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미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2012년 철도 민영화 철회 촉구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철도노조
▲ 김현미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2012년 철도 민영화 철회 촉구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철도노조
|
[번역] 코리아 통일을 위한 미국 및 주변 국가의 의무와 역할
|
코리아 통일을 위한 미국 및 주변 국가의 의무와 역할 저자 : 황익환 북한 군축 및 평화연구소 소장
한반도의 현 상황을 보면 필연적으로 통일을 향한 더 많은 조치들이 필요하다. 이 목표를 염두에 두고, 황 교수는 코리아(한국, 조선)를 통일하는데서 미국과 주변국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미-북 관계의 역사를 설명함으로써 그는 미국이 통일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밝히고 있다. 더욱이 그는 남북합의가 이 목표를 달성하는 핵심 도구라고 주장한다. 현재 한반도는 긴장이 최고조로 높아지고 있다. “선제 핵 공격”, “특수 작전”, “전면전”과 “일방적인 타격”과 같은 표현들로 인해 긴장상태가 일촉즉발의 상태로 되었다. 한반도의 현재와 같은 상황 전개는 주로 북한과 미국 간의 핵 교착상태에서 기인한 것 같지만, 이 대결구도의 근본 배경, 즉 한반도 분단에 대한 심층적이고 광범위한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한반도통일은 남북한 스스로 해결해야한다. 그러나 한반도 분단은 외부세력, 즉 미국에 의해 강제되고 유지되었기 때문에 그들 또한 의무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한반도의 안정과 지속적인 평화의 수립, 남북관계 개선, 통일 모델 등은 모두 미국과 주변국들의 관심사가 된다. 이런 점에서 그들 각자의 역할은 남북한 당사자들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글은 그러한 이해를 제공할 것이다. [연구소 전문] 한반도의 통일과 미국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 상황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북한은 전략적 미사일을 가진 동양의 핵 강국으로 발전했다. 즉, 미국을 성공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가 되었다. • 남북관계의 개선은 남북한 민족 전체의 가장 긴급한 요구와 바람이 되었다. • 한반도의 인접 열강간의 전략적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위협하고 달래는 상황이 격심해졌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남한에 사드(THAAD)와 같은 전략적 자산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최근의 상황 전개는 미국이 현재 두 가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 억지력을 어떻게 처리하거나 인정할 것인가? 현재 미국은 (북의 핵 억지력에 대한) 인정이 결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제재를 통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할 것을 기대해왔다. 중국과 공조를 통한 압력이 현재로서는 미국에게 유일한 선택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것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충돌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군사공격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2017년 4월 트럼프는 일방적인 군사공격을 포함하여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에 있다고 말했다. 조선인민군(Korean People's Army, KPA)은 태평양 작전 전역의 모든 미군 기지가 잠재적인 목표라고 엄숙히 공언했다. 한국 당국은 미국이 동의 없이 북한에 대해 일방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그들은 일방적 공격은 동의 아래 수행되어야한다고 요구했다. 남한의 강경 보수세력을 거스르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정부를 미국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구시대적이며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에 대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왜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련되어있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책임은 무엇이며, 미국의 의무는 무엇이며,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 역할로 인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한반도 문제와 분단 및 통일 문제에 대한 미국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정리해보자. 미국의 책임 첫째, 한반도 분열은 미국의 책임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38선 이하 일본군을 무장 해제한다는 구실로 불법적으로 한반도 남쪽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졌다. 둘째, 휴전협정을 유지하는 한편 평화조약을 끊임없이 거부하면서 통일을 중단시킨 책임이 있다. 셋째, 남한에서 반통일 세력을 선동함으로써 국민간의 반목을 유발한 책임이 있다. 클린턴, 부시, 오바마 클린턴 행정부는 2000년 6월15일 남북공동선언이 서명된 후 북한(조선)과 평화 공존을 선택하기로 동의했다. 그 결과 2000년 10월 (북미)공동성명을 발표하고 4자 회담과 같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지정했다. 따라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6자 회담에 의해 합의된 9.19공동성명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를 명시했지만, 그 어떤 회담도 소집된 적이 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2010년 4월 북한을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지정해,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의 야심을 드러냈다. 그 이후 미국은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을 계속 거부함으로써 이런 취지로 추가적인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2011년 12월 북한이 국가적 슬픔(김정일 사망)을 겪은 뒤 오바마 행정부는 2012년 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새로운 방위정책을 시작했는데, 그 창끝은 북한을 주요 목표로 삼아 동북아로 향했다. 그때부터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규모와 빈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2012년 이전에 합동군사훈련은 40만 군대가 참여했으며, 매년 합동훈련은 30차례 진행되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규모는 50만으로 증가했으며 빈도는 1년에 40회 이상으로 증가했다. 2012년 이래로 한반도 주변 해역에 미국 항공모함의 방문 빈도는 연간 1~3회에서 3~4회로 증가했다. 북한 최고사령부를 겨냥한 특수작전은 2012년 합동군사훈련에 공개적으로 포함되었다. 2013년 미국은 핵 전략폭격기의 공습훈련과 핵잠수함의 작전행동을 공개해 실제 전쟁 분위기를 조성했다. 2013년 미국과 한국이 합의한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에 대한 핵 선제타격을 목표로 했다. 그것은 2014년 합동군사훈련에 처음 도입됐다. 이 전략은 2015년 ‘4D OPLAN’ 개념을 구성하고 2016년과 2017년 ‘참수 급습(decapitation raid)’과 ‘정밀 타격(precision strike)’으로 더 세분화되었다. 이것은 ‘연례’, ‘방어’ 군사훈련의 진정한 의도가 사실은 공격 및 침략과 더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016년과 2017년 미국의 전략 폭격기는 북한 영토에서 단지 수십km 떨어져 공습훈련을 실시했다. 따라서 합동군사훈련은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것이 분명하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은 남한 정권의 “한반도 신뢰구축과정”과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으로부터 이득을 보았다. 미국은 이전 남한 정부의 남북 대치정책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고, 그것은 (미국의)아시아-태평양 회귀전략에 도움이 되었다. 미국은 미국-남한-일본 간 군사정보 보호를 위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했다. 남한 당국은 북한의 호소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지한 제안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제재와 압박정책을 고수하고 전쟁을 소리 높여 외쳤고, 남북관계를 재앙으로 몰고 갔다. 오늘날 일관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실시가 한반도 긴장의 근본 이유다. 중국이 북한의 핵 실험을 중단하기 위해 2건의 합동군사훈련의 일시적 정지를 다시 제안했다는 사실은 합동군사훈련이 긴장을 조장한다는 것을 인접 국가들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한반도를 분단했고 수많은 고통과 재앙을 한국인들에게 강요했다. 따라서 미국은 응당한 책임을 인정하고 한국 통일을 지원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보상해야 한다. 미국의 의무 첫째, 미국은 통일에 대한 한민족(korean nation)의 의지가 저지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그들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공정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은 전체 한민족의 열망을 꺾거나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북한(조선)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 기인한다. 70년의 분단 동안 관계의 기복은 있었지만 통일에 대한 전반적인 의지는 강화되었다. 이것은 통일에 대한 노력이 점점 더 빈번해졌다는 사실을 볼 때 분명하다. 예를 들어 분단 27년 후 남북한은 통일 3대 원칙에 동의하고(72년 7.4남북공동성명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평화통일 3대 기본원칙), 20년 후 이 원칙을 재확인하는 협약(1992. 2.19 남북기본합의서)을 체결했다. 8년 후 연합(연방)모델의 통일에 동의한 6월15일 공동선언(2000. 6.15)을 채택했다. 7년 후 남북한은 이전 선언의 이행프로그램인 10월4일 선언(2007. 10.4 남북정상선언)을 발표했다. 대략 2008년부터 남북관계는 좌절을 겪고 긴장이 고조되었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통일은 국민적 열망을 반영하는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되었다. 이전의 보수적인 한국정부가 탄핵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그 정부가 한국 국민의 의지를 진정으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에 남북관계의 개선과 통일을 찬성하는 정치인들은 남한 국민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오늘날 남북관계의 개선이 한반도의 주요 쟁점이 되면, 미국은 북측뿐만 아니라 남측으로부터, 남북한 전체에 의해 거부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 문제를 무시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그 위상을 잃을 것이다. 많은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새로운 남한 정부 사이에 분쟁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때 미국에 대한 남한 국민의 불신이 (한국정부의)정책과 전시작전권을 이양하라는 남한 정부의 요구로 반영되었다. 이 선례는 현재 남한에서의 반미 감정의 상승이 또한 정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리아의 평화통일 의지에 반한다면, 이전의 미국 행정부보다 더 비참하고 심각한 진퇴양난에 빠져들 것이다. 둘째, 미국은 북한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적대정책을 제거하는 힘든 결정을 내려야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며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가 정책 노선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첫 번째 선택지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군사공격일 수도 있고, 두 번째는 북한과의 대화를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각각의 선택지는 북한이 현재 동방의 핵 강국이라는 인식에 근거하여 고려되어야 한다. 북한(조선)은 전면적인 전쟁을 포함해 미국이 취하는 어떤 방식의 행동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이 이라크, 유고슬라비아, 리비아, 시리아의 경우처럼 선제공격을 한다면 북한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대신 북한은 강력한 핵 타격으로 보복하거나 심지어 적의 공격을 받기 전에 핵 공격을 선제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현재 선제적인 공격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KPA(조선인민군)는 최근 워싱턴의 “특수작전”과 선제공격 시도에 맞서 육지, 해상 및 하늘에서 KPA 방식의 선제적인 특수작전 공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과 미국이 협상테이블로 돌아올 경우에 두 나라가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협상이 더욱 균형을 이룰 것이다. 요컨대 미국은 북한을 책임 있는 핵무장 국가로 존중해야 한다. 이미 선언했듯이 북한은 적대적인 침략세력이 자신의 핵무기로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 앞에서 핵 비확산에 대한 약속을 성실히 준수하고 세계적인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면 미국은 아마도 이전 행정부의 태도를 따르고 제재를 통한 압력에 의존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의 제재 정책을 따를 것이라고 믿는 몇몇 분석가들이 있다. 그러나 보다 명백한 것은 더 많은 제재가 가해질 때 북한은 더 큰 자기 발전 정신을 증명하고 그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북한의 핵 억지력이 점점 더 확고해지고 현대화되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어떠한 제재나 압력으로는 북한이 더 발전하고 번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며, 이러한 현실은 수십 년 동안 입증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북한의 주권과 이익을 침해한다면, 그것은 한반도 긴장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는 남북한 모두에게 강한 저항을 유발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정책을 과감하게 변화시킴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이익을 재정의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한반도 통일의 관점에서, 미국은 원래 코리아를 분단했기 때문에 선택권보다는 의무가 있다. 한국은 외국 세력에 의해 강요당한 분단에 대해 의무나 책임이 없다. 더욱이 남과 북은 이데올로기와 체제의 차이 때문에 서로 대결하고 적대시할 이유도 없다. 북한은 이데올로기와 체제가 다른 많은 국가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다양한 협력을 유지해 왔다. 마찬가지로 남한은 다른 이데올로기와 체제를 향유하는 국가와 ‘전략적 동반관계’를 맺었다. 통일은 누구도 부정하거나 위태롭게 할 수 없는 전체 민족의 근본적인 권리이다. 미국의 가능한 역할 미국은 이미 동의한 남북한의 통일방식을 지지할 수 있다. 이는 2000년 6월15일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된 연합제/연방제 형태로 정점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미국은 한민족 지지의 절반이하인 일방적인 “남한 주도의 통일”을 지지했다. 그 대신 미국은 앞서 언급한 통일 방식에 찬성할 때 전 민족의 지지를 받는 공존과 공동번영의 의지를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남북한의 협정 2000년 역사적인 6월15일 남북공동선언이 분단 후 55년 만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됐다. 이 선언에서 양측은 자주적 평화통일의 3대 원칙의 정신을 재확인했다. 또한 2007년 10월 남북한은 그 정상회담에서 또 다른 역사적인 공동선언(10월4일 선언)을 채택했다. 양측은 정치적 신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경제협력 및 인도주의적 문제에서 쌍방이 협력할 것을 확인했다. 이 선언이 이행될 경우 한반도의 경제 발전을 진전시키면서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 이 문서는 오로지 남북 간의 대결만을 추구하는 자들에 의해 위반되고 무효화되었다. 남북한의 합의가 이행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이유는 남한에서 정권교체가 있을 때마다 남북관계 측면에서 정책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남북합의가 상황 변화나 정부의 변화로 인해 무효가 된다면, 앞으로 남북 간의 협약은 어떤 목적도 이룰 수 없다. 남북합의가 성실하게 이행되었다면 남북관계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남한의 체제 변화에 관계없이 민족 통일이라는 대의를 수행하는 데 큰 진전이 있었을 것이다. 