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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 올라탄 천황의 모습, 일본인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일본 철도 기행] (上) 일본 최초의 철도 노선, 신바시-요코하마

박세열 기자(=도쿄) | 기사입력 2024.09.19. 05:05:55

"경인철도회사에서 어제 개업 예식을 거행하는데 인천서 화륜거가 떠나 영등포로 와서 경성에 내외국 빈객들을 수례(객차)에 영접하여 앉히고 오전 9시에 떠나 (다시) 인천으로 향하는데 화륜거 구난 소리는 우레 같아서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거의 굴뚝연기는 반공에 솟아 오르더라. (...) 수레 속에 앚아 창문으로 내다 보니 산천 초목이 모두 활동하여 닷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80리 되는 인천에 순식간에 당도 하였는데, 꼭 정거장에 배포한 범절은 형형색색 황홀찬란하여 진실로 대한 사람의 눈을 놀리더라. (…)그 중에 더욱 가관되는 것은 인천항에 거류하는 일본인들이 각기 집에 국기를 세웠으며 (…) 예식을 다하고 오후 1시에 서울 빈객들과 인천 빈객들이 도로 화륜거에 올라 2시 반에 영등포에 당도하여 서울 빈객들은 서울로 들어오고 인천 빈객들은 도로 고타 4시 반에 인천에 당도하였다더라."

20세기를 열어젖힌 이 사건을 <독립신문> 19일자는 이렇게 묘사했다. 1899년 9월 18일 인천(제물포)-노량진 간 33.8킬로미터 구간을 연결하는 한국 최초의 철도 경인선 개통식이 있었다.

그에 앞서 1년 전인 1898년 9월 일본과 조선은 경부철도 부설권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다. 조선은 철도 용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철도 용품과 이익에는 세금을 매기지 못하며, 완공 후 15년간 경부철도 영업권은 일본에게 있다는 내용이었다. 1년 후 경인철도 개통식에 일본 국민들이 일장기를 흔들면서 환호한 이유가 다 있었다. 조선의 철도는 그러니까 일본의 것이었다. 그 철도 부설을 비용 때문에 조선인 집안엔 밥그릇까지 쇠붙이가 남아나질 않았고, 조선 노동자들이 헐값에 동원됐으며, 부설된 철도를 통해 한반도의 쌀이 일본으로 흘러나갔다. 반면 조선 반도 철도 건설에 이은 만주 철도 건설은 일본 철도 기술을 몇 단계 도약시켰고, 일본의 제국 유지를 위한 대륙의 실핏줄로 요긴하게 이용됐다.

흔히 일본은 '철도 왕국'이라 불린다. 1986년 메이지 유신 이후 중앙집권을 이룬 일본은 서양의 압도적인 힘과 기술을 동경했다. 그 상징은 철도였다. 그 일본 철도의 기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스토리를 접했다. 일본 근대화의 산업 영웅 중에는 '오야토이 가이코쿠진'(お雇い外国人, 정부 고용 외국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영국 출신 서른살의 에드먼드 모렐은 1870년 4월 9일 요코하마항에 도착했다. 그는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공부한 공학자로 20대 초반의 나이에 뉴질랜드와 호주의 철도 건설에 참여했고, 1867년에는 영국의 식민지인 북보르네오의 석탄 회사에서 철도를 건설했다.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아시아의 야심찬 나라에 도착한 그는 도쿄 신바시와 요코하마를 연결하는 일본 최초의 철도를 설계한다. 모렐은 이토 히로부미 등 일본 정부 인사들에게 철도 산업과 기술에 대해 조언했고, 날씨가 나빠 공사를 쉬는 날엔 일본인 엔지니어와 측량사를 집으로 데려와 자신의 지식을 나누었다.

▲ 사쿠라기초 역 박물관에 전시된 '오야토이 가이코쿠진'(お雇い外国人, 정부 고용 외국인)에 관한 설명 ⓒ박세열

▲사쿠라기초 역에 전시된 증기 기관차. 요코하마의 사쿠라기초역은 일본 최초의 철도역이다. ⓒ박세열

메이지 천황과 각료들, 핵심 참모들은 1872년 10월 14일 신바시와 요코하마 역(현 사쿠라기초 역)의 철도 개통식에 참석했다. 각 역에서 각각 2회 씩 개통식이 열렸다. 구경 나온 사람들이 기차에 탄 천황을 보며 손을 흔들고 함성을 질렀다. 00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철마위에 올라선 천황의 이미지는 일본인들에게 경외감과 두려운 심성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최초의 이 노선 주변의 집들엔 일장기가 게양됐다. '노량진-제물포' 개통식과 비슷한 풍경이다. 두 역을 연결하는 직행 열차(거리 23.8km)는 원래 53분 걸려야 했다. 그러나 개통식에서 기차는 오전 10시에 신바시를 출발해 오전 10시 54분 요코하마역에 도착했다. 1분 늦은 셈이다. 이튿날엔 왕복 운행 회수를 9회로 늘렸다. 증기 기관차 10대와 객차 50대는 영국에서 수입해 왔다. 1067mm의 협궤가 채택됐다. 일본 최초의 기차 운전수는 모두 외국인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처음으로 100만 파운드 규모의 외화채권을 발행했다고 한다.

현재 도쿄 북부 우에노역에서 '우에노 도쿄 라인'을 타고 요코하마 역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분, 거리에 비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넓은 도쿄 경제권 광역 열차가 가진 특징이자 장점은 쾌속, 급행 열차 등을 통해 장거리 승객이 만족할만한 시간 단축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요코하마 역에서 하차해 다시 네기시선을 타고 한 정거장을 가면 일본 최초의 철도 노선 시작 지점인 사쿠라기초역이 있다.

원래 사쿠라기초역의 이름이 요코하마역이었으나, 지금의 요코하마역이 들어서며 이름이 사쿠라기초역으로 바뀌었다. 요코하마와 사쿠라기초역까지 구간은 당시 바다였는데 만을 따라 매립을 하고 제방을 쌓아 레일을 깔았다. 이후 1887년에 신바시에서 사쿠라기초역(당시 요코하마역)을 거쳐 가나가와현 고즈역까지 가는 철로가 개통되면서 사쿠라기초역은 '중간역'이 된다. 도쿄에서 사쿠라기초역에 도착한 열차는 스위치백(후진)으로 고즈역까지 운행했는데, 이것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현재의 요코하마역을 새로 만들었고, 사쿠라기초역은 '최초의 철도역' 타이틀만 간직한 채 지금은 보통의 전철역으로 기능하고 있다.

사쿠라기초역 북쪽3번 출구로 나오면 곧바로 사쿠라기초역 철도박물관을 볼 수 있다. 박물관이라고 하지만, 쇼핑몰 한 편을 차지한 공간이다. 하지만 사쿠라기초 역사 기둥들을 비롯해 곳곳엔 이곳이 최초의 역임을 알리는 전시물들이 게시돼 있다. 하나 하나 찾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역사 전체가 박물관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박물관엔 일본 철도 건설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오야토이 가이코쿠진'들에 대한 설명이 비중있게 자리하고 있었다.

▲도쿄와 요코하마(사쿠라기초역)를 연결하는 철도. 도쿄의 신바시에서 요코하마역으로 최초의 철도가 지나간 길 위로 JR동일본의 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박세열

▲사쿠라기초역사에는 근대 철도와 관련된 전시물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박세열

일본 최초의 노선을 설계한 에드먼드 모렐과 함께, 토마스 알 셰빙턴(Thomas R Shervinton)은 1873년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철도 건설 기사를 맡았다. 그는 일본 철도의 핵심인 (한국으로 치면 경부선과 같은) 도카이도 본선 등의 철도 부설을 맡는다. 일본의 철도 인력 양성에 큰 힘을 기울이기도 했다. 일본 특유의 산악 지형에 맞는 철도 부설에 대한 연구 등과 함께 일본 철도를 해외에 소개하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확인 할 수 있다.

월터 핀치 페이자(Walter Finch page)는 주로 철도 운영 사무 등에 관한 조언으로 일본 철도의 시스템에 기여했다. 프란시스 헨리 트레비식(Francis Henry Trevithick)은 1801년 영국에서 최초로 증기력을 이용한 기관차를 만든 발명가 리처드 트레비식의 손자다. 트레비식 가문의 사람들은 수대에 걸쳐 철도 연구와 철도 산업에 종사했는데, 그의 아들인 프랜시스 트레비식은 런던 북서부 철도(LNWR)의 최초 기관차 엔지니어로 활약했으며, 프랜시스 트레비식의 다른 아들들도 헨리 트레비식처럼 영국 등지에서 철도 전문가로 활약했다. 그리고 그의 손자가 일본에 와서 철도 건설에 힘을 보탠다.

일본의 근대화는 이런 '오야토이 가이코쿠진'의 도움이 거의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74년 기준으로 일본 정부가 고용한 외국인 전문가들 숫자는 520명 수준었는데, 당시 급여는 227만2000엔으로 국가 연간 예산의 33.7%에 달했다고 한다. 520명 중 거의 절반 이상이 영국인이었고, 영국인의 대부분은 철도 종사자들이었다. 일본이 당시 철도 건설에 국력을 쏟아다시피 한 이유는 근대화의 핵심이 철도망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철도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종합예술이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전문가를 고용하면서 토목, 공학, 차량, 열차 운영, 교통, 서비스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을 데려왔다. 일본 정부가 이들을 고용한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 일은 그들에게 철도 기술학교를 세우도록 하고 일본인들을 철도 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이었다. 서양으로부터 철도 기술을 '사들여'온 일본인들은 그 기술을 발전시켜 조선, 대만, 만주 등 인접국 침략을 위해 철도를 건설했다. 남는 장사라고 해야 할까.

▲일본 최초의 역사인 요코하마역 개통 당시 모습을 재연한 모형 ⓒ박세열

▲메이지 시대 말기, 다이쇼 시대 초기 요코하마역 모습. ⓒ박세열

▲요코하마 역으로 최초의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박세열

사쿠라기초 역에서 다시 열차를 타고 이번엔 도쿄역 근처 신바시 역으로 갔다. 신바시역은 도쿄에 생긴 일본 최초의 역이다. 신바시역 건물도 '요야토이 가이코쿠진'이었던 미국인 건축가 리차드 P. 브리젠스가 설계해 1871년 12월 완공했다. 건설 당시엔 서양 건축물이 드물어서 '문명 개화'의 상징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한다. 도쿄의 명물이었던 신바시역은 1923년 관동 대지진 때 화재로 파손됐다. 현재 파니소닉 빌딩과 시오도메 시티 센터 사이에 있는 일본 철도 초기 시대 신바시역사 건물은 과거 모습과 위치를 고증해 최대한 비슷하게 복원한 것이다. 지금은 철도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전시관 2층엔 처음 개통했을 당시의 구 신바시역의 모습, 레일, 교량, 제방 사진 등이 담긴 귀한 영상 자료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기자가 도착한 날은 휴관일이었다.

신바시역 광장에는 D51형 증기기관차가 전시돼 있다. 과거 일본 철도성이 제작해 1936년부터 1975년까지 운행하다 퇴역한 차체로, 쇼와 시대를 풍미했던 모델이다.

