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2023.08.25.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의지가 심상찮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탄핵 심판 위기에 놓였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받아들여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주도로 발의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던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처리 절차가 무력화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월 25일 취임 후 정부 주도의 방송장악 돌격대 역할을 해왔다. 이 위원장 취임 후 방통위는 KBS 보궐이사 임명안 및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임명안 의결 등 공영방송 이사회 구도 재편 작업에 매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KBS 사장이 친정부 수구 성향으로 교체될 수 있었다.
방통위는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독립기구다. 상임위원 5인은 대통령 지명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되는데, 이 위원장 임명 후 대통령 지명 2인(이동관 위원장, 이상인 부위원장) 체제로 운영되어왔다. 그 전에는 5월 말 한상혁 전 위원장이 면직된 후 당시 상임위원이었던 김효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이상인 3인 체제(이상인, 김현 전 상임위원)로 운영됐었다. 김효재·김현 전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2인 체제가 된 것이다.
방통위는 야당 추천 위원이 배제된 2인 체제에서 방문진 이사 해임 등 무려 14건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최민희 전 의원 등 야당 추천 위원 임명을 계속 미루면서 2인 체제에 기초한 방송장악 작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되는 6개월 이상 위원장 자리가 비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로 안건을 의결할 수 없는 상황이 놓인다. 방송장악을 위한 방통위 차원의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이 오랜 기간 중단되는 것이다. 결국 내년 4월 총선 전 방송장악을 완성하는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된다.
방통위는 당장 이달 중 주요 지상파 재허가 심사, 내년 상반기 종편 채널A와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YTN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던 방문진 이사장 해임 절차도 권익위원회 신고 절차를 동원해 재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었다.
윤 대통령의 사표 수리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절차가 사실상 무효화됨에 따라 방통위는 위와 같은 방송장악 작업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새 위원장을 지명하면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거쳐야 하지만, 헌재 탄핵 심판에 따른 최소 6개월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에 비하면 최종 임명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그나마 짧다. 여당 추천 위원만 윤 대통령이 원 포인트로 임명해서 방통위를 2인 체제로 만드는 방안도 있다. 윤 대통령이 이 위원장 탄핵 추진을 무력화함으로써 방통위 의결 요건을 충족시키는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민주당으로선 지난달 초 여당인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돌연 취소함에 따라 이 위원장 탄핵안 표결을 하지 못한 데 이어, 이번엔 이 위원장의 꼼수 사표와 이를 수리한 윤 대통령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지난달 9일 민주당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뒤 같은 날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했다. 국민의힘이 해당 본회의에서 상정·처리될 노란봉투법·방송3법에 반대해 장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예고한 데 따라, 본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탄핵안 처리를 막고자 노란봉투법·방송3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취소하면서 법안 통과 후 본회의가 산회했고, 이에 따라 해당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지 못했다.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면서, 국회의 이 위원장 탄핵소추 절차는 20여 일이나 지연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은 절차상 빈틈을 이용해 국회의 탄핵 시도를 무위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은 연이은 불의의 일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 이 위원장 사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선 이후 대응 방안에 대한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새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를 지연시키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된 교훈이 있다. 탄핵소추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탄핵소추 대상을 면직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탄핵이라는 핵심적인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무력화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탄핵소추안 발의 단계에서 임면권자의 권한 행사를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군 창건기념일인 '항공절'을 맞아 11월 30일 공군사령부와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 등을 찾아 비행사들을 격려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군 창건기념일인 '항공절'을 맞아 11월 30일 공군사령부와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 등을 찾아 비행사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비행연대 방문에는 '주애'로 알려진 둘째 자제를 동행해 비행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저녁에는 경축 연회를 마련하는 등 하루 종일 항공절 경축에 일정을 집중했다.
항공절 당일인 29일까지 정찰위성 사진자료들과 세밀조종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12월 1일부터 정식 정찰임무에 착수하는 상황을 마무리한 뒤 30일 항공절 경축행사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1945년 11월 29일 신의주항공협회를 찾아 '새 조선의 항공대를 창설하자'는 연설을 한 날을 공군 창건기념일로 기념해 왔으며, 항공절 제정은 지난 2012년 5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당시)이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하면서 이루어져 그해 11월 29일 평양에서 첫 항공절 기념모임이 개최됐다.
김 위원장은 공군사령부 작전지휘소와 작전방안연구실을 돌아보면서 공군사령관으로부터 '적정보고'와 공군의 작전계획을 보고받고는 "공군사령부가 적정관리 및 지휘체계의 정보화, 현대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또 "공군이 우리 혁명무력의 핵심군종, 실전경험이 제일 풍부하고 전투력이 강한 군종답게 작전지휘체계 현대화에서 계속 기치를 들고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상시적 전투동원태세와 전쟁수행 능력 제고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비행연대 방문에는 '주애'로 알려진 둘째 자제를 동행해 비행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둘째 자제와 동행한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에서는 비행사들의 시위비행을 참관하고 공군팀과 해군팀 사이 배구경기, 공군협주단 공연 등을 관람하고 비행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싸움의 승패여부는 무장장비의 전투적 제원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상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하는데 달려있다"며 "아무리 기술적우세를 자랑하는 적들이라 해도 우리 비행사들의 정치사상적 우월성을 압도할수는 없다"고 비행사들을 격려했다.
경축 연회에는 공군사령부 방문에 동행한 박정천 군 원수와 리영길 군 총참모장 등과 김광혁 공군사령관과 엄주호 정치위원을 비롯한 공군사령부 군정지휘관들, 관하 사단장, 여단장, 정치위원들, 연대장, 대대장들과 비행사들이 초청됐다.
국민주권연대가 30일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전쟁을 막기 위한 남·북·해외 제 정당, 사회단체, 동포들의 비상민족회의 결성을 제안했다.
국민주권연대는 이날 「전 민족 총단결로 미국과 윤석열의 전쟁책동을 저지하자!」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라며 “한반도 전쟁을 막는 길에 전 민족이 합심해 떨쳐나서자”라고 호소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전쟁은 핵전쟁이 될 것이며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라며 엄중성을 짚었다.
국민주권연대는 “한반도에 대량의 전략물자를 반입하고 유례없는 최다, 최대규모의 한·미·일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이에 맹종하는 윤석열이 이 땅을 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라면서 윤석열을 탄핵하고 반북 적대 군사행동을 당장 멈춰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국민주권연대 성명 전문이다.
[성명] 전 민족 총단결로 미국과 윤석열의 전쟁책동을 저지하자!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북한이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하자, 윤석열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평소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던 9.19군사합의를 일부 효력 정지해, 사실상 파기했다.
그나마 마지막 남아있던 안전핀을 스스로 뽑아버리고 전쟁으로의 폭주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북한도 국방성 성명을 통해 9.19남북군사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임을 밝혔다.
이런 와중에 대북 전단 살포에 이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까지 거론되니 당장 국지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핵전쟁이 될 것이며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오늘의 한반도 전쟁 위기는 윤석열의 등장부터가 근원이었다.
윤석열이 대선 후보 때부터 선제타격을 거론하며 집권 이래 시종일관 전쟁을 부르짖은 결과가 무엇인가. ‘힘에 의한 평화’에 몰두한 윤석열의 무모함은 북한의 강대강 대응을 불러올 뿐이었다.
한반도에 대량의 전략물자를 반입하고 유례없는 최다, 최대규모의 한·미·일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이에 맹종하는 윤석열이 이 땅을 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전쟁을 막기 위해 반드시 윤석열을 탄핵해야 한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보고도 국민 생명은 안중에 없는 윤석열을 하루빨리 끌어내리지 않으면 다음 전쟁터가 정말로 한반도가 될지도 모른다. 윤석열 탄핵이 평화고 안보다.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미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일 군사훈련을 막아내자. 한반도에 핵전쟁을 부르는 반북 적대 군사행동을 당장 멈춰 세워야 한다.
국민주권연대는 남과 북, 그리고 해외의 제 정당 사회단체, 동포들에게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민족회의 결성을 제안한다. 한반도 전쟁을 막는 길에 전 민족이 합심해 떨쳐나서자.