남북 합의가 실패한 두 번째이자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을 거부하고 합동군사훈련을 통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미국이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로부터 얻는 이익 첫째, 남북이 미국을 환영하고 지지하는 동시에 미국은 전략적 우위를 누릴 수 있다. 이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이익을 다른 형식으로 재정의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다. 또한 남한에 군대를 배치하지 않고 이 지역에서 전략적 지위를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다. 또 미국에게 재정적 이익을 위한 더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일종의 정책 전환은 전체 남북한(조선)의 통일 의지를 존중하고 동시에 북한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한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구실과 체면을 세우게 될 것이다. 둘째, 남북이 합의한 통일모델을 지지하는 접근 방식은 미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핵 교착상태에 대한 묘책이 될 것이다. 미국이 당면한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미국에게조차 북한이 보유한 핵 억지력은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헌데 이 문제는 통일 과정을 통해 원활하게 해결될 수 있다. 양측의 서로 다른 체제에 기반을 둔 연방통일은 통일된 국가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외교정책을 고수할 것을 요구한다. 중립적인 통일국가가 보유한 핵무기는 외세에 의해 위협받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위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의 핵능력은 남한에게 위험한 것이 될 수 없다. 남한은 60년 이상 핵보유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전에 적대적인 관계였던 핵보유국과 “전략적 제휴”를 수립했다. 주변국의 책임 한반도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려면, 인접국과 관련된 두 가지 주요 질문을 해야 한다. 통일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각자의 정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우선 주변국들은 미국과 그 추종자들의 정책을 거부해야 한다. 현재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로 인해 통일을 저해하는 수많은 장애가 생겼고 긴장이 고조되었다. 일본은 한반도를 군사작전 영역에 포함하는 미국 주도의 3자 동맹에 적극적으로 가입했다. 일본이 국제적인 시스템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남북통일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주변국들은 통일에 대한 코리아의 이익에 반하는 미국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거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정책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지속적으로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들의 전략적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압력을 가한 중국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 격려의 진정한 의도는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완화시키는 데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제 남한의 사드(THAAD) 배치가 자신들을 직접 목표로 삼는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점점 더 호전적이고 공격적이다. 주요 목표는 북한을 질식시키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다. 이 강들은 북한과 주변국의 경계가 되는 강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접국들이 한편으로 북한의 자위적 국방 조치를 비난하면서 진행되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그로 인한 긴장고조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입장은 주변 국가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러한 추론에 따라 주변국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에 반대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또한 적대정책을 제거함으로써 코리아 통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주변국들은 북한의 주권을 존중해야 된다. UN 안전보장이사회(UNSC)가 북한에 대해 채택한 제재는 민족의 평등권과 자기 결정의 원칙을 존중하는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들은 북한과 그 국민을 질식시키려하기 때문에 비인간적인 것이다. 오히려 주변 국가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미국의 적대정책을 비난해야 한다. 기존의 남북 협정을 지지하라 인접 국가들을 포함한 외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취할 경우 남북 간의 합의를 지지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지지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 탄핵된 반통일 세력은 “신뢰구축”과 “평화적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소위 “통일정책”을 선언했었는데 불행하게도 일부 국가들은 이 정책을 맹목적으로 환영했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남북 대결을 초래하고 군사분쟁과 전쟁의 위험을 가속화시켰다. 이런 “지지”에 힘입어 반통일 세력은 일방적인 “남한 주도 통일모델”에 빠졌고 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결정책을 추진했다. 그들의 “통일 정책”은 남한 사람들을 가지고 놀았던 최순실이 조작했던 것이다. 요컨대 이 “정책”은 한반도의 엄중한 실상과 북한의 강력한 힘에 대한 그릇된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이러한 “통일 정책” 버전을 지지했던 국가들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미래 한반도 통일 후의 지정학적 지위 한반도 문제의 미래는 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지위에 관한 것이다. 현재 남한에 사드(THAAD)를 배치하면 미국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고 따라서 인접 국가의 핵 목표가 된다. 이것은 한반도가 한 강대국으로 기울면 전쟁이 이 지역에서 쉽게 발화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남북한이 손을 잡고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통일국가를 만들면 한반도는 이 지역의 전쟁과 갈등을 막을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이 과정은 또한 냉전 대결 형식을 없애고 이 지역에 새로운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또한 한반도와 이웃 국가 간의 양자 및 다자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스웨덴은 중립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그들은 한반도의 중립성을 보장하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며, 이 문제에 특별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반도의 중립화는 연방통일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남북 합의사항의 이행과 평화체제의 수립, 그리고 모든 종류의 위험한 군사활동 중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스웨덴의 잠재적인 역할은 이 맥락에서 연구될 수 있으며 한국(조선)사람들 모두에게 높이 평가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최고지도자는 “통일이 될 때, 우리나라는 인구 8000만 명에 이르는 막강한 국력을 가진 위엄 있는 세계의 강국으로서, 다시 말해 불굴의 민족정신과 월등한 재능 덕택에 여타문명보다 우수한 선진문명을 가진 국가로서, 그리고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보장하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정의의 국가로서 그 웅장함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번역 : 민족국제분회 minplusnews@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 대통령 “매우 충격적”...정치권 “국기문란 행위에 경악”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가 몰래 추가로 반입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반입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가 비공개로 추가 반입돼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받은 뒤 반입 경위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공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뒤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성주골프장에 반입된 장비는 사드 차량형 이동식 발사대 2기와 차량형 사격통제레이더, 차량형 교전통제소 등이었다. 주한미군 사드의 1개포대는 통상 이동식 발사대 6기 등으로 구성되지만 이중 2기만 우선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던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군 기지에 반입돼 있다는 사실만 확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반입 시기에 대해선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새 정부 출범 전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사드 추가 반입 은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새 정부에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한 사실을 즉각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국방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한민구 장관이다.
심지어 국방부는 지난 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성격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국가기획위 이수훈 외교안보분과위원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25일 국방부 내용에는 '사드 발사대 2기가 도착했다'는 내용만 들어있고, 4기가 더 들어왔다는 내용은 누락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 다음 날인 26일 국방부 현안보고 차원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사드 4기 추가 반입을 보고했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일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6일 정의용 안보실장과 2차장에게 국방부 정책실장이 보고했는데, 그 보고 내용에 사드 4기 추가 반입 내용은 없었다"며 "(국방부) 정책실장이 준 보고서 내용도 저희가 리뷰했는데, 역시 그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어떤 경위로 4기가 추가 반입된 것인지, 반입을 누가 결정한 것인지,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새 정부에도 지금까지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 등도 진상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방부가 발사대 4기 반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사드 부지에 대한 전략적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가 기형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거기에 대한 의혹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과 연관성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사드 발사대 4대를 추가적으로 반입하고도 국방부가 청와대에 곧바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방부 수뇌부가 한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조직인지 미군 사령부 예하 조직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위를 무시하는 군기문란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조치하고, 사드 배치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 "매우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로 경악"
사드가 비밀리에 추가 반입된 것이 드러나자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한민구 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관련자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을 기만한 점에 대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한민구 장관,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민뿐 아니라 국가 지도자에게까지 진실을 숨기고 은폐하고자 한 것은 매우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국가안보와 국민안위에 관련된 사안이 모든 합리적 과정과 절차가 무시되고 권력기관의 입맛에 따라 통제하고 은폐해온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ㆍ지지율 ‘자신감’…야당 입장표명 요구에 조목조목 응답
ㆍ청, 장관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비리 시점 ‘기준’ 제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등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 공약 후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야당과 국민의 양해를 구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현실적인 인선 기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5대 비리자 공직 배제 원칙이 훼손된 데 대해 직접 입장 표명을 해달라는 야당의 요구에 조목조목 응답했다. ‘사과’나 ‘유감’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야당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인선한 후보자들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두고 ‘빠른 내각 구성을 통한 국정공백 최소화’와 ‘국민들이 기대한 탕평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러한 선의가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려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되어버렸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정세균 국회의장(가운데)과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9일 국회의장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동철·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 의장, 자유한국당 정우택·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병역 면탈·부동산 투기·위장전입·탈세·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자 고위공직 임명 배제 원칙을 훼손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 원칙을 중시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특히 많이 문제가 됐던 사유들”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 원칙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공약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실제 적용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정한 공직 후보자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문제가 남는다. 문 대통령은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문 대통령은 “사안마다 발생 시기와 의도, 구체적 사정, 비난 가능성이 다 다른데 어떤 경우든 예외 없이 배제”하는 것은 “현실 속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때그때 적용이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되어서도 안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적용 기준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이날 예시한 구체적 기준은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 등 5대 비리를 저지른 인사의 고위공직 임명을 배제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지금 문제가 되는 이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은 양해할 수 있는 일이 된다.
