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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가두시위 대전, 하지만 홀대받는 6월항쟁 기념탑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 열려

  • 기자명 대전=정성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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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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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로역네거리 옛 대전부청사 앞 지하상가 공동구 위에는 조형물이 하나 있다.

옛 대전부청사가 오랜 기간 유치권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위치가 구석진 탓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도 이 조형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 조형물은 2017년에 설치된 ‘6월항쟁 기념탑’으로 “1987년 6월 함성, 독재타도 민주쟁취”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중앙로역네거리 옛 대전부청사 앞 지하상가 공동구 위에 위치한 '6월항쟁 기념탑'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중앙로역네거리 옛 대전부청사 앞 지하상가 공동구 위에 위치한 '6월항쟁 기념탑'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이곳에 37년 전 항쟁의 주역들이 모였다. 10일 저녁 7시에 우리들공원에서 진행될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에 앞서 이곳에 모인 항쟁의 주역들은 당시를 회상했다.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병국 이사장(당시 충남민주운동청년연합 중앙위원, 대전 민가협 간사)은 “당시 치열했던 역사를 기록하고 바르게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쟁이 바로 6월 정신이다”며 민주주의가 퇴보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투쟁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87년 6월항쟁의 주역들이 모인 가운데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병국 이사장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87년 6월항쟁의 주역들이 모인 가운데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병국 이사장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이날 참석자 가운데 가장 고령인 김윤환 목사(당시 매포수양관 관장)는 당시 치열했던 항쟁과 일찍 세상을 등진 충남민주운동청년연합 중앙위원이었던 오원진, 강구철, 충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윤재영을 떠올렸다.

전 대전민주평화광장 김필중 공동대표(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충남본부 총무위원장)는 “대전의 87년 항쟁은 대단했다. ‘고 박종철군 추모 및 고문살인 종식을 위한 범도민대회’가 87년 2월 2일 전국 동시 다발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행사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대전은 행사를 강행했고, 가두시위를 전개했다. 87년 최초 가두시위를 바로 대전이 했고 이에 전국회의가 열리면 다른 지역 참가자들이 대전을 높게 평가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기억을 전했다.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완규 지도위원(당시 충남민주운동청년연합 중앙위원)은 “수많은 항쟁 참가 인파가 경찰을 몰아내고 시내를 장악했다.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항쟁에 임했고, 80년 광주와 같은 항쟁도 각오한 투쟁이었다. 바람도 우리를 도와 최루탄 연기가 되려 경찰 대열 쪽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기억을 생생히 전했다.

당시 충남대, 목원대, 한남대 학생으로 항쟁에 참여했던 이들도 “학생들만의 시위가 아니라 시민들 모두가 함께했던 시위로 기억된다. 저녁에 시위가 마무리될 때면 직장인들이 “학생들 내일 만나”하며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2주가 넘게 시위가 이어졌지만, 학생들도 시민들도 한데 어우러진 시위였다”며 당시 대중적인 시위의 모습을 기억했다.

대전의 6월항쟁 주역들이 기념탑에 모여 민주주의를 지켜내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대전의 6월항쟁 주역들이 기념탑에 모여 민주주의를 지켜내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기념탑은 6월항쟁 30주년을 맞이하여, 2017년 6월에 시민들의 모금을 비롯하여 대전광역시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지원으로 세워졌다.

조성칠 전 대전시의회 부의장은 “기념탑을 보기 좋은 자리에 세우고 싶었는데, 중앙로역네거리 주변에 기념탑을 세울 수 있는 부지가 없었다. 그래도 항쟁이 치열했던 장소에 세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지하상가 공동구 위에 기념탑을 설치했다”며 기념탑 설치 당시 아쉬움을 전했다.

실제로 6월항쟁 기념탑은 구석진 위치뿐만 아니라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 주변 공사 자제나 대형 쓰레기봉투가 기념탑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날도 공동구 입구의 부러진 타일이 탑 앞에 방치되어 있었다.

6월항쟁 기념탑은 외진 곳에 설치되어 있고, 주변은 지저분할 때가 많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6월항쟁 기념탑은 외진 곳에 설치되어 있고, 주변은 지저분할 때가 많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이날 기념탑 앞에서 당시를 회상했던 항쟁의 주역들은 6월 정신을 잘 계승하고 기념탑의 관리 문제 또한 잘 해결해 보자는 의지를 다진 후 오후 7시에 기념식장인 우리들공원으로 이동하여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에 참가하였다.

행사는 1부 기념식과 2부 문화제로 진행되었다.

1부 기념식에서는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병국 이사장의 기념사 및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김병구 상임대표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대전지역본부 김율현 본부장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6월항쟁 정신 계승으로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아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오후 7시에 '우리들공원'에서 개최된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일 오후 7시에 '우리들공원'에서 개최된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기념식에는 주최단체 회원을 비롯하여 김제선 중구청장,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이 참석하였다. 이장우 대전시장, 이상래 대전시의회 의장,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박범계 국회의원, 조승래 국회의원 등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축전을 통해 6·10민주항쟁 37주년을 축하했다.

2부 문화제는 항쟁 당시 주요 구호였던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사회자와 참석자들이 함께 외치면서 시작되었다.

대전평화합창단의 노래공연과 대전작가회의 김희정 작가의 <“잠깐” 6.10항쟁 37주년에 부쳐> 시낭송, 조은주 씨의 오카리나 공연이 이어졌으며 김태린·김연지·나소연 씨의 창작무용 <되살아오는 유월, 투쟁의 거리>와 충남대민주동문회 노래패 ‘푸른하늘’과 ‘마당극단 좋다’ 박세환, 정경희 배우의 합동 노래 낭독극 ‘기면 기구 아니면 아니다’가 공연되었다.

10일 오후 7시에 '우리들공원'에서 개최된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일 오후 7시에 '우리들공원'에서 개최된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끝으로 모든 참석자들이 무대에 올라 “6월의 역사를 오늘의 역사로 이어가자!”, “민주주의 봄을 넘어 항쟁의 거리로 달려가자!”, “10·29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기념식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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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지오 신뢰성 논란에도 교차 검증 거부한 정부

산업부 2차관 “데이터 공개는 리스크” 주장…액트지오 세금 체납엔 “계약 당시 몰랐다” 사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 차관은 다른 전문가들도 성공률이 20%면 충분히 시추할만 하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2024.06.10. ⓒ뉴시스


정부가 동해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소규모 업체의 분석 결과를 두고, 다른 업체에 분석을 의뢰해 교차 검증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분석을 맡은 액트지오가 계약을 맺을 때 세금 체납 상태였다는 사실은 계약 당시 몰랐다며 사과했다. 다만, 세금 체납에 따른 계약상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액트지오의 분석 결과를 다른 업체와 교차 검증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어느 광구도 심해 탐사와 관련된 조사 자체를 복수의 기관에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 차관은 “정보 소스는 독점해야 하므로 보통 해외 메이저 같은 경우 내부 팀을 통해 작업을 한다”며 “자기들의 판단하에 투자해야 하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이거(정보 소스)를 많이 알린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이 알릴수록 여러 투자가가 끼면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여러 군데서 동일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데이터 자체는 저희가 가지는 기초자산이기 때문에 그걸 다시 또 개방해서 다시 또 검증을 맡기는 건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최 차관은 액트지오의 전문성에 대해 “순차층서학에 기반한 분석을 가장 잘했던 회사가 엑슨모빌이었고, 가장 권위자가 아브레우 박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분석은 순차층서학을 활용한 국내에서는 최초의 분석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액트지오의 세금 체납 문제에 대해서는 “계약 당시 몰랐다”며 사과했다. 액트지오는 지난해 2월 석유공사와 계약 당시 법인 영업세 1,650달러(약 2백만원)를 체납한 상태였다.

최 차관은 “실수를 한 거고, 계약 당시에는 몰랐다”며 “석유공사에서 그 부분(액트지오의 세금 체납)을 놓친 거에 대해서는 아주 완벽하게 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액트지오가) 회계사를 통해 처리했는데 누락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액트지오 측을 대변했다.

그는 “계약 자체에 대해서는 법인격이 살아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입찰에서 그게(세금 납부가) 요건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찰 당시) 납세증명서 등을 첨부하게 돼 있었으면 그 과정에서 치유가 됐을 텐데, 그런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못 본 점에 대해서는 석유공사를 포함해 정부를 대신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2007년부터 석유공사와 동해 탐사를 진행한 대형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해 2022년 7월 철수를 통보한 것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는 2022년 6월에 BHP사와 합병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자산 재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심해 쪽에서 해상 프로젝트 부분에서는 전반적으로 철수 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우드사이드에 설정한 광업권의 장소는 8광구와 6-1광구 북부 지역으로, 나머지 지역에 대한 탐사 자료는 없었다”며 “이번에 저희가 종합 분석한 자료는 기존에 우드사이드가 분석한 자료에 더해, 그동안 석유공사가 독자적으로 수행했던 대륙붕과 대륙사면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고 했다. 대륙붕과 대륙사면 관련 자료는 우드사이드의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석유공사가 2023년 액트지오에 제공하면서 이번 분석 자료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액트지오는 향후 시추 위치를 선정 과정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최 차관은 “전체적인 자료 해석과 작업을 수행한 기관이 액트지오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위치 선정도 제일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며 “액트지오 자문을 받아 석유공사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자문 비용은 없고, 기존 용역 계약 금액에 포함돼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시추 위치는 미정이라고 최 차관은 전했다. 그는 “12월 말경에 시추한다는 계획을 역산해 보면 7월 중에는 정확한 시추 위치를 정해야 추후 일정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전문성에 의존해 시추 위치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추 작업은 3개월 정도 걸리고, 시추 작업을 통해 획득한 자료를 추가적으로 3개월 정도 검토한다는 전제하에 내년 상반기경 1차 시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광구를 재분할한다는 계획이다. 최 차관은 “7개 유망구조를 감안해 광구를 다시 분할할 것”이라며 “분할된 광구 중심으로 해외 투자 유치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광구 분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달 말 산업부 장관 주재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전략회의를 열어 광부 분할 기본 방향을 논의하고, 해저광물자원개발심의회가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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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 종결에 한겨레 “대통령 부부 위한 권익위”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 “국민 바보로 여겨”, “해외 순방에 꽃길 깔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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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06.11 07:37

  • 수정 2024.06.11 07:38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조사해온 국민권익위원회가 사건 접수 116일 만에 조사를 종결 처리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들의 배우자의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최재영 목사)에 대해 직무 `관련성 여부, 대통령 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종결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권익위 법정 처리기한은 최장 90일인데 기간을 훌쩍 넘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은 마침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6개월 만에 해외 순방을 떠난 날이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권익위, 김건희 특검법만이 답”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19일 참여연대는 권익위에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9월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디올 명품 가방을 받았다며 몰래 찍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뤄진 신고다. 이후 권익위는 60일 조사 기간 후, 30일을 연장한 뒤, 한 번 더 기간을 연장했다.

▲11일 경향신문 1면.

김건희 디올백 수수 의혹 종결에 한겨레 “대통령 부부를 위한 권익위”

경향신문은 <결국 ‘배우자’는 명품백 받아도 된다는 권익위> 1면 기사에서 “권익위가 과도하게 시간을 끌었다는 지적도 불가피해 보인다. 권익위는 지난 1월 사건 접수 한 달이 다 되도록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그제서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김건희 명품 백 면죄부 준 권익위, 존재 이유 없다> 사설에서는 “어이가 없다. 권익위는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원석 검찰총장조차도 검사 3명을 투입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힌 사안에 이런 식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반부패 총괄기관으로서 권익위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며 “권익위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성역화하고,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에 꽃길을 깔아줬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김 여사 6개월 만의 출국 당일 면죄부 준 권익위> 사설에서 “윤 대통령 부부의 6개월 만의 순방에 맞춰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김 여사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당당하게 나갔다.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김 여사의 공개 행보 재개에 부정적이고,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도 크다. 국정 최고책임자라면 당연히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는 사과 한마디 없이 출국했다”고 비판했다.

▲11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권익위를 향해 “법리가 복잡하지도 않은 사건을 6개월이나 뭉개다 출국일에 맞춰 종결 처리한 것이다. 권익위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검찰 조사에서 디올백과 샤넬 화장품을 선물한 이유에 대해 ‘청탁의 의미도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최재영 목사는 화장품을 건넨 뒤에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대통령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청탁하는 메시지를 김 여사에게 보냈다고도 했다.

이에 한겨레는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단순히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 형량이 더 센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된다”며 “영부인이 대통령인 남편을 이용해 금품을 챙겼다면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수사 의뢰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면죄부를 주다니, 권익위는 대통령 부부를 위한 권익위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조선 “총선 압승을 ‘입법 폭주 면허증’으로 착각”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당이 10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17개 상임위원장 중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나머지 7개 위원장 후보도 국민의힘이 내놓지 않으면 민주당은 그 자리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동아일보 1면.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회 운영위원장에 박찬대 의원, 법제사법위원장에 정청래 최고위원, 교육위원장에 김영효 의원, 과방위원장에 최민희 의원, 행안위원장에 신정훈 의원, 문체위원장에 전재수 의원, 농해수위원장에 어기구 의원, 복지위원장에 박주민 의원, 환노위원장에 안호영 의원, 국토위원장에 맹성규 의원, 예결위원장에 박정 의원 등이 선출됐다.

동아일보는 1면 <野, 상임위장 ‘한밤 단독선출’… 與 “국회 보이콧”> 기사에서 “. 야당이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과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장을 독차지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라며 “민주당은 이르면 11일부터 위원장 선출을 마친 상임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주 내로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밀어붙인 뒤 이달 중 첫 대정부질문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도, 국회도 이재명 1인 독재 체제로 전락했다’며 향후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11일 동아일보 3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국회 본회의는 오후 2시 예정이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지도부 간 회동이 이어지면서 오후 5시와 오후 8시로 두 차례 미뤄졌다. 국민의힘은 법사위만 여당 몫으로 주면 운영위와 과방위는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법사위와 운영위, 과방위원장 모두 민주당 몫이라고 거부해 합의는 불발됐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결국 우 의장은 의장실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뚫고 본회의장에 들어가 ‘원 구성과 개원을 마냥 미룰 수 없다’며 상임위원장 표결 안건을 상정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한 정당의 국회 점령과 독재는 결국 부메랑 될 것> 사설에서 “그동안 1당이 국회의장을, 2당이 법사위원장을, 집권당이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국회 운영이 다수결로만 이뤄지면 승자 독식이 불보듯 뻔하니 최소한 이들 상임위엔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까지 의회가 만들고 지켜왔던 불문율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며 “총선 압승을 ‘입법 폭주 면허증’으로 착각한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정당이 국회를 마치 점령이라도 한 듯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경우 그 결과는 다수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의 힘에 의한 국회 운영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명분만 쌓아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11일 조선일보 사설.