유튜브 기반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가 ‘김건희 디올 백’ 사건을 최초 보도한 것은 27일이다. 이후 제1야당 민주당은 2차례 대변인 성명으로 ‘영부인이 명품백을 받았는지 사실을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사흘 째 “코멘트할 게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매우 이례적이다.
▲ 김건희 여사가 디올 제품을 선물받는 모습이 나오는 <서울의소리>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런 가운데 상당수 언론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추적, 문제의 명품백을 직접 들고 간재미동포 최재영 목사를 직접 인터뷰하는 등으로 이 명품백을 <서울의소리>이명수 기자가 사비로 구입하여 최 목사에게 전달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에 이 기자 또한 <서울의소리>방송을 통해 자신이 백을 구입했으며, 김 여사가 크리스찬디올 제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김 여사의 단골 매장에 가서 300만 원을 주고 직접 구입했음을 영수증을 공개하므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공개된 영상에서 나타나듯 최 목사는 백을 전달했으며, 김 여사는 백을 받은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가 최 목사에 대해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이력을 토대로 “<서울의소리>가 어디서 공작금을 받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선물 구입을 위해) 북한 자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면서 그는 최 목사가 북한을 드나드는 친북인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가 ‘공작금’ 운운한 것은 사실상 사건을 ‘대공사건’으로 만들고 싶어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서울의소리>에 따르면 최 목사는 김 여사를 한 두번 만난 것이 아니다.
최 목사의 페이스북을 보면 그는 미국 시민권자로 북한을 수 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출판한 경력이 있다. 또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일도 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숨기자 않으며 자신이 ‘통일운동가’임을 공개하고 있다. 즉 북한을 수 차례 드나든 적이 있어 국정원 등 보안 당국의 ‘요주의 대상 인물’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그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으로 인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작금’ 운운으로 이 사태를 북한이 개입한 대공사건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즉 진보매체인 <서울의소리>가 북한과 연계되어 있으며, 이에 최 목사를 교두보로 삼아 김 여사에게 접근한 사건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대통령실의 ‘작업’은 성공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이 더 높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상당기간 관저는 아니지만 민간인일 때 살던 사저인 아크로비스타에 거주하고 있었어도 대통령 부부의 경호는 관저수준이었고 대북관계 안보팀도 정상적으로 운용 중이었다.
따라서 최 목사의 아크로비스타 출입은 안보팀이나 경호팀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 허가는 곧 김 여사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보안 당국의 ‘요주의 인물’이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별다른 제동없이 김 여사를 접촉하고 직접 ‘디올 백’을 전달하는 장면까지 몰카로 촬영했다는 것은 대통령실 ‘보안과 경호’가 완벽하게 북측에 노출되었다는 것이 된다.
현재까지 알려지기로는 경기도 양평출신인 최 목사는 김 여사의 부친과 동향으로 친분이 있으며, 이로 인해 1대1 기념 사진까지 찍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에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가 윤 대통령 취임식날 5부 요인, 대기업 총수, 해외 사절단 등 150명 안팎의 인원만 참석하는 외빈 만찬에도 초대 받아 아무런 제지 없이 VIP들과 사진을 찍었다는 점을 영상에서 공개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두고 국내 최고의 ‘반북’언론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조선일보는 물론 보수매체들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만약 ‘김 여사’가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였거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여사였을 때 조선일보가 지금처럼 조용할까? 또 조선일보를 뒤따르는 중앙 동아 문화 매경 한경 세계 데일리안 뉴데일리 등은 물론, 연합TV TV조선 채널A, mbn등 종편과 YTN까지 지금처럼 조용할까?
아마도 거의 전 언론이 이들 ‘김 여사’와 그 남편들을 ‘친북 간첩’으로 몰아가는 보도들을 쏟아내며 야권을 초토화시킬 것이다. 이런 면을 생각하면 대통령실 인사의 '친북’음모론 제기는 우리 언론의 현실을 말해주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윤 대통령은 국정원장과 1,2차장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정권교체기가 아닌 상태에서 국정원 수뇌부를 이렇게 교체한 경우는 없다.
물론 대통령실은 최근 일어난 국정원의 인사잡음이 원장과 1,2차장의 불협화음 때문이었다는 설명을 내기는 했으나 이는 사실상 매우 부족한 설명이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친 ‘인사 잡음’ 때문이라는 대톹령실 설명보다는 최 목사와 김건희 여사의 잦은 접촉을 국정원이 막지 못했다는 실책을 물은 것일 수도 있다. 또 경호처 수뇌부의 인사가 있거나 또는 내부 직원 인사가 있다면 이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에 추후 대통령실의 변화와 조중동 등 언론의 보도태도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가 이번 대통령실 관계자의 ‘공작금’발언 종착지가 될 것 같다. 즉 대통령실이 곤혹스러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사건을 ‘대공사건’으로 키우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조선 “공천 갈등만 남은 여당 혁신위” 한겨레 “혁신쇼, 막장 권력다툼으로 막 내린 현실 씁쓸”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전까지 ‘대역전극’ 등 판세전망에 함께 실패한 일부 보수매체가 이제와서 정부가 오판했다며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1일자 중앙일보는 편집인이 직접 나서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애초에 승산이 적은 싸움이었다”, “성과를 내려고 조급했거나 잘못된 정보로 오판했던 것 같다” 등의 유체이탈 화법을 동원해 정부를 비판했다. 엑스포 관련 보도로 비판받고 있는 서울신문, 조선일보 등도 결과 발표 이후 보도 양상이 달라졌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당 지도부에 공천관리위원장 자리를 요구했다. 지도부와 친윤·중진의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에게 공천권을 달라는 주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역시나 거절의사를 밝혔다. 혁신위가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인요한-김기현 갈등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추징금 6억7000만 원과 벌금 7000만 원도 선고됐다. 이 대표의 추가 해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 1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유체이탈 화법, 정부만 비판하는 중앙일보
엑스포 개최지를 선정한 지난 11월29일 이전부터 보수매체들은 마치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할 것처럼 보도했다. 다음은 관련 기사 제목이다.
<“49대51까지 따라왔다”… 결선서 대역전극 ‘BUSAN is Ready’> (매일경제, 11월21일)
<“49대 51까지 쫓아왔다”… 2차 투표서 사우디에 역전 노려> (조선일보, 11월24일)
<“대역전극 벌인다”…1년 늦게 뛴 부산, 사우디와 초접전> (한국경제, 11월27일)
<대역전극 노리는 부산…尹 “종료 휘슬 때까지 최선” 당부> (중앙일보, 11월28일)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사우디가 119표를 받은 반면 한국은 29표밖에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서울신문, 서울경제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불발…사우디에 석패>와 같이 ‘석패’라고 제목을 달았다. ‘석패’는 아깝게 졌을 때 쓰는 용어다. 중앙일보는 엑스포 유치 실패를 전하는 기사 제목을 <1차투표 ‘사우디 119 부산 29’...오일머니 벽은 높았다>라고 달았다.
1일 중앙일보는 고현곤 편집인의 칼럼 <엑스포 실패에서 생각해볼 것>에서 승산 적은 싸움에 정부와 기업이 총동원됐다고 비판하며 태세를 전환했다. 고 편집인은 “대통령에게 보고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다”라며 “도중이라도 버겁다고 판단했으면 세련되게 발을 뺐어야 했다.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정부가 끝까지 이길 것처럼 밀어붙여 의아했다”고 했다.
