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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변치않는 기억이 희망을 낳는다"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성료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2.27 23:53
  •  
  •  수정 2023.12.28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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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2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2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화운동은 엄혹한 시대에 어둠을 밝힌 희망의 빛이었습니다. 기꺼이 자신을 던져 시대를 밝힌 희생과 헌신은 지금도 우리가 나아갈 앞길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영원한 우리 동지들과 지난 날을 기억하며 당신과 함께 소중한 희망을 나누고자 합니다."

2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 증서의 문구이다.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희망나누기)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한다는 취지로, 남아있는 자녀들에게는 장학금을, 병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들에게는 생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가 '받을 분'을 추천하고 주관 단체인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 운영위원회가 대상자를 선정해 매년 12월 전달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6월 익명의 첫번째 기부자가 (사)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이사장 문국주)에 매년 1억원 후원 약속을 하며 2020년 1월 첫번째 희망나누기가 진행됐다. 

처음엔 장학사업으로만 시작했다가 그해 11월 두번째 희망나누기부터는 몸이 아파 고생하는 민주화운동 당사자들에 대한 지원을 병행하여 지난해 12월 네번째 희망나누기까지 48명의 유자녀와 병환중인 당사자 30명에게 총 5억 1,032만원의 장학금과 지원금이 지급됐다.

이번 다섯번째 희망나누기에서는 고 고수남, 구본주, 김상영, 김재석, 김철곤, 김희영, 박용규, 양상현, 양회동, 이연, 이용마, 이주헌, 정철균의 유자녀와 몸이 아픈 본인 17명에게 1억5천만원의 장학금과 지원금이 증서로 전달됐다.  

비록 몸은 떠났지만 뜻을 같이하는 이들의 기억속에 계속 살아 있다는 믿음만으로도 모든 사람은 얼마나 충만해지는지.

고 구본무 조각가의 아들 구내모 님이 희망나누기 장학증서를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고 구본무 조각가의 아들 구내모 님이 희망나누기 장학증서를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2003년 37살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작고한 구본주 조각가의 아들은 "가끔 아버지가 역사책 속의 인물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워낙 어릴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지가 경험했던 일, 만났던 사람들, 아버지의 존재가 좀 멀어 보일 때가 있다"고 심중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와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종종 있다.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던 작품을 감상할 때, 그리고 아버지와 민주화항쟁의 시간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을 통해 저는 아버지를 보았다"고 했다. 

이어 "비록 아버지를 제 삶에서 경험한 적은 없지만 오늘 같은 자리는 저에게 아버지와 시대를 개념이 아닌 느낄 수 있는 실제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 자리를 마련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6년전 갑자기 쓰러져 중증 장애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아내(정영애)를 대신해 나온 신석진 님은 "(아내는)이름없는 활동가였는데 기억하고 좋은 상도 주셔서 고맙다. 누군가는 그 사람의 이름없는 희생과 헌신과 사랑을 기억해 주기를 바랐는데 오늘이 그날인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희망나누기 전달식 사흘전인 지난 24일 세상을 떠난 차석진님의 친구 권무혁님은 "공교롭게도 전달식이 열리는 오늘 제주의 화장터에서 한줌의 재가 되어 세상과 작별했다"며 울먹였다.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기억하기는 참 소중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그 소중한 작업에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때에 많은 분들께 과분한 사랑을 받고 복에 겨워 눈물 흘리고 있는 차석진 올림." 세상을 떠나기 전 고 차석진님이 남긴 메시지이다.

병중의 민일기님을 대신해 수상자로 나온 박영호 한청협전국동지회 회장은 "올해는 루게릭 병으로 수년째 고생을 하다 지금은 기관절개술로 말을 못하게 된 민일기 동지가 도움을 받게 됐다"고 하면서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어서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희망나누기에 동참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첫번째 희망나누기에 이범영 한청협 의장의 유자녀가, 작년 희망나누기에는 홍만희 한청협전국동지회 회장의 유자녀가 장학금을 받았다"며, "우리 한청협동지회가 희망나누기에 많은 수혜를 받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단체가 적극 나서 참여하기로 마음 굳게 먹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영님의 부인 하영미님은 어린 세 자녀와 함께 무대에 올라 "남편이 노동운동하면서 그토록 바랐던 세상을 위해 저희 가족들도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제 몫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희영님의 부인 하영미님은 어린 세 자녀와 함께 무대에 올라 "남편이 노동운동하면서 그토록 바랐던 세상을 위해 저희 가족들도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제 몫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두달 전 가족들의 곁을 떠난 김희영님의 부인 하영미님은 어린 세 자녀와 함께 무대에 올라 "아직도 황망한 마음은 여전하지만 이렇게 저희를 기억해는 것 만큼 저희도 여기 계신 분들 꼭 기억하고 싶어서 오늘 온 가족이 총출동했다"며 "남편이 노동운동하면서 그토록 바랐던 세상을 위해 저희 가족들도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제 몫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의 인사를 전했다.

양회동 열사의 쌍둥이 자매와 이용마 전 MBC기자의 두 아들을 비롯한 유자녀들은 아버지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뜻깊은 자리에 함께 모여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데 대해 입을 모아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민주화운동 활동을 하다 지금은 병중에 있는 당사자들에게도 지원금 지급 증서가 수여됐다. 추천단체 또는 본인이 직접 증서를 받았고 희망단비 수혜자인 유자녀들이 수여자로 직접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화운동 활동을 하다 지금은 병중에 있는 당사자들에게도 지원금 지급 증서가 수여됐다. 추천단체 또는 본인이 직접 증서를 받았고 희망단비 수혜자인 유자녀들이 수여자로 직접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올해로 다섯번째 진행된 희망나누기는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장학사업을 통해 부모 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해 온 민주화운동이 자녀들에게 이어지기를 바라고 그 유자녀들이 다시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속적으로 연대하도록 하는 것, 유자녀를 중심으로 희망나누기 사업 내용을 꾸며나가고 실제 진행도 젊은이들이 주관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바꾸자는 것이 첫번째이다.

또 병중에 있는 활동가 본인에 대한 지원은 위급한 정도를 먼저 살펴보겠다는 기준이 더욱 분명해 졌다.

희망나누기에서 지원했던 활동가들 중 벌써 4명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다시 퇴행하는 현재를 지켜보면서 지원대상자의 활동시기를 1970~80년대 통상적인 민주화운동으로 국한하지 않고 2000년대 이후 노동, 농민운동 등 민중운동으로 범위를 확대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그렇지만 "민주화의 여정에 굳건히 함께 했던 이름없는 존재들의 싸움이 외로운 투쟁이 아니었음을 똑똑히 말해주고 싶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더욱 더불어 기억해 하는 사람들이며, 그로부터 우리의 미래가, 희망이 시작된다"는 믿음은 변치 않는 마음이다.

연성만 희망나누기 운영위원장이 기부자들을 소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연성만 희망나누기 운영위원장이 기부자들을 소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연성만 희망나누기 운영위원장은 "희망나누기에 함께 참여하는 분들의 뜻은 여러분들의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지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어머니, 아버지가 민주화운동에 헌신하셨기 때문에 그때 함께 했던 분들이 마음을 모아서 당연히, 당연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는 그냥 가슴속에 넣어놓고 정말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국주 사단법인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국주 사단법인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국주 사단법인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은 대회사에서 "민주화운동이 지속되어 온 것은 항상 국민들과 함께 하고 역사를 앞으로 밀고 나가려는 힘이 있기 때문인데, 우리는 그걸 계속 기억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희망나누기의 취지를 강조했다.

희망나누기는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제2의 민주화운동'이라는 의미로 읽어도 무방할 터이다.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인 김상근 목사는 "우리는 오늘을 딛고 미래를 만들어 가서 먼저 가신 분들의 한, 그들이 꿈꾼 미래를 꼭 이루어 나가자"라고,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민주화운동 60년사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분들이 먼저 가셨다. 이 분들을 기억하는 것만 해도 민주화운동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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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외면하는 미국, 광폭 행보 이어가는 푸틴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12.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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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현 상황 ②

백악관 예산관리처장 “우리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미국 정부의 예산이 바닥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패키지 법안은 미 의회에서 거부되었다. 의회 승인을 받기 위해 백악관 예산관리처장은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돈도 없고 시간도 거의 없다.”, “미국 무기와 장비의 흐름을 차단하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무릎을 꿇게 될 것이며 러시아의 군사적 승리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서한을 보냈다. 일종의 압박이었다.

미 재무장관 재닛 옐런은 한술 더 떴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우크라이나의 패배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질 수 있다”라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 그러나 1,110억 달러의 추가 지원 패키지 법안은 끝내 미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미 공화당 상원의원 밴스(J.D. Vance)는 “우리의 우크라이나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분쟁을 끝내려면 일부 영토를 양도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우크라이나는 국가로서 기능적으로 파괴되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이 젤렌스키를 미국에 부른 것은 바로 이 시점, 12월 12일이었다. 그러나 한때 ‘전가의 보도’로 통했던 젤렌스키의 미국 방문 카드도 효력을 잃었다.

▲ 12월 12일 젤렌스키의 미 의회 방문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 상원의원 슈미트(Eric Schmitt)는 젤렌스키를 미 의회에 보낸 바이든의 처사를 비판했다. 왜 대통령이 직접 의원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젤렌스키를 대리인으로 내세우냐는 비판이었다. 존슨 미 하원의장(Mike Johnson) 역시 “젤렌스키는 우리가 계속해서 요청한 명확성과 세부 사항을 제공하지 않았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젤렌스키의 미 의회 ‘설득 방문’은 미 언론으로부터도 치명적인 비판을 받았다. 다음은 미 언론의 보도 일부이다.

 

▶젤렌스키의 방문을 앞두고 의회의 분위기는 암울했다.(The Independent)

▶미국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몇 달째 감소하고 있으며, 젤렌스키의 방문은 이를 되살리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Time)

▶하원의원들의 반응은 눈에 띄게 싸늘했다.(The New York Times)

▶공화당 상원들은 젤렌스키의 ‘기괴한(grotesque)’ 의회 방문을 비웃었다.(The Huffington Post)

▶바이든은 젤렌스키가 원하는 것, 즉 확고한 약속을 할 수 없다. 이는 바이든이 세계 무대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다는 또 다른 신호이다.(Politico)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눈치 없게도’ THAAD 미사일 방어 시스템, F/A-18 호넷 전투기, 아파치 및 블랙호크 헬리콥터, C-130 허큘리스, C-17 글로브마스터 군용 수송기를 요청했다.

끝내 바이든과 젤렌스키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지원 계획은 발표되지 못했다.

12월 22일 바이든은 미 의회에서 승인한 2024년 미국 국방수권법안을 공식 서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4년 8,860억 달러의 국방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중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할당된 액수는 8억 달러이다. 애초 젤렌스키까지 동원하며 미 의회의 승인을 받고자 했던 패키지 법안은 우크라이나에 600억 달러를 지원하는 ‘야심 찬’ 계획이 담겨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바이든의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군 규모가 줄고 있다. 현역 군인의 수가 전년도 139만 명에서 128만 명으로 감소했다. 미국에서 젊은이들의 입대를 유도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 언론은 미군에 대한 신뢰도 하락, 젊은이들 사이의 건강 문제 발생, 수십 년에 걸친 해외 전쟁으로 인한 사기 저하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미군 신뢰도는 2018년 70%에서 현재 약 46%로 하락했다.

 

질주하는 러시아

나토 사무총장이 인정할 정도로 러시아의 방어선은 견고하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구축해 놓은 방어선은 우크라이나가 이기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12월 22일 독일 통신사 DPA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대는 거대한 지뢰밭, 참호 및 장애물 등 잘 준비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방어선은 침투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왜 실패했는가를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로 판명하기 시작한 지난 12월부터 푸틴은 거침없는 외교 행보에 착수했다. 12월 6일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것이다.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외무장관을 보낸 것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푸틴이 이들 국가와 논의한 의제는 지역 안보, 에너지 협력,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등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국방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국제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협력하고 석유와 가스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언론은 푸틴의 중동 방문을 “강력한 경제력을 지닌 지정학적 지도자이며 평화 중재로서의 러시아의 역할”이 강조된 것으로 평가했다.

푸틴의 중동 방문 이후 이란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이어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두 나라 정상은 팔레스타인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양국의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푸틴은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중동의 정세 특히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중동 지역이 격화되었을 때 러시아가 상당한 역할을 자처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케 한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란은 지난 8월 브릭스에 가입한 국가이면서 중동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들이다. 따라서 이 세 국가와 푸틴의 연이은 정상회담은 중동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강한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행보는 아프리카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곡물과 비료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제공할 예정이다. 푸틴은 지난 7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포럼에서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리트레아 등 아프리카 6개 나라에 러시아가 운송 비용까지 부담하여 러시아 곡물을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 12월 11일 벨기에 겐트(Ghent)에서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보내는 러시아 비료가 배에 실리고 있다.