▲11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민주당은 승자독식 무리수, 국민의힘은 무기력한 보이콧> 사설에서 “이로써 민주당은 국회의장,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등 국회 운영의 핵심인 3자리를 모두 차지하게 됐다”며 “민주당은 18개 상임위 중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7개 위원장 후보를 여당이 내지 않으면 그 자리도 차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정당이 핵심 세 자리를 모두 차지한 건 21대 국회 전반기에 딱 한 차례(2020~2022년) 있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그때 집권 민주당은 18개 상임위를 독식하고 각종 입법을 밀어붙였지만, ‘오만’과 ‘폭주’라는 비판 여론 앞에 후반기엔 국민의힘에 법사-운영위원장 자리를 양보했었다. 이번에도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경우 두 번째 독식 기록을 세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여야 원구성 협상이 결렬된 것은 각종 특검 등 민감한 현안이 쌓여 있는 법사위를 놓고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상임위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위원장을 다수당이 맡아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 목적으로 법원 검찰 등을 관할하는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려 한다는 게 ‘진짜 속내’라고 국민의힘은 주장한다”며 “22대 국회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독주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기력한 상태로 끌려가는 모습을 연출할 공산이 커졌다”고 했다.

관련기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상임위원장 후보를 선출하지 않는 국민의힘이 무책임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향후 상임위 활동을 비롯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하지만, 집권 여당의 이런 모습 또한 무책임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여당은 국회 보이콧 외엔 별다른 대응 수단을 갖지 못한 채 ‘차라리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는 식의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21대 국회 때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가 역풍을 맞은 전철을 밟도록 하자는 계산인지 모르겠으나 집권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김건희 조사 재연장 권익위, 한겨레 “이재명 부인은 두 달 만에 대검”]

박서연 기자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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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준 칼럼]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을 연상시키는 세계 정세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4.06.11. 04:26:32

정확히 1년 전에 나는 이 지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반대하며 러시아 안에서 푸틴 독재에 맞서 싸우는 사회주의자들, 그 가운데에서 국내에도 상당히 알려진 저술가 보리스 카갈리츠키를 소개했다(☞관련기사 : "'부패한 독재체제서 살고 싶지 않다', 러시아 저항세력의 절박한 외침"). 전쟁을 끝내려면 푸틴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카갈리츠키의 외침을 전하면서 나는 그의 신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반전운동가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중형을 선고하고 있던 푸틴 정부가 아무래도 가만있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글이 나오고 불과 한 달 뒤인 작년 7월 26일에 KGB의 후신 격인 연방보안국이 "테러리즘을 옹호"했다는 명목으로 카갈리츠키를 전격 체포했다. 그 즈음에 전쟁은 러시아 측 예상과 달리 1년 넘게 장기화하고 있었고, 그래서 푸틴 정권은 9월에 끝내 국내 여론 악화를 감수하면서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런 국면에 벌어진 카갈리츠키 체포는 누가 보더라도 반전 여론의 구심을 선제공격하여 고립시키려는 시도였다.

그래도 처음에는 탄압이 합법의 외양을 완전히 벗어버리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다. 푸틴 정부가 그나마 세계와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브릭스(BRICS)의 참가국들 중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의 좌파 인사들이 카갈리츠키 구명 서명에 나섰고, 그 덕택인지 작년 말 재판에서는 구속은 면한 벌금형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 3월에 실시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선 한 달 전인 2월에 돌연 카갈리츠키는 벌금형이 아닌 5년형을 선고받았다. 푸틴의 최고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북극해에 인접한 죽음의 교도소에서 의문사한 바로 그때에 카갈리츠키는 66세의 나이에 그 북극권 교도소에서 5년 동안 갇혀 지내라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카갈리츠키 말고도 반전운동에 나선 수많은 이들이 현재 중형을 받아 감옥에 갇히거나 국외로 추방되거나 망명자가 되어 있다. 이것이 우크라이나 침공 2년째인, 그리고 푸틴 정권 24년차를 맞이한 지금 러시아의 현실이다.

▲우크라이나 하르키프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격전을 벌이던 보브찬스크 인근 부가이프카 마을에서 경찰이 한 노인을 버스로 대피시키고 있다. ⓒAP통신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을 연상시키는 세계 정세

그러나 푸틴 정권은 오판했다. 카갈리츠키 같은 이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막으려고 탄압에 나섰겠지만, 목소리는 제압당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우렁차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실 러시아 바깥에서는, 심지어 좌파조차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에는 러시아인들의 이야기에 그다지 진지하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말로 번역된 카갈리츠키 저서 목록만 봐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모스크바 발 뉴스가 뜨거운 관심거리이던 1990년대 초에 집중 번역된 다음에는 소개된 책이 거의 없다.

한데 이제는 사정이 바뀌었다. 반전운동과 카갈리츠키 체포 등을 계기로 뒤늦게나마 러시아 내부의 치열한 노력에 관심과 연대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장 뤽 멜랑숑, 제러미 코빈, 슬라보이 지젝 등이 함께 한 카갈리츠키 구명 서명운동은 이런 분위기를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다. 푸틴 정권의 의도와 정반대로 러시아 내 반체제 좌파에 대한 탄압은 러시아 좌파, 사회운동에게 오랜만에 국제연대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어쩌면 그 일환일까. 최근 카갈리츠키의 새 책 영어판이 영국 좌파 출판사 플루토(Pluto)에서 나왔다. <오랜 후퇴: 좌파의 쇠퇴를 뒤집을 전략(The Long Retreat: Strategies to Reverse the Decline of the Left)>이 그 책이다.

제목인 '오랜 후퇴'는 단지 러시아 좌파의 후퇴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시기 동안 전 세계 좌파가 예외 없이 겪은 침체와 퇴행을 말한다. 마치 1970년대 유신 시절 대한민국을 연상시키는 나라의 저자가 썼으니 자기 나라의 참혹한 사정을 고발하는 책이겠거니 넘겨짚는다면 오산이라는 이야기다. 한참 전에 우리말로 소개된 책들에서도 그랬듯이, 카갈리츠키의 시야는 러시아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러시아와 상관없는 붕 뜬 시각에서 남의 나라 이야기만 읊는 것도 아니다. 조국이 포함된 세계 전체를 시야에 담고, 다시 그 세계의 맥락에서 조국을 짚는다.

<오랜 후퇴> 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상황을 직접적으로 다룬 대목은 "제8장. 전쟁, 기아와 경제적 구조재편"이다. 이 장에서 카갈리츠키는 푸틴 독재의 패악과 실정을 늘어놓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을 시시콜콜 따지지 않는다. 좀 당황스러울 만큼 곧바로 제1차 세계대전 이야기를 꺼낸다. 그가 보기에 지금 세계 정세를 살피는 데 가장 적절한 거울이 100년 전 이 전쟁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강대국들이 모조리 참여하는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높게 본 이는 거의 없었다. 설령 유럽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그런 전쟁에 뛰어들 수는 있어도, 당시 세계체제 안에서 가장 안온한 위치에 있던 대영제국의 리버럴 성향 정치가들이 참전 결정을 내리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1914년 여름 갑자기 그런 일이 벌어졌다! 2022년 유럽 대륙에서 돌연 발발한 전면전 역시 비슷했다. 국지적 충돌이 느닷없이 총력전으로 폭발했고, 은행가들과 노닥거리는 데나 익숙하던 유럽 정치가들이 전시 지도자로 돌변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권력자들의 이러한 선택은 변덕스러워 보이기만 한다. 그러나 카갈리츠키는 이것이 결코 우발적인 것은 아니며 이유가 없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그 이면에는 바로 점점 더 절박해지는 경제-사회적 상황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 열강 집권자들은 적대국들 탓에 해외에서 수익을 뽑아내는 데 한계에 부딪혔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국내에서 노동계급과 여성 같은 '몫 없는 이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마찬가지로 푸틴 정권 역시 팬데믹 이후 경제적 긴장과 장기 독재가 낳은 정치적 긴장을 풀 출구가 필요했다. 두 경우 모두 마침내 '전쟁'이 최고위층의 '합리적'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오랜 후퇴> 제8장에서 카갈리츠키가 펼치는 논의는 현 상황과 제1차 세계대전 사이의 이러한 유비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권력자들이 겁 없이 선택한 총력전 상황이 당대 자본주의 구조를 심각하게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제1차 세계대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전쟁 수행과 경제 봉쇄 대응 등의 명분 아래 국유화나 경제 계획이 당연하다는 듯이 집행되는 러시아(그리고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을 의심심장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자본주의 엘리트들이 무의식적으로 연 이 새 국면에서 민주주의와 평화, 전 지구적 복합위기 극복을 지향하는 혁명이 어떤 모습을 취할지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이러한 카갈리츠키의 논의에는 흥미로운 쟁점이 많지만, 일단 여기에서는 반전평화를 즉각적인 과제로 삼는 러시아 내부 좌파가 현 세계 정세를 제1차 세계대전 당시와 비슷한 지형과 구조로 이해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이 구조는 로자 룩셈부르크나 V. I. 레닌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의해 주로 분석됐고, 이런 분석의 대강은 오늘날 좌우를 떠나 역사가라면 누구나 받아들이는 상식이 되어 있다. 그 골자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치열한 경쟁과 대립이다.

신냉전, 다극화가 아닌 제국주의 국가 간 경쟁의 부활

현 세계 정세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또 다른 러시아 좌파 사회과학자 일리야 마트베예프가 최근 미국 저널 <자코뱅>에 발표한 글 "우리는 제국주의 경쟁이 심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Ilya Matveev, "We Live in a World of Growing Imperialist Rivalry", Jacobin, 2024. 5. 28)에 보다 깔끔히 정리돼 있다. 젊은 지구정치경제 연구자인 마트베예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푸틴 정권을 신랄히 비판했고, 현재는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마트베예프 역시 카갈리츠키처럼 현 정세가 제국주의 열강 간 경쟁과 갈등이 극대화되는 형국이라 진단한다. 단, 열강의 숫자와 영향력의 상대적 격차 등은 100년 전과 크게 다르다. 이번에는 제국주의 경쟁자가 셋으로 압축되며, 선두 주자와 도전자 그리고 나머지 하나 사이에 힘의 격차가 제법 크다. 그 세 열강이란 미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다. 물론 구 제국주의의 잔재인 서유럽 국가들이 있지만, 이들은 군사력 등에서 철저히 미국에 종속되어 있기에 이 셋과 동등한 행위자라 보기는 힘들다.

이러한 규정은 현재 지구상의 가장 뜨거운 현안인 미국-중국 대립이 20세기 냉전의 반복, 즉 신냉전이 아니라는 판단을 깔고 있다. 이 점에서 마트베예프는, 중국이 고전적 제국주의론에서 제국주의를 판별하는 근본 지표인 자본수출국으로 부상했다는 훙호펑의 진단(<제국의 충돌: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하남석 옮김, 글항아리, 2022)에 동의한다. 상품시장뿐만 아니라 금융투자 무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고, 100년 전 제국주의 충돌과 마찬가지로 이런 경제적 이해 갈등이 미-중 대립의 핵심 토대라는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중국과 대등하게 취급될만한 도전자는 아니다. 자원수출국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추고 있고 최근에는 이 나라에서도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유휴 자본이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중국처럼 미국을 추월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지는 못하며 그럴 역량도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드러나듯이, 재래식 전력 역시 허점이 많다.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하는 거의 유일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핵 전력이다.

마트베예프는 이 세 번째 주인공을 움직이는 힘이 중국의 경우와는 달리 경제적이기보다는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을 강하게 띤다고 주장한다. 그 이데올로기는 구 소련의 공식 이념이었던 마르크스-레닌주의와는 달리 세상의 진보를 약속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단지 푸틴 치하 러시아에 대한 외부의 위협을 최대한 과장하면서 러시아가 힘에 겨운 제국주의 경쟁의 세 번째 주자로 나서도록 부추길 뿐이다.

가령 우크라이나 민병대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나치 부역자였던 극우 민족주의자 스테판 반데라를 숭배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파시즘 성전'이라 둘러대는 푸틴 대통령의 사표(師表)는 정작 레닌도, 스탈린도 아닌 이반 일린이다. 일린은 구 러시아 제국의 향수와 20세기 파시즘을 잇는 독특한 극우 사상가다. 구 제국의 반혁명 귀족 출신인 그는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과 독일 히틀러 정권을 열렬히 찬양하면서 소비에트연방 타도 이후에 러시아 사회가 추구할 미래가 이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이런 사상의 추종자들이 '반파시즘 전쟁'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마트베예프는 이런 도발적 이데올로기 이면에 실은 지배 엘리트의 공포가 있다고 본다. 2010년대에 우크라이나의 마이단 혁명을 비롯해 구 소비에트연방 소속 국가들을 휩쓴 대중의 직접행동은 푸틴 정권에게 NATO 확장이나 우크라이나 친서방파의 도발보다 더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마치 20세기 벽두에 서유럽 보수 지배층이 그랬던 것처럼, 푸틴 정권은 이런 내부로부터의 위협을 선제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자기 역량을 넘어서는 제국주의적 대외 공세를 감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로서는 힘에 부치는 모험이라 하더라도 이 나라가 세상에 끼친 영향만큼은 결정적이다. 러시아가 제국주의 행위자로 뛰어듦으로써 2020년대에 혼돈을 거듭하던 지구 정치 지형이 돌이킬 수 없이 확정되었다. 미국의 점진적인 패권 약화 혹은 후퇴를 통해 열린 국면은 어쩌면 가장 안 좋은 방향으로 궤도가 정해졌다. 그것은 미-중 신냉전도 아니고 남반구가 주도하는 다극화도 아닌 제국주의 열강 간 경쟁과 대립의 복귀다. 다만 한 세기 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이번에는 '인류를 몇 번이나 절멸시킬 수 있는 대량 핵무기로 무장한' 세 제국주의 국가의 대립이라는 것이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네 번째 행위자를 찾아서

2022년 러시아의 전격적인 전면전 감행 이후 세계 여론은 양분됐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면서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일본까지 포함하여)의 군사동맹에 무턱대고 박수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러시아를 미 제국의 희생양으로만 바라보며 침략자를 편드는 이들도 있었다. 전 세계 좌파도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수많은 분파와 경향으로 어지럽게 나뉘어 있던 각국 좌파는 2022년 이후 더욱 심각하게 분열했다.