▲ 1일자 중앙일보 편집인 칼럼
고 편집인은 “실패했을 때의 출구전략도 딱히 없어 보였다”며 “우리가 모르는 비장의 카드가 있는 줄 알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별게 없었다”고 썼다. 중앙일보가 ‘비장의 카드라도 있는 줄 알고’ 정부 말을 믿었다가 판세예측에 실패했다는 걸 간접적으로 자인한 걸까? 고 편집인은 “정부가 엑스포 유치에 공들일 시간에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이나 저출산 문제에 매진했으면 지금쯤 뭐라도 진전이 있지 않았을까”라며 “엑스포를 유치하지 않고 여기서 멈춘 게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기대 못 미친 대통령실 재편…참모진, 쓴소리 주저 말아야>에서 “자기 편의 약점을 지독할 만큼 혹독하게 검증하는 ‘레드팀’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러니 대통령 입맛에 맞는 보고만 올라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과 판단이 양산돼 온 것 아닌가. 예상을 뛰어넘는 큰 격차로 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에 이르기까지 현장과 거리가 먼 대통령의 오판이 이어진 것은 대통령이 ‘예스맨의 장막’에 갇혀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 1일자 한겨레 만평
‘석패’라던 서울신문 이제와서 “29표는 충격적 결과”
지난달 29일 서울신문은 <[속보] 2030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사우디에 석패>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1일 <부산 엑스포는 불발됐지만 균형발전 과제는 계속돼야 한다>란 서울신문 전국부 기자의 칼럼에서는 “그래도 29표는 충격적인 결과다”라며 “그래서 엑스포 유치와 관계가 깊었던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등 각종 지역 현안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지역에서 나온다”고 썼다. 이어 “지더라도 박빙의 승부였다면 이런 걱정까지 할 일이 있을까”라고도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조선일보는 3면 <‘엑스포 올인’ 분위기에…정부도 기업도 객관적 보고 못해 오판>이란 기사에서 “정부와 재계는 2차 투표에서 한두 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사우디에 투표하겠다고 이미 약속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2차에서는 한국에 투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데 집중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49대 51까지 쫓아왔다’며 ‘역전’을 말했던 조선일보는 오판의 주체에서 빠진 기사다.
공천권 달라는 인요한에 “공천 갈등만 남은 혁신위”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공천권을 요구하고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 활동이 공관위원장 되기 위한 건 아니다”라고 거절하면서 대다수 신문에선 혁신위가 실패했고 두 사람 간 공천 갈등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쇄신과 희생은 없고 공천 갈등만 남은 여당 혁신위 한달>에서 “혁신위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그렇다면 공천 관리를 맡겨달라고 요청한 심리는 이해할 측면이 있지만 혁신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자청하는 것은 과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며 “김 대표가 즉각 면박하듯 거부한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혁신위가 내세운 쇄신과 희생은 사라지고 공천권 갈등만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 대표가 자기와 가까운 영남 의원(김석기 의원)을 최고위원에 앉혀 비대위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친윤 의원들은 이런 김 대표를 지지하며 박수를 보냈다”며 “말로는 윤 정권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면서, 공천권을 쥐고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 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도덕이 없다. 부모 잘못이 크다”고 했다가 사과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발언을 인용하며 “잇따른 구설에 혁신위 무용론과 조기 해체론이 제기된다”며 “여당의 변화를 기대한 국민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언론사도 혁신위의 끝을 예고했다. 경향신문은 정치면 기사 제목을 <‘벽’만 두드리다 무너지는 혁신위>라고 했고, 한국일보는 사설 제목을 <여권 난맥상만 드러내고 실패한 인요한 혁신위>라고 했다.
▲ 1일자 경향신문 정치면 기사
한겨레는 사설 <공관위원장 다툼 인요한·김기현, 무슨 혁신을 했나>에서 “애초 혁신위 스스로가 국정기조 변화와 대통령에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당정 관계 정립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눈감은 채 변죽만 울린 결과”라며 “여당의 요란했던 혁신쇼가 막장 권력다툼으로 막을 내리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했다.
이재명 분신 김용, 징역 5년 선고
김용 전 부원장 징역 5년 선고로 다시 이재명 대표에게 시선이 이동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내 분신”이라던 측근의 대선 자금 수수, 이 대표가 모를 수 있나>에서 “이제 관심은 이 대 표가 경선 자금 수수를 몰랐느냐에 쏠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람(김 전 부원장)이 이 대표 몰래 거액의 경선 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불법 자금은 1 원도 쓴 일 없다’면서 여전히 조작이라고 한다”고 했다.
▲ 1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사설 <김용 뇌물·정치자금 유죄, 이재명 대표 유관 여부 소명해야>에서 “김 전 부원장은 즉각 항소 뜻을 밝혔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자신의 최측근 인사가 대장동 관련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이 대표는 사건의 인지·유관 여부를 소명해야 한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총무원장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연임하신 분이고 건강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가셨을까?" - 칠장사 신자 안아무개(64)씨
30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앞.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입적했다는 소식을 접한 신자들과 스님들은 그의 입적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은 자승 스님이 최근까지 활동을 해온 점, 건강했던 점 등을 떠올리며 연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총무원장만 두 번... 의구심 든다"
이날 사찰을 찾은 신자들 대부분은 입구 바로 앞에 설치된 폴리스라인에 가로막혀 내부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사찰 아래 주차장에서 만난 신아무개씨는 "20년 동안 칠장사를 다녔는데 어젯밤에 사고가 난 걸 모르고 있었다. 지인이 '뉴스가 나온 걸 아냐'고 묻길래 급하게 소식을 접하고 방금 막 왔다"고 했다. 아들과 함께 사찰을 찾은 윤아무개(80)씨도 "자승 스님이 이렇게 가실 수 없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여러 신도들은 한동안 사찰 주변을 맴돌며 취재진에게 "자승 스님이 갑작스러운 입적이 이해가 안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찰 바로 아래 동네에 산다는 정아무개(74)씨는 "우리 가족은 3대에 걸쳐 칠장사를 다녔다"면서 "자승 스님은 불교계에서 거물이신데 사연이 있겠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자승 스님 법구(승려 시신)가 발견된 칠장사 요사채(승려 숙소)에 과거 방문해 봤다는 안아무개(64)씨는 "요사채는 내부가 복잡하지도 않고 몸으로 문을 팍 밀면 부수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폴리스라인 앞에서 만난 한 신자는 "자승 스님은 지난 3월에도 인도 부처님 성지를 도보로 순례하실 만큼 건강한 분"이라고, 연화라는 법명을 쓰는 다른 신자도 "갑자기 입적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의아했다. 오전에 많이 울었다"고 했다.
전국에서 칠장사를 방문한 스님들 역시 신자들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날 화재 현장을 확인하고 온 청룡사의 현소 스님은 "현장이 비참하고 처참해서 마음이 크게 안 좋다"면서도 "총무원장을 두 번씩이나 지내셨고 큰일을 많이 하신 분인데 갑자기 왜 입적하셨는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합동감식을 진행한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망·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신중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은 "소신공양(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이란 발표를 내놨다.
오후 4시 30분까지 합동감식을 마친 뒤 경기 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수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정원도 이날 자승스님이 입적한 경기 안성 죽산면 칠장리 칠장사 요사채 현장에 인력을 파견해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어제(29일) 오후 6시 50분 안성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자승 스님이 법랍 51년 세수 69세로 원적에 드셨다"며 "자승 스님은 종단 안정과 정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自火葬)을 함으로써 모든 신도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 자승 전 총무원장이 숨진 다음날인 30일 오전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월성원전 자료사진)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관계자가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김철수 기자 30일 새벽 경북 경주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 ‘지진 분석서’에 따르면, 이날 발생한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 99회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내륙에서 발생한 것으로 치면 최대 규모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도 7년 전인 2016년 9월 이곳 경주에서 발생했다. 경주에서 반복해서 심상치 않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이제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지진 진원지에서 직선거리로 10km 거리에 있는 월성원전이 지진을 견딜 수 없는 ‘비내진 앵커볼트’로 지어졌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는 규모가 크지 않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하중을 견디지 못한 안전설비들이 자리를 이탈하여 후쿠시마와 같은 심각한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 사실을 알고도 5년 이상 어떠한 조치도 없이 이를 방치했다는 게 폭로 내용이다.
원전 안전 관리 종사자의 폭로
경주 월성원전, ‘비내진 앵커’로 시공돼
“한수원·원안위 보고 받고도 조치 안 취해”
“명백한 원자력안전법 위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당 양이원영·민형배 의원과 함께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원전을 비롯한 노후 원전에 부적합 앵커볼트가 사용됐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얼마 전 의원실로 공익제보가 접수됐다”라며 제보 내용을 설명했다. 또 이날 공개한 제보내용과 관련해, 김성환·양이원영·민형배 의원은 “이를 뒷받침하는 원전 14기 앵커볼트 측정결과와 엑셀파일 14건, 규제기관의 내부 보고문건도 확인됐다”라고 강조했다.