문 대통령은 이런 논리로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야당과의 갈등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이는 높은 국정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지난 22~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84.1%에 달했다. 이 후보자 국회 인준 찬성 의견은 72.4%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5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말 사이 국회와 물밑 접촉 과정에서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들이 이 후보자 인준 절차에 협조할 것이라고 판단한 측면도 있다.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만으로도 인준 통과가 가능해지면서 후속 인선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반발해 야당과의 긴장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에 “123정장을 긴급체포한 광주지검 수사팀이 대검 형사부를 통해 ‘업과사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영장을 청구하겠다’고 올렸는데, 법무부가 대검을 통해 ‘업과사는 안 된다. 빼라’고 지시했다. 그건 오직 장관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당시 검찰국장·과장은 전달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황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검찰에 영장의 특정 죄목을 빼라고 지시했다면 지휘권 행사가 아니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빼고 청구한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장관의 영장 청구 개입 행위가 실제로 이행된 것이다. 수사팀은 석달 뒤인 2014년 10월초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123정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황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가 6·4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수사팀 구성과 수사 착수 시점을 최대한 늦췄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겉으론 ‘해경 사기 저하’ 운운했지만, 사실은 선거를 걱정했다. 그래서 당시 수사팀장에 ‘강성’인 윤대진 형사2부장을 임명하는 데도 진통이 있었고, 각 지검에서 차출하기로 한 수사팀 구성도 (법무부에서) 인사를 내주지 않아 계속 늦춰졌었다”고 했다. 당시 광주지검 관계자도 “6월 지방선거 전에는 일체 대외수사를 못하게 했다. 검사들이 목포까지 갔다가 갑자기 ‘하지 마’ 그래서 돌아온 일도 있다. 해경 전산서버 압수수색을 6월5일에야 나간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세월호 수사 외압 전반에 대한 재수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증거 인멸의 시간을 줄 수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당시 해경에 대한 수사가 미뤄진 이유, 123정장 구속영장에서 업과사를 빼라고 한 과정 등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걸 매듭 짓지 않고는 다른 수사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society@hani.co.kr

[인사청문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대단히 부적절"
![]() |
|
| ▲ 선서하는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서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밝혔다. | |
| ⓒ 남소연 | |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대단히 부적절했다. 남북뿐만 아니라 (모든) 정상회담 회의록은 국가 차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비밀을 유지해 보관해야 한다. 그게 상례이고 당연한 조치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른바 NLL 대화록) 공개를 "대단히 부적절했다"라고 비판했다.
서 후보자는 29일 오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그것이 일반에 공개됐다는 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서 후보자는 전직 국정원장의 처벌 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신경민(더불어민주당) : 정상회담 회의록이 청와대에서 유출된 것인지도 함께 조사해 달라.
서훈 : 네.
신 : 발췌본이 만들어지고, 발췌본이 회람된 것도 함께 조사하는 게 맞다.
서 : 관련된 사항을 한 번 들여다보겠다.
신 : 만약 잘못됐다면 전직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국가정보원장도 다 처벌을 받아야 한다.
서 : 국정원 내규나 관련된 규정에 어긋남이 없는지 찾아보겠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겠다고 발언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장이었던 남재준 전 원장은 2013년 6월 이 회의록을 공개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2014년 5월, 윤상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노 전 대통령은 (NLL) 포기라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 |
|
| ▲ 질의하는 신경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
| ⓒ 유성호 | |
"국정원 신뢰 저하, 대단히 부끄러운 일"
서 후보자는 지난 해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태'를 거론하며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너무 빠른 시간에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은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서 후보자는 "북풍의 역사가 국가정보원 입장에선 아픈 역사다"라며 "과거 제가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도 (북풍이) 있었습니다만, 저희가 어떤 형태의 정치개입도 안 하겠다는 각오 속에 이런 아픈 역사를 끊으려는 의지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의 18대 대선 개입 사건(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그 사실 관계는 한 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서 후보자는 ▲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문건 ▲ 보수단체 관리 ▲ 휴대폰 사찰 사건(이른바 임과장 마티즈 사망 사건) ▲ 간첩조작 ▲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개입과 언론공작 ▲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찰 등 각종 논란과 관련된 조사를 요청하는 신 의원의 질문에 "살펴보겠다"라고 답했다.
앞서 서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 동안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논란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국정원의 기능과 존재가 의심받는 상황은 평생 국정원을 지킨 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저는 국가정보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면 국가안보가 위험해진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 후보자는 "저는 28년간 몸 담았던 국정원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고, 국정원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잘 안다"라며 "청문회를 통해 국가정보원장으로서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직 국가와 국민에 헌신하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그리고 구성원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하는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개벽예감251] 1주일 간격 연속시험발사, 조미핵대결 종식 앞당긴다 | |||||||||||||||||||||||||||||||||||||||||||||||
| 기사입력: 2017/05/29 [13:0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
|
<차례>
1. 화성-12형 조종전투부에 소형 로켓엔진 들어있다
<사진 1>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발사 전날인 2017년 5월 13일 밤 미사일조립공장에서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을 조립하는 작업현장을 지켜보는 장면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커다란 물체는 화성-12형 추진체 맨 앞부분에 있는 조종전투부(탄두부)다. 이 사진에 나타난 조종전투부는 깜짝 놀랄 첨단장비다. 조선에서 조종전투부라고 부르고, 미국에서 복수탄두부(payload bus) 또는 말기유도추진체(post-boost vehicle)라고 부르는 그 장비는 이제껏 전 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극소수 핵강국들만 만들 수 있었던 첨단장비였는데, 최근 조선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연구, 개발한 첨단미사일공학기술을 응집시켜 마침내 그 첨단장비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사진 2>는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2형 조종전투부를 근접촬영한 것이다. <사진 1>에 나타난 조종전투부와 <사진 2>에 나타난 조종전투부는 도색과 외형이 약간 다르지만, 동일한 종류의 조종전투부들이다. <사진 1>에 타나난 조종전투부가 촬영된 다른 사진을 확대하면, 조종전투부에 ‘전투8-지’라는 글자가 있고, 바로 그 밑에 ‘ㅈ12121704’라는 일련번호가 있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 다른 조종전투부를 촬영한 <사진 2>를 확대하면, 조종전투부에 ‘전투8-지’라는 글자가 있고, 바로 그 밑에 ‘ㅈ12121701’이라는 일련번호가 있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 ‘전투8-지’라는 글자는 지대지탄도미사일 전투부 제8유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고, 8자리 숫자로 된 일련번호는 제조순번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진 2>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종전투부 아래쪽에 여러 글자들이 더 있는 것이 보인다. <사진 3>은 그 부분을 확대한 두 장의 사진인데, 붉은 동그라미 표시 위에 ‘정압구’라고 쓰여 있고, 그 왼쪽에 ‘(주의: 발사 전 떼낼 것)’이라고 쓰여 있다. 화성-12형을 발사하기 직전에, 정압구라고 쓰인 붉은 동그라미 표시를 떼어내라는 뜻이다. 정압이라는 말은 고압가스를 감압하여 가스압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준다는 뜻이므로, 정압구라고 쓰인 그 안쪽에 가스압력조정기가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압구 아래쪽에는 ‘연소제통 배기면’이라는 글자와 ‘산화제통 보급 및 배출면’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조선에서 연소제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연료(fuel)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산화제(oxidizer)와 대비되는 개념이므로 연소제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연소제통은 연소제가 들어있는 저장공간이고, 산화제통은 산화제가 들어있는 저장공간이다. 배기면은 연소제통 안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를 내보내는 곳이고, 보급 및 배출면은 산화제통 안으로 산화제를 주입하거나 산화제통 밖으로 산화제를 빼내는 곳이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화성-12형을 발사하기 직전에 미사일기술자들이 산화제를 산화제통에 주입하지만, 연소제는 연소제통에 주입하지 않고 연소제통 안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만 배출시킨다는 점이다. 연소제 배기구는 있는데, 왜 연소제 주입구는 없는 것일까? 그 까닭은 연소제를 미리 연소제통에 주입해놓고 보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화성-12형에 사용되는 연소제는 발사 직전에 연소제통에 주입하는 일반 연소제와 달리, 연소제통에 미리 주입해놓고 장기간 보관하는 특수연소제인 것이다. 그런 특수연소제를 장기보관연소제(long-term storable fuel)라 하는데, 연소제통에 주입해놓아도 부식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최장 15년 동안 연소제통에 보관할 수 있다. 연소제를 연소제통 안에 그처럼 오래 넣어두면 가스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발사 직전에 배기구로 가스를 빼내면 된다. 고도의 화학공업기술이 있어야 장기보관연소제를 만들 수 있는데, 놀랍게도 조선은 자체 기술로 특수연소제를 개발하여 화성-12형 성능을 높은 단계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면, 화성-12형은 다른 화성 계열 미사일들과 달리, 발사 직전에 연소제를 주입할 필요가 없고, 산화제만 주입하면 되는 신형 미사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진 4>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황색 전신방호복을 입은 미사일기술자 4명이 6축12륜 자행발사대차에 실린 화성-12형 추진체 위에 올라가 산화제통에 산화제를 주입하는 장면이다. 산화제는 독성 화학물질이므로, 미사일기술자들이 전신방호복을 입고 주입해야 한다. 발사 직전에 연소제는 주입할 필요가 없고, 산화제만 주입하면 되는 화성-12형은 무징후기습발사에 적합하게 발사준비시간을 단축한 고성능 탄도미사일이다.