한국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기회 삼아 미국의 대중, 대러 포위 정책을 지지하고 더 나아가 자신은 예전부터 '자유주의자'였다고 커밍아웃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반대편에서는 푸틴 정권을 미국 단일지배체제를 깨뜨리고 다극화 세상을 여는 선구자로 치켜세우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1년 전 카갈리츠키의 반전론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이러한 두 입장 모두 현재 지구를 관통하는 대립의 실체를 온전히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카갈리츠키나 마트베예프 같은 러시아 반체제 좌파가 내놓는 '제국주의 열강 간 대립'이라는 진단은, 비록 아직 분석의 출발 정도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극단론들보다는 훨씬 냉철한 그림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지금 진정한 대안은 "현대 자유주의의 개인주의 논리"(미국)와 "새로운 보수주의의 전체주의적 공세"(중국, 러시아) 사이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이 둘 다를 극복하는 것이라는 카갈리츠키의 호소는 커다란 설득력을 지닌다. 이를 달리 말하면, 제국주의 주역들이 늘 불안하게 그 존재를 의식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존재를 제대로 드러냈다고 할 수 없는 현 정세의 네 번째 행위자가 실체를 확보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러시아의 반전평화 시민들 그리고 이들과 소통, 연대하려는 이곳의 우리가 바로 그 네 번째 주인공의 씨앗들이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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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말해주는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6/11 08:06
  • 수정일
    2024/06/11 08: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윤, 헌재 판결 입맛대로 해석...헌재도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취지 인정해

“정부가 할 일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 최소화하는 것”

“대북 확성기 재개? 윤 대통령 지지율 추락·탄핵 위기 탈출 전략”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한 가운데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에서 군인들이 대북 확성기 관련 군사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2024.06.10. ©뉴시스

지난 9일, 윤석열 정부는 최전방 지역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 하에서 대북 방송을 중단한 지 6년 만이다.

대통령실 산하 국가안보실은 대북 방송 재개에 관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살포한 데 대해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남북 간 긴장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측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가 북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이 대남 오물 풍선을 보낸 이면에는 우익 탈북자 단체들이 앞다퉈 대북 전단 수십 만장을 살포한 배경이 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들어 대북 전단 살포는 멈춘 적이 없다. 2022년 7월 6일에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2023년 4월 9일에는 ‘자유화 캠페인(북한 자유화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탈북자들)’이 대북 전단살포를 시행했다. 올해 5월 10일에도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 전단 30만 장과 USB 2천 개를 북으로 쏘아 보냈다.

지난달 28일부터 북이 보냈던 대남 오물 풍선은 이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지연된 대응이었던 셈이다.

본래 9일부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북의 풍선 대응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확성기 재개로 인해 다시 연장될 예정이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와 회원 13명이 지난 7일 오후 9시께 인천 강화도에서 대북 전단 20만 장을 담은 대형 풍선 10개를 북한 방향으로 날려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겨레얼통일연대 제공) 2024.06.08.

윤, 헌재 판결 입맛대로 해석...헌재도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취지 인정해

한편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빌미로 반공단체들의 대북 전단을 방조해왔다. 헌재가 ‘남북관계발전법’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조항에 위헌판결을 내린 이후 윤석열 정부는 “헌재 결정”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대북 전단 살포 제지는 커녕 자제를 요청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해당 조항이 “국민의 생명·신체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국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살포 금지를 통보할 수 있도록 하면 표현의 자유를 덜 침해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즉 형사처벌을 곧바로 적용하기보다는 유연한 제재 방안을 고려하라는 권고가 헌재 판결의 핵심이었던 것.

따라서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경색된 시점에서, 무분별하게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반공단체들을 제지하지 않은 채 표현의 자유와 헌재 판결을 인용하는 일은 사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단 살포를 사실상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상식적인 정부라면 북의 풍선 대응이 이뤄진 시점에서 뒤늦게나마 반공단체들을 제지하거나 자제를 촉구했어야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9.19 남북군사합의’의 전체 효력 정지를 추진한 데 이어 대북 확성기까지 꺼내들고 나왔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남북 간 긴장과 갈등 수위는 한층 더 높아졌고, 접경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추세다.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 탑승하고 있다. 2024.06.10. ©뉴시스

“정부가 할 일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 최소화하는 것”

강원도 철원군의 한 주민은 “여기는 대북 방송을 틀면 바로 들리는 철책선 바로 아랫마을”이라며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지금껏 조용히 살아왔는데, 대북 방송을 재개한다고 하니 엄청 불안하다”고 밝혔다.

파주시 대성동 마을의 한 주민 역시 “대남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주민들은 소음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으며, 인근의 해마루촌 마을 홍정식 이장도 “주민들 대부분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확성기가 가동되면 대성동마을, 통일촌, 우리 마을은 야간 소음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당분간 잠 못드는 밤을 견뎌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동아일보조차 9일 사설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정치심리전을 넘어 서로 총탄을 주고받는 무력 충돌, 나아가 국지전 같은 유혈 사태로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구를 모색하는 냉철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남북 간 위기 관리용 소통 창구를 찾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라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자중과 신중한 대응을 요청드린다”며 “(대북 방송 재개는)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일”이라 강조했다.

이어 “지금 군에 자식들을 보낸 부모님들은 혹시 이러다 제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 밝혔다.

“대북 확성기 재개? 윤 대통령 지지율 추락·탄핵 위기 탈출 전략”

한편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강경 대응이 정치적 위기 탈출 전략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켜 지지율 하락과 탄핵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말이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전지윤 활동가는 “대다수 탈북자를 대표할 수도 없는 극우 ‘탈북단체’들이 미국 정보당국이 지원하는 돈을 쫓아서 대북전단을 보내 왔지만 이제는 윤석열 정부가 직접 탈북단체들을 뒤에서 독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임하고 감옥가기 싫어서 가자(팔레스타인)에서 전쟁과 학살을 지속하는 네탸냐후와 윤석열은 너무 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부인을 능욕하고 맨날 여성노출 사진과 심지어 노무현-이설주 합성 사진까지 있었던 것으로 악명 높은 게 대북전단”이라며 “이런 저질의 위험한 행태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돼 온 것도 기막힌 일”이라 덧붙였다.

이어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 일본의 기시다 정부도 대중국 봉쇄 강화나 군국주의 재무장이라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윤석열의 불장난을 방조할 가능성이 특히 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일 새벽 경기 포천시에서 대북전단 등이 담긴 대형 애드벌룬을 북한에 띄어 보냈다고 밝혔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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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북, 전쟁보다 경제건설 전념할 시간 원해”

광화문포럼 등, ‘2024 한반도 전략아카데미’ 3강 개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4.06.10 22:00
  •  
  •  댓글 0
 

북, 군용 비행장을 ‘온실농장’으로 바꿔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5월 25일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광화문포럼 등이 주최한 ‘2024년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세 번째 강좌에서 “핵보유국 북한의 선택 –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5월 25일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광화문포럼 등이 주최한 ‘2024년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세 번째 강좌에서 “핵보유국 북한의 선택 –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확한 워딩이 ‘전쟁 준비 태세’, 외부의 전쟁 위협에 대응해서 그것을 준비한다는 차원이지 본인들이 먼저 공격하겠다는 얘기는 안 하고 있습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전쟁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의 위협으로 오고 있다라고 하는 것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북측이 현 상황을 위기상황으로 보고 있지만 전쟁보다는 경제건설에 전념할 시간을 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창현 소장은 대북전단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광화문포럼 등이 주최한 ‘2024년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3강 “핵보유국 북한의 선택 –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나?”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창현 소장은 최근 북한의 대외정책 전환에 대해 상세하게 풀이했다. [사진 제공 - 평화의길]
정창현 소장은 최근 북한의 대외정책 전환에 대해 상세하게 풀이했다. [사진 제공 - 평화의길]

그는 8차 당대회(2021.1) 이후 ‘김정은 집권 2기’ 노선과 정책을 분석하며 “한반도 위기 지수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과거 사례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가 높아질 경우 “제일 먼저 미국이 하는 게 뭐냐 하면 한국에 주재하는 미국인들을 소개( 疏開)하는 것”이라며 “94년도에는 실제로 그걸 시행 단계에 들어갔다”고 예시하고 2017년 역시 “소개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미 국무부의 책임자 2명이 동시에 방문을 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은 “서로 간에 위협 상황을 느끼면서 사실은 충돌을 자제, 관리하려고 하는 그런 어떤 힘이 훨씬 더 강하게 지금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김정은 집권 2기 노선과 정책에 대해 이른바 ‘하노이 노딜’(2019.2)로 북미 협상이 실패한 가운데 내부 논쟁을 거쳐 ‘사회주의 전면발전 노선’이 정립됐고, ‘지방발전 20X10’ 등 경제발전 위주의 ‘15년 구상’이 세워졌으며, 대외적으로 핵보유국 지위 강화와 남북간 ‘두 개의 국가론’ 정립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중요한 정책 전환의 계기가됐다는 것.

정창현 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한데 대해 “언술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경우에는’이라는 가정법에 근거한 문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보도들에 대해 “북이 지금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면 군수 물자를 생산해서 비축해야 한다”며 “그걸 지금 다른 나라에 주고 있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이 최근 각 지역별로 연대급 124군을 창설했지만 이는 모두 지방의 민수공장을 짓기 위한 공병대라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하반기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설’ 등을 들어 “북이 먼저 선제 공격 도발을 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자료 제공 - 정창현]

정 소장은 북한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2021년 보병 군사복무를 한 2년 정도 줄였다”며 실제로 약 10-20만 명 정도 병력 감축 효과로 추산했고, “재래식 무기 생산이 지금 거의 정체”인데 반해 군수공장에서 트랙터를 생산하는 등 ‘군수 분야의 민수로의 전환’을 뜻하는 이른바 ‘스핀오프(spin-off)’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전쟁 비축미’마저 풀고있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함경북도 중평군 소재 군용 비행연습장을 폐쇄하고 대규모 ‘남새온실농장’을 짓는가 하면 평양 인근 강동군 소재 강동 비행장도 폐쇄하고 ‘강동군온실농장’을 착공했고, 원산시 군사공항을 원산갈마국제공항으로 전환했다고 예시했다.

정 소장은 “북이 지금 본인들이 어떤 선제 타격을 해 가지고 전쟁을 하려고 하는 그런 움직임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하는 측면에 주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북, 경제에 전념 ‘유럽 중소도시 수준’으로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에 대해서는 “30년 동안 ‘우리 민족끼리’ 또는 ‘민족공조’를 얘기했는데 한반도의 전쟁 위기나 한반도 평화 체제와 관련해서 과연 지금 해놓은 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 북쪽 MZ세대의 생각”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10년, 20년간 그냥 경제만 좀 매진하고 가겠다, 서로 간에 군사적인 자극 하지 말고 가자”라는 메시지로 파악했다.

나아가 “대외·대남 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여정 부부장이 뭐라고 얘기를 하느냐? 제발 좀 서로 간에 자극하지 말고 따로 살자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냐?”라며 “제발 이제 두 개 국가로 따로 살자라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해 온 정창현 소장은 북한 내부의 기류 변화에 대해 북측 시각에서 짚어나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해 온 정창현 소장은 북한 내부의 기류 변화에 대해 북측 시각에서 짚어나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 소장은 “한반도에서의 평화 체제를 어떻게 마련하고 경제 건설에 매진할 것인가라고 하는 것이 지금 북쪽의 가장 큰 화두이고, 북의 MZ세대가 제일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북쪽은 외부 지원 없이 경제 회생이 어렵고 등등 그렇게 남측이 자꾸 얘기를 하는데, 자력갱생 기치 플러스 러시아 중국하고 협력을 해서 어쨌든 자기네들의 경제를 어느 수준까지, 유럽의 중소도시에 사는 그 정도 생활 수준까지 올려보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10년간 지방공업을 활성화하고 지방은 아파트가 아니라 5층짜리 빌라를 짓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다 바꾸겠다라고 하는 것”이라며 “북의 군 단위 소재지부터 시작해서 좀 큰 협동농장의 주거들은 대부분 다 새로 지었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는 5년전 최대 풍작을 기록했던 해만큼 농사가 잘 됐고, 매해 평양 살림집 1만 세대 건설도 3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질적 수준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양적 지표는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 소장은 “우리는 핵을 가짐으로써 군사적인 부분에서 남쪽보다 우월한 지형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경제가 굉장히 낙후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경제적인 부분에 남쪽 일정 수준 또는 남쪽과 문화를 개방했을 때 일방적으로 쏠림 현상, 경제적인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는 그런 부분에 주력하겠다, 이런 거다”며 “군사적인 힘, 정치적인 힘, 경제적인 힘을 통해서 이런 담보를 가지고 남북 간에 통일이라고 하는 문제에도 접근을 해야 된다라고 하는 생각인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북이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한다고 했지만 아직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방침은 나왔는데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거다”고 진단하고 “영토 조항에 지금 북이 주장하고 있는 그 선을 긋게 되면 이건 틀림없이 충돌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며 “다만 확전까지는 안 갈 것이다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아카데미 공동주최 단체인 포혐평화공감의 이효규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아카데미 공동주최 단체인 포혐평화공감의 이효규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호규 포럼평화공감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좌는 광화문포럼과 포럼열린공감, 평화의길이 공동 주최하고 평화3000과 통일뉴스가 후원했으며, ‘2024년 한반도 전략아카데미’는 “전쟁의 시대, 한반도는 안전한가?”를 주제로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와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이 11월 21일까지 총 10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4강 ‘핵과 한반도 – 한국도 핵을 가져야 하나?’는 조성렬 초빙교수가 6월 13일 오후 6시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문의 02)2030-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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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석열 정부 ‘차별’에 국회 도전 결심한 시각장애인 의원 서미화

“절박하게 도전, 정부와 다부지게 싸우겠다”...22대 국회 1호 법안 ‘장애인 이동권 보장법’ 당론 채택 촉구 “사회 소수자 위한 역할에 책임”

 

시각장애인 당사자 서미화(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입성은 정부에서 ‘속박’당한 장애인들이 합심해 일궈낸 결과물이다. 집권 3년 차, 윤석열 정부에서 장애 시민을 대하는 태도는 서 의원에게 “충격적이고 폭력적이다.” 이동권, 노동권, 탈시설권, 교육권 등 어느 하나 후퇴하지 않은 게 없다.