2023년 2월 8일 월성3호기와 관련해 제출된 원자력안전심의회 내부 문건에 첨부된 검사지적사항표다. 이를 보면, 원전3호기 건물 앵커정착부 353곳 중 332곳이 지진에 견딜 수 없게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환 의원실 제공
김성환 의원실은 제보자의 제보자료도 공개했다.
‘원전 안전 관리 종사자’였다는 이 제보자는 “수년간 원전 운영허가 부적합 사안인 앵커볼트 문제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규제행위를 하지 않고,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하고 있어, 시정 조치와 책임자 규명을 위해 제보”했다고 밝혔다.
제보자료를 보면, 제보자는 2015년부터 월성원전과 13개 가동 원전의 앵커볼트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 사용된 앵커볼트가 설계도면과 다른 부실시공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제보자는 점검 당시 월성원전 1~4호기 원자로격납건물에 설계기준과 다른 ‘비내진 앵커’가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김성환 의원실은 해당 제보자료를 토대로 월성 1~4호기에 사용된 ‘비내진 앵커’가 “최소 4천개 이상”이라고 봤다. 심지어 제보자는 월성 3호기에서 앵커정착부 시공 상태가 도면과 같지 않은 140여 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각한 부실시공이 확인된 것이다.
앵커볼트는 원전의 모든 기기와 설비를 콘크리트 바닥과 벽체, 상부 등에 고정하기 위한 부품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각종 안전설비가 제자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앵커볼트가 파손될 경우 주요 설비들이 과도하게 흔들려 파손되거나 자리를 이탈할 수 있다. 그러면 원자로 냉각 등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도 안전설비가 작동을 멈추면서 폭발사고로 이어졌다. 그래서 당연히 원전을 지을 때는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앵커볼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월성원전 등 여러 원전 상당 부분에 ‘내진 앵커’가 사용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를 제보자가 당국에 보고하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보자는 해당 제보자료에서 “부실시공이 확인됨에 따라 안전성에 문제가 되어 점검결과를 KINS 원장에게 보고하고 원안위에 가서도 보고했다”며 “이에 한수원이 2018년에 원전에 대해 점검하고 평가결과를 제출했으나, 제보자가 제기한 원전 부적합 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당 양이원영·민형배 의원과 함께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원전을 비롯한 노후 원전에 부적합 앵커볼트가 사용됐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3.11.30. ⓒ민중의소리
기자회견에서 양이원영 의원은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 미치는 힘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게 지질전문가들의 증언”이라며 “그런데 지진에 취약한 원전에 이렇게 성능 미달인 부품을 사용한 것도 문제지만, 그걸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원자력계의 안전불감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도 이날 성명에서 비내진 앵커 문제와 관련해 “원자력안전법 제21조에 따른 원전 운영허가 기준에 미달하여 운영정지나 운영허가 취소를 명할 수 있는 명백한 위법사항이며, 한수원이 설계 기준 미달의 부적합 사항을 발견하고 보고·공개하지 않은 것은 원자력안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국내 원전 14기의 부적합 앵커볼트와 월성원전 방사성 무질 누설 문제는 한국 원자력 규제기관과 원전 운영 사업자의 처참한 실패와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며 “원자력안전법과 형법상 위법 사항을 검토하여 시민들과 원전 규제기관 및 한수원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실제 학계에서는 경주에 여러 개의 활성단층이 보고되고 있다. 최대 6.5~7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는 이날 지진이 발생하자 새벽에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 전 직원을 발전소로 복귀시켰다. 이후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월성 1~3호기에서 지진계측값이 최대 0.0421g(월성 1호기)로 계측됐으나 발전소에 미친 영향은 없다”라고 밝혔다.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1.30. 08:57:09 최종수정 2023.11.30. 09:11:24
함정 취재는 취재윤리상 용납되기 어려운 행위다. 그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정당한 취재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윤리적 문제와 공익적 목적이 부딪힐 때, 우리 사회는 취재 결과물에 대해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2008년 MBC의 김세의 기자(현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버)가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대 내에 여성 접대부를 고용한 유흥주점의 실태를 보도하기 위해 지인의 출입증으로 초병을 속여 잠입한 바 있다. 그해 2월 6일 <뉴스데스크> '계룡대 접대부' 보도에서 김 기자는 '함정 취재'라는 걸 숨기지 않고 몰래 찍은 영상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큰 파장을 일으켰고, 계룡대는 룸살롱을 폐쇄했다.
그러나 취재 방식에서 드러난 위법 사항은 처벌을 받았다. 이듬해인 2009년 대법원은 김 기자에게 징역 1년 선고유예 2년을 확정했다. 무단 침입한 죄가 인정됐다. 대법원은 "비록 김세의 기자가 군부대 내의 유흥업소 운영의 실태를 취재하려는 목적이었다해도 허위의 출입증으로 초병을 속여 군부대의 초소를 침범한 것은 정당 행위의 요건을 갖춰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기자는 당연히 함정 수사라는 걸 밝혔기 때문에 처벌을 각오했을 것이다. 그래서 재판부에 '반성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자신의 취재 결과물 자체의 명분에 대한 공익성을 강조했다. 여성 접대부를 고용한 계룡대 룸살롱이란 수치스런 군문화가 폐지된 것은 이런 취재 덕분이다.
함정 취재에 대한 정의는 또렸하지 않다. 통상 위법을 동원한 취재, 신분을 속인 취재나, 기자 대리인을 통한 취재 등을 말한다. 이번 <서울의 소리> 보도는 오히려 수사 기법을 연상시킨다. 범죄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 혐의자를 검거할 때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미성년자를 동원해 범죄 혐의자의 범의를 일으키는 건 문제가 되니, 미성년자를 동원하지 않고 미성년자인 것 처럼 속여서 범죄 혐의자를 유인한 후 휴대폰 등 증거물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위법적인 함정 수사인 '범의 유발형', 즉 일부러 범죄를 유발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서울의 소리>위 취재 방식이 어떤 유형에 해당할 지는 곰곰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서울의 소리>는 사실 처벌을 각오한 것 같다. 그들은 '함정 취재'라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고 있으며, 명품백을 직접 사서 최 목사에게 제공했다는 등 취재 취지와 과정을 세세히 밝히고 있다. 거의 수사 기관용 '셀프 조서'를 작성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대통령실이 영상이 공개된 27일 이후 줄곧 침묵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 등을 상대로 고발을 일삼아 온 친여(與) 단체 등도 너무 조용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가짜 뉴스' 수사에 언론사 압수수색을 밥 먹듯 하던 검찰 등 수사 기관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보수 단체에서 '함정수사'를 비판하는 몇 개의 성명이 나왔지만 그것이 위법이라면 고발이 마땅할 건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만약 <서울의 소리> 함정 취재가 '범의 유발형'이라고 한다면,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범의가 유발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피해자는 김건희 전 대표가 되겠지만, '명품백에 영부인의 범의가 유발됐다'는 여론이 퍼지는 건 아주 곤란하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다"(장예찬 최고위원)라고 주장한다. 영부인의 범행이 없는데 <서울의소리>가 '범의'를 유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서울의 소리> 취재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다고 하자.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몰래카메라 촬영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이 있을 수 있다. 경호처 직원을 피해 손목시계 카메라를 반입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도 있겠다.
