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핵제국의 광란 진압하는 반미핵강국의 대결과 투쟁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2/18 09:21
  • 수정일
    2023/12/18 09: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개벽예감 566] 핵제국의 광란 진압하는 반미핵강국의 대결과 투쟁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12/18 [08:30]
  •  
  •  
  •  
  •  
  •  
  •  
  •  
  •  
  •  
 

<차례> 

1. 핵무력 증강에 7,560억 달러 탕진하는 미 제국

2. 잠수함에 탑재되는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

3. 신형 전술핵폭탄은 13번째 핵폭탄

4. 전략폭격기와 전투기에 탑재되는 신형 전술핵폭탄 

5. 핵무기연구소에 내걸린 개념도

6. 핵무기연구소의 전술핵탄두 생산목표

 

 

1. 핵무력 증강에 7,560억 달러 탕진하는 미 제국

 

2021년 4월 20일 미 제국 군수뇌 두 사람이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미 제국 전략사령관(당시)이며 해군 제독인 찰스 리처드(Charles A. Richard)와 우주사령관이며 육군 대장인 제임스 딕킨슨(James H. Dickinson)이다. 그들은 청문회에서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상원의원들을 흥분시키는 언사를 늘어놓았다. 그들은 로씨야가 핵무기 현대화를 “공세적으로(aggressively)” 추진하고 있고, 중국도 핵무기 확대를 “전례 없이(unprecedentedly)” 추진하고 있다고 하면서, 미 제국이 그에 대응해 핵무력 현대화 사업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11월 3일 미 제국 국방부는 연방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탄두가 2027년까지 700발로 증가할 것이고, 2030년까지 약 1,000발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년 11월 29일 미 제국 국방부는 연방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탄두가 이미 400발을 넘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중국이 이런 추세로 핵무기를 증산하면 2035년까지 핵탄두가 1,500발로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3년 10월 19일 미 제국 국방부는 연방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탄두가 2022년에 400발 이상으로 증가했고, 2023년부터 2035년까지 12년 동안 매년 100발씩 증산될 것이므로, 2035년에 중국의 핵탄두는 1,600발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미 제국 국방부는 중국의 급속한 핵무력 증강에 대처해야 한다는 구실을 내걸고 자기의 핵무력 증강사업에 더욱 광분하기 시작했다. 2023년 7월 미 제국 의회재정실(Congressional Budget Office)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 제국 국방부와 동력자원부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 동안 핵무력 증강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예산안을 연방의회에 제출했는데, 그 액수가 무려 7,560억 달러라고 한다. 예산안을 사용처에 따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 전략핵무기 현대화 사업 - 3,890억 달러

2) 전술핵무기 현대화 사업 - 60억 달러

3) 신형 핵무기 연구, 개발 사업 - 1,480억 달러

4) 지휘통제체계, 통신체계, 조기경보체계 현대화 사업 - 1,170억 달러

5) 기타 관련 예산 960억 달러

 

2023회계년도에 미 제국 연방정부의 연간 재정적자는 전년에 대비해 23% 늘어난 1조6,950억 달러(2,290조 원)에 이르렀고, 그로써 연방정부의 운영이 중단되는 파산상태(shutdown)가 눈앞에 닥쳐왔는데도, 미 제국은 핵무력 증강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전 세계 약소국들을 핵무기로 위협하고, 친미 동맹국과 친미 우호국을 핵무기로 지배하고, 반미국가를 침공하는 핵전쟁을 도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탕진하는 것이다. 

 

위에 인용한 예산안에서 주목되는 것은, 미 제국 국방부와 동력자원부가 전술핵무기 현대화 사업에 60억 달러를 책정했다는 사실이다. 60억 달러는 7,560억 달러 중에서 아주 적은 액수에 불과하지만, 미 제국이 추진하는 전술핵무기 현대화 사업을 무심히 지나칠 수 없다. 파괴력이 너무 커서 실전에서 사용하기 힘든 전략핵무기와 달리 파괴력이 크지 않은 전술핵무기는 실전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으므로, 미 제국의 전술핵무기 현대화 사업은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미 제국의 신형 전술핵무기 개발 사업은 새로운 전술핵탄두와 새로운 전술핵폭탄을 만드는 사업이다. 그 사업의 내막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2. 잠수함에 탑재되는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

 

미 제국 국방부는 2020년 2월 4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W76-2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삼지창(Trident)-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실전 배치되었다고 밝혔다. W76-2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삼지창-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수중배수량이 18,000t인 오하이오급(Ohio-class) 전략잠수함에 탑재되었다. 

 

W76 전술핵탄두는 폭발위력에 따라 3종으로 구분된다. 1978~1987년에 생산된 W76-0 전술핵탄두의 폭발위력은 100kt이다. 2008~2018년에 생산된 W76-1 전술핵탄두의 폭발위력은 90kt이다. 2018년에 생산되기 시작해 2024년에 생산을 완료할 W76-2 전술핵탄두의 폭발위력은 5~7kt이다.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에는 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 20문이 설치되었으므로 W76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삼지창-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0발을 발사할 수 있다. 미 제국은 그런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을 14척 보유했다. 폭발위력이 5~7kt인 W76-2 전술핵탄두는 히로시마 핵폭탄 폭발위력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으므로 그 전술핵탄두는 전쟁억제용이 아니라 선제타격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그런데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 켄터기호(USS Kentucky)가 2023년 7월 18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선제타격에 사용될 W76-2 전술핵탄두 20발을 싣는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이 부산에 입항한 것은, 수중에서 전술핵무기를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선제핵타격능력을 드러내 보이면서 조선을 극도로 자극한 도발 망동이 아닐 수 없다. 

 

그보다 한 달 앞서 2023년 6월 16일에는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 미시건호(USS Michigan)가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미시건호에는 전술핵탄두가 아니라 재래식 고폭탄두를 장착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Tomahawk Cruise Missile)이 탑재되었다. 미 제국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 4척을 운용하고 있다. 

 

지금 미 제국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대체할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이다. 2020년 2월 22일 미 제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잠수함이나 수상함에서 발사되는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이 앞으로 7~10년 안에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대체하여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 4척에 탑재되면, 오하이오급 잠수함 18척 전부 핵무기를 탑재하게 된다. 

 

미 제국이 개발하고 있는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은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에만 탑재되는 것이 아니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공격잠수함에도 탑재된다.

 

미 제국이 운용하는, 수중배수량이 7,000t인 로스앤젤레스급(Los Angeles-class) 공격잠수함 26척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탑재되었다. 미 제국이 운용하는, 수중배수량이 7,900t 또는 10,000t인 버지니아급(Virginia-class) 공격잠수함 22척에도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탑재되었다. 그러므로 미 제국이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면, 앞으로 7~10년 안에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 4척, 로스앤젤레스급 공격잠수함 26척,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 22척을 포함해 52척의 잠수함에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이 탑재되는 것이다.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은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1척당 154발씩 탑재할 수 있으므로,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 4척에는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 616발이 탑재된다. 로스앤젤레스급 공격잠수함은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1척당 109발씩 탑재할 수 있으므로, 로스앤젤레스급 공격잠수함 26척에는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 2,834발이 탑재된다.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은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1척당 40발씩 탑재할 수 있으므로,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 22척에는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 880발이 탑재된다. 

 

이런 사정을 보면, 앞으로 10년 뒤에 미 제국 잠수함대는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 약 4,300발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미 제국이 엄청난 수중 핵무력을 가지고 조선, 중국, 로씨야를 심히 위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신형 전술핵폭탄은 13번째 핵폭탄

 

미 제국 공군에 B61 핵폭탄이 실전 배치되었다. 1967년부터 2021년까지 생산된 B61 핵폭탄들의 명칭에는 0번부터 12번까지 일련번호가 붙었다. 그 동안 폐기된 B61 핵폭탄을 제외하고, 미 제국이 현재 보유한 B61 핵폭탄은 다음과 같다. 

 

B61-3 전략핵폭탄 (1979년 이후 545발 생산) 

B61-4 전술핵폭탄 (1979년 이후 695발 생산) 

B61-7 전략핵폭탄 (1985년 이후 600발 생산) 

B61-10 전술핵폭탄 (1990년 이후 215발 생산. 예비용 핵폭탄으로 저장됨.) 

B61-11 전략핵폭탄 (1996년 이후 50발 생산) 

B61-12 전술핵폭탄 (2021년 이후 약 100발 생산)

 

위에 열거한 수치를 보면, 현재 미 제국은 B61 핵폭탄 약 2,200발을 보유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61 전략핵폭탄을 1,145발 생산했고, B61 전술핵폭탄을 약 1,160발 생산한 것이다.

 

그런데 2023년 10월 27일 미 제국 국방부는 신형 전술핵폭탄 개발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 제국 국방부가 “계속 추진하겠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까닭은, 워싱턴 정가에서 신형 전술핵폭탄 개발문제를 두고 찬반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공화당과 군 수뇌부는 신형 전술핵폭탄 개발을 계속 추진하려고 하고,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신형 전술핵폭탄 개발을 중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신형 전술핵폭탄 개발을 반대해도, 국방부는 공화당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면서 신형 전술핵폭탄 개발을 계속 밀어붙일 것이다. 

 

미 제국 국방부가 개발하려는 신형 전술핵폭탄의 공식 명칭은 B61-13이다. 미 제국 국방부는 B61-13 핵폭탄이 개발되면 B61-7 핵폭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B61-7 핵폭탄은 타격대상에 따라 폭발위력을 340kt으로 조절한 전략핵폭탄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폭발위력을 10kt으로 조절한 전술핵폭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미 제국 국방부는 B61-13 핵폭탄이 개발되면, 그 신형 핵폭탄의 폭발위력은 B61-12 핵폭탄보다 강하고, B61-7 핵폭탄과 엇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B61-12 전술핵폭탄은 폭발위력을 0.3kt, 1.5kt, 10kt, 50kt으로 조절할 수 있고, B61-7 핵폭탄은 폭발위력을 10kt, 340kt으로 조절할 수 있으므로 미 제국이 개발하고 있는 B61-13 핵폭탄의 폭발위력은 100kt으로 추정된다.  

 

미 제국 국방부와 동력자원부는 2024년부터 10년 동안 B61-12 전술핵폭탄 300~400발과 B61-13 전술핵폭탄 약 700발을 생산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미 제국의 전술핵폭탄 보유량은 2035년까지 약 2,200발로 급증하게 될 것이다. 

 

지금 미 제국이 보유한 전술핵폭탄 약 1,160발만 가지고서도 인류를 몰살시킬 수 있는데,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신형 전술핵폭탄을 1,000~1,100발 더 만들겠다고 하니 미 제국이야말로 완전히 미쳐버린 핵제국이 아닌가!

 

 

4. 전략폭격기와 전투기에 탑재되는 신형 전술핵폭탄 

 

B61 핵폭탄을 싣고 장거리를 날아가 조선, 중국, 로씨야를 타격할 수단은 B-52H 전략핵폭격기다. 미 제국은 B-52H 전략핵폭격기 약 100대를 운용하고 있다. B-52H 전략핵폭격기는 B61 핵폭탄을 약 90발 실을 수 있다. 

 

그런 B-52H 전략폭격기가 2023년 3월부터 11월까지 한반도 남반부 상공과 동중국해 북부 상공에 10차례나 출동해 조선과 중국을 노린 선제 타격훈련을 감행하는 공중 핵광란을 저질렀다. 광란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3월 6일 서해 상공에 출동

3월 30일 동해 상공에 출동

4월 5일 서해 상공에 출동

4월 14일 서해 상공과 동해 상공에 출동

6월 28일 오끼나와 상공에 출동

6월 30일 서해 상공에 출동

7월 13일 동중국해 북부 상공과 서해 상공에 출동

10월 19일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

10월 22일 동중국해 북부 상공에 출동

11월 15일 서해 상공에 출동

 

미 제국의 공중 핵광란은 B-52H 전략폭격기 출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2017년 3월 미 제국은 F-16C 전투기에서 B61-12 전술핵폭탄을 투하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이것은 새로 개발되는 B61-13 전술핵폭탄이 F-16C 전투기와 F-16D 전투기에 각각 탑재될 것임을 예고한다. 미 제국은 F-16C 전투기 200대, F-16D 전투기 35대를 운용하고 있다. 

 

2020년 3월 미 제국은 F-15E 전투기에서 B61-12 전술핵폭탄을 투하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이것은 새로 개발되는 B61-13 전술핵폭탄이 F-15E 전투기에도 탑재될 것임을 예고한다. 미 제국은 F-15E 전투기 220대를 운용하고 있다.

 

미 제국이 운용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는 원래 전술핵폭탄을 탑재하도록 설계되었으므로, 새로 개발되는 B61-13 전술핵폭탄이 F-35A 스텔스 전투기에 탑재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미 제국은 F-35A 스텔스 전투기 약 300대를 운용하고 있다.  