주목되는 것은, 화성-12형 조종전투부 안에 소형 액체로켓엔진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소형 액체로켓엔진은 무엇에 쓰이는 것일까? 모든 탄도미사일은 로켓엔진에서 발생되는 추력으로 비행하는데, 추력비행이 끝나는 순간, 조종전투부가 추진체에서 자동적으로 분리된다. 그렇게 분리된 조종전투부는 그 안에 들어있는 소형 액체로켓엔진을 점화하여 마지막 추력비행을 하게 된다. 바로 이 때 조종전투부 안에 들어있는 미사일유도장치(missile guidance system)가 작동하면서 타격목표를 향해 비행방향을 유도조정하며 낙하비행을 시작하게 된다. 낙하비행을 그런 식으로 유도조정하기 때문에, 전투부라고 부르지 않고 조종전투부라고 부르는 것이며, 그런 유도조종기능을 수행해야 탄도미사일의 타격정밀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 수 있는 것이다.
<사진 5>는 사거리가 13,000km인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닛맨(Minuteman) 조종전투부 아래쪽을 촬영한 것인데, 중앙에 소형 로켓엔진 배기통(nozzle)이 있고, 그 좌우에 연소제통과 산화제통이 있다. 미닛맨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고체로켓엔진을 장착하였지만, 조종전투부에 들어있는 소형 로켓엔진은 화성-12형과 마찬가지로 액체로켓엔진이다. 미닛맨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조종전투부에 미사일유도장치와 소형 액체로켓엔진을 장착함으로써 타격정밀도를 고도화하였고, 원형공산오차(CEP)를 200m로 축소시켰다.
화성-12형도 조종전투부에 미사일유도장치와 소형 액체로켓엔진을 장착하여 타격정밀도를 고도화하였다. 그래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화성-12형 시험발사를 가리켜 “우리 당의 군사전략전술사상과 현시대의 요구에 맞는 또 하나의 완벽한 무기체계, <주체탄>이 탄생”하였다고 격찬하였던 것이다.
<사진 6>은 사격위치에 도착한 6축12륜 자행발사대차가 화성-12형을 평탄지면에 90도로 세워놓은 장면인데, 먼동이 터오고 있지만 주위는 여전히 어둡다. 그런데 <사진 7>에서 보는 것처럼, 평탄지면에 90도로 세워놓은 화성-12형은 발사 직전 자행발사대차에서 완전히 분리되었다. 90도로 세워놓은 탄도미사일과 자행발사대차를 발사 직전에 분리시킨 것은 조선의 미사일사격방식이 독특한 방식으로 전환되었음을 말해준다. 화성-12형을 사격위치에 90도로 세워놓은 자행발사대차는 미사일조립공장으로 되돌아가 또 다른 화성-12형을 싣고 다른 사격위치로 이동할 수 있으므로, 연속발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차탄분리식(車彈分離式) 사격법은 조선이 창안한 독특한 미사일사격법이다.
<사진 8>은 사격위치에 90도로 세워지고, 자행발사대차와 분리된 화성-12형이 섬광과 굉음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장면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은 2017년 5월 14일 새벽 4시 58분에 발사되었다고 한다. 평양시간으로 새벽 4시 58분이고, 서울시간으로 새벽 5시 28분이다. 그런데 한국군 합참본부는 화성-12형이 평양시간으로 새벽 4시 57분경에 발사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실제발사시각보다 약 1분 일찍 추측한 것은, 한국 군부가 화성-12형 발사시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고, 따라서 화성-12형 발사징후도 탐지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정점고도 2,111.5km까지 상승비행하여 거리 787km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화성-12형을 2,111.5km 고도로 쏘아올렸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비행고도는 1,200km를 넘지 않는다. 예컨대,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닛맨의 비행고도는 1,120km다. 그런데 조선은 화성-12형을 2,111.5km 고도로 매우 높이 쏘아올렸다. 이것은 화성-12형이 거의 90도에 가까운 최대고각으로 발사되었음을 말해준다. 화성-12형을 왜 고각발사로 쏘아올려 그처럼 높은 고도에 이르게 한 것일까? 그 사연은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조종전투부에는 재돌입체(reentry vehicle)가 들어있는데, 최고정점고도에로 상승비행한 재돌입체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중간구간을 비행하다가 지구표면을 향해 낙하비행을 시작하게 된다. 재돌입체의 낙하비행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극초음속(high-hypersonic)으로 내리꽂히는 돌진낙하비행이다. 예컨대,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Topol)-M의 돌진낙하비행속도는 초속 7.3km(마하 22)이고,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닛맨의 돌진낙하비행속도는 초속 7.8km(마하 23)이다.
고극초음속으로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재돌입체는 지구표면으로부터 약 100km 고도에 이르러 대기권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엄청난 대기마찰이 일어나게 된다. 재돌입체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대기마찰은 극고온과 극고압을 발생시킨다. 이를테면, 재돌입체가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초속 6.8km(마하 20)의 속도로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경우, 섭씨 8,315도의 극고온이 발생하고, 지상의 중력보다 50배 더 강한 극고압이 발생한다. 하지만, 재돌입체가 고극초음속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그 표면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 가운데 약 90%는 대기 중에 흩어져 날아가고, 약 10%의 열에너지만 받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섭씨 약 1,000도의 극고온이 재돌입체 표면에서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으로 대기권을 통과하는 약 13초 동안 재돌입체의 표면이 극고온과 극고압으로 침식되는 융제현상(ablation)이 일어나기 때문에 재돌입체는 초강도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고도의 야금공학기술을 요구한다. <사진 9>
조선은 2016년 3월 1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재돌입환경모의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는데, 당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이 “열보호재료들을 연구개발하고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열보호재료는 극고온에 견디는 재돌입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특수재료를 뜻한다. 화성-12형 재돌입체는 조선이 자체 기술로 만든 열보호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재돌입체는 극고온과 극고압에 견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표면도 고르게 침식되어야 한다. 만일 표면의 어느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많이 침식되면 재돌입체에서 진동이 발생하여 비행자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예정궤도에서 이탈하거나 최악의 경우 폭발할 수도 있다. 재돌입체 표면에서 융제현상이 균일하게 발생하게 만들려면, 고도의 미사일공학기술이 요구된다.
재돌입체에 발생하는 극고온과 극고압은 대기권돌입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재돌입체가 비스듬한 각도로 대기권에 돌입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극고온과 극고압이 발생하고, 90도에 가까운 고각으로 대기권에 돌입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극고온과 극고압이 발생한다. 90도에 가까운 최대고각으로 발사된 화성-12형이 2,111.5km 고도에 상승하였을 때 추진체에서 분리된 재돌입체는 90도에 가까운 최대고각으로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을 하였으므로, 약 45도 각도로 발사되어 약 1,200km 고도에 상승한 추진체에서 분리된 재돌입체가 약 45도 각도로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들보다 훨씬 더 높은 극고온과 극고압을 견뎌야 하였다. 이처럼 조선은 다른 핵강국들이 쏘아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재돌입체들보다 훨씬 더 가혹한 극한환경에서 화성-12형 재돌입체의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을 시험하였고, 그 시험에 합격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사진 10>
화성-12형 재돌입체가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시험에 합격하였다는 사실은 원격측정장치(telemetry)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한국군 정보당국의 분석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7년 5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은 발사순간부터 동해 해상의 낙탄점에 떨어지기까지 30분 11초 동안 비행하였는데, 화성-12형 재돌입체 안에 들어있는 원격측정장치가 발사순간부터 작동하기 시작하여 30분 11초 동안 지상관제소에 계속 송신하였다고 한다. 한국군 정보당국은 화성-12형 재돌입체가 지상관제소에 송신한 전파를 포착함으로써 그런 사실을 알아냈다. 다시 말해서, 화성-12형 재돌입체에 들어있는 원격측정장치는 재돌입체의 순간속도, 순간고도, 순간압력, 순간온도 같은 급변적인 지표들을 지상관제소로 계속 송신하였고, 지상관제소는 재돌입체의 비행상황을 계속 분석하면서 재돌입체가 예정궤도를 안정적으로 비행하도록 종말비행을 유도조종하였던 것이다. 화성-12형 재돌입체가 지상관제소에 30분 11초 동안 전파를 보낸 것은, 그 재돌입체가 대기권을 고극초음속으로 통과하는 극한환경에서도 녹아버리거나 파괴되지 않고, 비행궤도를 이탈하거나 폭발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낙탄하였음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로 된다. 그 확실한 증거는 조선이 재돌입체 대기권재돌입기술을 개발하지 못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려면 아직 멀었다고 떠들어댄 서방측 군사전문가들의 주장을 일거에 봉쇄해버렸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90도에 가까운 최대고각으로 발사된 화성-12형은 787km를 날아갔다고 한다. 조선은 재돌입체의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시험을 하기 위해 화성-12형을 90도에 가까운 최대고각으로 발사하였지만, 실전에서는 탄도미사일을 최대고각으로 발사하지 않고, 45도 안팎의 정상각으로 발사한다. 화성-12형을 정상각으로 발사하면,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 것일까?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추진제성능, 로켓엔진성능, 탑재중량, 그리고 추진체가 몇 단(stage)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사용된 추진제는 고성능 액체추진제이고, 화성-12형에 장착된 로켓엔진은 대출력 로켓엔진이다. 조선은 2016년 9월 19일과 2017년 3월 18일에 각각 대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9월 19일에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한 대출력 로켓엔진의 추력은 80톤포스라고 한다. 톤포스(ton-force)라는 측정단위는 추력(thrust)을 측정할 때 쓰이는데, 1톤포스는 무게가 1톤인 물체를 1m 밀어올리는 힘이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7년 3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이 2017년 3월 18일에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한 대출력 로켓엔진에서 무려 100톤포스가 넘는 엄청난 추력이 발생하였다고 하였다.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M 1단 추진체의 추력은 90.7톤포스인데, 조선은 추력이 100톤포스가 넘는 대출력 로켓엔진을 지난 3월에 개발한 것이다. 화성-12형에 바로 그 대출력 로켓엔진이 장착되었다. 화성-12형의 대출력 로켓엔진은 어떤 종류이기에 그처럼 강한 추력을 내는 것일까?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 시험발사에서 “가압체계의 기술적 특성이 완전히 확증되였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연소제 가압장치와 산화제 가압장치가 있는 로켓엔진을 장착하였다는 뜻이다. 가압장치를 통해 연소제와 산화제를 환류시켜 가스화하는 그런 로켓엔진을 전류동-단계식 연소로켓엔진(full-flow staged combustion rocket engine)이라 한다. 이 로켓엔진의 특징은 연소제와 산화제를 액체상태로 연소실에 분사하지 않고, 연소제와 산화제를 가스화하여 기체상태로 변환시킨 뒤에 연소실에 분사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연소제와 산화제를 열교환기(heat exchanger)를 통해 예연소기(pre-burner)로 보내면, 그것을 터빈으로 통과시켜 연소제농후가스(fuel-rich gas)와 산화제농후가스(oxidizer-rich gas)로 변환시킨 뒤에 연소실(combustion chamber)에 분사하는 것이다. 액체연소보다 기체연소가 훨씬 더 강한 에너지를 발생하므로, 전류동-단계식 연소로켓엔진은 다른 로켓엔진들보다 훨씬 더 강한 추력을 낸다. 화성-12형이 100톤포스 이상 강한 추력으로 솟구쳐 오른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진 11>
