 김채운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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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李대통령과 '다주택' SNS 설전…"李가 기적의 억지"

장동혁 "부동산 문제, 다주택 때문 아냐", 나경원 "대통령이 기적의 논리"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6.02.22. 18:28:14

'정부의 다주택 압박 기조가 전월세 불안을 초래할 것'이란 국민의힘 측 입장을 이재명 대통령이 "기적의 논리"라며 비판하자, 이번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 대통령을 겨냥 "기적의 억지"라고 재비판했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야당과 대통령의 SNS 설전이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22일 오후 본인 페이스북에서 "밤늦게 (이 대통령이) 또 엑스(X)에 올린 '기적의 억지'를 보았다"라며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줄어 시장이 안정된다는 그 억지는, 굶주린 사람에게 '밥을 안 주면 식욕이 줄어든다'고 윽박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몽땅 차지해서가 아니다. 이 정권의 대출 규제로 무주택자들의 팔다리가 묶여 있기 때문"이라며 "집을 사기 보다 전세, 월세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려는 청년 세대도 많다", "다주택자가 모두 집을 내놓으면 이들은 누구에게 집을 빌려야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빼앗고, 시장에 나온 매물들을 현금 부자와 외국인 자본에게 헌납하는 것이 대통령님이 말하는 공정인가"라며 "본인의 아파트는 50억 로또로 만들어놓고, 지방의 낡은 집을 지키는 서민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세금이라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위선은 그 자체로 주권자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1년도 안되어서 집값이 8.98% 폭등했다"며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인들이 물만 먹고 16년을 모아야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자산의 절벽'이 세워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택 임대는 공공이 맡아야 한다는 고집은 결국 국민의 자산 형성을 막고 국가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통제경제 선언", "국민을 평생 정부의 월세 세입자로 가두려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등 이 대통령의 다주택 압박 기조를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의 엑스 글을 겨냥 "대통령의 논리야말로 시장 현실을 외면한 '기적의 논리'"라며 "부동산 거래를 위한 대출은 꽁꽁 묶어놓고, 추가 임대주택 공급도 요원한데 다주택자만 협박하듯 몰아붙이면 시장이 얼어붙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공급이 사라진 시장에서 남는 것은 미친 전세가와 월세 가속화뿐이다"라며 "(다주택 압박은) 결국 서민주거불안을 키우고, 미래세대의 삶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본인 죄지우기 사법파괴를 앞두고, 부동산으로 시선돌리기에 전력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 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다주택자의 대출 연장 및 대환 규제 등 검토와 관련, 해당 기조가 '전월세 불안'을 초래할 것이란 국민의힘 주장을 두고 "집값 상승과 전월세 부족의 주요 원인인 다주택과 주택임대사업을 비호하는 기적의 논리"라고 비판한 바 있다.

글에서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든다"라며 "공급만큼 수요도 동시에 줄어드는데 전월세 공급축소만 부각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다주택과 주택임대사업을 지금보다 더 늘리면 서민주거가 안정되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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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국은 대법원이 트럼프 제동, 한국 민주당은 누가 막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2/23 08:18
  • 수정일
    2026/02/23 08: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 솎아보기] 美 대법원에 막힌 트럼프 정책, 韓 민주당에 적용한 조선일보 사설

장동혁 대표 윤 전 대통령 옹호에 사설들 ‘지방선거 패배할 듯’ 예측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6.02.23 07:38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flickr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상호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모든 수입품에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왔다. 이같은 미국 대법원 판결에 언론은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서조차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잘못됐다고 제동을 건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에도 또다시 돌발적인 관세 정책을 내놓은 트럼프에 우려를 내비췄다.

23일 주요 일간지의 1면은 일제히 해당 소식으로 배치됐다. 주요 일간지 9곳은 1면은 물론, 사설에도 일제히 관련 이슈에 대해 썼다. 언론은 대법원 제동에도 15% 관세를 새로 부과한 트럼프에 ‘폭주’, ‘멈추지 않는다’, ‘몽니’와 같은 표현을 쓰면서 트럼프의 돌발 행동에 세계 무역 질서가 영향을 받는 상황을 우려했다.

다음은 9개 주요 일간지의 트럼프 관세 이슈 관련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트럼프, 글로벌 관세 15% 때렸다>

국민일보 <트럼프 폭주…美관세 시계제로>

동아일보 <트럼프 관세 폭주, 美대법이 막자 “15% 새로 부과”>

서울신문 <하루새 10→15%로…트럼프 또 ‘관세 폭주’>

세계일보 <트럼프 관세 제동…세계무역 ‘시계 제로’>

조선일보 <관세전쟁 리셋, 트럼프 “전세계에 15%”>

중앙일보 <미 대법이 막아도, 트럼프 멈추지 않는다>

한겨레 <‘관세 위법’에 트럼프 폭주…불확실성 커졌다>

한국일보 <트럼프 “글로벌 관세 15%” 몽니…글로벌 금융시장 ‘출렁’>

▲23일자 동아일보 1면.