 

위에 열거한 사정을 보면, 미 제국은 B-52H 전략핵폭격기 100대, F-16C 전투기 200대, F-16D 전투기 35대, F-15E 전투기 220대, F-35A 스텔스 전투기 300대에 각각 전술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 제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신형 전술핵폭탄 약 1,200발,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 약 1,200발을 생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미 제국이 앞으로 10년 뒤에 약 2,400발에 이르는 전술핵무기를 보유할 것임을 예고한다.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855대에 신형 전술핵폭탄을 탑재하려는 핵야욕에 사로잡힌 미 제국은 조선, 중국, 로씨야를 노린 공중 핵타격훈련을 계속 감행하면서 핵광란을 저지르고 있다. 또한 전략잠수함과 공격잠수함 52척에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려는 핵야욕에 사로잡힌 미 제국은 조선, 중국, 로씨야를 노린 수중 핵타격훈련을 계속 감행하면서 핵광란을 저지르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조선, 중국, 로씨야는 미 제국의 핵도발 광란을 진압해야 안전과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미 제국의 핵도발 광란을 물리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반미핵강국은 조선, 중국, 로씨야밖에 없다. 

 

미 제국의 핵도발 광란을 진압하는 투쟁에 앞장선 반미핵강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미 제국과 격렬한 전면전을 벌인 조선은 지금도 불안정한 정전상태에서 미 제국과 첨예한 대결을 계속하고 있고, 영토완정을 실현하기 위해 전술핵무력을 사용하려는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므로, 조선이 미 제국의 핵도발 광란을 진압하는 투쟁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선이 핵제국의 광란을 진압하고, 영토완정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어떻게 전개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5. 핵무기연구소에 내걸린 개념도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3월 27일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핵무기 적용수단과 작전의 목적과 타격대상에 따르는 새로운 전술핵무기들의 기술적 제원 및 구조작용 특성, 각이한 무기 체계들과의 호환성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료해하시였다”라고 한다. 이 인용구를 읽어보면, 조선이 기술적 제원과 구조작용의 특성이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이 핵제국의 광란을 진압하고 영토완정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위력적인 전술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조선의 전술핵무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2023년 3월 28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실린 사진을 보면, 화산-31 전술핵탄두가 각각 장착된 8종 전술핵무기의 핵탄두 장착부가 그려진 개념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 전술핵무기들이 미 제국의 신형 전술핵폭탄과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에 맞설 대응 수단들이다. 개념도에 나타난 8종의 전술핵무기는 다음과 같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 뒤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하는 8종의 미사일 목록이 보인다.    

 

개념도 오른쪽에 그려진 4종의 전술핵무기

1) 화성-11나형 변칙궤도비행 미사일 

2) 화성-11가형 변칙궤도비행 미사일

3) 소형 잠수함발사 미사일 

4) 근거리 전술핵 미사일

 

개념도 왼쪽에 그려진 4종의 전술핵무기

1) 600mm 전술핵 방사포

2) 무인수중핵무기 《해일》

3) 화살-1형 전략순항미사일

4)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

 

위에 열거한 8종의 전술핵무기에는 화산-31 전술핵탄두가 각각 장착된다. 보도사진에 나타난 화산-31 전술핵탄두는 길이가 약 90cm, 지름이 약 40cm, 중량이 약 200kg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에서 화산-31 전술핵탄두를 몇 발이나 생산하였는지는 외부에서 알 수 없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미 제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신형 전술핵폭탄 약 1,200발과 신형 전술핵 순항미사일 약 1,200발을 생산하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미 제국이 그처럼 많은 전술핵무기를 보유하면,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침략전쟁을 도발할 위험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그러므로 반미핵강국들인 조선, 중국, 로씨야는 약 2,400발의 전술핵무기를 움켜쥐고 호시탐탐 선제핵타격을 노리는 미 제국의 도발망동을 물리적으로 진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미 제국의 전술핵 도발 망동을 진압하고, 영토완정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 나선 조선은 전술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exponentially), 전속력으로(at full speed) 증산해야 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3월 27일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할 때도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데 대한 당중앙의 구상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전망성 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 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6. 핵무기연구소의 전술핵탄두 생산목표

 

화산-31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각종 전술핵무기를 가지고 미 제국의 핵광란을 진압하고, 영토완정을 실현할 전투역량은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이 틀어쥐고 있다. 전술핵전투단은 2022년 7월부터 조직되어 육군, 해군, 공군에 각각 배속되었다. 전술핵전투단이 앞으로 10년 동안 보유해야 할 전술핵탄두의 양을 추산하면, 화산-31 전술핵탄두의 생산목표량도 추산할 수 있다. 

  

1) 600mm 전술핵 방사포 600문 

전술핵전투단은 앞으로 10년 동안 600mm 전술핵 방사포를 탑재한 방사포차를 최소 100대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포차 1대에는 600mm 전술핵 방사포 6문이 탑재된다. 그러므로 전술핵전투단은 600mm 전술핵방사포 600문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에서 600mm 전술핵방사포를 연간 60문씩 생산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며, 방사포차를 연간 10대씩 생산하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600mm 전술핵방사포 600문이 생산된다고 보면, 핵무기연구소가 거기에 장착할 화산-31 전술핵탄두 600발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2) 화성-11 변칙궤도비행 미사일 200발 

전술핵전투단이 운용하는 여러 종류의 화성-11 변칙궤도비행 미사일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화성-11가형과 화성-11나형이다. 조선에서 화성-11 변칙궤도비행 미사일을 연간 20발씩 생산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며, 화성-11 변칙궤도비행 미사일 200발을 탑재할 발사대차를 생산하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술핵전투단이 화성-11 변칙궤도비행 미사일 200발을 운용하게 된다고 보면, 핵무기연구소가 화산-31 전술핵탄두 200발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3) 소형 잠수함발사 미사일 50발 

2021년 9월 11일 평양에서 개최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소형 잠수함발사 미사일이 전시되었다. 탄체 지름이 1m 미만인 이 미사일은 변칙궤도로 비행하며, 전술핵 잠수함에 탑재된다. 2023년 9월 6일 조선에서 진수된 전술핵 잠수함(김군옥영웅함)에는 크기가 큰 미사일 발사관 4문과 크기가 작은 미사일 발사관 6문이 각각 설치되었는데, 크기가 작은 미사일 발사관 6문에 소형 잠수함발사 미사일이 들어간다. 조선은 전술핵 잠수함 1척을 이미 건조했고, 앞으로 10년 동안 4척을 더 건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인민군 잠수함대가 전술핵 잠수함 5척을 운용하게 된다고 보면, 핵무기연구소가 소형 잠수함발사 미사일 30발에 장착할 화산-31 전술핵탄두 30발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조선은 전략핵 잠수함도 건조하고 있는데, 앞으로 10년 동안 전략핵 잠수함 2척을 건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핵 잠수함에 소형 잠수함발사 변칙궤도비행 미사일이 들어가는 발사관 10문이 설치될 것으로 보면, 핵무기연구소가 화산-31 전술핵탄두 20발을 추가로 생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4) 근거리 전술핵 미사일 200발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3축6륜 발사대차에 탑재된 근거리 전술핵 미사일이 등장했다. 이 미사일은 변칙궤도비행 미사일이다. 다른 변칙궤도비행 미사일은 50km 고도로 날아가는데, 이 미사일은 24~25km 고도로 더 낮게 날아간다. 이 미사일을 탑재한 3축6륜 발사대차에는 발사관 4문이 설치되었다. 조선이 앞으로 10년 동안 근거리 전술핵 미사일을 탑재하는 발사대차 50대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하면, 근거리 전술핵 미사일 200발을 생산해야 한다. 조선에서 근거리 전술핵 미사일을 연간 20발씩 생산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핵무기연구소가 근거리 전술핵 미사일에 장착할 화산-31 전술핵탄두 200발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5) 전략 순항미사일 300발 

조선인민군은 화살-1형과 화살-2형 전략 순항미사일을 육군, 해군, 공군에 각각 배치했다. 조선은 앞으로 10년 동안 육군, 해군, 공군에 전략 순항미사일을 각각 100발씩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에서 전략 순항미사일을 매년 30발씩 생산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선인민군 육군, 해군, 공군이 전략 순항미사일을 각각 100발씩 운용하게 된다고 보면, 핵무기연구소가 거기에 장착할 화산-31 전술핵탄두 300발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6) 중거리 탄도미사일 50발 

2023년 현재 조선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이다. 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일본 각지에 있는 미일 동맹군 군사기지들과 괌(Guam)에 있는 미 제국군 전략거점을 타격할 전략무기다. 조선은 앞으로 10년 동안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50발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에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매년 5발씩 생산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핵무기연구소가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장착될 화산-31 전술핵탄두 50발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7) 무인수중핵무기 50발  

조선은 2023년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무인수중핵무기 《해일》의 수중공격시험을 진행했다. 2023년 7월 27일 조국해방전쟁 승리 70주년 경축 열병식에 무인수중핵무기 《해일》을 탑재한 6축12륜 운반차량 4대가 등장했다. 조선은 앞으로 10년 동안 무인수중핵무기 《해일》 50발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에서 무인수중핵무기를 연간 5발씩 생산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핵무기연구소가 무인수중핵무기에 장착할 화산-31 전술핵탄두 50발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 해일-1형.     

 

위에 서술한 내용을 종합하면, 조선이 앞으로 10년 동안 생산할 화산-31 전술핵탄두는 1,450발이다. 앞으로 10년 뒤에 전술핵무기 2,400발을 움켜쥐고 미쳐 날뛰게 될 미 제국의 핵광란을 진압하려면, 조선이 보유해야 할 전술핵탄두는 그 정도 되어야 한다. 

 

2023년 10월 19일 미 제국 국방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핵탄두는 2035년에 1,600발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하는데, 조선도 2035년에는 중국과 엇비슷한 규모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에게 주어진 과업은 화산-31 전술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전속력으로 증산하는 것이다. 조선이 핵무기 생산 설비들을 24시간 만가동하고, 부족한 무기급 핵물질을 로씨야에서 수입하면, 전술핵탄두 1,450발을 생산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2023년 3월 27일 김정은 총비서의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 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금 조선에서는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데 대한 당중앙의 구상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전망성 있게 확대”하고 있으며,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 데 박차를 가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방문규 교체와 한동훈 차출설에 드러난 용산의 진심 ‘국정보다 총선’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무산과 관련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1.29. ⓒ뉴시스
방문규 산업통산부 장관이 취임 3개월 만에 교체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교체도 사실상 시기 선택만 남았다. 용산 대통령실은 장관 교체가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을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제는 방문규 현 장관이 국무조정실장을 맡다 장관으로 취임한 것이 9월이라는 점이다.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는 특별한 사유가 돌출되지 않고 3개월 만에 물러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방 장관의 퇴임은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험지인 수도권에 투입하기 위해 요청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 출생인 수성고를 나온 방 장관은 민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을 포함해 지역구 5곳 모두 석권한 수원에 투입될 예정이다. 결국 여당의 총선 카드로 3개월짜리 장관을 만들었다는 지적과 함께 산업진흥과 통상교섭이라는 국정 핵심분야가 집권세력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표류하게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용산 대통령실은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17일 안덕근 후보자 지명 발표 후 기자들은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개월 만에 퇴임하는 방 장관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저희도 아픈 부분이긴 한데 지금 장관으로 있는 것과 다음에 국회에서 일할 수 있는 분야를 보면 국가 전체로 봐서는 크게 데미지라 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국정 안정보다는 여당의 총선 전략이 우선이라는 태도가 역력하다.

윤석열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총선 출마는 물론이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유력 후보로 논의되는 상황이다. 15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친윤 주류는 일제히 ‘한동훈 추대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반해 비주류는 ‘윤석열 심판’ 프레임에 말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직 장관이 여당 대표 격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다.
당초 방 장관과 함께 한 장관 후임 인선 발표가 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이날 발표에는 빠졌다. 한 장관 교체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단 당에서 여러 가지 의견 수렴도 하니까 좀 살펴보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당장 한다, 안 한다 말하긴 좀 (어렵다)”고 답했다. 한 장관 비대위원장 추대에 대한 당내 이견 등을 살펴보고 인사 발표 시기를 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남북, 군사적 충돌만 남았나?

[2023년 송년특집②] 남북 관계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12.18 07:00
  •  
  •  수정 2023.12.18 07:04
  •  
  •  댓글 0
 

2023년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국제적 차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지속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전이 가세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얼어붙었습니다. 몇 년간 아무런 변화 없이 꿈쩍도 하지 않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의 답답함에 아쉬움을 보내면서, [2023년 송년특집]을 ①한반도 주변 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터져나오는 공통된 평가다.