▲일본 최초의 역 신바시역을 재현한 건물. 현재는 철도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세열

▲신바시역 재현 건물 뒤편에 플랫폼도 재현해 놓았다. ⓒ박세열

▲도쿄 신바시역 앞에 D51형 증기기관차가 전시돼 있다. 과거 일본 철도성이 제작해 1936년부터 1975년까지 운행하다 퇴역한 차체로, 쇼와 시대를 풍미했던 모델이다. ⓒ박세열

▲근대에 건축된 아치 모양의 역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쿄 신바시역 ⓒ박세열

철도 노선 건설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현재 요코하마역에서 최초의 역인 사쿠라기초 역까지 가는 길은 바다와 접한 만의 가장자리를 따라 매립하고 제방을 쌓아 레일을 설치한 것이었다. 신바시 쪽에서 나가는 기차의 레일을 까는 작업도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신바시에서 요코하마를 가기 위해 지나치는 시나가와역 인근도 원래 바다였다. 당시 시나가와역 인근 다카나와의 주민들이 토지 수용을 반대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다카나와 지역 만을 따라 제방을 쌓기로 결정했다. 바다를 메우고 제방을 쌓는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죽었다. 제방 공사 도중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신바시역에는 당시 제방의 흔적들을 발굴 중이라는 내용의 전시물이 붙어 있다. 이미 유실된 줄 알았던 제방의 교량 등이 시나가와역 증축 공사 과정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근대 산업 유산’을 대하는 일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일본 당국은 당시 제방의 교량이 서양 건축 기술과 일본 전통 건축 기술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 영국에서 온 '오야토이 가이코쿠진' 모렐은 자신이 설계한 일본 최초의 철로 개통식을 보지 못했다. 개통식 전인 1871년 9월 23일, 그는 오동안 앓고 있던 결핵이 악화돼 30대 초의 젊은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지금 모렐과 그의 부인은 요코하마 외국인 묘지에 묻혀 있다. 모렐의 묘비는 기차표 모양이라고 한다.

일본 대도시의 번쩍번쩍한 건물들 틈새에서 일본 최초의 철도가 운행한 흔적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그 초라한 유적과 기록들은 일본이 근대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한 발판의 흔적이다. 메이지 유신은 어마어마한 속도전이었다. 최초의 철도를 빠른 시간에 개통하기 위해 바다를 매립하고 레일을 놓느라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됐다. 시행착오의 대가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몫이었다. 메이지유신을 거쳐 산업 국가로, 국민 국가로 나아가는 일본은 거대한 리바이어던처럼 움직였다. 서양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조바심, 제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강박, 그것은 일종의 두려움이자 환희와도 같은 것이었을 테다.

팽창의 욕망은 결국 아시아로 향했다. 1895년 대만이 일본에 양도된 후, 일본은 대만에 철도망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조선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이 건설한 중국의 만주 철도(만철)은 사실상 식민 정부의 기능을 수행한 종합 회사였다. 팽창욕은 전쟁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스스로 멸망의 길을 자초하게 된다. 근대의 실패는 그렇게 2차대전 패망과 함께 전 세계를 찾아왔다. 인간은 비로소 '이성'과 '발전', '과학 기술'과 '산업의 쓰임새'에 대해 윤리적 고찰을 하기 시작하면서 ‘현대’로 진입한다.

사실 일본 철도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근대 산업 유산으로서 철도에 대한 자긍심도 엄청나다. 도쿄 북부 오미야에 있는 철도 박물관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철도와 관련된 온갖 지식들이 실물 기차와 함께 전시돼 있다. 일본은 철도 건설을 위해 서구의 기술과 지식을 배웠지만, 서구를 넘어서는 수준의 큰 부흥을 일으켰다. 일본의 ‘성공 신화’ 스토리의 이면엔 아픈 역사가 있다. 한국인의 기억 속에서 일본이 들여온 조선 반도의 철도는 '수탈'의 상징이란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아 있다.

최근 일본은 조선인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섞인 사도광산이나 군함도를 '일본 산업 유산'이란 이름으로 묶어 유네스코에 등재했다. 이른바 '잃어버린 N년'으로 불리는, 스스로 '정체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자긍심을 다시금 고취시키기 위한 우익들의 프로젝트라는 설명은 꽤 합리적으로 다가온다. 실제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 된 것도 일본 우익의 상징이었던 아베 정권 때였다. 그래서인지 일본을 다닐 때마다 항상 양가적 감정이 드는 것은 필연적인 것 같다. 그럴수록 일본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 기사는 박흥수 작가의 책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계>(후마니타스)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필자주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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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전한 추석 민심 "윤 대통령 부부 일탈에 원성 가득"

민주당, 19일 김건희 특검법 등 처리... 혁신당, 탄핵추진위원회 구성해 준비

24.09.18 14:13l최종 업데이트 24.09.19 06:58l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18일 국회에서 추석 민심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9.18
▲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18일 국회에서 추석 민심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9.1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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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되지 않은 '영부인 정치'는 광폭 행보가 아닌, 광기 정치의 흑역사가 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까지 내려앉으면서(13일, 한국갤럽 기준) 야권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관련기사: 70대 급락...윤 대통령 긍정 20%, 역대 최저치 https://omn.kr/2a6ex). "정권 교체의 길을 확고히 하는 데 전력 집중할 때"라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18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추석 민심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는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 교체가 시작된 초입 국면'"이라며 "(연휴 중) '절대 아프면 안 된다'는 추석 덕담과 팍팍한 민생에 대한 분노,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일탈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원성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선 "윤석열 정권 국정 지지도는 긍정 20%대, 부정 70%대의 회복 불가 상태로 고착됐다"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차기 지지도는 40%대 초반으로, 국민의힘 어떤 후보에 대해서도 안정적 우위가 고착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신뢰도는 꼴찌"라며 "갤럽과 리얼미터 기준으로 볼 때,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지지도 20%대는 정권 붕괴 전조에 해당됐다"고 짚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 비판에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은 김건희 여사에게 '천방지축 권력 1위, 어디까지 갈 거니?'라고 질문한다"라며 "김건희 일가 무법천하 호의호식을 위한 권력 농단 '건희대란'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3층서 2층 내려온 윤 대통령, 어느 층 갈지 숙고해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추석 연휴인 15일 서울 은평구 장애아동거주시설인 다움장애아동지원센터를 방문해 보조 교사와 함께 아이들이 그림책에 색연필로 색칠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추석 연휴인 15일 서울 은평구 장애아동거주시설인 다움장애아동지원센터를 방문해 보조 교사와 함께 아이들이 그림책에 색연필로 색칠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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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통제권 밖의 '1위 권력'이며, 자제는커녕 더 강화되고 기획 노출될 것"이라며 "감옥만은 안 가겠다는 김 여사의 권력 의지와 생존 의지가 대한민국을 흔들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 최고위원은 "총체적 정권 실정의 토양에 의료대란이 기름을 붓고, 윤 대통령의 응급실 발언이 불을 지르고, 김 여사의 (마포대교) 시찰이 화약을 던진 정권 교체 심리는 국민적 대세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민주 세력과 개인이 소탐대실하지 않고 단합해 정권 교체의 길을 확고히 하는 데 전력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야의정협의체가 불발할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선 대통령의 사과가 우선임을 상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책임자들의 경질이 아니면 실제 대화 공간이 열리겠는가 판단하고 있었다"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조차 그런 판단을 내려 대화를 제안했고, 여당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조속히 대화의 여건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화폐법 개정안,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과 관련해선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3개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계속된다 해서 무기력하지 않을 것이고, 현재 상황에 대해 조급하지도 않으며, 원칙을 가지고 압박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왔고, 현재 본인이 어느 층에서 어느 층으로 갈 수 있는지 깊이 숙고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한다"고 했다.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 여권이 "외계인적 발상"이라 한 데 대해서도 맹공을 퍼부었다. 김 최고위원은 "상상할 수 없는 인물들을 공직에 임명하고, 정치 행위를 대통령 부인이 하고, 상상할 수 없는 선동적 발언을 대통령이 하고 하는 상황에서 계엄이라는 것은 그렇게 외계적 현실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권과 여당 모습 자체가 외계적 현실"이라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준비해 온 (민주당 내) 팀을 저희는 가칭 '서울의 봄' 팀이라 부르고 있다"며 "과거와 같이 서울의 봄에 짓밟히는 사태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 해 왔고, 곧 진전된 입장을 공식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대통령 탄핵소추안 준비 중"
 
큰사진보기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추석 민심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9.18
▲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추석 민심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9.1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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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역시 '탄핵'을 강조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반환점을 돌기 직전 정권에 대한 비토 정서가 이렇게 강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윤석열 정권에 대한 원망과 불신의 목소리가 너무도 컸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혁신당은 지금 '탄핵추진위원회(탄추위)'를 구성해, 만약 탄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탄핵소추안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미 심리적 탄핵에 와 있다"며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여론이 굉장히 안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그 부분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계속해서 김 여사를) 등장시키고 있지 않나. 이런 부분을 (보면) 추석 끝나고도 여론이 조금 더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김건희#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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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최저 지지율 20%, 조선일보 “통절한 자성 없다면 위험한 상황 온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9/19 09:36
  • 수정일
    2024/09/19 09: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도 “무엇보다 대통령의 진정한 성찰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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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한국 “심우정 총장, 김건희 연루 도이치 수사 지휘권부터 회복해라”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09.19 07:34

  • 수정 2024.09.19 09:19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한국갤럽은 긍정 평가가 20%를 기록해 총선 참패 직후인 21%보다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지난 16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서도 긍정 평가가 27%를 기록해 최저치를 찍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한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이 “통절한 자성이 없다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尹 최저 지지율 20%, 조선일보 “통절한 자성 없다면 위험한 상황 온다”

조선일보는 “이대로 가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尹 지지율 20%,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사설에서 “한국갤럽 조사에선 의대 정원 확대가 부정 평가의 첫 번째 이유로 꼽혔다. 한때 긍정 평가의 이유였지만 의료 갈등이 7개월을 넘기면서 윤 정부 관리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 백 사건’ 등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사과도 없이 공개 활동을 재개한 것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들은 경제·민생, 소통 미흡, 독단적 리더십을 부정 평가의 이유로 지목했다. 변하지 않은 윤 대통령 모습에 고물가와 의료 사태까지 겹치면서 민심 이반이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19일 조선일보 사설.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만약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면 국정 동력엔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선 공무원은 움직이지 않으려 할 것이고, 거대 야당이 국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운신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저조한 지지율로는 국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도 추진하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막판에 지지율이 10~20%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윤 대통령 임기는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국정 쇄신 더는 외면할 수 없는 ‘대통령 지지율 20%’> 사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후반 ‘최순실 스캔들’로 17%(2016년 10월)를 찍으며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 해에 20%가 붕괴(17%, 2012년 8월)하면서 레임덕을 피해 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9일 중앙일보 사설.

두 신문 모두 윤 대통령이 자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는 “왜 민심이 떠나고 있는지 통절한 자성이 없다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김 여사 문제 해법을 포함해 국정 운영의 일대 쇄신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진정한 성찰이 우선”이라고 했다.

리니지M ‘VANGUARD’

정부, 추석 응급실 대란 없었다 자찬… 경향 “응급실 뺑뺑이 있었다”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 공백 사태가 없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연휴 기간 응급실 이송을 거부당해 ‘응급실 뺑뺑이’한 사례가 보도됐다. 연휴 첫날인 지난 14일 청북 청주에서는 양수가 터진 25주차 임신부가 응급실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병원 75곳에서 거부당해 6시간을 구급차에서 대기한 끝에 치료받았다. 15일에는 광주에서 손가락 절단 환자가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뒤 전주 수병원으로 이송돼 수술받았다. 16일에는 대전에서 복부에 30cm 크기의 자상을 입은 60대 환자가 16곳이 넘는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해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나 천안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1면에 이 소식을 다뤘다.