푸틴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경제는 올해 3.5%의 경제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반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서 철수를 선언한 서방 기업들은 1,03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고 뉴욕타임스가 12월 17일 보도했다.

9월 기준 러시아 대외무역에서 루블화와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5와 33%로 증가했고, 달러와 유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감소했다. 러시아의 대외무역에서 더 주목할 것은 중국과 인도와의 무역량 증가이다.

올해(1월~11월) 러시아와 중국의 무역은 2,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2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 2022년 양국은 2024년까지 2,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 바 있는데, 1년을 앞당겨 초과 달성한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대중국 가스 공급 역시 일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 기업인 가즈프롬(Gazprom)과 중국 국영석유공사(CNPC)은 12월 16일 내년 협력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계획에는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루트도 포함되어 있다.

▲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가는 가스관은 현재 3개의 루트를 갖고 있다.

인도와 러시아의 무역액 역시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초과했다. 인도와 러시아 간의 무역은 2023년 첫 10개월 동안 두 배로 증가했으며, 12월 현재 547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경제력 약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목표와는 다르게 러시아는 영토를 확장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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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류희림 위원장, 공영방송 고위 간부까지 지내놓고 이렇게 뻔뻔해도 되는가"

  •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12.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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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 솎아보기]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 사주 의혹’에 이해충돌 진상 규명 요구

    한동훈 취임사 “‘나은 정치’ 말하며 ‘반민주당’ 구호만…사실상 선전포고문” 평가

    이승만 미화 논란 국방부 교재…“‘이승만 국부 만들기’로 이념전쟁” 비판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 요청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을 두고 이해충돌 진상을 밝히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7일 아침신문에선 이번 사안을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로 규정한 류 위원장의 적반하장식 태도와 이와 맞닿은 정부·여당의 비판 언론 탄압 기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9월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류희림 위원장이 사적 이해관계자를 동원해 방통심의위에 뉴스타파 녹취록 관련 민원을 넣었다는 신고서가 제출됐다. 국민권익위원회 부패공익신고서에 따르면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보도 관련 민원 접수엔 류 위원장 가족부터 전 직장 동료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총동원됐다.

    본인에 대한 민원 신청 사주 의혹에도 류 위원장은 인용보도 금지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류 위원장의 태도를 두고선 ‘적반하장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공영방송 고위 간부까지 지낸 언론인 출신이 이렇게 뻔뻔해도 되는가”라며 “공익신고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정성이 생명인 방심위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국기문란 행위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법적 대응을 예고한 류 위원장의 태도엔 정부·여당의 비판 언론 탄압 기조가 그대로 반영됐다. 한겨레는 “지난 9월 대통령실의 ‘가짜뉴스 몰이’를 신호탄으로 방심위와 검찰의 폭주가 이어지고 있다. 실체도 불분명한 ‘대선개입 여론조작’을 수사하겠다고 특별수사팀까지 꾸린 검찰은 26일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며 “검찰이 지금까지 수사한 기자와 언론사는 한결같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뿐이었다. 언론을 겁박한다고 정권의 치부가 가려지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관련 사설을 내고 “류 위원장은 지난 9월 취임하자마자 가짜뉴스 전담 심의센터를 열고 비판언론 옥죄기에 앞장섰다. 사회적 합의와 법적 근거가 부족해 직원들이 반대하는데도 가짜뉴스 심의를 밀어붙였다”며 “정부 입맛에 맞춰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중징계한 것이 사실상 그동안 다룬 안건의 전부인데 그마저도 민원 사주 의혹을 일으켰다. 정부는 엄정 조사해 진상부터 소상히 밝히고, 방심위원장이 권력을 남용·사유화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동훈 취임사 “‘나은 정치’ 말하며 ‘반민주당’ 구호만…사실상 선전포고문” 평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취임사에서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비판을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한 위원장을 두고 경향신문은 1면에서 “말로는 ‘나은 정치’를 강조했지만 결국 민주당을 때려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기존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야당인 민주당을 대화와 타협의 상대로 여기는 대신 나라를 망치는 세력으로 규정하며 이념 갈라치기에 나선 셈”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한 위원장의 취임사를 두고는 ‘민주당에 대한 전쟁선포 격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취임사에서 ‘운동권 특권세력(정치)’은 7번, ‘이재명’은 5번, ‘개딸전체주의’와 ‘중대범죄’는 각각 2번 등장했다”며 “동료시민의 삶을 강조했지만 실제는 야당과 싸움판을 키우고 야당의 약점을 공격해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한 위원장은 연설 내내 민주당을 겨냥해 ‘폭주’, ‘군림’, ‘숙주’, ‘특권 정치’, ‘전체주의’ 등의 표현으로 기존 여의도 화법보다 훨씬 더 짙은 적대감을 드러냈다”며 “집권 여당이 총선을 4개월가량 앞두고 비대위까지 꾸리게 된 과정의 반성 없이, 야당과 그 지지자들에게 사실상 ‘선전포고’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이 가운데 조선일보는 한 위원장이 ‘국민’이라는 표현 대신 ‘동료 시민’이라는 표현을 10차례 썼다며 “한 위원장이 ‘여의도 사투리가 아니라 5000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했는데, 정치인으로 데뷔한 이날 기성 정치권과는 다른 연설을 한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X세대인 한 위원장이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기사를 연설문에 차용했다며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이 X세대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민주당 주축인 86세대와 대비되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한 위원장이 연설문을 취임 직전까지 다듬어 A4 모서리가 너덜거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기사 <12분 연설에 ‘국민’ 22번…취임 직전까지 다듬어 A4 모서리 ‘너덜’>에서 “12분간의 취임사는 200자 원고지 20장 분량으로 한 위원장이 자신이 직접 쓰고 고쳤다고 한다”며 “연설 직전까지 다듬은 탓에 한 위원장이 품에서 꺼낸 A4 연설문 용지는 모서리가 너덜거렸다”고 했다.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한편 한 위원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다수 신문은 총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차기 대선에 직행하겠다는 의미라는 시각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1면에서 “한 위원장이 정치 목표를 차기 대선으로 잡고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수용 불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을 두고는 보수, 진보 언론을 가리지 않고 비판이 나왔다. 관련해 박용현 한겨레 논설위원은 아침햇발 칼럼 <‘김건희 특검법’ 궤변으로 정치 시작한 한동훈>에서 “한 위원장은 아예 발 벗고 ‘김건희 방탄’의 선두에 서고 있다”라며 “법과 원칙을 그때그때 편리한 대로 내밀고 불리하면 모른 척하는 ‘법꾸라지’ 행태는 법무부 장관 때 보여준 것으로 족하다. 국민을 바라봐야 할 정치인이 된 마당에, 압도적 다수 여론에 눈감은 채 가벼운 입으로 법과 원칙을 농단하며 ‘동료 시민들’을 속이려 해선 안 된다”고 했다.

    ▲ 한겨레 칼럼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더욱이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확산되고 있다”며 “대통령 가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 부속실 설치 같은 견제장치 마련도 없이 무작정 특검 반대만 외쳐서는 등 돌린 민심을 얻기 어려운 형국”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대통령 부인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특검 거부권만 행사한다고 한다”며 “한동훈 비대위의 성패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 검사 시절과 같은 부하 관계인지, 아니면 해야 할 말은 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인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이날 취임식에서 국민의힘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미리 질문 주제를 묻고 질문자와 순서를 정한 것도 논란이 됐다. 경향신문은 “한 비대위원장의 취임식은 이전 당대표,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언론 대응이 검사 출신 황교안 전 대표 때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한동훈 비대위’는 오는 29일 비대위원 인선을 마무리하고 공식 출범한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한 위원장은 대통령 국정에 균형추 기능을 해야 한다. 친윤 주류가 앞장서 만든 김기현 체제는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며 당정 일체를 앞세우다가 9개월 만에 중도 하차했다”며 “대통령과는 검사 시절부터 오랜 상하 관계다. 낡은 보수 정치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라는 요구도 받고 있다. (한 위원장의) ‘함께 가면 길이 된다’는 말이 용산의 뜻을 따르는 것인지,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행동하는 것인지는 곧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이승만 미화 논란 국방부 교재…“‘이승만 국부 만들기’로 이념전쟁” 비판

    국방부가 지난 26일 공개한 전면 개정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를 두고 역사 왜곡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일보는 교재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실린 데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미화하며 이념과 정쟁의 틀에 갇혀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도 해당 교재가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과도한 ‘편향·왜곡’ 기술이 보이고, ‘반공·반북한이면 독재도 무방하다’는 위험한 인식도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국방부 새 정신교육 교재 ‘편향 논란’ 군사독재 축소…일본 역사 문제 삭제>에서 “국방부가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반공주의적 관점을 교재에 투영하면서 정작 해당 인물의 과오나 국민이 겪은 부작용은 외면했다”고 짚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교재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유일하게 언급된다. 앞서 국가보훈부가 내년 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선정해 한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교재는 그의 반공주의 행보를 강조했고, 광복 후 공산주의 세력이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지만 “이승만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노력”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확립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독재와 사사오입 개헌, 3·15 부정선거, 4·19혁명으로 인한 하야 등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군사독재, 경제적 양극화 등 부작용은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과 계속되는 군사적 도발로 반공 의식이 강화되었고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오도 발생했다”는 표현으로 축약됐다.

    일본과의 관계를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협력 관계’만이 강조될 뿐 양국 간 역사·영토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경향신문은 “교재는 ‘국가안보에 있어 외부의 적 못지않게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내부의 위협 세력’이라고 적었다”며 “윤 대통령의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맹종하는 반국가세력’ 언급과 동일한 맥락이다. 자칫 실체도 밝히지 않으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등을 친북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관련 사설을 내고 “‘홍범도 지우기’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는 ‘이승만 국부 만들기’로 또다시 이념전쟁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라며 “특히 뚜렷한 국민 공감대 수렴도 없이 진행된 이번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은 이승만 국부 만들기에 주력해온 뉴라이트의 역사관에 따라, 지지세력을 모으고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역사적 평가를 뒤집는 이승만 과오 지우기를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공 위주로 편중해 기술하고 군사독재는 ‘일부 과오’로 축소 서술했다. 민주화 이전 정훈교육을 떠올리게 할 만큼 경직돼 있는 부분도 상당수”라며 “홍범도 장군 흉상철거 논란 등 역사에 대한 이념적 접근이 민심이반의 원인이 된 것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강군으로 거듭나야 할 군이 편향된 사상교육에 나선다면 대한민국 장병들의 판단력을 우습게 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유경 기자602@mediatoday.co.kr

     

    #이승만#미화#국방부#윤석열#대통령#한동훈#국민의힘#취임사#연설#류희림#민원 사주 의혹#방송통신심의위원회#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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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동훈의 '노빠꾸' 연설…2011년 박근혜는 '사죄'부터 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2/27 09:19
  • 수정일
    2023/12/27 09: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세열 칼럼] 박근혜와 한동훈의 '평행이론'은 없다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2.27. 07:49:59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위기에 빠진 여당의 사령탑을 맡게 된 비상대책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제일 먼저 고개부터 숙였다.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의 첫마디는 "벼랑 끝에 선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것이었다.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게 됐는지 참담한 심정"이라며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의 아픈 곳을 보지 못하고 삶을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2011년 12월 19일,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박근혜의 첫 수락 연설이었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2023년 12월 26일 집권여당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수락한 한동훈 위원장의 연설은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릴 때, 곤란하고 싫었던 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 장래희망이 뭐냐'라는 학기초마다 반복되던 질문이었다. 저는, 정말, 뭐가 되고 싶은게 없었다. 대신,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며 자신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밝혔다.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것이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년 간 386이 486,586,686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집권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첫 일성이다. 2011년 박근혜와 2023년 한동훈, 두 비대위원장은 똑같이 '선민후사'를 말했다. 하지만 방식은 전혀 달랐다. 박근혜의 키워드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변화'였고, 한동훈의 키워드는 야당와 일전불사의 '대결'이었다. 2차대전에 히틀러를 처단하기 위해 출정식에 나선 처칠의 호전적 연설을 인용하고 "무기를 다시 듭시다", "싸울 겁니다"라고 당을 선동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연설에는 그간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집권당의 무능력함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사과는커녕,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비록 소수당이지만 대선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하여 대통령을 보유한, 정책의 집행을 맡은 정부여당이다. 정부여당인 우리의 정책은 곧 실천이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정책은 실천이 보장되지 않는 약속일 뿐이다"라고 했다. 대통령을 거역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다. 