남북관계도 대표적이다.
어렵사리 유지해온 남북간 평화유지를 위한 모든 신뢰와 제도적 기반들이 그 짧은 기간에 되돌려졌다. 남북은 서로 혐오와 적대의 말폭탄, 전략무기의 향연을 벌이고 있으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들도 무력화돼 언제 군사적 충돌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에 놓여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고 볼 수 있고, 53년 정전체제의 민낯을 다시 찾았다고 볼 수도 있다.

말폭탄을 넘어 법제화로

“북한의 공산전체주의 시스템은 활기찬 시장도, 앞선 기술도, 미래의 인재도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실패했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압도적이고 강력한 힘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언제라도 그러한 힘을 사용할 것이라는 단호한 의지에 의해서 구축되는 것입니다.”, “ 북한 주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국의 혹독한 감시와 처벌 속에 기본적인 인권조차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8일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쏟아낸 말들이다. 대화상대가 아닌 힘으로 구출해야 하는 ‘실패한 국가, 불쌍한 인민’이라는 프레임이다.

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의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자체가 싫다”,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라는 인상적인 비난에 이어 올해는 주로 미국을 상대로 비난을 퍼부었으며, “바보들이기에 일깨워주는데 대륙간탄도미싸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등 비교적 관심밖 곁가지 취급을 했다.

화룡점정은 [조선중앙TV]가 10월 2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을 보도하면서 남측을 ‘괴뢰’(꼭두각시)라 부르고 자막에도 그렇게 표기한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말폭탄도 지겨운 단계가 된 남북은 적대관계의 법제화, 법제화된 평화관계의 무력화를 진행했다. 적대관계 제도화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북한이 9월 헌법을 ‘수정보충’해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한다”를 헌법에 명시했고 지난해 11월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발사를 기념해 이날을 ‘미사일공업절’로 제정했다.

남측은 헌법재판소가 9월 26일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전단살포 규제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해 대북 전단을 규제할 법적 수단이 사라졌고,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민간교류협력을 차단하고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민간단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6월 14일 지난 2020년 6월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책임을 물어 북측을 상대로 447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현실성 없는 제소지만 북한 때리기에 유용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당연히 공식적인 남북간 인적교류와 물적교류는 모두 전무했다. 인도적 대북지원이나 미미한 인적교류마저 완전히 끊긴 것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혹시 윤석열 정권이 비밀리에 대북 메신저를 보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전두환 정권 등 독재정권들은 물밑으로 전형적인 이중 플레이를 폈던 전례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기존의 남북관계와 민간교류를 샅샅이 헤집어보고 있다.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재조사와 대북지원단체들에 대한 조사가 대표적 사례이다. 지난 시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과의 접촉도 문제삼고 있다. 나아가 예산을 미끼로 행사에서 ‘평화’나 ‘통일’이라는 단어를 빼고 ‘자유’나 ‘인권’ 등을 내세우라는 압력을 받은 단체가 있을 지경이다.

북 돈줄죄기와 인권 이슈화, 그리고 독자제재

한미일의 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아랑곳 않고 핵⸱미사일 개발로 나아가고 있지만 거부권을 가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어떤 대북 규탄성명이나 제재결의도 채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한미일은 숱한 독자제재만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2월 1일자 독자제재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개인 75명과 기관 53개가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남북간 교류가 끊기 마당에 쏟아내는 독자제재가 북한에 얼마나 압박이 될지는 미지수다. 마지막 12월 1일자 독자제재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 처음으로 호주까지 같은날 독자제재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른바 대북제제의 국제연대 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

등장부터 논란을 일으킨 김영호 통일부장관은 지난 11월 6일 취임 100일을 맞아 ‘원칙있는 남북관계 정립’를 내세우며 △북한 인권 개선 △이산가족·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 △북한 실상에 대한 대국민홍보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통일부는 오는 12월 ‘북한인권로드맵’을 발표하고 연초에 공개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 이어 조만간 『북한 경제·사회 실태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한미일 대북수석대표들과 수시로 유무선 협의를 갖고 북한의 ‘군사도발’ 때마다 강력 비판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자 독자제재 등을 통해 북한 ‘돈줄죄기’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주로 가상화폐 탈취 등 IT분야와 해상환적 등을 감시, 적발하는 것이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실행을 독려하고 있다. 물론,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적 차원에서 이슈화하는 것도 외교부의 몫이다.

최근 진행된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서도 “사이버 범죄, 또한 암호화폐 세탁에 따른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언급됐으며, 12월 7일 일본 도쿄에서 제1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외교당국간 실무그룹’ 회의가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9.19군사합의 무효화와 전략자산 대결

북한 돈줄죄기와 인권 문제 이슈화가 통상적인 압박책이라면 군사분야의 압박책은 군사적 충돌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의 수준이 다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가속화와 한미일의 군사대응 강화, 미국전략자산 전개 등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 정상은 ‘워싱턴선언’(4.26)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라고 천명했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2월 15일 워싱턴D.C.에서 “올해 미국 전략자산은 한반도 인근에 총 17회 전개됐다. 이는 작년의 5회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요약했다. 김 1차장은 "핵 전략의 기획과 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계속 협의해서 내년 중반까지 완성하기로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지금도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미주리함’(SSN-780)이 17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상태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7일 “연말연시를 앞두고 까지 조선반도 지역에 또다시 핵전략수단들을 들이미는 미국의 도발적 행위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17일 밤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올해 미국을 사정거리에 둔 신형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을 4월과 7월 시험발사해 성공했고, 숱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단행했다. 또한 세 번만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 발사해 궤도에 진입시켰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결국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제1조 제3항에 대한 효력 정지를 추진하고, 과거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활동을 복원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북한 국방성은 11월 23일 성명을 통해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는 9.19북남군사분야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9.19군사분야 합의라는 안전장치가 뽑힌 셈이다.

남북간 통신선도 지난 4월초 이후 끊긴 상태다. 지난 10월 말, 표류해온 북한 선박을 돌려보낼 때도 ‘유엔사 및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상황을 전파하고 통보’해야 했다. 남북간 긴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직접 의사소통 방법이 막혀있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사적 충돌 위험과 국민의 선택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치는 강화되고 이를 억제할 제도적 장치들은 사라짐으로써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이제 현실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구나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등 국내 정치 상황이 남북간 군사적 충돌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평화를 깨뜨리는 어떠한 군사적 충돌도 있어서는 안되고 더구나 걷잡을 수 없는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의 확전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민족의 비극이자 인류의 비극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진보보수를 떠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데 모든 힘을 우선적으로 기울여야 할 때이다.

올해 북러 정상회담과 북중 정상간 서신 교환 등 북중러 3각 협력이 강화되고 한미일 3각 공조가 심화되는 것은 결국 남북간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의 공간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북미, 북일 간 대화, 한중, 한러간 대화가 병행되면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터야할 것이다. 북한도 결국 남북관계 개선이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우리 민족이 생존, 번영할 수 있는 길임을 재확인해야 할 것이다.

우스개로 지난 9월 최재형 목사 몰카에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가 “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이렇게 좀 끊어지면 좀 적극적으로 저는 남북 문제 제가 좀 나설 생각이예요. 정말로”라고 말한 대목을 주목하며 “남북 문제도 김건희가 나서야 할 판”이라는 탄식마저 나오고 있다.

‘러시아-우쿠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 중이고, 대만과 한반도가 다음 전장터로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악몽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흐름을 멈춰세우지 못한다면 비극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내년에 중요한 선거들이 기다리고 있다. 1월 대만 총통선거, 3월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대선,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 일본 중의원 선거도 10월로 예정돼 있지만 앞당겨질 수도 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한반도의 일촉즉발 상황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는 드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이면 윤석열 정부 3년차이다. 야당도 국민도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멈춰세우기 위해 모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통령 거부권 남발, “이러다 나라 망한다”‥이제 국민이 대통령 거부할 차례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3.12.16 18:48
  •  
  •  댓글 0
  •  
  •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시국대회

    ⓒ 김준 기자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간호법, 노조법, 방송법까지 노동자‧농민‧민주시민의 생존권을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의 명분 없는 거부권 남발에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시민언론연합, 참여연대 등 각계 시민사회 대표자는 지난 12일 윤석열 정부의 지속적인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한 데 이어 16일 광화문 새문안로에서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시국대회에서 송성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국민 63.4%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잘못됐다고 판단한다”라며 “윤석열 정권은 국민을 기만하고 위해를 가하는 폭력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러다 ‘김건희 특검’도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면서, “윤석열 정권은 3권분립의 헌법정신을 파괴한 반민주적 정부”라며 ‘윤석열 거부 투쟁’을 결의했다.

    ⓒ 김준 기자

    전국비상시국회의 김상근 목사는 이날 “코로나19 때 국민 모두가 빚을 진 간호사에게 윤 대통령은 ‘간호법 거부’로 답했다. 일하다 죽지 않게 해달라고 파업하면 수십억 손배가압류를 때린다.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런 일 막아달라는 노조법 개정안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약자와의 공감 능력 빵점”이라며, “절차 안지키고, 법 안지키고, 체면 몰수하고, 국민 눈치 개의치 않고 거부권 즐기는 윤 대통령의 민주파괴가 도를 넘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러다가 나라 망한다”라며, “대통령 귀에 박히도록 외쳐보자, 제멋대로 거부권 몰아내자, 민생 구하자, 전쟁 막자, 사람 살맛나는 세상 다시 만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부정하는 대통령, 언론을 장악해 국민의 귀와 입을 막는 대통령, 국회를 무너트리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통령, 민주주의를 후퇴하고 전쟁을 위협하는 대통령, 이놈의 대통령을 그대로 두겠냐?”라며, “우리 손으로 끌어내자”고 호소했다.

    ⓒ 김준 기자

    강추위 속에 시국대회를 진행한 참가자들은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숭례문까지 행진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행진을 마무리 하며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군부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자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집요한지를,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리고 한번 빼앗긴 민주주의를 되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라며, “국민이 대통령에게 준 권력을 자신의 측근과 처가 비리를 덮는 데 이용하고,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은 내팽개친 정권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이 민주주의 역사”라고 일갈했다.

    한편 이날 부산, 울산, 제주 등 지역에서도 ‘대통령 거부권 규탄 시국대회’를 진행했다.

    ▲울산 남구 삼산동 일대에서 진행된 대통령 거부권 규탄 울산시국대회

    ▲부산 서면 일대에서 진행된 '2024 윤석열 없는 해로!' 거부권 남발 윤석열을 거부한다 7차 부산 시국대회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아 서울민국! 정치인은 표 얻고 토건족은 떼돈 버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12/17 10:51
  • 수정일
    2023/12/17 10:5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철도는 혐오시설이 아니다 ①] 일본은 왜 '철도 지하화' 하지 않을까

 
 

 

 

지난 10월 말, 일본 철도 JR 관계자 만남과 현장 실사를 떠나기 위해 공항에서 대기 중 우연히 본 뉴스 하나가 일본 답사 일정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성동구, 송파구, 광진구 구청장이 지상 구간으로 운행되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의 한양대역 – 잠실역, 성수역 – 신답역 구간의 지하화 추진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기사였다. 기사는 도심을 관통해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도시철도 지상 구간을 지하화하기 위한 공동의 첫걸음이라고 추켜세웠다.

 

철도 지하화는 지난 수십 년간 철도가 지나는 모든 곳의 정치인들이 한 번쯤 내세웠던 공약이었다. 주민 불편 해소와 지역 개발 논리를 앞세워 선거철이면 좀비처럼 살아났다. 지하화 공약에는 여야의 구분도 없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서울 지하철 1호선과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간조선>은 21년 10월 17일자 기사를 통해 이재명 후보의 지하화 공약은 주변 교통에 미치는 악영향과 막대한 재원 마련 논란 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대형 토목 공약이라며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도가 그려진 도판을 준비해와 직접 철도 지하화 공약을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보다 더 광범위한 전국적 철도 노선을 대상으로 했다.

 

철도 지하화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뜻을 모았고 국토부가 나서 '철도시설 지하화 및 상부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예산인 22조가 투입됐다는 4대강 사업의 두 배가 넘는, 45조로 예상되는 대규모 토목 잔치가 열리게 되는 판이다. 국토부는 도심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은 막대한 비용과 낮은 경제성, 복잡한 규제 때문에 추진이 어려웠으나 특별법 제정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해질 것 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설명을 찬찬히 뜯어보면 막대한 비용과 낮은 경제성의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지만 특별법으로 어쨌든 실행하겠다는 내용이다. 어느새 지상 철도는 정치인들이 주민을 위해 개선해야 할 혐오시설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 거대한 개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상 철도가 사라진 공간은 거대한 부동산 개발 계획으로 가득 차 있다. 재원의 상당 부분은 민간투자 유치다. 한국 사회에서 진행된 민자사업들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합법적 장치로 기능해왔다. 지상에서 철도가 사라지면 시민들은 행복해질까? 