“정말 절박하게 도전했다.” 지난 시간을 돌이키던 서 의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한 서 의원은 “장애인을 매도하는 정권과 다부지게 싸워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07 ⓒ민중의소리


중학교 2학년 때 불치병인 망막색소변성증을 앓은 서 의원은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뒤 “차별의 현장을 매일 홀로 해결해야 하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누군가 문제를 읽어줄 때까지 시험지를 몇 분이고 손에 쥔 채 기다려야 했고, 친구에게 부탁하지 않으면 학교를 다니기 어려웠다. 서 의원은 억울함을 지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공부했다고 언급했다. 학벌주의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생활은 할 수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서류 통과 자체도 안 된다”는 사실을 대학 졸업하고 알았다. 서 의원은 사회에 나가면 할 일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매일이 “철저한 거부”와 “밀어냄”의 연속이었다고 떠올렸다. 뼈저린 차별을 인식하고 절감하며 “내가 바꿔보자”고 목표를 세웠다.

서 의원은 “내가 할 일은 장애 차별과 싸우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부터 맞닥뜨린 차별은 곧 그의 “삶”이었다. 저항하며 하루하루를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사회에 ‘인권 운동가’로 소개됐다. 함께 연대하고 목소리를 모으는 이들이 주변에 하나둘 늘어났다.

“경험하지 못한 정부”...‘장애인 국회의원’ 간절했던 이유

서 의원은 지난 4·10 총선 당시 범야권 비례연합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시민사회 추천 몫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시민사회의 지지, 장애인 동지들의 도움 속에 ‘국민 후보 선발 오디션’에 참여했다. 주변에서 함께 발표문을 짜줬고, PPT를 만들어줬다.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앞장설’ 장애 당사자 국회의원의 당선은 모두에게 간절했다.

“20년 넘도록 장애 인권 운동을 하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취약한 장애인들에 대한 제도와 정책을 국가가 나서서 만드는 것에 사회적인 동의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정부였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폭력적이었다. 장애인들을 혐오와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며 ‘폭력 집단’ 프레임을 씌웠고, 잡아들여 구속했고, 비장애인들과 갈라치기 했다. 완전히 후퇴했다.”

특히 서 의원은 정부·여당으로부터 매도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이동권 시위를 언급하며 “장애인을 아침 출근길에 나오면 안 되는 사람처럼, 폭력 행위를 행사한 이들처럼 대했고, 비장애인과 갈라치기 했다”고 비판했다. “정부에 맞서 혐오 정치를 끝내야겠다”는 마음을 견고하게 한 장면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07 ⓒ민중의소리


‘장애인 이동권 보장법’ 22대 국회 1호 법안 발의
잇단 예산 삭감에 “장애인 낭떠러지 몰며 ‘선진 국가’ 자랑하나”


서 의원의 이력에는 ‘최초’가 많다. 지난 2020년 5월부터 3년간 시각장애인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력이 대표적이다. 그에 앞서서는 전남 지역 최초로 여성장애인 성폭력 상담소를 개소했다. 서 의원의 ‘최초’가 많다는 건 그만큼 장애인, 특히 장애 여성의 사회 활동이 취약함을 반영한다.

스스로를 “배운 장애 여성”이라고 지칭한 서 의원의 표정에는 우월감이 아닌 부채감이 가득하다. “배우고 싶어도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장애 여성”을 떠올리며 그들의 대변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서 의원은 본인의 당선 뒤 자기 일처럼 기뻐하던 동료들의 얼굴을 상기했다.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 본관 의안과 문이 열리자마자 ‘22대 국회 1호 법안’을 낸 이는 서 의원이었다. 국회 개원 나흘 전부터 보좌진들과 번갈아 밤샘 대기하며 1호 법안 발의를 위한 자리를 지켰다. 노력 끝에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이 1호 법안 이름표를 달았다.

서 의원이 발의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법’은 기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의 전부 개정을 제안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편의’를 위해 시혜적으로, 임시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권으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임을 명시했다. 당선 직후 여러 장애인 단체와 소통해 법안의 내용을 마련했고, 야당 의원 27명의 동참으로 발의했다. “장애인이 시민으로 차별 없이 이동하는 사회를 만들고,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모든 대중교통 수단에 동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법안에 담았다.

서 의원은 지난 2010년 장애인 직능대표로 목포시의회 비례대표에 당선돼 일하며 장애인 이동권 증진에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목포 지역의 저상버스를 늘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버스정보시스템 단말기 설치를 이끌고, 장애인 관련 조례 제정·개정에 앞장섰다. 서 의원은 이제 전국 장애인의 삶을 위해 의정활동에 나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수준에 머문 정부의 복지지출 예산을 늘리는 것도 목표다. 서 의원은 “정부가 건전재정 운운하며 가장 취약한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낭떠러지로 모는 것”이라며 “한 달에 한 번씩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나라를 국제사회에 ‘선진 국가’라고 자랑할 수 있나. 걸맞은 예산 편성, 정책, 입법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07 ⓒ민중의소리


자정 넘어 불 켜진 집무실, ‘소리로 보는’ 의원이 일하는 방법

서 의원은 “장애인, 여성, 노인,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 소수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들을 위한 역할을 국회에서 책임지겠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탈시설’ 권리를 명확히 하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개정, 지역의료 균형발전 등에도 나서고 싶다고 했다.

‘소리로 보며’ 일하는 서 의원은 음성 번역을 사용해 문서를 읽고, 소리와 손끝으로 업무를 익힌다. 모든 것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국회에서 “2배” 이상의 노력을 들여 일해야 한다.

목포시의원 시절에도 밤 12시 전 집에 간 기억이 별로 없다는 서 의원은 “비장애인 의원들과 역할을 대등하게 하기 위해 밤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국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밤늦도록, 자정의 시간까지 서 의원 집무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개원한 뒤 일주일이 넘도록 국회에서 시각장애인용 업무 시스템을 구비해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노트북을 가져와 일하는 중이다. 서 의원은 소홀할 틈 없이 업무를 개시했다.

동료 의원들과의 관계, 유기적인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한 위치다. 혹여나 “장애 정책, 제도, 법률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의원들”에게는 “얼마든지 토론하고, 만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원내부대표로 임명된 서 의원은 당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법’의 당론 채택도 꾸준히 촉구하고 있다. 서 의원은 “당선인 워크숍 때 당론 채택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했고, 원내에도 계속 제안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 당사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의 ‘시너지’도 기대한다. 서 의원은 국회 개원 전 김 의원과 차담을 가진 일화를 언급하며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분리되지 않도록 살아가는 일”에 김 의원과 정당을 초월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정권과 다부지게 싸우겠다”는 자신의 다짐이 꺾이지 않도록, 국회 안팎의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은 의회라는 거창한 곳에서 고립되기 쉽다. 300명 국회의원 안에서 외로운 섬처럼 있기 쉽다. 어려워 말고 손잡는다는 마음으로 늘 연락 달라”며 “사회적 약자들이 보편적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체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혼자서 완성하기는 쉽지 않다. 지지와 관심,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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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풍선에 6년만의 대북확성기, 한겨레 “강대강 악순환”



[아침신문 솎아보기] 과거 사례 비춰볼 때 북한 무력 도발 예상

조선 “북한 도발 상수… 경제난 북한 어떤 불장난 할지 모른다”

18일 의협 집단휴진 돌입, 대형병원부터 동네병원까지 셧다운?

상임위원장 야당 단독 선출 예고, 한국일보 “민주당이 양보해야”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6.10 07:25

  • 수정 2024.06.1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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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 접경 지역에 기존 대북 방송 확성기가 있었던 군사 시설물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당 시설물 안에 확성기가 설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이 연달아 오물풍선을 보내자 정부가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과거 2015년 대북 방송으로 군사적 대치가 벌어진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무력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한국군의 기강 확립을 강조했고 한겨레는 불필요하게 군사적 긴장을 높였다며 정부의 방송 재개 결정을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일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을 거듭 살포하자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담배꽁초, 폐지, 비닐 등 오물·쓰레기가 담긴 풍선을 남쪽으로 살포하고 있다. 지난 2일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고 했으나 지난 6∼7일 탈북민들이 대북 전단을 띄우자 재개했다.

 

조선 “철저한 군사적 대비책 마련” 한겨레 “대북전단 막는 게 급선무”

조선일보와 한겨레 사설이 엇갈렸다. 조선일보는 군에 “어떤 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0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풍선 도발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생화학 무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최악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며 “최악 경제난으로 김씨 왕조의 체제 결속력도 예전 같지 않다. 어떤 불장난을 할지 모른다”고 했다.

▲ 10일자 국민일보 4면 사진기사.

이어 “그런 와중에 경기도 최전방의 서울 길목을 지키는 육군 1사단장이 지난 1일 오물 풍선 살포 때 음주 회식을 하느라 작전 지휘 현장을 벗어난 사실이 드러났다. 북 도발이 예고돼 대비 태세 강화 지시가 떨어진 상황에서 지휘소를 떠나 술을 마셨다니 군기가 무너졌다”며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만큼 북한 도발은 상수(常數)로 봐야 한다. (중략) 군은 철저한 군사적 대비책을 마련하고 긴장 관리에 한 치 빈틈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겨레는 정부의 대북 확성기 재개 결정을 ‘강대강 악순환’이라며 비판했다. 사설에서 한겨레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브레이크 없이 고조되고 있는 셈”이라며 “애초 대북 전단 살포를 지혜롭게 제어했다면 무릅쓰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위험”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북의 오물 풍선 살포는 두말할 나위 없이 무책임하고 유치한 도발”이라면서도 “우리 정부의 대응 또한 합리적이라 하기 어렵다.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를 멈추겠다며 물러선 만큼,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한 데 이어 끝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가뜩이나 민생이 위기인데 군사적 긴장까지 높여서 어쩌자는 것인가”라고 했다.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대북 전단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한겨레는 “헌재는 당시 ‘전단 살포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면서도 전단 살포 금지 자체에 대해선 ‘국민 안전 보장과 남북 긴장 완화 등 국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렇다면 결정 취지에 맞게 형사처벌 아닌 방법을 찾아 대북 전단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의협 집단휴진 예고에 신문들 일제히 비판 “무책임한 행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집단휴진(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휴진한다고 예고한 상태라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10일자 동아일보 6면 사진기사.

이번 파업으로 동네병원까지 18일 문을 열지 않을 수 있다. 동아일보는 1면 <의협 “18일 집단휴진” 총파업 선언… 동네병원도 닫을 듯>에서 “대학병원 등이 진료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동네 병의원까지 휴진하면 환자들의 고통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1면에서 “대형 병원부터 동네 의원까지 국내 의료기관이 전면 셧다운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10일 아침신문은 일제히 의협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명분도 실리도 찾을 수 없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설을 내고 “이미 내년 의대 정원은 확정됐다. 수험생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는 수정이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의료개혁 TF를 구성해 개혁안을 마련 중인데, 의사들은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를 외면한 채 거리로 나오겠다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찾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 10일자 중앙일보 사설.

한겨레도 사설 <또 집단휴진 결의한 의협, 환자 불편은 안중에 없나>에서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집단이기주의의 발로이자, 국민 불편과 환자의 건강쯤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했다.

한겨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한참 밑도는 의사 수를 늘리자는 논의는 왜 의료 정상화가 아닌가. ‘의대 증원 백지화’만 외치며 외곬으로 치달은 게 누구인가”라며 “이미 확정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라는 주장이다. ‘의사 불패’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아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예고한 민주당, 강대강 국회 반복?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10일 본회의에서 단독 선출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라고 반발하며 본회의를 보이콧하겠다고 맞선 상태다. 주요 이견 지점은 법사·운영·과방위원장이며 국민의힘은 관례에 비춰 법사위와 운영위가 여당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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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민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10일 <민주당, 법사위 양보로 상임위원장 ‘반쪽 선출’ 막아야> 사설에서 한국일보는 “여당이 독식하던 상임위원장을 민주화 이후 1988년 13대 국회부터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해 왔다. 국회 운영이 다수결로만 이뤄진다면 승자 독식이 불가피한 만큼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라며 “여당은 법사위원장을 갖고 야당은 운영·과방위원장 중 일부를 확보하는 식으로 관례를 존중하면서 원 구성에 합의하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협상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세계일보는 <10일 민주당 상임위장 단독 선출 예고… 추가 협상 이어가야> 사설에서 “민주당이 먼저 비판받아야 하지만, 무기력한 국민의힘을 향한 여론도 곱지 않다. 사상 최초로 여당이 국회 개원에 불참한 것을 놓고 보수층에서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며 “여당임에도 변변한 협상 카드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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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로 간 윤석열 총장 특활비 관리자들... 괜찮을까

복두규, 윤재순, 강의구, 김OO... 결제해 놓고 '정보 없다'는 대통령실, 검찰과 닮은 꼴

24.06.10 07:07최종 업데이트 24.06.10 07:07

아마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검찰 출신들이 국가의 요직 곳곳에 자리잡고 있지 않았다면, 올해 예산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할 수도 있었다.

검찰 특수활동비가 법령과 지침에 위반되게 관리되었고, '특수활동(기밀이 요구되는 수사 또는 정보수집활동)'에 쓰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은 여러 증거들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또 다른 걱정도 있다.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새던 특수활동비 바가지가 용산 대통령실로 가서는 안 새고 있을까?'라는 걱정 말이다.

용산으로 옮겨간 '특활비 관리' 인사들

 

▲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2023년 8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2019년 10월 17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복두규 당시 대검 사무국장. ⓒ 연합뉴스

 

이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검찰 특수활동비의 최고 집행자인 윤석열 대통령만 용산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긴 것이 아니라, 돈 관리 실무자들까지 용산 대통령실로 대거 옮겨갔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지낸 복두규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을 지낸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관리하던 라인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총장 비서관이었던 강의구 비서관(4급)은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1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의구 비서관은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특수활동비 전달 등에 관여했던 것으로 확인되는 사람이다. 그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서기관으로도 일했다.

