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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놀기

연맹으로 출근한지 어느새 여섯달째,

첩첩이 산중으로 일과 투쟁이 이어지니

동지들이랍시고 모두가 한자리에 모일 시간이라고는

회의시간밖에 없다.

 

임원과 사무처로 구성된 상조회에서

사람이 들고 나는 것을 챙겨서 모임을 갖기도 하는데,

1월 31일엔가 환송회/환영회를 빙자하여 회식 한번 한 것을 빼면

다함께 놀아 본 기억이 도무지 없다.

 

그래도 끼리끼리는 가끔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도 가기는 가지.

임원 8명은 최대 7명 모여서 밥 먹고 술마신 일이 세번 있었고,

수습이며 훈련까지 포함해서 12명이나 되는 조직실은

날마다 집회며 현장 챙기느라 정신없는 가운데 가끔은

자체적으로 술자리도 갖고 회식도 하고,

5명의 정책기획실은 여성이 3명이나 되어 그런가

술보다는 도란도란 얘기하며 즐기는 분위기.

 

가끔은 실별로 모임을 갖는 교육선전실(5명)에다가

우스개로 기타실로 부르는 미조직비정규실(3명 중 1명 연수휴가),

대외협력실(2명), 총무실(1명)을 합치고

지역본부장 6명과 지역본부 상근자 5명(1명은 조직실 훈련중)까지

모두 다하면 얼추 50명 가까운 대식구가 되고,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은 일년에 두번쯤 되겠다

-바로 상집수련회, 회의가 1박 2일로 주구장창 이어지는...

 

그래서 오래 전부터

한나절이라도 야외로 나가서 공도 차고 뛰기도 하고

술도 마시며 놀자고 제안하고 별러 왔는데,

일정만 잡아놓으면 집회 일정이 전해지거나

긴박한 투쟁지침이 전달되어 그냥 무기한 연기하기를 여러 번.

 

어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8시 임원회의에서 계획을 얘기하고

10시 상집회의(임원-사무처회의) 시작하자마자

오늘 회의 끝나면 무조건 나가서 놀기로 했다고 내질렀다.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구파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일영,

장자원가든이라고 했던가, 축구장, 족구장 등 운동장이

다양하고 넓직하게 갖춰진 곳에 오후 3시쯤 우리는 모였다.

 

상조회에서는 그새 수산시장에 가서

갖가지 조개류들을 사다가 불 위에 올렸고

삼겹살에 큰 새우도 안주거리로 넉넉했다.

한쪽에서는 연신 족구 시합이 벌어지고

나중에는 참석자들이 모두 두 패로 나뉘어

발야구에 축구까지 경합을 벌이며 원없이 뛰었겠다.

 

소백산맥(소주+백세주+산사춘+맥주)이라는 요상한 것을

가는 동지 오는 동지들에게 퍼부어대고

노래와 율동과 기타와 춤이

박수와 환호로 흐드러지던 시간에는

까만 하늘에 반달 하나 가냘프게 걸렸었다.

 

막차를 놓칠세라 술김에 또 뜀박질을 숨차게 했지만

경쾌한 한나절이었으니,

그래, 일년에 두번이라도 이러고 놀면서

가쁜 숨결 서로 느끼고 땀도 뒤섞어 보아야

술집과 노래방의 끈적거림과는 다른 정이 들지 않겠나.

 

저마다 다시 힘차게 일과 투쟁 모드로 되돌아온 오늘,

오전 일과 순식간에 지나버리고

몇 동지들과 어울려 간 식당에서

호박잎쌈과 된장과 멸치등속을 잘 버무려 조린 쌈장을 만나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6월 하순까지

주로 투쟁일정으로 빼곡한 일정표가 앞에 있어도

서울대병원지부노조 건으로 니편내편의 공방들이

게시판 여기저기 지뢰밭처럼 널려 있어도

큰숨 들이쉴 때 코끝을 간지르는 티끌 정도로 봐 주자.

 

(그렇다고, 책상 가득 쌓인 이 파일더미들을

누가 대신 치워주지는 않겠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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