▲19일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는 1면 <응급실 환자 20% 줄어 추석대란 피했지만, 뺑뺑이는 여전> 기사에서 “ 정부의 호언과 달리 응급실 전담의 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중증응급환자 배후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응급실 뺑뺑이’로 얼룩진 추석, 정부는 ‘고비 넘겼다’ 자찬> 사설에서 “보건복지부는 18일 연휴 기간 문을 연 의료기관은 9781곳으로 응급의료체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대통령실도 ‘남은 의료진이 열심히 지원해준 덕분에 큰 혼잡은 없었다’고 했다”며 “하지만 이는 연휴 기간 내원 환자가 올 설에 비해 20%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증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대폭 올린 데다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픈 것,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나는 것은 경증’이라는 정부의 겁박에 시민들이 의료서비스 이용을 자제한 탓이라는 걸 모르는가”라고 지적했다.

▲19일 경향신문 사설.

소방청이 지난 12일 응급실 뺑뺑이의 최전선에 있는 소방대원들에게 언론 인터뷰 시 소방관서장에게 보고하고 제복을 입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배포한 점도 짚었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한술 더 떠 비상 응급 대책을 촉구하는 소방대원들의 입까지 막았다. 일부 대원의 언론 인터뷰로 응급실 상황이 알려지자 소방청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대원의 언론 접촉 등을 통제하는 내용의 공문을 돌린 것이다. 일부 상황이 전체로 비칠 수 있어서라는데, 소방관의 입을 막는다고 응급실 뺑뺑이가 감춰질 일인가”라고 지적한 뒤 “정부가 현실을 감추는 데만 급급하니 응급실 대란을 지켜보는 국민은 더욱 불안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런 와중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개혁을) 괴롭더라도 차근차근 밀고 나가겠다’고 했다.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의료대란에 시민 불만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것을 모르는가”라며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문책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의료계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의료계도 원점 복귀라는 억지는 그만 부리고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가 환자들이란 점에서 협의체에 환자 단체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아·한국일보 “심우정 총장, 김건희 여사 연루 도이치 수사지휘권부터 회복해라”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심우정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지난 18일에는 윤 대통령이 심우정 검찰총장에 임명장을 수여했다. 한국일보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 수사지휘권부터 회복하라”고 당부했고, 동아일보도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를 자기 책임하에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는 <심우정 검찰총장 “오직 법과 원칙”… ‘산 권력’ 수사로 보여줘야> 사설에서 “심 총장으로서는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를 자기 책임하에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원석 전 총장 때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뒤 총장에게 사후 보고했다. 이런 식으로는 총장과 검찰 조직의 명예를 건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 수사지휘권 박탈 사유가 윤 대통령이 총장에서 물러나면서 사라진 지 3년 반이 지났다. 박성재 법무장관은 당장 심 총장의 지휘권을 복원시키고 심 총장은 김 여사의 기소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19일 동아일보 사설.

▲19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첫발 심우정 총장, 도이치 수사지휘권부터 회복하라> 사설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온전히 심 총장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사건이다. 2심 법원이 추석 연휴 직전 전주(錢主) 손모씨에게 시세조종 방조 혐의를 인정해 징역형 유죄를 선고하면서 유사하게 계좌가 동원된 김 여사 수사에 큰 전환점이 마련됐다. 김 여사가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라고 언급한 녹취를 비롯해 손씨처럼 계좌를 완전히 위임한 게 아니라고 볼 정황들도 드러났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문제는 이 사건에서 4년 넘게 배제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다. 2020년 당시 윤석열 총장의 배우자인 김 여사가 사건에 연루된 점을 감안해 취한 조치였는데 이후 총장이 세 번 바뀔 때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전 총장이 임기 막판에서야 복원을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남발할 수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부했다”며 “수사지휘권 배제 뒤에 유폐돼 있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 법무부를 설득해 복원하는 게 그 진정성을 보여주는 첫걸음일 것이다. 그래야 수사 결과도 총장 본인이 책임질 수 있지 않겠나. 법무부도 더 이상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를 들이대지 말고 지휘권 복원에 나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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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4.5t급 초대형 상용탄두 장착 탄도미사일 폭발위력시험 성공"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9.19 08:40
  •  
  •  댓글 0
 
북한이 지난 5월 17일 공개한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5월 17일 공개한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18일 4.5t급 초대형 상용탄두가 장착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와 전투 성능을 고도화한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전날 한국 군 합동참모본부(합참)은 "오늘(9.18) 06:50경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며 약 400km를 비행했다고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발표했으나 전략순항미사일에 대한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설계상 4.5t급 초대형 상용탄두'가 장착된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는 "초대형탄두를 장착한 미싸일로 중등사거리 320㎞의 목표 명중 정확도와 초대형탄두 폭발위력을 확증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통신은 알렸다.

미사일총국은 지난 7월 1일 4.5t급 '중량 모의탄두'를 장착하고 '최대사거리 500km와 최소사거리 90km에 대한 비행안정성과 명중 정확성 확증'을 목적으로 첫 시험발사를 실시한 뒤 7월 중 중등사거리의 비행특성과 초대형 탄두 폭발위력 확증을 위한 시험발사를 진행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두달 늦게 실시된 이번 시험발사에서 '설계상 4.5 초대형 상용탄두'를 장착해 '초대형 탄두의 폭발위력'을 확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험발사가 진행된 것.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에 대해서는 "전투적용 용도에 맞게 성능을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미사일총국이 진행한 시험발사를 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험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고는 "오늘의 국가안전환경을 위협하는 지역의 군사정치정세는 자위적 군사력을 강화하는 사업이 의연 우리 국가의 제일중대사로 되여야 함을 시사해주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는 핵무력을 계속 증강하는 것과 함께 상용무기부문에서도 세계 최강의 군사기술력과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하고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어야 적들의 전략적 오판과 무력사용의지를 억제하고 분쇄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것이 곧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진정한 억제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국방과학원에서 연구개발한 '7.62㎜저격수보총과 5.56㎜자동보총을 비롯한 여러 종의 저격무기들'을 살펴보고는 생산방향 등에 대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시험발사 지도에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조춘룡 당 비서, 김정식 당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리창호 군 총참무부 부총참모장 겸 정찰총국장, 김영복 부총참모장, 김강일 국방성 부상, 김용환 국방과학원 원장이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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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서다 답답하지만…추석 귀경길 정체, 정점 찍고 꺾였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9/18 09:49
  • 수정일
    2024/09/18 09: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자정에 출발할 경우 부산→서울 5시간

기자김남일
  • 수정 2024-09-17 21:53
  • 등록 2024-09-17 19:54
  • 추석인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 나들목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서울 시내 구간이 이동하는 차량으로 혼잡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추석인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 나들목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서울 시내 구간이 이동하는 차량으로 혼잡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추석 귀경 행렬이 17일 오후부터 이어지면서 전국 고속도로에서 극심한 정체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 방향 정체는 자정을 넘긴 18일 새벽 1시께부터 차츰 풀려 새벽 3∼4시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는 승용차로 이동할 경우 저녁 8시 요금소 기준으로 △부산→서울 6시간20분(버스 4시간30분) △광주→서울 4시간50분 △대구→서울 5시간40분 △대전→서울 3시간20분 △강릉→서울 3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오후 1시에 예상했던 소요 시간보다 다소 길어졌다.

    자정에 출발할 경우 △부산→서울 5시간(버스 4시간30분) △광주→서울 3시간48분 △대구→서울 3시간45분 △대전→서울 2시간50분 △강릉→서울 2시간40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 18일 새벽 1시부터 승용차와 버스 소요 시간이 엇비슷해진다. △부산→서울 4시간30분(버스 4시간30분) △광주→서울 3시간30분 △대구→서울 3시간30분 △대전→서울 2시간6분 △강릉→서울 2시간40분이 걸릴 것으로 도로공사는 전망했다.
  • 앞서 도로공사는 추석 당일인 17일 전국에서 669만대의 차량이 이동(수도권에서 지역으로 49만대,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51만대), 양방향 모두 극심한 혼잡을 빚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18일까지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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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백신 무료 접종’...윤 대통령 임기 내 실현 불가할 듯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9/17 [16:00]

   

©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약집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65세 이상 대상포진 백신 무료 접종’이 임기 내 실현 불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팩트는 16일 「尹 공약 ‘대상포진 백신 무료접종’ 물건너 가나...예산 미반영」이라는 기사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미반영된 데다가 질병관리청은 내년에야 ‘신규 백신 사업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이어서 내후년에도 시행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기획재정부에 ▲12세 남성 청소년의 H포인트V 백신 무료 접종 ▲70세 이상 대상포진 백신 무료 접종 ▲19~64세 만성질환자 대상 인플루엔자 4가 백신 무료 접종 등을 위한 예산을 신청했다.

 

하지만 박희승 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질병관리청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 수는 2022년 71만 2,035명에서 2023년 75만 7,539명으로 6.4% 증가했다. 올해도 7월 말 기준 44만 1,815명에 달하면서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과 지각 이상이 동반될 수 있고, 병변이 사라진 후에도 신경통이 흔하게 발생(약 5~30%)한다. 급성기에는 뇌수막염, 척수염, 망막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상포진 환자에서 뇌졸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백신 접종 시 예방 효과가 높다.

 

박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백신 접종 시 ‘조스터박스’는 전 연령에서 대상포진이 51% 감소하며, 60세 이상에서는 41~64%의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다. ‘싱그릭스’는 50세 이상에서 89.8~97.2%의 예방 효과를 보이며, 7년 후에도 약 85% 정도의 예방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연구’에 착수했다. 그리고 올해 1월 고령층 대상포진 백신 도입은 우선순위가 높고 질병 부담, 비용 효과 측면에서 도입 타당성이 입증된 것으로 나타난다는 결과를 밝힌 바 있다.

 

다만 대상포진 예방 접종은 비급여 진료 항목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의료기관별로 예방 접종 가격을 결정해 예방 접종 가격의 편차가 크다.

 

2024년 ‘스카이조스터’ 예방 접종 평균 가격은 14만 6,206원이었다. 최소 4만 원, 최대 30만 원으로 최저 가격과 최대 가격의 차이가 7.5배로 나타났다.

 

‘조스터박스’의 최대 가격은 40만 원, ‘싱그릭스’는 50만 원에 달해 접종 부담이 큰 상황이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대상포진 환자는 매년 전국적으로 70만 명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무료로 접종을 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부담이 크다”라며 “고가의 접종 비용으로 인해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의 경우 접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고통이 크고 후유증이나 합병증 등도 심각한 만큼 대상포진 국가 예방 접종 도입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9월 9~13일 전국 18세 이상 2,503명을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27%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 조사보다 2.9%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국정 수행 부정 평가도 일주일 전보다 2.6%포인트 오르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인 68.7%를 기록했다. ‘매우 잘 못함’ 응답만 58.8%에 달했다.

 

경상도 지역과 70대 이상 연령대에서도 부정 평가가 더 늘어나며 전 지역, 전 연령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긍정 평가가 5.1%포인트 떨어져 29.8%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6.4%포인트 올라 65.9%를 기록했다.