그리고 검찰총장 비서실 소속 검찰주사였던 김OO(6급)은 대통령비서실 3급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OO 역시 특수활동비 관리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되는 인물이다. 그는 2019년 10월과 11월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신해서 업무추진비 서류에 서명을 한 것으로 확인될 정도로 신임을 받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 검찰총장 비서실 주사였던 김OO이 대신 사인한 업무추진비 서류 ⓒ 하승수

 

이처럼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돈 관리를 하던 실무자들이 대통령비서실로 대거 직급을 올려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법령과 지침을 위반해가면서 조성된 검찰총장의 현금저수지 관리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대통령비서실로 옮긴 이후에 '과연 법령과 지침에 맞게 돈 관리를 하고 있는지'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런 우려가 근거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2023년 4월 6일 부산 해운대의 한 횟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도지사, 장관, 국회의원들과 회식을 했다가 큰 논란이 벌어졌다.

재판장도 황당해 한 대통령비서실의 해명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4월 6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에서 나오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그러자 대통령비서실은 '비공개였지만 공식일정이었고, 결제도 대통령실이 했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그런데 필자가 당일 횟집에서 사용한 회식비용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대통령비서실은 비공개통보를 해 왔다. 그래서 필자는 행정소송(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대통령비서실은 소송과정에서 '정보부존재' 주장을 했다. 회식비는 대통령비서실이 결제했는데, 회식비용에 관한 정보는 없다는 것이었다.

 

▲ 2023년 4월 6일 부산 횟집 회식 비용 내역 관련 정보공개 청구 재판 1심에서 대통령실 측이 제출한 준비서면 ⓒ 하승수

이런 대통령실 주장에 대해 재판장도 무척 황당해 했다.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고 결제도 대통령비서실이 했다는데, '정보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심 재판부도 지난 2월 8일 "이 사건 만찬에 소요된 경비를 대통령비서실 예산으로 집행한 이상 그것이 업무추진비 또는 특수활동비 중 어떤 명목으로 집행되었는지를 불문하고 ----- 존재할 것으로 보이고"라고 판단했다. 필자가 승소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비서실은 항소를 해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정보가 없다? 대검찰청과 대통령비서실의 유사한 주장

결제를 했다면서도 '정보가 없다'고 하는 대통령비서실의 황당한 주장은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주장이다.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필자가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하자 대검찰청은 '정보가 없다'는 주장을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나중에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 수천쪽 이상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산 대통령비서실도 검찰과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세금을 써 놓고도 '정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이상하고 이례적인 일이다. 법령·지침과 상식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이상한 주장이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나왔고, 지금은 용산 대통령비서실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서초동에서 특수활동비를 엉터리로 썼던 행태가 용산에 가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통탄할 일이다.

#검찰특활비 #윤석열 #대통령실 #복두규 #윤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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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위대, ‘9.19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쾌재 부른 이유

일본 자위대의 '반격 능력'과 집단적자위권

일본 자위대의 1차 목표는 한반도 진출

자위대가 대리전쟁의 기수가 되길 바라는 미국

일본 파쇼 군국주의 부활의 날개 달아준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가 지난 4일 '9.19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선언하면서 한반도 군사 긴장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휴전선 일대의 군사훈련 재개를 비롯해 대북 확성기 설치 등 접경지역은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중러를 압박하는 신냉전 체제 가속화라는 측면에서 이런 양상이 나쁠 것은 없지만, 미 본토를 겨냥한 북의 핵 무력을 고려할 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한편 9.19군사합의 파기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에 쾌재를 부르는 집단이 있으니 바로 일본군 자위대다.

일본은 지난 2022년 12월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위대의 ‘반격 능력’(유사시 적 기지 선제공격 능력)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기시다 정부는 국방예산을 3배 인상하고, 주일미군에 빌붙어 자위대의 연합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등 ‘집단적 자위권(예방을 명분으로 인접국 분쟁에 군사적 개입)’을 행사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

휴전선 일대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일본은 당장이라도 자위대를 출동시킬 기세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에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일본의 주장은 다르다. 일본은 자위대가 ‘반격 능력’을 확보한 이상 유사시 한국 정부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물론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가 있으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저지할 수 있다. 문제는 한미일 군사훈련이 상시적으로 전개되고, 일본과의 군사안보 태세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윤석열 정부는 독도 주변에서 발생한 일본 초계기 문제에 대해 일본의 명확한 사과 없이 사태를 마무리해 버렸다. 더욱이 지난 1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본 측이 ‘해상자위대 함정의 욱일기 사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침략 전쟁의 상징’으로 여겨져 한국에서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욱일기의 공식 사용을 일본이 합의하자고 나선 것은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야욕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상륙군 회의(PALS)에 일본 자위대도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본 수륙기동단 사령관은 ‘독도 탈환 훈련’을 진행하는 일본군 해병대 장성이다. 이런 자가 서울에서 열린 상륙작전 회의에 버젓이 참석한 것은 장차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지지율 20%에도 못미치는 기시다 내각으로선 자위대를 한반도에 진출시켜 극우 군국주의 세력을 결집함으로써 지지율 반등을 노려볼만하다. 30년째 계속되는 일본의 경기침체도 집단적자위권을 통한 전쟁 참여 욕망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동되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전쟁범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물론 과거사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일본 군국주의는 날개를 단 셈이다.

일제 파쇼 ‘군국주의’가 이렇게 부활한 조건에서 9.19군사합의가 파기돼 휴전선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고 있으니, 한반도 진출을 노린 일본 자위대가 쾌재를 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일본 자위대가 동아시아 대리전쟁의 기수가 되길 바라는 미국도 이런 기류가 결코 나쁘지 않다. 어쩌면 윤석열 정부를 압박해 임기내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공식화하려고 들 지 모른다. 물론 미국은 속심을 숨긴 채 계속 한일관계의 균형잡힌 중재자처럼 굴테지만.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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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589] ‘바다수리’ 솟구치고 핵폭풍 몰아치고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6/10 [07:50]

 

<차례>

1. 꽃게잡이 어선 100여 척이 갑자기 사라졌다

2. 김정은 총비서의 2024년 2월 14일 지시

3. 바다수리-6형이 완성되기까지

4. 바다수리, 화살, 해일

5. 핵폭풍 몰아칠 것 같은 사상 최악의 공포상황

 

 

1. 꽃게잡이 어선 100여 척이 갑자기 사라졌다

 

연평도 앞바다는 꽃게어장이다. 꽃게잡이 조업 기간은 2024년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다. 2024년 3월 27일 일간지 ‘한국경제’ 보도에 의하면, 연평도 앞바다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 주변은 조업이 금지된 구역인데도, 중국 어선들은 하루 평균 100여 척씩 조업 금지구역에 들어가 꽃게를 잡고 있으며, 그 구역에 모여드는 중국 어선의 수가 날로 늘어난다고 했다. 한국 해양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23년 3월 말부터 6월 말까지 꽃게잡이철에 연평도 앞바다 ‘북방한계선’ 주변에 몰려든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96~141척에 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2024년 6월 6일 연평도를 방문해 취재한 일간지 한겨레 기자의 말에 의하면, 연평도 앞바다 조업 금지구역에 몰려들어 꽃게를 잡던 중국 어선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고 단 한 척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연평도 어민은 자신이 2024년 6월 5일 연평도 앞바다 ‘북방한계선’ 주변을 찍은 사진을 ‘한겨레’ 취재기자에게 보여주었는데, 꽃게잡이 어선들이 전부 사라진 수평선만 사진에 나타났다고 한다. 왜 이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을까?

 

▲ 한겨레 기사.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 무력 충돌위험이 조성되었음을 간파한 중국 정부가 연평도 앞바다에 몰려든 중국 꽃게잡이 어선들을 2024년 6월 5일 중국 영해로 긴급히 대피시킨 것이다. ‘한겨레’ 보도기사에 나온 연평도 어민은 중국 꽃게잡이 어선들이 연평도 앞바다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은 연평도 포격전 이후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취재기자에게 말했다. 이런 급변사태가 발생한 연유를 알아보자.

 

중국 꽃게잡이 어선들이 연평도 앞바다에서 갑자기 사라지기 전날인 2024년 6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2018년에 채택된 9.19남북군사합의서를 전면 폐기하는 국무회의 결정서에 서명했다. 그리하여 그날 오후 3시부터 서해 완충수역은 사라지고 말았다.

 

서해 완충수역을 명시한 9.19남북군사합의서가 채택된 2018년 9월 이후 지금까지 한국군은 서해 ‘북방한계선’ 남쪽 40km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이 서해 완충수역을 없애버리는 바람에 한국군은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감행할 수 있게 되었다. 윤석열 종미우익정 권이 서해 완충수역을 없애버린 목적은 한국군이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해상 실탄사격훈련을 감행하려는데 있다. 누구나 예상하는 것처럼, 한국군이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해상 실탄사격훈련을 감행하면,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것을 예상한 김정은 총비서는 지금으로부터 4개월 전에 조선인민군 고위급 지휘관들에게 중요한 지시를 내렸다. 2024년 2월 15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인민군 고위급 지휘관들에게 “한국 괴뢰들이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인 ‘북방한계선’이라는 선을 고수해보려고 발악하며 3국 어선 및 선박 단속과 해상 순찰과 같은 구실을 내들고 각종 전투함선들을 우리 수역에 침범시키며 주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다. (중략) 조선 서해에 몇 개의 선이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또한 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다.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다. (중략) 이제는 우리가 해상 주권을 그 무슨 수사적 표현이나 성명, 발표문으로 지킬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 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라고 단언하면서, “특히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함선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할 데 대한 중요 지시를 내리시었다”라고 한다.

 

2. 김정은 총비서의 2024년 2월 14일 지시

 

위의 인용한 김정은 총비서의 2024년 2월 14일 지시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1) 김정은 총비서가 2024년 2월 14일 조선인민군 고위급 지휘관들에게 조선의 해상국경선을 “무력 행사로 철저히 지키라”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2024년 1월 초부터 2월 초까지 기간에 서해와 동해에 각각 해상국경선을 획정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해상국경선만이 아니라 지상국경선도 획정된 것이 분명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해상국경선을 획정할 때는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을 국제법적 근거와 기준으로 삼는다. 조선도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 명시된 등거리 원칙(equidistance principle)을 기준으로 하여 해상국경선을 획정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등거리 원칙에 따라 해상국경선을 획정하면, 황해남도 해안선과 경기도 해안선의 등거리 중간선이 조선의 해상국경선으로 된다. 그렇게 되면, 83.7km나 떨어져 있는 연평도와 소청도 사이의 해역은 조선 영해로 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연평도와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가 조선 영해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조선이 해상국경선을 획정한 이후 서해 5도는 사방이 조선 영해로 둘러싸여 완전히 고립된 것이다.

 

위의 인용문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한국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을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이라고 지적하면서, 조선의 해상국경선과 한국의 ‘북방한계선’ 중에서 어느 것이 합법적인 것인지 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조선의 해상국경선이 등거리 원칙에 따라 ‘북방한계선’ 아래쪽에 그어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조선의 해상국경선이 ‘북방한계선’ 아래쪽에 그어졌으므로, 한국 해군 전투함들이 ‘북방한계선’으로 접근하는 것은,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조선의 해상국경선을 침범하고 조선의 주권을 침해하는 엄중한 도발 행동으로 된다.

 

2) 위의 인용문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할 데 대한 중요 지시”를 내렸고, “적 해군의 모험적인 기도를 철저히 제압 분쇄할 데 대한 방도를 제시”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를 관철하기 위해 조선인민군은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한국군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고도의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3) 위의 인용문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해상 주권을 그 무슨 수사적 표현이나 성명, 발표문으로 지킬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 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라고 단언하였는데, 이것은 한국 해군 전투함이 ‘북방한계선’ 아래쪽에 그어진 조선의 해상국경선을 침범하면 경고사격 없이 즉각 격침하라는 작전명령이 조선인민군에 하달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연평도 앞바다와 백령도 앞바다가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위험 속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그처럼 극도로 위태롭게 악화되었는 데도 한국군은 연평도 앞바다와 백령도 앞바다에서 해상 실탄사격훈련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 6월 5일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단독 보도에 의하면, 연평도와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는 2024년 6월 20일경에 K-9 자주곡사포를 비롯한 각종 해안포를 연평도 앞바다와 백령도 앞바다로 쏘는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보도기사에서 한국군 해병대 관계자는 9.19남북군사합의서가 채택되기 이전에는 연평도와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가 매달 한 차례씩 해상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했었다고 하면서, 2024년 6월 20일 이후 매달 한 차례씩 해상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하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위험이 조성된 연평도 앞바다와 백령도 앞바다에서 한 달에 한 차례씩 실탄사격훈련을 계속 감행하려는 한국군의 훈련계획은,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조선 영해 안으로 포를 사격해 주권을 침해하는 도발 계획으로 보일 것이다. 제삼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그것은 조선인민군을 극도로 자극해 무력 충돌을 일으키려는 도발 계획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는 2010년 11월 23일에 일어났던 연평도 포격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매우 격렬한 무력 충돌이 어느 날 불시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 바다수리-6형이 완성되기까지

 

2024년 2월 14일 김정은 총비서는 “이제는 우리가 해상 주권을 그 무슨 수사적 표현이나 성명, 발표문으로 지킬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 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라고 단언하였는데, 여기서 말하는 ‘실제적인 무력 행사’는 조선 영해를 침범하는 한국 해군 전투함을 격침한다는 뜻이고, 조선 영해에 둘러싸인 줄도 모른 채 연평도와 백령도에서 실탄사격훈련을 감행하는 한국군 해병대를 괴멸시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조선인민군이 말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 행사’로 해상 주권을 지키려면, 조선 영해를 침범한 한국 해군 전투함을 격침할 확실한 공격수단, 그리고 연평도와 백령도에서 실탄사격훈련을 감행한 한국군 해병대를 괴멸시킬 확실한 공격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놀랍게도, 2024년 2월 14일 조선은 ‘실제적인 무력 행사’로 해상 주권을 지킬 확실한 공격수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날 조선이 공개한 확실한 공격수단이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anti-ship cruise missile)이다.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에 대해서 알아보자.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4년 2월 14일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바다수리’라는 명칭은 2024년 2월 14일 검수사격시험 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 모습.