신문들은 이번 미국 대법원 판결 등으로 인해 트럼프의 입지가 이전과는 같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행정조치를 통해 관세 부과 효과를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연방대법원이 그의 핵심 정책으로 꼽혀 온 관세 정책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 만큼 그의 통상 전략이 근간부터 흔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1면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호 공약’의 핵심인 상호관세의 정당성이 사법부에 의해 부정당하며 집권 2년차에 가장 큰 악재를 맞은 셈이 됐다. 각국을 상대로 ‘관세 공격’을 일삼던 그의 전략이 명분을 잃으며 국제적 입지도 더욱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미국 대법원이 이같은 판결을 내린 것에도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종신직인 연방대법관 9명 중 6명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봤다. 6명 중에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임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과 에이미 배럿 대법관 등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23일자 서울신문 1면.

美 대법원에 막힌 트럼프, 韓 민주당에 적용한 조선일보 사설

주요 일간지들은 해당 이슈로 일제히 사설도 썼다. 다음은 9개 주요 일간지의 트럼프 관세 관련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법 판결에 ‘새 관세’ 꺼낸 트럼프, 불확실성 능동대처해야>

국민일보 <복잡해진 ‘관세 방정식’… 불확실성 확대 대비할 때>

동아일보 <美 대법 “트럼프 관세 무효”… 150일 후 ‘대체 관세’ 대책 세워야>

서울신문 <美 대법원 “관세 무효”… 무역전쟁 격랑, 더 정교한 대응을>

세계일보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 정교한 대응으로 국익 지켜야>

조선일보 <美에선 대법원이 트럼프 폭주 제동, 韓 국회 폭주는 누가 막나>

중앙일보 <미 대법원 위법 판결…‘제3의 관세’ 염두에 둔 전략 세워야>

한겨레 <트럼프 대법 패소에도 ‘관세 15%’ 폭주,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국일보 <대법 제동에도 관세 폭주 트럼프, 모든 시나리오 만반 대비를>

경향신문은 “대법원 결정으로 상호관세가 법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면, 관세정책을 정상화해야 마땅한데도 트럼프는 최고 사법기구의 판단까지 무시하는 막무가내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상호관세 자체는 무효가 됐지만, ‘글로벌 관세’ 15%가 새롭게 부과되면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6 대 3 보수 우위 구도인 미 대법원에서 핵심 무역정책 수단인 상호관세가 무력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23일자 경향신문 사설.

대부분의 주요일간지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한국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예상하고, 정부에 신중한 행보를 조언하는 사설을 썼다. 반면 조선일보는 미국 상황을 한국의 민주당에 빗댄 사설 <美에선 대법원이 트럼프 폭주 제동, 韓 국회 폭주는 누가 막나>를 배치했다. 타 8개 주요 일간지의 사설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조선일보의 해당 사설은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대법원에서 제동을 걸었는데, 한국에서는 민주당이 ‘사법 3법’을 처리하고 나섰다며 “나라의 장래를 위해 진영 논리를 접어 두고 정권의 폭주를 막아선 미 대법원 같은 역할을 우리 내부에선 누구에게 기대해야 하나”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미 대법원은 보수 6명 대 진보 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보수 진영 3명 대법관이 위법 쪽에 섰다.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도 위법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국정 운영의 핵심 동력인 관세 정책이 트럼프가 철썩같이 자기 편으로 믿었던 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이기려면 국민 눈치를 살펴야 하는데 민주당은 사법부까지 장악해 삼권 분립을 무력화하는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계엄을 막았다는 정권의 독재적 행태가 계엄을 저지른 세력 못지않다. 야당이 지리 멸렬하니 무슨 폭거를 저질러도 선거에선 이긴다고 믿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라 전했다.

▲23일자 조선일보 사설.

장동혁 대표 윤 전 대통령 옹호에 신문들 ‘지방선거 패배할 듯’ 예측

장동혁 대표가 1심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서면서 국민의힘 내분이 격화되는 가운데, 언론은 지방선거가 100일 남은 시점에 장동혁 대표가 이기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관련 사설을 실은 주요 일간지는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국일보다.