 

70대 이상에서 긍정 평가가 5.7%포인트 떨어져 43.0%를, 부정 평가가 6.2%포인트 올라 50.8%를 기록했다, 60대는 긍정 평가 33.4%(4.7%포인트 하락), 부정 평가 62.4%(3.8%포인트 상승)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97%)·유선(3%)으로 가상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조사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8%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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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의료 붕괴 감수할 위험 아냐…누가 옳으냐 따지지 말고 해결하자”

“국민 잘 되면 좋겠다…절벽서 뛰어내려야 한다면 주저 않겠다”

기자전광준

수정 2024-09-18 08:59등록 2024-09-18 08:57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추석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 서울경찰청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정갈등과 관련해 “누가 옳으냐를 따질 때가 아니고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다 같이 책임감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17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일일 디제이(DJ)로 나와 세계적인 밴드 비틀스의 곡 ‘컴 투게더’(Come Together)를 마지막 곡으로 선곡하며, 추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 대표는 “많은 국민들께서 (의료대란에) 불안감을 느끼고 계시고, 불안감을 많은 분들이 느끼고 계신 것 자체가 이미 상황은 벌어진 것”이라며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붕괴 같은 상황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 지금은 해결을 해야 되는 시점이고 노력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민주당이 낄 자리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도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이건 누구나 껴야 되는 자리”라며 “지금 이런 상황 앞에서는 정치적 유불리를 서로 간에 누구든지 따질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대표는 또 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이 폴 매카트니에게 ‘넌 왜 절벽 앞에 와서 뛰어내리지 않는가’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세상이 좀 잘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했고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고 국민들이 잘 되면 좋겠다”며 “절벽에 뛰어내려야 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려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 대표는 약 1시간 동안 톰 웨이츠의 ‘웨이 다운 인 더 홀’(Way Down In The Hole)과 크라잉넛의 ‘명동콜링’ 등 본인이 즐겨듣는 음악을 라디오를 통해 소개했다. 한 대표는 “음악에는 네 편 내 편이 없으니까 혹시 저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음악 얘기하다보면 마음이 열리고 그러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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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이복현, 두 달간의 금리 활극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도 넘은 개입이 구설수를 낳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로 은행 대출금리가 널을 뛰었다. 무턱대고 비난할 일은 아니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금융당국 개입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검사 출신 아마추어 금감원장은 그 과정과 결과 모두 실패하면서 부작용과 불확실성만 키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4.18. ⓒ제공 : 뉴시스

엇박자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7월 2일 금융감독원 임원회의

틀린 말은 없었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가계부채 규모가 덩달아 빠르게 불어난 시점이었다. 문제는 그의 경고와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금리가 최저 연 1.6%에 불과한 ‘신생아특례대출’을 27조원 규모로 공급하고 있었다. 정책대출이 가계부채 급증에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복현 금감원장 TV 출연 불과 7일 전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를 별다른 설명도 없이 연기했다. 유동성 공급과 “무리한 대출 확대” 경고 시그널이 동시에 나왔다.

금감원은 다음날 은행연합회와 17개 국내 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소집했다. 은행권에 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지적 사항이 나오면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이 부행장들에게 전해졌다. 경고를 받은 은행권은 앞다퉈 대출 금리 올리기에 나섰다. 4대 은행은 7,8월 두 달 동안에만 4~5차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렸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두 달간 다섯 차례 금리를 올렸고, 국민은행은 네번, NH농협은행은 두번, 하나은행은 한 번 금리를 올렸다. 한때 주담대 금리 하단은 2%를 찍었지만, 연이은 가산금리 인상으로 대부분 3% 이상으로 올라섰다. 평균 주담대 금리는 4%로 치솟았다. 


 

과유불급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
-8월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출연

더 강한 메시지가 나왔다. 은행권은 ‘대출 조이기 2라운드’에 돌입했다. 주담대 금리 인상에 더해 생활안전자금 목적의 주택담보 대출 한도를 줄였다.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주담대는 대출 기간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했다. 다른은행의 주담대 갈아타기 대출도 일부 중단됐고, 원금 상환 거치 기간은 아예 폐지됐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은 금지됐다. 전세대출과 신용대출도 조였다. 복잡한 조건을 걸어 전세대출을 어렵게 만들었고, 1억~1억5천만원 수준이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는 5천만원으로 제한했다.

이른바 ‘실세 금감원장’ 파워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부작용이 속출했다. 40년 상환을 예상하고 자금 계획을 짰던 사람들은 날벼락을 맞았고, 마통 영끌로 잔금을 치르려던 주택 매수자는 멘붕이 왔다. 은행권 대출을 피해 지방은행이나 보험사 등 2금융권 대출로 풍선효과가 번졌다. 과유불급이었다.


 

책임전가 그리고 고집


“기계적이고 일률적인 대책은 지양해야 한다…은행권 대출 축소 대책이 이미 쏟아진 이상 이젠 효과라도 제대로 내야 하지 않겠냐”
-9월 4일 현장간담회

불만이 쏟아지자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제목이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비난의 화살을 금융권에 돌렸다. 그는 “투기성 대출은 제한하되 실수요 대출을 제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금융권 대출 정책이 급작스럽게 바뀌면서 대출 가능 여부나 한도에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계적이고 일률적인 대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을 압박하다, 성에 차지않자 멱살 잡고 쥐어짠 장본인이 이제 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은행권에선 “당국 메시지에 따라 취급 방침을 결정한 것인데, 이제 와 공감대가 없었다고 하니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11.09. ⓒ제공 : 뉴시스

이복현 금감원장은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와 닮아있었다. “실수요 보호와 가계대출 관리,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권 대출 축소 대책이 이미 쏟아진 이상 이젠 효과라도 제대로 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현실은 초보 금감원장의 생각과 달랐다. 주택가격은 멈추지 않고 상승했다. 주택거래량은 과거 급등기 시절까지 늘어났다. 8월 한달에만 주택담보대출이 8조2천억원 늘었다. 역대 최대폭 증가다.

애초 될 일이 아니었다. 금융감독원장의 말 한마디, 은행권의 대출 취급 정책 잔꾀로 부동산 심리가 가라앉을 리 만무했다. 정공법은 무시한 채 꼼수만 부리다 주택급등은 막지 못했다. 아파트 가격 조절 제도는 이미 많다.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현행 LTV는 서울도 수도권도 70%에 달한다. 10억짜리 주택에 7억까지 대출이 나온다. 규제지역으로 묶으면 대출금액은 집값의 40%, 4억까지 주저앉힐 수 있다. 지금 불고 있는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상당부분 꺼뜨릴 것으로 기대되는 정책수단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정확히 국토교통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반대다. 저금리 정책 대출 규모를 계속 키워나가고 있다. 투기 세력 입장에서 ‘수익률’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는 세금이다. 양도세와 취득세, 보유세 세가지 모두를 낮췄다. 양도세 중과는 사실상 사라졌고, 취득세는 최대 200만원까지 깎아준다. 보유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3년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했고, 분양아파트 전매 제한, 실거주의무 제한도 모두 풀었다. 부동산 규제 정책 수단을 모두 내팽개치고, 금감원장의 말 한마디로 가계부채를 잡는다? 애초에 될 일이 아니었다.


 

후퇴일까


결국, 실세 금감원장은 한 발 물러섰다. 지난 10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그는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관리해 왔는데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국민과 은행, 은행창구 직원분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9.10.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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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윤석열 정부, 고령층‧단시간 취업자 이렇게 많다고?

[경제뉴스N시선] 8월 고용동향에서 읽어낸 것들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 기사입력 2024.09.17. 18:02:17

정부는 매달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한 달쯤 전에 기획재정부는 "7월 고용률이 역대 최고, 실업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취업자 수 증가 폭도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달에는 "8월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이 역대 최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주요 고용 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8월과 9월에 발표된 고용동향에 관해 마치 복사한 것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취업자 수, 고용률, 실업률 등의 주요 지표가 좋게 나왔다는 것이다.

요즘은 명절 밥상머리에서 나누는 대화도 줄어들고 있지만, 올 추석에 역대 최고 고용률에 대한 칭찬은 안 나올 것 같다. 지금 고용 상황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지적한 언론 보도의 일부를 소개한다.

청년 고용률 4개월째 뒷걸음… "그냥 쉬었다"도 46만명(24.09.12 동아일보)

고용률 최고라지만 골병들어 가는 일자리 시장(24.09.12 중앙일보)

8월 고용률 역대 최고라는데… 청년층 줄고 60대 이상만 활황(24.09.12 국민일보)

취업자 수 두달 연속 10만명대 늘었지만··'쉬었음'도 역대 최대(24.09.11 경향신문)

<동아일보>는 청년층 고용률과 단시간 노동자 증가를 지적했다. 특히 "청년층 고용률은 올 5월부터 4개월 연속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중앙일보>는 "골병 들어가는 일자리 시장의 모습이 보인다"면서 더 신랄하게 표현했다. 건설업과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자영업자 수도 7개월째 줄어들고, 청년층과 40대 취업자 수가 각각 22개월과 26개월째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연령별, 산업별 '고용 온도 차'와 함께 '쉬었음' 인구가 8월 기준 최대치라는 사실을 전했다. <경향신문>도 세대별 고용 격차, 건설업과 제조업 취업자 수의 감소, '쉬었음' 인구의 증가를 지적했다.

▲고용동향 조사 결과에 포함된 인포그래픽. 이 그림만 보고 고용 상황 전반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통계청

전체적으로 보면 8월 고용동향에 대한 언론 보도는 연령별‧업종별 격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언론이 잘 짚어낸 부분도 있고, 지면의 한계로 다 짚어내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고용동향 조사 결과에 대한 몇 가지 해석을 덧붙이려 한다.

1. 지난달 단시간 취업자가 폭발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가 12만3000명 증가했는데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203만7000명이나 늘었다(전년 동월 대비 14.9% 증가). 반대로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210만 명 줄었다. 또 주당 36시간 미만 신규 취업자 중 24만9000명은 주당 17시간 미만 일했다(전년 동월 대비 9.5% 증가). 물론 해마다 8월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증가한다. 올해는 역대급 폭염에다 조사대상주간에 공휴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단시간 취업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은 우려를 자아낸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모두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대폭 늘었다. 17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취업자도 10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불안정성이 큰 일자리의 비중이 높아지거나, 취업자 1인당 일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서 일자리 쪼개기가 많아서일 수도 있다. 1명을 주 28시간으로 고용하는 대신 2명을 주 14시간으로 고용하는 식으로 일자리가 쪼개질 경우, 고용 통계상으로는 취업자가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다.

2. 고용지표, 60세 이상 취업자에 의존

지난해 2 월부터 60세 이상 신규 취업자 수가 전체 신규 취업자 수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도 6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가 23만1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 증가(12만3000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없었다면 고용지표는 마이너스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60세 이상 고용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 크게 의존한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고용 충격을 이유로 직접 일자리 104만8000개를 제공한 적이 있는데, 그중 76만4000개가 노인 일자리였다. 그리고 총선이 있었던 올해, 윤석열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수혜자를 2023년 88만3000명에서 2024년 103만 명으로 늘렸다. 1년은 12개월이니, 103만 명을 기계적으로 12로 나눠보면 매달 약 8만6000명의 신규 취업자가 생겨난다. 당연히 고용률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내년에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0만 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입장도 이해되는 면이 없지 않다. 노인 일자리를 줄이는 순간 취업자 수는 바로 감소할 것이고 고용률도 떨어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에 노인 일자리를 14.7만 개 늘렸다. ⓒ보건복지부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점도 있다. 현재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 만드는 노인 일자리는 공익활동형(노노케어, 안전지킴이 등), 사회서비스형(보육, 요양, 간병 등), 민간형(실버택배 등)으로 나뉘는데 공익활동형과 민간형은 대부분 월 30시간(주 30시간이 아니다) 이하로 일하고 월 29만 원 정도를 받아 간다. 취업이라기보다 단기 아르바이트에 가깝다. 그래도 ‘수입을 목적으로 일주일 사이에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이라는 기준에 따라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된다. 그래서 노인 일자리가 고용 통계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종종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추경호는 2019년 문재인 정부 시기에 고용지표가 양호하게 나오자 "재정 투입을 통해 만들어 낸 가짜 일자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에 오른 추경호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고용 성적표는 일단 좋게 받아야 하니까!