 

45조의 예산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을 대상으로 집행된다. 집권 여당은 서울 주변의 경기도 도시들을 서울로 편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호를 서울민국으로 바꿔야 하는게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반 지방 정책들이 구사되고 있다. 서울을 거대 블랙홀로 만들고 있다. 

 

지상철도 지하화의 문제는 정치인들은 표를 얻고 토건족들은 떼돈을 벌지만 서울의 고질적인 교통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은 지옥철로 불리는 교통 환경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접근성을 기준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아직도 상당 거리를 마을버스에 의지하는 등 적지 않은 지역의 주민들이 철도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많은 노선들은 인간이 감내할 수 없는 혼잡도를 보이고 있어 용량 증대나 대체 노선 확보가 필요하다. 장애인이나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확충도 필요하다. 

 

그런데 지하화 공약은 위에서 열거한 문제들을 조금도 개선하지 못한다. 지금 존재하는 지상 철도를 그저 지하로 넣겠다는 것이다. 45조나 쏟아붓는데 교통 여건은 나아지지 않는다. 이게 무슨 민주공화국의 공약이요 정책인가?

 

철도지하화 공약의 이면에는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부동산 욕망이 똬리를 틀고 있다. 지하화로 확보된 철도 부지 개발을 통해 너도나도 한 몫 잡고 말겠다는 욕망이 지하화 공약을 미는 거대한 추진체가 되었다. 철도 관련 최신 뉴스를 보려면 부동산 커뮤니티를 찾는 게 가장 빠르다. 서울 철도 구간의 지하화가 시도되면 주변 땅값과 집값의 고삐가 풀리게 된다. 서울의 자치구가 모두 서초, 강남구가 되겠다는 욕망을 갖는 순간 서민들이 살 자리는 사라진다.

 

대통령과 서울시장, 지자체장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이들을 하나로 묶는 철도 지하화는 신념체계를 넘어 신앙이 되었다. 한정된 자원을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민주공화국 정신이 사라진 그만큼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도쿄 도심을 질주하는 지상 전철은 시민들의 삶에 녹아든 일본의 아이콘이 되었다ⓒ박흥수

 

나리타 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도교 시내 숙소에 도착한 곳은 우에노 역 근처였다. 우에노 역은 도쿄에서 일본 동북지역으로 향하는 고속열차 신간센과 재래선 열차 노선의 주요 기점이다. 서울역이 14번 승강장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우에노 역은 지하 신간센 승강장을 비롯해 지상과 고가까지 22번 승강장을 갖고 있는 거대 역이다.

 

 

 

 

 

 

10개의 선로가 있는 고가철도는 한국의 철도 지하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쿄도지사나 일본 총리, 도쿄도 지역구 의원들이 도쿄 곳곳의 지옥 같은 지상철도를 지하로 넣겠다는 공약을 내지 않는다.

철도 지하화론자들은 지상 철도가 지역을 갈라놔 발전을 저해한다고 한다. 도심 철도가 지역을 나누는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이런 문제로 철도 주변이 낙후되거나 발전이 저해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도심 철도 주변 지역의 발전은 철도를 그대로 놔두고도 할 수 있다. 현대 도시에서는 철도 주변이 낙후되는 것이 아니라 역세권 효과를 타고 더 세밀한 개발로 철도가 파생시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4~5복선의 거대 고가철도를 보는 도쿄 시민들은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오랫동안 지상 철도는 도쿄시를 구성하는 자연스러운 구조물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일본, 특히 도쿄의 일상을 상징하는 장면은 도쿄 타워가 아니라 고가철도 위를 달리는 전철이다. 회사원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신주쿠 거리 위 철교를 통과하는 열차는 일본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우에노 역에서 고가철교 밑을 따라 차도를 하나 건너면 재래시장 아메야요코초를 만난다. 남대문 시장과 비슷한 풍경을 보여주는 이 재래시장은 고가철교 구조물 아래 형성된 상점을 중심으로 주변으로 확장됐다. 저녁이면 퇴근길 회사원과 전 세계에서 몰린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시장을 가득 메운다. 시장통을 걷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머리 위 고가철도에서 굉음을 날리며 달리는 열차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달리는 열차는 그저 일상에 녹아든 풍경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도심 지상 고가 구간을 달리는 신간센과 관영 전철 ⓒ박흥수
▲선로와 건물이 닿을 정도로 밀착해 도쿄 시내를 달리는 신간센 고속열차 ⓒ박흥수

 

도쿄 지상을 달리는 철도 노선이 특이한 점은 선로가 주변 건물이나 거리에 바짝 붙어있다는 것이다. 중년 남자가 퇴근길 전철에서 역에 붙어 있는 건물의 댄스 교습소 창문을 보고 춤을 배우러 다니면서 삶이 변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가 <셀위댄스>이다. 

 

지난해 일본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철도 로드무비라고 해도 무방하다. 주인공 시골 소녀는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기차 타고 도쿄까지 가게 된다. 이때 위험에 빠진 도쿄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장면은 도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도 구간이라는 오차노미즈 역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 <카페 뤼미에르>의 엔딩 크레딧 배경 화면을 장식하는 오차노미즈 역은 지하철과 지상 전철의 3개 노선이 운하를 끼고 교차하는 곳이다.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은 잠깐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이 아름다운 교차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힐링 타임을 갖곤 한다. 

 

전철에서 창문을 열고 손을 뻗으면 아파트 발코니에 널은 빨래를 걷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밀착해 달리는 도쿄 전철 선로에는 그 흔한 방음벽도 보이지 않는다. 철도가 시민들의 삶과 나란히 존재하고 있는 일본의 풍경과 혐오대상이 된 한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도쿄 노면 전차 ⓒ박흥수

 

도쿄 시내에는 한국에서는 진즉에 사라진 노면전차가 아직도 달리고 있다. 일부 구간은 지역을 가르는 전용노선이 있고 일부 구간에서는 차도 위를 자동차 속에 섞여 함께 달리기도 한다. 도쿄 사쿠라 트램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이 노면전차는 노선 주변 지역 주민들이 애용하는 교통수단이자 도쿄 교통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라면 효율성에 밀려 사라졌을게 분명한 노면전차가 지금은 더 큰 효용을 발휘하며 건재하고 있다.

 

45조로 예측되는 지상 전철 지하화라는 수도권 중심 거대 토건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 예산의 절반 이상은 철도 수송분담률을 높이기 위한 지역 철도망 구성에 투자되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과 기후위기 대응에 꼭 필요한 일이다. 나머지 예산은 수도권 철도망의 유기적 구성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지하철 혼잡률이 극심한 노선에 대한 보완 노선 건설이나 용량증대가 우선이다. 이른바 '헬'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1, 2, 4, 5, 7, 9호선과 경의 중앙선, 김포 골드라인 같은 교통환경을 그대로 두고 멀쩡한 철도를 땅속으로 밀어 넣는데 돈을 쏟아붓는 일은 세기적 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도쿄 번화가를 관통하는 오차노미즈 역 풍경 ⓒ박흥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거부권 남발, 군사독재정권이냐"... 한파 뚫은 '윤석열 거부' 함성

[현장] 광화문에서 거부권 규탄 시국대회 ... "쌍특검도 거부? 국민적 저항 직면할 것"

23.12.16 16:21l최종 업데이트 23.12.16 19:08l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부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이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시국대회를 열었다.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부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이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시국대회를 열었다.
ⓒ 박수림

관련사진보기

양곡관리법부터 간호법, 최근 노란봉투법, 방송3법에 이르기까지, 거부권을 반복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시민사회의 저항에 직면했다.

전국민중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82개 단체로 구성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아래 비상행동)'은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앞에서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시국대회를 열었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10도까지 뚝 떨어졌지만, 도로를 메운 수백 명의 참가자들은 "민생에 대한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헌법 유린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힘껏 외쳤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은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해당 법안들은 8일 국회에서 재의됐지만 최종 부결돼 폐기됐다(관련 기사: [오마이포토] "거부권 남발하는 대통령 거부" 시국선언 https://omn.kr/26qaj).

비상행동은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로 발의된 법안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윤 정부의 행태에 대해 국민의 63.4%가 잘못되었다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이후에도 시국대회를 이어 윤 정권의 거부권 행사에 맞서 전국적인 저항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군사독재 버금가는 윤석열 정부, 국민 저항 직면할 것"
 
발언하는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
▲  발언하는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
ⓒ 박수림

관련사진보기

 
이날 발언자로 나선 송성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파기됐고 이후에도 쌍특검(김건희특검법, 대장동50억클럽특검법), 이태원참사 진상규명특별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군사독재 정권 버금가는 윤 정부의 거부권 남발 행태는 반드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상근 전국비상시국회의 목사도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공정을 구현하겠다'고 했는데 국회가 법을 의결할 때마다 윤 대통령이 거부하고 있다. 공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권력은 반드시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은 "윤 정부가 의료 노동자를 기만하고 있고, 노동 3권을 부정하며 언론을 장악해서 국민의 귀를 막으려고 한다"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을 기만하는 대통령을 국민들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부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이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시국대회를 열었다.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부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이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시국대회를 열었다.
ⓒ 박수림

관련사진보기


시국대회 참가자들은 이들 발언이 끝날 때마다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 '헌법 유린 민주파괴 막아내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며 환호했다. 대회를 마친 오후 2시 40분부터는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정권 거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종각과 을지로를 거쳐 한국은행 방향으로 행진했다.
 

태그:#윤석열, #거부권, #방송법, #노동법, #재의요구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소형원전 ‘SMR’ 선두주자 뉴스케일 사업 중단의 의미

WNISR “상업적으로 실패할 기술에 각국정부가 계속 투자하는 이유는 수수께끼”

한국경제 5월 5일 1면 ⓒ한국경제
「울진에 국내 첫 소형원전 들어선다」

올해 5월 5일 한국경제신문 1면 톱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는 경북 울진군에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Corp)가 개발 중인 소형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가 들어선다는 내용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이번 한·미 SMR 동맹은 2035년 6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SMR 시장 공략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이 외에도 △ 울진군-GS에너지 의기투합 “국내 최초 SMR 건설하자” (매일경제) △ 울진군-GS에너지, 울진에 소형모듈원자로 도입 추진 (동아일보) △ 뉴스케일 SMR, 韓 기업이 만들고 울진에 도입 추진 (전기신문) 등 다수의 언론이 이 소식을 주요뉴스로 다뤘다.

뉴스케일은 원전 관련 언론보도에 틈만 나면 등장하는 SMR 개발 선도 기업이다. 뉴스케일의 SMR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2020년 설계인증을 받았다. 미국 NRC로부터 설계인증을 받은 SMR은 뉴스케일이 유일하다. 자사 홈페이지에 당당히 “SMR 기술의 리더, 우리 소형모듈원자로는 모든 수준에서 경쟁사를 능가합니다”라고 써놓을 정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6월 ‘SMR 주요국 현황과 한국의 과제’ 보고서를 내면서 가장 먼저 소개한 사례도 뉴스케일의 SMR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뉴스케일은 자국에서도 SMR을 단 1개도 짓지 못했다. 심지어 최근 뉴스케일이 공들인 미국의 첫 SMR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집단 손해배상소송 원고인단 모집과 주가 폭락 등이 이어지고 있다.

SMR이 무엇이기에, 자국에도 짓지 못한 것을 우리나라에 먼저 지으려는 것일까?

 

 

 

2023년 12월 14일 오후 4시 기준 ⓒ네이버페이 증권

 

미국과 소련 핵잠수함에 쓰던 기술
원전이 커진 이유...“경제성 때문”
“발전소 크기 키웠더니 12~13% 비용절감”
뉴스케일 사업 중단된 이유도 경제성


원자력산업계에서 SMR을 석탄화력을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라고 홍보한다. 이 때문에 기존 원전과 다른 새로운 기술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SMR은 신기술이 아니다.

SMR은 말 그대로 소형원전을 뜻한다. 현대건설 뉴스룸이 SMR 홍보 목적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전문가 칼럼을 보면, SMR은 과거 “미국과 옛 소련의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에 쓰던 기술”이다. 기존 원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듈’ 형태로 조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등을 모듈 형태로 작게 만든 후 조립하여 완성한다는 개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SMR을 “기존 원전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MW 이하 소형원전”, “구성 요소를 공장에서 조립하여 설치 장소로 운반할 수 있는 모듈형”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모듈’도 신개념은 아니다. 전 세계 원전의 절반을 지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파산할 당시 짓던 원전도 모듈형 원전이다. 웨스팅하우스는 모듈형 원전을 짓다가 예상보다 너무 많은 초과비용이 발생하면서 2017년 파산했다.

반면, 전 세계 표준 원전은 1000MW급 대형원전이다.