서울신문 <지방선거 100일 앞에도 ‘자기 정치’만 하는 野 대표>

조선일보 <국힘 선거 참패 불보듯해도 ‘나만 살자’ 영남 의원들 침묵>

한국일보 <지방선거 D-100, 여야 민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서울신문 사설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하며 장동혁 대표가 “절연을 요구하는 세력이 당을 갈라치기하는 세력”이라고 한 것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궤변이 6·3 지방선거를 불과 100일 앞둔 시점에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귀가 의심스럽다”며 “‘윤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 요구에 ‘다양한 목소리도 담아내는 것이 외연 확장’이라는 억지는 극우 유튜버 논리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에서 참패해도 강성 지지층만 붙들고 있으면 당권을 움켜쥐고 대선도 꿈꿀 수 있다는 계산이 빤하다. 사실상 유일한 야당의 대표가 이기심에 판단력을 망실한 것이 지금 한국 보수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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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6·3 지방선거가 꼭 100일 남았다”라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자해정치는 경악 그 자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도 내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상식과 국민 눈높이를 외면하는 독단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다만 한국일보 사설은 민주당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지리멸렬한 제1야당을 등에 업고 더 오만해졌다. 법조계 안팎의 우려 목소리를 무시하며 사법개혁 3법을 비롯한 입법 폭주를 고집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방선거에 맞춰 졸속으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았다. 민주당 국회의원과 시의원이 연루된 2022년 지방선거 공천비리 의혹은 수사가 한창이지만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국민의힘) 당 내홍이 심각한 상태인데도 국힘 지역구 의원의 65%를 차지하는 영남권 의원들은 대부분 이렇다 저렇다 입장 표명을 않고 있다”며 “이들이 침묵하는 진짜 이유는 다음 총선 공천때문일 것이다. 영남은 공천이 곧 당선인데, 친윤 강성 지지층과 장 대표에게 밉보이면 공천이 어려워진다. 그러니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를 외치는 세력과 동행을 선택해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국힘은 지난 대선에서 영남과 강원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패했다. 이대로면 6월 지방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국힘 전신인 보수 정당이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연패하고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존폐 위기에 몰렸을 때 활로를 되찾은 것은 영남권 중진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 덕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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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사법부가 답해야 할 것들

[이충재의 인사이트] 지귀연이 어지럽힌 법리 논란, 23일 가동하는 내란 전담재판부가 바로잡아야

26.02.23 05:48최종 업데이트 26.02.23 06:23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25-12-05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내란 재판 1심 선고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상급심에서 '조희대 사법부'가 답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비상계엄 선포 요건과 내란 성격 규정, 노상원 수첩 등 지귀연 재판부가 초래한 법리적 논란이 23일 가동되는 내란 전담재판부에서 우선 정리돼야 합니다. 특검법에서 규정한 신속 재판 이행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시 조 대법원장 제척 여부에 대해서도 답변이 필요합니다. 일각에선 윤석열 유죄 판결로 사법부 수장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한 조 대법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귀연 재판부의 12·3 내란 성격 규정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계엄 선포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내란죄 판단에서 제외한 부분입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 미흡만을 이유로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계엄 선포 요건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비상계엄은 헌법 위반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면서 당시 상황이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고,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통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결국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따지기보다는, 군대를 보내 국회를 봉쇄·마비시킨 행위로만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런 인식이 위험한 이유는 '대통령의 결단'으로 계엄 선포가 가능하다는 걸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지귀연 판결대로라면 향후 내란 재발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국회 다수당을 차지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하면서 군만 동원하지 않으면 정당하다는 논리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귀연 재판부의 비상식적인 법리가 판례로 굳어지지 않기 위해선 2심에서 올바른 법리 해석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검법이 규정한 내란 재판 '6·3·3' 조항 준수 여부, 분명히 밝히길

윤석열 내란 재판 2·3심이 얼마나 신속히 진행될지도 관심입니다. 1심에서는 지귀연 재판장이 윤석열 측에 끌려다니느라 기소에서 판결까지 1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 때문에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첫 사법부 판단이 훨씬 늦게 기소된 한덕수 1심 선고에서 먼저 이뤄졌습니다. 현재 특검법에는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재판을 다른 사건에 우선해 신속히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른바 '6·3·3' 조항으로 1심은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항소심 판단은 5월, 대법원 판결은 9월께 나오는 게 정상적입니다.

문제는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벌써부터 법원을 중심으로 '6·3·3' 조항은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윤석열 측에선 그간 재판 과정에서 내란 특검법에 따른 절차와 재판 일정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내란 1심 재판처럼 윤석열 측에서 의도적인 지연 전략을 쓸 경우 2심, 3심 선고가 예상대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6·3·3' 원칙을 명분으로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해 이례적인 속도전을 펼쳤던 점을 들어, 신속한 내란 재판 진행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윤석열 내란 재판이 대법원에 올라갔을 때 펼쳐질 상황도 우려를 낳습니다. 보수 성향으로 기울어진 대법원에서 윤석열 쪽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시각입니다.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했을 때 12명의 대법관 중 10명이 찬성했던 터라 기우만은 아니라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과거 전두환 내란 재판의 전례에 비춰보면 윤석열 재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조 대법원장의 판결 참여 여부도 관심입니다.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재판에 판관으로 참여하는 건 적절치 않은 만큼 회피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조 대법원장의 자격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습니다. 윤석열이 헌정 질서를 파괴해 법원으로부터 내란 수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그로부터 낙점받은 조 대법원장이 계속 직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주장입니다.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고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행사하는 대법원장으로서의 '민주적 정당성'이 대통령 탄핵과 유죄 판결로 상실됐다는 겁니다. 내란 단죄는 헌법 수호를 책무로 하는 사법부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내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사법부에 여전히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본질적인 질문에 조희대 사법부는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지귀연 #윤석열 #내란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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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생태적 자아와 생명권

황대권 문명전환

bau100@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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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명권’의 일개 구성원일 뿐, 겸손해야

인간 자체가 다른 생명체와의 협동의 산물

생태적 자아>공동체>생명지역>생명권으로 확장

생태계 총체적 위기 몰고 온 서구 제국주의 발상

생명 그물망 ‘생명권’, 인간지성의 그물망 ‘지성권’

‘지성권’(노오스피어)의 주체, 인간인가 AI인가?