 

 

 

 

 

.박근혜는 대통령실과 여당을 수술대에 올렸고, 대통령이 낙점한 한동훈은 야당을 수술대에 올렸다. 아직 한동훈 비대위는 뭐가 잘못돼 비대위가 출범하는 상황에 이르렀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와 한동훈이 처한 정치 상황도 비슷하다. 박근혜 비대위 출범 계기가 된 것은 2011년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한나라당 참패였다.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고 총선 패배의 불안이 엄습했다.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물러났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10.26선거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나라당 의원실의 비서가 체포됐다. '디도스 특검'이 부상했다. 비상대책위원장에 오른 박근혜는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정 기조와 당 체질의 변화를 선언했다. 그리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누가 봐도 당에 불리했던 '디도스 특검'을 받는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특검은 당을 들쑤셨고, 범죄 혐의는 언론 지면을 통해 매일 브리핑됐다. 그런데도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152석 과반을 차지했다. 

 

지금 국민의힘은 어떤가. 2013년 10.11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고 총선 패배의 불안이 엄습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기현 당대표가 물러났다. 설상가상으로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영부인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런데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정 기조 변화'와 '집권 여당 실정에 대한 사과' 없이,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야당 대표를 비난하며 "무기력 속에 안주하지 말자"고 당을 다독인다. 변하지 말고 한길로 나가자고 선동한다. 여당 최대 리스크인 '김건희 특검법'은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용산을 들쑤시는 모습은 총선 기간에 브리핑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당은 지금 170석을 바라고 있다.(홍문표 의원)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성공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끈 박근혜는, 한국이 정치 리더들 중 가장 나르시시스트적 면모가 강한 정치인이었다. 그런 박근혜도 겸손과 변화를 얘기하며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한동훈의 연설문에서 '비상'한 상황의 여당을 이끌 정치 지도자의 면모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진다. 자기애에 빠져 '정의'를 독점하려 하는 나르시시스트의 면모가 엿보이는데, 지금까지 수도권 민심이 '비상 상황'이 된 데 대한 성찰은 안보인다. 한동훈은 박근혜의 비대위 수락 연설문을 전혀 참고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한동훈은 과연 박근혜만큼의 '팬덤'이라도 있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심경이 이러할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연설문은 '국정 기조의 변화는 없다'는 선언문이다. '비상'이라는 말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총선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운동권 때려잡는 정치는 성공할 것인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락의 변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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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군검찰, 수사기록에 “사령관 비화폰 포렌식 불능” 써놓고 영장엔 “했다”

국방부 검찰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구속영장 심사 전 구인영장을 집행할 당시 모습. 2023.09.01. ⓒ뉴시스
국방부 검찰단(이하 군검찰단)이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했다가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구속영장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비화폰’(도청 방지 보안용 휴대전화) 포렌식 여부에 대해 수사보고서와 다르게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군검찰은 8월 16일자 수사보고서에 김 사령관의 비화폰에 대해 “포렌식 의뢰하였으나 비화폰은 데이터 빈출 불가 목적으로 제작된 휴대폰으로 포렌식 불능”이라고 기재했다.

이에 따라 군 검찰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임의제출받은 비화폰 통화목록과 문자메시지 수신 내역 11건을 캡쳐해 수사보고서에 첨부했다. ‘포렌식 불능’이라는 군검찰 기록대로면 김 사령관이 통화기록 및 문자메시지를 삭제해서 제출하더라도 삭제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해당 수사보고서 기록은 군검찰이 지난 8월 30일 청구한 박정훈 대령의 항명 혐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사실과 완전히 상반된다.

군검찰은 박 대령의 구속영장에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통화내역, ‘비화폰과 일반폰에 대한 포렌식 자료‘에서도 국방부 차관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내역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수사보고서에서는 불가능하다던 김 사령관 비화폰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구속영장에서는 ‘했다’고 적은 것이다
김 사령관의 비화폰 포렌식 여부는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다. 박정훈 대령은 김 사령관이 집무실에서 채상병 사건 초동수사 결과와 관련해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이 보낸 문자 메시지라면서 ‘혐의자와 죄명을 빼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느냐’는 내용을 읽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신범철 전 차관은 해당 문자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며,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해당 문자메시지의 진위는 김 사령관 비화폰에 대한 포렌식 절차를 거치면 확인될 수 있다.

군검찰이 박 대령에 대한 수사기록과 구속영장에 비화폰 포렌식 여부에 대해 각각 다른 사실관계를 적시했다는 건 매우 중대한 오류다. 군검찰이 박 대령 영장 발부를 목적으로 포렌식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허위 적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검찰은 정작 김 사령관 비화폰 포렌식을 할 수 없었다는 수사기록을 박 대령 항명죄 사건을 심리하는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해당 기록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제출되면 군검찰이 포렌식 여부에 대해 두 공식 자료에 각기 다르게 적시한 사실이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 측 역시 지난 14일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해당 내용을 문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구속영장 청구서와 수사보고서 등에 명백한 허위사실이 기재돼 있고, 이는 공소권 남용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구속영장 청구서와 수사보고서에 허위사실이 가득한 이유는 ‘대통령 개입설’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군검찰이 이를 막기 위해 허겁지겁 구속영장을 청구하다가 발생한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군사법원은 8월 1일 군검찰이 청구한 박 대령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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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뉴스 선정 ‘2023년 한반도 10대뉴스’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북,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

  • 기자명 데스크 
  •  
  •  입력 2023.12.26 18:29
  •  
  •  수정 2023.12.26 21:49
  •  
  •  댓글 0
 

2023년에는 기다리던 코로나 팬데믹이 왔지만 세계적 차원에서 미중 전략갈등이 유지되는 가운데 지난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데다 올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이 가세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얼어붙었습니다한반도는 큰 틀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갈등이 유지되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한반도 정세의 주요 축인 남북미가 각각 마이웨이를 외치며 제 갈 길을 간 형국이었습니다한마디로 정부 차원이든 민간 차원이든 남북 대화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였습니다몇 년 간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의 굳건함’(?)에 아쉬움을 보내고새해 2024년에 있을 3월 러시아 대선,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그리고 ·중 수교 75주년’ 등이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기를 기대하면서 통일뉴스가 ‘2023년 한반도 10대뉴스를 선정 발표합니다. / 편집자 주

 

1. 한반도 정세를 격동시킨 김정은–푸틴 북러 정상회담 (9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방러로 이뤄진 이 회담은 한반도 정세를 격동시켰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방러로 이뤄진 이 회담은 한반도 정세를 격동시켰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 회담 이후 약 4년 5개월 만에 두 정상이 마주 앉은 것. 북러 정상회담이 세계적 이목을 끈 이유는 두 나라가 ‘무기거래’와 ‘군사기술 협력’을 논의하고 합의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 핵심은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포탄 등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는 북한에게 위성 개발 등 첨단기술을 이전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양국은 군사분야를 중심으로 경제, 문화 등 다방면적인 협력에 합의했으며, 특히 북한은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공동전선’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지속적인 미중 전략 갈등과 코로나 엔데믹 시기에 이뤄진 김 위원장의 첫 외유가 한반도 정세를 격동시켰다.

2. 윤석열-바이든 한미 정상회담 (4월 26일)과 ‘핵협의그룹’ 설립

백악관에서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는 한미 정상. 워싱턴선언에는 ‘핵협의그룹’ 설립 내용이 담겼다. [사진-대통령실 갈무리]
백악관에서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는 한미 정상. 워싱턴선언에는 ‘핵협의그룹’ 설립 내용이 담겼다. [사진-대통령실 갈무리]

올초부터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대두된 가운데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가 관심을 끌었다.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에서 워싱턴선언이 발표되었고 그 핵심은 ‘핵협의그룹’(NCG) 설립이었다. 핵협의그룹은 △확장억제 강화, △핵 및 전략 기획 토의,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 관리 등을 위한 한미 간 고위급 상설협의체. 즉,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를 신뢰하는 조건에서 미국이 우려하는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비확산 의지를 천명한 셈이 되었다. 핵협의그룹은 지난 7월 서울 1차 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12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핵협의그룹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친 문재인 정부 때의 ‘한미 워킹그룹’이라는 기시감을 주고 있다.

3. 북,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 (11월 21일)과 ‘화성-18형’ 발사 (12월 18일)

북한은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5월과 8월 실패에 이은 11월 세 번의 시도 끝에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만리경 1’호가 미국 백악관과 펜타곤, 괌·하와이 미군기지, 한국의 진해·부산·울산·포항·대구·강릉 등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은 11월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했다. 지난 4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는 ‘시험발사’라고 명명했지만 세 번째는 ‘발사훈련’이라고 밝혀, ICBM 개발 완료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해 9월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한데 이어 1년 만인 올해 9월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한다”를 헌법에 명기해 국가 핵무력정책 ‘헌법화’를 이뤘다. 정찰위성과 ICBM 등 ‘핵무력 고도화’에 대한 북한의 집념이 돋보인 한해였다.

4. 윤 정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 제시 (3월 6일)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배상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가 3월 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만여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배상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가 3월 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만여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가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한국 대법원판결에 대한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됐지만, 시민사회단체 등 민심은 들끓었다. ‘제3자 변제’란 한마디로 일제 전범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대신 우리 기업이 내겠다는 것. 이는 강제징용의 일본 책임을 덮는 일로서, 결국 일본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 등은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며 거절했으며,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에 나서자 ‘제3자 변제’ 안은 그 빛이 바랬다. 이후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방한(5.7~8), 윤 대통령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5.19~21) 참관이 이어지면서 윤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를 묵인하는 지경까지 나아갔다.

5. 북-중-러 연대 과시한 북한 ‘전승 70주년 열병식’ (7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7.27전승절 70주년 경축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7.27전승절 70주년 경축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좌우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함께한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김일성광장 주석단에 나란히 선 김정은 위원장,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모습이 국제사회에 전파됐기 때문. 앞서, 김 위원장은 쇼이구 장관과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직접 신형 무기를 소개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해 주목을 받은 터였다. ‘반제전선’을 추구해온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핵·미사일 전력이 등장하는 열병식에 중국과 러시아의 대표단을 초청한 의도가 한미일 공조에 대응한 북중러의 결속을 과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6. 9.19 군사합의 무효화 (9월 22-23일)

2018년 9월 19일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2018년 9월 19일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정부는 22일 “9.19 군사합의의 제1조 제3항에 대한 효력 정지를 추진하고, 과거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활동을 복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다음날인 23일 북한 국방성도 성명을 통해 “9.19 합의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군사조치를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다. 남과 북이 각각 외통장군을 부르며 ‘강대강’의 면모를 보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9.19 군사합의라는 안전장치가 뽑힌 셈이 되었고, 향후 한반도 정세의 안전관리가 예측불허의 안개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7. 북, 남한에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용어 사용 (7월 10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이 7월 10일자 담화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이 7월 10일자 담화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냉랭한 남북관계가 지속되던 중 북한이 7월 들어 남한을 향해 ‘남조선’이라는 기존 용어 대신 갑자기 ‘대한민국’ 용어를 사용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용어 사용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7월 10일과 11일 담화를 시작으로, 강순남 국방상의 7월 24일 담화와 7.27열병식 연설문을 거쳐 급기야 김정은 위원장의 해군절(8월 29일) 기념 축하연설에서도 나타났다. 북한 매체는 강조의 의미를 담는 용도인 ‘겹화살괄호’(《》)를 사용해 특정한 의도를 담은 표현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조선중앙TV>가 10월 2일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을 보도하면서 남측을 ‘괴뢰’(꼭두각시)라 부르고 자막에도 그렇게 표기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북측의 《대한민국》 용어 사용을 두고 ‘두개 국가론 등장’과 ‘항구적인 대남정책 변화가 아닌 일시적인 대적투쟁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8. 뉴라이트 성향 김영호 통일부장관 임명 (6월 29일)

‘2023년 제1차 남북관계발전위원회’(10월 18일)를 주재하는 김영호 통일부장관. [통일뉴스 자료사진]
‘2023년 제1차 남북관계발전위원회’(10월 18일)를 주재하는 김영호 통일부장관. [통일뉴스 자료사진]

뉴라이트 성향의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정치권은 물론 진보·통일운동권이 일제히 지명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자신의 유튜브 등을 통해 ‘김정은 정권 타도’, ‘흡수통일’, ‘북한 자유화’ 등을 주장해온 터였다. 한마디로 적대적 대북관과 극우적 시각을 지녔기에 일부에서 “통일부 파괴 공작원”, “태극기 집회에서나 마주할 만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의 적대적 대북관은 남북 당국 간 합의 중에서도 특히 2018년 9.19 군사합의를 문제 삼을 정도였고, 결국 9.19 군사합의는 올해 11월에 사실상 폐기됐다. 이후 김영호 통일부는 남북교류와 평화통일이 아니라 자유와 인권을 기치로 내걸고 정책과 사업을 펼치는 등 북한을 철저히 고립화시켰다.

