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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정책합의회의 시민패널보고서

시민패널 보고서
[ 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시민합의회의 ]

 

서문

원자력 발전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둘러 싼 국민적 관심과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 어느 때보다도 첨예한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시민패널 모두는 보통 국민의 의사를 대표한다는 무한한 자부심과 부담감을 동시에 안고 이번 합의회의에 임하였다.

 

원자력발전과 전력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두 번의 예비모임 및 3박 4일의 본회의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와 스스로의 학습 및 토론을 거쳐 만들어진 이 보고서가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원자력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연령과 성, 직업, 거주 지역 등이 서로 다른 평범한 우리 16명의 시민들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문제에 대해서 토론하고 합의한다는 것은, 충분하고 균형 잡힌 정보가 주어졌을 경우 일반 국민들이 도달하는 상식적인 결론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입장의 정보들을 접하고 민주적으로 토론한 결과 친환경성, 공급안정성, 사회적 수용성 등의 기준을 도출하였고 이에 입각하여 그동안의 우리나라 전력정책을 평가하였으며, 진지하고 치열한 토론과 표결의 산고 끝에 원자력발전소의 신규건설 중지와 중장기적인 대안 마련이라는 최종 결론에 합의하였다.1)

 

현실적으로 원자력발전을 대신할 수 있는 단기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원전의 가동을 무조건 중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동안 이루어진 원자력에 대한 투자 이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이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고, 향후의 전력정책 수립에 있어서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을 따르며, 전력소비를 낮추기 위한 철저한 수요관리를 추진하고, 원자력규제기구의 실질적 독립성을 확보하며, 발전소의 지역적 분산화 및 전력원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대국민 에너지 교육의 확대 및 시민의식의 제고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시민패널 모두는 뜻 깊은 이번 합의회의의 주최기관인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와 후원기관인 한국과학문화재단, 한겨레신문사, 프레시안, 국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에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이번 합의회의의 조정위원, 전문가패널, 프로젝트 책임자인 김환석 교수, 헌신적으로 회의진행을 도와준 김병수 간사를 비롯한 여러 실무자분들, 특히 관심을 갖고 방청객으로 참여해 주신 시민들과 언론인들께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2004년 10월 11일 시민패널 일동




I 전력정책을 판단하기 위한 가치기준은 무엇인가?

 

전력과 에너지는 우리의 신체가 필수적으로 공급 받아야 할 영양소처럼 국가경제나 국민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전력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의 삶의 질과 복지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국가의 전력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계획하고 추진해야 하며 그 목표와 지향점은 분명한 가치관을 담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전력정책의 지향점을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보았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발전은,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의 유명한 보고서인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제시된 “미래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정의를 기본적으로 따른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에서 전력정책의 평가를 위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로는 친환경성과 평화라는 범인류적인 가치와 공급안정성이라는 경제적 가치, 그리고 사회적 수용성과 형평성 및 신뢰라는 가치가 포함될 수 있다.

 

첫째, 친환경성과 평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친환경성이란,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환경을 보전하고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며,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또 석유를 둘러싼 국제적 분쟁과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둘러싼 갈등 사례들은, 평화 역시 중요한 가치기준임을 일깨워준다.

 

둘째, 친환경성과 평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공급안정성의 확보이다.

 

공급안정성은 에너지의 수요량이나 질이 변화했을 때 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으로, 경제 발전의 초석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공급안정성이 중요하다고 하여, 이것이 전력정책의 방향을 공급 중심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공급 위주의 정책은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막는다는 점에서 많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셋째, 형평성과 사회적 수용성, 그리고 이 둘을 바탕으로 한 신뢰 역시 중요한 가치라 할 수 있다.

 

형평성은, 전력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가 사회구성원 누구에게나 그들의 기본적인 삶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배분되어야 하며, 편익과 비용이 고르게 분배되어 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그들의 동의 없이 타인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형평성이 깨질 때 가난한 사람들이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게 되는 등 부작용이 일어나며 각종 사회 갈등이 유발된다. 한편,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에 따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결과 얻어진 사회적 합의, 즉 사회적 수용성 역시 전력정책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가치기준이다. 결국 이와 같은 형평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보장될 때에야 비로소 국민들은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II 그 동안의 전력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1. 전력산업의 현황

 

지난 30년간 우리 전력산업은, 발전설비를 기준으로 하면 약 160배, 전력수요를 기준으로 100배 가까이 성장하였다. 이 결과 2004년 현재 우리나라 발전설비 용량은 5,900만kw로 그 규모가 세계 12위에 달하며, 전기 공급율 99.99%, 전압유지율 및 주파수유지율 99.99%에 달하는 등 전기 품질 또한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다.