황대권 생명평화운동가 '야생초 편지' 작가

불교에서는 ‘나’라고 하는 실체가 없다고 말하지만, 관계적 측면에서 볼 때 인간은 크게 네 개의 범주에 둘러싸여 세상을 살고 있다. 그것을 도식화하면, “나 – 지역 – 국가 – 국제사회”로 그려 볼 수 있다. 나 개똥이는 개인이면서 동시에 종로구 유권자이자 대한민국 국민이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세계시민으로서의 자각은 별로 없다. 이것이 지난 세기까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나’의 정의였다. 이 범주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국가’이다. 왜냐면 국가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국민이라면 무조건 지켜야 하는 6개의 의무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국제사회가 국가를 단위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의 국가들이 크건 작건 서로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지내면 좋으련만 꼭 깡패 같은 국가가 나타나 세상을 자기 멋대로 주무르기 때문에 나라마다 국가를 강화하기 위해 국민을 달달 볶아댄다. 전통적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다 이 범주에 든다. 생명평화 철학에 의하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하는데, 어떤 제국주의 국가도 먼저 평화를 실천하는 일은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촌부가 평화를 실천한다고 해서 미국이 평화 정책을 펴는 일은 없다. 설사 미국민의 90%가 평화를 원한다고 해도 국가 정책을 좌우하는 엘리트 그룹이 전쟁을 원하면 전쟁으로 나간다.

생태적 자아>공동체>생명지역>생명권으로의 개념 확장

이래 가지고는 세상이 좋아질 리가 없다. 힘없고 가난한 나라는 영원히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고, 부자 나라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세상을 갈궈댈 것이다. ‘나’를 규정하는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기존의 사회학적 관점 대신 생태학적 관점으로 ‘나’를 규정해 보자. 나를 둘러싼 동심원의 중심에 생태적 자아가 있고 순차적으로 공동체, 생명지역, 생명권으로 자아가 확장된다.

이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생물학적 존재로서 나는 특정 공동체에서 산다. 그 공동체는 인간 사회와 자연 생태계, 그리고 그 안에 사는 동식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내가 몸 붙여 사는 공동체의 모든 생명들과 함께 살아간다. 공동체를 넘어선 자연생태계는 생명지역(Bioregion)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생명지역은 생태적 조건이 동일한 지역을 말하는데 이는 주로 유역(流域) 또는 수계(水系 watershed)로 구분된다. 예컨대 메콩강 유역은 동일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지만 무려 6개의 국가(중국,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를 관통한다. 같은 강에 붙어사는데 강 이쪽은 캄보디아라고 부르고 강 저쪽은 태국으로 부르면서 서로 적대시한다. 중국은 메콩강 상류에 댐을 수십 개나 지어 하류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댐들을 건설하면서 수량이 줄어든 메콩강 바닥이 말라 갈라지고 있다. 연합뉴스

왜 인간은 강에 사는 메기나 붕어처럼 서로 어우러지지 못할까? 왜 인간은 강 위를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새처럼 살지 못할까? 생명지역에 국가라는 인위적 경계는 무의미하다. 오히려 국경선에 설치한 철조망과 방어벽이 생물의 이동을 가로막을 뿐이다. 나를 생명지역에서 노니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생각하면 세상의 평화는 바로 실현될 것이다.

 

남북 미주와 카리브해 등을 미국이 패권적 지배권을 지닌 '서반구'라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2026년 2월 20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그의 관세 정책 대부분이 위헌이라고 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2026.2.20.EPA 연합뉴스

생태계의 총체적 위기 몰고 온 서구 제국주의 발상

세계의 모든 생명지역을 합해 생명권(Biosphere)라고 부른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를 협박하면서 서반구를 미국의 독점적 이해가 걸린 앞마당이라고 공표했다. 서반구(西半球·Western Hemisphere)는 지구를 본초 자오선(경도 0°)을 기준으로 동서로 나눌 때 그 서쪽에 해당하는 절반을 가리킨다. 미국의 땅덩어리가 아무리 크다 한들 지구 반쪽이 자기 것이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정신병자나 하는 말이다. 세계를 이렇게 단순한 지리 용어로 인식하면 땅 따먹기식의 발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래 서구 백인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기본 틀이 되었다. 이 인식에 따라 서구는 지난 몇백 년 동안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고 20세기 들어 더 점령할 땅이 없자 인간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이 작업은 서구 기독교가 식민지를 경영하면서 지속적으로 해 온 일이었으나 그 영역이 종교에 국한되어 있고 식민지 독립과 함께 자신들의 원래 종교를 회복하면서 효력이 의심스러워졌다. 게다가 제국의 본토에서는 기독교가 쇠퇴하고 있었다. 그러나 때마침 일어난 디지털 혁명에 힘입어 인간 지성의 모든 영역을 서구가 다시 장악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초거대 IT 기업들이 이 작업의 선두에 서 있다.

