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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잡지 월간 "사람"에 기고한 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헌법 제33조 1항은 이렇게 노동3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3권은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게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인권이다. 그러나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는 기본인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노동3권을 맘대로 유린해왔고, 보수언론매체들의 왜곡보도까지 가세하면서 일반 국민들은 파업 하면 곧 불법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기 일쑤였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파업에 이르렀는데 파업에 들어가는 순간 곧바로 불법의 딱지가 붙어버리는 신통한 마법 탓이다. 우선 직권중재제도는 공공부문의 거의 모든 파업을 실질적으로 금지시키거나 조속히 끝장내는 위력을 발휘했다. 필수공익사업의 경우 15일간의 조정기간 동안 파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간이 끝나더라도 중노위(혹은 지노위)에서 일방적으로 직권중재에 회부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다시 15일간 파업이 금지되며, 단체협약의 효력을 갖는 중재재정이 내려지면 더 이상 파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직권중재에 회부된 이후에 벌이는 노조의 모든 파업은 곧 불법이 되는 것이다. 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사실상 단 한 시간도 합법파업을 할 수 없도록,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을 하위 법률로써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직권중재제도가 파업을 사전에 제한하는 것이라면 공익사업장과 대규모사업장의 합법적인 파업을 사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긴급조정제도이다. 2005년도에 있었던 아시아나조종사노조와 대한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은 준비에서부터 모든 과정이 철저하게 합법적이었으나, 정부가 억지논리를 내세워 긴급조정권을 발동하자 곧바로 불법파업으로 전락하였다.
지난 12월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른바 노사관계로드맵과 관련된 입법안을 강행처리했다. 노사관계법제도를 보편적 노동기준에 부합하는 규범으로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동안 끊임없이 위헌시비가 일었던 직권중재제도는 일단 폐지되었다. 그러나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는 더욱 확대되었고,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하고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대체근로를 허용함으로써, 직권중재 대신에 파업권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완비했다. 게다가 긴급조정제도는 여전히 눈 부릅뜨고 살아 있다.
로드맵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만 유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과 같은 재벌 사용자들과 기득권 유지에 집착한 한국노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복수노조 전면허용이 3년간 유예되었다.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최소한의 생존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몸부림조차 가차 없이 짓밟는 폭력이다. 헌법 제33조의 정신은 이렇듯 무참하게 유린되고 있다. 노동기본권에 관한 한 매사가 절망적인 듯 보인다. 하지만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도처에서 끝없이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불법을 무릅쓰는 투쟁을 보라. 희망은 넘치고, 그 날은 꼭 오리라! (2006.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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