이해가 안 가는 점은 또 있다. 정부가 만든 노인 일자리는 업종으로는 주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업'과 '공공행정'으로 분류되며 종사상 지위로는 상당수가 임시직에 해당한다. 즉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서 일하는 노인은 고용 통계에서 버젓한 '근로자'로 취급된다. 그러나 임금을 산정할 때는 '고용'이 아닌 '복지' 사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책정한다. 비논리적일 뿐 아니라 일자리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통계청이 '8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11일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천880만1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만3천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7월에 이어 두 달째 10만명대를 유지한 셈이다. 다만, 30만명을 웃돌던 연초 흐름과 비교하면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3. 20대 고용률이 높게 나온 이유는?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12만4000명 감소했다. 그런데 20대 고용률은 61.7%로 0.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20대라도 20~24세는 고용률이 0.8%p 하락했지만 25~29세는 고용률은 0.5%p 증가해서 73%에 이르렀다. 지난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바로 이 수치를 거론했다. "우리가 2%로 인플레가 내려가고 올해 2.5% 성장을 하고 770억 불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고용률은 역사상 가장 높은 고용률이다. 특히 25세부터 29세까지 72~3%의 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대정부질문 자리에 오기 전에 가장 유리한 통계 수치를 미리 준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대 고용률 지표가 좋게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 인구가 감소하는 속도가 청년 고용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15~29세 청년 인구는 24만1000명 감소했다. 같은 시기 취업자는 13만7000명 감소했지만, 고용률은 0.3%p밖에 안 줄었고 실업률은 0.4%p만 상승했다.

4. 50대 고용률이 0.6% 감소했다

언론은 20대와 40대 취업자 수 감소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50대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달 50대 고용률은 0.6%p 감소했다. 50대 고용률은 지난 4월부터 5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고 있다. 이 경우는 청년층과 반대로 50대 인구 증가가 50대 취업자 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2024년 8월 고용동향에 포함된 '활동상태별 비경제활동인구.' ⓒ통계청

5. 육아와 취준 대신 '그냥 쉰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쉬었음' 인구가 24만5000명 증가해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육아' 사유는 73만3000명으로 15.1%p 감소했다. 취업준비자도 62만4000명으로 7.7%나 줄어들었다. 취업 준비를 하는 대신 '그냥 쉬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 모든 연령 계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증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육아'가 '취준'으로 대체되었다고 생각한다면 30대의 높은 고용률도 좋게만 해석할 수는 없다. 특히 30대의 경우 여성은 고용률이 증가하고 남성은 고용률이 조금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30대가 출산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7. 자영업자 감소, 해석에 유의해야

지난달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p 감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증가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6만4000명 감소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이를 음식점의 폐업 증가 등 생활업종 소상공인의 어려움으로 해석하고 지난 7월 전기료 지원, 키오스크 보급,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 등의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감소하고 있다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정확히 누구일까?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1인이 운영하는 미용실, 키오스크 놓고 1인이 운영하는 카페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통계상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에는 수많은 가짜 3.3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업종으로 본다면 배달 라이더, 퀵서비스 기사, 택배 기사, 화물차 기사, 학습지 강사, 학원 강사, 보험설계사, 헬스 트레이너 등이다. 참고로 지난해 군포의 어느 빌라 4층에서 쿠팡 물품을 배송하다 숨진 택배 노동자는 쿠팡CLS와 위탁계약한 업체에서 일하는 '개인사업자'였다. 이런 경우 통계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잡힌다.

가짜 3.3인 경우 업종은 더 다양해진다. 예컨대 식당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하는데 3.3% 사업소득세 납부에 동의한다는 계약서를 쓰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들은 실질이 노동자인데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증감 수치만 가지고 과연 누구의 어떤 일자리가 변화한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갖가지 착시를 일으키는 노동자 '오분류'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결론. 일자리의 양적 증가에만 몰두하는 고용정책에는 문제가 있다. 공공이 책임지고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면 질적인 면에도 신경을 써서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간 부문에서는 노동권 보장을 첫 단추로 인식해야 한다. 노동자를 노동자라고 부르고,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을 현실에서 보장할 때 일자리가 늘어나고 고용의 질도 높아진다. 윤석열 정부는 이것을 몰라서 정반대 길로 가고 있다.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는 더불어삶 회원들과 함께 해고노동자 지원, 인터뷰, 강연 기획 등 노동 현장에 도움 되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모순을 파악하고 공론화하는 일에도 기여하고 싶어서 경제 뉴스와 각종 문헌을 뚫어져라 들여다본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더불어삶 뉴스레터 구독 링크 https://livetogether.subst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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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부의장 출신’ 정진석 비서실장은 왜 국회에 등 돌렸나

기자이승준

수정 2024-09-17 09:14등록 2024-09-17 09:00

윤석열 대통령이 4월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 브리핑에서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거는 정진석 실장의 눈물겨운 대통령 실드고요. (…) 왜냐하면 본인이 국회 부의장을 지내신 분이고 당에서 주요 직책을 역임하신 분인데 의회의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이 만일 국회 부의장의 위치에서 봤을 때 얼마나 모욕적이고 협치의 의지가 안 보이는 일일까(…) 대통령 욕 조금이라도 덜 먹게 본인이 총대 메신 거다. 정진석 실장님이 어떤 분인데 그걸 그렇게 (대통령께) 조언했겠습니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지난 4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실 직원 조회에서 한 말에 대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평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정 실장은 직원들에게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오시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느냐”며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참석을 만류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5선의 국회 부의장 출신인 비서실장의 발언으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죠.

윤 대통령이 4·10 총선 여당 참패 뒤 국정 쇄신 차원에서 4월22일 임명한 정 실장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소통해가려는 절박한 의지”(국민의힘)와 “친윤 핵심인사로 국정 전환과 여야 협치는 어불성설”(더불어민주당)로 엇갈렸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 뒤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뒤 발탁한 인사라 관료 출신 김대기·이관섭 전 비서실장과 다른 ‘정무형 비서실장’이 될 것이라는 대체적인 평가가 나왔습니다.

정 실장의 약 5개월 동안의 행보는 ‘소통 의지’에서 ‘어불성설’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듯합니다. 이는 총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고스란히 대변합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 ‘군기’ 잡고, 윤 대통령 이재명·한동훈 만나게 했지만

“저는 대통령께 정치에 투신하시라고 권유를 드렸던 사람이고, 윤석열 정부 출범에 나름대로 기여했던 사람”, “(윤 대통령이) 더 소통하시고, 통섭하시고, 또 통합의 정치를 이끄시는데 제가 미력이나마 잘 보좌해 드리도록 그렇게 노력하겠다.”

정 실장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4월22일 밝힌 소감에서 추출할 수 있는 열쇳말은 서로 상반된 ‘친윤’과 ‘소통’입니다. 일단 정 실장의 초반 행보는 ‘소통’에 방점을 찍긴 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회담(4월29일)을 성사시키고, 여당 전당대회 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7월24일),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90분 회동(7월30일) 등의 ‘밥상’을 차렸습니다. 특히 전당대회 기간 전후로 폭발할 가능성이 컸던 윤-한 갈등을 적정선에서 관리했다는 평가가 따라옵니다.

또 비서실장 업무를 시작하며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부정확한 얘기가 산발적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서들은 정치하지 마라” 등 군기를 잡기도 했습니다. 총선 전후 대통령실에서 끊이지 않던 ‘비선 논란’, ‘메시지 관리 실패’ 등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이후 대통령실의 메시지 혼선은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야당 공세 속 ‘거부권 정치’ 총대 멘 ‘호위 무사’

그러나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방송통신위원장·검사 탄핵, 윤 대통령을 겨냥한 각종 청문회 공세 속에서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의 ‘호위 무사’로서 총대를 멨습니다. 5월21일 정 실장은 야권 주도로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해 직접 브리핑을 열어 “특검법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이 법안에 재의 요구를 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직무유기”, “헌법 수호자로서 대통령의 의무이자 책무” 등을 강조하며 강경하게 대응했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야 강경 기조는 계속됩니다. 정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윤 대통령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뉴라이트 편향 인사 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철벽 방어’하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제기하는 윤석열 정부의 계엄 준비 의혹, 야권 일부에서 언급하는 ‘대통령 탄핵’, 김건희 여사를 향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의 ‘살인자 발언’ 등에 “도를 넘었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사실상 ‘협치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은 최근 광복절 경축사 등 주요행사에서 정부 비판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반국가세력’ ‘반대한민국세력’ 등 거칠고, 격한 표현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최근 이러한 강경 기조에 제동을 거는 이들은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야당 협조 없이는 대통령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참모들이 대야관계에 손을 놓고 있다면 문제입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여러 개혁과제 추진을 위해서라도 ‘협치’의 끈을 놓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 실장을 비롯해 누구도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정 실장과 여당의 거리도 멀어지고 있습니다. 정 실장은 “당정은 하나”라고 거듭 강조하며 극단적인 여소야대 구조를 대통령실과 여당과 결속을 통해 돌파하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한동훈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제안이 나온 뒤 한 대표와 당정 관계에 대한 정 실장의 생각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지난달 30일 열기로 했던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을 대통령실이 연기한 것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비서실장은 민심 전해야”

윤 대통령과 정 실장이 총선 이후 받고 있는 성적표는 20%대 초중반의 국정지지율입니다. 무엇보다 ‘옳은 일은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한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한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이상 정 실장의 운신 폭도 넓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입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 불리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22일 방송인터뷰에서 정 실장 임명에 대해 “정진석 의원은 바른말을 하시는 분이니 (대통령이 정 의원에게) 함부로 못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그의 생각이 궁금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박 의원은 정 실장에 대한 구체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며 대신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전했습니다. “비서실장은 민심을 잘 전해야 합니다. 예스맨은 필요 없는 거죠.”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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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적대적 두 국가관계' 반영한 헌법 개정...10월 7일 최고인민회의 소집

영토조항 신설, 무력 편입 방안, 헌법상 '통일'관련 표현 삭제 등 심의할 듯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9.16 09:19
  •  
  •  댓글 1

 
 
북한이 1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오는 10월 7일 '적대적 두국가관계'를 반영한 헌법 개정을 다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회의를 소집한다고 결정했다.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1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오는 10월 7일 '적대적 두국가관계'를 반영한 헌법 개정을 다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회의를 소집한다고 결정했다.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고착된 남북관계 규정을 반영한 헌법 개정 일정을 확정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전날 발표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결정을 인용해 오는 10월 7일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15일 발표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회의안건은 △사회주의헌법수정보충과 관련한 문제 △경공업법, 대외경제법 심의채택과 관련한 문제 △품질감독법 집행검열감독정형과 관련한 문제 등이며, 대의원등록은 10월 6일에 한다.

이에 따라 10월 7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회의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과 관련한 주요내용들이 다뤄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영역 문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 반영 △인민들의 정치사상생활과 정신문화생활영역에서 《삼천리금수강산》, 《8천만 겨레》와 같이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등 주요 내용들이 심의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고착된 남북관계 규정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하면서, 지난해 연말 9차 당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남부문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할데 대한 로선'의 구체적 내용을를 '다음 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사항으로 심의할 것을 주문한 내용이다.