이제 다시 얘기를 동심원의 중심인 ‘생태적 자아’로 돌아가자. 나를 사회적 관계로만 규정하면 힘센 놈이 지배하는 정글 사회에서 약자는 영원히 고개 숙이고 살아야 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민주주의다 삼권분립이다 인권 보호다 해서 온갖 장치를 마련했어도 기득권 카르텔이 지배하는 세상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들은 세상에 마치 인간만 사는 듯 다른 생물종과 자연생태계를 쓸모있는 도구나 자원 정도로 여기고 있다. 자기들 눈으로 쓸모없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파괴하거나 없애버린다. 그 결과가 생태계의 총체적 위기이다.

심지어 미국은 국제사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 공들여 구축한 온갖 기후협약과 국제평화를 위한 기구로부터 전면적인 탈퇴를 선언했다. 기후위기 대처와 평화를 위한 국제 협력은 돈만 처들어갈 뿐 다 거짓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서구는 잘못된 개념에 기초한 문명이 어떻게 세계를 망치고 몰락하는지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례이다.

 

2월 15일, 파나마시티의 신타 코스테라 거리에서 너구리와 고양이가 관광객들이 던져 준 음식을 먹고 있다. 2026.2.15. AFP 연합뉴스

인간 자체가 다른 생명체와의 협동의 산물

자연에서 태어나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은 마찬가지 운명의 다른 생물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몸담은 자연생태계 자체가 뭇 생명의 협동과 조화의 산물이다. 예컨대 생명 활동의 절대 조건인 산소는 수십억 년에 걸친 광합성 생물의 활동 결과인데 오늘날 대표적 광합성 군집인 숲을 대량 파괴하면서도 뻔뻔하게 기후위기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자는 태도인데 도끼로 제 발등 찍는 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이다.

인간 자체가 다른 생명체와의 협동의 결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은 태생부터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적 존재’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생명 현상 자체가 ‘공동체적 진화의 산물’이다. 이 장구한 공동체적 진화의 여정을 음미해 보는 것만으로 자신과 이웃(동식물 포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

한번 고요한 방안이나 나무 그늘에 앉아서 깊은 사유의 늪에 빠져보시길 바란다. 내 몸에서 출발해 이웃과 마을을 넘어 생명지역에서 노닐다가 지구 생명권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이것은 어찌 보면 내 몸의 확장이기도 하고, 지구 생명권의 축소(내 몸으로)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 최초의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에서는 이를 두고 “人中天地一”이라고 표현했다. “천지가 내 몸에 들어와 하나가 되었다, 또는 나는 천지와 더불어 하나이다”로 번역할 수 있다. 나에 대한 ‘생태적 자아’의 깨달음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출발이자 종착점이다. 불행히도 지금 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 가운데 이러한 깨달음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지도자인 트럼프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극악한 인물이다. 이런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를 운영하는 한 인류 문명의 멸망은 피할 도리가 없다.

 

2월 21일, 인도 구와하티 외곽의 한 논에서 인도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2026.2.21. AP 연합뉴스

생명 그물망 ‘생명권’, 인간지성의 그물망 ‘지성권’

생명권(生命圈)의 개념을 이해했으면 이제 그를 넘어선 조금 다른 범주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런데 그에 앞서 단어 정리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영어 ‘바이오스피어’(Biosphere)는 한국의 거의 모든 매체에서 ‘생물권’으로 번역하는데 나는 ‘생명권’으로 쓴다. 이는 ‘바이오리전’(Bioregion)을 ‘생물지역’이 아니라 ‘생명지역’으로 번역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생물은 물질적 느낌이 강한 자연과학 개념이다. 그에 반해 생명은 물질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정신 또는 영적인 움직임이 느껴진다. ‘살아 움직이는 신령한 물질 또는 기운’의 의미가 들어있다. Bioregion이나 Biosphere나 모두 살아있는 생명 또는 그에 해당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생물보다는 생명이란 단어가 더 적합하다고 본다.