9, 윤 정부의 대북지원 단체 옥죄기 본격화

북민협, 민화협, 시민평화포럼 등 시민사회단체가 2022년 5월 19일 기자회견 통해 북측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남북간 인도협력 재개를 촉구하면서 1천만 달러 규모의 물자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민협, 민화협, 시민평화포럼 등 시민사회단체가 2022년 5월 19일 기자회견 통해 북측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남북간 인도협력 재개를 촉구하면서 1천만 달러 규모의 물자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전임 문재인 정부 때의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을 재조사해 온 윤석열 정부가 올해 들어 민간차원의 남북교류 및 대북지원 영역까지 넓혀 전방면적인 수사를 본격화됐다. 지자체 경기도의 대북관련 사업과 민화협의 '대북 소금 지원 사업'이 수사의 도마에 오르고, 63개 대북 인도지원 민간단체로 구성된 ‘북민협’의 주요 단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다. 특히 7월 윤 대통령의 “통일부는 대북지원부가 아니다”는 발언을 신호로 대북지원 단체들에 대한 수사가 낱낱이 진행됐다. 통일부가 9월 남북평화재단 등이 정부 승인 없이 묘목과 학용품 등을 북한으로 무단 반출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지어 그간 인도적 차원에서 묵인해 온 탈북민의 대북 송금에 대해 이례적인 수사도 진행됐다. 한마디로 대북지원 단체들을 옥죄 남북교류의 씨를 말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10. 헌재,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위헌 결정 (9월 26일)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26일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위헌 결정을 선고하자, 6.15남측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춘 정치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26일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위헌 결정을 선고하자, 6.15남측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춘 정치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주된 이유는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 ‘대북전단살포금지법’으로 불린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2020년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가 악화하자 발의돼, 그해 12월 국회에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으로 통과됐었다. 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위헌결정되자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계와 안전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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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1.5시간 근무도 가능해져…연속 ‘밤샘 노동’도 합법

하루 21.5시간 근무도 가능해져…연속 ‘밤샘 노동’도 합법

김지환 기자
대법 “주단위 연장근로 계산” 판결에 우려 나와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노동부, 기존 행정해석 변경 여부 검토…“각계 의견 들어볼 것”
노동계 “1일 연장근로 상한·11시간 연속휴식 등 입법 보완을”

대법원이 하루에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의 주간 합산이 12시간을 넘어도 일주일간 총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위법하지 않다고 25일 판결하자 노동계는 ‘연장근로시간 몰아쓰기’의 문이 열렸다며 우려하고 있다. 노동계는 대법원이 연장근로시간을 1일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자 당분간 대법원 해석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1일 연장근로 상한 설정,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등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은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노사 간 합의 시 주당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을 1주 단위로 합산해 12시간을 넘기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판단해왔다.

예를 들어 노동자 A씨가 특정 주에 월·수·금요일 15시간씩 일한 경우 연장근로시간은 21시간(3일×7시간)이기 때문에 위법이다. 1주 근로시간(45시간)이 52시간 미만이라 해도 위법인 것이다. 하급심 판결도 노동부 행정해석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노동부 행정해석과 다른 계산법을 처음 제시했다.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 초과 여부는 ‘1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 합계’가 아니라 ‘1주간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1주 단위 근로시간이 52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 한도 12시간)만 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기존 행정해석 변경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로 1주 단위 내에서 근로시간 유연성이 커진 만큼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몰아서 일하기’가 가능해진다고 본다. 대법원 해석대로라면 이론적으로 노동자가 하루 최장 21.5시간(1일 24시간 중 2.5시간의 휴게시간 제외)까지 일할 수 있다. 하루 21.5시간씩 1주간 이틀만 일하면 총근로시간은 43시간이고 이 중 연장근로시간은 3시간이기 때문에 12시간 한도를 넘지 않는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교대제 노동자, 게임업종 노동자뿐 아니라 제조업, 사무직 노동자 등도 회사 필요에 따라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대법원 판결로 1일 연장근로 상한 설정과 11시간 연속휴식 전면 보장의 필요성이 더 분명해졌다”며 “국회는 연장근로에 대한 현장 혼란을 막고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 보완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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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국가들의 탄소중립 정책과 기업의 대응 사례

 [프레시안 창간22주년 경제포럼] ② 해외 국가들의 탄소중립 정책과 기업의 대응 사례

프레시안  |  기사입력 2023.12.26. 05:36:55

프레시안은 창간 22주년을 맞아 첫 경제포럼을 기획했습니다. 경기도와 함께 만든 2023 경기탄소중립포럼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기후위기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며, 격변하는 기후 상황에 발맞춰 세계 경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제로 목표가 각국 기업에 사명처럼 주어지면서 RE100(재생에너지 백퍼센트 사용)은 현실화한 무역 장벽이 됐습니다. RE100 조건에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세계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길이 막힐 지경에 이르렀습니다.이런 문제의식으로 첫 경제포럼을 진행했고,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전문가, 기업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RE100을 총 4편의 영상으로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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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법 처리까지 시한부 자숙?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에서 열린 성탄대축일 미사에서 기도하고 있다(위),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성탄절인 지난해 12월 25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성탄 예배에서 대화하고 있다. (아래) ⓒ제공 :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성탄절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성탄절 행사에 연이어 참석했던 것과 대비된다. 주가조작 특검법 국회 통과 여부 및 거부권 사용 가능성 논란, 명품 가방 수수 동영상 공개 등 잇따른 악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성탄 전야와 25일 성탄절 당일 각각, 서울 혜화동성당과 정동제일교회 종교행사에 참석했다. 두 곳 모두에서 김건희 여사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용산 대통령실실에서 진행된 크리스마스 행사에도 김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호아동·자립준비청년과 함께한 성탄 행사, 성탄 전야 약현성당에서 진행된 미사, 성탄절 당일 영암교회에서 열린 성탄 예배 등 연이은 성탄절 행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바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귀국 이후 공식 행사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김 여사의 주가조작 특검 법안 국회 통과, 그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과 김 여사의 불참이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에선 오는 28일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자동 부의된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모두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문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다. 곧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김건희 특검법에 독소조항이 있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국민 상당수가 찬성하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사용은 대통령은 물론 여당에서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최근 성탄절 행사에 김 여사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같은 정치적 부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부 보수 신문에서는 “김 여사가 관저를 떠나 사가로 거처를 옮겨 근신해야 한다” 주장을 공공연히 내놓은 바 있다. 김 여사의 최근 잠행이 ‘시한부 근신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여사의 근신이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당 반응을 두고 “국민 수준을 너무 얕게 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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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심위원장 가족 동원 심의 민원 의혹 공정성 논란 파장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12/26 08:24
  • 수정일
    2023/12/26 08:2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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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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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 솎아보기] 근기법 위반 대법판결에 1면 보도

    “연속밤샘 허용” “과로사 문열어” “유연한 판결” 평가 엇갈려

    “김건희 특검법, 한동훈의 내로남불 혹은 시험대”

    1주일 총노동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하루에 8시간 넘는 연장근로가 주 12시간을 넘어도 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를 연장근로로 합산한 정부 해석을 뒤집는 판단으로, ‘하루 8시간 노동을 허물었다’는 비판이 26일 아침신문 기사와 사설에 올랐다. 일부 보수신문은 기업 관점의 사설을 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항공기 객실청소업체 대표 이아무개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7일 파기환송했다. 이씨는 2013년 9월부터 약 3년간 근무하다 2016년 11월 사망한 노동자 B씨에게 연장근로수당 약 493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연장근로 한도를 총 130회 초과해 일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26일 아침신문 1면

    ▲26일 한겨레

    ▲26일 서울신문

    경향신문은 “검찰은 B씨가 일주일에 사나흘간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저녁 8시를 넘긴 시간에 퇴근하는 식으로 3년간 총 130주에 걸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했다며 A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했다.

    쟁점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였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이 일주일간 40시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여기에 ‘당사자 간 합의 시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26일 국민일보

    ▲26일 동아일보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1일 단위로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을 합산해 주 12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행정해석해왔다. 신문들에 따르면 재판부 해석은 사건마다 달랐는데, 일일 8시간 근무 규정을 따르는 경우와, 주 단위로 총 노동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해야만 연장근로로 치는 경우로 갈렸다.

    한국일보는 이렇게 예를 들었다. “월·수·금요일에 각각 14시간씩 일하고 화·목요일엔 쉬는 노동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주(週) 단위로 계산하면 그의 근무시간은 주 42시간이라 주 52시간 이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日) 단위로 계산하면 하루 8시간 근무 초과분 합산이 18시간(6시간씩 3일)에 달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26일 한국일보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시대착오적이며 쓸데없는 혼란을 자초한 판결”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계산방식대로라면 주 52시간 이내만 준수하면 연속 ‘밤샘노동’도 위법하지 않단 논리가 성립한다”고 했다. “당분간 대법원 해석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1일 연장근로 상한 설정,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등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주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하루 최장 21.5시간 노동도 위법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며 “대법원이 과로사 등의 원인이 되는 고강도 집중근로 우회로를 뚫어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법 위반 아닌 과로산재 늘 것” 우려…중앙 “유연한 판결 환영”

    한겨레는 “교대제로 일하는 제조업 생산직 등의 장시간 집중노동으로 ‘돌발 과로’가 유발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 우려를 전했다. “노동현장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아 특별연장근로 등을 통해 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에서 64시간으로 늘린 뒤 이 한도 안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에 따라 정부 인가 등을 거치지 않아도 주 52시간 안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최장 21.5시간(24시간 중 휴게시간 제외)으로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란 것이다.

    한겨레는 “하루 21.5시간씩 이틀 연속 일하고 쉬는 극단적인 노동이 가능한 만큼 과로 산재가 늘 수 있다”며 “법적으로 연장근로 시간 위반이 아닌데도 과로 산재로는 인정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는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 말을 전했다.

    ▲26일 한겨레

    노동부는 대법원 판단에 맞추어 연장근로시간 계산 지침(행정해석)을 변경할지 검토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과) 행정해석이 불일치하는 상황이라 변경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노동자에겐 불리할 수 있어 고심이 크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연장근로 한도를 유연성 있게 봤다는 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현행 ‘주52시간제’ 개편안과 어느정도 결을 같이 한다”며 “정부는 ‘주52시간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유연화를 인정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지난달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6일 서울신문

    중앙일보, 세계일보 등은 근무방식을 “유연하게 허용하는 판결”이라며 환영하는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 대법원이 먼저 제동 걸었다>에서 “기업에 근무 형태의 선택 폭을 넓혀준 첫 판례”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서 2~3일 집중적으로 코딩하고 나머지 4~5일을 쉬는 형태가 폭넓게 허용된다. 산업 경쟁력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 단위로 연장근로 계산하는 것까지 월이나 분기 단위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 중앙일보

    한겨레는 사설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동시에 노동시간을 줄여나가는 시대상에도 맞지 않는 퇴행적 판결”이라고 했다. “하루 8시간 근무는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 출범 당시 1호 협약일 정도로 기본 근로조건”이라며 “이번 판결은 역사를 어디까지 뒤로 돌려놓는 것인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남미를 제외하면 최장인 한국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바꾸지 않는 이상 저출생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과도 동떨어졌다”고 했다.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뇌관 ‘조건부 수용도 불가’

    ▲26일 중앙일보

    정치권 뇌관으로 떠오른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도 이날 아침신문의 주요 주제였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총선용 흠집내기’로 규정하면서 거부권 행사 뜻을 시사했고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25일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조건부 수용 불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세계일보는 1면에서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성탄절인 25일 비공개 고위당정회의를 열어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조건부 수용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26일 경향신문

    ▲26일 서울신문

    ▲26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이날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었고, 당정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인 24일 KBS에 출연해 대장동 50억원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총선을 겨냥해 흠집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 아니냐는 생각을 (대통령실은) 확고하게 갖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이 25일 여권 일각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문제 조항 제거 뒤 총선 뒤 특검 추진’ 등 야당과 협상론이 나온 데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며 강경한 태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여권 일각의) 총선 뒤 특검법 추진은 검토조차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특검법 처리 방향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게 대통령실과 당 사이 수직적 당정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로 꼽힌다”고 했다.

    ▲26일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문제는 여론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법 찬성’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반대’는 60%를 웃돌고 있다.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김 여사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시선이 더 많아진 탓”이라고 했다.

    ▲26일 중앙일보

    한동훈 ‘독소조항’ 주장 ‘팩트체크’

    “한동훈이 참여한 특검때도 포함”

    몇몇 신문은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둘러싼 주장을 검증하는 ‘팩트체크 보도’를 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김 여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도 “반헌법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12개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비교한 보도를 1면에 냈다. “김건희 특검법은 의혹 크기에 비해 과도한 수사가 가능하게끔 규정된 측면이 있었다. 예컨대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항목 숫자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수사인력 규모나 수사기간은 거의 동일하게 규정돼 있었다”고 했다.