추력이 100톤포스가 넘는 강력한 전류동-단계식 연소로켓엔진을 장착한 화성-12형의 사거리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은 “미태평양군사령부가 둥지를 틀고 있는 하와이와 미국 알라스카를 사정권 안에 두고 있다”고 하였다. 화성-12형이 발사된 평안북도 구성을 기점으로 탄도미사일 비행거리를 계산하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 있는 미공군 전략거점인 엘먼도프-리처드슨통합기지(Joint Base Elmendorf-Richardson)까지 5,950km이고, 하와이주 호놀룰루에 있는 전쟁지휘거점 태평양사령부까지 7,420km다. 화성-12형이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사정권 안에 두고 있다는 조선의 언론보도는 그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7,500km 이상이라는 점을 말해준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5월 14일 화성-12형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지도하면서 미국은 “미본토와 태평양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오판해서도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2형이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물론이고 미국 본토에도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최고정점고도의 4배에 이른다는 계산법에 따르면, 최고정점고도가 2111.5km인 화성-12형의 사거리는 약 8,500km에 이른다. 화성-12형이 발사된 평안북도 구성을 기점으로 미국 본토 서북단 워싱턴주 브리머튼에 있는 킷샙해군기지(Naval Base Kitsap)까지 8,215km이므로, 사거리 8,500km의 화성-12형을 발사하면 미국 본토 서북단에 도달할 수 있다. <사진 12>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화성-13형을 중장거리탄도로케트라고 불렀다. 중거리탄도로케트(중거리탄도미사일)과 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대륙간탄도미사일)를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른 것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사거리 8,500km의 화성-12형을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르지 않고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이라는 포괄적인 분류명칭으로 부른 까닭은, 화성-12형이 조미핵대결의 최종단계에서 사용할 결정적인 압박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이 조미핵대결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굴복시켜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화성-12형보다 더 강력한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해야 한다. 조미핵대결의 승패를 완전히 결정지을 시점에 미국 워싱턴 DC까지 사거리를 연장한 가장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미 준비해놓은 조선은 그것을 최후의 대미압박수단으로 사용하기 전까지 최대고각발사로 비행거리를 줄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것이며, 그렇게 시험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4. 북극성-2형은 왜 오후 5시경에 발사되었을까?
조선이 북극성-2형 시험발사를 처음 진행한 2017년 2월 12일 이후 불과 석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기간에 북극성-2형을 완성하여 계렬생산과 실전배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조선의 미사일개발능력은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고도화되었으며, 조선의 전략무기개발사업은 가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북극성-2형이 처음 시험발사되었던 2017년 2월 12일, 조선은 평안북도 구성에 있는 구성전차공장 부속시설인 전차성능시험장에서 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당시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이 평안남도 북창군과 평안남도 순천시 접경지대에 있는 초평비행장에서 발사되었다고 오인하였는데, 그들은 그 비행장 이름도 북창비행장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군 합참본부는 2017년 5월 21일에도 북극성-2형이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측하였고, 자기들의 그런 추측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합참본부의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2017년 5월 21일에 진행된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는 평안남도 북창 일대가 아니라 평안남도 안주 인근에 있는 대인공호수인 연풍호 호반에서 진행되었다. 수려한 풍치를 자랑하는 연풍호 호반은 북창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이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가 진행된 곳에서 약 40km 떨어진 북창 일대를 발사지역으로 잘못 지목하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사진 13>
한국군 합참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5월 21일 조선이 북극성-2형을 발사한 시각은 오후 4시 59분경이라고 한다. 새벽에 진행되곤 하였던 이전 시험발사들과 달리, 이번에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는 오후 5시경에 진행되었다. 낮에는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망에 노출되기 쉬운데, 조선은 왜 이례적으로 오후 5시경에 시험발사를 진행하였을까?
그 날 북극성-2형을 실은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차가 출발한 곳은 평안북도 구성에 있는 구성전차공장이었으므로, 자행발사대차는 구성전차공장에서 연풍호 호반까지 약 40km를 이동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정찰위성은 그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호 승용차, 수행원들이 탑승한 여러 대의 승용차들, 경호차들, 영상촬영차 등 긴 행렬이 북극성-2형을 실은 자행발사대차와 함께 대낮에 약 50분 동안 40km 구간을 이동하였는데도 미국 정찰위성은 그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에서 “탄도탄과 리대식 자행발사대차를 비롯한 지상기재들을 실지전투환경 속에서 그 적응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였다”고 하는데, 이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부대가 대낮에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망을 따돌리며 약 40km를 이동하는 기동전능력을 점검한 것이다. 조선은 미국 정찰위성이 어느 시간대에, 어느 지역상공을 지나는지 훤히 꿰뚫고 있으므로, 그 시간대와 지역을 피하면 그들의 감시망을 얼마든지 무력화할 수 있다.
(1) 북극성-2형은 발사시각으로부터 약 57초 뒤 1단 추진체를 분리하였는데, 1단 추진체가 분리될 때 비행속도는 초속 약 947m였고, 비행고도는 약 22.2km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에서 “탄도탄의 능동구간비행시 유도 및 안정화체계, 계단분리특성, 대출력 고체발동기들의 시동 및 작업특성들의 믿음성과 정확성이 완전히 확증되였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능동구간비행이란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어 정점고도구간까지 날아간 추력비행을 뜻한다. 위의 인용문에 따르면, 북극성-2형은 능동구간비행 중에 추진체에 들어있는 유도장치로 예정궤도를 따라 유도비행을 하였던 것이다. <사진 14>
<경향신문> 2017년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의 상승비행속도가 초속 3.2km(마하 9.5)를 넘었는데, 낙하비행속도는 아직 분석하는 중이라고 하였고, 국정원은 북극성-2형의 상승비행속도가 초속 2.9km(마하 8.5)라고 발표했다가 합참본부가 발표한 속도와 너무 차이가 난다는 논란이 생기자 서둘러 초속 3.4km(마하 10)로 정정하였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보도사진 판독에 따르면, 북극성-2형의 실제상승비행속도는 초속 2.8km(마하 8.1)였다. 합참본부의 추산보다 국정원의 추산이 실제 상승비행속도에 더 가까웠는데, 국정원은 논란이 일어나자 합참본부의 추산을 따라 상승비행속도를 상향수정하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북극성-2형은 최고정점고도에 이르러 조종전투부를 추진체에서 분리시키고, 중간구간비행을 시작하였다. 위에 인용한 보도사진 판독에 따르면, 북극성-2형 조종전투부는 중간구간에서 초속 약 694m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비행하였다.
북극성-2형 조종전투부가 중간구간비행을 끝마치면, 말기구간비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은 지상의 타격목표를 향해 극초음속으로 내리꽂히는 돌진낙하비행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극성-2형은 “말기유도구간에서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원격측정자료에 의하여 재확증되였다”고 한다. 이것은 북극성-2형 조종전투부의 재돌입체가 말기구간에서 예정궤도에 따라 유도비행을 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재돌입체 안에 들어있는 원격측정장치(telemetry)가 작동하여 말기유도구간에서 재돌입체의 순간속도, 순간고도, 순간압력, 순간온도 같은 급변지표들을 지상관제소에 계속 송신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런 정황을 보면, 북극성-2형도 화성-12형처럼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탄도미사일임을 알 수 있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의 최고정점고도가 약 560km라고 밝혔고, 일본 방위성은 그 탄도미사일의 최고정점고도가 약 600km라고 밝혔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보도사진 판독에 따르면, 북극성-2형이 도달한 실제최고정점고도는 약 633.3km였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 최고정점고도가 실제고도보다 약 73km 낮은 것으로 오인한 것이다.
한국군 합참본부의 발표와 국정원의 발표를 종합하면, 최종시험발사에서 북극성-2형은 89도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500km를 날아갔음을 알 수 있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의 사거리를 처음에 3,000km로 추정하였다가 나중에 2,000km로 하향수정하였다. 이런 현상은 한국군 합참본부가 북극성-2형 사거리를 추산할 때 오락가락하였음을 보여준다. 북극성-2형의 실제사거리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북극성-2형처럼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의 2단형 탄도미사일들 가운데 북극성-2형과 크기가 비슷한 것은 이스라엘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제리코(Jericho)-2다. 북극성-2형의 길이는 약 12m이고, 제리코-2의 길이는 약 14m다. 북극성-2형의 지름과 제리코-2의 지름은 약 1.5m로 같다. 이런 사정을 인지하면, 북극성-2형의 사거리가 제리코-2보다 짧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제리코-2는 무게가 1,000kg이 되는 무거운 핵탄두를 싣고 3,500km를 날아갈 수 있으나, 북극성-2형은 그처럼 무거운 핵탄두를 싣고 3,500km를 날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북극성-2형의 탑재중량을 500kg 정도로 줄이면, 사거리가 늘어나 3,500km를 날아갈 수 있다.
