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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읽으며

사직서

 

노동운동에 대한 전망을 잃었습니다.

조직이 많이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사직서를 낸다는 것이

함께 운동해온 동지들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의 원칙이나 전망을 더 이상 찾지 못하는 가운데

하루 하루를 조직과 동지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버티는 것은

조직이든 제 개인적으로는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면, 제가 이곳에 없으면

조금은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여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2005년 10월 31일

 

이런 것도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매사 부족한 나에게 고민거리는 늘 넘친다.

 

지난 주 초에 한 동지가 사직서를 냈다.

나는 한사코 수리하기를 거부했고

겨우 두 달의 말미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하루에 몇번씩 이 사직서를 꺼내 읽는다.

이 동지가 이토록 힘들어하는 것의 절반 이상

내게 책임이 있음을 사무치게 느낀다.

 

하루에 몇번씩 나를 채찍질한다.

이 동지가 우리 조직을 떠나지 않도록

내가 더 잘해야 할 것들, 내가 놓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한다.

 

하루에 몇번씩 꼭 다짐한다.

어떤 동지라도 이렇게 아픈 사직서를 던지는 일 없도록

그래서 나와 그(녀), 우리 모두

넘치는 일에 더해서 사직서 때문에 더욱 힘들어하는 일 없도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하자고, 일 똑바로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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