    ▲26일 국민일보

    ▲26일 국민일보

    국민일보는 또 “다른 특검법에 비해 현저히 이례적인 형태는 아니었다. 수사 과정에서 발견되는 인지사건 수사, 언론 브리핑의 허용 등 조항은 과거 국회를 통과한 다른 특검법에서도 발견됐다”며 “특검추천 주체에 여당을 배제한 것 역시 과거 다른 특검법에서 비슷한 사례가 없지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 전 장관의 ‘악법’ 주장과 여당의 ‘반헌법적’이라는 주장을 검증했다. △특검 추천권이 야당에만 있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이 있으며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선전·선동할 목적으로 법 통과 시점을 특정했다는 주장 등을 따졌다. 그 결과 “한 전 장관과 여당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26일 경향신문

    한 전 장관이 검사 시절 참여한 특검법도 특검 야당 추천, 수사 상황 생중계 등의 조항을 포함했고, 특검법 통과 시점 역시 여당의 반대 때문에 패스트트랙을 통해 처리되면서 늦춰졌다는 것이다. 신문은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권 당시 탈탈 털어 수사해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한 데에 지난 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이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도 했다.

    ▲26일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이후 국회법에 따라 28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며 “한 위원장이 검사 시절 참여한 특검법도 특검 야당 추천과 수사 상황 생중계 등을 포함한 데다, 이번 법안 통과 시점 역시 여당의 반대로 패스트트랙을 통해 처리되면서 늦춰진 것이다. 때문에 ‘법 앞에 예외 없다’던 한 위원장의 기존 발언들이 ‘내로남불’로 비판받는 것”이라고 했다.

     

    류희림 ‘민원 사주 의혹’ 권익위에 신고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는 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됐다.

    ▲26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1면에서 “익명의 신고자는 지난 23일 변호사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신고했다. 류 위원장이 ‘사적 이해관계자’로 추정되는 민원인이 제기한 민원 심의에 참여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방통심의위는 해당 민원을 근거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를 긴급 심의에 올렸고 지난 11월 KBS, MBC, JTBC 등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했다.

    보도에 나온 신고내용에 따르면 지난 9월 4~6일 류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넣은 민원은 10건이다. 신고자는 이 중 7건은 가족 2명이, 3건은 류 위원장이 방심위원장이 되기 전 일한 미디어연대의 대표가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가족 추정 인물이 넣은 MBC, JTBC, KBS에 대한 민원 4건은 심의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넣을 때에는 전화번호로 실명인증해야 한다.

    ▲26일 경향신문

    신고자는 지상파방송팀 직원이 지난 9월27일 방통심의위 내부 게시판에 류 위원장를 향해 사적 이해관계자 민원이 포함된 방송 심의에 문제 제기하는 글을 올렸지만 류 위원장은 사무처 부속실장을 통해 직원에게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고 했다. 또 60여명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록 보도 인용보도’에 민원 160여건을 냈는데 이 중 40여명이 사적 이해관계자로 추정된다고 했다.

    방심위는 2018년엔 전 방통심의위원장과 부위원장 지시로 2011~2017년 친인척 명의로 민원신청한 방송심의기획팀장을 파면했다. 류 위원장은 25일 경향신문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아직 확인된 입장은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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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리 기자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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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기묘한 이중잣대...'공공선' 말할 자격 있나

검찰 특활비 떡값 보도는 뇌피셜, 국회의원 관련 내용은 팩트?... 세금 오남용·자료 불법 폐기, 눈 감아

 

23.12.26 07:13최종 업데이트 23.12.26 07:13

3년 5개월여의 끈질긴 추적. 검찰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을 벌여온 하승수 변호사의 '추적기'를 가감없이 전합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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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공공선(公共善)'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자신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해왔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누구에게 '맹종'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했다.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면서 살아왔고요. 그 과정에서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동훈과 어울리지 않는 '공공선'

 

공직자가 추구해야 할 공공선의 첫 번째를 꼽는다면, 국민세금을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낭비하지 않고, 법령과 지침이 정한 용도와 방식대로 잘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금사용에 관해서 자료를 잘 보관하고, 그 자료를 투명하게 정보공개하는 것이다. 자료관리와 정보공개가 중요한 것은, 외부로부터의 감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공화국의 공직자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고, 그것을 잘 지키는 공직자가 '공공선'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동훈 전 장관은 여기에 정반대되는 언행을 해 왔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공공선'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동훈 전 장관과 공공선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한동훈 전 장관은 국민세금을 써 놓고 특수활동비 자료를 불법폐기한 검찰조직을 옹호하는가 하면, 검찰이 법원 판결문까지 위반하면서 음식점 상호, 결제시간 등의 정보를 감춘 것을 옹호해 왔다. 또한 자신이 장관으로 있는 법무부의 업무추진비 집행정보도 온통 먹칠을 해 공개하는 등의 비밀주의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검찰 특활비 보도는 <뉴스타파>뇌피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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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8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 국회

 

그리고 한동훈 전 장관은 세금오·남용 문제를 파헤치는 독립언론과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이상한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 한 전 장관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명절떡값 등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뉴스타파 뇌피셜'이라고 대응하면서, 정작 그 국회의원을 공격할 때에는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이 밝혀낸 소스를 활용하는 기묘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023년 8월 21일에 있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을 보자. 박용진 의원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네 차례의 명절을 앞두고 2억 5천여만 원의 검찰 특수활동비가 명절 떡값으로 지급된 정황이 있다는 <뉴스타파> 보도를 언급한 것에 대해, 한동훈 전 장관은 '뉴스타파 뇌피셜'이라고 반발한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한동훈 전 장관은 박용진 의원을 공격하기 위해 2018년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이 밝혀낸 국회의원들의 영수증 이중제출 문제를 거론하는 행태를 보인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이 검찰이나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면 '뇌피셜'이고, 국회의원을 비판하면 '팩트'라는 식의 이중잣대를 보여준 것이다.

 

국회의원이 세금을 잘못 썼다는 보도는 팩트이고, 검찰조직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세금을 잘못 썼다는 보도는 '뇌피셜'이라는 식의 이중잣대는 '공공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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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정말 공공선을 추구하는 공직자라면, 자신과 자신의 상급자, 그리고 자신이 속한 조직(검찰)의 잘못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공공선을 추구하는 공직자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법집행을 담당하는 자리에 있는 공직자라면 더더욱 자신과 자신의 조직에 엄격해야 마땅한 것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네 차례의 명절을 앞두고 반복적으로 수십 개의 돈봉투가 돌려지고, 그 액수가 2억 5천여만 원에 달한다는 것은 명백한 팩트이다. 그리고 그런 행태로 집행된 특수활동비를 '떡값'이 아닌 다른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인가?

 

공공기록물 불법폐기야말로 공공선 파괴

 

뿐만 아니다. 한동훈 전 장관은 검찰이 조직적으로 특수활동비 집행자료를 불법폐기한 것을 '관행'이라는 식으로 덮고 가려고 해 왔다. 그러나 공공기록물은 국가의 소중한 공공자산이다. 그것을 불법폐기한 것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져야 할 범죄행위이다. 이런 불법을 법무부 장관이 옹호하는 것은 법치주의 파괴행위이고, 공공선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동훈 장관은 '공공선'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가 다시는 '공공선'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길 바란다. 그냥 권력이 좋아서 검사도 했고, 장관도 했고, 여당 비대위원장도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 솔직하지 않을까?

 

#한동훈 #공공선 #검찰특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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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에 나타난 특이한 물체는 무엇일까

 

[개벽예감 567] 위성사진에 나타난 특이한 물체는 무엇일까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12/25 [10:17]
  •  
 

<차례> 

1. 10초에 한 번씩 360도 회전하는 고성능 레이더

2.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미연합군을 공포로 밀어 넣은 사건

3. 전술핵폭격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완벽한 조합

 

 

1. 10초에 한 번씩 360도 회전하는 고성능 레이더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각종 전자무기들, 무인 타격 장비들과 정찰탐지 수단들, 군사정찰위성 설계를 완성한” 사실을 공개하였고, “가까운 기간 내에 (중략) 500km 전방 종심까지 정밀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를 비롯한 정찰 수단들을 개발하기 위한 최중대 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데 대하여” 언급하였다. 위와 같은 보고내용에 의하면, 조선은 500km 전방 종심까지 정밀하게 정찰할 수 있는 신형 정찰탐지 수단 설계를 2020년 12월 이전에 이미 완성했고, 설계가 완성된 신형 정찰탐지 수단을 제작하는 사업을 2021년 1월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2021년 1월 이후 조선이 제작하기 시작한 신형 정찰탐지 수단의 정체가 무엇인지 외부에서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김정은 총비서가 신형 정찰탐지 수단을 제작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언급한 때로부터 2년 10개월이 지난 어느 날, 조선에서 제작되고 있는 신형 정찰탐지 수단의 정체를 보여주는 영상이 마침내 세상에 공개되었다. 

 

미 제국 위성영상회사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2023년 11월 30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조선이 제작하고 있는 신형 정찰탐지 수단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정황이 나타났다. 이 위성사진은 평양국제공항 청사에서 활주로를 가로질러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항공기 정비구역을 촬영한 것이다. 위성사진을 보면, 항공기 정비시설 2개소가 드넓은 주기장을 사이에 두고 대각선 방향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항공기 정비시설 정문 바로 옆에 대형 항공기 한 대가 주기되어 있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그 대형 항공기는 일류신(Ilyushin)-76 전략수송기다. 지난 시기 소련에서 생산된 일류신-76 전략수송기에는 터보팬 엔진(turbofan engine, 가스터빈 엔진의 일종) 4기가 장착되었다. 조선인민군 공군은 일류신-76 전략수송기 3대를 운용하고 있다.  

 

미 제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ddlebu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연구원이 그 위성사진을 확대했더니 일류신-76 전략수송기 동체 위에 특이하게 생긴 물체가 얹혀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특이하게 생긴 그 물체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로토돔(rotodome) 이외에 그 어떤 다른 물체도 전략수송기 동체 위에 설치되지 않는다. 커다란 원반형으로 생긴 로토돔의 지름은 약 10m이고, 두께는 약 2m다. 로토돔 안에는 능동위상배열레이더(Active Phased Array Radar) 2개가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들어있다. 이 고성능 레이더는 성층권(지표면 또는 해수면에서 10~50km 사이의 대기권)에서 날아가는 모든 유형의 비행체를 탐지한다. 로토돔은 높이가 약 3m인 버팀대(strut) 두 개로 고정되는데, 전략수송기가 비행할 때 그 안에 있는 고성능 레이더 두 개가 10초에 한 번씩 360도 회전한다. 로토돔 안에 들어있는 고성능 레이더가 작동하면, 지표면 또는 해수면으로부터 50km 상공까지 성층권에서 날아가는 모든 비행체, 그리고 500km 밖의 지상 또는 해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이동물체를 탐지, 식별할 수 있다. 

 

여러 유형의 로토돔들 가운데는 회전하지 않는 붙박이식 원반형 로토돔도 있고, 길쭉한 직사각형처럼 생긴 등지느러미형 로토돔도 있다. 등지느러미형 로토돔도 붙박이식이므로 회전하지 않는다. 회전식 로토돔은 고속으로 날아가는 비행체를 탐지하는 능력이 붙박이식 로토돔보다 더 우월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언급한, 500km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신형 정찰탐지 수단은 500km 밖에 있는 물체를 탐지하는 로토돔이 동체 위에 설치된 일류신-76 전략수송기를 가리킨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전략수송기 동체 위에 회전식 로토돔이 설치된 최첨단 정찰탐지 수단이 바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irborne Early Warning and Control Aircraft)다. 놀랍게도, 조선은 지금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제작하는 중이다. 

 

2023년 9월 5일 평양국제공항 항공기 정비구역을 촬영한 위성사진도 일류신-76 전략수송기가 똑같은 위치에 주기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위성사진을 확대하면 동체 위에 어떤 물체도 보이지 않는다. 2023년 11월 12일 위와 같은 장소를 촬영한 위성사진도 일류신-76 전략수송기가 똑같은 위치에 주기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번에는 동체 위에 작은 물체가 얹혀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2023년 11월 30일 위와 같은 장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로토돔을 설치하는 뚜렷한 모습이 식별된 것이다. 