2019년 3월 10일 선출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의 임기(5년)가 얼마 남지 않았고, 선거일 60일 전에 공시하도록 되어 있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정(북 사회주의헌법 제90조, 제 92조, 각급 인민회의대의원선거법 제11조 등) 등 사정을 감안하면 지난 4~5월경 개최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으나 결국 10월 7일 소집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최고인민회의)...불가피한 사정으로 선거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선거를 할 때까지 그 임기를 연장한다"는 규정이 있어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15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2차전원회의에서는 참석자 전원찬성으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회의 소집' 결정을 채택하고, 최고인민회의 법제위원회의에서 심의된 뒤 상정된 △사회주의물자교류법 △공공건물관리법을 제정하고 △도로교통법과 대외경제중재법 수정보충안을 채택했으며, △평양-남포지구 국토건설총계획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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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마을공동체 햇빛발전’ 여주 구양리 사례가 소중한 이유

[늦추거나 되돌리거나 ②-1]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사례로 본 우리 농촌의 미래

10일 오전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을 만나기 전 구양리를 돌아보았다. 노랗게 익어가는 논밭 너머 마을창고 위에 구양리 햇빛두레 발전소 2호가 보였다. 2024.09.10. ⓒ민중의소리

 

늦추거나 되돌리거나 ②-1

기후위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에너지전환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은 발생합니다. 땅주인과 외부사업자의 주도로 태양광이 농촌에 깔리면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임차농이 반발합니다. 그렇다고 답이 없는 게 아닙니다. 농민과 주민이 태양광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을이 공동으로 추진한 햇빛발전 수익을 마을 전체와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마을 공동의 사업 규모를 키우면 농촌기본소득도 가능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합니다.

[늦추거나 되돌리거나 ①] 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늦추거나 되돌리거나 ②-1] 구양리 마을공동체 햇빛발전 1편
[늦추거나 되돌리거나 ②-2] 구양리 마을공동체 햇빛발전 2편

 

“이곳 5·6호 햇빛발전소만 해도 680kW(킬로와트)에요. 1MW(메가와트)라고 하면, 태양광이 많을 것 같지만 얼마 안 되죠? 시골에서는 이렇게 면적을 크게 쓰지 않고도 마을주민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제 생각 같아서는 앞으로 3MW~5MW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럴 수 있다면, 진짜 ‘농촌기본소득’이 되는 거죠. 5MW면 한 달에 5천만원씩 나오잖아요. 그러면 50가구에 월 100만원씩 줄 수 있고, 젊은 사람들도 들어와서 살만하지 않을까요?” -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농촌기본소득 100만원에 농업을 할 수 있다면, 저도 끌리네요.” - 30대 기자

지난 10일 오전 ‘구양리’에서 운영하는 햇빛발전소를 최 전 비서관과 둘러보며 나눈 대화다.

이날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를 찾았다. 전국 최초의 ‘마을공동체 햇빛발전’을 보기 위해서다. 보통 농촌 태양광이라고 하면, 소수의 땅주인이나 외부사업자가 주도한 사업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곳은 다르다. 이곳은 마을주민이 공동으로 태양광 사업을 추진해 그 수익을 마을복지에 사용한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로부터 이곳의 다양한 복지 시스템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날 오전에 최 전 비서관이 한 말이 떠올랐다. 최 전 비서관이 꺼낸 ‘농촌기본소득 100만원’ 얘기는 단순히 희망사항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구양리 같은 마을에서 독립적으로 실현하고 있을지도 모를 정책이었다. 구양리를 “고급 실버타운”이라고 소개한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진행자의 표현도 과장이 아니었다.
 

“아침마다 병원에 모시고 가”
교통약자 위한 ‘구양리 행복버스’
“함께 먹어야 즐겁지”
계속 생각나는 무료 마을식당

 

2024.09.10. ⓒ민중의소리


아직 여름인데도 쌀알이 꽤 실했다. 밥알이 원래 저렇게 컸나 싶을 정도였다. 조선시대에는 이곳 쌀 맛이 좋고 기름져서 임금에게 바쳤다고 하는데, 정말인 듯싶었다. 마을 서쪽으로는 양화천이 흐르고, 나머지 삼면은 울창한 숲과 언덕이 둘러싸고 있으며, 토양이 비옥한 이 마을 이름은 ‘구양리’다. 보금산 주봉 고양이바위의 아홉 가지 무지갯빛이 마을에 비친 뒤 마을이 크게 형성됐다고 하여, 구양리(九陽里)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구양리’의 ‘양’(陽)은 ‘햇볕 양’ 자다. 앞에 ‘구(九)’는 숫자 9를 의미한다. 마을 공유지와 창고 지붕 등에 이미 6개의 햇빛발전을 마을 공동의 자산으로 설치했으니, 3개만 더 설치하면 정말 ‘아홉 개의 햇빛 마을’ 구양리가 된다. 노랗게 익어가는 논밭 너머로 햇빛발전소를 모자처럼 쓴 마을창고, 마을 공동농기계 주차장 등이 있는.

물론, 햇빛발전소는 구양리가 아니어도 어디를 가나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이 소중한 이유는 단순히 햇빛발전소가 있어서가 아니다. 작은 결실이지만,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마을공동체가 햇빛발전소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수익을 전부 마을주민복지로 공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10일 구양리 마을사무소 앞에 세워진 구양리 행복버스. 이 마을공용버스는 수계기금으로 마련해, 현재 햇빛발전에서 나오는 수익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4.09.10. ⓒ민중의소리


구양리는 대중교통이 잘 다니지 않아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이에, 마을은 수계기금과 햇빛발전의 수익으로 교통약자를 위한 ‘구양리 행복버스’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장날이면 여럿이 모여서 행복버스 타고 시장에도 갔다 오고, 어르신들 무슨 일 있거나 아프면 구급차 대신 병원에도 간다”고 말했다. 이현 마을사무장은 “아직 딱 정해지진 않았지만, 어르신들 병원 가시는 거 힘드니까 아침 9시쯤에 모시고 간다. 또 오후에 몇 분이 뭘 사러 같이 움직일 때도 같이 다녀온다”며 “앞으로 좀 더 안정적이게 되면, 어르신들 모시고 영화도 보러 가고 날 잡아서 예방접종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구양리는 마을사무실 바로 앞 경노당에서 무료급식을 운영하고 있는데, 햇빛발전 수익으로 이를 마을 전체주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구양리는 마을회관에서 마을공용 무료식당을 운영한다. 현재 1일 1회 점심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햇빛발전 수익 등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사진은 10일 기자가 마을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접시에 음식을 떠 놓고 식탁으로 가져가기 전에 찍은 것이다. 2024.09.10. ⓒ민중의소리


마침 이날 인터뷰 중 마을식당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필 기회가 있었다. 마을 분들이 점심 먹는 모습을 사진자료로 남기기 위해 식당에 갔더니, 어르신들이 손짓하며 “얼른 밥 먹고 가라”면서 접시를 내줬다. 커다란 접시에 준비된 음식을 스스로 떠먹는 뷔페식이었다. 덕분에 달콤·매콤한 오징어초무침, 오독오독 씹히는 미역줄기무침, 빨간 콩나물볶음, 감칠맛이 일품인 볶음김치, 시원·시큼한 미역냉국으로 점심을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온실가스 없는 햇빛발전처럼, 건강식의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에 앉아 여러 주제로 대화도 하고 농담도 하며 점심을 먹다가, 70대 어르신에게 ‘여기서 밥을 먹으면 어떤 게 좋으신지’ 물었다. 어르신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함께 먹으니까 즐겁지.” 이곳은 홀로 사는 어르신이 많은 농촌마을에 꼭 필요한 복지시설이었다. 마을식당은 현재 더 많은 주민이 더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마을 햇빛발전 덕분에 마을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을공동체 햇빛발전으로 본 실현가능한 꿈
‘농촌기본소득 100만원’
“지역·농촌 살릴 유일한 대안” 

 

구양리 햇빛두레 발전소 지도 ⓒ민중의소리

 

72kW급의 4호 햇빛발전은 구양리 건강관리실 앞 주차장에 설치됐다. 주차장에 설치된 햇빛발전은 농기계나 차량의 그늘막으로도 사용된다. 또 그 옆에 76kW급의 1호 햇빛발전은 마을 창고 지붕에 설치됐다. ⓒ민중의소리


현재 구양리 67가구 마을주민이 함께 운영하는 마을공동체 햇빛발전은 ▲ 마을정미소 뒤편 마을창고 지붕에 2호(36kW) ▲ 구양리 건강관리실 앞 주차장에 4호(72kW) ▲ 마을 풋살구장 옆 창고에 1호(76kW) ▲ 공터로 변한 옛 마을축구장에 3호(131kW) ▲ 마을 안쪽 농지 옆 일반부지 두 곳에 5호(204kW)와 6호(480kW) 등 총 6개다. 마을주민이 함께 저리융자 대출로 마을 부지·시설에 햇빛발전을 설치하고, 수익을 마을복지의 형태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봐야 얼마 안 되는 수익일 거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을공동체 햇빛발전으로 매달 3천만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원금과 이자를 내고도 순수익은 꽤 남는다. 이현 마을사무장은 “한달에 못 해도 (순수익이) 한 1천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장마로 한 달 내내 비가 내렸던 8월에도 매출은 2천만원 상당이었다. 최 전 비서관이 말한 “농촌기본소득 100만원”은 절대 허황된 꿈이 아닌 것이다.

농촌마을에서 햇빛발전 수익으로 나눠주는 기본소득과 마을 또는 국가 소유의 땅을 빌려 안정적으로 농사에 집중할 수 있다면, 기본적인 삶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청년들이 굳이 도시에서만 아등바등 살아야 할 이유도 적어진다. 그렇다면 농촌·지역 소멸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에너지전환의 실마리도 풀릴 수 있다. 최 전 비서관은 구양리 사례를 “만병통치약”에 비유하며 “지역과 농촌을 살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 아닐까”라고 말했다.
 

마을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햇빛발전 설계

 

10일, 기자는 점심에 마을의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2024.09.10. ⓒ민중의소리


이날 오전, 구양리 마을 입구 근처 그늘에서 쉬고 있는 주민들과 마을이 운영하는 햇빛발전소 얘기를 하다가 물었다. “햇빛발전소 어떠세요?” 그러자, 한 주민이 망설임 없이 답했다. “우리야 좋죠. 우리에게 혜택이 오니까. (갈등 생기지 않게 일을) 하는 사람이 힘들지.”

문재인 정부 말 농촌에서 논란이 됐던 태양광사업을 생각하면, 이곳 구양리 주민의 반응은 낯설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에너지전환 정책에는 일부 철두철미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큰 문제없는 농지를 ‘염해’가 있는 땅으로 판정해 태양광이 뒤덮이거나, 그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농민이 밀려나면서 농촌이 시끌시끌했다. 진보적인 농민단체조차 태양광 정책에 반대하고 나섰다. 농지에서 햇빛발전을 하려는 주최가 외부인, 땅주인, 기업이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농민들이 경작할 삶의 터전이 사라지기 시작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구양리에서 만난 김대선 전 이장도, 심지어 구양리 마을공동체 햇빛발전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전주영 새마을지도자도 처음 태양광을 농촌에서 접했을 때는 부정적이었다.

“그때는 태양광을 몰랐으니까” - 김 전 이장
“모르기도 했고, 우리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경작하던) 논이 확 줄어버린 건데” - 전 지도자, “맞아, 논도 줄고”- 김 전 이장
 

구양리 근처에 들어온 외부사업자의 햇빛발전소 ⓒ민중의소리


실제, 외부에 사는 땅주인이 버섯재배를 겸하는 햇빛발전소를 지으면서 김 전 이장이 경작하던 농지가 줄었다. 최재관 전 비서관은 당시 해당 농지에서 함께 모내기를 하다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제가 태양광 이런 걸 해야 한다고 하니까, 다들 짜증을 내는 거예요. 그거 들어와 봐야 농민들 땅만 빼앗기지, 뭐 좋은 게 있느냐면서…” 그래서 최 전 비서관이 생각한 게 땅주인이나 외부인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농민과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공동체 햇빛발전’이었다. “해외 사례를 찾아봐도, 유럽도 농민의 반대가 심하더라고요. 근데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곳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이익을 어떻게 나누느냐’라고 생각했죠.”