생명권이 살아 있는 생명의 그물망이라면 보이지 않는 인간 지성의 그물망을 ‘노오스피어’(Noosphere, 지성권智性圈)라고 부른다. 노오스피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가톨릭 신부이자 고생물학자인 테이야르 드 샤르댕이다. 그는 창조론과 진화론을 결합한 가톨릭의 이단아로 인간 지성이 언젠가는 초연결망을 만들어 궁극적인 한 점(오메가 포인트)으로 수렴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꿈도 못 꾸던 시절인 1920년대에 이런 대담한 주장을 했으니 정말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들어 전 지구적 인터넷 연결망에 AI까지 결합하여 인류는 전대미문의 초연결 사회에 진입했다. 문제는 인간 지성의 초연결망인 노오스피어의 주인이 인간일지 아니면 인공지능일지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든 인간을 형상화한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지성권’(노오스피어)의 주체, 인간인가 AI인가?

그런데 여기에서 이런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노오스피어의 운영 주체가 인간이건 인공지능이건 안전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운영 주체가 만약 트럼프 같은 폭군이라면 차라리 인공지능을 그리워할 것이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염두에 둔다면 인공지능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엉터리 재판을 경험한 사람들이 AI 판사 도입을 주장하듯이 말이다. 만약 인공지능에 안전장치를 장착할 수만 있다면 인공지능이 더 안전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비교적 잘 아는 인공지능에 바둑 AI가 있다. 바둑 AI는 이미 오래전에 인간을 넘어섰다. 인간 최고수가 인공지능에게 두 점을 깔고 두는 수준이다. 가로세로 19줄이 교차하여 만든 361개 착점에 놓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대이기 때문에 바둑 AI는 계속 진화할 것이고 인간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바둑 AI의 착점을 보면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둘 수 없는 수를 곧잘 둔다. 모든 경우의 수를 종합한 결과 그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간단한 바둑의 규칙과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두 가지 목적만 주입하면 인공지능이 바둑판을 갈아엎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노오스피어를 관장하는 현존 최고의 인공지능에게 지구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는 목적을 주입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몇몇 국가들은 그린 인공지능(green AI)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이 인공지능을 악용하려 할 때 이를 누가 통제할 수 있을까? 결국,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인간이 문제로 남는다.

 

2025년 8월, 팜 비치 동물원 및 보존 협회가 제공한 사진. 생명을 위협하는 눈 감염을 앓고 있는 멸종 위기종 흰코뿔소가 짐바브웨 불라와요에서 먹이를 먹고 있고, 동물 행동 전문가들이 그 뒤편에 모여 있다. AP 연합뉴스

인간중심적인 ‘노오스피어’ 개념의 한계

노오스피어 개념은 대단히 매력적이고 유용하기는 하나 나는 제한적으로만 인정한다. 그 이유는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인 개념이고 오로지 인간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노오스피어에 과연 비인간 지성이 차지하는 영역이 있을까? 나는 지성권에 비인간 존재의 지성이 상당히 차지하리라 추측한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인간의 지성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비인간 지성이 훨씬 뛰어난 경우가 많다. 그것을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노오스피어 개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생명권 자체에 이미 모든 생명의 지성이 작용하고 있다. 그 생명권의 당당한 일원으로 참여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생태적 자아’를 깨우쳐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디지털 문명이 가져온 초유기체적 지성이 인류 진화의 새로운 단계를 열 것으로 예측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초유기체적 지성도 그저 생명권 지성의 일부이다. 중요한 것은 “생태적 자아 – 공동체 – 생명지역 – 생명권”을 하나로 꿰는 깨달음이다. 여기에 굳이 인류의 지성이나 사이버 지성, 또는 노오스피어 같은 인공적 지성권을 따로 설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人中天地一” 정도의 인간 편향은 인정한다.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의 아시마 지역에 위치한 UAE 꽃 농장에서 한 여성이 꽃들 사이를 걷고 있다. 이 농장은 에미리트 농부 모하메드 오바이드 알 마즈루에이가 소유한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으며, 개인적인 프로젝트에서 시작하여 인기 있는 농업 및 생태 관광 명소로 성장했다.2026.1.30. 로이터 연합뉴스

인간은 ‘생명권’의 일개 구성원일 뿐, 겸손해야

오늘의 얘기는 일반 생활인의 처지에서 보면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 있다. 그것은 언어가 가진 표현의 한계일 뿐,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길을 가다 마주친 한 떨기 야생화를 보고 울컥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그저 변덕스러운 나의 기분이 아니라 생명권 지성의 작용이라고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여 그 일대가 불모의 땅이 된 것을 인간의 반지성적 행위에 대한 지구라는 초유기체의 반발로 이해할 수는 없을까? 대량살상 무기를 이용한 잦은 전쟁과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코로나 팬데믹을 인간 개체 수를 조절하려는 생명권의 작용으로 볼 수는 없을까?