 

70년대에 우리나라의 전력원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르렀으나 두 차례에 걸친 석유위기를 거치며 ‘탈석유 전원정책’을 추진한 결과, 2003년 현재 전력원에서 원자력과 유연탄의 비중이 각각 30%에 이르고 석유의 전력원 비중은 8.3%로 감소하였다. 그리고 발전량의 비중은 원자력이 41.5%에 달해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상당부분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같이 지난 30년간 전력산업의 발전과 변화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초석이 되었으며, 국민들이 싼값에 양질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전력정책에 대한 패널 의견

 

우리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력정책이 경제성장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첫째, 원자력과 유연탄 발전의 확대를 통해 실제 수요에 비해 설비용량이 과도하게 증설되었고 그로 인해 공급위주의 전력정책이 초래되었다. 이 때문에 수요를 제한하려고 하는 노력이 실질적으로 ‘총량을 규제’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둘째, 발전 설비가 특정한 지역에 집중됨으로써 생산지와 소비지의 이원화 즉 부담과 혜택이 이분화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셋째, 전력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부주도하에 결정된 측면이 있다. 특히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선정의 강행과 주민과 약속을 저버린 울진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설과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 주민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은 정부의 정책 결정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의 전력정책 특히 원자력중심의 전력정책에 대해 신뢰를 상실하게 했다.

 

넷째, 기후변화협약, 화석연료의 고갈 등에 대비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노력을 소홀히 하였다. 특정 전력원 즉 원자력에 대한 연구와 기술개발에 투자가 전폭적으로 이루어진 반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약하여 연구와 기술개발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님비현상’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님비현상은 공공의 편익은 누리면서 이를 위해 자신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한다는 부정적 뜻이 내포된 개념이고, 이것이 현재 우리사회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동안 ‘이견과 갈등’이 있다는 사실 조차 부정당하는, 통제되고 획일화되었던 역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가 아직 ‘이견과 갈등’을 치유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 또한 ‘일방성’을 벗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님비현상에 대해 접근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으며, 이에 공감하였다.


III 원전에 대한 의존을 감소시킬 중장기적 대안은 있는가?

 

단기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 대안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모두 합의하였으며, 철저한 전력수요관리 및 시스템 정비, 발전소의 지역적 분산화 및 전력원의 다양화 같은 대안들이 제시되었다.

1. 철저한 수요관리와 시스템 정비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에너지원의 공급이 무한하게 이뤄질 수 없는 이상 안정적 전력공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최대부하 관리 위주의 수요관리정책보다는 다음과 같이 총체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전력 과소비를 줄여나가야 한다.

첫째, 가장 적극적으로 수요를 관리할 수 있는 ‘전력 소비 총량제’2)의 도입이 필요하다. 총량제 도입의 적용 단위로는 가구별, 지역별, 기업별, 건물별 등의 다양한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전력 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고효율 동력기기, 절전형 사무가전기기, 축전지 등의 전기기기 및 주변 장치기술을 개발하고 보급을 확대한다.

 

셋째, 설비나 기기의 사용에너지를 전력에서 다른 에너지로 대체하는 연료대체 방법과 에너지 순환횟수를 감소시켜 1차 에너지원을 그대로 사용하여 효율을 높이는 방법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여름철에 전기 냉방기구(1차 에너지→전기→냉방) 대신 가스 냉방기구(1차 에너지→냉방)의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넷째, 기존의 전력요금 체제를 수요 억제 방향으로 개편하는 방법이다. 미리 전력요금을 지불함으로써 자발적 소비 억제를 촉진하는 전력요금 선불제도3) 도입, 전력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킨 심야전력 요금할인제 재검토 등의 전력요금 제도 개선을 통한 수요 억제 방안이 있다.

 

2. 지역적 분산화 및 전력원의 다양화

 

현재까지의 발전소 건설 정책은 대규모화 및 집중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 따른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의 반발, 천재지변 등의 예기치 못한 문제 발생시 신속한 대처 능력 결여, 송전선 길이 연장으로 전력 손실 증가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므로 기저부하를 제외한, 첨두부하를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소규모이며 지역적으로 분산된 열병합 발전소 등의 건설 지원 정책이 필요하며 다음과 같이 전력원의 다양화도 함께 이뤄져야한다.

 

첫째,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소수력, 연료전지, 수소, 메탄하이드레이드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이용할 수 있는 전력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는 전력 부분에서 소수점 이하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원자력에 비해서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회적 투자가 아직 미진하기 때문이다.4)

지만 덴마크, 독일 등의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가 눈에 띄는 증가추세에 있으며, 이는 경제성뿐만 아니라 친환경성,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한 정부의 적극적 정책 지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목표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투자와 실행이 미미한 소극적인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또한,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발전차액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하여 시장진입장벽을 완화시켜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그동안 다른 부문으로 대부분 활용되었던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확대해야 한다.5)

 

둘째, 천연가스는 아직까지는 수요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연료공급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소규모로 발전소 건설이 가능한 전력원이므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천연 가스는 원자력보다 연료비용은 크지만, 초기건설 비용이 저렴하고 공사기간이 짧아 첨두부하와 같은 전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력원의 다양화에 관련하여 두 명의 소수 의견이 제시되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반대로 인하여 중장기적으로 전력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 극동러시아에서 여분의 전력을 북한을 통해 한국에 공급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을 통로로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기술적으로 어려움은 있겠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다.


IV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을 지속할 것인가?