그런데 이 혐의를 입증하려면 <서울의 소리>를 압수수색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김건희 영부인의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증폭된다. 최소한 수사 과정에서 명품백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그 행방은 어떻게 됐는지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조사해 특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할수록 영부인의 행위는 부각된다. <서울의 소리> 취재진이 이런 부분을 염두에 뒀는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예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서울의 소리>가 대통령실 경호처에 대한 업무 방해를 했다면, 경호처의 경호가 뚫린 것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한다. 명품을 대리 전달한 최 목사의 통일 운동 이력 때문에 '북한 연계설'도 제기되는 모양인데, 마찬가지로 북한이 연계됐는지, 북한이 연계됐는데도 경호처나 국정원은 왜 뚫렸는지, 북한이 연계된 불순한 행위가 어떻게 영부인 주변에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사실 '함정 취재'를 두고 대통령실과 여권이 고약한 딜레마에 빠져 버린 셈이다. 입장을 낼 수도, 내지 않을 수도 없는, 그리고 수사 의뢰를 할 수도, 수사를 할 수도, 그렇다고 수사를 안 할 수도 없는 그런 아주 고약한 딜레마다. 확실한 건 여론은 '함정 수사'의 부도덕함이 입증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김건희 영부인이 받은 명품백'의 행방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이다. '청탁의 대가'가 있었는지, 영부인이 국정에 실제로 개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매우 궁금해 한다는 점이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2일(현지시간) 런던 금융특구 길드홀에서 열린 런던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당 조건을 갖추고자 전국 연락망을 만드는 가운데, 지난 두달 간 대구경북 지역을 6번 순회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1월로 예고된 이준석 신당은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창당 명분으로 ‘반윤석열’을 얘기한다.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실패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26일 대구에서는 “윤석열 출범 이후 1년 반이 지났는데 오히려 삶이 고달파졌다면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어느 정도 먹히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에서 10명 중 2명이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한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조차 “(내년 총선에서) 반윤연대의 텐트가 필요하다”며 이준석 신당까지 포함한 ‘반윤 벨트’를 만들어 국민의힘을 100석 미만으로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반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명백한 착시다.
이 전 대표가 말하는 ‘반윤’이란 보수세력 내부 이전투구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장 그는 정치권에 어떤 밑천도 없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영입하고 당선시킨 일등 공신이다.
그뿐인가. 이 전 대표는 반북·반공주의, 엘리트주의, 안티 페미니즘 등에서 윤핵관들과 내용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준석과 윤핵관의 구별점은 그가 보다 세련되며 젊다는 것 외에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전 대표가 ‘반윤’을 표방한 시점만 봐도 이는 명백하다. 지난해 7월 '이준석 성접대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그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등 징계를 의결하자마자 이 전 대표는 돌연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징계 직후 윤핵관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이 당 대표직을 권한 대행하며 자신을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전 대표의 ‘반윤’이란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수사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런 내용적 실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외려 우리는 이준석 신당을 수단으로 수구보수세력이 기획중인 보수확장 전략의 위험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조중동을 필두로 한 보수언론은 윤석열 정부에 연일 비판적인 논조를 쏟아내며 이준석 신당의 영향력을 띄우는 데 여념이 없다. 여기에는 이준석 신당이 성공할 시 범여권 벨트를 만들어 보수확장에 기여하리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결국 정치의 핵심은 이념과 정책이다. 이준석 신당의 성공은 ‘반윤 벨트’는커녕 국회를 범여권의 놀이터로 만들기 십상이다.
박근혜 탄핵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 의원들은 ‘합리적 보수’를 앞세우며 ‘바른정당’을 만들었으나, 이전투구 끝에 결국 수구보수 세력의 근거지 국민의힘으로 복귀했다. 이준석 신당의 ‘반윤’에는 반윤이 없다고 말해야 할 이유다.
박빙으로 예상했던 부산 엑스포 투표에서 119대 29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참패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와 “저의 부족”이라고 사과했다. 명확한 공개 사과가 사실상 처음이라 다급한 모습이 보였다는 평가다. 예측이 크게 빗나가 급격한 여론 악화를 우려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얻은 자산도 적지 않다”며 재도전을 주문하는 사설을 냈고 동아일보는 재계를 총동원했는데 “민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 11월30일자 한국일보 1면 사진기사.
▲ 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긴급 공지 후 브리핑을 열고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제 부족’이란 표현을 3차례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들이 느꼈던 (상대국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조선 “보수적 보고 올려도 ‘왜 사기 꺾는 것 올리냐’는 질책성 반응”
▲ 11월30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무엇 때문에 정부가 오판했는지 따지는 기사들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3면 <‘엑스포 올인’ 분위기에… 정부도 기업도 객관적 보고 못해 오판> 기사에서 “정보 수집과 판단 역량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대통령이 앞장선 ‘엑스포 올인’ 분위기 속에서 객관적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가다듬지 않으면 훗날 주요 국제 행사 유치전을 벌일 때에도 잘못된 판단으로 국력을 낭비할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3면에서 “우리 편이라 판단했던 국가 상당수가 실제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기울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최소 50개국의 지지를 확신해 ‘1차 투표는 어쩔 수 없더라도 2차에선 한국을 지지해달라’는 교차투표 전략까지 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새벽 엑스포 표결 결과가 기존에 보고받은 표결 정세 판단과 다르게 나오자 (윤 대통령이) 격앙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11월30일자 동아일보 4면 기사.
실무진 사이의 ‘완패’ 분위기에도 고위층을 중심으로 낙관적 주장이 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유치 교섭 일선에서 ‘아직 한국이 확보한 표가 훨씬 부족하다’는 보수적인 보고를 올렸는데, 정부 고위층에선 ‘왜 사기를 꺾는 보고를 올리느냐’는 질책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어 “일부 기업과 주요 유치 위원들이 실적 경쟁을 벌이며 자신이 담당하는 국가의 입장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하면서 우리 측 지지표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부산 엑스포 참패, ‘졋잘싸’ 위안보다 냉정히 돌아봐야>에서 “객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뒤늦게 총선에 활용할 욕심으로 뛰어들어, 정확한 분석과 전략도 갖추지 못한 채 과도한 자원만 투입해 후유증을 키운 건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며 “한국 정부는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진영 논리식 접근으로 안이하게 사태를 판단해 실체 파악에 실패했고, 끝까지 잘못된 정보를 붙들고 있었다. 외교에서 이념 위주의 진영 논리가 얼마나 무익하고 위험한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신문의 사설은 엇갈렸다. 조선일보는 사설 <부산 엑스포 유치 재도전 검토할 만하다>에서 “이번 유치 경쟁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더욱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한다면 다음번인 2035 엑스포를 유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엑스포 외교총력전, 글로벌 자산으로 이어 가자>에서 “엑스포 유치 활동은 미래지향적 국가 발전을 위해 외교적 바탕을 다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 30일자 동아일보 사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 <‘119 대 29’ 엑스포 유치 실패보다 더 허탈한 것은…>에서 “‘119 대 29’의 표차는 아쉬움과 허탈함을 넘어 민망하기까지 한 결과”라며 “정부 관계자들은 ‘대역전극이 가능할 것’이라거나 ‘해볼 만한 수준으로 따라잡았다’고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만큼 부산 시민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실망도 컸다. (중략) 그 점에서 정부의 유치 전략, 추진 과정, 상황 판단 등에 문제는 없었는지 냉정하고 꼼꼼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조직적 개입 판단 ‘1심 유죄’
▲ 30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현역 울산시장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로, 동아일보를 제외한 아침신문이 이를 1면에 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 김미경)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29일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사건 당시 울산경찰청장)엔 선거법 위반 징역 2년 6개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징역 6개월이 각각 선고됐다. 공모 혐의를 받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적 권력이 선거에 개입하도록 범행을 계획해 주도했다”며 “황 의원과 백 전 비서관 등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채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경찰의 수사기능과 대통령비서실의 감찰기능을 부당하게 이용했다”고 판시했다. 김기현 대표는 2021년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언론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한겨레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1심 유죄, 무겁게 받아들여야>에서 “아직 1심 판결임을 고려하더라도, ‘대통령의 친구’를 당선시키려고 청와대 참모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수사기관을 동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은 엄중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를 농락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 이재명 발언에 혼란 빠진 민주당
▲ 30일자 한겨레 6면 사진기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가능성을 시사하자 당이 내분에 빠졌다. 아침신문은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에 이어 다시 한번 말을 뒤집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배분해 2016년 총선 때까지 적용됐던 룰이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오후 유튜브 방송에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집권여당에 넘어가 폭주, 과거로의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선거라고 하는 거는 승부 아니냐.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극단적 생각은 민주당의 길이 아니다”고 비판했고 김종민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고 했다. 강민정·김두관·민병덕 의원 등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지금 국민과의 약속과 눈앞의 이익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지, 기득권을 쥐고 자멸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병립형과 위성정당은 소탐대실로, 비례 몇석 얻으려다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지역구는 더 많이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 30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한겨레도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향신문은 사설 <병립형 비례·위성정당 거론한 이재명, 또 공약 파기할 건가>을 내고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나 위성정당을 유지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염두에 두고 있단 뜻으로 보인다”며 “의원 약 80명이 위성정당방지법의 당론 채택과 선거제 개혁을 촉구했음에도 당대표가 귀 닫고 거꾸로 가겠다는 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날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제 개혁 요구에도 즉답하지 않았다. 민주당만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완수할 수 있다고 믿는 게 독선이라는 사실은 2017년 촛불탄핵연대가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 <민주당, ‘병립형’ 퇴행은 대국민 약속 위반이다>에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을 여러 차례 국민 앞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앞뒤 설명도 없이 현실론을 앞세워 파기 가능성을 공개 거론한 것은 경솔한 처사”라며 “눈앞만 보지 말고, 국민을 믿고,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에 총선 당시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쁜 승리보다는 당당한 패배를 선택하자.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그 길을 잠깐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길을 또 잃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KAL 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는 29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KAL858기 사건 36주기 추모제’를 주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늘도 이렇게 속절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36주기 추모제를 지내며, 절박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외교부는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항공 KAL 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이하 유족회)가 주최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후원한 ‘KAL858기 사건 36주기 추모제’가 36년전 사건 당일인 11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홀에서 열렸다.