분자 단위의 미세한 변화에서 대륙을 가로지르는 자연재해에 이르기까지 생명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인간은 이 변화를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해하려 들지만 자연은 무자비하다. 장자가 말한 대로 ‘천지불인’ (天地不仁)이다. 우리는 천지의 변화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권의 일개 구성원에 지나지 않는다. 디지털 혁명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며 마치 인간이 자연계를 새롭게 변화시킬 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결국 생로병사라는 대자연의 법칙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겸손해야 한다. 생명권의 진지한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익히는 것도 좋지만 오래된 미래의 지혜를 구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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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법령 위반”···‘직권면직’ 김인호 산림청장 분당서 음주운전 사고

입력 2026.02.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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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경찰서.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 행위를 확인했다”며 직권면직 조치한 김인호 김인호 산림청장의 혐의가 음주운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분당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김 청장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 청장은 지난 20일 오후 10시 50분쯤 성남시 분당구 신기사거리에서 음주 상태로 자신의 차를 몰던 중 버스와 승용차 등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 청장은 신호를 위반해 직진하다가 좌측에서 신호를 받고 정상 주행하던 피해 차량들과 접촉 사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로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청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경찰은 김 청장의 신분을 확인하고 산림청 등 관계기관에 수사개시 통보를 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산림청장이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 행위를 하여 물의를 야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직권면직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재명 정부는 공직 사회 기강을 확립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정 실현을 위해, 각 부처 고위직들의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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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연이 노린 것 '시민들이 노벨평화상? 꿈 깨라!'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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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6.02.21 21:00

  • 수정 2026.02.2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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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추천 소식에 찬물 끼얹은 판결

시민들 자부심과 용기 꺾으려는 정치적 목적

찰스 1세 언급 뒤에 숨겨진 윤 어게인의 암시?

무죄 추정 우기는 장동혁과 반격 꿈꾸는 극우

조희대 사법부와 반혁명 요새 어찌할 것인가

반혁명 채찍 맞고 전진하는 위대한 시민의 빛

2월 19일 아침, 날아든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한국 국민들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는 소식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년간 광장을 지키고, 서로의 손을 붙잡으며, 촛불과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에게 그것은 고통과 불안을 견뎌낸 시간에 대한 국제적인 승인처럼 느껴졌다. 우리 스스로가 역사의 주체임을 재확인하며 벅찬 감정을 나눴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정반대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내란 사건 선고였다. 그 판결 결과는 무기징역이기는 했지만 마치 많은 시민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당신들이 2024년 12·3과 그 이후 2년 동안 했던 투쟁과 연대는 그리 대단한 것도, 역사적 의미가 큰 것도 아니었다.' 재판부의 논리는 이랬다.

윤석열의 행위는 치밀하게 준비된 쿠데타가 아니었고, 불과 3일 전에 즉흥적으로 결심한 어설픈 시도였으며, 스스로 물리력을 자제한 허술한 사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막아낸 것은 거대한 역사적 만행이 아니라, 미숙한 권력자의 일탈에 불과한 셈이 된다.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그 밤의 승리는 '별것 아닌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노골적인 조롱이다.

 

내란 우두머리 법정에서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

이것은 승리한 시민들의 뒤통수를 향한 사법 권력의 비열한 가격이었다. 재판은 단지 법률 조항의 해석이 아니고 사회적 메시지를 생산한다. 특히 국가적 중대 사안에 대한 판결은 그 자체로 역사 해석이 된다. 이것은 지귀연 재판부의 정치적 목적이 한국 사회와 역사를 바꾼 '빛의 혁명' 참가자들의 자부심, 자신감과 용기를 꺾어놓는 것에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 자신감과 용기는 계속 발전하고 확대되면서, 단지 특정 정권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를 넘어서 한국 사회를 더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방향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기득권 카르텔의 입장에서 보자. 재벌, 고위 관료, 주류 법조 엘리트, 일부 언론 권력으로 구성된 구조적 동맹은 한국 사회의 부와 권력을 오랫동안 독점해 왔다.

이들에게 광장의 집단적 각성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시민이 스스로를 정치의 주체로 자각하면, 폐쇄적 엘리트 구조는 균열을 맞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열광과 연대를 일상적 무력감으로 되돌리며 그 힘을 다시 ‘호리병’으로 집어넣는 일이다. 그래서 지귀연이 선택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과 12·3 내란의 위험성을 최대한 축소하는 방향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석열은 내란을 위해 북한과의 전쟁을 도발한 적도 없으며, 독재와 학살을 꿈꾼 적도 없는 '야당의 폭주에 가로막혀 길을 잃은 통치자'일 뿐이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통치행위론의 부활이다.

오직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려 한 점만이 문제라는 식의 논리는 장차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반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마치 '다음에는 더 일찍 결심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하며, 국회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도 비상계엄을 성공할 방법을 찾아보라'는 반혁명적 충고처럼 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뉴스

또,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꾸짖음은, 한편으로는 감옥에서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는 윤석열에 대한 살뜰한 위로처럼도 들리고,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목적의 진정성을 인정한다'는 이중적 의미로도 들리고 있다. 그러면서 지귀연은 로마와 영국의 찰스 1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자신의 박학다식을 어줍잖게 과시했다.