 

2023년 12월 12일 위와 같은 장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로토돔을 올려놓고 고정시키는 버팀대 두 개가 일류신-76 전략수송기 동체 위에 바투 세워진 모습만 보이고, 원반형 로토돔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버팀대 두 개가 동체 위에 바투 세워진 것은 거기에 회전식 원반형 로토돔이 설치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붙박이식 원반형 로토돔이 설치된 공중조기경보통제기에는 버팀대가 아예 없고, 붙박이식 등지느러미형 로토돔이 설치된 공중조기경보통제기에는 버팀대 두 개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위성사진을 봐서는 일류신-76 전략수송기 내부에 각종 정찰탐지장비들을 들여놓는 설치작업이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회전식 원반형 로토돔이 버팀대에 고정되면,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제작이 완성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의 군수공업이 얼마나 고도로 발전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미 제국과 한국의 분석가들은 조선이 이번에 처음으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제작하고 있으므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완성되더라도 작전성능은 저급할 것으로 예단할 수 있겠지만, 조선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공중조기경보기(Airborne Early Warning Aircraft)를 자체로 제작하고 운용해온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다. 미 제국에서 조선의 군사 문제를 분석하는 저명한 연구자인 조섭 버뮤디즈(Joseph S. Bermudez)는 2011년 4월에 발표한 글에서 조선인민군 공군이 안또노브(Antonov)-24 수송기에 N019 레이더를 장착한 공중조기경보기를 1990년대 초부터 운용하기 시작했다고 서술한 바 있다. 

 

조선인민군 공군이 지난 30여 년 동안 운용해온 공중조기경보기는 관제 기능은 없고 경보기능만 있는 기종이다. 경보기능이라는 것은, 공중조기경보기가 높은 고도를 비행하면서 넓은 공간을 정밀하게 정찰탐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또한 경보기능이라는 것은, 공중조기경보기가 멀리서 날아오는 전투기, 미사일, 무인기 등을 지상 레이더나 해상 레이더보다 먼저, 조기에 탐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런 공중조기경보기와 달리,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정찰탐지만 하는 게 아니라, 추적도 하고 공중관제도 한다. 그러므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운용하면, 교전 상대를 압도할 만큼 많은 전투기, 공격기, 폭격기를 동시다발로, 전격적으로 총출격시켜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다. 

 

지난 시기 조선인민군 공군이 공중조기경보기로 개조해 30여 년 동안 운용해오는 안또노브-24 수송기의 항공작전 반경은 2,700km이고, 거기에 장착된 N019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150km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공군이 지금 제작하고 있는 일류신-76 전략수송기가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개조되면, 항공작전 반경은 2,700km에서 4,400km로 대폭 늘어나고, 탐지거리도 150km에서 500km로 대폭 늘어난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과 마찬가지로 로씨야도 일류신-76 전략수송기를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개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씨야 항공우주군이 일류신-76 전략수송기를 개조해 제작하고 있는 신형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베리예브(Beriev) A-100이다. 베리예브 A-100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2022년 2월에 첫 시험비행을 하였는데, 2022년 말까지 시험비행을 완료했다. 이 신형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탐지거리는 400~600km다. 

 

 

2.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미연합군을 공포로 밀어 넣은 사건

 

2022년 10월 6일 김정은 총비서의 현지지도 밑에 조선인민군 공군 폭격 비행대들이 서부전선에서 육군 방사포병대들과 함께 비행대-포병대 합동타격훈련을 진행했다. 합동타격훈련은 폭격 비행대들이 먼저 적의 군사기지를 모의한 무인도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곧이어 방사포병대들이 동일한 목표물을 또다시 타격하는 순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폭격 비행대들이 “중거리 공중 대 지상 유도폭탄 및 순항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해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2022년 10월 6일 조선인민군 폭격 비행대들이 중거리 유도폭탄과 순항미사일을 연속 발사해 서해 무인도의 목표물을 타격했다는 사실만 간략하게 보도했는데,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발표했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그날 오후 2시경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로 편성된 조선인민군 폭격 비행대들이 특별감시선을 넘어 전술조치선 인근 상공까지 남하했다고 한다. 특별감시선은 한국군이 자의적으로 그어놓은, 평양과 원산을 잇는 가상의 동서 횡단선이고, 전술조치선은 한국군이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최전방 지대에 자의적으로 그어놓은 가상의 동서 횡단선이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그날 조선인민군 폭격 비행대들은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전술조치선 인근까지 남하하더니 황해북도 동북단에 있는 곡산군 상공에서 기수를 서쪽으로 돌려 황해북도 서북단에 있는 황주군 상공으로 기동하여 약 1시간 동안 “공대지 사격훈련”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조선인민군 폭격 비행대들이 약 1시간 동안 “공대지 사격훈련”을 진행했다고 발표했지만,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조선인민군 폭격 비행대들이 공대지 정밀 타격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폭격 비행대들은 서울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황해북도 황주군 전술조치선 인근 상공에서 1시간 동안 중거리 정밀유도폭탄과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연속 발사하는 공대지 정밀 타격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공대지 정밀 타격훈련에 참가한 전투기 8대는 쑤호이(Sukhoi)-25 공격기들이고, 그 훈련에 함께 참가한 폭격기 4대는 일류신(Ilyushin)-28 폭격기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날 공대지 정밀 타격훈련에서 쑤호이-25 공격기 8대가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을 연속 발사해 서해 무인도에 설치된 작은 목표물을 정밀타격으로 파괴했고, 일류신-28 폭격기 4대가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연속 발사해 그 무인도에 설치된 작은 목표물을 정밀타격으로 파괴했던 것이다. 

 

그날 공대지 정밀 타격훈련에서 쑤호이-25 공격기 8대가 연속 발사한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은 미 제국 공군이 사용하는 장거리 정밀유도폭탄과 유사한 작전성능을 가진 항공유도폭탄이다. 조선에서는 정밀유도폭탄의 사거리를 표시할 때 ‘중거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미 제국에서 정밀유도폭탄의 사거리를 표시할 때 사용하는 ‘장거리’라는 용어와 같은 뜻을 가진다. 미 제국 공군은 정밀유도폭탄을 지능형 폭탄(smart bomb)이라고 부른다. 조선인민군 공군이 사용하는 정밀유도폭탄도 물론 지능형 폭탄이다. ‘지능형’이라는 말은 뛰어난 작전성능을 가졌다는 뜻이다. 

 

미 제국 공군이 사용하는 장거리 정밀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ER)의 사거리는 약 75km다. 이런 사정을 보면, 2022년 10월 6일 공대지 정밀 타격훈련에서 조선인민군 쑤호이-25 공격기 8대가 연속 발사한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은 사거리가 70km 정도인 지능형 폭탄인 것으로 생각된다. 사거리가 그보다 짧은 정밀유도폭탄은 ‘중거리’라는 용어로 부를 수 없다.  

 

그날 공대지 정밀 타격훈련에 참가한 쑤호이-25 공격기 8대가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황해북도 황주군 전술조치선 인근 상공에서 연속 발사한 중거리 정밀유도폭탄 16발은 서쪽으로 약 70km 떨어진 무인도에 설치된 작은 목표물들에 전부 명중했다. 공대지 정밀타격능력이 입증된 것이다.

 

그런데 황해북도 황주군 전술조치선에서 군사분계선까지 직선거리는 약 50km이고, 군사분계선에서 서울까지 직선거리도 약 50km이므로, 쑤호이-25 공격기 8대는 서울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상공에서 중거리 정밀유도폭탄 16발을 연속 발사하는 공대지 정밀 타격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쑤호이-25 공격기들이 황해북도 전술조치선 상공에서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을 연속 발사해 서울에 있는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의 주요 거점들을 제거하는, 매우 고도화된 공대지 정밀타격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투기 또는 공격기에 장착된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70~200km이므로, 조선인민군 쑤호이-25 공격기가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을 발사할 때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정찰탐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레이더로 70km 안에 있는 근거리 목표물을 탐지하고 타격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인민군 쑤호이-25 공격기가 70km 밖에서 움직이는 원거리 목표물을 타격하려면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정찰탐지에 의존하여 공중기동을 하면서 목표물에 접근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조선인민군 공군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보유하려는 목적들 가운데 하나는 전시에 한미연합군 전차, 장갑차, 자행포, 미사일 발사대차 등의 실시간 타격좌표를 쑤호이-25 공격기 편대에 신속히 제공하여 그들을 공중정밀타격으로 제거하려는 데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2022년 10월 6일 공대지 정밀 타격훈련에 참가한 쑤호이-25 공격기 8대가 연속 발사한 중거리 정밀유도폭탄 16발에 화산-31 전술핵탄두와 모양과 무게가 똑같은 모의 전술핵탄두들이 각각 장착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날 조선인민군 쑤호이-25 공격기들은 전술핵 정밀유도폭탄과 똑같이 생긴 모의탄 16발을 연속 발사하는 공대지 핵타격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이런 사정은 조선인민군 공군이 쑤호이-25 공격기를 전술핵공격기로 개조해 실전 배치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선인민군 공군이 보유한 쑤호이-25 공격기 36대 중에서 상당수가 전술핵공격기로 개조된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로씨야의 동맹국인 벨라루씨는 2022년 8월 말까지 자국 공군이 보유한 쑤호이-25 공격기를 전술핵공격기로 개조했고, 전술핵공격기를 조종할 전투비행사를 훈련시켰다고 한다. 로씨야는 벨라루씨와 합의한 절차에 따라, 2023년 6월 16일 쑤호이-25 전술핵공격기에 탑재할 전술핵 정밀유도폭탄을 벨라루씨 서부에 있는 리다 공군기지(Lida Air Force Base)에 이전, 배치하기 시작했는데, 2023년 말까지 이전, 배치를 완료하게 된다. 

 

미 제국의 국제안보 전문지인 원자과학자 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2023년 4월 24일부에 실린 분석기사에 의하면, 벨라루씨 서부에 있는 리다 공군기지에 쑤호이-25 전술핵공격기 10대가 전진 배치되었는데, 전술핵공격기 1대당 전술핵 정밀유도폭탄 1발씩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과학기술 전문지인 테크놀로지 오르그(Technology Org) 2023년 4월 14일부에 실린 분석기사에 의하면, 벨라루씨 공군이 전진 배치한 쑤호이-25 전술핵공격기에는 폭발위력이 30kt급인 전술핵 정밀유도폭탄이 탑재된다고 한다. 이 전술핵 정밀유도폭탄의 무게는 1,500kg이어서 쑤호이-25 전술핵공격기에 1발밖에 탑재하지 못하지만, 조선인민군 공군이 사용하는 전술핵 정밀유도폭탄의 무게는 로씨야 항공우주군이 사용하는 전술핵 정밀유도폭탄 무게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서 쑤호이-25 전술핵공격기에 2발씩 탑재할 수 있다. 

 

2022년 10월 6일 조선인민군 쑤호이-25 전술핵공격기 8대가 서울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황해북도 황주군 전술조치선 인근 상공으로 남하하여 전술핵 정밀유도폭탄 모의폭탄 16발을 연속 발사하는 공중핵타격훈련을 진행한 것은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미연합군을 공포로 밀어 넣은 사건이다. 

 

 

3. 전술핵폭격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완벽한 조합

 

2022년 10월 6일 조선인민군 폭격 비행대가 황해북도 황주군 전술조치선 인근 상공에서 진행한 공중핵타격훈련에는 쑤호이-25 공격기만이 아니라 일류신-28 폭격기도 참가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그날 일류신-28 폭격기 4대가 황해북도 황주군 전술조치선 인근 상공에서 1시간 동안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공중 정밀 타격훈련을 진행했다고 한다. 순항미사일은 정밀유도폭탄과 마찬가지로 외과수술식 정밀타격에 사용되는 무기다.

 

그날 공중 핵타격훈련에 참가한 일류신-28 폭격기 4대는 화산-31 전술핵탄두와 모양과 무게가 똑같은 모의 탄두가 장착된 전략순항미사일 4발을 서해의 무인도에 설치된 작은 목표물을 향해 연속 발사했다. 모의 핵탄두를 장착한 전략순항미사일 4발은 목표물에 전부 명중했다. 이런 사정은 조선인민군 공군이 운용하는 일류신-28 폭격기들이 전술핵폭격기로 개조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선인민군 공군이 보유한 일류신-28 폭격기 80대 중에서 상당수가 전술핵폭격기로 개조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0월 11일 조선로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진행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화살-1형 순항미사일과 화살-2형 순항미사일이 전시되었다. 그 두 종의 순항미사일은 모두 5축10륜 발사대차에 탑재되었다.

 

2022년 1월 28일에 시험발사된 화살-1형 순항미사일 2발의 사거리는 1,800km이고, 2022년 10월 13일에 시험발사된 화살-2형 순항미사일 2발의 사거리는 2,000km다. 화살-1형에는 고폭탄두가 장착되고, 화살-2형에는 화산-31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

 

2023년 3월 22일 조선인민군 전략순항미사일 부대는 전략순항미사일 4발을 발사하는 훈련을 진행했는데, 이 발사훈련은 “핵전투부를 모의한 시험용 전투부”가 장착된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 4발을 연속 발사한 전술핵타격훈련이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고폭탄두가 장착된 화살-1형 전술순항미사일, 그리고 화산-31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이 조선인민군 전략순항미사일 부대들에 각각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 전략순항미사일 부대는 화산-31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전략순항미사일을 5축10륜 발사대차에서 발사하고, 조선인민군 폭격비행대는 화산-31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전략순항미사일을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에서 발사한다. 화산-31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은 무게가 약 1,600kg이므로,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에 1발만 탑재할 수 있다. 