 

조선에서는 바다수리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물수리라고 부른다. 맹금류에 속하는 바다수리는 100m 상공에서 예리한 시선으로 해수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물고기를 포착하고, 내리꽂히듯 고속으로 강하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발톱으로 낚아채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검수사격시험에서 ‘검수’라는 말은 무장 장비의 규격, 수량, 품질을 검사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검수사격시험은 신형 미사일을 발사해 미사일의 작전성능을 검사하고, 전투부대에 실전 배치하기 위한 필수 공정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2024년 2월 14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시었다”라고 했는데, 해군에 장비하게 된다는 말은 검수사격시험을 진행한 뒤에 해군 부대들에 실전 배치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검수사격시험에서 사용된 신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의 명칭이 바다수리-1형이 아니라 바다수리-6형이다. 이것은 그동안 조선의 반함선 순항미사일이 1형부터 5형까지 다섯 차례 개량사업을 거치면서 작전성능이 대폭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조선의 반함선 순항미사일 개량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영국 런던(London)에 본부를 둔 국제군사연구기관 제인스 정보집단(Jane’s Information Group)의 정보자료에 의하면, 조선이 반함선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처음 실시한 1993년 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14년 동안 반함선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10~15차례 실시했다고 한다. 그 기간에 조선이 개발한 반함선 순항미사일의 명칭이 무엇인지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2012년 3월 30일 한국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선은 2012년 3월 28일과 29일 평안북도 해안지대에서 반함선 순항미사일을 각각 1발씩 시험발사했는데, 비행거리는 약 120km였다고 한다. 이 미사일이 금성-1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7년 6월 8일 조선은 금성-4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그리고 2020년 4월과 7월, 2021년 1월과 3월 조선은 금성-5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을 각각 시험발사했고, 그로부터 3년 3개월이 지난 2024년 2월 14일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 검수사격시험을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보면, 바다수리-6형은 금성-5형 다음에 개발된 최신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은 금성-5형 다음에 개발한 최신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을 금성-6형이라고 명명하지 않고, 바다수리-6형이라고 명명했다. 이것은 조선이 금성-5형 반함선 미사일의 작전성능을 부분적으로 개량한 것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개량해 신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말해준다. 바다수리-6형이 금성-5형에 비해 얼마나 더 우월한 작전성능을 가졌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돌 경축 야간열병식에 금성-5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이 등장했다. 금성-5형은 6개의 지탱 바퀴가 달린 무한궤도식 포차에 탑재된 원통형 발사관 8문에 각각 1발씩 들어있었다. 그런데 2024년 2월 14일 검수사격시험에 등장한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은 10개의 지탱 바퀴가 달린 무한궤도식 포차에 탑재된 원통형 발사관 8문에 각각 1발씩 들어있었다. 2020년이나 2024년이나 똑같이 원통형 발사관 8문이 탑재되었으나, 무한궤도식 포차의 지탱 바퀴는 6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 이것은 반함선 미사일의 크기가 더 커졌고, 그에 따라 중량도 더 무거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바다수리-6형의 탄두가 더 커졌고, 그에 비례해 파괴력도 더 강해진 것이다.

 

4. 바다수리, 화살, 해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4년 2월 14일 검수사격시험에 사용된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들은 1,400여 초 동안 동해 상공을 비행하더니 동해 해상에 떠 있는 표적 함선을 명중 타격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순항미사일의 비행 속도는 마하 0.8~9.0인데,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이 약 1,400초 동안 비행했다면, 그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400km로 추산된다.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에 나타난 바다수리-6형 발사 장면을 보면, 레이더 전파 추적 장치를 내장한 첨두부가 짙은 색으로 도색된 것이 보이고, 첨두 아래쪽에 열영상 추적 장치가 달려있는 것이 보인다. 레이더 전파 추적 장치는 적함이 발신하는 레이더 전파를 먼 거리에서 포착하고, 열영상 추적 장치는 적함에서 발생하는 열파(적외선)를 먼 거리에서 포착한다.

 

 

레이더 전파 추적 장치와 열영상 추적 장치를 각각 장착한 바다수리-6형의 비행 양상을 알아보기 위해 2017년 6월 8일 조선이 시험발사한 금성-4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의 비행 양상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금성-4형은 발사된 직후 약 2km 고도로 상승했다가 하강해 해수면으로부터 약 3m 높이에서 초저공으로 비행하는 동안 매우 긴 타원형 비행궤적을 그리며 두 차례 선회하더니 발사점에서 약 200km 떨어진 동해 해상에 떠있는 표적 함선을 7m의 편차로 명중했다. 이런 비행 양상을 바다수리-6형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비행 장면이 나타난다.

 

발사된 직후 약 2km 고도로 상승한 바다수리-6형은 레이더 전파 추적 장치를 가동해 약 400km 떨어진 해상에서 적함이 발신하는 레이더 전파를 포착한다. 그렇게 하면 적함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적함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해수면으로부터 약 3m 높이로 하강한 바다수리-6형은 해수면을 살짝 스칠 것 같은 초저공으로 적함을 향해 날아간다. 그런데 미사일이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눈치챈 적함은 전속력으로 회피기동을 하면서 아주 작은 금속성 물질(chaff)들이 들어있는 기만탄을 공중에 발사한다. 기만탄이 공중에서 터지면, 그 안에 들어있는 금속성 물질들이 퍼져나가면서 레이더 전파를 반사시킨다. 공중에 퍼진 금속성 물질들은 레이더 전파를 반사시키면서 바다수리-6형의 레이더 전파 추적 장치를 교란한다. 바다수리-6형은 공중에 퍼진 금속성 물질들이 만들어낸 허상을 적함으로 오인하고 그 허상을 향해 돌진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 해군은 기만탄이 반함선 순항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자기 전투함을 방어해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믿음이었다. 2022년 10월 21일 ‘뉴스투데이’ 보도에 의하면, 조선이 개발한 신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은 금속성 물질을 식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적함이 기만탄을 쏴 금속성 물질을 공중에 살포해도 허상과 실물을 구분하고 적함을 향해 돌진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한국 해군 전투함이 사용하는 기만탄이 무용지물로 되었으며, 따라서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의 공격위험에 완전히 노출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바다수리-6형이 적함에 가까운 거리까지 날아가면, 적함은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으려고 황망히 도망치게 된다. 도망치는 적함의 엔진에서 뜨거운 열파(적외선)가 발생한다. 그러면 바다수리-6형의 열영상 추적 장치가 가동을 시작한다. 바다수리-6형은 열파를 내뿜으며 도망치는 적함을 열영상 추적 장치로 끝까지 따라가 격침시킨다.

 

도망치는 적함과 달리, 군항에 정박한 적함은 레이더 전파도 발신하지 않고, 열파도 발생하지 않는다. 바다수리-6형이 레이더 추적 장치와 열영상 추적 장치를 가동해도 군항에 정박한 적함의 위치는 포착하지 못한다. 그럴 때는 핵탄두가 장착된 무인수중공격정을 발진시켜 적함이 정박한 군항 전체를 날려버린다. 2024년 1월 18일 조선은 동해에서 해일-5-23 핵무인수중공격정으로 한국 해군 군항을 타격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5. 핵폭풍 몰아칠 것 같은 사상 최악의 공포상황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2월 14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현지 지도하면서 “동·서해함대 해안 미사일병대대 전투 편제 개편안에 대하여 중요 결론을 주시었다”라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의 2024년 2월 14일 지시에 따라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이 동해함대 해안 미사일병대대와 서해함대 해안 미사일병대대에 각각 장비되었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해군 해안 미사일병대대가 대폭 증강, 개편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개 대대는 3개 중대로 편제되었고, 1개 중대마다 무한궤도식 포차가 6대씩 배치되었다. 조선인민군 동해함대와 서해함대에 해안 미사일병대대가 각각 1개씩 배속되었다는 말은, 바다수리-6형 발사관을 8문씩 탑재한 10륜 무한궤도식 포차 36대가 실전 배치되었다는 뜻이고, 포차 36대에서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 288발을 쏠 수 있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 해군 해안 미사일병들이 사거리가 400km인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을 288발 쏘면, 400km 안에서 기동하는 한국 해군 전투함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2월 14일 검수사격시험을 현지 지도하면서 “지상대해상 미사일 역량을 전진 배치하고 최대로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정은 총비서는 바다수리-6형 반함선 순항미사일을 장비한 해안 미사일병대대를 동서 해안지대로 각각 전진 배치하라고 지시하고, 해안 미사일병대대의 전투력을 “최대로”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바다수리-6형을 장비한 조선인민군 해군 해안 미사일병대대는 동서 해안지대로 각각 전진 배치되었다. 또한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조선인민군 해군 해안 미사일병대대는 지대함 순항미사일만이 아니라 지대지 순항미사일도 장비했다. 조선인민군 해안 미사일병들이 한국 해군 전투함을 공격할 때는 바다수리-6형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연평도와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 기지를 공격할 때는 화살-1라-3형 지대지 순항미사일을 발사한다. 조선은 2024년 4월 19일 초대형 탄두가 장착된 화살-1라-3형 지대지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화살-1라-3형 지대지 순항미사일에 장착된 초대형 탄두는 콘크리트 방호벽을 관통하는 탄두다. 그래서 조선인민군 해안 미사일병들이 화살-1라-3형을 쏘면, 한국군 해병대가 연평도와 백령도에 구축해놓은 콘크리트 방호벽을 뚫고 들어가 그 안에서 폭발하게 된다.

 

조선인민군 해안 미사일병들이 해안지대에서 바다수리-6형과 화살-1라-3형을 쏘면, 조선의 해상국경선으로 접근하는 한국 해군 전투함의 대응 시간이 줄어들고, 연평도와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의 대응 시간도 줄어든다. 대응 시간이 줄어든다는 말은 피격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황해남도 룡연반도 끝에 있는 장산곶에서 백령도까지 거리는 13.5km밖에 되지 않는데, 조선인민군 해안 미사일병들이 장산곶 일대에서 바다수리-6형과 화살-1라-3형을 쏘면, 약 48초 만에 백령도 앞바다에서 기동하는 한국 해군 전투함과 백령도 해병대 기지를 각각 타격할 수 있다. 또한 황해남도 강령반도에서 연평도까지 거리는 12.7km밖에 되지 않는데, 조선인민군 해안 미사일병들이 강령반도 일대에서 바다수리-6형과 화살-1라-3형을 쏘면, 연평도 앞바다에서 기동하는 한국 해군 전투함과 연평도 해병대 기지를 약 44초 만에 각각 타격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 해안 미사일병들이 한국 해군 전투함을 격침하고, 연평도와 백령도의 한국군 해병대 기지를 파괴하면, 국지적 무력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서해 5도 해역에서 국지적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전면전이 폭발하게 된다. 14년 전 연평도 포격전이 오늘 재연될 것으로 예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그런데 최근 악질적인 탈북자들은 미 제국의 지원과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강화도 북부지역과 경기도 포천 북부지역에서 심리전 자료가 가득 담긴 공중살포 기구들을 조선으로 여러 차례 날려 보냈다.

 

그런 와중에 한국군은 신원식 국방부장관의 지시에 따라 심리전에 사용할 확성기 방송 장비를 점검하고, 실제 상황을 가정해 확성기를 이동, 설치, 사용하는 절차를 숙달하기 위한 ‘자유의 메아리’라는 명칭의 훈련을 실시했다.

 

2024년 6월 9일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는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에 따라 한국군은 당일 오후 5시경부터 약 2시간 동안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그날 한국군은 자기들이 가진 24개 고정식 확성기들 가운데 일부만 가동했는데, 한국군이 제작하는 심리전 공중파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확성기로 재송출하는 방식으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진행했다.

 

한국군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은 조선인민군의 보복적 군사행동을 유발시키는 경거망동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는 2024년 6월 9일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토의하면서 조선이 “고강도 도발로 맞받을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라고 한다. 이런 사정은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한 조선인민군의 보복적 군사행동을 예상하면서 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무척 고민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직후,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를 긴급히 소집하고, 만일 조선인민군이 “도발하면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응징하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조선인민군은 악질 탈북자들의 심리전 자료 공중살포와 한국군의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응징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단행할 것이 분명하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24년 6월 9일 발표한 담화에서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예고한 대로 조선인민군이 군사작전을 단행하면, 한국군도 군사작전을 단행할 것이고, 국지적 무력 충돌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국지적 무력 충돌은 포 몇 발 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면전을 불러오게 되고, 한(조선)반도의 전면전은 동아시아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위기 상황에 대처해 조선은 결전 태세를 갖추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조선인민군은 이전보다 2배 증가한 탄약, 포탄, 폭약을 전투원들에게 지급했다. 조선인민군 전투원들이 지참하는 전투식량은 1주일분에서 3일분으로 감량되었고, 전투원들에게 담요와 개인천막이 지급되지 않고, 위장방수비옷과 내의만 지급되었다. 이것은 조선인민군이 ‘03분 전술핵타격’으로 개전 72시간 만에 전쟁을 신속히 끝내겠다는 결전 의지를 보여주는 비상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와 더불어 조선인민군은 전시 예비물자를 보관할 갱도와 반지하시설을 각지에 건설했고, 거기에 경비병을 배치하고 시설위장을 완료했으며, 전시 예비물자 보관상태를 불시에 검열했다. 2024년 5월 18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특별지시에 따라 전체 인민들은 전시용 방독복을 지급받았다.

 

조선은 전쟁이 일어나면, 전술핵공격으로 한국군을 괴멸시킬 것이라는 점을 이미 여러 차례 예고했다. 전술핵탄두 2,000여 발을 쌓아놓고서도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한 발도 사용하지 못한 로씨야를 연상하면서 전술핵공격으로 한국군을 괴멸시킬 것이라는 조선의 예고를 가볍게 생각하면,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전술핵공격 작전계획을 승인하고 전술핵작전 명령서에 서명했다. 그에 따라 조선인민군은 다각적인 공간에서 전술핵공격으로 한국군을 괴멸시키기 위한 종합전술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했고, 임의의 시각에 국가핵무기 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를 당길 모든 준비를 끝냈다. 그로써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국군을 향해 핵폭풍이 몰아칠 것 같은 사상 최악의 공포상황이 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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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대 99.99, 불로소득 이대로 두면 자본주의가 망한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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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4/06/09 10:47
  • 수정일
    2024/06/09 10:4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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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옮긴이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4.06.09. 04:58:27

"우리는 왜 부자들을 감당할 수 없는가?(Why we can't afford the rich?)"