“지금의 (1000MW급) 상용원자로 나오기 전 원전은 소형원전이었다. 처음부터 1000MW 원전을 한 게 아니다. 처음에는 10MW, 100MW 규모의 원전을 개발했다. 그런데 경제성이 떨어지니까, (계속 용량을 키우다가) 1000MW 원전을 짓게 된 것이다.” -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12월 12일 전화통화

1000MW급 대형원전이 표준이 된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OECD 원자력에너지청(NEA)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은 크기가 크면 클수록 경제성이 좋다. 특히 캐나다와 프랑스에서 발전소 규모를 키운 결과 약 12~13%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경제성이 좋다고 무한정 원전을 키울 수 없었던 이유는 물리적 한계 때문이다. 즉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원전의 크기를 계속 키우다가, 물리적 한계를 고려한 가장 적절한 크기가 1000MW급이 된 것이다. (▶NEA 보고서)

뉴스케일이 아이다호에 SMR을 건설하는 미국의 첫 SMR 프로젝트, ‘무탄소 발전소 프로젝트’(CFPP)가 실패한 배경도 이 경제성 문제였다.

뉴스케일은 원전 설계용량을 처음에는 50MW로 설계했다가 경제성 문제로 60MW로, 77MW로 두 차례에 걸쳐 변경했다. 그런데도 예상발전비용이 당초 뉴스케일이 홍보했던 것보다 53% 급등(MW당 58달러 → 89달러)하면서,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지자체가 대거 탈퇴했다. 에너지전환포럼에 따르면, 뉴스케일 사업에 대한 불신으로 사업을 탈퇴한 지자체들은 SMR보다 훨씬 저렴한 재생에너지로 대거 이동했다. 이에, 뉴스케일은 결국 지난달 CFPP 중단을 선언했다. 뉴스케일의 사업실패를 예고했던 에너지전환포럼은 “뉴스케일의 전신인 오리건주립대 연구팀이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지난 2000년 ‘다목적 소형원전 개발사업’으로 시작해 20년 넘게 독점적으로 지원혜택을 받아온 결과물이기에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뉴스케일파워 홈페이지 ⓒ뉴스케일파워

 

우리나라, 1997년부터 수천억 투자
SMR 개발했으나 주문은 0건?
그런데도 장밋빛 미래 그리는 업계·정부


우리나라도 1997년부터 최근까지 상용할 수 있는 SMR을 개발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투입했다.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일체모듈형원전)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한국형 SMR이다. 2012년 7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했다. 하지만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한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SMART 원자로에 대한 주문은 전무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SMR 'SMART100 계통도' ⓒ한국전력


세계 각국의 SMR 개발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매해 보고서를 내고 있는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WNISR)는 2023년 보고서에서 “한국이 100MW 설계에서 170MW 설계로, 롤스로이스가 470MW 설계를 제안하는 등 SMR 설계자들이 더 큰 출력 설계로 이동하는 추세는 ‘규모의 경제’가 계속 중요하다는 증거”라며 “그러나 출력을 높인 후에도 SMR은 여전히 경제성이 떨어진다. 상업적으로 실패할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기술에 (각국) 정부가 계속 투자하는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라고 지적했다. (▶WNISR2023)

그런데도, 정부나 언론은 SMR에 관한 장밋빛 미래만 그리며 투자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 6일 한 경제매체 기고 글에서 SMR에 대해 “수많은 분야의 ‘게임 체인저’를 탄생케 하는, 그 근본이자 대지인, 에너지의 신(新)생태계가 되어줄 것”이라고 했고, 지난 5월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울진군에 미국 뉴스케일의 SMR을 건설하기 위한 업무협약’에 관한 질문을 받고 “앞으로 이 시장에서 경제성 있고 안전한 SMR을 만드는 데 아마 전 세계가 경주해서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앞으로 우리도 기술개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수출산업으로도 아주 유망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 이승훈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와이프 빼고 다 바꾸라" 했더니, 정말 부인과 본인만 빼고 다 바꾸는 대통령?

[박세열 칼럼] '퍼펙트 스톰' 앞에 선 尹대통령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2.16. 06:05:11 최종수정 2023.12.16. 08:28:00

 

대통령이 외통수에 빠졌다. 김기현 대표의 SNS 사퇴는 최악이었다. 그 배경에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고 한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김기현 대표가 먼저 불출마를 선언하고, 장제원 의원이 그 뒤를 따르길 바란 모양이다. 김 대표에게는 특히 '당대표는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김 대표가 우물쭈물한 사이 장 의원이 먼저 불출마를 선언하자 지구 반대편에 있던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게 스토리의 전말이다. 그 '격노'에 대한 화답은 김 대표의 'SNS 대표직 사퇴 통보'였다.

 

모든 게 꼬였다. 김기현 대표는 윤심(尹心)을 오독한 것이 아니라, 윤심에 저항한 것이다. 김 대표가 출마를 할지, 불출마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 같지만, 이젠 중요하진 않다. 메시지는 발산됐고, 감당은 윤 대통령 몫이 됐다.

 

김 대표가 얼마나 윤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었는지 보자.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물갈이'와 '물갈이'의 안정적 관리였다. 그 첫번째 스텝이 김 대표와 장 의원의 총선 불출마였다. 원래 인요한 혁신위의 미션이었다. 인요한의 공천관리위원장 요구를 "수고했다"는 말로 단칼에 자른 김 대표에게, 윤 대통령은 '인요한 혁신안의 완성'을 요구한 셈이다. '중진 불출마'를 '신핵관'으로 바꿔치기하기 위해선 김 대표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퍼펙트 스톰' 앞에서 국민의힘호(號)의 조타실을 먼저 탈출한다. 

 

1년 반 재임한 대통령 임기 중에 당대표가 두 번 날라갔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세 번째 들어서게 생겼다. 내년 4월 총선까지 비대위로 가게 될 경우 대통령 취임 23개월 중 11개월동안 비상 운영되는 정당이 집권 여당의 현 주소다. 이준석을 대표직에서 쫓아냈던 바로 그 행태가 1년 여만에 총선을 앞두고 재현됐다. 공교롭게도 '이준석 체제'를 무너뜨렸던 주호영,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장제원과 김기현처럼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다. 비정한 정치판이다.

 

대통령이라는 유일 권력이 여당을 이리저리 조합해보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도 하는 말이 "(비대위원회 구성은) 대통령실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한오섭 정무수석)"란다. 이건 사실 민주적 외피를 쓴 5공 시대다. 전두환이 노태우를 민정당 대표로 지명하고 임명한 것처럼. 그래도 대통령이 당대표를 날리진 않았다. 박근혜도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로 공격했지만, 실제 그를 원내대표직에서 날린 건 초재선 '친박 돌격대' 몫이었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에게 직접 불출마를 종용하고, 그 여파로 당대표가 사표를 쓴 건 처음 보는 일이다. 내용상으로 대통령의 구상이 완벽히 관철된 것도 아니다. 장제원은 인요한 혁신위를 무력화한 후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기현은 대통령의 '불출마' 요구를 거부하고 대표직을 던졌다. 

 

그런데도 이 일련의 과정들은 대통령을 '제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쫓아냈다고 믿게 만들었다. 총선을 앞두고 '제왕적 대통령' 프레임을, '권력 견제' 프레임을 오히려 강화키고 있다. 대통령은 힘이 빠지고 있지만,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거대 야당에 막힌 대통령은 여전히 당대표를 갈아치울 정도의 무소불위 권력으로 인식된다.

 

비상대책위원회로 쇄신을 한다? 정치인이 피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새로운 시도를 두 번 반복하는 것이다. 새로움은 클리셰가 되고 반복은 진부함이 된다. 23개월 중에 11개월이 비상이면, 비상이 일상이다. '윤심' 비대위원장이 들어서서 '인요한 혁신위'를 계승하자고 중진들에게 칼을 휘두르면, 그걸 유권자들이 '혁신'으로 봐줄까? 비상의 남발이고 혁신의 남용이며 쇄신은 피로해졌다. 김기현 사퇴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이 정도 뿐이다. 

 

복합 위기의 동시 진행, 퍼펙트 스톰이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큰 위기의 이면에는 작고 사소한 것으로 보이는 300여 번의 위기들이 중첩돼 있다. 1991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퍼펙트 스톰>에서 만선의 꿈을 품은 선원들은 허리케인 소식을 듣고도 '작은 허리케인'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배를 타고 어장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이 작은 태풍은, 다른 자연 현상들과 맞물리며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여기에 사사로워보이는 사고들이 중첩되며 선원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완벽한 재앙'에 갇히게 된다. 지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이다. '윤핵관' 이철규 의원이 지난 8월 의원총회에서 "타고 있는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고 말했지만, 그가 타고 있는 배는 지금 '퍼펙트 스톰'을 향해 돌진 중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앞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막시마 왕비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퍼펙트 스톰'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해야 할 일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향후 윤 대통령 앞길에 놓인 정치 일정은 비정하기 짝이 없다. 당장 28일 처리가 확실시되는 '김건희 특검법' 정국이 있다.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일각에선 재의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표의 이탈을 우려하지만, 친윤이든, 반윤이든 총선을 앞두고 특검이 가동되면 다 죽는다는 걸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 것이기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문제는 제 2의 '김건희 특검법', 제 3의 '김건희 특검법'이다. 당장 야당은 꽃놀이패다. 김건희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이번 특검 법안에 집어 넣으려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이번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새 비대위원장을 위시한 여당이 재의결을 막아도, '디올 백 특검'은 총선 이후 새로 만들면 된다. 지금 <서울의 소리>가 검찰에 고발한 '디올 백 사건'은 형사부에 배당된 상태다. 검찰 수사를 지켜 본 후 특검을 새로 발의해도 늦지 않다. 야당 탓 하기는 애매하다. 영부인 본인이 자처한 일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있다. 배를 돌리는 것이다. 지금 모든 문제의 근원은 '대통령 예외주의'에 있다. 이걸 벗어나면 된다. 당장 국정 기조를 변화시키고 협치에 나서야 한다. 기준은 있다. 보수 가치를 해하지 안되, 야당의 입장을 고려해 줄 수 있을만한 일들은 양보하는 게 먼저다. 

 

첫째, 인사 문제. 당장 검사 출신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거둬들이고, 이념 과잉 '뉴라이트' 장관들을 교체해야 한다. 언론 장악 논란, 홍범도 흉상 논란 등 '이념 전쟁'의 싹을 자르고 모든 걸 원위치 해야 한다. 둘째, 야당과 공감을 나누는 정책 우선 추진을 천명하고 야당에 협조를 구한다. 이를테면 연금 개혁, 의대 정원 개혁 이슈는 극한 대립 속에서도 충분히 야당과 대화할 만한 과제가 아닌가. 셋째, 당무 개입을 중단하고 총선 엄정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 '김태우 공천'과 같은 어이없는 정무 판단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공천권을 당에 돌려주는 게 맞다. 넷째, 김건희 리스크 해소를 위해 영부인은 성실하게 '명품 백 의혹'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최소한 주가 조작 특검 처리 시점을 총선 이후로 미루자고 할 만한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이 네가지 외의 것은 국민의힘이 가진 '보수의 가치'에 기반해 야당과 치열하게 논쟁하면 된다. 재정 문제(감세 문제), 교육 개혁, 노동 개혁 문제에선 얼마든지 야당과 각을 세우며 '보수 정부'의 가치를 내세울 수 있는 주제가 아닌가? 답안지는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가 바뀌었다는 신호를 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퍼펙트 스톰 이전으로 돌아가, 그간 뭘 잘못했는지, 사사로이 보이는 것들까지도 짚어내고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명언 하나는 남겼다. 의도치 않았지만, 텍스트는 발화되는 순간 해석하는 자들의 것이 된다.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된다." 

 

지금 대통령은 이 격언을 엉뚱한 방식으로 완전히 오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경기 수원 팔달구 서호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8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통령, 재벌총수들 병풍으로도 부족해 술상무로 썼나"

연일 쏟아지는 논란에 민주당 국회 운영위 소집 요구... "국힘 협조 않으면 18일 단독 개의"

23.12.15 18:17l최종 업데이트 23.12.15 19:46l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2023.11.25
▲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2023.11.25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속속 추가되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외압 정황, 네덜란드 순방 관련 과도한 의전 요구 논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 중 재벌총수들과의 술자리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대통령실 관련 의혹·논란들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공식 요구했다. 국민의힘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오는 18일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운영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도망만 다닌다고 해결 안 돼... 국민의힘 현안 질의 협조해야"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에 국회 운영위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 회의 개회를 공식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부대표는 그 이유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사건 회수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정황이 드러났고, 오늘은 대통령 순방 관련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네덜란드 측이 한국 대사를 직접 불러 불만을 표한 것이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앞서 리투아니아 방문 당시 김건희 여사 명품 쇼핑 논란에 대통령실이 호객 행위에 당했다고 해명해 논란을 일으키는 등, 대통령실 외교 의전에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및 예측 실패 ▲국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재벌 총수 파리 술자리 만찬 논란 등에 대해서도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사안들"이라고 지목했다.