 

2022년 10월 6일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 4대가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50km 떨어진 황해북도 황주군 전술조치선 인근 상공에서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 4발을 연속 발사한 것은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 있는 타격 대상을 전술핵타격으로 제거하기 위한 공대지 정밀 타격훈련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화산-31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2,000km나 되기 때문이다.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가 황해북도 황주군 상공에서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을 서남쪽으로 발사하면, 일본 오끼나와에 있는 작은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10월 6일 조선인민군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 4대가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을 연속 발사한 공중핵타격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우리 국가의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군사정 세 상황을 놓고 볼 때 신속하고 철저한 전쟁 준비 태세와 군사적 대응능력 강화는 우리 혁명 앞에 필수불가결의 요구로 나선다”고 말하였다. 김정은 총비서가 언급한, 군사 정세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우리 국가의 주변”은 미 제국 항모타격단과 강습상륙준비단이 들락날락하는 일본과 동중국해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 4대가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을 연속 발사한 공중 핵타격훈련의 주된 목적은 조선과 중국을 노리는 침공야욕에 사로잡혀 경거망동하는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을 한반도 밖에서 평정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10월 12일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하면서 “우리는 임의의 시각에 도래하는 그 어떤 엄중한 군사적 위기, 전쟁 위기도 단호히 억제하고 주도권을 완전히 쟁취할 수 있게 핵전략무력 운용공간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이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총비서의 핵전략 구상은 조선인민군 공군의 핵작전 범위를 한반도 밖으로 확장하여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을 평정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의 핵전략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조선인민군 공군은 사거리가 2,000km인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작전반경이 2,100km인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를 동원한 공중 핵타격훈련을 진행함으로써 자기들의 핵작전 범위가 한반도 밖으로 대폭 확장되었음을 입증하였다.   

 

2015년 1월 23일 김정은 총비서의 현지지도 밑에 조선인민군 근위 제1항공사단 관하 추격기 연대와 폭격기 연대가 비행전투훈련을 진행했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추격기 연대와 폭격기 연대는 “적 공중 비적들의 해외 발진기지와 적함선 집단을 가상한 목표에 대한 탐색과 강력한 타격”을 “짧은 시간 안에 련속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매체가 언급한 “적 공중 비적들의 해외 발진기지”는 일본 각지에 산재한 주일미국군 공군 기지들과 일본 항공자위대 항공 기지들을 가리킨다. 또한 조선의 언론매체가 언급한 “적 함선 집단”은 동중국해를 들락날락하는 미 제국 항모타격단과 강습상륙준비단을 가리킨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주일 미국군 공군 기지들과 일본 항공자위대 항공기지들, 그리고 동중국해를 들락날락하는 미 제국 항모타격단과 강습상륙준비단이 조선인민군 폭격 비행대의 공대함 핵타격 목표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들이 화산-31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해 동중국해에 들락날락하는 미 제국 항모타격단과 강습상륙준비단을 타격하려면 해상 이동표적의 실시간 타격좌표를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파악한 해상 이동표적의 실시간 타격좌표를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 편대에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인민군 공군이 일류신-76 전략수송기를 개조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제작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와 일류신-76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완벽한 조합, 그것은 조선인민군 공군이 미 제국 항모타격단과 강습상륙준비단을 수장시킬 절대적인 힘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아시아 전쟁이 일어나면, 지상에서 기동하는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은 화산-31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변칙궤도비행 미사일과 화산-31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600mm 조종방사포를 기습적으로 집중발사해 한미연합군의 공군력과 반항공망을 제거할 것이고, 조선인민군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 편대는 안또노브(Antonov)-24 전자 전기를 앞세우고, 미그-29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일류신-76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함께 동중국해 상공으로 날아가 조선과 중국을 노리는 침공야욕에 사로잡혀 경거망동하는 미 제국 항모타격단과 강습상륙준비단을 수장시키고, 동아시아 변란을 평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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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따뜻한 선물로 시작하자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차가운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따뜻한 선물로 시작하자

 
바야흐로 성탄절, 그리고 연말연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정성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인간은 왜 선물을 주고받는가? 이에 대한 경제학의 궁금증도 오래 이어져왔다. 이 질문에 대한 주류경제학의 대답은 다양하지만, 그 본질은 간단하다. 선물을 주는 이유는 선물 사는 데 드는 돈(비용)에 비해 그로 인해 받을 만족도(효용)가 크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선물을 줬을 때의 비용에 비해 그로 인해 연인으로부터 받을 감사와 애정이라는 효용이 더 클 때 선물을 한다. 만약 기대효용이 시원치 않으면 선물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밖에 없다.

대가성이 있는 선물도 마찬가지다. 누가 봐도 진심이 담겨있지 않는 접대성 선물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접대성 선물은 그를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더 큰 무언가를 뜯어내려는 밑밥이라는 이야기다. 이 주장을 펼친 사람은 프랑스의 경제학자 모리스 알레인데, 이 사람도 나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다.

사실은 현금이 최고?

그런데 이런 주류 경제학의 관점으로 보면 선물에는 매우 모순된 지점이 존재한다. 내가 남에게 선물을 하는 이유는 내가 들인 비용에 비해 뭔가 얻을 게 더 크다는 기대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쓰는 비용으로 상대의 기분을 최고로 좋게 만드는 것이 선물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하지만 물품으로 전달되는 형태의 선물은 대부분 쓴 돈에 비해 상대를 최고의 만족까지 잘 이끌지 못한다. 예를 들어 내가 10만 원짜리 선물을 준비했다면, 상대가 받는 행복감은 10만 원 이상이어야 기대 효과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미국 와튼스쿨 경제학과 교수 조엘 왈드포겔이 예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어느 정도 만족을 느끼는지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은 받은 선물의 가치를 시장가치보다 10~33% 정도 낮게 측정했다.

예를 들어 내가 100달러짜리 선물을 했다면 상대방이 그 선물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67~90달러 수준이었다는 이야기다. 이게 뭔 멍청한 짓인가? 100달러를 쓰고도 67달러밖에 생색을 못 낸다니!
 
조계사 '성탄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이 열린2018년 12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스님이 점등된 트리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우리도 그런 경험 있지 않나? 정작 선물을 받았는데 쓸 일이 하나도 없는 물건이라거나, 디자인이나 색상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이런 경험 말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상품권인데, 이 역시 돈값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1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샀는데, 정작 선물을 받는 사람이 그 백화점을 잘 들르지 않는다면? 이러면 당연히 선물의 가치가 떨어진다.

그럼 어찌해야 하나? 주류 경제학적 해법을 찾자면 가장 현명한 방법은 그냥 돈으로 선물을 대신 하는 것이다. 어떤 선물을 사더라도 100달러로 100달러 이상 효과를 내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자, 경제학의 정답은 정해졌다. 우리 힘들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느라 애쓰지 말고 그냥 현찰 박치기로 끝내자. 나는 연인에게 10만 원짜리 선물을 하려고 했고, 연인은 나에게 5만 원짜리 선물을 하려고 했다면? 이때는 피차 미리 연락해 더하기빼기 한 다음 내가 연인에게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 주는 것으로 이번 크리스마스를 끝내면 되겠다.

인간은 그렇게 차갑지 않다

이까지 읽으신 소감이 어떤가? 실로 삭막한 헛소리들 아닌가? 나는 주고받는 선물 속에 적지 않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로지 주고받는 이익의 등가물만이 선물의 온전한 가치라고 주장하는 것은 완전한 헛소리다. 주류 경제학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간은 그렇게 이기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고, 세상은 그렇게 차갑기만 한 것도 아니다.

경제학에는 놀랍게도 선물 경제학(gift economy)이라는 분야가 있다. 실제 특히 진화인류학의 관점에서 경제학을 바라보는 이들이 이 이론을 많이 지지한다.

선물 경제학은 인류 경제의 역사가 ‘반드시 내가 준만큼 받아낸다’는 이기적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고 본다. 오히려 그에 비해 아무 대가 없이 상대를 돕고 지원하는 선물(gift)이 경제의 뿌리였다는 주장이다.

생각해보라. 고대 원시사회에서 돼지 뒷다리를 가져가면 꽁치 세 마리를 내어주는 이 거래가 과연 시장의 원리를 통해 이뤄졌겠나? 돼지 뒷다리의 가치가 꽁치 세 마리인지, 네 마리인지는 누가 어떻게 알았겠나?

주류 경제학자들은 그게 수요와 공급에 의해 다 결정된다고 억지를 피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 반가운 부족이 오면 돼지 뒷다리를 선물로 대접하고, 나중에 그에 대한 보답으로 꽁치 세 마리를 다시 선물하며 인류가 발전해왔다는 주장을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인다.

나는 시장이 정한 등가교환이 아니라 선물을 주고받는 사랑의 마음이 인류를 훨씬 더 아름답게 진화시키리라 확신하는 사람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현금 박치기를 하는 광경보다 정성이 담긴 작은 포장의 선물을 직접 주고받는 게 더 바람직하다.

선물이 주도하는 경제는 시장경제보다 훨씬 아름답다. 등가교환은 주고받는 순간 거래가 끝나지만, 마음을 담은 선물은 이 세상의 빈 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내가 어려운 사람에게 내민 연대의 손길은 나에게 돌아오는 대신 더 어려운 사람에게 새로운 연대의 파도로 이어져 간다.

‘선물 경제학의 옹호자’라 불리는 찰스 아이젠스타인이 자신의 저서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에 남긴 아름다운 말로 이 칼럼을 맺는다. 부디 이 성탄과 연말연시에 우리의 관대함과 따뜻한 연대의식이 차가운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소망한다.

“선물은 빈곳을 향해 움직인다. 원을 그리며 도는 선물은 가장 오래 빈손이었던 사람을 향해 움직인다. 그러다가 그것을 더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오래된 경로를 벗어나 그를 향해 움직인다. 우리는 관대함으로 인해 빈손이 되지만, 우리의 빈손은 다시 부드럽게 전체를 끌어당긴다. 움직이는 선물이 빈손을 채우러 돌아올 때까지, 이 사회는 진공상태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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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인' 한동훈 앞에 놓인 숙제는? 김건희 특검, 당정관계 등 험로

[전망] '김건희 특검' 앞 작아지는 한동훈? 당정관계 변화 이룰까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3.12.24. 19:32:54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의 오른팔'로 불려 온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본격적인 정치를 앞두고 있다. 무려 집권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무거운 자리다. 당 안팎에서는 수평적 당정관계 확립과 청년·중도층 지지 확장에 대한 기대가 모인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 앞에 작아지는 모습 등 과연 한 전 장관이 당정관계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 경험 부족도 약점으로 꼽힌다. 청년·중도층의 지지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 차원이다. 가능성을 자산으로 바꿀 열쇠는 그가 앞으로 보일 정치적 역량이다.

 

국민의힘이 한 전 장관에게 거는 기대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후보 지명 하루 뒤인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모두발언에 집약돼 있다. 윤 원내대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후보지는 당정관계에 활발한 소통을 가져올 것이며 이를 통해 민의와 국정의 밀접한 연계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 사이에는 기본적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허물없고 진솔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권의 화두로 떠오른 '건강한 당정관계 확립'의 적임자가 한 전 장관이라는 주장이다. 

 

한 전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후보 지명 이틀 전인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호기롭게 답했다. 그러나 그는 후보 지명일인 지난 21일에는 당정관계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은 비록 소수당이지만 대선에 승리해 행정을 담당하는 이점이 있다"며 "그 시너지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 국민들께 필요한 정책을 실천에 옮기겠다"고 했다. 여당의 정부 견제 기능보다는 협력에 방점을 둔 것이다. 

 

견제와 협력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여당 지도부의 정치적 역량이다. 당장 그 역량을 가늠할 첫 시금석은 다수 여론조사에서 6~70%대 찬성이 확인된 '김건희 특검'이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특검법 통과를 벼르고 있다. 특검법 처리 국면에서 여당이 보일 득점 혹은 실점은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첫 정치 실적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 전 장관은 앞서 이에 대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 만들어진 악법"이라며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고,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의 성격도 "몰카 공작"으로 규정했다. 

 

두 번째 가늠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의 불안요소로 거론되는 용산발 '대통령실·검찰 공천' 문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의 '윤핵관·중진의 험지 출마 내지 불출마' 혁신안과 영남권을 겨냥한 당무감사위원회의 '46곳 현역 당협위원장 컷오프(공천 배제)' 권고 계획 등이 '낙하산 공천'을 위한 빈 자리를 만들려는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명확하게 반기를 든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한 전 장관이 얼마만큼의 자율성을 발휘할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 3.8 전당대회 당시 유 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을 사실상 용산이 나서서 정리하며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탄생시킨 일에 비춰보면, 한 전 장관이 '김건희 특검'이나 공천, 당 통합과 관련된 문제에서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할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관측이 섣부르지만 나온다.