무게가 500kg이 되는 핵탄두의 폭발력은 약 15킬로톤이다. 1킬로톤급 핵탄이 폭발할 때 방사되는 전자기파(electro-magnetic pulse, EMP)는 폭심으로부터 1km까지 퍼지게 되므로, 15킬로톤급 핵탄이 폭발하는 경우 전자기파는 폭심으로부터 15km까지 방사된다. 북극성-2형이 조준하고 있는 앤더슨공군기지 면적은 80㎢이므로, 무게가 500kg인 15킬로톤급 핵탄두를 탑재한 북극성-2형을 그 공군기지 상공으로 발사하여 공중폭발시키면, 인명은 살상하지 않으면서도 공군기지 전체를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다.
미국 본토 서북단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2형과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북극성-2형을 보유한 조선이 전략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마다 미국은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는 점은 존 하이튼(John E. Hyten) 미국 전략사령관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2017년 4월 4일 연방의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발언하면서 조선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미국 군부는 그 미사일이 시험용인지 실전용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국군 연락체계를 전부 가동시키고, 전략사령부 휘하 전체 역량을 동원하는 등 고도의 경계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실토한 바 있다.
조선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할 때마다 미국 전략사령관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긴급보고를 통해 백악관으로 즉각 전이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화성-12형과 북극성-2형의 눈부신 섬광을 바라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탄도미사일들이 섬광을 내뿜으며 솟구쳐오를 때마다 미국의 국가안보가 통째로 흔들리는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조미핵대결을 이른 시일 안에 끝내려는 조선의 발걸음이 더 빨라지고 있다. 이번에 1주일 간격으로 진행된 화성-12형과 북극성-2형의 연속시험발사가 조미핵대결 종식을 한 걸음 더 앞당겼다. |
|||||||||||||||||||||||||||||||||||||||||||||||
|
|
56개 인권단체들 “인권위원 독립적인 인선절차 제도화도 필요” 공동성명
|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각 기관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한 것에 인권단체들은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조속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독립성 있는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등 전국의 56개 인권단체들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의 인권위 관련 지시사항을 발표한 지난 25일 ‘인권위 권고 수용률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기대하며’란 제목으로 공동성명을 발표, 먼저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 인권정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인권단체들은 “오늘 발표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새 정부는 먼저 그동안 이행하지 않았던 인권위의 권고를 이제라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면서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곤, “이번 발표가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차별금지법은 필요치 않다는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는 것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려면 또 대표적인 동성애자 처벌조항으로 인권위가 지난 2011년 권고한 군형법 92조의 6의 폐지는 물론,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한 물대포 등 경찰 과잉진압과 무차별적 사진 채증 등에 대한 권고 역시 새 정부가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인권단체들은 “독립적인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제도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처럼 무자격 인권위원들이 인권침해나 차별 사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일이 없도록 인권위원 인선 기구와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인권위법엔 임명권자(대통령, 국회, 대법원장)만 있고 인선 절차와 기구가 없어서다. 이렇다보니 인권위원들은 임명권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정. 인권단체들은 지난해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이 권고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단일한 후보추천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다원성과 다양성, 독립성이 보장된 인권위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그러면서 “새 정부가 인권위 권고를 선별적으로 수용한다면, 그것은 인권이 실현되는 국정운영이 아니라 인권을 기만하는 국정운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충고하곤 “우리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실질적으로 집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net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문재인 정부의 인선이 발표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인선이 발표되면 찬반양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찬반양론은 보통 진영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예를 들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반대했던 사람이라면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사건의 정부 측 대리인 이인걸 공안검사가 청와대 행정관에 임명되는 걸 반대하고, 같은 이유로 김이수 헌재 재판관의 소장 지명에는 찬성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새 정부의 인사 중에 유독 찬반양론이 많은 인물이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찬반양론에는 진영논리를 초월한 무엇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얘기다.
장하성, 김상조는 한 쪽에서는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는 ‘사회주의적 과격 단체’를 이끄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외국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어느 한 사람이 이렇게 상반되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가진 이미지 중 어느 것이 진실에 부합하고 어느 것은 오해에 지나지 않을까? 법정에서는 보통 쌍방의 주장에 다툼이 없는 부분을 먼저 나열하고 다툼이 있는 부분은 증거를 통해 드러난 부분만 판단한다. 이런 형식으로 장하성, 김상조를 판단해 보고자 한다.

주장에 다툼이 없는 부분들
먼저 주장에 다툼이 없는 부분이다.
장하성, 김상조는 소액주주운동을 이끈 재벌개혁론자다.
장하성, 김상조가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라는 사실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다만, 두 사람의 학문적 접근방식은 차이가 있다. 장하성은 경영학자고 김상조는 경제학자다. 장하성은 기업의 회계, 재무 구조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재벌 구조를 파악하지만, 김상조는 금융, 금융관계법, 경제구조를 통해 재벌 구조를 파악한다.
시작은 달랐지만 재벌이라는 종착지는 같다. 장하성, 김상조 모두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재벌 집중도가 주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재벌 내에서의 ‘총수 집중도’를 강하게 비판한다.
특히, 이들은 소액주주운동이라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을 한국에 도입한 인물이다. 재벌 총수의 독점적 의사결정에 맞서는 기존의 방법은 노동조합을 통한 실력행사가 거의 유일했다. 그러나 장하성, 김상조는 사실상 사문화 되었던 상법상의 소수주주권을 발굴해 주주총회 참여, 회계보고서 열람청구나 주주대표소송 같은 방법론을 처음 사용해 재벌 총수를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성과를 냈다.
주장에 다툼이 없는 건 또 있다.
장하성, 김상조는 상아탑 학자가 아닌 현실 참여 활동가(activist)라는 점이다.
보통 대학 교수가 ‘현실 참여형’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정부의 각종 위원회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하성, 김상조는 정치인과 관료가 마련해 준 자리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를 거쳐 경제개혁연구소, 경제개혁연대, 그리고 소위 ‘장하성 펀드’ 등을 직접 만들어서 정치권과 관료에 대항하는 활동을 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교수들이 만드는 대개의 연구소처럼 학자들이 학회를 만들고 논문을 발표하는 연구소가 아니다. 회계사, 변호사, MBA 출신 미국 변호사, 시민단체 출신 박사 등 실무형 전문가들이 상근으로 근무하며 시장과 기업, 국회의 법제정 동향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연구소다.
자매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경제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그 입장이 현실화 될 수 있는 정치적 행동을 하는 ‘애드보커시 NGO’다. 특히 이들은 ‘장하성 펀드’라는 펀드를 만들고 운용자문을 함으로써 시장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장하성 펀드’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
장하성, 김상조는 우리나라의 재벌의 기업 지배구조가 매우 낙후하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경제 정의 차원의, 그러니까 낙후된 기업지배구조가 불평등을 발생시킨다는 정도에서 머물지 않는다. 나쁜 지배구조는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며 결국 시장의 비효율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장하성 펀드의 정식 명칭은 ‘라자드 한국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 이다. 단순히 시세차익을 얻는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일정부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지분을 획득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서 발생한 효율로 주식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펀드다.
라자드 측이 투자를 청산하여 장하성 펀드가 문을 닫은 현재 시점에서 장하성 펀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장하성 등 재벌들의 지배구조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 활동에 그치지 않고 이를 변화시키겠다며 시장에 직접 참여한 이들은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가라고 봐야한다.
언젠가 김상조 교수가 사석에서 하는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경영학이 학문이냐?”고 농담을 하면서 (많은 경제학자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을 무시하는 농담을 즐긴다) “나는 장하성 교수의 학문적 업적을 존경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많은 활동가, 운동가를 무수히 많이 만나본 사람이지만 내가 평생 만난 사람 중 가장 뛰어난 활동가로서 장하성 교수를 존경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김상조 교수의 ‘농담’과는 달리 장하성이 김우찬 KDI교수 등과 공동으로 쓴 『지배구조로 그 기업의 시장가치를 예견할 수 있는가, 한국의 사례로부터』라는 논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논문 톱10에 속한다. 참고로 김상조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면서 장하성, 김상조에 이은 세번째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직은 논문 공동저자인 김우찬이 맡게 되었다.
장하성 교수는 ‘장하성 펀드’의 자문 수수료를 ‘두둑’하게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장하성 교수가 받은 자문 수수료는 장하성 재단(공식명칭은 2020 재단이다)에 전액 기부되어 지역공동체, 시민사회운동, 아시아연대 활동에 사용되고 있다. 장하성 펀드는 문을 닫았지만 장하성 재단은 지난해에도 약 7,000만원을 기부했다.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등에 각각 1,500만원을 지원하는 식이었다. 최근 들어 청년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적 관심을 넘어 청년단체를 지원하는 활동을 해 온 장하성이 김상조의 말처럼 활동가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논쟁에 속하는 지점들
이제부터는 주장의 다툼이 있는 부분, 그러니까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을 다루고자 한다.
첫째, 외국금융자본의 앞잡이 설.
진보진영에서 나오는 비판 중에서 가장 날카로운 것은 장하성, 김상조가 ‘외국 금융자본의 앞잡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SK그룹-소버린 사태, 그리고 ‘장하성 펀드’가 외국 자본인 라자드라는 사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외환은행과 론스타사태 때문이다.
2003년 다국적 자본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주)의 지분 14.99%를 취득한 일이 있다. 외국인이 적대적 M&A를 통해 한국 대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최초로 현실화된 사건이다. 그런데 당시 (장하성 등이 이끌었던) 참여연대는 분식회계 등 SK그룹의 지배구조가 가진 여러 문제점에 대해 주총 에 참석해 주장을 펴거나, 각종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는 ‘소액주주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소버린자산운용은 이 과정에서 폭락한 SK(주) 지분을 매입하고 최태원 회장의 퇴진과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계열사와의 부당 거래 근절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요구했다. 소버린의 요구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를 이끌고 있었던 장하성, 김상조의 주장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장하성은 소버린이 1조 5,000억원이라는 분식회계를 한 경영진에게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한다. 소버린이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하기 시작한 지 2주만에 최대주주로 부상하게 된 것은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소버린의 매집으로 주식가격이 반등하자 SK의 채권단 은행들도 주식을 매도했다.)
