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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치우다

연맹 사무실에 있던 내 짐을 모두 노끈으로 묶어서 차에 싣고 왔다. 2년 동안 모아두었던 자료들 중에서 버릴 것은 지난 주에 충분히 버렸지만, 각종 보고서며 자료뭉치들이 트렁크에 실리자 차가 묵직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어떤 이들은 평상시에 얼마나 정리를 잘했으면 라면상자 하나 달랑 들고 퇴근하는 차림으로 수년 세월을 말끔하게 정리하던데, 나는 참 미련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나 해묵은 자료들에 대해서나 평생 이어가고  갈무리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며 산다. 한번 맺은 인연은 평생 갖고 간다고 큰소리쳤지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인연들을 챙기지 않고(못하고) 달려왔던가. 타산지석이든 반면교사이든, 내게 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었던 서울의 많은 동지들에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고마운 마음을 앞으로의 활동과정에서 되새김질할 틈이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연맹 사무실에 아주 발을 끊을 상황은 아직 아니다. 오늘 청산위원회가 있었다. 1월 19일로 해산한 공공연맹의 자산과 부채는 1월말을 기준으로 모두 처분해야 하는데, 투쟁한다 뭐한다 하면서 각종 적립금까지 털었으니 퇴직금이며 상급단체 의무금이며 채무들을 모두 정리하고자 해도 돈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연맹비 납부를 독려하고 투쟁기금 안낸 노조들도 일일이 방문하거나 연락해서 돈 좀 내라고 사정해서라도 1-2억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해산한 연맹에 돈내겠다는 노조가 얼마나 있을지 걱정이다. 청산위원회에 회계감사에 3월까지도 연맹으로 와야 할 날이 제법 될것 같은데, 그렇게 올 때마다 빚진 동지들에게 술이나 밥이나 한번씩 같이 해야겠다. 2007년 2월 8일, 연맹 사무실에서 내 짐은 모두 치웠지만, 아마 내 마음은 꽤 오래 그 공간을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서울 뚝섬과 대전 유성은 나에게 동일한 생활과 투쟁의 공간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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