 

'긁지 않은 복권' 한동훈의 불안요소는?…공격적 말하기 방식, 경험 부족 등 

 

한 전 장관이 가진 최대 자산은 그가 사실상 '미래권력'이라는 점이다. 윤 원내대표는 한 전 장관에 대해 "기존의 우리 당원과 보수층을 재결집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청년층 및 중도층과도 공감대를 이룰 분"이라며 "한 후보는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여권 인사 중 1위로 나오고 있으며 기성 정치인과 다른 참신한 언행으로 청년층과 중도층으로부터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도 했다. 한 전 장관에게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스윙 보터(swing voter)'를 끌어들일 매력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사가 피의자를 대하는 듯한 한 전 장관의 말하기 방식은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밝힐 즈음에도 그대로였다. 한 전 장관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앞으로의 거취를 묻자 "그냥 의원님 혼자 궁금해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같은 날 한 기자가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도 그는 "민주당이 저한테 꼭 그걸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더라"고 비꼬았다.

이는 그가 '대통령의 참모'인 장관·국무위원일 때는 오히려 그를 돋보이게 했지만, 정치적 리더에게 대중이 기대하는 모습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한 전 장관을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 유시민 전 장관에 비기는 시각도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명쾌한 언변, 화려한 논리와 대야(對野) 전투력, 대통령의 동지이자 측근이며 미래권력으로 누렸던 정치적 위상까지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싸가지 없다'는 이미지는 그의 약점이었고 한때 잠룡으로 꼽혔던 유 전 장관은 정치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한 전 장관은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진짜 위기는 경험 부족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다"(19일), "권력 쟁투 의미의 정치에 대해서는 멀리 있었지만, 공공선의 추구라는 큰 의미의 정치는 벌써 20여 년째 하고 있다"(21일)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당 안팎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킬 만한 답은 아니었다.

 

때문에 한 전 장관의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4선 중진인 홍문표 의원은 지난 22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장관은 '내가 이 당을 맡아서 비대위를 해보니 이것은 이렇게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당정관계에서의) 수직이 수평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것만 소통을 잘하고, 대통령의 공약을 행동으로 실천하면 한 170석 정도도 건질 수 있다"고 기대를 보였다. 

 

반면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21일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한동훈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국민의힘으로서는 정말 큰 도박을 한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한동훈이라는 보수 우파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인 자산도 잃어버리고 내년 총선에서 패배의 길로 가는 선택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위원장은 이를 놓고 "이제는 던져진 주사위"라며 "대통령도 결단을 한 것이다. 이건 사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임기 말에나 가능한 행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미래권력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초반에 투입한 것"이라며 "만약에 내년 총선에서 이기면 급격하게 한동훈에게 권력의 추가 움직일 것이다. 그걸 감내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이 결단을 한 것"이라고 짚었다. "최후에 쓸 카드를 먼저 선제적으로 쓴 것"이라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던진 주사위의 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주사위를 덮은 컵은 내년 4월 10일에 치워질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에 인용한 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는 언론사 의뢰 없는 자체 조사이며 전화조사원·무선 가상번호 방식으로 수행됐고,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3.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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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봄 참군인 묘비는 '단 한줄'... 눈물이 났습니다

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 잠든 김진기 헌병감의 묘.

ⓒ 김종훈

2024년 1월 13일 '서울의봄·12.12 특별 현충원투어'를 진행합니다. 지난 12월 9일 서울현충원 투어에 이어 대전현충원에서 진행하는 공익목적의 비영리 투어입니다. 지난 18일 안내 기사를 쓴 탓에 신청자가 이미 150여 명이 넘은 상태입니다.

23일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미리 사전 답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혼자 대전현충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장군2묘역 최상단, 그곳에서 김진기 헌병감의 묘비를 마주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이 세상 태어나서 2006년 12월 28일 이 세상을 떠났다'

12.12 반란군에 맞서 싸운 군인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 치고는 참으로 단출했습니다. 그럴 것이 김진기 헌병감의 주변에 자리한 12.12반란 주역들의 묘비엔 하나같이 '정직', '청렴', '용맹', '헌신' 등 온갖 미사여구가 가득 새겨졌습니다. 심지어 '참군인'이라는 말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문제는 어디에도 '반란을 일으켜 반성한다'는 내용은 찾으려야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

오직 반란군에 맞서 싸운 김진기 장군의 묘만 '고인의 유지'라는 말과 함께 아무런 수식 하나 없이 이 세상 태어나 이 세상 떠났다는 내용만 새겨졌습니다.

김진기 헌병감은 왜 그랬을까?

 

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 잠든 김진기 헌병감의 묘.

ⓒ 김종훈

'그는 대체 왜 이 말 한마디만 남긴 것일까?'

사전답사를 마치고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의문입니다. 애석하게도 김진기 헌병감이 남긴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과 장태완 수경사령관 등과 함께 전두환·노태우 등 군사반란에 참여했던 34명을 반란 및 항명 등 혐의로 대검에 고소할 때 몇몇 방송과 남긴 짧은 인터뷰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국립중앙도서관에는 김진기 헌병감이 1993년에 직접 쓴 글이 남아 있습니다. '13년 만에 처음 밝히는 전육본 헌병감 김진기의 육성... 나는 왜 전두환을 고발했나'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11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면 김 헌병감이 왜 자신의 묘비에 단출한 메시지를 남겼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정승화 장군은 날조된 내란방조의 전과자가 돼 있고 그의 인격과 인생이 파괴당하였다. 아직 연금도 못타는 실정이다. 정병주 장군에 대한 배신의 총격과 의문의 죽음, 군 충성의 귀감이 될 김오랑 소령의 희생과 그 미망인의 의문의 죽음, 하소곤 장군의 총격 중상, 총장 공관에서 두 장교가 당한 무차별 총격과 중상 그리고 진압군이나 반란에 동원되었다가 희생된 장병들, 특히 조국과 군을 위하여 한목숨을 걸고 헌신해 온 선배 장군들과 유능한 장교들이 하루 아침에 죄인처럼 군에서 쫓겨나거나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사연들은 개인적인 문제에 속한다. 국방부를 비롯한 상급사령부가 적대행위 이상의 잔인한 방법으로 습격되고 강점됐던 사실. 이로 말미암아 군의 통치권과 지휘계통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군에는 결코 지휘계통과 사조직의 이원화된 계통이 있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남겨주어야 한다. 법적인 명확한 매듭이 있을 때 오늘의 국군에 12.12반란세력의 후계자가 아닌 참된 제2창군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이다." - <13 년만에 처음 밝히는 전육본 헌병감 김진기의 육성>에서

김 헌병감은 해당 글에서 "10.26 당일 밤 김재규 체포를 지연시키고 국가위기를 증폭시킨 장본인은 정승화 총장이 아닌 전두환 보안사령관"이라면서 "전두환은 자기가 져야할 더 중대한 책임을 상관에게 뒤집어 씌우는 군인의 기초적 양식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비열한 행동을 자행했다. 이것은 12.12가 어떤 명분도 없이 전두환 소장 개인의 야망과 그를 추종하는 사조직의 이익을 위하여 구실을 만들어 일으킨 저질의 반란이었음을 입증하는 사실"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전두환은 국회청문회에서 반성은커녕 버젓한 거짓말과 12.12때의 각본 그대로 상관들에게 뒤집어 씌운 죄를 거듭하며 매도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며 "엄정한 법의 심판으로 교훈을 남겨 그 같은 불미하고 불행한 반란의 재현을 단연히 막자는 것이 우리에게 부과된 시대적 사명이다. 지체 없는 조속한 매듭으로 깨끗이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헌병으로 살아온 군인... 더러운 꼴 보기 싫어 시작한 광어양식

 

1995년 12월 12일 김진기 12.12 당시 육본 헌병감이 정병주 전 특전사령관 묘소 앞에서 증언하는 모습.

ⓒ MBC 뉴스 화면 캡처

김 헌병감은 평안도에서 한국전쟁 직전 월남했습니다. 이후엔 육사 9기를 거쳐 갑종장교로 임관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습니다. 특기가 헌병이었기에 자연스레 헌병 중대장과 헌병 대대장, 3군 헌병참모, 육군 헌병차감, 국방부 조사대장, 육군 헌병감 등을 지냈습니다.

과정에서 1979년 10.26이 발발하자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체포 작전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0여 일 뒤 전두환 등 하나회 일당에 의해 일어난 12.12군사반란은 결국 막아내질 못했습니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당시 최규하 대통령에게 정승화 총장의 체포 승인을 받기 위해 총리공관에 머물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체포하라고 직속 부하인 총리공관 헌병 특별경호대장 구정길 중령에게 명령하지만 헌병 경비 병력들이 하나회 병력인 대통령 경호실 병력에 의해 무장해제되며 실패합니다. 이에 김 헌병감은 휘하의 병력만을 이용해서라도 최 대통령을 구출하려 했지만 장태완, 정병주 장군처럼 부하들의 하극상으로 인해 실패하고 맙니다. 그 뒤 수도경비사령부 지휘부에서 수도경비사령부 헌병단 부단장 신윤희 중령에게 무장해제 됩니다.

김 헌병감은 국군보안사령부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비역 준장으로 자진 예편하고 군을 떠납니다. 예편 후엔 수원에서 농사를 짓다 반란군이 나라를 주무르는 것을 보고 이 모습이 보기 싫다 하여 아예 보문도라는 섬에 들어가 광어 양식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일생을 군인으로만 살아왔기에 사업은 크게 실패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1987년 6월 항쟁 등으로 전두환 정권이 무너져 내리자 그해 11월 정병주 전 특전사령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신군부의 만행을 폭로했습니다. 그러나 정병주 장군은 이듬해인 1988년 10월 16일 밤 10시에 갑자기 행방불명됐습니다. 그리고 실종 139일 만인 1989년 3월 4일에 경기도 한 야산에서 목매달아 죽은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정 장군의 죽음은 자살로 처리됐습니다.

김진기 헌병감은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자 유화책 차원으로 진행된 여러 보직 제의를 모두 거절합니다. 문민정부 시대가 열리고 나서야 한국토지공사 이사장을 역임하였고, 1993년 예비역 장성들인 이건영, 하소곤, 정승화 등과 함께 전두환을 내란죄 등으로 고발한 겁니다. 해당 수기는 그즈음 남긴 기록입니다.

끝내 사과하지 않은 전두환과 반란군들

 

전두환 대통령 취임식(1980. 9. 1)

ⓒ 국가기록원

그러나 김 헌병감의 이러한 노력에도 전두환은 끝끝내 사과하지 않고 2021년 11월 23일 사망했습니다. 심지어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이 12.12사건은 군사반란이며 5.17사건과 5.18사건은 내란 및 내란목적의 살인행위였다고 판단했어도 전두환은 제5공화국 정부는 합헌 정부로서 내란정부로 단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03년 2월 SBS와의 인터뷰에서는 "(5.18)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그 폭동이다. 그러니까 계엄군이 진압하지 않을 수 없지 않나"라며 유혈 진압을 정당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두환뿐일까요? 전두환의 최측근으로 12.12 당시 1공수 여단장으로 국방부와 육군본부를 무력으로 점거했던 박희도 역시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법을 조롱하는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5.18 특별법 제정을 지시한 직후인 1995년 11월 'LA에 있는 아들을 보러 간다'면서 출국해 미국으로 도피했습니다. 3년 동안 미국에 체류하면서 기소중지 상태였던 그는 뒤늦게 귀국해 재판을 받고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공범들이 이미 사면·복권된 후여서 법정구속 되진 않았습니다. 이후 박희도는 극우적인 활동에 전념하며 역사를 왜곡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11월 23일 서울 광화문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전두환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목소리를 높이는 악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진기 헌병감은 1995년 12월 12일 정병주 전 특전사령관의 서울현충원 무덤 앞에서 MBC와 인터뷰를 합니다. 그는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12.12는 철저하게 소수 정치군인들이 권력에 눈이 어두워서 저지른 권력을 위한 쿠데타였습니다. 동료는 물론이고 상관까지도 살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방비가 없는 상급사령부에 대해서 무차별 공격을 했고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를 했습니다. 이거는 동서고금에 쿠데타 역사에 유례가 없는 가장 치욕적인 부끄러운 쿠데타입니다."

김진기 헌병감은 아마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참군인으로서 12.12쿠데타의 진상을 밝혀 역사와 국민 앞에 반란군들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던 거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 본인도 최선을 다했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는 바랐던 뜻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이 세상 태어나서 이 세상을 떠났다'는 단출한 문장 한줄만 남겼습니다. 반란군에 맞서 일생을 싸운 참군인 김진기를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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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진기, #전두환, #서울의봄, #장태완, #정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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