다시 말하면 소버린은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SK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에 2년 4개월 동안 455%라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얻었다는 것이다. 만약 투기와 투자의 차이를 단기적 시세차익 여부로 평가한다면 소버린은 2년 4개월 동안 한 주도 매매하지 않았으니, 몇 달 이상 보유하지 않는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 투자자에 비해서도 단기 투자자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장하성은 소버린의 행위가 ‘먹튀’는 맞지만 국부유출은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SK의 시가총액은 소버린이 보유하는 동안에 5조 원이 증가했다.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으로 5조원의 ‘국부’가 국내에서 창출되었고 이는 소버린이 가져간 8,00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상조는 소버린의 행태에 대해 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다.
당시 참여연대의 행동에 대해 비판이 있으면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기업지배구조의 불완전함을 먼저 해결하지 못하면 외국자본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소버린이 SK(주) 주식 매입 당시 시가총액(약 2조원)은 SK(주)가 보유한 SK텔레콤의 지분 20%에 해당하는 가치(약 3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즉, SK(주)가 들고 있었던 SK텔레콤 주식이 ‘무수익자산’을 넘어 ‘무가치자산’이 되는 터무니없는 현실을 해결하지 않고는 외국자본의 공격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의미다.
장하성 펀드는 해외 투기자본의 다른 이름이다?
이제 장하성 펀드의 ‘출신성분’에 대한 논란을 생각해보자.
왜 장하성 펀드는 라자드 자본으로 이뤄졌을까?
일명 장하성 펀드의 정식 명칭은 앞서 말한 것처럼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다. 장하성 교수와 그가 이끄는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이 펀드의 투자 자문을 역할을 맡아 약 6년간 지속되었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펀드의 실체가 국내자본이 아니라 적대적 M&A 투자 경력이 있는 라자드 자본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당혹스럽다.
당연히 장하성은 해외 자본만을 상대로 장하성 펀드에 들어와 줄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자금도 펀드에 참여했다. 그러나 역시 해외자금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다. 이는 장하성 펀드에 국내투자자들이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단기 투자차익을 노리는 해외 펀드 위주로 투자를 받고자 해서 생긴 일은 아니다. 실제로 장하성 펀드에 참여한 외국 투자기관을 보면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이나 버지니아대학, 조지타운대학 재단 등 단기 차익을 노리는 성질의 자본이 아니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론스타의 매각과정에서 김상조가 내놓은 주장을 보자.
김상조는 론스타의 ‘몰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그 연장선에서 하나은행이 론스타 지분을 인수해 외환은행을 합병하는 걸 사실상 찬성했다. 그러나 동시에 김상조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취득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밝히고자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이다.
그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경영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에 해당된다는 주장을 담은 질의서를 금감위에 보냈고, 외환은행의 주총에 참여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법원에 여러건의 정보공개 소송을 낸 것도 그다.
김상조가 론스타 주식 ‘몰수’를 주장하지 않은 것은 몰수라는 방법론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고 결론이 지어지고 그래서 외환은행의 대주주자격이 박탈된다 하더라도 주식취득을 무효화하는 방법보다는 과징금, 벌금 등의 범죄수익 몰수의 방식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전반적으로 김상조는 론스타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보다 론스타를 승인한 감독당국을 비판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했다. 이는 론스타 류의 문제가 한국에서 재발하는 것을 막고 투기자본의 폐해를 막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그의 설명이었다.
소액주주운동은 신자유주의적 발상인가?
장하성, 김상조의 소액주주운동이 주주자본주의 운동이며 이는 ‘신자유주의의 트로이의 목마’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나 이를 넘어서는 진보적인 사회로의 전환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장하성, 김상조가 주주자본주의 첨병이라는 부분에서 두 사람의 대응에는 차이점이 있다.
장하성은 주주자본주의 비판이라는 논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재벌 총수가 사실상 모든 인사권을 가진 현 상황에서 과도한 인센티브와 단기 성과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주주자본주의가 가진 문제점으로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즉 단기 성과주의는 주주자본주의가 가진 본질적인 속성이 아니라, 주식시장 제도와 기업 경영의 ‘형태’ 때문이고, 나아가 한국에서 주주들의 압력 때문에 회사가 근시안적인 경영을 했다는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주주가 아니면 회사의 채권자가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문제점이 더 많다는 것이다.
김상조는 다소 조심스럽다. 주주자본주의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어느 편을 들기보다는 주주자본주의로 해석되는 일련의 행동들은 다만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자신은 이상적인 경제모델을 설계하는 상아탑 학자가 아니라 ‘경로의존성’과 ‘제도적 상호의존성’을 고려하는 현실 참여적 활동가로서 보다 현실 개입능력이 있는 방법론을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상조는 주주행동주의의 이론적 기반이 주주자본주의에 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주행동주의의 가치를 이념적 이유에서 거부하면 진보의 주요한 수단을 버리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舊)자유주의의 기본인 소유권의 개념조차 미천한 한국 현실에서는 소수주주권이라는 수단을 통해 구자유주의적 개혁과제를 실현하는 것은 충분히 개혁적이라고 설파한다.
물론 이런 운동이 단계적(특히, 80년대식 사구체 논쟁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운동이며 자본의 수단을 이용한 자본주의체제 내의 운동이라는 비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렇다면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상대로 임단협을 진행하는 것도 고용의 주체로서 자본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체제내의 운동이라는 비판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불필요한 이념논쟁으로 실천의 여지를 축소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결국 김상조는 주주 자본주의, 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같은 30년 뒤에 도달될 최종 목표를 설정해 놓고 운동하는 사상가나 이념가는 아니다. 단지 30년의 과도기 동안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위험요소들을 관리하는 것을 자신의 책무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과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장하성, 김상조가 소액주주운동을 도입한 이유는 시장을 감시하는 장기투자자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소액주주는 기업을 개선하기보다는 주식을 팔고 나가는 것이 더 간편하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공적연금이나 대학기금 등이 적극적 감시자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 장기투자자가 존재하지 않기에 이들은 시민단체를 통해서, 또는 직접적 시장참여자로서 재벌을 감시했다.
장하성, 김상조의 역할은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사상가나 이념가라기보다는 현실 참여적인 활동가 성격을 띠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송곳도 필요하고 망치도 필요하다. 굳건한 장벽을 망치로 쳐서 넘어뜨리는 사람도 물론 필요하지만 송곳을 정확한 곳에 찔러 넣어 효율적으로 현실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이들이 주도했던 경제개혁연대의 창립선언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구체적 성공 경험을 축적하여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결코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이러한 역할에 천착한 사람이 바로 장하성, 김상조다. 거대 담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현실 개입 능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실무적인 운동방법이 장하성, 김상조의 운동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거래위원장 같은 재벌을 감시하는 실무 집행부서의 장으로서의 김상조와 실질적인 액션플랜을 마련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의 장하성은 그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
장하성, 김상조를 경제사상이라는 큰 틀에 넣는다면 케인스주의자라고 평가될 수 있겠다.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장하성, 김상조는 국가 개입의 현실적 수단인 관료를 신뢰하지 않는다. 관료를 단순히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영혼 없는 집단’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관료 특유의 조직논리로 무장되어 있고 재계의 이해관계와 유착된 ‘모피아’라는 게 이들의 인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관료를 비판하던 사람도 장관이 되거나, 혹은 대통령이 되어도, 관료의 영향에 휘둘렸던 사례는 무수히 많다. 관료들이 가진 정보와 논리를 뛰어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관료가 가진 정보와 논리를 디테일에서도 뛰어넘을 수 있는 현실 참여형 전문가가 조직의 수장이 되면 어떨까?
“모피아에게 정책적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고 모피아를 개혁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국정철학과 컨트롤 타워를 확립하는 것이 성공적 개혁의 필요조건”이라는 김상조의 말을 ‘이제 공무원이 된’ 그들이 성공적으로 실천할 수 있기를 빈다.
▲ 문재인(오른쪽에서 세 번째) 대통령이 지난 16일 미국 대표단으로 한국을 찾은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미군 차량 부주의로 여중생 2명 사망’
‘미선이·효순이 사건’으로 알려진 중학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2002년 6월13일은 전국동시 지방선거일이었다. 앞서 5월31일 한일 월드컵 개막 후 우리나라 월드컵 축구 대표팀과 포르투갈 팀의 조별 예선 경기를 하루 앞둔 날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미군 장갑차가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마을 도로를 주행하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 2명을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날이었다. 그리고 이 죽음은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오마이뉴스 등에서 사고 당일 이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지만 대부분의 일간지는 다음날 관련 기사를 단신으로 처리했다. 조선일보는 이마저도 보도하지 않았다.
당시 기자들에 따르면 이날은 지방선거일이어서 사건 기자들도 아침부터 선거 관련 취재로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갈 무렵 의정부경찰서로 한 장의 팩스가 들어왔다. ‘미군 장갑차에 치여 여중생 2명 즉사.’ 그때 기자들의 입에서는 “하필 오늘같이 바쁜 날…”이라는 푸념이 나왔다.
다음 날 신문에는 ‘미군차량 치여 여중생 2명 사망’(한겨레), ‘미군 차량에 치여 여중생 2명 사망’(경향신문), ‘미군 궤도차 덮쳐 여중생 둘 사망’(중앙일보) ‘미군차에 치여 여중생 둘 사망’(동아일보) 등 경찰발 기사가 지면 구석에 짤막하게 실렸다.