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새삼스러운 이슈는 아니지만, 이 불평등을 바라보는 관점은 돌아볼 이유가 충분하다. 돈이 돈을 낳는 금융자본주의 시대, 부자들은 '불로소득'을 통해 재산을 눈덩이처럼 불려가고 있다. 99대 1의 격차만이 아니라 상위 1%안에서 0.01%대 0.99%의 격차도 갈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다.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 우리는 왜 부자들을 감당할 수 없는가?>를 쓴 영국의 사회학자 앤드류 세이어는 부자들이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추출'(extract)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생산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부가 아니라 부동산, 자금을 통제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부를 빨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10년에 한번 꼴로 찾아오는 경제위기에서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된다. 정부는 구제금융(국민들이 낸 세금)을 통해 대기업들을 회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경제위기를 야기한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일자리를 잃는다. 최근 100년만에 찾아온 팬데믹인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똑같은 일을 경험했다.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됐고, 가난한 이들을 목숨을 잃었다.

 

'주린이', '동학개미'라는 말이 언론에 고유명사처럼 등장하고, 매일 한두건의 '리딩방 초대 문자'가 날라올 만큼 소위 '투자'는 일반화됐다. 이런 흐름을 혼자 거부하다가 나만 '벼락 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세이어는 약탈에 가까운 불평등에 기인한 경제위기와 기후위기가 더해진 '이중 위기'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끝없는 탐욕이 아니라 충분함을 토대로 작동하는 경제가 필요하다. 사회가 평등하면 평등할수록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상호 존중과 공공선·연대·배려 등의 감각을 개발할 수 있으므로, 그런 사회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가 극심한 생존경쟁에서 매우 불평등한 지위들을 놓고 경쟁해야만 하는 압박을 계속 받는다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불로소득'을 주제로 현대 자본주의 분석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세이어의 책을 번역한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를 지난 4일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이 인터뷰는 추후 영상(https://www.youtube.com/@CooPEEC)으로도 공개됩니다. 편집자)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프레시안(김봉규)

부의 집중, 1대 99가 아니라 0.01대 99.99

프레시안 : 책 원제목이 "우리는 왜 부자들을 감당할 수 없는가"입니다. 역자 서문에서 이 책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경제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 이유는요?

전강수 : 세이어는 사회학자이고, '도덕경제학'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해왔습니다. 경제학에서는 가능하면 가치 판단을 배제하라고 하는데, 이 분은 그 가치 판단에 천착했습니다. 불평등의 대가인 토마 피케티가 2010년대에 전 세계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밝혔습니다. 불평등 심화 정도를 밝혔는데, 세이어는 도덕경제학의 관점에서 그 불평등 가운데 부를 축적하고 있는 사람들의 부가 정당한가에 대해 아주 끈질기게 추척했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부당한 부를 계속 집중하는 부자들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나, 용납할 수 있나를 문제제기하는 책입니다.

세이어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불로소득'이다,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부를 축적한 게 아니고 그냥 기존 자산을 취득해 가지고 그걸 이용해서 이 부를 빨아들이는 식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토마 피케티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고 있고, 불로소득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

프레시안 : 현재의 빈부 격차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전강수 : 이 책이 2015년에 나와서 조금 지난 통계이긴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가 가진 자산이 110조 달러에 달한다.이는 하위 50%가 가진 자산의 65배라고 밝혔습니다. 또 세계 인구의 70%는 지난 30년 동안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한 나라에 살고 있다.전 세계 인구의 70%가 그 불평등의 와중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

이 책이 나오고 난 다음에 사태가 개선이 됐냐 하면 그렇지 않고 더 심해졌어요. 피케티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2010년에는 미국의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45%였는데 2020년에 48%로 증가했습니다. 또 세이어는 상위 1% 중에서도 차이가 있다, 0.01%로의 집중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부자들은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추출한다

프레시안 : 세이어가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추출한다'고 표현한 것도 매우 새롭습니다.

전강수 : 원래 부라고 하는 것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원에다가 인간의 노동을 가해서 새롭게 뭔가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서 창출이 됩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새로운 생산활동이 없이 다른 쪽에서 만들어진 부를 빨아들여서 부를 증가시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세이어는 고전경제학에는 있던 불로소득이라는 개념을 복원시켜서 이 부의 창출과 추출을 구분했다는 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프레시안 : 불로소득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전강수 : 전통적으로 불로소득은 토지에서 발생한다고 보죠. 세이어는 그 범위를 넓힙니다. 그래서 돈을 가지고 돈벌이를 통해서 소득을 얻는 것, 생산 현장에서 뭔가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에 처하게 만들어서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것, 기술의 독점, 특허권을 활용해서 과도한 부를 취득하는 것, 자산의 가치를 증식해서 생기는 소득, 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발생하는 커미션 등 불로소득의 범위를 굉장히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이어는 부자들이 토지, 기술, 자산 등을 '독점'해서 불로소득을 얻고 있다. 불로소득은 독점에 기초해 과도한 소득을 얻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에서 코로나를 거치면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벼락 거지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하는데요.주가 부동산 가격 이런 것들이 폭등하면서 노동 소득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갑자기 가난해진 거죠. 요즘 한국 사회에선 코인, 주식, 부동산 등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조금 당연해진 것 같습니다.

전강수 : 그런 분위기가 많이 퍼지고 있죠. 근데 늘 그랬던 건 아니고요. 예전엔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심리는 비슷한데 그때는 열심히 공부하거나 기술을 익히고 가능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월급 받아서 덜 쓰고 저축하고 몇년 지나고 나면 집 사고 등 그렇게 보통 사람들이 살았어요. 그럼 왜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땀 흘려 일해서 노력 소득을 얻고 그것을 통해 생활하고 재산을 형성하는데 관심이 없고 불로소득 취득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할까?. 땀 흘려 일해서 노력 소득을 벌려고 하는데 일자리도 만만치 않고, 취직해서 일을 하면 막 힘들고 괴로워요. 거기다가 주택 문제를 생각을 해보면 자기 월급 받아서 저축해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오죽하면 '이생망'이라는 말이 나왔겠어요?

근데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어떻게 벌었나 봤더니 전부 주식, 부동산 등을 통해 엄청나게 손쉽게 돈을 벌었다고 해요. 그럼 나도 해야지 이렇게 되죠. 여기에 금융기관들이 이런 평범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네요. 그러니까 은행에서 돈 빌려가지고 이 슈퍼리치들이 하는 행위를 따라서 지금 하고 있어요.

문제는 이게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요. 또 국가 전체적으로도 보면 사회 구성원들이 땀 흘려 일하고 생산하는데 관심이 없고 코인이나 주식,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겠다고 하면 경제가 돌아가겠습니까?

1930년 대공황 때는 부자도 망했는데, 2007년 금융위기 때는 부자만 돈 벌었다

프레시안 : 부자들이 경제 위기를 만들고 위기를 통해서 또 돈을 번다고 지적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전강수 : 세이어는 1980년경부터 '금융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금융은 생산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금융이 주도하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저임금 구조로 노동자들이 돈이 없어지니까 시장이 위축되고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부자들과 기업들이 이런 부동산, 금융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죠. 위험한 금융상품에 부자들이 돈을 투입하면서 위험이 커지고 그래서 발생한 것이 2007년 세계 금융위기였습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은행들이 망하고 여러 국가가 영향을 받고 우리나라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1930년대 대공황 때는 부자들도 망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금융위기 때는 부자들이 오히려 돈을 벌었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막대한 자금을 구제금융으로 금융기관들한테 다 투입했고, 그 돈으로 위기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보너스 받고 월급 엄청나게 받았습니다. 세이어는 이에 대해 부자들의 위한 사회주의라고 비판합니다.

프레시안 : 책에 "지갑이 투표용지를 이긴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부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오작동하게 만드나요?

전강수 : 돈이 있으면 법과 제도를 자기들한테 유리하게 만들고자 국가기관에 여러가지 방식으로 침투하고, 이를 금권체제라고 부릅니다. 돈과 권력이 유착한 거죠.

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정치자금 기부입니다. 그리고 이 부자들과 정치권 사이에 아주 밀접한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정치인과 부자들 사이에 뭐 자식들을 결혼을 시키기도 하고, 정치인 자신이 부유층 출신이기도 합니다.

프레시안 : 부자들이 언론이나 연구소 등을 활용해서 부의 신화를 퍼뜨리기도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에 포섭되기도 합니다.

전강수 : 부자들은 학자들을 동원해 내가 이렇게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내가 능력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포장하는 이론을 만들어내게 합니다. 그 학자들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논리가 낙수효과 아닙니까? 파이를 키워야 나눠먹을 것이 많아진다, 그래서 파이를 키우려면 부자들을 더 부자가 되도록 해야 하고, 이들이 획득한 부 가운데 일부가 아래로 떨어져서 저소득층도 잘 살게 된다는 논리인데, 이건 정말 엉터리 논리입니다. 현실에서 입증된 바 없습니다.

이런 이론들을 만들어내고 그걸 학자들 사이에 유통을 시킬 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서 일반인들에게도 유포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대중 문화까지 장악합니다. TV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메시지를 담은 내용을 방송하게 하죠. 이런 현상이 정말 두드러지는 데가 우리 한국 아닙니까?

경제위기 + 기후위기, 이중위기를 심화시키는 부자들

프레시안 : 저자는 우리가 지금 같은 삶을 지속하려면 지구가 3개 필요하고 미국 사람들처럼 살려면 지구가 5개가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부자들은 이런 기후 위기를 얼마나 더 심화시키고 있나요?

전강수 : 세이어는 이 부자들의 소비 행태를 분석을 하죠. 요트를 산다든지, 가족용 비행기를 산다든지, 집안에 극장을 설치한다든지, 이런 부자들의 과도한 소비가 탄소 배출량을 굉장히 늘립니다.

이 부자들이 단순히 소비를 통해서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 이들 가운데는 화석연료와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제를 성장시켜야 부를 늘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죠.

그래서 이들은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이론을 아주 세련되게 만들어내고 있죠. 지금 이대로 가도 큰 문제 없다는 논리를 학자들을 통해서 만들어냅니다. 또 문제가 되면 시장을 통해서 해결하면 되지, 이래서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자고 하는데 별로 성공 가능성이 없어요. 또 문제가 된다면 공학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우주에다가 반사경을 설치한다든지 화학약품을 뿌려서 바다가 오염된 걸 해소한다든지 등. 그러니까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것이죠.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포항에 석유가 묻혀있다면서 '산유국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이게 엄청난 경제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도 그렇고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도 이런 기후위기 부정론을 퍼뜨리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전강수 : 그렇습니다.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서도 금권정치의 문제가 잘 드러납니다.

나는 시장주의자, 불로소득 이대로 두면 자본주의가 망가진다

프레시안 : 저자는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라는 '이중 위기'를 지적하면서 이제 부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멈추고 새로운 경제정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부분에서는 조금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부자들이 이미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다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강수 : 세이어가 제시한 방안으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토지나 부동산에 대해서 보유세를 강화한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탄소세를 부과를 하자, 지나친 세계화를 규제하기 위한 토빈세 등도 얘기합니다. 금융이 생산을 앞서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금융 규제도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이 모든 것들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 금권체제이므로 민주주의를 회복해서 부자들의 국가 포획을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굉장히 방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이미 부자들이 정치, 경제, 사회를 다 장악하고 있는데 가능할까 하는 좌절감이 있을 수 있는데, 노르웨이나 핀란드에서는 모든 국민의 소득과 순자산, 납세액 등이 다 공개가 됩니다.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인데, 이렇게 투명하게 공개가 되면 부자들이 장난을 칠 여지가 확 줄어듭니다. 정부 정책의 투명성도 높아지구요. 핀란드나 노르웨이에도 부자들이 있을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이 얘기했지만 결국은 시민들이 깨어서 대안을 요구하는 것이 희망의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한국도 빈부격차가 굉장히 큰 나라 중 하나인데요, 지금 정치권에선 오히려 종부세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강수 : 종부세가 지금 논란거리가 갑자기 됐는데, 그걸 왜 민주당이 앞장서서 1주택자에 대해 폐지를 하자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자기 부정 아닌가요? 종부세는 우리 사회에 건강함을 지켜나갈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에 잘 지켜야 됩니다.

프레시안 : 세이어는 본인의 이런 주장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좌파, 사회주의자라고 비판하는데,나는 워싱턴 편도, 모스크바 편도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전강수 : 부자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이를 개선하자고 하면 당장 튀어나오는 얘기가 좌파라는 비난인데요, 세이어만이 아니고 저한테도 그럽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시장을 존중합니다. 시장을 시장답게 만들어야 된다, 자본주의가 진정한 자본주의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불로소득 문제를 놔두고는 안 됩니다.

▲<불로소득의 시대, 부자들의 정체>, 앤드류 세이어 지음, 전강수 옮김, 여문책 펴냄. ⓒ여문책

전홍기혜 기자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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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네가 범인이다!”…93차 촛불대행진 열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19:51]

 

8일 오후 5시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93차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인간도 아닌 것들, 윤석열 일당 타도하자!’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연인원 5천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 박명훈 기자

“인간도 아닌 것들 윤석열 일당 타도하자!”

“대국민 사기정권 윤석열 일당 몰아내자!”

“정권 위기 탈출 쇼 윤석열을 탄핵하라!”

“불안해서 못 살겠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세동 도봉촛불행동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석유 매장 발표를 언급하며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국면 전환을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며 “석유 관련 주식의 주가 조작도 의심된다”라고 하였다.

 

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고령화 대책으로 노인들을 해외로 이민 보내자는 기상천외한 정책을 내놓았다”라고 소개하며 “국민 세금으로 이따위 연구를 하는 걸 용납할 수 있는가?”라고 외치면서 “하나같이 비상식적이고, 하나같이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정책들”이라고 개탄했다.

 

안정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는 “(대북 전단 살포는) 탈북자 단체를 내세웠지만 윤석열이 한 짓이다. 전쟁을 하자는 것 아닌가?”라고 묻고 “남쪽에서 대북 전단을 마음껏 살포하니 결국 북한의 오물 풍선이 대한민국 곳곳에 떨어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의 지지율은 연일 추락 중이다. 탄핵이 목전이다. 그래서 윤석열은 위기 탈출용 카드로 전쟁을 택한 게 아니겠는가? 윤석열은 국지전 정도를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국지전 정도가 아니라 모두가 공멸하는 핵전쟁이다”라고 주장했다.