박 수석부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운영위 전체 회의 개회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수석부대표는 "월요일(12월 18일) 오전까지 지켜보고 응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18일) 오후에는 (야당 단독으로) 개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여당을 향해선 "도망만 다닌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계속 의혹만 쌓여가는 상황인데, 협조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앞서도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을 묻기 위한 국회 운영위 소집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운영위는 지난 6일 열렸지만 여당은 물론, 대통령실에서도 불참하면서 30분 만에 산회한 바 있다. "도망만 다닌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박 수석부대표가 지적한 이유다.

"대통령, 재벌총수들 술상무로 썼나"
 
12월 6일 부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을 묻기 위해 야당이 소집을 요구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만 여당 간사 자격으로 참석해 있다.
▲  12월 6일 부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을 묻기 위해 야당이 소집을 요구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만 여당 간사 자격으로 참석해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한편, 민주당 등 야당은 운영위 소집 요구와 별개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과 관련해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한 비판 논평들도 쏟아냈다. 특히 이날 뒤늦게 알려진 엑스포 유치전 중 재벌총수들과의 술자리 논란이 주된 타깃이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을 병풍으로 쓰는 것도 부족해 술상무로 썼나"라면서 "윤 대통령은 성과 없는 해외 순방에 수백 억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도 모자라 재벌 총수들을 해외까지 데리고 가서 술자리를 벌인 것에 대해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질타했다.

정의당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하나씩 드러나는 엑스포 유치 전후 상황을 보면 한 표 얻는데 198억씩 쏟아부은 유치 실패 외교 참사는 인재였고 필연이었다"면서 "문제점을 분명히 짚고 잘못을 바로잡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진상규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통령의 만찬은 노고 감사 위한 것"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적극 감싸고 나섰다. 무엇보다 엑스포 유치전 중 재벌총수와의 술자리 논란에 대해서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재벌총수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한 저녁 식사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대통령실은 관련 언론보도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의 순방을 두고 무조건 폄하하기에만 여념 없는 민주당의 비난이 참담하기만 하다"면서 "(대통령과 재벌총수와의 만찬은) 부산 박람회 유치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유치위원회 위원 등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한 자리였음에도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상식적인 정당이라면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순방 외교 성과가 어땠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와 기업의 국익을 위한 노력도 민주당엔 그저 비난하고 깎아내릴 대상이 될 뿐"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기사]
윤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 엑스포 유치전 중 파리에서 술자리 https://omn.kr/26rqa
- "사령관이 분명히 말했다,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https://omn.kr/26o91
한국대사 초치 논란에 외교부, 네덜란드 메시지까지 공개 https://omn.kr/26rlg
'부산 엑스포 실패' 물어야 하는데..."정쟁" 프레임에 막힌 운영위 https://omn.kr/26npi
 
태그:#대통령실#재벌#윤석열#대통령#네덜란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미·일 협력 강화 -> 북·러 밀착-한·중 냉랭

[2023 송년특집 ①] 한반도 주변 관계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12.15 18:13
  •  
  •  수정 2023.12.16 08:24
  •  
  •  댓글 0
 

2023년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국제적 차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지속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전이 가세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얼어붙었습니다. 몇 년간 아무런 변화 없이 꿈쩍도 하지 않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의 답답함에 아쉬움을 보내면서, [2023년 송년특집]을 ①한반도 주변 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임계점 근처에서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는 ‘미·중 전략경쟁’, 2년 가까이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기존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이 속한 ‘인도-태평양’(미·일) 또는 ‘동아시아’(중국) 지역 정세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역대급 미사일 발사와 한·미(·일)의 전례 없는 연합군사훈련이 불러온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는 올해 들어 더욱 심화됐다.   

이 흐름을 반영하는 세 가지 사건을 꼽는다면, 미국 워싱턴 DC 교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8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 무산(11월)이다. 

‘캠프 데이비드 합의’ :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2023년 상반기 북·중이 ‘코로나 봉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각각 발목 잡힌 가운데, 한·미·일이 먼저 치고 나갔다. 

올해 1월 11일 외교·국방부 새해 업무보고 때 “더 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정가를 발칵 뒤집었다. 

4월 26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하는 한.미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4월 26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하는 한.미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국내 보수층 일각의 핵무장 요구에 기반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4월 하순 ‘한미동맹 70주년 계기 미국 방문’ 내내 최우선 관심사였고, 결국 「워싱턴선언」으로 봉합됐다. 

윤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한·미 원자력 협정 준수’를 서약했다. 대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핵협의그룹(NCG) 설치’와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이라는 당근을 내밀었다. 

별도 채택된 「한미동맹 70주년 공동성명」(이하 ‘한·미 공동성명’)에는 북한을 넘어 중국·러시아를 겨냥한 내용들이 빼곡하게 들어갔다.   

△한·미·일 간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체계 구축, 대잠수함 및 해상미사일방어 등 3국 훈련 재개, △대만 해협 평화·안정 유지와 남중국해 등에서 항행·비행의 자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연대 동참-우크라이나에 정치·안보·인도·경제 지원 제공 등이다. 

한·미 공동성명은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대승적 조치를 환영하였고, 지역 및 경제 안보에 관한 3국 협력 심화로 이어지는 한일 간 협력 확대를 강력하게 지지하였다”고 명시했다. ‘강제징용해법’ 발표(3.6)와 방일(3.16~17) 등 윤석열정부의 대일 유화조치들이 방미 선물이었음을 의미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5.7~8), 윤 대통령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5.19~21) 참관이 이어지면서 한국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를 묵인하는 지경까지 나아갔다.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 후 회견하는 한미일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 후 회견하는 한미일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8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협의에 대한 공약」이라는 세 가지 문서(이하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채택했다.

“대한민국, 미국, 일본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 강하다”는 공통 인식에 기반하여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3국 안보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다짐하고 “최소한 연례적으로 3국 정상, 외교장관, 국방장관 및 국가안보보좌관 간 협의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 대응을 조율하기 위한 3자 차원의 신속한 협의”를 공약했다. 

한·미·일 3자가 참여하는 ‘소다자 안보협력체’가 지역 내에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북·러 밀착하고 한·중 멀어지고       

새해 첫날 북한은 「조선로동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도」를 통해 한미일이 ‘동맹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블럭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관계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는데 맞게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가 (...) 철저히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원칙이 강조되었다”고 알렸으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미 연합군사연습 등 계기에 북한은 어김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발사했다. 한·미·일이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가져가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감싸는 모양새도 되풀이됐다.    

7월 27일 평양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김정은 위원장,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7월 27일 평양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김정은 위원장,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올해 7월 27일 저녁 평양에서 열린 ‘전승 70주년 열병식’은 ‘북·중·러 연대’가 극적으로 부각된 행사였다. 주석단에 나란히 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부총리급),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모습이 국제사회에 전파됐기 때문이다. 

이 때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파견한 대표단의 면면은 이후 북·러, 북·중 협력이 각각 군사적, 비군사적 방향으로 펼쳐질 것임을 예고했다고 할 수 있다.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북.러 정상. [사진 갈무리-타스통신]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북.러 정상. [사진 갈무리-타스통신]

9월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만났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맞서 사용할 포탄이 절박한 러시아와 정찰위성 등 첨단군사기술 등이 필요한 북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방문지가 중국이 아닌 러시아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전승 70돌’ 계기 중국의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대러 관계 강화를 통해 대중 지렛대를 확보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선택도 흥미롭다. 북한과 밀착하지 않고, 한국과의 멀어짐을 감수하는 쪽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11월 APEC 회의 때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를 각각 만났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윤 대통령을 패싱한 게 그 증거다.

중국 사정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2030 엑스포 참패’와 마찬가지로 ‘한·중 정상회담 무산’도 윤석열정부의 소망적 사고가 빚은 “예고된 외교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APEC 회의 때 중국의 선택지에 한중 정상회담은 없었다”고 전했다. “리창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의도 내년 초 개최도 난망하다”면서 “4월 총선 이후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라고 알렸다. 

중국이 흑연에 이어 요소 수출통제에 나선 것도 한·중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24년 한반도 주변은 어떻게 움직일까?

내년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규정할 중요한 변수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1월 대만 총통선거, 3월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대선,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 등이 예정되어 있다. 일본 중의원 선거도 내년에 치러진다.       

낮은 지지율로 신음 중인 한·미·일 정상들에게는 악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올해 한·미·일 정상이 쌓아올린 나름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중·러 진영’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해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실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시선 분산 등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득표율이 문제이지 당선 자체에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2024년은 ‘신(新) 중국 75주년’이자 ‘북·중 수교 75주년’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사진을 통해 알게 된 '인간 방패'의 진실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12.14 16:47
  •  
  •  댓글 0
 

 

하마스는 ‘인간 방패’를 사용하는가

나토 보고서, 근거 부족한 주장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 차고 넘친다

‘인간 방패’, 이스라엘이 사용했다

하마스가 자국민 즉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방패로 활용한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미국은 하마스가 ‘인간 방패’ 전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U 역시 11월 13일 하마스가 병원과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리 언론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구글에서 ‘하마스 인간 방패’를 검색하면 10월 7일 이후로 표시되는 106개의 뉴스를 볼 수 있다.

 

하마스는 ‘인간 방패’를 사용하는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논란은 2013년 7월 20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촉발했다. 네타냐후의 주장은 2015년 나토(NATO)가 작성한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Hamas’ use of human shields in Gaza)이라는 보고서로 설득력이 강화되었다.

이쯤 되면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는 이와 다른 주장을 펼친 바 있다. 2014년 7월 25일 발간한 “이스라엘/가자지구 분쟁: Q&A”에 따르면 앰네스티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당국의 주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앰네스티는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부터 특정 장소나 군인, 장비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이용했다는 증거는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 국제앰네스티는 2014년 7월 25일 홈페이지에 "이스라엘/가자 분쟁" 에 대한 Q&A를 게재했다.

앰네스티는 아래와 같은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전 분쟁에서 국제앰네스티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가자지구 주거지역에서 로켓포를 발사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인도법 위반에 해당한다. 현재 하마스는 모든 민간인은 대피하라는 이스라엘의 경고를 무시할 것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촉구하는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민간인에게 대피하라는 이스라엘의 경고를 현재 하마스가 분쟁 중에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이스라엘의 경고를 무시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하마스의 이런 조치는 혼란과 이주를 최소화하려는 욕구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하마스의 그런 조치는 특정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요약하면 하마스 등이 국제법을 위반하여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 로켓포를 발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민간인을 대피시키지 않는 하마스의 행위는 특정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하마스가 ‘인간 방패’를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다”라는 것이다.

 

나토 보고서, 근거 부족한 주장

앰네스티의 결론과 이스라엘(그리고 미국, EU, 나토)의 주장은 상반된다. 그렇다면 그들이 내세우는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는 무엇인가. 2015년의 나토 보고서는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나토 보고서는 3장의 사진을 근거로 제시한다.

첫 번째 사진은 아이들이 박격포 발사를 지켜보는 장면이다. “아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하마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인간 방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하마스’가 공격받는 사진이 아니라 ‘발사하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 나토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로 제시한 사진

두 번째 사진은 이스라엘방위군(IDF) 공식 트위터를 캡쳐한 것으로, 이스라엘의 로켓 공격이 예고되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는 건물의 지붕으로 올라와 있는 장면이다. 이스라엘방위군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아이들을 지붕으로 데리고 왔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 사진도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의 근거는 될 수 없다. 아이들을 지붕으로 데리고 온 것은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방위군도 지적했다시피,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다.

▲ 나토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로 제시한 사진

세 번째 사진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주변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몰려있는 장면이다. “이스라엘방위군이 떠나라고 경고했음에도 이들은 남아 있었고, 그 결과 2명의 성인과 6명의 어린이가 죽었다”라는 설명이 실려있다. 그러나 이 사진에는 하마스로 특정할 만한 무장 병력은 보이지 않는다.

▲ 나토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로 제시한 사진

‘근거 아닌 근거’를 제시하는 나토의 능력은 우리 언론에서도 발견된다. 한국경제는 2023년 10월 10일 “나체여성 트럭에 싣고 달렸다...무차별 하마스 납치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마스의 ‘인간 방패’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부제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20여명의 군중이 지나가는 트럭(형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을 환호하며 뒤쫓아가는 2초 가량의 영상이 삽입되어 있을 뿐이었다. 기사 하단엔 무장한 사람들과 함께 차로 이동하는 여성 노인의 사진이 걸렸다.

​▲ 한국경제가 올린 동영상은 기사 제목과 일치하지 않는다.

 

▲ 한국경제가 올린 사진은 기사 제목과 일치하지 않는다.

관련 정황은 “하마스가 ‘인간 방패’를 사용하고 있다”라는 이스라엘 측의 주장보다는 “아직은 관련 증거가 없다”라는 국제앰네스티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 차고 넘친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근거는 차고 넘친다.