유인자 유족회 부회장은 ‘유족회 호소문’을 통해 외교부가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미얀마 수색이 가능해지는 즉시 예비비로 수색비용이 책정되도록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KAL858기 사건 36주기 추모제’에는 유족회 회원들과 관련단체 회원 등이 참석했지만 빈자리가 많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에 오랫동안 앞장서온 신성국 신부가 참석해 헌화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987년 11월 29일 115명의 승무원과 승객을 태운 대한항공(KAL) 858편이 미얀마 안다만해 상공에서 실종됐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이른바 ‘무지개 공작’을 문건을 작성, 12대 대통령선거와 반북 캠페인에 활용한 뒤 북한 폭파범 김현희에 의해 공중폭파됐다고 발표했다.
가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해왔고, 2020년 1월 대구MBC의 취재 및 보도로 미얀마 안다만 50미터 해저에 KAL858기 동체 추정 물체가 가라앉아 있음이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는 현지 수색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수색단을 구성했지만 미얀마의 군부쿠데타와 코로나19 등으로 수색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미얀마와의 외교적 협력은 요원한 상태다.
유인자 부회장은 “불과 50미터 수심에 잠겨, 물 밖으로 36년이 넘도록 나오지 못한 우리 가족들의 유해, 그와 끊어질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은 계속 해방을 부르짖을 것”이라면서 “KAL858기 탑승 희생자들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부디 기억해 주시고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김호순 유족회 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호순 유족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지금도 저희 유족분들은 더디게 가는 하루를 3년처럼 느끼며 안타까움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4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애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수색이 연기되어 속절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지기만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회장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해 온 유족회 회원들이 있고, 늘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며 위로와 격려, 용기를 북돋워주신 여러분이 계시니 지난 36년을 버티어 온 것처럼 또다시 힘을 내어 씩씩하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 보려 한다”며 “858기 동체를 찾아 유해를 수습하여 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그리고 온 천하에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울먹였다.
강보경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제에서 이난용 부회장이 2020년 동체 추정물체 발견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경과를 소개했고, 심병철 대구MBC 국장, 김성전 유족회측 미얀마 현지조사 참관 추천인, 심동수 폭약전문가,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고문 등이 연대사를 했다. 추모곡을 담은 영상 상영과 헌화도 이어졌다.
미얀마 해저에서 KAL858기 추정 비행기 동체를 촬영해 보도한 심병철 대구MBC 기자가 연대사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모곡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미얀마 해저에서 KAL858기 추정 비행기 동체를 촬영해 보도한 심병철 기자는 “그냥 가서 일단 KAL858기라는 것만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난 다음에 그 다음에 순서대로 조사도 하고 유해도 찾고 이런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이런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고 그냥 정부 차원에서 진행을 하는 과정에서 일이 지연되면서 결국 쿠데타로 인해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너무 안타깝고 또 보수정권으로 바뀌면서 여기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더 떨어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심 기자는 “미얀마 사정도 계속 내란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언제 정치적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준비를 하나씩 해서 상황이 개선되었을 때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 바로 일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유족 여러분 힘내시라”고 격려했다.
항공기 기장 출신의 김성전 유족회측 미얀마 현지조사 참관 추천인이 연대사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항공기 기장 출신의 김성전 추천인은 “국가가 해양과학연구소가 20억, 30억 예산을 들고 뛰어들면서 이게 완전히 흐트러진 거다”며 “잔해 위치를 파악했기 때문에 그게 대한항공이냐 아니냐에 대해서 찾아내는 거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국토교통부 예하에 철도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있다. 그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해야 한다”고 항공기 전문가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오랫동안 이 사건의 진상규명에 앞장서온 신성국 신부가 참석해 추모제 직후 유족회 회원들과 대화를 가졌고, 유족회는 인근 식당으로 옮겨 유족회 총회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유족들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날 같은 시각 서울 마포구 천주교예수회센터에서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 회원들과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관계자들이 ‘KAL858기 사건 36주기 추도모임’을 진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료사진) ⓒ뉴스1 내년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유지할 것이냐,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갈 것이냐를 두고 의원들의 견해차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각자가 판단하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셈법은 복잡하다. 이 가운데 선거제도 개편에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던 이재명 대표가 지난 28일 ‘현실론’에 기운 태도를 내비치며 당내에서는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고 있다. 민주당은 29일 열기로 한 의원총회를 취소하고, 이튿날인 30일 ‘선거제 난상토론’ 의원총회를 갖는다.
‘대국민 약속’ vs ‘정권 폭주 제지’, 민주당의 딜레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자는 쪽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대표가 한 대국민 ‘선거제도 개혁’ 약속을 떠올린다. 당시 이 대표는 ‘다당제 정치’로 나아가겠다며 위성정당 출현을 막는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의 추진을 공언했다. 민주당 의원 전원도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것에 동의하며 힘을 실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초선 의원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우리가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대원칙이 먼저다. 지금 오로지 계산기 두들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너무 부끄럽다”며 “(병립형을) 밀어붙인다면 정당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다. (국민의힘과) 야합하겠다는 거고, 거대 정당으로서 기득권을 결코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해 지도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시기인데, 그 노력을 안 하고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국민의힘이랑 협의해 병립형으로 가자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선거제도 개혁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거대 양당정치 체제에 균열을 낼 시점은 묘연해진다.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것이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겠다”는 개인의 이기심과 다르지 않다는 작심 비판도 나온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선거제도 퇴행에 대해 “소탐대실의 길”이라며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기겠다고 덤비면 민주당은 영원히 못 이긴다”고 적었다.
여기서 민주당의 딜레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할 시 지난 총선처럼 여권의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위성정당 창당 의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때는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더 많은 의석을 얻기 위해선 전례와 같이 맞불로 위성정당을 띄우거나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원내1당에서 물러날 경우 국민의힘에 국회의장 자리를 내줘야 하는 문제도 있다. 국회 운영 주도권을 잃을 수밖에 없는 수순이다.
민주당 의원총회 (자료사진) ⓒ뉴스1
‘위성정당 방지법’ 공동발의 의원들의 다른 고민
결국 병립형 회귀에 기운 의원들은 ‘한 석이라도 더 이겨야 한다’는 현실론을 앞세운다. 정치개혁 대의명분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병립형이 선악 중 ‘악’의 선택지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여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 상황이 뻔히 보이는 마당에 도덕주의를 명분으로 약속을 고집하는 건, 선거에서 패배를 예견하며 손 놓는 사태와 다름없다는 의미다.