![]() |
| 지난 2002년 7월3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49재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효순·미선양 영정을 앞세우고 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언련은 “6월20일에는 미국의 일방적인 자체 조사결과가 한미 합동으로 발표됐지만 이에 대해서는 한겨레만 21일자 사회 2면 2단으로 단순 보도했을 뿐 그 방식과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지 못한 한계를 남겼다”며 “미군 측이 최소한의 사과도 하지 않고 사고 차량 운전병은 아무런 처벌 없이 군내 생활을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추이가 계속됐지만 이에 대해 언론은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건 초기 조선일보의 침묵은 은폐 수준에 가까웠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6월20일이 돼서야 미군 추모행사를 첫 보도한 조선일보는 7월부터 미군 측의 입장을 중점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고심 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중학생 사망 사건 관련해 쓴 사설의 첫 시작은 “내년은 한·미 군사동맹 50주년이 되는 해다”였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한·미 동맹관계는 이제 그 연륜에 걸맞은 성숙함을 갖출 때가 됐으며, 건강한 동맹을 유지하는 핵심적 요소 중 하나가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라며 “이 사건이 일종의 ‘운동 확산’의 모양새로 가게 하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같은 경향은 피해자 가족들이나 한·미 양국 국민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그동안 이 사건 보도에 소홀했던 이유를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결국 조선일보는 사고 발발 직후 미군 측의 무책임한 태도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문제로 국민의 억울한 죽음이 규명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 국민을 위로하기보다 한·미 관계 악화를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언론의 무관심 속 미군 장갑차에 중학생 2명이 스러졌다
반면 한겨레는 6월20일 ‘미군훈련과 두 소녀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찌감치 불평등한 SOFA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겨레는 “미군 주둔과 군사훈련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 해도, 이런 어이없는 안전사고를 ‘공무 중 다반사’로 처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8군이 소녀들의 죽음에 조의를 표시하고 위로 모금을 하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것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을 좀 더 평등하게 개정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또 미군이 설치한 고압선에 감전돼 팔다리를 자른 채 1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하다 장갑차 사건 사흘 전 세상을 떠난 전동록씨 사례를 들며 “그 사건에 대해서도 미군당국은 ‘과실치사’라며 단돈 60만 원의 위로금을 전달했을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빈발하는 안전사고를 줄이는 길은 사고에 대한 투명한 조사와 엄격한 처벌”이라며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준 사건의 조사에 우리의 사법당국이 참여해야 함은 당연하다”고 주문했다.
![]() |
미군이 사고 발생 후 유족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채 서둘러 현장조사를 벌인 후 “사고 차량 차장이 30m 앞에서 여중생을 발견하고 무선으로 두 차례 운전병에게 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소음으로 듣지 못했다”는 발표도 결국 허위로 밝혀졌다. 미군은 “훈련을 주민들에게 미리 통보했다”고 거짓말했다가 주민의 항의를 받고서야 “다음부터 꼭 알리겠다”며 번복하기도 했다.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실제 장갑차량 운전병은 미군 조사에서 사고 당시 다른 곳과 교신해 선임 탑승자의 경고를 듣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7월2일 운전병 워커 마크 병장은 “사고 당시 중대장, 지휘부와 무전교신을 하고 있었다”며 “선임 탑승자가 ‘정지’라고 고함지르는 것을 들었을 때 차량 오른쪽 바로 앞에 빨간 셔츠를 입은 소녀를 보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후 11월 한국 검찰은 운전병과 관제병이 통신장비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장갑차량을 운행하는 등 명백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사용한 장비를 조사한 결과 통신장비에 여러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관련자 진술과 장비 상태 등을 놓고 볼 때 이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장갑차를 출발시키고 운행을 계속해 사고를 초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 군사법원 배심원단은 운전병과 관제병 모두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미군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사고 초기 일부 언론이 지적했듯 미군이 ‘과실치사’를 입증하고 유족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표하는 방법은 공정하고 철저한 재조사였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원만한 처리’와 한미동맹 강화를 내세우며 되레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과격성을 우려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검찰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고의성이 없는 과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단했다.
![]() |
| 지난 2005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고 신효순 심미선 3주기촛불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민중의소리
|
동아일보는 “고의로 사람을 죽인 살인과 교통사고 등에 의한 과실치사는 법률적으로도 엄연히 구분된다”며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번 사고는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여학생 강간 사건이나 주한미군 영안실에서 독극물을 한강에 방류한 범죄와는 달리 고의성이 없는 과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아일보는 “일부 시위대가 미군기지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미군 병사 9명이 다쳤다”고 하면서도 미군의 공개 사과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취재 기자가 폭행당한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유족들 위로 △충분한 보상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노력을 ‘원만한 처리’라고 하면서도 SOFA 규정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았다.
그러던 동아일보는 11월20일 미군 군사법원 배심원단이 미군 장갑차 관제병에게 무죄 평결을 내리자 그제야 ‘이래서 SOFA 개정하자는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는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자는 격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건의 경우 한국 검찰은 미군 측에 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그 결과 전원 미군 장병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놓았고 그것이 한국민의 정서를 자극한 것”이라며 “이번 불행한 사고가 SOFA 개정 등 한미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지금껏 SOFA 개정을 요구해 온 시민단체엔 ‘지나친 반응은 잘못’이라는 훈계도 빼놓지 않았다. 동아일보 식 ‘원만한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은 정부·여당의 책임도 큰데도 이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목소리로 평결에 유감을 표명했다는 정치권과 법무부가 국민의 질타를 함께 받고 있는데도 동아일보는 모른 체했다.
의문사를 ‘교통사고’로 치부한 언론, 미군을 변호했다
무력한 한국 정부를 대신해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집회를 열고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행위’라며 재판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 경찰은 미군 2사단 앞으로 몰리는 시민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경찰에 둘러싸여 집단으로 구타당한 시민은 호흡곤란 상태에서 사진기자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에 실려 갔다. 병원과 집회 현장 사이를 구급차가 7차례나 다녀갔으며, 이미 쓰러진 여학생을 발로 짓밟고 방패로 머리를 내리찍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분을 못 이겨 실신한 대학생도 있었겠는가.”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을 묘사한 한겨레 사설 중 일부다. 한겨레는 11월24일 사설에서도 시위대의 분노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도 겨누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이번 평결 결과를 두고 ‘재판을 투명하게 진행하려는 미군 당국의 노력을 평가하며, 이와 같은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외교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냐”며 “정부는 언제까지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인가. 국민의 뜻을 알았다면 바로 소파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소파 재협상의 뜻을 밝힌 각 당도 빈말에 머물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기간 미군 장갑차 사건 관련 한겨레의 보도량도 급증했다. 지난 2003년 발표된 ‘미군장갑차사건의 담론분석 :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기사 비교’(정선희) 석사학위 논문을 보면 한겨레는 6월에 9건, 7월 43건 8월 25건, 9월 9건, 10월에 6건을 보도했다. 이후 11월18일 가해자인 미군에 대한 재판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보도량은 11월은 53건, 12월엔 134건으로 늘었다.
한겨레가 이 사건에서 주로 사용한 ‘프레임’(frame·틀 짓기)은 한미 간 불평등 관계를 강조하고 SOFA 개정을 주장하는 ‘패권국·SOFA 개정’과 촛불시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미확산’ 프레임이었다. 반면 조선일보는 한미 동맹의 틀 안에서의 SOFA 절차 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동반자·법률체계’와 ‘반미저지’ 프레임 비중이 컸다.
특히 한겨레는 미군 장갑차 사건에서 미국을 패권국의 오만한 이미지로 부각하고 책임자의 처벌과 SOFA 개정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패권국·SOFA 개정’ 프레임이 67.9%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 사건 초기부터 자리 잡은 ‘패권국·SOFA 개정’ 프레임은 ‘반미확산’ 프레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이는 11월 ‘미군 무죄’ 보도 이후 촛불집회가 미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처음 이 사건 관련 시위가 이미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거부감과 SOFA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시민단체 위주의 행동이었다면, 11월 이후의 촛불시위는 그동안 미국에 대한 큰 반감이 없었던 일반 시민이나 대학생·청소년층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 |
| 지난 2015년 6월13일 미선효순추모비건립위원회 등 10여개 단체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고(故) 신효순·심미선 양의 13주기 추모제를 열기위해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사고 현장까지 영정을 들고 가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이런 흐름에 조선일보는 국가 안보나 경제 상황, 동맹 관계 유지를 위해 반미 정서를 억제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맞섰다. ‘[반미·북핵] 외국인 투자심리 움찔… 증시에 부정적’(12월14일), ‘“한국상품 불매·미 자본철수 등 악영향” 재계, 반미운동 자제 호소…경제5단체 성명’(12월17일), ‘[사설] 경제5단체의 반미 걱정’(12월18일) 등 반미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의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게다가 12월11일 ‘어린이에게 혈서 쓰게 하는 분위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한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미군 장갑차 사망 사건 재판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며 혈서를 썼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반미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강하게 경계했다.
조사결과 학교나 주변에서 이 어린이들에게 ‘혈서’를 부추긴 사람들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12월18일자 칼럼에서도 “어린이에게 시위 현장이나 유세장의 경험이 나중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 아이가 자라면서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갖는 데 그런 경험이 장애가 되지는 않을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라며 그때 시국에서 어린이들조차 느꼈던 미국에 대한 분노를 ‘위험한 정치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평화로운 촛불집회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미선이 효순이를 위한 촛불 추모제’를 바라보는 보수 언론의 시각이 당시 얼마나 우려스러웠는지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지금은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심지어 유모차까지 끌고 나오는 게 촛불 문화제의 상징적인 모습이 됐지만, 광화문을 둘러싸고 있는 보수언론에게 촛불의 번짐은 ‘위기감’을 주는 일이었다.
보수언론은 꽃도 채 피워보지 못한 만 14살 중학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은 사건을 ‘교통사고’ 수준으로 깎아내리고 진상을 호도했다. 주한미군, 나아가 미국과의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진실을 밝혀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하기보다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반미 감정의 확산을 막는 프레임으로 진실을 가렸다.
다음은 지난 2015년 신경림 시인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심미선양 13주기 추모제에서 낭송한 추모시 ‘다시 그날은 오는데’ 중 일부다.
‘산과 들을 말리고 나무와 곡식을 태우면서
또 유월이 왔구나.
효순이 미선이 너 귀여운 우리의 딸들을
우리가 이 땅에 되살려야 할 유월이 왔구나.
이제 거꾸로 너희가 별이 되어
우리 갈 길을 가리켜주는 유월이 왔구나.
우리의 꿈을 지켜주고
쓰러지려는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다시 그날이 왔구나.’
|
|
승인 2017.05.27 23:26:37
|
|
|
||||||||||||||||||||||||||||||||||||||||||||||||||||||||||||||||||||||||||||||||||||||||||||||||||||||||||||||||||||||||||||||||||||||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