최 전 비서관은 ‘마을공동체 햇빛발전’ 구상을 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시하는 등 실현하기 위해 힘썼다. “당시 지역위원장하면서 당 탄소중립위에서 활동했는데, 농촌 문제를 해결하려면 마을공동체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이 사업을 제안했어요. ... 그때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니까. 곧 산업통상자원부와 당정협의를 통해 ‘햇빛두레’라는 사업이 만들어졌죠. 구양리가 이 공모에 응모해서 된 거예요.” - 최 전 비서관

그렇게 정의로운 에너지전환과 농촌의 미래까지 그려볼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

“최 전 비서관이 구상을 하고, 의논을 했어요. 실제로 보니까,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인데 마냥 규제를 풀어서 추진하면, 또 돈 있는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서 수익을 가져가겠더라고요. 농민 대부분 소작농이잖아요. 그러면 농민은 피해자로 구경꾼으로 전락해 다 (농촌에서) 밀려날 상황이고요. 그래서 그렇게 가는 것보다는 반대로 농민이 빨리 햇빛발전의 주인이 되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하고, 마을 공동의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 전주영 새마을지도자
 

정부 지원금 ‘0원’으로
여러 난관을 넘고 구현된 ‘햇빛두레’

구양리 햇빛두레 발전소 간판 ⓒ민중의소리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10개 마을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본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사업의 핵심 중 하나는 ‘장기·저리 융자 지원’이었다. 재정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을공동체가 금리가 낮은 대출을 받아 햇빛발전소를 세우고 운영하며 얻은 안정적인 수익으로 차차 갚아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보통 이 같은 지원사업이라고 하면 정부의 보조금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억측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 사업공모에 신청한 농촌마을은 7개뿐이었다. 그리고 5개 마을은 갖가지 이유로 사업이 무산됐다. 마을공동체 형태의 햇빛발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결국 남은 곳은 여주에 있는 구양리와 대신3리 두 곳뿐이었다.

구양리가 지금의 ‘마을공동체 햇빛발전’ 모델을 실현하기까지는 여러 사람의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을 햇빛발전소 1호와 4호 사이에 있는 ‘구양리 햇빛두레 발전소’ 간판에는 사업자인 ‘구양리 햇빛두레 발전협동조합’(이장 지종성, 새마을지도자 전주영)뿐만 아니라, 도움을 준 이들의 이름도 적혀 있다.

※ ‘구양리 마을공동체 햇빛발전’ 사례는 두 편의 기사로 나눠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1편에서는 구양리를 직접 둘러보고 마을 주민들을 만나 나눈 대화를 토대로 이곳 햇빛발전이 특별한 이유에 대해 다룹니다. 2편에서는 전주영 새마을지도자와 구양리 마을주민들이 ‘마을공동체 햇빛발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만난 어려움과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소개합니다. 또 이를 통해 갈등 없는 농촌 햇빛발전 사업은 어떻게 가능한지 최재관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의 의견을 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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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군 창설일과 겹친 추석, 명절에 이런 얘기 어떠세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추석 연휴인 15일 서울 은평구 장애아동거주시설인 다움장애아동지원센터를 방문해 보조 교사와 함께 아이들이 그림책에 색연필로 색칠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올해 추석 명절만큼 가족끼리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많은 적이 또 있었나 싶다. 하나같이 비관적이고 우울한 주제일지언정 오랜만에 만나 서먹하고 데면데면한 분위기를 깨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드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 않고 터져 나와 읽기조차 바쁘다.

뭐니 뭐니 해도 김건희 여사의 '광폭 행보'가 맨 앞자리일 테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개의치 않는 행보가 연일 화제다. 우리 현대사에서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부인이 있었던가.

한 지인은 가족과 친지들에게 김건희 여사에 대한 '함구령'을 내렸다고 했다. 이번 명절 연휴엔 서로 김건희의 김자도 꺼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단다. 가족들 모두의 '정신 건강'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웃어 보였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도 꺼내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황당한 규칙까지 정했단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 내외분 이야기를 금기시하는 현실이 참으로 그로테스크하다.

국군의 날 임시 공휴일 지정... 바빠진 교육부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2023.9.26

ⓒ 연합뉴스

느닷없는 국군의 날 공휴일 지정 이야기도 이번 추석 차례상에 오를 듯하다. 우리 국군장병의 사기를 높이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명분을 댔다. 그러나 워낙 갑작스럽게 추진된 대책이어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어차피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대기업 직원들만 쉬게 될 거라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국군장병의 훈련을 하루 빼주면 사기가 올라간다는 인식도 황당하지만, 주말과 이어진 연휴도 아니고 주중 하루를 쉴 뿐인데 소비 진작을 호언하는 정부의 발표가 놀라울 따름이다.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면 온 국민이 좋아할 거라는 '1차원적 사고'다.

임시 공휴일이라는 대통령의 '깜짝 선물'에 교육부는 본의 아니게 바빠졌다. 대개 10월 초는 학교마다 중간고사를 치르는 시기여서다. 국군의 날인 10월 1일 당일에 시험 일정이 잡힌 학교에서는 앞으로 당기거나 뒤로 미뤄야 하는 등 혼선이 불가피하다. 시험을 대비하는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시험 기간을 비롯한 모든 학사일정은 교육과정을 반영해 학년 초에 수립된다. 당일의 일정을 예측할 수 있어야 수업에 차질을 빚지 않게 된다. 수업 등의 교과 활동과 다양한 비교과 활동은 예측 가능성과 연계성이 생명이다. 하물며, 사실상 대학 입시의 당락을 결정하는 시험 일정이 갑작스럽게 변동된다는 건 치명적일 수 있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일선 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국군의 날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시험 일정과 체험학습 계획이 변경된 경우를 파악하겠다는 거다. 이미 언론에 대서특필된 마당에 그 수가 많다고 한들 임시 공휴일 지정을 취소할 수도 없을 테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학교마다의 학사일정을 사전에 전수조사한 뒤 임시 공휴일 지정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실질적 효과와 기회비용 등을 철저히 따지고,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뒤 발표하는 게 순리다. 지난 2년 반 동안 익히 봐왔듯이, 일단 저질러놓고 수습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건 현 정부의 전가의 보도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건 장관을 비롯한 교육부 관료들이다. 대통령의 즉흥적인 결정에 대해 사전에 학교 교육의 파행이 불가피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어야 옳다. 이제야 공문을 내려 전수조사하겠다는 행태는 사후약방문과 다를 바 없다.

국군의 날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되레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여론이 더 나빠진 모양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휴일이 늘었다고 흔쾌해하는 사람이 없다. 학교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업무가 생겼다며 볼멘소리하고, 당장 맞벌이 가정에서는 자녀를 하루 맡길 곳을 찾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당일 가두 행진을 준비해야 하는 국군장병들도 썩 내켜 할 것 같지 않다.

국군의 날이 10월 1일인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제대군인 취·창업 박람회를 방문한 뒤 6·25전쟁 참전국 기념비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된 마당에, 국군의 날 임시 공휴일 지정을 화두로 가족들끼리 다른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갑자기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국군의 날이 10월 1일이었다는 걸 온 국민이 알게 됐다. 요즘 아이들 중엔 국군의 날이 언제인지는커녕 그런 기념일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국군의 날은 지난 1991년 쉬는 날이 너무 많아 경제성장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한글날과 함께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공휴일이 아니면 기념일의 취지가 잊히는 건 인지상정이다. 지난 2012년 공휴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이 10월 9일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심지어 왜 10월 9일로 정해졌는지 그 이유까지 술술 읊어댈 정도다.

국군의 날이 왜 10월 1일로 정해졌는지 아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의 법정 기념일 중에 지정 이유가 가장 황당할뿐더러 아예 취지와 상반된 날로 여기고 있다. 10월 1일은 1950년 9월 15일 인천 상륙 작전이 감행되고 서울을 수복한 후, 북진하며 육군 제1군단이 38도선을 넘은 날이다.

당시 제1군단을 이끈 인물은 악질 친일파로 손꼽히는 김백일이었다. 그는 만주에서 항일 독립군을 토벌하던 간도특설대의 중대장으로서 일제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자다. 해방 후 친일 행적을 감추기 위해 개명할 만큼 파렴치했던 그는 6.25 전쟁의 공적으로 순식간에 친일반민족행위자에서 애국자로 돌변했다. 육군사관학교 교정엔 그의 동상까지 세워졌다.

10월 1일이 국군의 날로 적절치 않다는 건, 악질 친일파가 연루됐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6.25 전쟁 중 38도선 돌파가 대한민국 국군을 대표할 만큼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지 되물을 때도 됐다. 그것은 우리 국군의 위상을 넘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국군의 날 지정은 우리 국군의 뿌리 찾기의 일환이어야 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온 국민이 애송하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첫 구절이다. 1948년 제헌 헌법 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점일획도 손대지 못한 추상과 같은 선언이다. 우리 정부의 법통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있다면, 우리 국군의 뿌리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창설한 한국광복군에 두어야 옳다. 곧, 국군의 날을 한국광복군의 창설일로 삼는 건 당연하고도 마땅한 일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추석은 9월 17일, 한국광복군이 창설된 날과 겹친다. 한국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머물던 중국 충칭에서 창설되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 김구가 총사령으로 지청천, 참모장으로 이범석을 임명하며 개최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을 기점으로 삼고 있다.

이번 명절 연휴 때 가족들끼리 국군의 날의 유래와 한국광복군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국광복군 창설일과 겹친 올해 추석,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국군의 날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를 준 셈이어서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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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국군의날임시공휴일#한국광복군창설일#김건희여사#교육부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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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따고 장어 키우는 '그들' 없는 한국을 상상해본 적 있나요?

[인력 아닌 인간입니다 ①] '그들'을 부른 것은 '우리'였다

최용락 기자/이명선 기자/서어리 기자 | 기사입력 2024.09.17. 05:02:01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푸릇한 채소와 소‧돼지를 키우는 농촌 마을, 바닷배 띄우는 어촌 마을, 공장이 즐비한 산업 단지, 철 부딪히는 소리 요란한 조선소와 건설 현장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매일 '우리' 식탁에 오르는 깻잎을 따고 광어를 키운다. 우리가 사는 집, 우리가 타는 자동차와 배 모두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는 기피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그들의 이름은 '이주노동자'다.

한번 상상해보자. 우리가 기피하던 곳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한국 사회에는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 경기 파주 한 비닐하우스 농가에서 이주노동자가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 사이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도 한때는 이주노동자였다

우리는 오해한다. 우리가 그들을 '받아준'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리가 그들을 '불러온' 것이었다. 한국인 기피 사업장에 불러올 이주노동자 인력 규모를 올해 16만5000명으로 늘린 주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한국 정부였다. 그런데도 한국의 사장님들은 여전히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더 많은 이주노동자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월 중소제조업체 1200곳을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 나라에는 3만5000명의 이주노동자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내가 할 일을 남이 하면 고마워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인간 이하 취급하기 일쑤다. 농장에서 가축의 분뇨를 치우다 질식사한 이주노동자, 공장에서 기계를 다루다 손가락이 잘린 이주노동자, 임금 몇 개월 치를 떼먹힌 이주노동자 이야기가 잊을 만하면 들려온다. 우리가 먹는 것, 입는 것, 타는 것 대부분에 그들의 설움이 녹아있다.