2014년 팔레스타인 사람의 계정으로 보이는 트위트 계정에 아래와 같은 사진이 올라왔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많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2023년 11월 10일, Issa Amro라는 이름의 계정에 18초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억류자를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팔레스타인 사람이 눈이 가려진 채 바닥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이스라엘 군인이 서 있다.

물론 이 사진들 역시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되지 못한다. 사진 속의 무장 병력이 이스라엘 군인인지, 사진 속의 억류자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인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는 단지 사진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이스라엘 군사 법원은 9세의 팔레스타인 어린이에게 부비트랩 확인을 강요하여 ‘인간 방패’로 사용한 군인 2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2008~2009년 이스라엘-가자 전쟁에서 발생했다.

▲ BBC의 2010년 보도

세계고문방지기구(OMCT)는 2004년 4월 29일 13세의 팔레스타인 소년이 ‘인간 방패’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사건은 4월 22일 발생했는데, 13세 소년은 이스라엘 군인에게 체포된 후 지프차 유리창에 묶여 ‘인간 방패’로 사용되었다. 이는 당시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 소년의 왼쪽 팔은 차량에 묶여 있다.(흰 동그라미)

2022년 5월 19일 국제아동보호국(Defense for Children International)은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소녀를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폭로에 따르면 5월 13일 오전 8시 경 이스라엘 군인은 16세의 팔레스타인 소녀를 군 차량 앞에 서도록 강요하고, 2시간 동안 차량 밖에 서 있으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 군이 그 소녀의 오빠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그 소녀를 ‘인간 방패’로 내세운 것이다. 그 소녀는 이스라엘 군인에게 “너는 테러리스트이다. 네 오빠와 작별할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어라”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 국제아동기구의 2022년 5월 19일자 폭로

국제아동보호국의 폭로는 2023년에도 이어졌다. 2월 22일 이스라엘 군인은 자신들의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운영하던 빵집 위 계단에 16세 소년을 세워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 3월 1일 오전 11시경엔 이스라엘 군인이 난민 캠프의 한 가족의 집을 포위하고 수색하는 과정에서 어린이 4명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

▲ 국제아동기구의 2023년 5월 18일자 폭로

‘인간 방패’, 이스라엘이 사용했다

하마스가 자국민을 ‘인간 방패’로 사용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근거가 부족하다. 이스라엘이 주장하고, 이를 받아 미국, 유럽연합, 나토 등이 ‘근거 아닌 근거’를 내세워 되풀이할 뿐이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이스라엘 법원뿐 아니라많은 국제기구에서도 인정했다.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은 숨길 수 없는 팩트이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자신감 보인 푸틴 "경제성장 3.5%, 실업 3%"…미국과도 "관계 개선 의지 있어"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열린 장시간 기자회견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3.12.15. 06:58:22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14일(이하 현지시각)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기자회견 겸 국민과의 대화 '올해의 결과' 라는 제목의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3.5%로 예상되고 실업률은 역사상 최저치인 3%를 기록하는 등 경제 성과를 언급했다고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제 생각에 오늘 우리는 이 목표를 성취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러시아는 달러를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서방은 달러와 유로화 결제에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며 "그들(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또 다시 발등을 찍고 있다. 왜 그들은 달러와 유로화의 세계 기축 통화로서 가능성을 줄이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외환이익 규제에 관한 법령이 제 역할을 했다"며 "루블화는 현재 일시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대외 무역에서 루블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9월 최대 40%, 위안화 비중은 33%인 반면 달러와 유로화 비중은 24%로 줄었다고 결론지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이 러시아의 가스를 수입하지 않는 제재를 하고 있는 것과 관련, "유럽이 충분한 가스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유럽의 문제"라고 말해 유럽 스스로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일부 국가들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산 가스를 수입하지 않는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기존보다 에너지 투입에 많은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주권을 잃었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그들은 스스로 해를 끼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유럽과 관계 개선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프랑스와 접촉을 회피하지 않지만 파리 쪽에서 의지가 없다"며 "유럽 국가들, 특히 프랑스 대통령이 우리와 소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어렵지만, 관심이 있다면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관계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미국과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를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관계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조건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세계에서 중요하고 필요한 나라라고 믿지만, 미국의 절대적인 제국주의적인 정책은 우리가 아니라 미국 그 자체를 괴롭히고 있다"며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날 필요가 있고 타방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편입 시도가 현재와 같은 전쟁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편입시키기 위해 (러시아) 국경에 더 가까이 다가오고자 하는 욕망이 이 비극을 초래했다. 이 모든 것이 돈바스에서 8년간의 유혈사태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하나의 민족"이라며 "지금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내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수십 년 동안 우크라이나와 정상적인 관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해왔지만, 2014년 사건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정상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크림반도를 병합한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나토가 활동 반경을 아시아로 넓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는 분명히 이 기구의 법적 목표인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아시아에서 무엇을 하나"라며 "그들은 그곳에서 도발하고, 상황을 과열시키고, 다른 구도의 새로운 군사 정치 블록(Bloc)을 만든다"고 비판헀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은 블록을 만들지 않고 양국의 협력은 제3국을 향하지 않는다"며 "중국과 관계는 전례 없이 좋은 상태이며 올해 무역은 2000억 달러가 넘었다"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와 비군사화, 중립적 지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의미하는 이른바 '특별 군사 작전'의 목표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적은 대규모 반격을 발표했지만 어디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저 자국민을 몰살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다른 나라에 가서 자금을 구걸하고 반격의 '성공'을 보여주려 한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국가 유지와 군사 부품, 장비, 탄약에 대한 추가적인 돈을 구걸하기 위한 여행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군사 충돌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상황 해결을 위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고 이에 대한 양국의 입장도 유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당연히 재앙이다.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 작전과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고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이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장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61만 7000명의 러시아군 병력이 작전 지역에 배치돼 있고, 전선의 길이는 2000km가 넘는다면서 "거의 모든 전선을 따라 러시아군의 위치가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동원령에서 48만 6000명이 자원입대를 지원했다면서 병력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을 겸한 국민과 대화 행사는 2001년 이후 거의 매년 열렸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던 지난해는 열리지 않았는데, 침공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해외 언론사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자신감을 갖고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내년 3월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황, 경제 상황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보여줘야 할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점도 이날 행사가 개최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미 다 하던 걸? 윤 대통령과 용산의 네덜란드 순방 성과 부풀리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은 이른바 ‘엑스포 참사’ 직후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나선 데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네덜란드 순방 성과 홍보를 쏟아내고 있다. 다소 과장된 내용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협력에 관한 내용들이다. 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와 이른바 ‘반도체 동맹’으로 관계를 격상시켰다고 하면서, “반도체 동맹은 초격차를 유지하고 최첨단의 기술을 함께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 중요한 과학 기술적인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고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에 관한 관계가 긴밀한 협력 관계였다고 하면, 이번에 저의 방문을 계기로 협력 관계를 동맹 관계로 끌어올렸다. 동맹은 중요한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와는 반도체 분야에서 밀접한 협력 관계였는데,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반도체 동맹’으로 격상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존의 협력 관계와 윤 대통령이 말하는 ‘동맹’이 내용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은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동맹’을 맺는 것 자체가 현재의 국제질서나 미국이 추진하고자 하는 공급망 재편 구도에서 어떤 의미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과 네덜란드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칩4 동맹 구상에 강하게 종속돼 있는 국가다. 한국은 칩4 동맹 구상의 직접 당사국이고, EUV 노광장비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인 네덜란드는 미국 칩4 동맹 구상의 핵심 수단이다. 결국 동맹 질서의 주도권은 미국이 쥐고 있고, 그 구상에 따라 한국과 네덜란드는 움직이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주도 동맹 구상에 종속돼 있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맺는 동맹이 독자성 및 실효성을 지니는 건 비현실적이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14일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동맹은 경제안보 논리상 미국이 이익을 가져가는 의미에서의 동맹인데, 네덜란드도 한국과 비슷하게 지금 미국이 만들어놓은 중국 디커플링의 망 속에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원리적으로 양국 관계의 위상이 ‘반도체 동맹’이라는 것을 매개로 변화된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양국이 ‘반도체 동맹’을 명목으로 새롭게 하겠다고 발표한 내용들이 기존에 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일까?

현실에서 이미 삼성전자는 ASML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삼성전자는 11년 전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개발을 위해 ASML 지분 3%를 매입하는 등 오래 전부터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작년에도 ASML을 찾아 EUV 장비 수급 및 기술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우리가 나서서 네덜란드 정부를 움직여 ASML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확보한다는 식의 대통령실의 성과 홍보가 매우 부자연스러운 배경이다.

더구나 ASML이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러한 성과 홍보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의 반도체 관련 공급망 재편 추진에 따라 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ASML의 EUV 노광장비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최근엔 DUV(심자외선) 노광장비 역시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품목에 새롭게 포함됐다. ASML로서는 최대 거래처인 중국 수출길이 차단돼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와 같은 파운드리 강세 기업들을 타깃으로 장비를 팔아 매출을 보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우리의 성과 홍보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김준형 전 원장은 “반도체 장비 시장은 셀러스 마켓이 아니라 바이어스 마켓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몇 년간 갑이 되는 관계인데 오히려 우리가 구하는 모습을 하고 우리가 저쪽을 띄워주는 모습을 하니, 네덜란드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이미 ASML과 5년짜리 EUV 노광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해놓은 상태다.

‘반도체 동맹’의 근거로 포장되고 있는 3건의 MOU(양해각서) 역시 내용상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 정상 임석 하에 체결된 반도체 관련 MOU는 ▲삼성전자- ASML의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 건립 ▲SK하이닉스-ASML의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개발 ▲한국 산업부-네덜란드 통상개발협력부 간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이렇게 3건이다.

일단 MOU가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R&D 센터나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개발의 경우 아웃풋이 확실한 생산과 직결되는 시설이 아닌 데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실익 측면에서 크게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김 전 원장은 “ASML이 아시아에 투자하는 게 우리한테는 R&D인데, 생산과 관련해서는 대만의 TSMC 쪽이다. 대규모 생산공장을 그쪽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대만에 넘어갈 걸 R&D와 더불어 우리가 끌어왔다는 정도는 되어야 가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덜란드는 장비 기술밖에 없으니 합작 연구를 하면 오히려 자기들이 가져갈 게 많다”고 했다.

또한 반도체 관련 교육을 위한 아카데미와 같은 사업은 이미 ASML이 한국에서 하고 있다. ASML은 2010년 한국에 자사 장비 설치 및 업그레이드를 담당하는 엔지니어의 역량 개발과 숙련된 엔지니어 배출을 위한 교육 시설인 ‘핸즈 온 아카데미’를 개소했고, ASML 코리아는 2018년 동탄 본사에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를 개소했다. 올해 5월에는 용인에 새 트레이딩 센터를 또 열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인재를 같이 키우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진정한 반도체 동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박 수석의 말대로면 한국과 네덜란드는 이미 2010년부터 ‘반도체 동맹’이었던 것일까.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장비 생산기업인 ASML 본사에서 빌럼(왼쪽 두번째)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클린룸을 시찰하며 크리스토프 푸케(왼쪽 세번째) ASML 최고사업책임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12. ⓒ뉴시스

윤 대통령이 ASML ‘클린룸’을 방문한 세계 유일한 정상이라는 사전·사후 홍보 역시 다소 궁색하다.

윤 대통령의 클린룸 방문이 마치 보안 수준이 높은 구역에 가는 것인 양 ASML이 특별 대우해주는 일인 것처럼 홍보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순방 1일차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차세대 EUV 장비를 생산하는 ASML 클린룸을 시찰한다. 윤 대통령 방문에 맞춰 처음으로 대외 공개하는 것이며, ASML과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깊은 신뢰 관계와 전략적 협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ASML은 자사 공식 유튜브 계정에 클린룸 내부를 세세하게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해당 영상에는 엔지니어가 클린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클린룸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이재용 회장도 이미 작년 6월 ASML 본사를 방문했을 때 직접 클린룸을 살펴봤다. ASML이 클린룸을 처음으로 대외 공개한다는 박 수석의 말은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동맹’이라는 의미 부여가 최소한 인정을 받으려면 상호 같은 표현을 쓰며 비슷하게 의미부여를 해야 할 텐데, 정작 네덜란드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반도체 동맹’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뤼터 총리가 모두발언에서 반도체를 언급한 부분은 “어제 ASML을 방문하셨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마이크로칩을 위한 기계를 이 회사에서 만들고 있다. 이제 우리 양국은 이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상대 압도하는 힘'으론 평화관리 안돼...더욱 절실한 '안보딜레마'해결 방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2/15 09:50
  • 수정일
    2023/12/15 09: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통일연구원 2024 한반도정세전망.."한미일 강화, 북중러 약화로 국면전환시켜야"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2.13 23:59
  •  
  •  수정 2023.12.14 03:56
  •  
  •  댓글 0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은 13일 서울 중구 호텔에서 '2024 한반도 정세전망'을 개최해 한반도 안보딜레마 해소를 위한 분야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은 13일 서울 중구 호텔에서 '2024 한반도 정세전망'을 개최해 한반도 안보딜레마 해소를 위한 분야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핵 능력 고도화와 확장억제 강화 전략이 정면 충돌하는 2023년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흔히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곤 한다.