지도부 소속 한 재선 의원은 “나도 이상론자지만 우리가 위성정당에 반대한다고 해봐야 합의가 안 된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안 만들고, 국민의힘은 만들고, 그렇게 해서 원내1당 자리를 넘겨주면 정국 주도권은 다 날아간다. 지역에서 더 많은 의석을 얻을 거라는 건 장담이 되나”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방송에서 ‘병립형 회귀’ 또는 ‘위성정당 창당’ 선택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원내1당의 위치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국회까지 지금 집권여당에 넘어가면 폭주, 과거로의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반면 ‘범야권 선거 연합’으로 200석을 만들어 여당의 퇴행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제안도 있다. 당내 정치개혁 움직임을 촉구하며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이 그 의견의 중심이다. 이 의원은 “기득권을 택하면 민심은 떠나고 민주당은 고립된다. 진보가 떠나고, 중도를 놓치고, 국민 모두의 신뢰를 잃게 된다”며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개혁 연합신당’ 구상에 호응한 이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다양한 정당들과 사안별로 연합해서 개혁 입법을 주도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는 “선거 결과는 뚜껑 열어보기 전까지 모르는데, 연합해서 200석을 만든다는 건 오만하고 교만한 태도다. 선거를 앞두고 최선을 다 해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당내 비판도 뒤따른다. 전날 민주당 의원 75명이 공동발의한 ‘위성정당 방지법’에 이름을 올린 한 초선 의원은 “위성정당 방지법에 서명한 건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라’는 국민의힘 압박용이지 이걸 어떻게 이 대표 압박용으로 쓰나”라며 “국민의힘의 명분 없는 태도를 알려야 한다”고 답답해했다.
30일 의원총회를 계기로 선거제도를 둘러싼 민주당 내 이해관계가 분출하며 논의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숙의 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의원총회 결론은 일종의 여야 논의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국민의힘과의 협상 단계도 남아있다. 선거제도는 여야 모두에게 민감한 ‘게임의 룰’인 만큼 단독 입법을 감행하기는 어렵다.
이 대표는 ‘최선의 선택’을 위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기보다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도 ‘대국민 약속 파기’ 또는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비껴가기는 힘들다.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팔레드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제173회 총회에서 2030 세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2030년 세계 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차 투표에서 가볍게 압승했다.
28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팔레드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173차 총회 1차 투표에서 부산은 투표에 참여한 165개 회원국 가운데 29표를 얻어 탈락했다. 리야드는 119표를 얻어 이겼고, 이탈리아 로마는 17표에 그쳤다.
리야드는 72%의 득표로 1차 투표 없이 개최를 확정했다. 당초 1차 투표에서 리야드의 2/3 득표를 막고 로마의 지지표를 흡수해 역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을 크게 빗나갔다. 아울러 유치전 막판 사우디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판세 분석도 상당한 과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유치전을 지휘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선정 실패 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해 노력해주신 재계 여러 기업들과, 정부의 모든 분과, 부산 시민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많은 분들의 응원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결과에 대해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그동안 182개국을 다니면서 가졌었던 모든 외교적인 새로운 자산들은 계속 더 발전시켜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11월 22일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 최대 승자로 부상한 것은 극우 포퓰리스트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자유를 위한 당(PVV, 이하 자유당)'이다. 자유당은 지난 2021년 총선에서 얻은 득표율(10.79%)의 2배가 넘는 23.7%를 득표하며 제1당으로 떠올랐다. "네덜란드는 이슬람 국가가 아니다"라는 반이민-반무슬림 구호로 일관한 자유당의 선거운동에 무려 1/4에 가까운 유권자가 호응한 결과다.
브라질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보다 더한 극우 선동가 하비에르 밀레이(그의 공약 중에는 장기매매 '자유시장' 허용도 있다)가 당선된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과 더불어 네덜란드 총선은 극우 포퓰리즘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팬데믹 와중에 드러낸 무능과 광기 탓에 한 동안 움츠러들었던 극우 포퓰리즘이 세계 곳곳에서 재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내년 미국 대선에서 제2기 트럼프 정부가 등장하는 꼴을 보게 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한데 이런 극우파 바람 말고도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서 이목을 끌만한 또 다른 중대한 흐름이 있다. 그것은 네덜란드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노동당(PvdA)과 대표적 녹색 정당인 '녹색좌파(GL)'가 결성한 선거연합정당 '녹색좌파-노동당 연합'(이하 녹색노동연합)이다. 유럽 그린딜위원회 부의장을 역임한 노동당 중진 프란스 팀머만스를 총리 후보로 내세운 녹색노동연합은 이번에 15.5%를 얻으며 제2당이 되었다.
서유럽 국가에서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이 연합하여 얻은 득표율이 15%라고 하면, "고작 그 정도냐"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 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치는 독일에서조차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지지율은 각각 15%쯤은 된다. 이에 비하면 둘이 합쳐 15%라는 결과는 실망스럽게 느껴질 만하다.
그러나 2년 전인 2021년 네덜란드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선거에서 노동당은 5.73%, 녹색좌파는 5.1%를 얻어 각각 제6당, 제7당이 되었다. 두 당 득표율은 좀 더 급진적인 입장인 또 다른 좌파정당 사회주의당(SP, 이하 사회당)의 득표율(5.98%)보다도 낮았다. 2년 전의 이 결과와 비교하면, 이번에 녹색노동연합이 거둔 성적은 두 당의 쇠퇴 경향이 반전됐을 뿐만 아니라 좌파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녹색노동연합이라는 '실험'이 어느 정도는 성과를 냈다고 평할 만한 결과다.
21세기 들어 침체에 빠진 노동당
네덜란드 정치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알아둬야 할 것은 네덜란드 하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전국을 몇 개 선거구로 나눠 전면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스웨덴, 덴마크 등과 달리 네덜란드는 전국을 한 선거구로 삼아 전면 비례대표제를 시행한다. 이런 나라는 네덜란드를 빼면 이스라엘 정도 밖에 없다.
총선에서 네덜란드 유권자는 선거구 구별 없이 지지 정당에 한 표를 던지고, 그 정당이 제출한 후보 명부 가운데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더 던질 수 있다. 그러면 각 정당 득표율이 고스란히 총 150석의 하원 의석에 반영된다. 이렇게 각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을 정확하게 일치시킬 뿐만 아니라, 의회 진입 장벽도 극히 낮다. 전국 득표율이 0.67%만 넘으면 하원 의석 한 석을 얻는다. 전 세계에서 의회 문턱이 가장 낮다.
그러다 보니 네덜란드 의회는 극단적인 다당 구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의회정부제(의원내각제)를 채택하므로, 원내 여러 정당이 경쟁하거나 대결하기만 하지 않고 서로 협력하고 합의하는 데도 익숙하다. 따라서 한국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을 떠올리며 굳이 네덜란드의 복잡한 다당 구도를 걱정해 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당 정치의 원심력이 다른 나라보다 더 강하게 작동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노동당은 어쩌면 이 원심력의 가장 커다란 희생자라 할 수 있다. 네덜란드 노동당은 해외에서는 주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총리를 역임한 빔 콕의 이름과 함께 기억된다. 콕은 비슷한 시기에 집권한 다른 중도좌파 정치가들(토니 블레어 등등)에 비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들(가령, 동성결혼 합법화나 시간제 노동자 권리 보장)을 남겼다. 하지만 이 시기에 네덜란드 노동당도 분명히, '제3의 길' 노선을 추구하며 유럽 신자유주의 질서의 한 축이 됐다.
그 후과로, 노동당은 콕이 물러난 뒤에 장기 침체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그간 노동당도 적극적으로 동의해 온 노동 유연화로 인해 최대 지지 기반인 노동조합이 구심력을 잃어갔다. 반면에 대도시의 젊은 대졸 중간계급부터 여성 시간제 노동자, 무슬림 이주 노동자 등 낯선 잠재적 좌파 지지 집단이 늘어났다. 다당 구도에서 노동당과 경쟁하던 다른 좌파정당들(녹색좌파, 사회당 등)은 노동당보다 더 성공적으로 이런 새로운 유권자층에게 다가갔다.
노동당도 나름 응전을 했다. '제3의 길' 노선에서 벗어나는 새 노선을 재정립하려 하기도 했고, 젊은 지도자를 내세워 참신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반등 효과는 대개 단기에 그쳤다. 2000년대 이후 노동당은 가까스로 20% 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한 번도 그 이상으로 지지층을 늘리지 못했다.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정치 지형은 노동당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전통적인 좌우 구도가 흔들리자 시민들의 투표 성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연립정부 구성 향배와는 상관없이 우직하게 자기가 지지하는 이념, 정책을 대변하는 정당에 표를 던졌지만, 이제는 누가 차기 총리가 될지를 둘러싸고 전략 투표를 한다. 노동당에 투표해 온 유권자라 하더라도, 노동당 총리 후보가 원내 다수의 지지를 모아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면, 더 매력적인 총리 후보를 내세운 다른 좌파나 중도파 정당에 표를 준다.