그런데 우리가 잊은 게 하나 있다. 그들의 지금이 우리의 과거였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도 타지에서 설움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화 영웅'으로 칭송받는 파독 광부들은 과거 기온이 35도에 달하는 지하 1000미터(m) 깊이 갱도에서 사람 무게만 한 작업 도구를 다루며 피땀을 흘렸다. 파독 간호사들은 시체를 닦는 일을 맡거나, 고되기로 유명한 호스피스 병동에 배정되곤 했다. 그런데도 보통 독일인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도 당했다. 책 <파독광부생애사>에 따르면, 파독 광부 이문삼 씨는 독일인에게서 "둠(dumm; 바보), 너는 코리아로 가야 돼"라는 말을 들은 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베갯잇을 적셨다고 회상했다. 정승식 씨는 외국인으로서 주택을 임대하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나는 파독간호사입니다> 책에는 병원에서 근무 중 의사에게서 '마늘 냄새가 난다'는 타박을 들어 울며 기숙사로 돌아간 은숙 씨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목숨도 지키지 못했다. 작업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광부가 27명,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간호사가 19명이었다. 죽음마저 감수해야 할 열악한 작업 환경을 견디다 못한 한국인 노동자들은 작업장 이동을 요구하고, 부당한 임금 체불에 맞서 집단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 2013년 5월 서울 서초에 문을 연 파독근로자기념관에서 파독 노동자들이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노동자의 삶은 위태롭다

국내총생산(GDP) 100달러 시절에서 3만 달러 시대로 너무 급하게 훌쩍 지나온 탓일까. 파독 노동자들이 만리타향에서 겪은 아픔은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성찰로 이어지지 못한 듯하다. 파독 한국인 노동자들이 겪은 부당한 대우는 마치 대물림하듯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에게 옮아갔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환경에 대한 많은 통계와 조사가 이를 보여준다.

먼저 임금체불. 고용노동부의 올해 1~7월 통계를 보면,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액은 699억3900만 원으로 전체 임금체불액의 5.7%였다. 이주노동자가 국내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등록자를 기준으로 약 3%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인에 비해 2배가량 임금체불 피해를 더 많이 겪고 있다는 뜻이다.

다음 산업재해. 노동부의 지난해 통계를 보면, 이주노동자 산재사고 사망자는 85명으로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의 10.5%였다. 이 역시 이주노동자가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해 계산하면, 한국인에 비해 이주노동자가 3배가량 더 많이 죽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이주노동자가 본국에 돌아가 잠복기가 지난 뒤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그리고 언어 장벽, 고립된 처지 등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체불임금이나 산재 대응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의 산재 수치는 이마저도 과소추계된 것일 수 있다.

차별과 갑질, 성희롱은 그들에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조사를 보면, 이주민 10명 중 7명이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차별 사유로는 '한국어 능력'(62.3%), '한국인이 아니어서'(56.8%), '출신 국가'(56.8%) 등이 꼽혔다.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의 2019년 조사를 보면, 여성 이주노동자 10.7%는 '성폭행·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했는데, 그 중 '성폭행' 응답이 47.4%였다.

온라인상에는 이주노동자를 향한 혐오가 넘쳐난다. 심지어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중대재해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리셀참사피해가족협의회·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법원이 박순관 아리셀 대표를 구속했을 때 낸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참사 발생 후 66일을 살아내는 동안 받아온 차별, 혐오, 배제의 말과 시선, 감정의 폭력에 무릎 꿇지 않고 버텨온 시간에 대한 아주 작은 보상"이라고 했다. 아리셀 참사 유족들이 참사 발생 뒤 겪은 일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2019년 12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열린 '12.15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 문화제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에서 한 방글라데시 여성이 전통 무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노동자 없는 한국은 위태롭다

임금체불, 산업재해, 차별과 갑질, 성희롱을 그들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만약 버티지 못하고 그들이 한국을 등진다면, 우리가 기피해왔던 그 자리에 있던 그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과연 한국 사회에는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매일 식탁에 오르던 깻잎, 맛 좋은 광어와 장어를 우리는 지금처럼 손쉽게 먹을 수 있을까. 가뜩이나 비싸다고 난리인 새 아파트와 새 자동차를 우리는 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까. 지금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 세상이 우리가 꿈꾸던 미래인가.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만 한다. 이 나라가 이주노동자 없이는 결코 돌아갈 수 없음을. 그들도 결국 우리의 일부라는 것을. 그러니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프레시안>은 어느새 우리 안의 '또다른 우리'가 된 그들, 이주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서툰 언어로 한국살이의 설움을 토해냈다. '인력'이기에 앞서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는 '인간'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인력이기에 앞서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의 개선점을 살펴보고, 나아가 이주노동자들이 그들이 아닌 우리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평화로운 공존법을 "인력 아닌 인간입니다" 연재를 통해 모색해보려 한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이명선 기자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서어리 기자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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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김건희는 지금이라도 기소해달라고 비는 게 나을 것이다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주가조작 김건희는 지금이라도 기소해달라고 비는 게 나을 것이다

지난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결과가 발표됐다. 주가조작에 돈을 댄 전주(銓注) 중 한 명인 손 모씨에게 유죄판결(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내려진 것이 핵심이다. 왜 이게 핵심이냐면 영부인 김건희 여사도 바로 이런 전주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손 씨가 유죄라면 당연히 김건희도 유죄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검찰은 김건희를 기소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제 이를 회피할 명분도 거의 사라졌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무엇이냐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건이 세 개 정도 꼬여 있고 그 과정도 좀 복잡하다. 이런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글보다 말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그래서 독자분들에게 양해를 부탁드리자면 이번 칼럼에서는 이 사건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다음주 월요일(23일) 유튜브 방송 ‘이완배의 경제의 속살’에서 이 사건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시도해보겠다. 이 와중에 죄송스럽지만 깨알 같은(!) 홍보를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갑자기 존댓말). 제가 지난주부터 민중의소리 채널을 통해 ‘경제의 속살’ 방송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오늘(16일) 2회차 ‘이낙연의 잘못된 선택이 남긴 것들(링크)이 업로드 됐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주가조작과 솜방망이 처벌

지난달 말 나는 ‘김건희는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대가를(링크)’이라는 칼럼을 통해 김건희가 반드시 받아들 청구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명품가방 수수, 양평 고속도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이 그가 언젠가 반드시 받아야 할 주요 청구서들이다.

그리고 나는 당시 칼럼에서 셋 중 하나라도 미리 받는 게 김건희 신상에 훨씬 좋을 것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 제 세 장의 청구서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김건희가 절대 감당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세 장의 청구서 중 한 장을 미리 지불할 기회가 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전주로서 김건희가 저지른 범죄’를 정리할 절호의 찬스다. 물론 내가 말하는 이 찬스란 김건희가 무죄로 빠져나갈 찬스가 아니라 유죄 판결로 범죄의 대가를 치를 찬스다.

“그게 무슨 찬스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이건 정말 찬스다. 그의 얼굴 속에 있는 것이 우리가 아는 뇌의 일종이라면, 그리고 그의 목 위에 달린 것의 기능이 무게중심 잡는 데 쓰는 게 아니라면 그는 지금 검찰이 자신을 기소해달라고 빌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는 게 김건희에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항소심 결과를 보라. 전주 손 씨가 받은 형량은 고작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다. 전과자가 되겠지만 감옥살이는 하지 않는다. 김건희가 재판을 받는다면 비슷한 형량이 예상되는데, 이게 그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왜냐하면 솜방망이 판결에 대해 국민은 분노하겠지만 법조계 관행을 볼 때 이 정도 형량은 시비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조계는 주가조작 범죄에 대해 그 동안 매우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에스모라는 회사가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당시 대표 김 모씨가 라임펀드의 자금을 끌어들여 자기 회사 주가를 조작했다. 이때 김 씨가 얻은 이익이 무려 577억 원이었다는 게 수사 결과였다. 그런데 김 씨의 형량이 얼마였을까? 지난해 7월 대법원 확정 판결 결과 그가 받은 형량은 고작 징역 5년에 벌금 3억 원이었다.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백 선물을 받고 테이블 위에 올려둔 모습. ⓒ서울의소리 유튜브 화면


김 씨는 그냥 돈만 댄 전주가 아니다. 무려 회사 대표였다. 그런 그가 직접 나서 허위공시를 발표해 주가를 띄웠다. 환매 중단 사태로 한국 금융역사에 기념비적인 악명을 남긴 라임 펀드를 주가조작에 이용했다. 여기에 횡령, 배임 혐의까지 겹쳤다. 그런데 받은 형이 징역 5년, 벌금 3억 원이다.

더 웃긴 건 2심 판결에서 판사가 김 씨가 한 짓을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그래,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다. 내가 봐도 그렇다. 그런데 왜 2심 재판부는 고작 징역 5년에 벌금 3억 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단 말인가?

나중에 재판 받으면 후회할 것이다

그게 법조계의 관행이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나라는 주가조작에 대한 처벌이 정~말 관대한 나라다. 주가조작으로 기소된 사람 중 절반은 집행유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가조작범의 집행유예 비율은 2020년 40.6%, 2021년 61.5%나 됐다.

최근 3년 동안 대법원에서 자본시장법 주가조작으로 확정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모두 35명이었다. 그런데 그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은 고작 5명이었고 나머지는 다 집행유예였다. 가장 많은 벌금액은 고작 20억 원이었다.

미국은 우리와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 2012년 미국 헤지펀드 SAC캐피탈이 주가조작에 뛰어들어 약 3,000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일이 있었다. 이때 미국 법원이 징수한 벌금은 부당이익의 6배가 넘는 1조 9,000억 원이었다. 주가조작을 주도한 펀드매니저에게는 징역 45년형이 선고됐다.

주가조작 같은 금융사기의 피해자는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이다. 그래서 미국은 이런 범죄를 거의 집단학살에 준하는 시각으로 본다. 폰지 사기라는 금융사기 기법을 역사책에 남긴 버나드 메이도프 전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은 2009년 무려 150년 형을 선고받고 2021년 감옥에서 죽었다. 2008년 보험 사기로 재판을 받은 노먼 슈미트가 받은 형량은 징역 330년이었고 이 인간 역시 지난해에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느냐? 김건희는 지금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금 기소가 된다면 유죄 판결은 받아도 실형을 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이게 한국의 분위기다.

그런데 지금 남편을 졸라 기소를 피했다고 치자. 특검이 실시되건(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에는 그의 주가조작 혐의도 당연히 들어가 있다) 정권이 바뀌어서 검찰이 다시 기소를 추진하건, 그때에도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질 것 같은가?

현행법상 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액이 50억 원을 넘어가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행은 관행일 뿐 법이 아니다. 여론에 따라 관행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증권가에서는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특검에 의해, 혹은 차기 정권 검찰에 의해 김건희 주가조작이 사실로 밝혀졌다? 여론이 가만히 있겠나?

“김건희를 구속하라!”라는 목소리를 넘어서서 “지금까지 한국 검찰과 법원은 왜 이렇게 주가조작에 관대했느냐?”라는 폭발적인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면 그때 특검 혹은 검찰과 법원이 “관행상 주가조작은 처벌을 그렇게 강하게 안 했어요”라고 핑계를 대며 솜방망이 처벌을 할 수 있겠나? 웃기는 이야기다. 되레 그런 관행을 완전히 뒤엎고 미국처럼 엄격히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국을 뒤덮을 것이다.

그래서 기소가 되려면 지금 되는 게 김건희에게 최선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기소가 되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 아무리 형량이 낮아도 공정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애초에 윤석열은 공정하지도 않았고, 그런 이미지는 지금 쥐뿔도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기반이 무너진다는 말은 무너질 기반이 있을 때에나 하는 이야기다. 지지율 20%짜리 대통령에게 기반은 개뿔! 그게 기반이면 우리집 고양이는 드래곤이다. 아무튼 진지하게 충고하는데 청구서 세 장 중 주가조작 청구서라도 지금 지불해 놓는 게 좋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하겠지? 그럼 맘대로 하시던가. 나중에 아주 크게 후회할 거다. 

 

“ 이완배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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