역사적 사례로 확인되는 안보딜레마의 결말은 안보불안을 느껴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행위가 상대국을 자극해 더 큰 군사력 증강행위로 순환, 강화되어 당초 의도와는 달리 안보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남북 경색과 북미 교착을 타개하지 못한 한반도는 미국 일극 패권에 대한 격렬한 도전이 터져 나오는 세계정세의 흐름속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적 진영 구조에 편입되어 더욱 심각한 위기로 치닫는 안보딜레마의 태풍속으로 쓸려들어가고 있다.
 
불신에 기초한 안보딜레마는 불안을 키우고, 그렇게 커져만 가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자 안보협력이 구조화되고 진영간 대립으로 확대되는 악화의 순환을 타개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은 13일 서울 중구 호텔에서 '2024 한반도 정세전망'을 개최해 한반도 안보딜레마 해소를 위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북 비핵화 및 대화재개 가능성(정성윤 통일정책연구실장)△미국·중국의 전략경쟁(민태은 연구위원) △북·중·러 연대 전망(현승수·이재영 연구위원) △북핵·미사일 고도화와 대내외 전략 및 경제 상황 평가(홍민·김진하 선임연구위원, 최지영 연구위원, 정은미 북한연구실장) △남북관계 정상화 가능성(조한범 선임연구위원)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발표되었다.

정성윤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내년 한반도 정세는 시작부터 한미일과 북중러가 각각 3국협력을 강화하는 국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조적으로 안보딜레마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상황이다. 정 실장은 어느 한 진영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같은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북미간 대화를 중재해 온 중국과 한국이 지금은 대척하는 양 진영에 있고, 지금은 대화 중재 역할을 대체할 행위자도 없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대화 자체를 거둬들인 북한은 최근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핵능력 고도화 목표를 달성한 뒤 미국과 대등한 군축 협상을 통해 안보 목표를 일거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대화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구조적 요인과 함께 북한이 대화 재개를 불필요할 뿐 아니라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남북관계 개선 전망이 비관적이라는데는 발표자 대부분 이견이 없었다.

남북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한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통일 문제나 남북관계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와 관계에서 유리한 국면이 열리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에 따라 "남북관계에 있어 헤어질 결심을 확실히 한 것 같다"고 짚었다.

"남북관계 교착국면은 남북한의 입장 차와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사태 등 국제정세의 영향이 반영된 복합적 요인의 결과라는 점에서 단기적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며, "북한은 향후에도 핵 능력 고도화와 대남 강경책 지속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거듭 겹화살괄호를 사용해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사실상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진하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대외·대남전략에 대한 발표에서 △신냉전 대결구도에 편승하는 '진영외교' 및 '반미' 국제연대 강화(대외전략)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전략적 무시...한국 사회 침투와 공작강도 높여(대남전략) △위기고조 전략으로 한반도 열전화 기도...중·러의 한반도 정세 연루 유인할 듯(2024 전망) 등의 제목으로 극히 비관적인 남북관계 전망을 내놓았다.
 
안보딜레마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정 실장은 "안보딜레마가 강력히 작동하는 상황에서 대화 재개 자체만을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 북한에 과잉 양보를 하거나 북한의 의도를 과소평가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하면서 "2024년은 비핵화 대화 재개 자체보다 올바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바람직한 전략 환경 구축에 전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가급적 한미일 협력은 강화되고 북중러 연대는 약화되는 국면으로 정세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할 것"을 제언했다. 이어 세가지 전략적 노력, 즉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화하여 중러의 전략적 이해를 자극하고 △한일 안보협력이 양국 내부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훼손되는 상황을 경계하며 △중국이 러북 협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여 북중러 연대 형성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차단함으로써 우호적인 북한 비핵화 대화재개의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이다.  

특히 최근 미국 조야 일각에서 '선 북핵능력 확대 차단 후 단계적 비핵화 추진' 취지의 군비통제(arms control) 해결책이 부상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는 북한의 전술적 책략에 악용되어 결과적으로 '완전한 북 비핵화' 실패를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진영간 협력이 강화되는 국면이 계속되면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대화와 타협의 공간은 점점 낮아지기 때문에 평화 관리를 위해서라도 이 국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결의 거부권을 행사하는 여건을 활용해 부족한 핵능력을 고도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안정적인 핵능력을 확보하면 미국과 군축 협상을 벌이려 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무엇보다 북은 중러와의 협력 공간을 궁극적 목표인 핵보유국 지위를 달성하는데도 외교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북에는 유리하고 한국에는 불리한 이런 환경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러나 북중러 연대는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형성된 측면이 있다. 그 점을 간과한 채 한미일 협력은 강화하면서 북중러 연대는 약화하는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진영논리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로지 '상대를 압도하는 힘'으로 안보딜레마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발상 자체가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더구나 중러의 협력관계, 대립하는 미러, 미중의 심화되는 전략경쟁, 북러의 밀착과 북중러 협력에는 거리를 두는 중북 관계 등은 2024년 11월 미국대선 결과에 따라 요동치며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철저한 친미를 전략적 선택으로 강조해 온 한국이 미국 일변도에서 탈피해 대담한 전략적 방향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선일보 “어떤 희생할 수 있을지 윤석열 대통령 답할 차례”

  •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12.15 08:11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용산 이중대에서 벗어나야’ 지적 이어져

민주당 비주류, 이재명 대표 사퇴 공식 요구

합계출산율 0.65명…50년 뒤 한국 인구 노인이 절반

국민의힘이 김기현 전 대표 사퇴에 따라 당 지도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다양한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에도 ‘용산 이중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개선하는 게 변화의 핵심이지만, 정작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친윤석열계 일색이라는 비판이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15일 아침신문에선 김 전 대표 사퇴 여부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대표 사이에 입장 차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대표직은 유지하더라도 불출마 해달라’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표직은 포기해도 지역구는 지킨다’로 해석하고 싶었던 결과”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총선 물갈이로 자기 사람을 심고 싶어하는 윤 대통령과 공천을 받아 재선하려는 친윤석열 의원들의 이해관계 상충이 알력다툼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 한국일보 기사 갈무리.

당 안팎에선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원희룡 국토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다수 신문은 한 장관과 원 장관이 최우선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비대위원장 후보로 한 장관이 1순위로 검토되고 있다며 “보수층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장관을 의원들와 당원들이 가장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겨레는 “한 장관은 검찰 내 특수통으로 ‘윤석열 정부 황태자’로 불리는 윤 대통령 최측근이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뜻을 거스를 수 있을지 의문이 붙는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 장관 관련 조선일보는 “여권 인사 중 대선 지지율 1위인 한 장관은 ‘기존에 보지 못한 정치인상’으로 당원과 지지자, 국민적 인기가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면서도 “검사 출신으로 ‘또 검사냐’란 피로감이 있고, 정치 무대에서 전혀 검증된 적이 없어 총선 체제를 지휘해야 할 비대위원장 직책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 및 청문회 부담이 생기는 데다 민주당이 원하는 ‘반 검찰 총선’이란 프레임에 갇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원희룡 장관을 두고 한겨레는 “지난 대선때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을 맡는 등 공신으로 꼽힌다”며 “정치인 출신인 그는 당과 정치를 잘 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이 단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두고 조선일보는 “민주당 계열 정치인 출신인 김 위원장의 경우 정통 보수 인사는 아니지만 민주당의 강성 이미지가 없어 국민의힘을 개혁할 외부 인사로 적절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며 “동시에 민주당 대표 출신이어서 여권 내에선 이질감이 있고, 국민의힘 영남 출신 의원들을 비롯해 당내 거부 정서가 크다는 점은 한계”라고 했다. 한겨레는 “‘윤심’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고 했다.

 

한겨레 “‘윤심 비대위’는 ‘제2의 김기현’ 초래할 뿐”

김 전 대표 사퇴의 원인이 됐던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개선하는 게 변화의 핵심이지만, 정작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친윤 일색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에서 “위기의 근본 원인인 수직적 당정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수직적 당정 관계 청산은 커녕 여전히 ‘용산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 대표의 선출에서부터 사퇴, 그리고 그 이후까지 모두 여전히 ‘윤심’에 의해 좌우되는 모양새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이 참여한 ‘윤심 비대위’는 ‘제2의 김기현’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비대위인 점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민 입장에서는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느냐보다 이 모든 일을 결정하고 집행한 대통령으로부터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며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하고 김기현 대표가 물러났지만 사람들이 미진하다고 느끼는 것은 문제의 핵심인 대통령의 입장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희생하고 있는데 정작 윤 대통령 본인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떤 희생을 할 수 있는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답할 차례”라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도 사설을 통해 “집권 1년 7개월 만에 당대표 두 명이 중도 하차하고 세 차례나 비대위 체제로 내몰린 걸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비정상의 여당 뒤에는 항상 대통령실이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을 포함해 용산 대통령실이 국정과 당정 관계를 되짚어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비대위가 또 다른 용산 직할조직이 안 되려면 대통령에게 민심을 가감 없이 직언하며 총선을 이끌 적임자가 비대위원장에 발탁돼야 맞다”고 했다.

 

민주당 비주류, 이재명 대표 사퇴 공식 요구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 사퇴론이 공식 제기됐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참여하는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선당후사의 길, 민주적 통합의 길,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로 가자”며 “이재명 대표께 간곡하게 호소한다.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 한발만 물러서 주길 바란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이재명 대표 사퇴 요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안팎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나왔다. 한겨레는 “민주당 내부적으론 국회의원 선거제도 논란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신당 행보로 내홍을 겪는데다, 이탄희·홍성국 등 초선 의원들이 지난 13일 불출마 선언을 하며 당에 경고음을 낸 터다. 당 밖에선 국민의힘이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퇴진하고 재정비에 속도를 내면서 민주당에도 위기감을 넣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개정 문제에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의원총회에 이재명 대표는 불참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 방지와 연동형제 개혁을 공약한 게 이 대표 자신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당내 이견이 커지자 입을 닫고 있다”며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자신의 약속과 원칙에 입각해 선거제 개혁과 당 쇄신 방도를 분명히 밝히고 당당히 국민의 평가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더 큰 쇄신 대상은 오만한 거야 민주당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법리스크에 갇힌 야당 대표는 방탄 국회와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으로 의회 기능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강성 지지층과 막말에 기댄 팬덤 정치의 노예가 되면서 대의민주주의 질서까지 무너뜨렸다. 여권의 쇄신도 중차대한 사안이지만, 민주당도 뼈를 깎는 성찰과 쇄신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며 “침대축구식 꼼수로는 결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은 직시하라”고 했다.

 

합계출산율 0.65명…50년 뒤 한국 인구 노인이 절반

내년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로, 역대 최저치 숫자다. 향후 50년간 노인 비중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를 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대다수 아침신문은 1면에서 관련 소식을 다뤘다.

▲ 1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2022~2072년 장래 인구 추계’를 보면, 국내 전체 인구수는 지난해 5167만명, 올해 5171만명을 기록하고 2072년 3622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앞으로 50년간 인구가 약 30%(1545만명) 감소한다. 한겨레는 “흑사병이 창궐한 중세 유럽과 비교되고 ‘집단 자살 사회’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초저출산·초고령 대한민국의 미래상”이라고 진단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함에도 정부 대응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에 “정부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통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인구 구조 변화가 예상되는데도 교육, 국방, 도시 정책 등 인구 성장기에 맞춰져 있는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관련 사설을 내고 “도저히 지속 가능한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며 “과도한 경쟁과 일자리 불안,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 등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해소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일자리, 부동산, 교육, 복지 등 모든 국가 정책을 출생 친화적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강지원 한국일보 이슈365팀장은 ‘뉴스룸에서’를 통해 “2014년 4ㆍ16 세월호 참사(사망ㆍ실종 304명)와 지난해 10ㆍ29 이태원 참사(사망 159명) 등 숱한 대형 참사들로 수많은 부모들은 이상을 찾아 헤매는 투사가 됐다”며 “억만금의 저출생 예산을 퍼붓는데도 아이를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태어날 아이는 없다. 합계출산율 0.7명보다 무서운 건 아이를 낳으려면 투사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라고 했다.

 

윤유경 기자602@mediatoday.co.kr

#아침신문 솎아보기#저출생#합계출산율#윤석열#김기현#국민의힘#비대위#원희룡#한동훈#인요한#이재명#더불어민주당#사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