그 모습은 과거에 윤석열처럼 룸살롱 가서 접객원들을 옆에 앉혀두고 폭탄주를 마시며 '맨스플레인'하는 타락한 법조 엘리트들의 전형처럼 보일 뿐이다. 물론, 지귀연의 찰스 1세 언급은 단순한 현학적 지식 과시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청교도 혁명은 찰스 1세를 타도했지만, 나중에 올리버 크롬웰의 독재로 변질된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 찰스 2세로 왕정 복귀가 이루어지면서 그것은 혁명의 파괴와 피의 복수로 이어졌다. 그러니 혹시 지귀연은 극우를 향해 '빛의 혁명과 민주당의 독재를 끝내고 윤어게인과 복수의 시간이 돌아올 수 있다'는 암시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지금 윤어게인 극우 세력은 이번 판결을 통해 반격의 틈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판결 자체가 너무나 허술하고 앞뒤가 모순적으로 충돌하며, 곳곳에서 윤석열과 내란을 정당화해주는 내용을 심어 두고 있기 때문에 2심과 상고심을 통한 뒤집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은 “판결문 곳곳의 논리적 허점은 지귀연 판사가 남겨둔 마지막 양심의 흔적들”이라며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

윤석열 역시 “장기집권을 위한 여건 조성이라는 특검의 소설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며 오히려 '재판부가 나의 진정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제 진정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군이 국회에 갔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뻔뻔스럽게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선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20. 연합뉴스

물론 이번 판결은 지귀연 개인의 판단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조희대 대법원 체제, 주류 언론, 법조·관료 엘리트가 형성한 담론 지형이 그 배경에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과 정쟁에 몰두해 윤석열의 어설픈 내란을 불러왔다'는 프레임은 우리 사회의 주류적 설명 방식이었다.

그래서 많은 언론, 지식인, 엘리트들이 노상원 수첩에 대한 지적과 해석을 망상으로 치부하고 '김어준식의 음모론'이라고 했다. 그런 것을 고발하고 개혁하려는 최전선이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추미애-나경원 충돌의 아수라장'이라고 했다. 조희대 탄핵 추진이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개딸과 강성 지지층의 눈치만 보는 민주당의 무리수'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역시 주춤거렸다. 강력한 사법 개혁과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보다는, 내부 권력 구도와 차기 권력 경쟁에 휩싸여 갔다. 결국 내란 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조희대는 지금도 대법원장으로 있으면서 '사법부 독립'을 외치며 사법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윤석열을 풀어줬던 지귀연은 끝까지 재판장 자리를 지켰고 이번 같은 모욕적인 판결을 내렸다.

조희대는 여전히 인사권을 바탕으로 강력한 사법부 통제력을 가지고 있고, 새로 임명된 법제처장은 더욱 조희대와 가까운 극우적 인물이다. 이진관 같은 정의로운 판사와 올바른 판결은 소수이고 지귀연 같은 의심스러운 판사와 이상한 판결이 더 많으니, 내란전담 재판부나 윤석열 항소심 재판부 구성에도 조희대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무도한 특검이 무리하게 기소했던 사건들이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재명 정권의 신독재 광풍"을 공격했다. 나아가 이번에 지귀연이 수상하게도 판결문에서 '대통령도 수사받을 수 있다'고 적시한 것을 이용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중지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2.12. 연합뉴스

심지어 윤석열은 지귀연 판결 다음날 발표한 입장에서 “저 윤석열은 광장의 재판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라고 말하고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니다. 뭉치고 일어서야 한다"라며 극우 세력의 결집과 저항을 선동하고 나섰다. 이는 패배의 언어가 아니라 동원의 언어이고, 광장을 다시 반동의 공간으로 호출하려는 시도이다.

이 모든 흐름은 분명히 말해 준다. 윤석열의 내란도, 빛의 혁명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정부와 집권당의 권력을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사람들도, 이제는 살아있는 권력인 이재명 정부와 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 사람들도, 빛의 혁명을 지나간 과거로 생각하며 우리끼리 차이점을 찾는 데 더 몰두하던 사람들도 섣불렀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언제든 후퇴할 수 있고 시민의 각성과 연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프랑스 혁명이 공포정치와 제정복고를 거쳤고, 영국 혁명이 왕정복고를 경험했듯이, 혁명은 한 번의 선거, 한 번의 판결로 완결되지 않는다. 혁명은 반혁명의 채찍질을 맞으며 전진하고, 혁명을 절반에 그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라는 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2월 19일 아침의 자부심과 오후의 허탈감 사이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12·3의 밤에 우리가 확인했던 그 뜨거운 연대는 이제 법원이라는 성벽 안에서 공고해진 반혁명의 요새를 허무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법 권력이 역사를 모욕할 때, 그 역사를 다시 쓰는 힘은 오직 깨어 있는 시민들의 끈질긴 연대와 투쟁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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