 

시민패널들이 검토한 원자력 발전에 대한 큰 논점은

① 정부의 제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거한 원자력 발전소 추가건설 ② 정부의 제2차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축소. 단 수요의 필요에 따라 국민의 동의를 얻어 제한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 허용
③ 원자력 발전소 신규건설 중지6)

이었고 ③번 안에 합의하였다.

 

먼저 시민패널은 예비모임에서 정한 질문들에 따라 본회의에서 제공받은 정보들을 가지고 스스로 공부하고 토론하여 쟁점들을 설정하였다.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위의 세 가지 안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16명의 시민패널 중 12명이 ③번, 4명이 ②번을 선택하였다.

 

원자력 발전이 공급하고 있는 발전용량을 다른 전력원으로 대신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지금의 시점에 한정하여 본다면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시민패널 사이에서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을 이어나가는 한 원자력 발전을 대신할 만한 대안은 찾기 힘들 것이다. 당장 지금 시점에서 현실성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대안적인 에너지원이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투자와 기술 개발에 대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의 합의안은 신규 발전소 건설을 제한함으로써 우리가 나아가야 할 정책적 방향과 생활 방식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지속 가능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적극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합의안은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하여 현재 예측되고 있는 전력 수요의 증가량을 공급하자는 의견은 아니다. 공급의 증가는 수요의 증가를 동시에 불러왔다. 공급위주 전력 정책은 전력 의존적인 산업발달을 촉진하여 왔고 소비자들도 스위치만 올리면 전기를 제약 없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여기게 되었다. 한정된 자원을 사용하는 에너지 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소수의견으로,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완전히 중지한다면 향후 예상되는 전력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기 힘들 것이고 이에 따른 고비용과 혼란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수요의 필요에 따라 국민적 동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추가 건설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앞으로 수명이 다되어 폐쇄된 원자력 발전소만큼 추가 건설을 하여 현재 원자력 발전용량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V 전력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위한 제언

 

이번 합의회의를 통해서 우리는 전력정책 결정에 있어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가치기준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성과 공급안정성 및 사회적 수용성을 꼽았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전력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정부와 전력 산업계 및 일반 국민에게 제언한다.

 

첫째, 원전과 유연탄 발전에 편향된 정책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상업적 이용에도 선진국 수준의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을 하여야 한다.

 

둘째, 전력정책의 결정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시민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력정책 결정에 관한 국가 주요 위원회의 구성원을 다양화하고 국민의 다각적인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이는 전력문제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셋째, 전력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공급위주의 정책이 아닌 철저한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을 실행하여야 한다. 선불요금제 등과 같이 수요 억제를 촉진하는 전력요금제도와 더불어 에너지 절감과 효율화를 위한 방안들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넷째, 원자력의 개발과 진흥을 담당하는 기구와 규제 및 감시를 담당하는 기구 사이에 확실한 독립성을 구축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자력 규제기구는 전문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그 구성원을 선정하고, 일반 시민의 대표들을 포함시키며 재정 및 인사의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

 

다섯째, 지역에 적합한 중ㆍ소규모의 열병합 발전 등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한 에너지원을 개발ㆍ지원하여 전력공급의 지역적 분산화와 전력원의 다원화를 추구하여야 한다. 일부 지역에 편중된 전력의 대량 생산 공급을 지양하고 지역적 특색에 맞는 열병합 발전, 소수력 발전 등 전력 수급을 다양화하여야 한다.

 

여섯째, 전력 생산과 소비의 이원화로 인한 지역간 갈등의 해소를 위한 방안을 적극 강구하여야 한다. 예컨대 영국 및 일부 선진 국가에서는 전력의 소비지역에서 생산지역 및 공급유통 지역의 발전비용을 일부 부담함으로써 지역적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일곱째, 에너지 절감 및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은 일회성 홍보가 아니라 생활과 밀착된 지속적인 교육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학교에서의 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의 국민 참여를 독려하고 각 지역별로 에너지 체험교육관 등을 한 곳 이상 설치하여 이를 통해 대안적 삶을 접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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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체 시민 패널 16명의 3/4인 12명이상이 동의할 경우 ‘합의’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결정하였음.
2) 전력수요의 목표를 설정하고 전력소비총량이 설정된 목표 이하가 되도록 관리하는 제도
3) 영국과 중국의 일부에서 이미 시행중인 제도로서 전력소비 잔여량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전력소비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4) 2003년도 12월에 산자부가 발표한 ‘2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 보급계획’에 의하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 투자는 미국의 2%, 일본의 3.5%에 불과한 수준이다.
5) 산자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도 전력산업기반조성기금 총지출 935,050백만원 중 전력수요관리 99,532백만원(10.6%), 발전소주변지역지원사업 189,000백만원(20.2%), 타에너지지원사업 271,939백만원(29.1%)이다. 이중 신재생에너지발전지원금은 타에너지지원사업 지출 중에서 5,352백만원으로 총기금 중 0.6%를 차지하고 있다.
6) 신고리 1, 2호기에 대해서는 시민패널이 논의하기에 자료와 시간이 부족하여 논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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