그 결과가 바로 2017년 총선 결과였다. 2012년 총선에서 24.8%를 기록했던 노동당 득표율은 이 선거에서 5.7%로 급락했다. 이는 한편으로 노동당이 보수우파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당(VVD, 이하 '자유민주국민당')' 주도 연립정부에 참여한 뒤에 활약이 두드러지지 못했던 데 대한 심판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당보다 더 유력한 총리 후보를 내세운 듯 보이던 중도파 '민주파66(D66)'에 상당수 노동당 지지층이 전략 투표를 한 결과이기도 했다.
이유야 어쨌든 이는 서유럽 국가에서 주요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가장 충격적으로 추락한 사례들 중 하나다. 비슷한 경우로는 아직까지 그리스의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 이하 '파속')'이나 프랑스 사회당이 있을 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노동당은 4년 뒤인 2021년 총선에서도 5% 대 득표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동당과 녹색좌파, 경쟁에서 협력으로
네덜란드 노동당이 쇠락하는 광경은 몇 년 전 그리스에서 벌어진 일의 판박이였다. 2010년대 중반에 그리스에서는 재정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된 파속이 몰락하자 좀 더 급진적인 좌파정당인 '급진좌파연합(SYRIZA, 이하 시리자)'이 그 빈 공간을 채우며 좌파 대표정당으로 급부상한 바 있다. 원내 좌파정당만 꼽아도 늘 5, 6개는 되는 네덜란드에서는 '시리자' 역할을 할 정당을 찾기 어렵지 않았다. 그 중에도 주목을 받은 것은 사회당과 녹색좌파였다.사회당은 작은 마오주의 정파가 지방의회에서부터 착실히 기반을 쌓으며 성장한 정당이다.
반면에 녹색좌파는 현실사회주의권이 한창 흔들리던 1989년에 4개의 좌파정당, 즉 공산당, 평화사회주의당, 급진파정당, 복음인민당이 모여 만든 정당이다. 현재는 유럽녹색당에 가입해 활동하는 녹색 정당이지만, 뿌리는 이렇게 급진좌파, 신좌파에 있으며, 이 점을 '녹색<좌파>'라는 당명에 명시하고 있다. 신기해 할 일은 아니다. 독일 녹색당만 해도 출발점은 급진좌파, 신좌파 내부의 성찰과 노선 전환이었다.
녹색좌파는 노동당이 '제3의 길' 노선을 걷던 시기에 이를 왼쪽에서 비판하며, 총선에서 때로 5% 넘는 득표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대 초까지는 노동당을 위협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다 2015년에 무슬림 이주민 2세인 1986년생 예시 클라버가 새 대표로 선출되자 바람이 일었다. 2년 뒤인 2017년 총선에서 녹색좌파는 9.1%를 득표하며 5% 대로 득표율이 곤두박질친 노동당을 제쳤다. 이대로라면 녹색좌파가 '네덜란드판 시리자'가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그리스가 아니었다. 한때 녹색좌파를 지지한 유권자 중 상당수는 4년 뒤에 녹색좌파보다 더 철저한 생태주의를 내세우는 '동물을 위한 당(PvdD)'으로 이동했다. 그 밖에도 노동당과 녹색좌파 왼쪽에는 숱한 신당이 등장했다. 노동당뿐만 아니라 클라버가 이끄는 녹색좌파도 이런 원심력에 맞서 기존 지지층을 계속 결집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두 당 모두 5% 대에 머문 지난 2021년 총선 성적이다.
녹색노동연합은 바로 이 침체와 궁지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결정적인 것은 아래로부터 "두 당이 협력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한 초당적 평당원 운동이었다. 2021년에 '적색-녹색'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 운동에는 노동당 당원과 녹색좌파 당원이 함께 했으며, 당적이 없는 시민사회 세력들도 참여했다. '적색-녹색' 운동은 두 당 집행부에 적극적인 연대를 촉구했고, 더 나아가서는 좌파 대통합 가능성까지 타진했다.
사회운동 내의 새로운 분위기도 한 몫 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이제까지는 노동조합운동과 환경운동 사이에 의견 충돌과 긴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최근 네덜란드노동조합총연맹(FNV)은 기후-생태운동과 함께 '기후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나섰다. 생태 전환을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불평등 해소 기회로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결국 노동당과 녹색좌파는 이런 흐름들에 화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21년 총선 직후 노동당과 녹색좌파는 두 당 중 어느 한 쪽이라도 빠질 경우에는 연립정부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각기 따로 보수파, 중도파와 협상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1년 뒤 지방선거에서 선거연합을 결성한 다음부터는 주 선거, 상원 선거, 유럽의회 선거 모두 공동 대응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노동당, 녹색좌파 모두 2021년부터 양당의 협력과 연대, 통합 여부를 놓고 당원투표를 지속적으로 실시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노동당은 2021년 8월에 "노동당이 다른 좌파정당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가"를 비롯해 7개의 물음을 당원투표에 부쳤다.
이 투표에서 당원들은 다른 좌파정당들과 협력하는 데 찬성하면서도(92.8% 찬성) 녹색좌파와 곧바로 공동의원단을 구성하는 데는 반대했다(54.5% 반대). 그런가 하면 "장기적으로도 녹색좌파와 합당할 가능성은 없다"는 항목에는 대다수(81.1%)가 반대했다. 아직은 녹색좌파와 협상을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 상당수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합당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였던 것이다.
이후 노동당과 녹색좌파가 각기 실시한 당원투표에서는 매번 두 당의 협력 방침이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올해 7월에 마지막으로 실시한 두 당의 당원투표에서는 총선에 '녹색노동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공동후보명부를 제출하자는 방침이 노동당의 경우 87.9%, 녹색좌파의 경우 91.8%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따라 두 당은 노동당 소속인 팀머만스를 총리 후보로 내세운 공동후보명부를 제출했고, 두 당의 정책연구소는 '정의로운 전환'을 중심에 둔 공동 공약을 작성했다. 또한 노동당과 녹색좌파 사이에 이중당적을 허용해, 노동당 당원이 녹색좌파에 입당하고 녹색좌파 당원이 노동당에 입당할 수 있게 했다.
대표적 좌파정당들이 이렇게 새 진용을 꾸려 뛰어든 선거의 판세는 지난 두 차례 총선과는 사뭇 달랐다. 녹색노동연합은 여론조사에서 자유민주국민당, 자유당과 엎치락뒤치락하는 각축을 벌였다. 선거 막판에 자유당이 상승세를 타는 바람에 일단은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라는 결과와 마주하게 됐지만 말이다.
단순한 선거연합인가, 적색-녹색 융합의 시작인가
극우 자유당이 제1당이 됐다고는 해도 자유당이 반드시 집권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녹색노동연합은 물론이고 다른 우파, 중도파 정당들도 자유당과는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당을 배제한 연립정부가 결성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에는 자유당 다음으로 많이 득표한 녹색노동연합이 연정 구성 주도권을 쥐게 된다. 혹은 끝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해 총선을 다시 실시하게 될 수도 있다.
한데 이와는 별개로 우리가 계속 주목해야 할 흐름이 있다. 녹색노동연합으로 첫 번째 결실을 맺은 노동당과 녹색좌파의 긴밀한 연대가 그것이다. 총선 이후 두 당의 협력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두 당이 공히 직면했던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려던 일시적 선거연합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복합위기 시대에 요청되는 사회민주주의/사회주의와 생태주의의 융합을 앞서서 열어나가게 될 것인가?
지금 네덜란드를 넘어 세계 모든 나라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후자의 생생한 사례다. 녹색노동연합이 이번 총선 성적이나 연정 구성 여부와 상관없이 꿋꿋이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길 바라는 이유다.
▲ 녹색좌파-노동당 연합 프란스 티머만스(Frans Timmermans) 대표가 2023년 11월 22일 암스테르담에서 네덜란드 총선을 위한 첫 번째 출구 조사 발표 후 당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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