 

▲ 김세동 대표(왼쪽)와 안정은 상임대표. © 박명훈 기자

유튜브 새날 방송 대표 권현문 PD는 “지금 윤석열의 심리가 어떤 상태일까? 지지율 21%, 부정 평가 70%. 거의 죽을 맛일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지난주에 여권에서 내부 여론조사를 했는데 10%대가 나왔다고 한다”라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지지율이 지금 이 상태라면 민주당 등 야권이 더 탄핵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지금 윤석열 탄핵은 바로 눈앞에 와 있다”라고 하였다.

 

남양주촛불행동을 준비하는 김수진 씨는 “세월호, 이태원, 오송, 채상병 이렇게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과 그들의 부모님만 생각하면 나는 눈물이 나서 한참 울 수밖에 없다. 이런 마음이 바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인지상정 아닌가?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추모도 못 하게 막고 진상 규명과 수사도 방해한다”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또 “격노한 적 없다고 그러더니 격노의 증거가 나오니까 ‘대통령은 격노하면 안 되냐, 격노가 뭐 죄냐?’ 라고 한다. 자신들이 한 말이 거짓임을 자백한 것이다. 이 말이 ‘술 좀 먹었다고 운전하는 게 죄냐?’ 하는 말과 뭐가 다른가?”라고 물었다.

 

▲ 김수진 씨(왼쪽)와 권현문 PD. © 박명훈 기자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의 현장인터뷰 시간에 면목동에서 온 자원봉사자가 “예전에는 ‘나 하나쯤이야 빠진다고 이 나라가 뭐 어떻게 되겠어?’ 하는 생각으로 임했다면 자원봉사자를 하면서 ‘나 하나라도 나서야 하겠다’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라고 하여 많은 이들이 호응하였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끝내고 서울 시내를 행진하였다.

 

촛불행동은 다음 주 토요일(15일) 오후 5시에 94차 촛불대행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 집회 첫 순서로 일과 후 노래 모임 ‘다시 부를 노래’가 신곡 「꺼져!」를 불렀다. © 박명훈 기자

 

▲ 배우 백지은 씨가 민희진 씨로 분해 진행한 ‘백지의 퇴진뉴스’. © 박명훈 기자

 

▲ 노래패 ‘노래로 물들다’가 「외쳐 봐」, 「세상에 지지 말아요」, 「못 살겠다 내려가」를 불렀다. © 이호 작가

 

▲ 가수 임한빈 씨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를 불렀다. © 박명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풍선을 들고 행진하는 시민들. 정리집회장에서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윤석열, 네가 범인이다!”라는 구호와 함께 풍선을 터뜨리는 상징 의식을 했다. © 박명훈 기자

 

▲ 사회자가 양회동 열사의 부인이 참석했다고 소개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 박명훈 기자

 

©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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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명훈 기자

 

© 박명훈 기자

 

© 이호 작가

 

©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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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 작가

 

▲ 청계천에서 행진 대열을 응원하는 시민들. © 박명훈 기자

 

▲ 청계천에서 행진 대열을 응원하는 시민들. © 박명훈 기자

 

▲ 청계천에서 행진 대열을 응원하는 시민들. © 박명훈 기자

 

▲ 행진 대열을 응원하는 시민들. ©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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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외친 열사 정신 계승...“윤석열 정권 퇴진”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을 찾아 이한열 열사의 묘비를 어루만지며 ‘열사의 뜻을 잊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무엇입니까?”

“33회 민족민주열사 범국민추모제는 윤석열 정권 퇴진의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매년 6.10민주항쟁 기념일을 즈음해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나라의 자주와 민주, 통일을 위해 한 생을 살다 간 열사·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들이 남긴 시대정신을 계승해 살겠다는 다짐들이 모이는 자리다. 올해 33회째를 맞았다.

이날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의 터전인 ‘한울삶’에 있던 열사들의 영정이 광장에 모셔진다. 추모제에 앞서 종로구 송현광장에 모인 영정들은, 오후 2시를 기해 노동자·농민·빈민·청년학생 등 후대들의 손에 들려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 앞을 지나 세종로대롤 거쳐 대회장에 도착한 영정은 추모제의 제단을 이뤘다.

▲ 영정 행진이 세종대로를 지나고 있다. ⓒ민주노총

▲ 서울시청 동편 광장에서 열린 33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서울민중행동

열사정신 계승은 “윤석열 정권 퇴진”

올해 추모제 참가자들이 말하는 ‘열사 정신 계승’은 “국정을 폭망하게 만든 윤석열 정권 퇴진”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지난 총선 결과에 대해 “반민중·반민주·친재벌 정책으로 일관하던 집권 2년 차 윤석열 정권에 대해 철퇴를 내리친 것”이었다며, “그런데 22대 총선이 한 달이 지나도록 국정의 변화는커녕 반민중·반평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열사의 영정을 한자리에 모신 이날, 무엇보다 분노스러운 일은 윤 대통령이 행사한 민주유공자법 거부권이다. 이날 무대 가장 앞자리에 앉은 참가자들은 다름 아닌 열사들의 부모 형제 등 유가족들이다. 이들은 민주유공자법 국회 통과를 위해 기자회견, 집회, 천막농성, 1인시위, 단식, 오체투지 등 마다하지 않은 투쟁이 없다. 지난 5월28일 그토록 기다리던 민주유공자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하루만인 29일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장현구 열사 부친)은 추모사에서 “민주유공자법 통과라는 결과를 들고 추모제를 맞이하고 싶었지만 아쉽게 22대 국회에서 다시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남은 3년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면서 “1년 내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는 투쟁에 모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무대에 오른 유가족들은 참가자들에게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장현일 민주유공자법제정 추진단장(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주화운동 역사에 대해 부정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나마 4.19혁명 기념식,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등에 참석해 왔다”면서 “민주유공자법 거부권 행사를 통해 그 형식적인 제스처마저도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 열사 유가족들은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3년을 넘게 투쟁 중이다. ⓒ유가협

“열사와 함께 범국민 항쟁 나서자”

무대에 올라 “열사의 뜻을 따르겠다”고 다짐한 열사의 동료들은 윤석열 정권 국정의 피해자들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한 노조법 2·3조의 당사자 김광석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무대에 올랐다. 택배노조 건설에 앞장선 김태완 열사가 올해 열사로 봉안됐다. 열사는 지난해 7월 급성 뇌출혈로 쓰러진 후 동료 곁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김태완 열사가 꿈꿨던 노동해방과 진보집권이 실현된 참된 세상을 열어내기 위해 그와 함께했던 모든 택배노동자들은 그를 기억하고 그 길을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 투쟁사 하는 노동 열사의 동료들. ⓒ민주노총

윤석열 정권 노조탄압의 상징, ‘건설노조 탄압’으로 양회동 열사를 잃은 강한수 양회동열사정신계승사업회 회장(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양 열사의 유지를 떠올렸다.

“윤석열의 검찰 독재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 꼭 만들어 주세요.”

그는 “열사의 당부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면서 “노동자와 전체 민중이 함께 반노동·반민중 윤석열 정권 끝장낼 수 있도록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석운 상임추모위원장(전국민중행동 상임대표)은 “노동자·민중들이 부족하나마 이 정도의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을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은, 민족민주 열사·희생자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22대 국회에서, 지체없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열사·희생자님들의 보살핌과 베풂으로 거부권을 거부하는 투쟁, 범국민 항쟁에 나서자”는 호소도 잊지 않았다.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무대 앞 제단을 찾아 열사들에게 헌화했다.

▲ 힌 참가자가 열사 제단 앞에 헌화 후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 열사들 앞에 투쟁 결의 다지는 참가자들. ⓒ민주노총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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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 장례식날 맥주 돌리고 어퍼컷... '암군' 되어가는 대통령

[안호덕의 암중모색] 현충일에도 딴소리만... 군은 위태롭고 국민은 불안하다

24.06.07 20:22최종 업데이트 24.06.07 20:22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만찬을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지난달 30일은 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얼차려를 받다가 사망한 신병의 영결식이 있었던 날이었다. 그리고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는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 참석해 의원들 테이블마다 맥주를 돌리고,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까지 연출했다고 한다.

신병의 죽음에 대해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사죄와 일벌백계의 '격노'가 필요한 날, 대통령은 활짝 웃으며 한 팔을 높이 들고 어퍼컷을 날렸다. 참석 의원들은 둘러서서 박수를 쳤다. '반성해야 할 때' '격노해야 할 때' ' 환호해야 할 때' 그런 자리조차도 구분하지 못하는 대통령. 옛말에는 그런 군왕을 암군(暗君: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어 국가에 큰 해악을 끼친 임금)이라 했다.

신병 장례식날 어퍼컷 세리머니 날린 국군통수권자

 

▲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얼차려(군기훈련)는 규정에 의한 행위지만, 그것이 규정의 내용을 벗어나고 지휘자의 명령이 우선되면 폭력이고 가혹행위가 된다. 수십 kg 완전군장으로 뜀박질을 시켜 근육이 녹아내리는 패혈증 쇼크에 이르게 한 건, 과도한 군기훈련이 아니라 폭력이다. 때리고 굴려서라도 팡팡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오래된 군사문화의 폐습이 드러난 것이다. 여전히 이렇게 군대가 유지된다는 현실이 놀랍고 무섭다.

가혹행위를 지시한 중대장을 비롯해 일선 간부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당연히 엄격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초급 장교에 지나지 않는 이들에게만 책임을 물으면 끝날 일은 아닐 듯하다.

사단장과 고위급 장교들이 신병들의 인권과 안전을 우선하고 규정의 절대 준수를 지시했다면, 초급 간부가 신병을 상대로 패혈증이 올 정도의 완전 군장 체벌을 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12사단 신병 죽음의 가해자는 중대장이나 초급 간부만이라고 할 수 없다. 더 높은 직위에 있는 이들에게도 반드시 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야 이거 수변을 어떻게 내려가냐?" "못합니다 선배님 이거 하면 안 됩니다. 위험합니다(...) 그 장화 신고 들어가면 지금 못하고 물이 더 빠져야지"(포11대대장-포7대대장 2023년 7월 18일 통화 녹취)

임 전 사단장은 들어가란 지시도, 그런 권한도 없었다고 부인해 왔지만, 속속 드러나는 사건의 정황에 따라 그가 가장 먼저 지목되어야 할 사건의 책임자임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상병 사망 사건을 재검토한 뒤 내놓은 첫 보고서에 따르면 임성근 전 사단장은 위험성 평가를 하던 부하에게 "병력 투입 안 시키고 뭐 하냐, 병력들 빨리 데리고 와"라고 투입을 다그쳤다. 지휘자의 단순한 판단 잘못이라고도 볼 수 없다. 현장 지휘관의 위험성 평가 여건을 보장하지 않았고, 사고 후에도 장병들의 안위보다는 언론의 노출을 걱정했다.

"얘들 언론 이런 데 접촉이 되면 안 되는데(...)하여튼 저 트라우마 이런 부분은 나중 문제고 애들 관리가 돼야 하거든." (임 사단장-포7대대장 2023년 7월 19일 통화 녹취록 중)

사고 보고를 하는 대대장에게 임 사단장은 함께 있던 병사의 트라우마보다 언론 접촉을 차단하라고 지시한다. 채상병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니다. 임 전 사단장이 구명조끼나 안전 장비보다는 해병대를 상징하는 적색 티 입는 것을 강조하고, 부하들의 고언조차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시스템과 규정보다는 지휘관의 명령이 우선되고, 굴리고 윽박질러서라도 군이 재빠르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낡은 군사문화가 채상병과 12사단 신병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실로 보고된 '채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일명 '격노설'을 두고 사실인가 아닌가 오랜 공방이 있었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지난달 2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이 격노하면 안 되느냐"며 "국가를 운영하면서 본인의 생각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표시하는 것을 두고 다 격노설이라고 포장해서 심각한 직권남용을 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질에 벗어간 공방이고 대통령이 화내면 안 되는냐는 신동욱 의원의 주장은 치졸한 말장난이다.

국민이 군을 걱정하고 지켜야 할 지경

 

▲ 2023년 9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 연합뉴스

 

대통령이 화낼 수 있다. 어떤 경우는 대통령의 격노가 복지부동하는 공직자들에게 채찍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채상병 사망 사건에서 대통령이 화를 낸 이유는 '어떻게 안전 장비도 갖추지 않고 위험 현장에 투입했나?'가 아니라,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되겠느냐'는 수사 결과에 대한 질책이었다.

박정훈 수사단장의 보직해임과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건 재검토, 임성근 사단장 등이 빠지고 대대장 2명의 혐의만 경찰로 넘긴 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 이 모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대통령의 격노에서 비롯되었다.

"도전과 혁신으로 도약하는 나라, 민생이 풍요롭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청년의 꿈과 희망이 넘치는 나라, 온 국민이 하나 되어 함께 미래로 나가는 더 강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제대로 기억하고, 그 큰 뜻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 일부)

윤석열 대통령은 제69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불길로 뒤어들었던 두 소방관과 해상 훈련 중 순직한 해군에게 애도와 감사를 올렸다. 그러나 사단장의 잘못된 지시에 의해 죽어간 채상병. 가혹행위로 죽어간 12사단 신병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서글프고 어이없는 죽음들에 대해 국군통수권자로서 사과하고 낡은 군의 악습을 끊겠다는 약속이, 국민들 입장에선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겠다는 각오보다 더 듣고 싶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다짐은 없었다.

12사단 신병의 장례식 날,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에서 "오늘 저녁은 맥주도 놓지 않아야 된다고 했는데 제가 욕 좀 먹겠다(...)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의원님들에게 맥주로 축하주를 한 잔씩 다 드리겠다"라며 흥을 돋우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채상병 사망 사건, 수류탄 폭발 사망 사건, 신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등 연이은 군 사망 사건에 대해 어떤 반성이나 다짐도 하지 않았다.

화를 내야 할 때 정작 다른 이유로 화를 내고, 국군통수권자로서 반성하고 사죄해야 되는 날, 보란 듯 술잔을 돌리는 대통령. 국민들이 이해할 거라 생각하나, 아니면 그런 비난쯤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나? 대통령을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어 국가에 큰 해악을 끼친 임금', 암군(暗君)에 비유하는 게 타당할지는 모르지만 군은 위태롭고 국민은 불안하다.

 

#채상병사건 #12사단신병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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